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 Published : 2012.09.01

Abstract

Keywords

친구라는 말과 같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도 드물다. 어릴 적에 소꿉친구를 생각하며 천진난만했던 시절을 미소로 되새김질하는 즐거움을 맛본다. 의기투합하여 미래를 설계하며 흥분했던 십대를 생각하면서 영화‘친구’와 같은 긴장을 느낀다. 사회생활하면서 서로 의지하고 돕는 은근한 친구들을 감사하게 생각하면서 푸근함을 느끼는 것은 우정이 흘러넘치는 강(江)이다. 그런데 친구에는 여러 가지 친구가 있다. 친구 중에는 좋은 친구와 나쁜 친구가 있다고 하며 나쁜 친구는 사귀지 말라고 부모님들이 부탁하셨지만 나쁜 친구란 있을 수가 없다. 나쁜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단 말인가? 나쁜 친구라면 그것은 이미 친구가 아니다. 방해 인물, 기피 인물일 따름이다. 친구는 좋은 친구일 뿐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단 한 명의 친구를 얻었더라도 그것은 성공한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우정은 인생의 가장 큰 자본이며 우정도 나무처럼 가꾸어야 꽃이 핀다고도 했다. 보람 있는 인생은 모두 우정의 산물이라고 강조도 한다. 참다운 친구에게서 참다운 우정이 나오고 여러 종류의 참다운 친구들을 갖는다면 그것은 더욱 성공한 참다운 인생이 될 것이다.

일본말로 친구의 종류를 信友(신우), 眞友(진우), 新友(신우), 親友 (친우), 愼友(신우)라고 분류 아닌 분류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식 발음은 다 같은 “싱우”라고 발음한다. 그러나 사실 그 한문의 뜻을 하나하나 음미해 보면 나름대로의 특징 있는 친구들로 구별할 수가 있다. 상대방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마음속으로 믿고 또 무조건 믿고 싶은 그런 믿을 ‘신信’ 자 친구(信友)가 있는가 하면 누가 뭐래도 그놈은 거짓이 없고 꾸밈이 없는 ‘참眞’ 자 친구(眞友)라고 생각되는 친구가 있고 새로 사귀어서가 아니라 만날 때마다 감칠맛 나는 새로운 인상을 주는 ‘새新’ 자 친구(新友)가 있는가 하면, 거리감이 없고 편안함을 주는 정말 가깝게 느끼는 친 할 ‘친親’ 자 친구(親友)가 있다. 그런가 하면 만날 때나 생각이 날 때나 친하면서도 존경심이 가고 동격이면서도 옷깃을 여미며 대우해 주고 싶은 삼갈‘신愼’ 자 친구(愼友)가 있다. 내가 이런 친구들을 각각 다 가지고 있는지 또는 다섯 가지의 특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친구를 가지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그러면서 나는 나 자신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나는 나의 친구들에게 어떤 종류의 친구로 분류될까? 하고 심각하게 걱정해 볼 때가 가끔 있다. 그리고 혼자 반성하고 반성한다. 혹시 나는 그들에게 “싱거운 친구”라서 “싱우”로 분류되지나 않을까 해서 말이다. 그리고 이들 친구들에게 좋은 친구가 되도록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어제오늘 걸으면서 여러 친구들을 생각한다. 누가 나의 얼굴을 보았으면 계속되는 미소를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저 노(老) 친(親)네 왜 저렇게 싱겁게 웃지?”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노싱우 (路上의 싱거운 친구)”까지 되었다(2011년 9월 1일 산티아고 도보 성지 순례길 위에서).

산티아고 순례길 소개

기독교인들에게는 세계에 3대 성지 즉 예루살렘, 로마, 산티아고가 있다. 그중에서도 도보로 하는 성지순례로는 산티아고 순례길을 제일로 알고 있다. 스페인 서북부 끝에 있는 예수의 열두 제자 중의 한 사람인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Santiago de Composela) 성지까지 800여 km 순례길을 걷는다는 것은 여간 고통스런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결행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내가 지금까지 70 평생을 살아오면서 여러 가지 중요한 일을 결정하고 선택하였지만 그 중에서 제일 가치 있는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서울 부산 왕복 거리를 매일 잠자리를 옮기며 한 달여 동안 사서 고생을 하는 도보 순례길을 가겠다고 결정한 나 자신이 대견스럽고 다시 작년에 두 번째 이 길을 체험한 것은 나의 정신세계를 한 차원 높인 큰 일로 기록하고 싶다. 더욱이 내년에 세 번째 그 길을 다시 체험한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동안에 꼭 하고 싶은 일 버킷 리스트 (bucket list)의 첫 째의 항목이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산티아고 도보 순례길을 내가 아는 여러 사람들에게 여러 번 그리고 반복해서 소개하고 추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