양계산업 이슈 및 발전방안 - 난가공 공장의 허와 실

  • Published : 2015.04.01

Abstract

Keywords

난가공품 위생 문제 비단 한국양계농협의 일 뿐일까?

- 종사자의 양심에 맡겨진 계란 및 난가공산업 -

한국양계농협 난가공공장의 위생문제를 KBS가 집중보도하면서, 양계업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조합장을 비롯한 임직원 4명이 구속되고 4명이 불구속 입건됐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문제가 된 난가공공장을 폐쇄해 버렸다. 난가공품이 문제가 된 것은 비단 이번만은 아니다. 부화중지란을 원료로 사용하다 한국양계농협을 비롯한 여러 업체가 적발된 적이 있었고, 이후에도 끊이지 않고 계란가공공장의 위생은 이슈가 됐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대책을 내 놓았지만, 이는 근절되지 못했다. 유독 다른 축산물과 달리 계란에서 위생 문제가 끊이지 않고 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난가공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부도덕해서일까? 아니면 어떤 말 못할 사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새로운 시각으로 따져본다.

1. 계란판매·가공산업의 만성적자

한국양계농협 난가공공장은 조합원으로부터 계란을 매입해 일부는 식란으로 판매하고, 미세한 금이 가거나 왕란과 같이 식란으로 선호되지 않는 계란을 액란으로 가공해 제과나 제빵업체, 어묵 등을 만드는 식품업체에 판매해 왔다. 한국양계농협은 연간 약 10억개 정도의 계란을 취급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손꼽히는 규모다. 정확한 통계가 나와 있지 않아 비교하기 힘들지만 브랜드 계란사업을 하고 있는 풀무원, 오뚜기, 조인 등과 달리 한국양계농협의 계란판매 사업은 적자를 벗어나지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한국양계농협과 거래하는 대형유통업체의 무리한 할인판매 요구가 좋지 못한 손익의 이유라 들고 있지만, 그러한 요구는 한국양계농협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에게도 동일하게 요구하는 것이어서 그다지 설득력 있어 보이지 않는다. 그들의 핑계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국양계농협의 계란사업이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을 가지고 있음을 파악 할 수 있다. 풀무원과 오뚜기 등 대기업의 경우 고품질·고가격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 시설이 우수한 대형 양계장과 협력관계를 맺고 계란품질이 가장 좋은 주령의 닭으로부터 대란과 특란만 선별히 매입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양계농협은 80여 조합원으로부터 생산되는 계란 모두를 전량 매입하고 있는데, 농장의 시설이 낙후된 곳이 많고 계란품질의 편차도 큰 상황이다. 문제는 계란의 품질에 따라 계란의 가격이 책정되고 대금이 차등 지급돼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고 납품한 양에 따라 지급되는 관례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판매는 품질에 따라 고가의 브랜드란, 중저가의 판란, 그리고 가장 가격을 낮게 받는 액란 등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중저가란이나 액란판매가 많으면 많을수록 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양계농협은 이를 시정하기 위해 품질에 따른 정산을 추진하기는 했지만, 조합원들을 설득하는게 쉽지 않아 매입은 비싸게 판매는 헐값에 하는 적자사업을 계속해 왔고, 조금이라도 적자를 줄이기 위해 편법이 동원될 여지가 매우 많았다.

2. 언론 통해 공개된 난가공공장의 편법

먼저 KBS 보도를 통해 문제가 된 것은 폐기돼야 할 계란이 원료로 사용된 것, 폐기하는 계란에서 액란을 뽑아내 정상 제품과 섞어 사용한 부분, 그리고 제품의 유통기한이나 제조일자의 위변조 문제다. 앞에서도 지적했지만, 한국양계농협은 이미 부화가 중지된 무정란을 원료로 사용하다 적발된 전력이 있었고, 이 부화중지란과 파란을 액란으로 제조해 판매하다 적발된 사례는 한국양계농협 말고도 무수히 많다. 이번 언론에 공개된 한국양계농협 뿐만 아니라. 액란 위생문제는 언제든지 들추어내면 악취가 쏟아지는 문제가 많은 분야이지만, 정부는 효율적으로 액란의 위생수준을 높게 유지하게 할 당근과 채찍을 마련하지 못했다.

3. 특별히 더 부도덕한가?

액란 위생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계란산업 종사자들이 타 산업 종사자보다 부도덕해서일까. 액란 위생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를 따져보면 액란이 최종상품이 아닌 중간 원료라는데 있다. 원료는 수요자가 원하는 스펙만 충족하면 문제시 될 것이 별로 없는데, 액란의 경우 세균수 기준만 충족되면 사용해 왔기 때문에 액란제조 공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한 ‘축산물의 가공기준 및 성분규격’에 따르면 성상은 고유의 색택과 향미를 가지고 이미·이취가 없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세균수는 살균 제품은 1g당 1만 이하, 비살균제품은 1g당 50만 이하여야 하고, 대장균군, 살모넬라균에 대한 기준도 존재한다. 결국 성분규격에 문제가 되지 않는 수준에서 폐액란을 혼합하고, 유통기한을 늘리는 식으로 대처해 왔고, 거래처에서 문제를 삼지 않는 수준까지 이 편법은 계속 이어졌다. 액란이 소비자 접점의 최종제품이라면 상황은 달랐을 것이다. 소비자들은 액란과 일반 식란의 가격, 품질 등을 꼼꼼히 따질 것이고,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도록 위생수준을 극대화 하고 유통 기한 등을 명확히 하는 노력을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원료로서의 액란은 그렇지 못하다. 식품제조업체들의 사용상의 편리함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니 만큼 소비자들보다는 깐깐함이 덜 할 수밖에 없고, 둔감해 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감시자가 필요하나 계란은 다른 축산물과 달리 공적 검사제도가 도입되지 않고 있다. 결국 제도와 기준은 존재하나 이를 감시할 기구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으면서 적자사업장들이 조금이나마 손실을 줄이기 위한 편법이 만연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4. 계란에만 없는 검사제도

