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 동물 바이러스 감염 치료제 개발로 조류인플루엔자 치료 기대

  • 김병일 (연세대학교 생화학과 게놈염구소)
  • Published : 2013.05.01

Abstract

Keywords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2003년부터 2013년 3월까지 지난 10년간 15개 나라에서 A형 인플루엔자인 조류인플루엔자(H5N1)로 인해 사람이 감염된 사례로 622건이 공식적으로 보고 되었고 이 중 371명이 사망 하였다. 아직까지는 사람간의 바이러스가 전파되어 감염된 사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간에 기침 등에 의해 바이러스가 전파 된다면 스페인 독감이 대유행 했을 때처럼 수 많은 사람이 감염 되고 사망 할 것으로 예상 되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 주요 과학 잡지들에서 바이러스를 조금만 변형시켜도 사람 사이에 전파 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것을 밝힌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주변국인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발생 되고 있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발생 위험에 노출 되어 있다. 이러한 조류인플루엔자는 철새 등에 의해서 주로 옮겨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새들은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되어도 증상이 약하거나 없는 편이어서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는 상태로 지내며, 분변을 통해 전파 시킨다. 전파 능력에 대해선 한 마리의 오리가 하루 동안 100억 EID50(50% 계란이 감염되는 양)의 바이러스를 분변으로 배출한다는 보고도 있다.

야샹조류 이동경로

조류인플루엔자전파경로(출처 Emerg Infect Dis. 2006 January; 12(1) 3-8.)

물에서 생활하는 철새들의 경우에는 분변을 통해 바이러스가 호수로 퍼지게 되고 이를 마시는 경로를 통해 급속하게 전파되게 된다. 따라서 철새들이 매년 찾아오듯이 조류인플루엔자도 매년 철새와 함께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 한 경우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세계의 대부분 국가 들이 살처분하고 있으며 발생국가에서는 양계산물을 수출 할 수 없어 양계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 저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도 감염된 경우 호흡기증상을 보이며 산란율 감소는 1~2주 사이에 40%∼50%정도까지 감소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는 산란정지를 보이기도 한다. 보통 산란율 감소가 시작된 이후 2주일후부터 회복되기 시작하며 한달이 지나면 거의 회복된다. 폐사율은 매우 다양하여, 질병이 있는지 모를 정도로 폐사가 없는 경우부터 5~10% 폐사율을 보이는 계군까지 있으며, 산란전에 감염된 닭에서는 임상증상이 관찰되지 않는 예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잘 알려진 조류인플루엔자 치료제로는 타미플루[Tamiflu (Oseltamivir)]가 있다. 인플루엔자가 감염 된 세포 내에서 증식한 뒤 세포에서 밖으로 방출시켜 확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뉴라미니데이즈(neuraminidase)의 활동을 억제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체내에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원리다. 타미플루는 로슈(Roche)에서 독점 공급하고 있으며 제조공정 상 어려움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대유행하게 된다면 사람에게 사용할 양도 충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싼 가격 때문에 가금류에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게다가 타미플루가 듣지 않는 경우도 이미 2005년에 보고 된 바 있다. 

사실 생체 내에도 이미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 체계가 존재한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침입하면 세포는 인터페론을 만들어 세포의 면역 기능을 활성화시켜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으며, 감염된 세포를 죽여 새로운 세포의바이러스 확산을 억제한다. 인터페론은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서 분비되는 인자로 처음 발견 되었으며 아이작(Alick Isaacs)과 린덴만(Jean Lindenmann)은 이 업적으로 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바이러스 감염 시 인터페론 신호전달 과정 및 OASL1 작용 원리

인터페론은 항바이러스 작용에 매우 중요하지만 많이 생산될 경우 지나친 면역반응을 유도하여 정상적인 세포도 파괴하므로 인터페론 양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게 조절하는 유전자들이 있다. 지금까지 생체 내에서 인터페론의 과발현을 억제하는 많은 유전자들이 밝혀졌으나 대부분 다른 세포의 기능에도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부작용 때문에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사용이 어려웠다. 따라서 인터페론 생산만을 특이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방법 개발이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에 있어 큰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번 연구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유도되는 유전자 중 OAS군의 유전자들 중 일부가 항바이러스 반응을 나타낸다는 사실에 착안하여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면역 유전자를 찾기 위해, 생리적 기능이 알려져 있지 않았던 OAS 유전자들의 항바이러스 기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었다. 

OAS 유전자들 중의 하나인 OASL1(OAS-like 1) 유전자의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 OASL1 돌연변이 생쥐를 직접 제작하고, 돌연변이 쥐가 정상 쥐에 비해 바이러스 감염 시 어떤 면역 반응을 보이는지를 조사하였다.

OASL1 유전자가 없는 생쥐는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정상 쥐보다 더 많은 양의 제1형 인터페론만을 특이적으로 생산하여 면역반응을 강하게 유도하였고, 그 결과 바이러스를 효과적으로 퇴치하여 정상 쥐가 모두 죽는 조건에서도 매우 강한 항바이러스 치유 기능을 보이며 살 수 있었다. 이는 인터페론 과다 생성을 특이적으로 조절하는 OASL1 유전자의 기능을 규명한 것으로, 이 OASL1 기능을 억제하면 매우 강한 항바이러스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이번 연구는 OASL1이 제거된 돌연변이 생쥐가 바이러스 감염 초기에 제1형 인터페론만을 생산하여 바이러스 퇴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 지속적인 인터페론에 대한 노출은 피해 바이러스 퇴치 후 과도한 면역반응과 같은 부작용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치료제로서 갖추어야 할 고효율성과 저부작용의 중요한 요소를 모두 갖춘 이상적인 항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었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또한, 사람과 소, 돼지, 닭 등 가축에도 OASL1과 동일한 기능을 가질 것으로 생각되는 OASL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가 사람과 가축 모두에 공통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사람과 가축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범용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