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계사년(癸巳年), 뱀에서 배우는 지혜

  • 강창원 (건국대학교 동물생명과학대학, 대한양계협회)
  • 발행 : 2013.03.01

초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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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계사년 뱀의 해이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양계업을 포함한 축산업 전 분야가 참으로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그런데 올해 계사년에도 그 어려움이 쉬 가셔질 것 같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자유무역 경제체제 속에서는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게임이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뱀은 다른 동물에 비해 생존경쟁에 유리한 생체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달리거나 나를 수 있는 다리나 날개도 없고, 추위나 더위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는 털도, 들을 수 있는 귀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하며 동물세계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고 만물의 영장인 사람에게도 공포의 대상이다. 이는 아마도 뱀이 환경변화에 유연하고 빠르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뱀의 유연성은 몸이 나아갈 때 직선이 아니고 곡선으로 나아가며 몸을 보호할 때도 몸을 둥글게 말고 머리는 360° 회전을 하되 적에 대한 공격은 매우 빠른 속도로 이루어진다. 이동을 할 때에도 이동하기 전에 냄새나 촉각을 통해서 충분히 상황파악이 이루어졌다고 생각 될 때 바닥에 철저히 몸을 낮추어 서서히 나아간다. 그러나 만약 위급상황이나 목표물에 가까워지면 매우 민첩하고 빠른 속도로 이동한다.

양계업을 비롯한 우리나라 축산업계가 세계자유경제 속에서 태생적으로 많은 취약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 즉 유연한 전략과 신속한 실행을 잘 구사한다면 축산 강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산업계 발전을 위해 누가 유연한 전략과 신속한 실행을 이끌어 나갈 것인가? 당연히 정부의 역할이 중요 하겠지만 이 보다 먼저 양계인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할것이다. 예를 들자면 대한양계협회나 관련 단체가 힘을 모아 양계 관련 기술과 정책을 연구할 연구소나 인력풀(brain pool)을 두어서 현안은 물론 미래 대비책을 연구할 것을 제안해본다. 또한 뱀의 특징은 허물을 벗어야 성장을 하게 된다. 탈피는 종류, 나이, 영양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는 몸체 내부조직과 기관은 자라는데 피부인 겉 비늘은 자라지 않기 때문이다. 즉 뱀은 몸의 성장에 알맞은 크기의 새로운 피부를 갖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피부를 버리는 것이다. 우리 양계 업계는 지금까지 외국 수입 양계산물을 이겨낼 수 있도록 국제 경쟁력 제고에 많은 노력을 해온 결과 장족의 발전을 해왔다. 문제는 국내 수요는 별로 늘어나지 않는데도 생산은 지나치게 많았으니 이제는 뱀의 탈피와 같은 변화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 와있다. 따라서 양계산물의 수요를 높이기 위해서는 국민 일인당 소비량을 높이고 수출을 늘리는 것 밖에 없다. 이 중에서 빠른 시간 내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전략으로 양계산물 수출 촉진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이 계육 부분에서는 수출이 증가 하고 있고 특히 삼계탕을 위주로한 계육제품의 대미 수출의 길이 열리게 되었다. 또 한가지 전략으로는 무슬림 국가에 닭고기나 계란 및 가공제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할랄(Halal)인증제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할랄인증 양계산물은 무슬림국가에 대한 수출뿐만 아니라 닭고기와 계란을 좋아하는 무슬림 관광객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오게 되어 국내 소비를 증가 시키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우리 양계인들의 사고 전환을 통하여 허물벗기를 과감하고 신속하게 해야 아픔이 치료되고 새롭게 더욱 더 성장하는 산업으로 탈바꿈 되어 질 수 있다.

뱀은 육식성 동물이다. 곤충, 개구리, 물고기,새, 포유동물 등 자기의 체구보다 큰 것들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그러나 같은 동종의 뱀끼리는 잡아먹지 않고 같이 무리를 져 살곤 한다. 즉 포악한 뱀도 생존을 위해서는 서로 나름대로 협력을 하며 살아간다. 양계업계에서 좀 더 상호협력 체계가 이루어진다면 지나친 생산과잉으로 인한 어려움이 상당부분 완화되어 상생의 길을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생산과잉을 미연에 방지함은 물론 해외 수출에도 협력은 필요하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에 수출되던 산란용 성계육(노계육) 값이 폭등하여 수출이 한때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규모가 크지 않은 수출회사들이 상당수 문을 닫았다. 그 이후 산란성계 값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한국에서 베트남에 들여오는 산란노계육은 한국에서 사료용으로 쓰이는 폐계라는 잘못된 보도가 있은 후 산란성계육의 베트남 수출이 아직까지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양계인들도 나만의 이익이나 입장만을 생각할 것이 아니고 좀 더 상생할 수 있는 상호협력의 지혜를 뱀으로부터 배우자. 우선 양계인 모두가 자조금 사업에 참여하여야 하고 이렇게 해서 모아진 자조금은 국내외 시장 증대와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에 쓰였으면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뱀을 무섭고 징그러운 동물로 간주하여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다른 나라에서도 뱀을 애완동물로 여기지는 않지만 우리처럼 그렇게 혐오동물로 꺼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이 먹는 식량이나 음식을 탐하는 곤충이나 쥐를 제거하는 유익한 동물로 여기며 옛날 봄베이의 벽화에 그려진 것처럼 지혜와 풍요의 상징이 되고 있다. 우리도 금년도 뱀의 해를 맞이하여 뱀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들을 생각하며 뱀의 지혜를 배워서 양계산업은 물론 축산업계가 현안 문제 해결은 물론 성장의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