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생에 따른 대처 방안과 우리의 자세 - 소비자로부터 사랑받는 닭고기.계란의 조건

  • 하정철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식의약안전팀)
  • Published : 2014.04.01

Abstract

Keywords

소비자 요구에 맞춘 소비전략 필요

지난 2003년 이후 2~3년을 주기로 조류인플루엔자(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양계 농가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3년, 2006년, 2008년, 2010년 네 차례에 걸쳐 발생한 AI는 모두 H5N1형 바이러스가 원인이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인체감염 사례가 없었다.

올해 1월 전북 고창에서 발병한 이후 2개월간 지속되고 있는 AI는 이전과 달리 H5N8형 바이러스가 원인이며 1983년 아일랜드 칠면조 농장에서 처음 발견된 후 자취를 감췄다가 2010년 중국의 야생오리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된 비교적 낯선 바이러스이다.

H5N8형 바이러스 역시 철새, 오리, 닭에서는 증상을 보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인간에 대한 감염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최근 AI 방제를 위한 예방적 살처분 강화로 양계 농가의 경제적 피해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지만 이전과 비교해서 닭, 계란, 오리의 소비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최근 뉴스에 따르면 연간 약 7억마리 이상 도축되는 닭고기의 약 23%를 취급하는 대형마트의 판매율이 하락하였지만 이전 AI 발생 때 보다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소비자들이 우리나라는 AI를 통한 인체감염 사례가 없었고, 설사 AI에 오염된 가금육도 70℃ 30분, 75℃ 5분, 80℃ 1분 정도만 익혀먹으면 안전하다는 사실을 잘 숙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금번 AI 문제는 국내 가금류 소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큰 무리없이 종결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지금부터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닭고기, 계란의 소비확대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유럽 등과 FTA가 발효되면서 국내 축산농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몇해 전 한국소비자원에서 “FTA 발효로 수입 축산물이 국내시장에 유입되면 가장 염려되는 점이 무엇인가?”란 내용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국내 소비자의 대부분이 ‘국내 축산업의 붕괴(38.2%)’와 ‘수입 축산물의 안전성’(35.0%)‘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닭고기나 계란은 다른 농축산물과 달리 국내 자급이 가능한 품목이고 또한 우리 국민들이 냉동이 아닌 신선제품을 선호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러모로 유리한 측면이 있다. 실제로 수입 닭고기의 대부분은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의 순살 치킨용, 부분육, 가공육 등으로만 사용되고 있어 일반 소비자가 구매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가격 경쟁력으로 무장한 수입 가금류의 국내시장 잠식을 막아내고 한편으론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양계농가 뿐만 아니라 관련분야 종사자의 각고의 노력이 절실하다. 먼저 유통체계 개선, 다양한 조리법·가공식품 개발, 닭고기·계란에 대한 오해불식 및 홍보강화, 원산지 단속강화 등 소비자 지향적·친화적인 개선 노력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국내 소비자의 인식을 공고히 할 수 있는 보다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원가절감 및 유통체계 개선

원가절감을 통해 육계 생산비를 낮춰 질 좋고 가격이 저렴한 닭고기를 소비자에게 공급함으로써 소비 증가를 유도하고 궁극적으로는 사육농가의 규모 확대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계란은 집하시스템이 부재함에 따라 산란계 농장에서부터 유통상인(도매상과 산지유통인)을 경유해 수급조절이 불가능하고 가격결정 구조도 취약하여 결국은 소비자 뿐만 아니라 농가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있어 유통채널의 다양화가 시급하다.

