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탐방 - HACCP인증 산란계농장 - 태양농장 - 소비자와 소통하는 신지식농업인

  • Published : 2010.11.01

Abstract

소비자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계란품질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투철한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산란계를 사육하고 있는 농장이 있다. 10여 년 전부터 무항생제를 도입하고, 새로운 유정란 사육방법을 연구하는 등 선구자적인 모범농가로 전남 영암군 삼호읍 소재 태양농장(대표 이도흥)을 소개한다.

Keywords

▲ 농장전경

▲ 태양농장 이도흥 대표

가업을 이어 양계산업에 뛰어들다

태양농장은 무창계사 2개 동에서 산란계(하이라인) 6만수를 사육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2만수 규모의 중추사를 갖추고 있다. 농장에는 각종 자동화시설과 냉장보관창고까지 갖추고 있으며, 판매를 담당하는 직원까지 10명의 직원이 함께 땀 흘리고 있다.

이도흥 대표는 1995년에 양계업을 시작했다. 지금은 계사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당시로는 획기적인 최신식 자동화 무창계사를 복층식으로 지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 계사 내부

▲ 농장직원이 선별된 계란을 포장하고 있다.

▲ 그날 낳은 계란은 바로 포장되어 남쪽지방 일대의 소비자들에게 직접 전달된다.

◀ 판매관리 시스템을 통해 계란의 주문, 배송, 고객정보 등이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이 대표는 원래 기계분야의 전문가였는데, 그 방면의 전문가답게 농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휀도 직접 제작해 사용하고 있다. 원래는 이 대표의 부친이 산란계 농장을 경영했으며, 기계회사에서 근무하던 이 대표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다가 양계업에 뛰어들면서 현재의 부지에 농장을 지었다. 이 대표는 언젠가 대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들도 가업을 이어 양계산업의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 제품을 다양화해 고객층을 두텁게 하고 있다.

▲ 기계분야의 전문가이기도 한 이 대표가 직접 제작하여 사용중인 휀

시련 속에서 발견한 '직거래'의 희망

1998년. 이 대표를 각성시켜준 큰 시련이 닥쳤다. 농장에 화재가 발생해 계사와 닭이 대부분 불에 타버린 것이다. 농장복구에는 엄두도 못 낼 만큼 상황은 좋지 않았다. 화마를 피해 간 일부 남은 닭들이 생산하는 계란을 용달에 싣고 그는 몇 달 동안 계란장사에 나섰다. 그전까지 농장 안에서 오직 계란생산에만 전념해왔던 이 대표에게 당시 소비자들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루만 장사를 안 나가도 소비자들이 계란 떨어졌는데 왜 안오느냐고 전화를 할 정도로 그가 생산한 계란은 소비자들이 꼭 다시 찾는 계란이었던 것이다. 이 발견으로 그는 재기 의지를 불태우게 되었다.

직거래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본 이 대표는 방치해둔 불탄 농장을 복구하기 시작했다. 1999년 봄, 복구가 끝나고 농장이 정상가동에 들어가자 이 대표는 생산된 계란의 직거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체계적인 전산망과 판매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 포장과 제품을 다양화했다. 화재로 인한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그야말로 전화위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과의 약속을 금과옥조로 여기며 철저한 생산 및 판매 관리를 시작했고, 태양농장은 앞선 계란품질을 무기로 소비자 신뢰를 더해가면서 직거래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그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당시 업계 분위기로는 모험과도 같았던 무항생제 사육까지 시작해 주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선구자적 무항생제 사육

최근에 와서는 무항생제 사육이 생각했던 것만큼 어렵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많은 농가들이 앞다퉈 무항생제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이도흥 대표가 무항생제 사육을 시작한 1999년에는 무항생제 사육이 국내 양계업에 이제 막 도입되는 시기로, 이는 말그대로 ‘모험’이었는데, 이 대표는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내고 이에 부응하기 위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렸다.

항생제 사용을 중단하면서 닭들에게는 어떤 방식으로든 부족한 저항력을 키워줘야 했는데, 당시 이 대표는 발효사료에서 그 답을 찾았다. 영암지역의 특산물인 무화과를 비롯하여 매실, 울금 등의 과실과 그 부산물을 대형 고무항아리에 담아서 발효시켰고, 이를 사료에 배합하여 급이한 것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발효사료를 먹고 자란 닭들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매우 강해져서 10년이 넘도록 무항생제 사육을 하면서한 번도 큰 질병치례를 한 적이 없다고 한다. 물론 비용이 투입되고 일도 많아져서 힘들기도 하지만, 그는 계란품질이 가장 중요하다는 일념으로 발효사료를 꼼꼼하게 챙겨서 급이하고 있다. 

