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지난 2008년 말 세계 금융시장 위기에 따른 실물경기 둔화 전망을 사유로 지난 3년간 국제 사료곡물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해 왔다. 러시아의 밀수출 중단으로 2010년 가격 강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그 영향이 3개월여 만에 진정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특히 2012년도 들어서는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국가인 미국의 옥수수 파종 면적이 사상 최대로 늘어나면서 세계 곡물시장에서는 예전과 같은 저곡가(低穀價) 시대의 도래를 기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2012년 7월 미국 48개州(주)평균 가뭄지수(Palmer Drought Index)가 지난 1956년 12월 이래 최대치인 57.2%로 나타나는 기록적인 한 발이 미국 중서부 옥수수 주산지역(콘-벨트)에 몰아치면서 저곡가 시대가 도래될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록적인 가뭄의 영향으로 그에 상응하는 기록적인 가격 급등이란 부정적인 상황에 직면에 있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지난 9월 들어 곡물의 수확기를 맞아 어느 정도 조정 장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이미 가뭄피해로 인해 2013년 곡물연도 중 옥수수를 비롯한 세계 사료곡물의 경우 큰 폭의 생산량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2012.10월 기준 사료곡물 국제시세는 가격 하단을 지지하면서 재상승을 준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2. 국제 사료원료 수급및 가격동향
1) 수급동향
미국 농무성이 발표한 2012년도 10월 곡물 보고서(Crop Report)에 의하면 세계 총 사료곡물 생산량은 지난해에 비해 3.3% 감소한 11억 1천만 톤으로 전망되었으며 재고율 역시 지난해 12.8%에서 1.0% 포인트 하락한 11.8%로 전망하고 있다. 세계 사료곡물 가격 변동의 기준이 되고 있는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은 2억 7,200만 톤으로 전년도 대비 13.4% 감소하였으며 재고율도 지난해 같은 시기의 전망치보다 2.3% 포인트 하락한 5.6%로 예상되고 있으며, 세계 소맥 생산량은 6억 5,600만 톤의 생산이 예상되어 지난해 보다 6.0% 하락하고 재고 비율 역시 지난해 23.3% 보다 1.9% 포인트 하락한 21.4%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에 옥수수 및 소맥과는 달리 대두(콩)의 생산량은 2억 6,400만 톤으로 전년도 대비 10.9%나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 이는 2012년 곡물연도 중 북미 지역에서의 큰 폭의 대두 생산량 감소가 확실시됨에 따라 생산 및 파종시기가 정반대에 있는 남미지역에서의 2013년 곡물연도 중 생산량 증가를 기대한 신규 파종이 대폭적으로 증가한데 원인이 있다. 2013년도 세계 대두 생산량이 전년 대비 10.9%라는 큰 폭의 증가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재고율은 국내 소비량 및 수출량 증가로 이유로 전년대비 0.3% 포인트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대두 생산량 증가에 따른 사료곡물 가격안정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표 1. 2012/2013년 세계 사료곡물 수급전망
2) 가격동향 및 전망
주지하는 바와 같이 지금의 국제 사료곡물 시장은 제2의 급등기를 맞이하고 있다. 그 동안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던 국제 사료 곡물 가격은 2007/2008년 중 세계 최대 사료곡물 생산 및 수출국인 미국의 부시 정부가 에너지 정책을 과거 화석연료(석유) 위주에서 바이오에너지 위주로 전환하면서 바이오 에탄올 및 디젤 생산을 위한 옥수수, 콩 등이 추가로 필요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세계적인 곡물가 파동이 발생하게 되었다.
