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비언어커뮤니케이션의 접근방법을 통해 애니메이션작품을 카메라의 구도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수용자와 행위자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보다 효과적인 상호작용을 모색하기 위한 접근방법에 대한 연구이다. 연구내용으로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대표작 중에 하나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서사구조와 영상화면 해석의 측면에서 기호학적으로 접근하여 분석하였다. 기호학적 분석방법으로는 시퀸스 분석, 행위주 분석, 이접 연접분석 그리고 미디어 기호학의 '숏'을 이용한 분석을 하였다. 이를 통해 상호작용하는 부호적 특성이 관객과 작품을 연결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는 카메라의 구도적 관점에서 비언어커뮤니케이션의 적용방법을 사용하여 애니메이션 영상화면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행위자, 작품, 수용자간의 소통에 대해 보다 효과적인 새로운 접근 방법을 제시한다.
본고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타난 세계관을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2장 '존재 왜곡을 치유하는 휴머니즘'에서는 존재의 원형을 회복시키는 데 기여하는 휴머니즘 사상을 논의하였다. 실명(失名) 위기를 맞은 치히로에 대한 하쿠의 사랑, 귀신 세계에 갇힌 엄마 아빠에 대한 치히로의 사랑, 용으로 변하여 고통스러워하는 하쿠에 대한 치히로의 신뢰 등에서 대가를 바라지 않는 휴머니즘을 읽을 수 있었다. 3장 '공생 공존을 지향하는 금욕주의'에서는 공동체 질서에 기여하는 금욕주의를 논의하였다. 돼지로 변한 치히로의 엄마 아빠의 모습, 직원들을 착취하는 유바바의 모습, 보이는 대로 먹어치우는 가오나시의 모습 등은 지나친 욕망의 폐해를 보여준다. 반대로 순진무구한 치히로, 소박한 제니바의 모습에서 금욕주의적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4장 '근대 문명을 반성하는 생명사상'에서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반성하는 생명 사상을 논의하였다. 오물신은 근대 문명에 대한 철저한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고향인 강을 떠나온 하쿠의 삶 역시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일본의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고유의 애니메이션 미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은 테즈카 오사무가 TV 애니메이션 <철완 아톰> 시리즈를 제작하면서부터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철완 아톰>을 통해 초당 8프레임의 '리미티드 애니메이션' 즉 '3 콤마 애니메이션'의 미학적 토대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미야자키 하야오와 다카하타 이사오도 3 콤마 애니메이션 기법을 기반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을 뿐만 아니라,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을 대표하는 다수의 작품에 애니메이터로 참여한 이노우에 토시유키도 일본 애니메이션 미학의 본질적인 특징을 캐릭터의 인상적인 움직임을 간결하게 보여주는 3 콤마 애니메이션이라고 했다. 이처럼 3 콤마 애니메이션 기법은 일본 애니메이션의 산업적 발전을 이끌어온 주된 미학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파란 하늘을 나는 선명한 색의 비행체와 거대한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의 압도적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은 과거를 상징하는 산업시대의 기계장치인 증기기관과 미래의 장치인 비행체를 함께 제시하여 모호한 시공간을 구축한다. 이 특별한 시공간은 증기기관을 매개로 한 과거에 대한 향수(鄕愁)이며 비행체로 대표되는 과학과 미래를 향한 동경이다. 이는 현재의 시간이 아닌 과거와 미래의 혼재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스팀펑크(Steam Punk) 장르의 특성을 공유한다. 스팀펑크는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의 하위 장르로써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과 기계문명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미래 세계에 대한 낙관을 동시에 담고 있다. 또한 현재를 바라보는 인간의 기대와 실망, 이상과 미련이 투영되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Nausicaa Of The Valley Of Wind, 風の谷の ナウシカ)와 <천공의 성 라퓨타>(Laputa: Castle In The Sky, 天空の城ラピュタ) 등은 이러한 특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들 작품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환경과 파괴에 대한 서사를 증기기관과 비행체로 시각화하여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가상의 시공간을 스펙터클하게 구현함으로써 전 세계 팬들을 매혹한다. 