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양계산업 오늘과 내일 - 국내에 아열대성 질병이 몰려온다

  • 권용국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식물위생연구부 조류질병과)
  • Published : 2012.11.01

Abstract

Keywords

최근 미국 컬럼비아 대학 등의 연구진은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의 콘그레스바트넷 호수 바닥에서 채취한 퇴적물 분석을 통해 지난 1천800년 간 여름철 기온을 측정한 결과 최근의 여름 기온이 “중세 온난기”로 불리는 950~1250년을 비롯한 어느 시기보다도 높았다고 발표했다. 최근 100년 동안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탄소 배출량의 증가 등으로 지구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2100년에는 지구 평균 기온이 현재보다 5.8℃ 정도 상승할 것으로 과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이미 남쪽 지방은 아열대성 기후에 접어들었으며 특히나 올 여름은 이상 고온 현상과 맞물려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의 잣은 출현으로 심각한 농작물 피해와 가축의 빈번한 피해가 나타났다. 이런 상황 변화에 좀 더 잘 대처하기 위해서 한반도 기온 상승에 따라 새롭게 문제될 수 있는 양계 (조류) 질병에 대해 간단하게 소개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 녹는 어름조각 위를 걷고 있는 북극곰. 지구온난화로 주변 먹이감이 줄어들어, 북극곰은 더 멀리 수영을 해야 하는 환경적 변화로 어리고 나이 많은 북극곰의 폐사율이 크게 증가됨(사진제공; Dr. Sharron Martin).

기후는 질병 발생의 중요한 결정요소이다. 보통 외부 온도의 높낮이에 따라 전염병 발병지역이 제한을 받게 되며, 질병의 경과시간과 감염률에도 영향을 받는다. 장기간 외부 기온이 상승하면 전염병 발병지역이 확산될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잘 아는 바와 같이 질병 발생 구성요소인 숙주(동물), 병원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질병이 발생되는데, 기후는 병원체, 질병 매개체(모기, 진드기 등), 숙주 저항성, 숙수 서식지의 변화를 일으켜서 질병 발생에 직간접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외부 기온이 증가하고, 폭염과 강수량 증감 등 기후변화가 나타나면 다음과 같은 3분류의 질병들이 사람과 동물에서 발병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곤충 매개성 전염병(vector-borne disease), 둘째 야생조류(철새) 유래 전염병, 셋째 온도 상승에 따른 세균성 질병의 기회감염 증가 등이다. 이들 질병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1. 곤충 매개성 질병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 제일 먼저 곤충(모기, 파리, 진드기, 벼룩, 깔따구) 매개성 질병이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근거로는 거의 모든 곤충들은 기온이 올라가면서 개체수가 증가한다는 점이며, 둘째로 온도 상승이 매개 성질병의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도표 1 참조). 일례로 혈액원 충성 질병인 조류 말라리아 병원체 플라스모디움(Plasmodium)은 16℃~30℃에서 생활사(life-cycle)가 시작되어 개체수 증가로 이어지며 가장 이상적인 온도는 28℃~30℃며, 16℃ 이하로 떨어지면 활동을 멈춘다. 호주의 연구자에 따르면, 저지대(0~400m)와 고지대(600~1200m)로 나누어 각 지대에서 서식하는 새들을 대상으로 모기 매개성 기생충 질병(혈액 원충) 감염률을 조사한 결과 저지대에 서식하는 새들이 월등하게 많은 혈액 원충에 감염되어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저지대 층에 많이 서식하는 모기나 파리 등 매개성 개체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도표 1> 온도 상승과 기생충 감염률 비교조사. 연평균 온도가 0℃(●), 1℃(○), 2℃(▼), 4℃(∇)씩 상승에 따른 지대 높이별 기생충 감염률 증가 상황 (Itzel et al., 2012; PLos one).