▲ 발효사료 창고. 대형 고무항아리에 지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발효사료 원료들이 발효되고 있다.

▶ 계분은 콤포스트로 발효하여 인근 경종농가에 판매되고 있다.

또한, 이 대표는 항생제뿐만 아니라 어분과 같은 동물성 사료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동물성 사료를 사용하면 조단백을 맞추기가 쉽지만, 그로 인해 살모넬라 같은 것들이 유입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사료의 경우 OEM 사료를 사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농가들의 소모임인 KRC 회원이기도 한데, 회원들이 사료를 OEM으로 공동주문하여 우수한 품질의 사료를 더 적은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DHA 계란을 위한 사료만 별도로 주문해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OEM 사료의 사용으로 kg당 100원 가까이 비용이 절감되고 있다고 한다.

항상 새롭게 도전하는 신지식농업인

일찌감치 무항생제 사육을 도입하여 멋지게 성공시킨 선도적 역할과 끊임없는 연구와 실험정신으로 이도흥 대표는 2002년 농식품부로부터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되었다.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되면서 그는 다양한 분야를 접하고 양계분야에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는 등 시야가 더욱 넓어지게 되었다. ‘신지식농업인’ 이도흥 대표는 이후로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더 좋은 사육방법을 도
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선 2년 전부터 농장부지 한켠에 별도의 계사를 마련해 새로운 유정란 생산방법에 대한 실험을 해보고 있다. 앞으로 축산업에서 새로운 이슈로 부각될 동물복지와 관련해서 농장에 다가올 변화를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동화된 생산방식으로 깨끗한 유정란을 생산하는 방법을 연구하여, 설비의 활용이나 생산성 등을 여러 각도에서 타진해보고 있다.

또한, 그는 알가공품에 대해서도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계란두부(찜)를 일본에 다녀올 때마다 들여와서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국가연구기관에서 알가공품의 포장과 관련한 연구가 미비하고, 개인이 연구하기에도 어려움이 많다보니 포장 문제로 인해 상품화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가공 후 포장을 했을 때 포장용기가 부풀어 오르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상품화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산란율보다 품질에 역점 둔 사양관리

이 대표는 산란율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계란의 품질이라며, 품질에 초점을 맞춘 사양관리를 소개했다. 우수한 계란의 품질은 소비자들의 신뢰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 유정란 생산방법에 대한 실험을 하고 있는 계사. 일반적인 유정란보다 외관상으로도 훨씬 깨끗한 계란이 생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사료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다. 급수나 환기 같은 경우, 기본적인 시설만 해두면 이후로는 크게 관리할 부분이 없는데 반해, 사료는 조금만 바뀌어도 닭이 금방 알게 되고, 또한 계란으로 바로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그는 사료를 항상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강조하며, 기본적으로 생산할 계란에 따라 사료를 다르게 급여하고 있고, 사료의 품질에 변화가 없는지, 닭들이 사료를 제대로 먹는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다.

그 외에 닭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특히 남쪽 지방에서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는 폭서기에 대한 대비책도 필요한데, 이대표 는지구온난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기 때문에 지붕단열을 2배정도 더 보강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함께 사는 채란산업 만들어가야

예전에 채란업을 하던 사람들은 “저놈이 죽어야 내가 산다”고 말할 정도로 농장 간 경쟁이 치열했다. 이 대표는 이제그런 사고방식을 철저하게 벗어던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같이 사는 방법을 연구하고, 채란농가끼리의 경쟁이 아닌 다른 상품과의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금의 생산과잉이라는 업계 최대의 난관도 생산을 제한하는 쿼터제보다는 소비를 늘려서 해결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앞으로 10년 후, 20년 후를 내다보고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계란을 많이 먹는 식습관부터 길러주어야 한다며, 그는 산란계자조금 사업에서 그 희망을 보고 기대를 걸고 있다 자조금을 통해서 계란의 좋은 점을 널리 알리고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궁극적으로는 소비를 더 많이 늘려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 대표는 “양계도 이제 자본이 지배하는 시대”라며, 산란계 사육이 점점 자본집약적인 규모화된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에, 작은 농장에는 그에 걸맞는 역할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 역시 치우침 없이 모든 농가가 함께 영위할 수 있는 채란산업이 될 수 있도록 뒷받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