그런데 자연과 환경, 공동체의 이상을 매력적으로 표현해 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는 기묘하게도 전쟁과 세계 멸망의 이미지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붉은 돼지>(Crimson Pig, 紅の豚)에서는 실제 전쟁 시기를 시대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현실세계의 서술로 나아가며, 심지어 <바람이 분다>(The Wind Rises, 風立ちぬ)에서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그리면서도 감독 자신의 존재론적 정체성과 주관적 관점을 낭만적 태도로 투사함으로써 다수의 관객을 당혹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의 작품 전반에서 발견된다. 이는 스팀펑크 장르가 현재의 문제를 마주하기보다 인간이 제어 가능했던 과거와 낙관적인 미래를 혼종하여 모호한 시공간을 그려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애매한 상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성격구조는, 배역의 극중 역할과 행동유형이 관객과 공감각적 요소로 작용함으로써 드러나게 된다. 그러므로 캐릭터 창작은 단순히 외형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플롯을 유도하는 성격구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개성 있는 캐릭터를 창작해 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중심으로, 캐릭터에 내재한 다양한 성격구조에 관하여 고찰했다. 그 방법으로 첫째,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일반적인 특성에 대하여 정의했다. 둘째, 칼 G. 융의 심리학적 관점에 의한 성격의 유형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분석 과정은 성격의 다중성에 기초한 성격의 유형, 즉 '외향과 내향, 직관과 감각, 사고와 감정, 판단과 이해'의 분류 방식과 극중 역할의 유기적 관계에 기초한 '피해자, 학대자, 구원자'의 분류 방식을 연계하여 진행했다. 마지막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분석을 통하여 도출한 연구 관점을 적용했다. 본 연구는 캐릭터의 성격 유형과 유기적 관계에 의해 드러난 총체적 특성을 '캐릭터의 성격구조'로 정의하고, 데이터를 자료화하고자 했다. 또한, 관객과 공감하는 효과적인 애니메이션 캐릭터 창작의 예를 제시하는 것에 그 의의를 둔다.
영상기호학을 이끌었던 선구자인 메츠는 영화를 일종의 언어로서, 여러 약호들이 상호작용하는 의미화작용의 영역으로 보았다. 그는 영화를 상호 양립할 수 있는 영화적 약호들과 상호 대체적인 하위 약호들의 조합으로 보았으며, 영화의 텍스트는 작용하고 있는 약호들의 목록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구조화와 전치의 작업이라고 간주했다. 본 논문에서는 메츠의 기호학적 입장을 받아들여,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중요하게 나타나는 약호의 흐름을 고찰했다. 전반적으로 (센과...)라는 애니메이션에서는 조명의 약호, 색상의 약호, 움직임의 약호, 작가 주의적 약호들이 특별히 의미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특히 이 애니메이션 전체에서 강한 상징적 의미를 가지는 다리 신들 중 첫 번째를 골라, 각각의 샷에서 어떠한 하위 약호들이 서로 대립하며 구사되는지를 살펴보았다. 첫 번째 다리 신은 크게 목욕탕(즉, 유바바) 대 치히로(와 하쿠)라는 구도로 이루어져 있다. 목욕탕은 단순한 건물로서가 아니라 아직 등장하지 않은 유바바의 대리인이자 치히로의 대립점으로 기능한다. 각각의 샷에서 프레이밍, 시선, 앵글, 움직임의 약호 내의 모든 하위 약호들은 치히로와 목욕탕의 대조를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구사되고 있으며, 가장 눈에 띄는 약호는 움직임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 각각의 약호 내의 하위 약호들은 끊임없이 경쟁하고 교환되며 캐릭터들 간의 대조를 극대화하고 내러티브를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구사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영화는 복수약호적 매체로서 유사언어의 실천이라는 메츠의 말처럼, 이러한 약호와 하위 약호들의 조합과 전치는 언어와 다르지만 유사한 방식으로 관객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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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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