닭에서 대표적인 곤충 매개성 질병으로는 계두, 일본뇌염, 3대 혈액원 충성 질병(조류말라리아, 헤모 프로테우스, 류코싸이토준 병)을 들 수 있다. 계두는 ‘90년대 초반까지는 여름과 초가을에 주로 발생되었지만 최근에는 사시사철 발병하고 있으며 이는 외부 온도의 상승과 함께 사육시설의 현대화로 모기가 4계절 모두 서식할 수 있는 환경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뇌염은 야생조류에서 감염된 사실이 최근 농림수산 검역검사본부에 의해서 확인되었지만 아직까지 닭에서 발생된 예는 없다. 혈액원 충성 양계 질병 중에 아주 간헐적으로 산란계에서만 발생이 확인되었던 류코 싸이토 준병이 육계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최근 조사되었다. 산란계에서 주요 증상은 벼슬과 육수가 창백한 빈혈 증상과 녹색 변을 보이면서 산란율이 갑자기 20~30% 정도 떨어지고 기형란, 열란을 낳는다. 죽은 닭을 부검해 보면, 간장과 비장이 심하게 커져있고 아주 유약해서 쉽게 파열되며 간장 파열로 복강 속에 혈액이 고여 있다. 육계에서는 심한 빈혈 증상과 전신의 출혈 소견을 볼 수 있으며 폐사체를 부검해 보면, 가슴 근육과 대퇴부 근육에 점상 출혈과 흰색 괴사 반점이 관찰되며(그림 1 참조) 실질 장기인 간장과 심장에서도 좁쌀만한 크기의 괴사 병변을 볼 수 있다. 류코싸이토준 병이 발생하면 4~5일간 설파제 투약 등의 처치가 필요하다. 예상하건데, 류코 싸이토 준병의 발생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혈액 원충 성질 병인 조류 말라리아와 헤모프로테우스의 국내 발생은 아직까지 없으나 아열대 기후에 접어들면서 발생 위험성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생각된다. 조류 말라리아는 모기(Culex, Aedes)에 의해 전파되며 1~2개월령 어린 닭이 감염되는 폐사까지 발생될 수 있으나 성계의 경우 심한 빈혈과 녹변을 보이면서 일시적인 쇠약 증상을 보이다가 후에 회복된다.

<그림 1> 류코싸이토준에 감염된 육계. 가슴 및 대퇴부 골격근에 점상 또는 반상출혈이 특징적으로 관찰됨.

<그림 2> 골격근 근육 속에 침습되어 있는 원충(Megaloschizonts)의 조직학적 소견

2. 야생조류(철새)에 의해 전파되는 전염병

지구의 기후변화의 구체적인 증거로 극지방 해수온도 상승, 일부 지역의 강수량 증가(남아메리카-북아메리카 동부지역, 북유럽, 중앙아시아), 극심한 가뭄(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중동,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 등을 들 수 있다. 강수량의 변화는 습지대(wetlands)의 분포지역이 변하고 습지 상태 (환경) 등에 영향을 주어 이동철새 특히 오리, 거위, 백조 등의 물새의 서식 및 이동 등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한 예로, 캐나다에서 강수량이 많아지고 외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물새류의 증가로 이어졌다는 보고도 있다.

기후변화는 결국 많은 철새의 이동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장거리를 이동하는 철새는 좀 더 일찍 봄에 서식지를 떠나거나 아니면 일부 철새들은 아예 이동을 하지 않는 경우도 생겨난다. 기후변화와 수반된 야생조류의 이동경로의 변화, 분포도의 변화가 가금·사람에게 전파될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질병은 조류인플루엔자(AI)이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야생조류는 조류인플루엔자의 자연 숙주다. 모든 야생조류들이 똑같이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되지는 않으며 새의 품종과 생태계, 지리적 특징에 따라 감수성에 차이가 있다. 일반적으로 기러기목에 속하는 물새류(오리, 거위 백조), 물때새목(강변·바닷가에 사는 새, 왜가리 등 섭금류) 등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되고 다양한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전파시킨다. 기러기목 중에서도 오리과에 속하는 물새들에서 가장 빈번하게 AI 바이러스가 분리된다고 알려져 있다. 오리과에 속하는 철새들은 기후 상태에 따라서 이동경로와 월동시기를 조절한다. 찬 기온일 때는 추위를 피해 좀 더 이른 가을철에 이동을 시작한다.

