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축산과학원 양계연구동향 - 우리나라 닭의 유래와 유전자원 보존의 중요성

  • Published : 2013.12.01

Abstract

Keywords

1. 서론

닭은 인간의 오랜 가축이자 단백질 공급원으로서 인간의 식생활뿐 아니라 동서양의 신화와 예술작품 등 다양한 문화적·상징적 의미를 지닌 친근한 동물이다. 닭은 고구려, 신라, 가야 삼국의 탄생 설화에도 등장하는 등 오래 전부터 우리 민족과 함께 해 왔으며, 개벽의 상징이자 신성함, 부귀공명을 상징하였다. 세계적으로 닭을 먹지 않는 국가가 없을 정도로 닭 요리는 거의 모든 나라에 존재하며, 그 숫자만큼 다양한 맛을 뽐낸다. 프랑스의 ‘꼬꼬뱅’부터 중국의 ‘산동소계’, 영국의 ‘에그 베네딕트’까지, 닭과 계란을 이용한 전 세계의 요리들이 다채롭다.

최근 지방함량이 낮고 유용 단백질이 높은 백색육으로서 닭고기의 영양적 가치가 재조명되면서, 닭과 계란은 다이어트 건강식으로 각광받고 있다. 세계인의 요리로서 닭고기는 한 해에만 약 8천2백만 톤가량 생산되며, 세계인의 1인당 닭고기 소비량은 약 11.7kg으로 그 양은 꾸준히 증가하는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12년 약 47만 톤의 닭고기가 생산, 우리의 닭고기 자급률은 약 82%정도이다. 계란의 경우 연간 약 60만 톤(120억 개)이 생산된다.

이와 같은 급격한 닭고기 및 계란의 소비량은 경제발전이 진행 중인 국가에서 특징적으로 볼 수 있는 현상으로 닭은 다른 가축에 비하여 비교적 운반이 쉽고, 생산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축산업이 도입되는 초기단계에 다른 축종보다 산업형 축산으로 발전하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산업화 과정에서 이용되는 품종은 선진국에서 개량된 생산성이 높은 품종을 이용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와 같은 일부 개량종에 의존한 산업화과정은 생산성이 낮은 재래종의 멸종을 초래하는 결과를 보이게 되는데, 이런 현상은 지금도 지구상에서 재래종이 지속적으로 멸종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산업화로 국민소득이 향상되고 충분한 축산물의 양적 공급이 가능해지면 소비자들은 질적으로 높은 품질의 축산물을 요구하게 된다. 생산성이 낮지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풍미를 가지고 있는 재래종에 대한 관심은 점점 높아질 것이고 결국 축산시장의 변화가 예측된다.

최근 들어 식물, 미생물뿐만 아니라 가축유전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자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기존 유전자원과 더불어 새로운 유전자원을 수집·평가를 실시하여 생물유전자원의 국제적 주권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가축유전자원, 특히 토종닭은 현재의 산업적인 이용성도 중요하지만 미래의 이용 가능한 유전자원으로서 수집하고 보존함과 동시에 이들의 유전적 특성을 분석하고 평가하여 국제적으로 우리 고유 유전자원을 알리고 인정받기 위한 노력도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2. 고문헌 속의 닭

닭은 약 5천여 년 전 말레이시아, 미얀마 등 동남아지역의 야계(Jungle fowl)가 가축화된 후 지중해 및 유럽방면과 아시아 및 극동지역으로 전파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남아지역에서 가축화된 닭이 언제 어떤 경로를 통해 한반도에 유입되었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밝혀져 있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역사 문헌의 기록을 보면 삼국지위지동이전(三國志魏志東夷傳)에 아름다운 꼬리를 지닌 닭이 있었다고 명시돼 있는데 이 문헌은 서기 3세기 중엽의 것으로 우리나라 닭에 대해 기록된 가장 오래된 고문헌이다.

고고학적인 측면에서는 석기시대에 닭유골이 북한 지방에서 출토되기도 했으며, 1973년 발굴된 경주고분 천마총(天馬塚)에서 출토된 계란은 서기 400~5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고구려 무용총(舞踊塚) 벽화에 꼬리가 긴 닭이 그려져 있다. 따라서 당시에 닭을 길렀다는 기록은 없지만 적어도 계란을 귀하게 여겨왔음을 알 수 있다. 또 삼국사기에 신라시조 혁거세왕이 알에서 태어났다는 전설과 신라 4대 탈해왕 9년(서기 64년)에 김알지를 얻을 때 숲에서 닭이 울었다거나 신라를 계림(鷄林)이라 부른 것 등은 닭의 존재를 확인케 하는 것으로 고고학적인 사실을 종합해볼 때 닭은 약 2천여 년 전에 한반도에 유입되어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림 1. 우리나라 토종닭의 역사적 기록

▲ 무용총 벽화 

▲ 천마총 계란

▲ 계관만추도

3. 닭의 기원에 대한 유전학적 연구

1) 닭의 기원에 대한 선행연구

현존하는 닭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불명확한 점이 많아 계통분류학자들의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분자생물학적인 기법을 적용한 연구에서도 그 기원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닭에 있어서 분자생물학적 기법을 이용하여 기원을 계통분류학적으로 접근한 연구는 1994년 Fumihito 등에 의해 처음으로 시도되었으며, 그 후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다. Fumihito 등은 1994년과 1996년에 mitochondrial DNA D-loop(mtDNA D-loop) 영역의 분석을 통하여 닭의 기원은 태국 및 그 주변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적색야계가 유력하다고 보고하였다.