다른 식품군과 달리 축산식품은 정부가 안전 검사를 철저히 하는 품목이다. 원유는 잔류물질 검사와 위생등급, 유성분검사를 수요자인 유업체가 실시해 오다 2000년대 들어 지자체 등 공공기관이 대신하는 검사공영화를 도입했다. 항생물질을 비롯해 세균에 많이 오염된 우유, 건강하지 못한 소가 생산한 우유 등을 원천적으로 걸러내고, 위생수준에 따라 인센티브와 패널티를 농가에 가함으로써 농가 스스로 원유의 위생수준을 높이는 유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돼지·닭 등 육류는 도축단계에서 공무원인 검사관과 검사원이 현장에서 법정전염병 감염여부부터 각종 안전검사를 진행하고, 위해 축산물의 경우 폐기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계란의 경우 여러 지켜야할 매뉴얼을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이 법령과 고시 등을 통해 마련해 두었지만, 대부분 사업자가 스스로 지켜야 하는 내부 매뉴얼이어서 농가나 가공업자가 위생수칙을 지키도록 하는 유인이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계란 가공품의 경우 다른 축산물과 달리 위생 수준은 사업자의 양심에 맡겨지도록 되어 있고, 특별히 위생수준을 높이고 품질을 높인다 해서 인센티브 또한 없기 때문에 품질을 높이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설사 불법이 있을 지라도 내부에서 누군가 외부로 이를 폭로하기 전까지는 불과 편법을 발견해 내기가 불가능한 것이 식품산업의 특징이다.

5. 검사제도 왜 없나

축산물에 정부 주도의 검사제도가 완비된 것은 축산물과 관련된 사건사고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축산물의 고도의 유기물로 변질시 인체에 치명적 위협을 가하기 때문에, 이러한 위험에서 국민을 보호하고자 여러 법적 안전장치를 만들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검사제도, 인센테브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유독 계란과 관련해서는 이러한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데, 이유인 즉 계란만 특별한 처리과정 없이도 유통과 소비가 가능한 소비재 농산물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축산물은 도축이나 살균·포장과 같은 처리를 해야만 상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처리를 하는 곳에서 관리와 감독이 이뤄지고 있으나, 계란은 이러한 길목이 없기 때문에 관리와 감독이 쉽지 않은 것이다. 계란에 대한 철저한 위생검사 그리고 품질에 따른 등급을 분류함으로써, 식란, 가공란, 식용 외의 용도로 써야 하는 등외란 등으로 분류하고 이 계란이 용도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는지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만 계란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6. 계란 검사의무화 추진 그리고 좌절

대한양계협회는 2008년부터 계란유통구조개선을 위해 산지와 소비지에 유통센터를 건립하고, 모든 계란이 유통센터를 통해서 거래가 되는 투명한 유통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즉 여러 경로로 거래가 이뤄지는 계란을 유통센터라는 곳을 통과하게 함으로써 상품화 과정을 명확히 하고, 거래의 투명성도 높이자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계란의 특수성 등을 감안할 때,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이 비용을 회피하려는 상인들의 습성으로 인해 센터 이용이 기피될 수 있다며 미온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던 중 필자의 회사(농축유통신문)가 주최한 좌담회에서 필자는계란유통센터를 단순히 계란의 유통구조 개선 문제로 한정하지 말고, 미비한 계란의 위생수준을 높이는 창구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유통 센터에서 살모넬라와 항생물질 등 기본적인 검사를 진행하고, 부적합 계란을 다른 용도로 활용하도록 강제하자는 것이었다.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인 대한양계협회는 관련 TF를 구성해 축산물위생관리법 등 관련법 개정을 위한 자료수집에 들어갔고, 실제로 의원입법 형태로 계란검사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관련법 개정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입법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와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에 부딪히며 법 개정은 좌절되고 말았다.

7. 유통센터 모든 문제 해결의 근원

문제는 이렇게 계란유통센터 건설과 관련된 논란과 검사의무화 등의 논의가 중단된 사이, 계란의 위생수준은 타 축산물과 비교해 전 근대적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위생 이슈가 반복적으로 언론 등을 통해 터져 나오며 양계산업 전체에 심각한 충격을 주고 있다는데 있다. 정부는 그때 마다 보완 대책을 내 놓고 있지만, 계란을 관리하고 감독할만한 길목을 찾지 못하면서, 대부분의 대책이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말았다는데 있다. 지금이라도 계란의 위생문제 해결을 위해 계란유통센터 건설에 정부가 나서야 하며, 또한 도축검사, 또는 원유의 유성분 검사에 준하는 검사 제도를 도입해 혼란스러운 난국을 벗어나야 한다. 마지막으로 각 유통센터에서 용도별로 분류된 계란이 해당용도에 맞게 실제로 활용되고 있는지를 감시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부화중지란이 끊임없이 난가공용 원료로 유입되는 이유는 이를 감시하고 추적한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인데, 이를 위해서는 계란의 유통이력제의 도입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