<그림 3> 오리과 물새류(철새)의 여름철(Breeding)과 겨울철 서식지분포도. 여름철에는 서식지가 북쪽지방에 집중된 방면, 겨울철에는 남아프리카까지 내려오는 등 서식지가 매우 넓게 확대된다.

온도가 높은 지역과 아열대 지방은 비율적으로 이동하지 않는 오리과 물새들의 개체수가 다른 곳보다 많다. 철새의 이동경로, 분포도, 개체 수의 변화는 결국 철새의 품종별 조류인플루엔자 오염도에 변화를 초래한다. 또한 예측할 수 없게 기후가 변화되면 비정상적인 야생조류의 이동이 나타나는데, 그 예로 2006년 1월 백조 (Mute swan)는 혹한기 날씨를 피해 카스피 해연 안까지 내려와 서유럽 쪽으로 고병원성 AI(H5N1)을 확산시켰던 주범이었다. 그림 5는 여름철과 겨울철, 오리과 철새의 대륙별 분포를 비교한 그림이다. 겨울철엔 추위를 피해 남아프리카까지 더욱 광범위한 서식지를 보이는 반면 산란기를 거치는 여름철에는 북해, 카스피해, 흑해, 지중해에 집중적으로 서식한다. 기후 이외에도 먹이, 날씨, 사냥 여부, 농업지역, 습지, 물 등에 따라서도 철새 분포도는 많이 변한다. 겨울철 온도가 내려가면서 남쪽 지역에는 야생조류의 숫자는 더욱 많아지고 먹이섭취를 위해 경쟁은 더욱 높아진다. 따라서 조류인플루엔자는 더욱더 숙주 특이성이 증가하고 종간 전파력이 증가할 수 있다. 야생조류가 좀 더 좋은 환경을 찾아 가축(가금)이나 사람이 사는 곳 쪽으로 가까이 접근하고 접촉할 기회가 증가되면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이나 가금류가 전파 감염될 수 있다.

AI 바이러스 이외에 야생조류는 다양한 병원체를 사람이나 가축에 전파시킬 수 있다. 야생조류가 간접적으로 사람이나 가축에 전파시킬 수 있는 병원체는 세균성과 바이러스성의 다양한 종류가 있다.