그 후 2002년에 Niu 등에 의한 중국의 6개 재래닭의 mtDNA D-loop 영역을 이용한 분석결과와, 2003년에 Hill 등에 의한 유럽 16개국 및 중국, 태국, 이집트, 이스라엘의 토종닭 등 52집단에 대해서 microsatellite(MS) 표지를 이용한 분석에서도 닭의 기원은 적색야계가 가장 유력하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2008년에 Kanginakudru 등은 MS 표지를 이용한 분석에서 인도의 적색야계가 현재의 닭의 기원이라고 주장하였다.

반면에 가금화된 닭의 야생원종이 다수 존재한다는 다원설을 주장하는 상반된 연구결과도 보고되었다. 2004년 Schlotter과 2008년 Eriksson 등은 닭의 황색피부색 연관 유전자인 BCDO2를 분석한 결과, 닭의 기원은 적색야계와 회색야계가 관여하였다고 보고하였다. 또한 2006년에는 Lui 등이 중국의 운남성을 중심으로 한 31개 재래닭 집단의 mtDNA D-loop을 조사한 결과, 다수의 야계가 닭의 가금화에 관여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이상의 연구자들은 야생근연종 및 가축화된 지역을 추정하는데 상반된 의견을 보이고 있으나 아시아에서 닭이 가축화되어 전세계로 확산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

그림 3. 닭의 기원과 관련된 적색, 회색, 실론 및 녹색 야계종

▲ 적색야계 

▲ 회색야계

▲ 실론야계

▲ 녹색야계

2) 닭의 한반도 유입

가금화된 닭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닭과 관련된 화석이 발견된 보고가 없어 그 연대를 직접적으로 추정하기는 어렵지만, 1959년도에 일본에서 발견된 닭의 화석이 기원전 200년 전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1988년에 West와 Zhou, 2007년에 Oka 등의 보고에 따르면 일본의 야요이 시대(기원전 3세기~기원후 3세기)에 한반도에서 유입된 닭이 일본닭의 기원이라는 보고가 있어 한반도의 토종닭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고, 닭의 전파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3) 분자생물학적 분석 기법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 전세계의 동물유전자원의 보존과 더불어 특성평가를 위해 MS 표지,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SNPs), copy number variations(CNVs), genomic sequencing, mtDNA 및 Y-염색체 마커 등 6개의 유전적 마커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이 6개의 마커 중에서 가축의 유전적 다양성, 계통유전학적 분석 등을 통한 가축의 기원, 가축화시기 및 유전적 이동경로 등을 해석하기 위해서 일반적으로 mtDNA와 MS 표지를 적용한 많은 연구들이 수행되고 있다.

mtDNA는 모계유전양상을 보이며, 한 세포내에 한 개의 copy만 존재하는 genomic DNA에 비해서 많은 copy가 존재한다. 또한 반수체(haploid) 특징과 유전자재조합의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특히 mtDNA 내부의 D-loop 영역은 높은 염기변이율에 의한 풍부한 유전적 정보를 가지고 있어 집단유전학적 분석 및 가축화기원 연구에서 많이 이용하고 있다.

4. 맺음말

우리나라 토종닭은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겪으면서 거의 멸종위기에 처했었지만, 국가기관, 지자체 그리고 토종닭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은 몇몇 농가분들의 열정으로 토종닭을 복원하는데 성공하였다. 이는 현재 1% 수준인 토종종자 보급률을 높여 종자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2010년에 FAO에서 전 세계에 분포하고 있는 닭의 특성평가를 위해 mtDNA, MS 표지 등을 제시하였다. 이런 특성평가 방법은 추후 국제적인 평가의 기준이 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여러 계통의 토종닭을 대상으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축척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 여러 외형적 특성을 나타내는 토종닭의 존재를 국제적으로 알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mtDNA, MS 표지, 모색 및 경제 형질 분석 등 우리나라 토종닭-특이 우수형질 및 유전적 특성 평가에 대한 결과를 국제학회에 발표 및 논문게재 등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렵게 복원된 토종닭을 조류인플루엔자 등 악성질병 및 다양한 환경변화로부터 보존하는 것이다. 수십 년동안 전국에서 수집·선발과정을 거쳐 복원해놓은 여러 계통의 토종닭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지역보다는 가능하면 여러 지역에서 중복보존이 이루어져야 하며, 차단방역에도 더 많이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