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양계인을 찾아서 - 구운농장(종계)

  • Published : 2013.01.01

Abstract

Keywords

성적은 종계장의 얼굴이다

▲ 용인시 백암면 옥산리에 위치한 구운농장 전경

▲ 계사년 희망을 말하는 최윤식 사장

양계산업이 전반적으로 불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장을 유지, 운영해 간다는 것이 여간 힘겨운 일이 아니다. 본고는 계사년(癸巳年) 새해를 맞이하여 업계에 새 희망을 주는 종계장을 찾았다. 경기도 용인시 백암면에서 4만 7천수 규모를 운영하고 있는 33세의 최윤식 사장이다. 금년 건국대학교 농축대학원 축산자원생산학과(지도교수 이상락)를 졸업할 만큼 농장경영 뿐만 아니라 배움도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파이다. 비록 농장경력은 길지 않지만 그의 인생에서 묻어나는 철학과 생각은 그 깊이가 남다름을 느낄 수 있었다.

중3때 부모님과 이별하고

경기도 용인시 죽전에서 1남 1녀중 둘째로 태어난 최윤식 사장은 부친이 운영하는 종계장과 부화장을 배경으로 어린시절을 보냈다. 당시로서는 구운부화장하면 경기도에서 알아주는 곳이었다. 부친께서 양지부화장 부화실장을 거쳐 1970년 초에 구운부화장을 가동하면서 병아리 공급을 주도했기 때문이다. 최윤식 사장의 어렸을 때 꿈은 공무원이었다. 부친이 운영하는 부화장을 몇 번 가본 적은 있으나 가업을 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당시로서는 없었다. 

▲ 60주령된 종계 암컷(좌)과 우수하게 선발된 종계 수컷(우)

단란하게 지내던 가족이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 것은 1995년. 불의의 사고를 당한 부모님을 떠나보내면서 최윤식 사장의 운명은 큰 전환기를 맞게 된었다. 당시 최윤식 사장은 중학교 3학년으로 학업에 열중할 시기였기 때문에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당장 경영능력이 부족했기때문에 부화장을 정리하고 현재 백암에 있는 종계장만 다른 사람에게 관리를 맡기고 남은 가족들은 어려운 생활 여건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다.

최윤식 사장은 대학교도 축산과와는 다른 행정학과(순천향대)를 지원해 오로지 공무원 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부친의 터전 잃지 않으려 종계업에 뛰어들어

운명은 찾아왔다. 대학교 졸업반인 2003년 농장을 관리하던 책임자가 IMF 등 경기의 어려움을 들어 3억원의 빚을 지게되어 농장을 고스란히 넘겨야하는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는 소리를 접하게 되었다. 그때의 조건은 농장을 빚대신 넘겨주되 학교를 졸업하면 아파트를 마련해주는 조건이 제시되었다. 최윤식 사장은 결심했다. 농장마저 넘어가면 부친이 일궈놓은 농장을 잃는 것이며, 그나마 부친께서 드나들던 체취와 흔적을 더 이상 접할 수 없다는 생각에 고향에 내려와 무작정 농장을 운영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당시 모 사료회사에서 종계장을 임대하는 조건으로 경영을 맡아 안정화를 취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그 마저도 마다한 상태였다.

여러번의 시행착오, 전화위복

25살 젊은 나이에 종계업에 입문한 최윤식 사장은 병아리때부터 출하때까지 닭의 숨소리를 들으며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사육에 경험이 없어 늦가을 휀을 계속 가동시켜 놓는 바람에 호흡기에 의해 닭들이 상당수 폐사하는 경험을 겪기도 하였다.

▲ 2008년부터 철저하게 기록해 온 사양관리 일지

▲ 별도로 관리하는 2중 배전판(좌)과 예비 발전기(우)

현재 농장은 총 10개동중 8개동에 4만7천수 규모지만 당시에는 같은 동에 3만2천수를 사육 했다. 농장의 특징이 당시 케이지와 평사가 각각 절반으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최윤식 사장은 각각의 장단점을 파악하는데 주력했다. 2008년 갑작스런 화재를 맞이하면서 농장의 운명은 다시 시험대에 오르게 되었다.

2008년 3월 발생한 화재는 3개동을 태우고 그 안에 있던 종계 1만수를 폐사시켰다. 다행히 남아 있던 2만여수의 닭들이 종란 178개를 낳아주었고, 종란가격이 높게 형성되면서 손해를 최소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최윤식 사장은 정부자금을 지원 받아 시설투자를 결심했고 2009년부터 연차적으로 내부시설 및 단열, 방역시설 등을 설치했으며 모든 종계장을 평사가 아닌 케이지(A형)로 만들었다. 최윤식 사장은 케이지와 평사의 장단점을 실험을 통해 경영성적을 뽑아보았다. 케이지의 장점은 개체관리가 쉽다는게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수정율이 평사에 비해 2.4% 높게 나타났으며, 이는 당시 1달에 400여만원을 더 벌어줄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사료만 하더라도 평사에서는 173g을 섭취하는데 케이지는 150g을 섭취하기 때문에 개체당 20g차이는 한달에 1천만원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다. 정책자금을 사용하는데 있어서도 경력이 짧고 축산계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타 종계장들에게 밀리는 신세를 겪어야 했다. 대학원 졸업을 결심하게 된 것도 이 때문이다. 대학원 재학중 다행히 정책자금을 지원 받을 수 있어 지난해까지 모든 종계장을 대대적으로 정비할 수 있었다.

