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진단 : 채란업 희생의 길 있는가? -채란업 위기! 정부주도 단기 수급조절 프로그램 마련돼야

  • Published : 2010.09.01

Abstract

Keywords

채란업계가 가격 하락에 몸살을 앓고 있다.

축산업 중 장치산업으로 불리는 채란업은 2006년부터 계사의 시설현대화에 농가들이 대거 나서면서 과잉 투자로 인한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AI 발병이라는 악재로 사육수수가 일시적으로 조정되기는 했지만 불투명한 시장 상황 속에서도 설비 투자는 계속돼 현재 6,300만수라는 시장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사육수수가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2007년부터 생산비 이하로 가격이 형성되는 어려움 속에서도 수급조절이 이뤄지기 보다 오히려 설비투자가 더활발히 진행됐다는데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이 분기마다 발표하는 축산관측과 연초 농업전망, 통계청이 조사 발표하는 가축통계 등을 통해 어려움이 계속되거나 가중될 것이라는 메시지가 계속 이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농가들의 입식열기가 식지 않는다는데 있다.

정부 전망 반대로 하면 돈을 번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농업계에서는 정부 발표 반대로 하면 돈을 번다는 속설이 있었다.

정부가 각종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공급과잉으로 가격하락이 예상된다는 품목은 농가들이 파종이나 입식을 자제해 가격이 폭등하고 반대로 생산량이 적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발표한 품목은 농가들이 쏠리면서 가격이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당시 우리 농민들이 너무 순진한 건지, 정부의 신뢰도가 높았던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망치 등을 고려해 농가들이 알아서 수급조절에 나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현재는 정부의 이러한 관측 자료가 너무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기 예측 능력이 좋아졌다고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발표되는 경기지표와 상관없이 농가들이 입식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우의 경우 사료가격 폭등, 광우병에 따른 쇠고기 안전성문제 부각, 사육두수 증가 등 트리플 악제에도 불구하고 사육두수가 계속 증가했다.

채란업계도 AI, 사료값 폭등, 사육두수 증가 따른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사육수수가 계속 늘어났다.

농가들이 규모화에 힘입어 전업화 단계에 진입했고 채란업의 경우 기업화로 이행되면서 불황 극복을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이겨내고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 논리 채란업을 망가뜨려

채란업계의 경우 전체 30%의 농가가 계란생산의 70%를 책임질 정도로 규모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지금도 투자가 이어지며 어려움을 규모화로 이겨내려 하고 있다.

문제는 채란업계의 규모화가 과연 채란인들의 생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냐에 있다.

한우나 양돈, 닭고기 등 다른 품목의 경우 공급이 많아져 가격이 낮아질 경우 수입축산물의 점유율을 갈아치우며 소비가 이뤄지지만 계란의 경우는 100% 자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출될 시장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유통기한이 짧고 신선란으로 유통이 되어야 하는 계란의 특성상 공급을 초과하는 현재의 규모화는 채란인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문제는 생산부분의 수급조절 필요성이 수년간 제기됐지만 방법론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이 위기 상황을 가중 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사육수수가 5,000만수 후반에 왔을 때 이미 시장 수요를 넘어섰기 때문에 수급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제기 됐지만 공론화가 못 됐고 시간이 지나자 사육수수는 6,000만수 중반 대까지 확대되며 수급조절을 위한 방법 마련을 더 어렵게 하면서 사육수수 조절에 드는 비용까지 더 키운 꼴이 되고 말았다.

2008년부터 농가들은 쿼터제 도입과 같은 생산조절 수단을 정부에 요청하기는 했지만 방법론을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말로만 이를 요구하다가 거부당했고 최근에는 정부 개입 없는 수급조절은 불가능하다며 이를 덮어 둔 상황이다.

사육쿼터제와 같은 강력한 수급조절방안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면 언론을 통해 어려움을 부각시키고 한편으로는 정부도 공감할 수 있는 수급조절방안 쿼터제 실시방안 등을 구체화시켜 이를 수용하도록 해야 했지만 어려움을 알리는 일에도, 대책을 마련하는 일에도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어려움을 키웠다.

전통적 수급조절 기능의 상실

앞에서 잠시 시장에서의 수급조절 기능이 사라졌다는 언급을 했다 각종 통계자료와 전망치가 시장에 그대로 반영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으로 이러한 상황을 전통적 수급조절 기능의 상실, 시장에서의 수급조절 기능의 상실로 부르고 싶다.

시장에서의 수급조절 기능이란 공급초과나 부족 시 가격이 내려가거나 올라가면 그에 맞게 생산량을 줄이거나 늘리고, 소비부분의 수요 감소나 상승으로 가격 변동요인이 있을 때는 수요 창출을 위한 홍보 등 마케팅활동이 들어가고 일부는 생산량 조절 등으로 이를 대응해 나가야 하는 것이 전통적인 시장에서의 수급조절 기능이다.

하지만 지금은 공급이 됐든 수요가 됐든 간에 문제가 발생해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수급조절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대 이후 계란가격이 이상이 있을 때마다, 노계도태, 사육수수 감축 등의 결의나 캠페인을 생산자들이 펼쳤지만 늘 선언으로 캠페인으로만 그쳤지 이를 구체적 성과로 나타나지 못했다.

