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질병가이드 - 전염병 생성의 6단계 해설(최종회)

  • Published : 2011.03.01

Abstract

Keywords

전염병이 성립되는 6단계 중 단 한 단계의 연결고리라도 끊어진다면 전염병은 성립되지 않는다. 다른 숙주 혹은 다른 농장과 계군, 그리고 개체로부터 문제를 일으킨 병원체가 내 농장의 계군과 개체에 유입되게 되면 그 병원체는 생존을 위해 감수성 있는 숙주로 침투를 시도하게 될 것이다. 전염병의 전파를 막기 위해 차단방역이 완벽히 이루어진다면 농장과 계군에 특정 병원체에 의한 전염병의 성립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어떤 경로를 통하여 병원체가 계군에 유입되면 전염병 생성의 6단계 중 5단계인 ‘침투’라는 과정을 통해 계군에 전염병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병원체를 설명하는 첫 번째 단계에서 닭이 가지고 있는 1차적인 방어기구인 기관의 섬모와 피부의 손상, 그리고 희박한 위산 농도와 분비 저하, 상재균의 감소, 소모성 질환, 영양결핍 등에 의해 방어기전이 실패하면 감염이 성립됨을 설명한 바 있다. 병원체가 침투하여 전염병이 생성되려면 감수성 있는 숙주로의 침투를 전제로 한다. 같은 병원체에 대하여 반응하는, 다시 말하면 전염병이 성립되는 숙주가 제한되어 있는데 이를 숙주 특이성(host specificity, 宿主特異性)이라 한다. 감수성 있는 숙주는 특정 병원체가 침투되었을 때 질병이 발생하는 숙주를 의미하므로, 이 번호의 ‘병원체의 침투’는 사실상 이번 단계의 설명이 전염병 생성의 6단계의 마지막 설명이 되는 셈이다.

*병원체가 전염병을 생성하는 잠재력 요인

1) 충분한 미생물의 수

2) 독성 또는 질병을 일으킬 능력

3) 숙주 내로 들어가 생존할 능력

4) 숙주의 감수성

5. 병원체 침투의 예(바이러스)

병원체는 본 연재에서 소개된 바와 같이 여러 종류가 있지만 바이러스를 예로 들어 병원체의 감염 장소, 감염 장소에서의 일차 증식 및 이동, 침투를 설명하기로 한다.

1) 바이러스 감염 장소

바이러스의 감염은 피부, 호흡기, 소화기 등에서 주로 이루어지고 이밖에 비뇨생식기 등이 포함되는데 여기에서는 피부, 호흡기, 소화기 등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1) 피부(skin)

피부의 가장 바깥 부분은 각질(keratin)로 둘러싸인 죽은 세포들이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직접적으로 그 세포에 감염되어 증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상처부위, 주사기를 통한 감염, 모기와 같은 곤충에 의해 피부를 통한 병원체의 침투가 성립될 수 있다.

(2) 호흡기도(respiratory tract)

호흡기도는 섬모, 점액질(mucus), 항체(IgA), 대식세포들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쉽게 감염되지 않지만 매우 건조한 환경이나 환기불량에 의한 암모니아가스 농도의 증가, 그리고 마이코플라즈마와 같은 세균에 의한 섬모의 손상 및 점액 분비 저하 등이 원인이 되어 바이러스의 감염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될 수 있다.

(3) 소화기(gastrointestinal tract)

소화기는 위의 염산이 일차적인 방어 작용을 하므로 바이러스가 염산에 견디거나 또는 소화 작용을 받지 않거나 충분히 위를 통과할 수 있는 많은 량의 바이러스가 유입되면 감염이 이루어질 수 있다.

2) 감염 장소에서의 일차 증식, 바이러스의 이동과 목표조직 (target tissue)으로의 침투

1) 숙주가 일단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근처에 있는 숙주세포에 들어가 증식 한 후, 방출되어 다른 조직으로 이동하는데 이 때 숙주의 혈관이나 림프를 이용하여 이동(바이러스혈증; viremia)하거나 신경을 따라 이동할 수도 있다(axonal transport).

2) 최종적으로 증식하여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조직으로 침투하는데 이를 바이러스의 조직친화성(tissue trophism)이라 한다.

3) 이차 증식과 조직의 손상

1) 바이러스는 목표 조직에 침투한 후 그곳에서 다시 증식하여 감염된 세포나 조직에 손상을 주거나 염증반응을 유도하여 질병을 유도한다.

: 세포병리효과(cytopathic effect, CPE)와 염증반응.

2)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숙주세포의 변화 즉 세포병리효과

① 감염된 숙주세포의 유전자 발현(gene expression)의 이상

② 감염된 숙주세포의 파괴(lysis of infected cells).

③ 감염된 숙주세포 안에 바이러스 입자나 바이러스의 유전자(genome)와 단백질이 축적되어 덩어리로 남게 하여(봉입체, inclusion body) 숙주세포의 기능적 장애를 유도.

④ 감염된 숙주세포 여러 개가 하나로 합쳐진 합포체 (syncytium)의 형성

6. 병원체에 대한 면역반응

감염 초기 단계에서부터 닭은 병원체를 그냥 놔두지 않는데 이렇게 병원성 미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다시 말하면 감염을 방지하거나 이미 성립된 감염을 종식시키기 위한 활동을 면역 활동이라 한다. 면역은 질병, 특히 전염성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의미한다. 농장에서는 면역을 다소 전문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일 수 있겠으나 질병 발생 예방을 위해 알아두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1) 생체 방어기전

(1) 비특이적 방어기전(=선천성 면역)

피부, 점막, 피지선 분비물, 타액, 콧물, 눈물뿐 아니라 보체계, 백혈구, 대식세포가 관여한다. 또 단백질과 비타민 A 등의 충분한 섭취는 점막의 점액분비 기능을 유지하게 해 주며, 비타민 C는 콜라겐 합성을 통하여 세균의 세포 내 침입을 저지한다. 선천성 면역은 미생물만을 인식하여 공격하며, 비전염성 물질들에는 반응하지 않는다.