농장 식구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최윤식 사장은 환경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항생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닭을 잘 키워낸다. 그 비결은 대학원을 다니며 마늘성분인 알리신을 수탉의 번식능력과 생산성을 중심으로 연구한 것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충분히 키워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 것이다. 대학원 시절 ‘알리신의 급여가 육용종계 수탉의 번식능력에 미치는 영향’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는데 이 논문이 최우수 논문으로 꼽히기도 했다.

▲ 차량은 바퀴까지 철저히 소독(좌), 개인 소독조에서 출입자 소독(우)

▲ 2중 방역대 설치

농장에는 최윤식 사장을 비롯해 한국인 근로자 2명, 외국인근로자(태국, 베트남) 4명 총 7명이 일하고 있다. 최윤식 사장은 농장 직원들의 복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비록 과거에 지은 숙소지만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비치해주었고 돌아가면서 쉬는날도 정해주었다. 보너스도 주면서 농장관리인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기도 한다. 닭을 출하고 농장이 비어도 일꾼들은 내보내지 않고 한 식구로 받아들인다. 과거 불법체류자를 써본 경험이 있지만 이제는 정규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한다. 지금은 법이 바뀌어 농장주의 의지만 있으면 4년 10개월 이후 본국에 3개월만 있다 오면 다시 직원으로 쓸 수 있도록 되어 있어 편리하다고 한다. 닭이 출하되면 희망자에 한해 본국에 보내주는 특혜를 준다. 비록 비행기 값을 대주지만 농장에서 주어야 하는 월급을 아낄 수 있으니 이 또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경영방침인 것이다.

농장 동별 책임제 효과

농장경영의 가장 큰 특징은 각 동별로 책임제를 두는 것이다. 이렇게 사양팀을 운영하다보니 농장 실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 수 있고 일의 능률이 더 오른다. 외국 근로자도 모든 사양관리를 담당하다보니 자국에서 직접 농장을 경영할 수 있는 능력도 길러주는 효과를 준다고 한다. 청소부터 출하때까지 모든 일을 담당하다보니 사람을 써서 돈주고 관리하는 것 보다 충분히 그 효과는 나온다고 한다. 수정팀도 별도로 운영하는데 농장장을 팀장으로 5일에 한번씩 수정을 시키는데 모든 전권을 팀장에게 주었기 때문에 주인의식을 갖고 일을 한다.

이번에 농장을 모두 무창으로 바꾸었고 계분처리 등 내부시설도 모두 자동으로 바꾸었지만 집란만은 수동을 고집한다. 집란벨트를 통해 자동으로 수거해 보았지만 수거도중 알들이 미미하게 진동하고 부딪치는 과정을 거치면서 부화율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수탉도 농장에 한 몫을 한다. 평사에서는 10%의 닭들이 필요하지만 케이지에서는 2~3%면 충분하다. 스파킹도 100% 원하는 시기에 완벽하게 할 수 있다. 중추때 받은 수컷은 좋은 놈으로 1,000수정도 선발해 케이지에 넣고 나머지는 같은 가격으로 수컷이 필요한 농장에 팔기때문에 이 또한 농장에 이익으로 다가온다.

방역부분에 있어서 차량이 외부에서 내부로 진입할 때 2단계 차단막을 거쳐야 통과할 수 있도록 하였다. 1차는 정지해서 농장주를 부르고 2차는 확인이 되면 방역대에서 스프레이로 바퀴까지 철저히 소독을 한 후 진입을 시킨다. 외부 방문객 역시 개인소독기 및 발판소독조를 거쳐서 농장에 진입하도록 되었고, 샤워장과 장화를 갈아신고 농장에 출입해야 하는 엄격한 절차가 필요하다.

▲ 농장입구에 장화보관소가 있다.

▲ 농장마다 발판소독조와 소화기 배치

전기로 인한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농장에는 2년에 한번씩 농장의 모든 전선과 컨트롤 박스를 교체한다. 전기실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고 배전판도 2중으로 만들었고 비상발전기를 두어 만일의 정전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용인지역은 1년에 2~3차례 갑작스런 정전이 되기도 한다고 하는데 농장전체 용량보다 큰 비상발전기를 설치한 이후 한 번도 피해를 당해 본적이 없다.

희망있는 계사년을 바라며

‘종계장은 성적이 얼굴이다’라는 최윤식 사장은 성적향상을 위해 최선을 노력을 한다. 현재 농장에는 60주령된 닭들이 도태를 기다리고 있다. 이 계군들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매일 기록하는 사양성적관리를 하고있다. 산란피크가 32주령에 83%까지 올라갔고, 종란율이 평균 96%, 발생율 90%를 보여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새벽 5시 첫 모이를 주고, 풍부한 청정 지하수를 공급하고 적정한 온도와 습도를 맞춰 관리해 준다.

최윤식 사장은 아직 총각이다. 직원들과 농장에서 자취를 하면서 직접 밥을 만들어 먹고 있다. 최윤식 사장은 직원들에게 더 좋은 숙소를 제공하는 것을 약속했다. 두 번째로 퇴비화를 할 수 있는 계분창고를 설립하는 것이다. 지금은 스크레파, 콘베이어를 통해 3일에 한번씩 계분을 치워 계분업자에게 판매하지만 직접 퇴비시설을 만들어 부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이제 곧 정책자금 상환일이 돌아온다. 경기가 풀려 열심히 하는 사람들의 돈벌이가 될 수 있는, 열심히 하는 농장들이 손해를 보지 않는 그런 세상이 되기를 최윤식 사장은 희망했다. 검도와 사진촬영에 취미가 있다는 최윤식 사장은 금년에는 뜻이 맞는 색시 를 얻어 내조를 받을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한 목표이다. 계사년 새해를 맞아 부친의 뜻을 받아 종계업계에 한 축을 이루는 구일농장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