적정 사육수수만 유지된다면 채란농가들은 모두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몇몇이 줄인다고 될 일도 아니고 선도적 농가들이 줄인다 하더라도 수급조절에 참여하지 않은 농가들이 수급조절 이후 가격 상승에 따른 혜택을 더 크게 누리면서 결국 사육감축사업은 균열을 이룰 수밖에 없다.

새로운 수급조절 방안 찾아라

전통적 수급조절 능력을 상실한 채란업계가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급조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농축산분야 대표조직 육성에 나선 것도 생산부분의 조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측면이 있다. 농가들 조직화에 성공할 경우 대표조직이 마케팅보드가 돼 판촉활동을 통한 수요창출 그리고 적극적인 기능으로는 생산조절 등의 명령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현재의 채란산업은 유통구조의 낙후로 인해 이를 원활히 수행할 수가 없다는데 있다.

도축 등 가공과정을 필수로 하는 다른 축산물과 달리 계란은 과일이나 채소와 같이 생산 즉시 상품이 되기 때문에 계란의 유통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계란은 생산조절도 쉽지 않은 것인데, 낙후된 유통구조를 개선함으로써 수급조절을 원활히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현재 대한양계협회서 추진하고 있는 산지 광역계란유통센터는 계란수급조절의 핵심 인프라로 삼아야 한다. 현재 산지유통과 소비지 유통이 뒤죽박죽으로 엉켜 있는 계란유통시장을 광역계란유통센터를 중심으로 산지유통과 소비지유통으로 분리해 냄으로써 계란유통창구를 단일화 한다면 농가들이 말하는 쿼터제도입 등 다양한 수급조절 기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주도 단기 수급조절책

문제는 현재 계란의 공급 과잉이 수년째 누적되면서 농가들이 과연 관련인프라가 완성될 때까지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다.

지난해 대규모 산란계 단지 하나가 부도를 냈고 채란농가 상당수가 자금압박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설상가상 7월 사료가격이 인상된 이후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어 수급조절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수급조절을 채란업계에 자율에 맡겨 두기에는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채란업계가 추정하고 있는 산란계 적정 사육수수는 5,500만수 내외로 현재 6,300만수 인것을 감안할 때 최소 10%는 감축이 돼야 한다.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정부분의 수급조절 자금을 지원하고 각 시도 및 시군에 할당량을 제시해 단기간 내에 사육수수 조절에 나서는 것이 가장 현실적 방법이다.

2002년 원유파동 당시 정부가 대규모 젖소도축에 나섰던 사례 등을 감안해 500만수 정도의 산란계를 일정 기간 안에 도축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농림부는 2002년 당시 원유수급 안정방안으로 60억 원을 투입해 젖소 3만 두를 도태키로 하고 4월 22일부터 5월 22일까지 시·도 및 시·군을 통해 사업시행에 들어갔다.

가축 통계를 근거로 각 시도 및 시군에 도축물량을 할당하고 이 기간 중 젖소를 도태한 낙농가는 축산위생연구소 등이 발행한 도축증명서를 시·군에 제출하면 확인과정을 거쳐 지역축협을 통해 보상금을 지급받는 방식이다.

500만수의 산란계를 도태해야 하는 채란업계의 경우 수당 300원 정도를 지급할 경우 15억원의 사업비만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고정가격제인 원유가격과 달리 계란의 경우 수급조절 이후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산란계 조기도태에 따른 손해를 보전받기 때문에 반발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중앙정부는 물론 각 시도 및 시군의 채란업계 지원예산을 도태사업 참여율과 연동하는 방식으로 채찍과 당근을 병행한다면 신속히 수급을 맞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축 후 사육수수 유지가 더 중요

도태사업은 일시적 수급조절에는 용이하나 가격 상승 이후 농가들이 다시 입식 유혹에 빠지기 때문에 도태 이후 사육수수가 유지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병행해 실시해야 한다.

정부가 수급조절 자금을 투여해 수급을 맞춘 만큼 도태사업 이후의 사육수수를 축산업 등록증 상의 사육두수로 등록케 하고 이를 쿼터 등으로 활용하게 해 임의로 사육수수를 늘리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낙농업계의 경우도 도태 사업 이후 안정됐던 원유생산량이 도태사업 이후 사육두수 유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지 않음으로써 6개월 뒤 다시 원유수급 불균형을 불러 온 사례도 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대로 현재 채란업계는 수급조절 기능을 상실했다.

채란업계 대표조직 결성 그리고 인프라구축 등을 활용해 도태사업 이후 사육수수가 적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매년 종계수입시 전체 계란소비량 등을 감안해 적정 수수가 도입될 수 있도록 통제해야 한다. 철저한 계획 생산체계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업들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자와 국민들에게 채란업의 어려운 상황을 알리는 일부터 시작해, 구체적인 사육수수 조절 방안을 마련해 제안하는 일에 전 채란업계가 한마음을 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