① 피부 및 점막

피부 및 점막은 외부로부터 들어온 이물질의 약 90%를 제거하며, 세균의 침입을 기계적으로 방어한다. 타액 콧물 등의 점액은 세균이 점막에 흡착되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눈물과 타액 중에 들어있는 라이소자임(lysozyme)은 세균의 세포막을 분해하여 세균을 용해하여 제거한다.

② 보체계(complement)

혈액 내에 존재하는 보체계는 생체에 이물질이 침입하면 즉시 급성염증반응(항원 항체반응)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③ 식세포(phagocyte)

식세포는 골수에서 만들어지며 식작용을 통해 세포표면에 흡착된 세균을 세포내로 끌어들여 분해한다.

2) 특이적 방어기전(=후천성 면역)

특이적 방어기전은 특정 항원에 대하여 특정 항체를 생산하여 반응시킴으로써 항원을 배제하는 세포 수준에서의 방어기전을 말한다.

① 세포성 매개면역(cell-mediated immunity)

세포 안의 미생물에 대한 방어를 담당하는 것으로 미생물이 만드는 항원을 인지하는 T림프구라고 불리는 세포가 면역을 담당한다.

② 체액성 매개면역(humoral immunity)

세포 밖의 미생물에 대한 방어를 담당한다. 항체라고 불리는 단백질에 의해 매개되며, 항체는 B림프구로 불리는 세포가 생산한다. 항체는 순환계통과 점막액 내로 분비되며, 혈액이나 점막 기관 및 기도의 관내 강 안에 존재하는 미생물 및 미생물 독소를 중화하고 제거한다. 항체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는 점막 표면 조직에 접근하거나 서식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항체는 애초부터 감염이 확립되지 못하도록 방지한다. 또한 항체는 난황을 통하여 모계로부터 후대 병아리로 갈 수 있는 성질이 있는데 이를 모체 이행 항체라 한다.

7. 질병관리 포인트

차단방역의 범주를 크게 3부분으로 나누면 울타리 차단방역, 계사 차단방역, 개체 차단방역으로 나눌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전염병 생성의 6단계 중 '침투'의 단계 이해를 통해 개체 차단방역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면역의 종류에서 선천성 면역과 후천성 면역의 원리를 잘 이해하면 비로소 개체 차단방역의 방법을 정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1) 선천성면역과 관련한 계군관리

선천성 면역은 감염에 대한 초기 보호를 담당하는 면역작용인데, 이는 앞서 설명된 바와 같이 닭이 보유하고 있는 병원체에 대한 1차적인 방어벽으로 정상적인 생체 기능이 유지되면 얼마든지 그 방어능력을 최대로 유지할 수 있다. 올바른 사양관리는 닭의 선천성 면역 능력을 최대로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 육성과정에서의 습도 관리는 기관 점막의 방어 기능을 유지해 주기 위한 가장 적극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건조한 환경에 노출된 병아리의 기관 상피세포는 점액의 분비가 원활치 않아 침입하는 병원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없다. 또 환기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암모니아 가스의 농도가 올라가 섬모의 기능이 원활치 않게 된다.

비타민 공급이 부족해도 병원체의 침입이 용이해질 수 있다. 비타민 A는 점액분비 기능을 유지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후천성면역과 관련한 계군관리

(1) 모체이행항체

면역 관리는 종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항체가 난황을 통해서 종계로부터 후대 병아리로 이행되는데, 육성 초기의 감염을 효과적으로 차단해 주는 것이 모체이행 항체의 중요한 역할이기 때문이다. 

병아리가 얼마나 균일하고 양호한 수준의 모체이행 항체를 가지고 태어났느냐가 육성 초기 관리의 성패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그러나 모체이행 항체는 육성 농장에서 조절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종계를 사육하는 농장에서 이를 중요하게 인식하여 관리해야 할 것이다.

(2) 백신 접종

모체이행 항체는 3 주령을 전후하여 모두 소실된다. 이에 대비하여 농장에서 백신 접종 일령을 정하여 각종 백신을 접종하게 되는데, 계군을 성공적으로 육성하여 원하는 생산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백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염을 막기 위한 1차 방어 기전에도 불구하고 체내에 침입한 병원체를 제거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항체인데 백신 접종은 이 항체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것이다. 

따라서 농장에서 실시하는 백신 프로그램은 다른 농장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맹목적으로 흉내 내는 수준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사육 중인 계군의 일령별 항체 역가의 변화를 파악하고 그에 따른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특히 입추되는 계군의 모체이행 항체를 검사하고 그에 따라 백신 프로그램을 설정하는 것은 계군에 우수한 면역상태를 부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전염병 생성 6단계 해설’연재를 마무리하면서

‘질병을 올바르게 이해하면 질병 발생에 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는 취지에서 ‘전염병 생성 6단계 해설’을 5회에 걸쳐 연재하였다. 전염병 생성의 6단계 중 마지막 단계인 ‘감수성 숙주’ 단계는 다른 숙주에서 감염된 개체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단계이다. 이는 이 번호까지 설명한 전 과정이 다른 감수성 숙주에서 동일하게 일어나는 과정이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전염병이 성립되는 단계별 원리를 잘 이해하고 농장에서 전염병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질병 예방에 있어서 한층 발전된 방향을 설정할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