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위원칼럼 - 연구 개발 강화로 난세(亂世) 극복을

  • Published : 2012.03.01

Abstract

Keywords

인간관계론 및 리더쉽 연구로 유명한 데일 카네기(Dale Carnegie)교수는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다”라는 말로서 사후적 대처보다는 사전적인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요즘과 같은 난세(亂世), 즉 엄청난 변화와 무한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 양계업계는 살아 남아야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해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전 보다 더욱 철저한 준비, 즉 갖가지 문제점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 절실한 때이다.

FTA 체결에 따른 수급 불균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 우려, 축산업허가제 시행, 항생제 및 항콕시듐제 사용금지에 따른 생산성 저하, 동물복지 운동가들의 배터리 케이지 사육 및 환우 금지운동, 계란 소비 증가의 정체 등등 다양한 현안 문제와 미래 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 좌절하거나 포기하는 양계인과 축산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위기는 기회라는 말과 함께 “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역사적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난세의 영웅 또는 난세의 간웅(奸雄)으로 흔히들 중국 삼국시대 위나라 시조인 조조(曹操)를 거론한다.

조조는 중국 대륙에 군웅이 활거하고 고대에서 중세로의 가치체계의 변화가 일어나는 난세에 뜻을 펼칠 때가 옴을 크게 기뻐하며 위나라를 창업하였을 뿐만 아니라 전장을 누비면서도 틈틈이 책을 읽고 경전을 연구하여 훗날 건안문학(建安文學)이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꽃피우게 되었다. 난세에 처한 우리 양계산업 또한 어렵다고 불평하고 한탄만 하기 보다는 우리 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 하여 성장 산업으로 발돋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WTO 가입이후 축산물 중에서 양계분야가 제일 먼저 시장개방을 하였음에도 다양한 양계산업 전략 또는 정책 등이 추진되어 왔기에 다른 농업분야에 비해 양계산업은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

문제는 앞으로 극복해 나가야할 도전이 지금까지 있었던 것들보다 더욱 험난할 것이라는 점이다. 특별히 미국과의 FTA체결과 같이 양계 최강국과의 자유무역이 미치는 영향이 우리 양계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도전에 대하여 장기적이고 효과적인 준비를 잘하고 있는가? 그렇지 못하다. 개선되어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도 양계산업 전략, 정책은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 연구개발이 미흡하다. 얼마 전 계란 및 계육 가공에 관한 국내 연구 동향을 알아보기 위해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최근 몇 년 동안 수행해온 연구과제 목록들을 들여다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계란과 계육은 물론 축산식품에 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우리 농업 생산액 중 축산이 무려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국민 식생활 변화 중 동물성식품의 소비가 날로 증가하고 있는데도 국내 대표적인 식품연구원에서 조차 이 분야가 홀대를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축산식품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중에도 닭고기 관련 논문이 몇 편 있을 뿐 계란에 관한 논문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닭고기 관련 논문도 필자가 속해있는 닭고기수출연구 사업단에서 수행하는 연구과제에서 얻어진 수출용 계육 관련 식품에 관한 몇 편이 고작이었다. 이러고도 국내 계란이나 계육소비가 증가하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한국가금학회지의 논문을 보아도 최근 세계적으로 산란계의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배터리 케이지 사육금지에 대비한 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최근 미국 산란계협회(UEP)에서는 케이지 사육과 케이지 사육금지에 따르는 제반 문제에 대해 연구를 자원해 왔으며 그 결과를 학회지, 신문, 잡지 및 공청회를 통해서 동물복지단체의 극단적인 주장에 제동을 걸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려는 노력을 계속 함으로써 관련법 제정에 대비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

정부로부터 축산과학원 이외의 학계나 연구소에 연구비가 투입되고 있는 것은 건국대학교에 소재한 닭고기수출연구사업단과 전북대학교에 소재한 양계산학연협력단 정도이다. 연구개발을 토대로 한 경쟁력 증진의 예를 들자면, 2007년도의 국내 계육 및 가공제품의 연간 해외수출이 600만 불에 불과 했으나, 이후 이에 대한 산업체, 학계와 연구소 및 정부의 조사 연구의 협력이 밑바탕이 되어 4년이 지난 2011년도에는 5배인 3,000만 불 수출을 달성하였다. 수출이미치는 파급효과 또한 크다. 수당 200원에 불과하던 노계가 수출로 인하여 1,000원 가량 높은 가격에 농장 출하 될 수 있어서 연간 약 200억 정도의 부가가치가 창출되어 산란계 농장의 생산비 절감효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연구는 산업체의 장기적인 발전에 기본이 되는데 다른 분야에 비해 우리분야의 연구는 너무 미약하다. 장기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소홀함이 실패에 대한 두려움을 낳고, 이를 간파한 대기업은 양계업을 비롯한 축산농가를 사들여 농기업으로써 글로벌화 시키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위생관리기준 동등성취득을 위한 노력이 금년 내로 계육제품의 대 미국 수출의 길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의 문이 열린다고 해서 수출이 거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 개발로서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삼계탕 몇 톤 수출하는 것으로 만족해서는 되겠는가? K-POP이 이루어낸 성공사례를 본 받아 양계 산물도 우리의 매운 맛으로 새로운 열풍을 일으킬 준비를 해야 하는데 생산자 단체나 기업체가 관심조차도 없어 보인다.

최근 라면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꼬꼬면도 어느 날 갑자기 이경규라는 연예인에게 내려진 영감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유가공업체인 한국야쿠르트의 끊임없는 도전과 연구개발이 꼬꼬면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 큰 도전에 직면한 양계업계도 난세의 영웅인 조조의 전략을 거울삼아 양계산업발전에 기틀이 되는 연구개발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인적·물적투자를 높임으로 양계산업이 더욱 성장하는 토대가 이루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