2009년도 1/4분기를 지나면서 사료곡물 가격은 점진적인 진정세를 보여 왔으며 특히 금년도 6월 당시에는 미국 옥수수 및 대두의 파종면적 증가와 이상적인 기후조건으로 생산량 증가가 예견되었고, 여기에 대형 투자은행인 JP모건의 20억 달러에 달하는 파생상품 손실을 기화로 사료곡물 가격의 주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던 비상업적 펀드 매수세가 실종되면서 본격적인 가격 하락 장세가 연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6월 말, 7월에 접어들면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곡창지대의 기후는 우려의 수준을 넘어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표 2. 주요 곡물생산국의 기후 상황
먼저 미국 옥수수는 가뭄에 민감한 수분 (Pollination) 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국가기후자료센터(NCDC)는 미국 지역의 57.2%가 가뭄(고온건조)에 시달리고 있고 이는 1956년 56% 이후 최악의 상황이라고 발표하였다. 또한 국제곡물협회 (IGC)는 러 시 아 의 2012/2013년 밀 생산 전망치를 4,500만 톤으로 하향 전망(2010/11년 4,150만 톤, 2011/12년 5,623만 톤, USDA 2012/13년 전망 4,900만 톤)하였다. 이러한 세계 곡물 수급상황과 더불어 그동안 상품(Commodity) 가격 하락을 주도하였던 유로존 경제위기가 해법을 모색함에 따라 투기적 헷지펀드의 곡물로의 자금 유입이 빠르게 이루어지면서 국제 곡물 가격은 급등세를 이어나갔다. 호주, 인도 등 곡물 수출을 담당하고 있는 여러 국가들 또한 이상 기후에 의한 작황 부진이 전망되면서 세계적인 곡물가 폭등의 장기화 우려를 더욱 증폭시켜 왔다.
다행이 지난 8월 중순부터 미국 중서부에 비가 내리면서 해갈에 다소 도움이 되었고, 9월에 들어서는 고점 인식에 따른 비상업적 투기성 자금들의 이익실현과 미국 곡물 수확의 빠른 진행 률에 따른 조기출하로 단기 재고 증가 전망, 그리고 지난 6월 가장 비관적이었던 수급상황이 미미하나마 점진적인 호조세로 전망됨에 따라 조정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농무성이 발표하는 낙관적인 수급 보고서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반응과 러시아의 곡물재고 소진에 따른 곡물 수출 중단 가능성, 엘니뇨에 따른 호주의 가뭄 지속은 곡가의 재상승 우려를 낳고 있는 실정이다.
3. 국내 사료가격 전망
국내 배합사료산업의 경우 원료의 수입 의존도가 95%에 이르고 배합사료 제조 경비 중 원재료비 비중이 85%에 이르고 있어 위에서와 같은 국제 원료 가격의 상승은 곧바로 국내 사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적인 경우 국제 원료 가격의 변동은 통상 3~4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사료 가격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이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료원료 원매가 주로 현물구매 (Flat)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구매 결정에서부터 국내 반입까지의 해상운송 기간, 항구에서의 하역 및 보관까지의 기간을 고려할 때 통상 3~4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표3. 주요 사료원료 가격동향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국내 사료업계에서는 오랜 기간 축척된 산업적 노-하우, 아니면 지난 2007~2008년 곡가 폭등을 거친 학습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금년 들어 곡가가 폭등하기 시작한 6월 이전에 통상적인 3~4개월 간격이 아닌 이 보다 긴 6~7개월 전의 선도 구매를 단행함으로서 제분 등 국내 타 산업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한 생산원가 상승 압박을 받아 왔다. 그러나 금년도 3분기 이후, 보다 나아가 2013년 초부터는 7월 이후의 세계적인 고곡가의 영양이 그대로 사료 가격에 반영되어 상당폭의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최근 농촌경제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에 의한 영향으로 내년 상반기 중 10.2%의 사료 가격 상승을 전망한 바 있으며, 위 표 3 에서와 같은 원료 가격 추이가 지속되는 경우 연중 2자리 수 이상의 가격 인상도 우려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국제 사료원료 가격이 상승하게 되면 사료회사의 원료 구입액이 증가해 사료회사 경영비용 절대액이 늘어나게 될 뿐 아니라 동 자금조달을 위한 금융비용 역시 증가하게 된다. 즉, 사료회사의 자금 유동성이 크게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료업계의 경우 경영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료의 여신기간의 축소 등이 예상되며, 이는 어떠한 형태가 되었든 축산농가의 경영상황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축산물 가격 하락, 사육규모의 확대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국면에 처해 있는 축산업의 회생을 위해서 사료업계는 사료업계 대로 피나는 자구노력을 통해 국제 원료 가격 폭등의 영향을 최소화시켜야 할 것이며, 축산업계 또한 사료비 상승에 대비한 적정한 사육규모의 유지와 생산비용 절감을 위한 철저한 사양관리 등의 노력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