3. 고온다습 기후에 새롭게 기회 감염되는 닭 질병

고온다습한 날씨가 계속되면 계사 주변에 상재하는 세균의 생존능력도 급속히 증가된다. 이들 세균 중에 닭에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균들이 그 숫자가 늘어나면서 닭에 기회감염될 위험성도 그만큼 커지는데 대표적인 질병들로는 보툴리즘 중독증과 전염성 코라이자(Infectious Coryza)이다. 보툴리즘 중독증이란 아포를 형성하는 혐기성 원인균인 Clostridium botulinum에 의해 생산되는 신경독소물질(보툴리눔)을 섭취하여 일어나는 질병으로 7가지 항원형(A-G) 독소가 있다. 닭에서는 A와 C형이 주로 발생하며, 최근 유럽과 일본에서 C&D 혼합형이 보고 되었다. 국내에서 토종닭을 중심으로 보툴리즘 중독증이 간헐적으로 진단되고 있는데 이들 농장의 특징은 사육시설이 열악하고 계사 바닥이 매우 질은 상태로 오랜 기간 사육되면서 5 주령 이후에서 발병되는 특징을 보였다. 중독된 닭에서는 심한 설사 증상과 함께 독특한 신경증상으로 목이 흐물흐물해지는 이완성 마비 증상(Limber Neck), 보행 불량, 다리 마비, 안구 반응 불량 등을 보인다. 보툴리즘 중독증이 의심되면 확진검사와 독소 유형 확인을 위해 닭 혈청 시료를 10점 이상 채취하여 농림수산 검역검사본부(조류질병과)로 검사 의뢰하고, 농장에서는 오염된 사체, 깔짚과 계사 주변의 흙을 폐기하고 소독제 (치아포아염소산 등) 처치가 필요하다. 또한 음수로 광범위 항생제 투여(Oxytetracycline)가 필요하며 오염 가능성이 있는 오염원을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 보툴리즘 중독증에 노출된 닭들의 주요 임상증상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많은 피해를 주고 있는 전염성 코라이자가 우리나라에서 최근에 문제 되기 시작했다. 코라이자는 닭 호흡기성 질병으로 콧물, 안면 종대, 안와 하동 종대, 기침 등의 특징적인 임상증상과 함께 일부 계군에서는 심한 설사와 산란율 감소를 일으키는 세균성 질병으로 병원체는 Avibacterium paragallinarum이다. 본 질병은 접촉 감염이나 비말감염을 통해 질병 전파가 이루어지며 보통 잠복기는 2~3일 정도로 다른 세균성 질병보다는 전파력이 비교적 빠른 편이다. 산란율 저하(20~70%), 폐사율 증가 (5~20%)가 임상증상으로 뚜렷하게 관찰되며 코라이자 예방법으로는 다음과 같다. 다일령 계군의 사육을 가급적 피하고 농장에서는 동시 입식 동시 출하 제도의 정착이 매우 중요하다. 그 이유는 전염성 코라이자에 한 번 감염된 닭은 보균계로 남아 신규로 편입된 계군에 질병을 전파시킬 수 있다. 닭 출하 후에는 계분과 깔짚을 완전히 제거하고 세척을 해야 하면 계사를 최소 10일 정도 비워두며 3주 이상을 비워두면 더욱 효과적이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분리된 코라이자 병원균에 대한 약제 감수성 검사 결과 시판되는 항생제에 모두 감수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진단을 받은 후에 수의사와 상담해서 투약시기나 방법 등을 결정하면 된다.

표1. 야생조류(철새)에서 사람으로 간접 전파될 수 있는 병원체​​​​​​​

4. 기후변화에 따른 열 스트레스(Heat stress) 관리요령

육계는 고(高) 증체율과 근육 비대 쪽으로 품종개량이 이루어져 산란계보다 더욱 열 스트레스에 민감하며 수컷 육계가 암컷보다 더욱 열에 취약하다. 칠면조도 고 증체율 쪽으로 육종개량이 이루어졌지만 체 표면에 깃털이 없는 부위가 상대적으로 닭보다 많아서 체외로 열전달을 쉽게 할 수 있다. 육계는 주위 온도가 올라가면 사료섭취량이 감소하는데 4~6 주령 때 외부 온도가 22℃에서 32℃로 상승하면 24% 정도 사료 섭취가 감소하는데 그 이유는 체내에서 생성되는 열 생산을 억제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 결과로 성장 속도가 감소하고 사료효율이 저하된다. 산란계에서도 열 스트레스 때문에 난중과 난각이 좋지 않고 산란율 저하나 사료효율 감소가 나타난다. 주위 온도가 20℃~30℃일 때는 1℃ 상승할 때마다 사료섭취량이 약 1.5%씩 감소하고 32℃ 이상부터는 5%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계사 온도가 30℃에서는 산란 피크가 낮아지고 산란 생산 능력도 급감한다.

열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기 위해서 사육시설의 보강과 환기관리, 사육밀도의 감소 등이 먼저 선행되어야 하며 그 이외에 몇 가지 덧붙이면, 육계에서 외부 온도가 35℃ 이상되어 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사료 속에 지방 함량을 5~10% 수준으로 높게 먹이는 것이 좋다는 외국 보고가 있다. 혈액 내 산-알칼리 균형을 유지하기 위하여 육계인 경우 미네랄 치료로 염화암모늄(Ammonium chloride), 염화칼륨(Potassium chloride), 중탄산나트륨(Sodium bicarbonate)를 물에 타 먹이고, 계사 내 온도가 가장 높을 때는 일시적인 사료공급을 제한하여 닭 체내 열 생산량을 감소시키는 것이 좋다. 산란계의 경우 중탄산나트륨 공급으로 난질의 개선 효과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깨끗하고 찬 물을 충분하게 섭취할 수 있도록 수질관리가 꼭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