다양한 조리법·가공식품의 개발

우리나라 닭고기 소비는 절반가까이가 여름철 삼복시즌에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소비 형태로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생산기반 유지가 쉽지 않다. 그런데 막상 닭고기를 재료로 한 요리는 삼계탕, 치킨, 닭갈비, 찜닭밖에 딱히 생각나는 게 별로 없다. 계란은 후라이, 계란찜, 삶거나 구은 계란 밖에 연상이 되지 않는다. 시장규모의 확대를 위해서는 관련분야 종사자나 연구자들이 보다 다양한 조리법과 가공식품을 소비자에게 적극 소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서는 최근 음악·드라마 등의 한류를 적극 이용해 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오해불식 및 홍보강화

완전식품에 가장 가까운 웰빙(well-being) 음식임에도 가장 많은 오해를 받고 있는 축산물이 닭고기와 계란이 아닌가 싶다. 예전부터 임산부가 닭고기를 먹으면 아이의 피부가 닭살이 된다는 유머같은 얘기를 주변에서 종종 들어본 듯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잘못된 오해를 불식시키고 닭고기와 계란의 우수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닭고기는 단백질 함량이 높아 운동선수나 여성들에게 적합한 필수 건강식으로 꼽을 수 있다. 칼로리는 삼겹살이나 쇠고기에 비해 훨씬 낮아 다이어트나 신체 활동량이 적은 사무직 근로자에게도 궁합이 맞는 음식이다. 또한 불포화 지방산 함량이 높아 동맥경화·심장병 예방음식으로 추천할만 하고 리놀레산이 함유돼 콜레스트롤 수치를 떨어뜨리는데도 효과적이다.

계란은 심장병·뇌졸증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콜레스트롤 함량(186mg)이 높아 하루에 한 알 이상 먹으면 성인의 1일 섭취제한량(300mg)에 육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여성들이 흰자만 골라 먹고 노른자는 잘 섭취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계란을 하루 3개씩 꾸준히 먹어도 혈중 콜레스트롤이나 나쁜 콜레스트롤인 저밀도지단백(LDL) 수치가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중성지질의 개선효과가 전혀 계란을 섭취하지 않은 비교군보다 뛰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계란은 아미노산 조성이 우수한 단백질 식품으로 다른 식품에는 함유량이 낮은 비타민D, 콜린, 루테인, 제아잔틴 등 인체에 필수적인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한 우수한 단일식품으로 볼 수 있다.

원산지단속 강화

수입닭의 국내시장 점유율이 약 20%에 육박하고 배달치킨을 포함한 음식점 원산지 표시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실제 소비자가 시중에서 수입육으로 표기한 닭고기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국산과 수입산 닭고기의 원산지 표시가 부실해 구분이 모호해지면 결국 소비자의 닭고기 선호도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관련 부처와 업계의 지도·단속강화와 함께 표시제도 개선방향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 준비단계에서 많은 노력이 수반되겠지만 한우·수입육과 같은 방법으로 이력추적제도를 양계산물에도 전향적으로 도입한다면 소비자의 신뢰를 더 높일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농가소득 향상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성 문제에 대한 차별화 전략

국내 소비자들은 식품선택에 있어 안전성 문제를 무엇보다 중요시 하고 있다. 선행된 설문조사 결과, 소비자가 수입산에 비해 국내산 닭고기·계란을 선호하는 이유는 보다 더 안전할 것이란 일종의 기대감의 반영이다. 결국 수입산으로부터 시장을 지켜내고 소비 확대라는 대명제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비자의 기대감을 지속적으로 충족시켜야 한다. 결국은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차별화 전략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따라서 생산자·유통업자·제조업자·판매업자 등 모든 관련 종사자들이 함께 공생·발전한다는 자세로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이익보다 농장에서 소비자의 식탁(Farm to Table)까지 안전성이 담보될 수 있도록 유기적인 협조와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양질의 닭고기·계란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좋은 시설모델과 사계절 환경관리체계의 개발 보급, 유통단계별 HACCP의 시행 확대, 소비자가 선호하는 친환경양계의 생산 확대, 이력추적제도의 시행으로 위해의 사전예방기능을 강화 등 제도적·시스템적인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제도나 시스템도 결국은 사람이 해야하는 일들이다. 소비자의 신뢰 확보와 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다면 무엇보다 안전한 닭고기·계란 공급을 위한 양계산업 전체 종사자의 사명감과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한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