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분(합분)은 패각을 주원료로 하여 체질안료 및 백색안료의 용도로 예로부터 사용되어온 물질로, 과거의 제조기술이 사라져가는 전통재료 중 하나이다. 본 연구에서는 전통재료의 제조기법을 되살리고 문화재보수재료로서 원활한 공급의 기초를 마련하기 위하여 과거 호분의 제조기법 중 패각의 소성에 의한 제조기술에 대하여 연구하였다. 연구결과 소성법의 전체공정은 크게 4단계, 소성단계 ${\rightarrow}$ 소화(또는 분쇄)단계 ${\rightarrow}$ 수비단계 ${\rightarrow}$ 건조단계로 요약할 수 있으며, $600^{\circ}C$ 이하의 소성온도에서 패각 중에 존재하는 유기질의 분해산물에 의해 백색도가 낮아지며, 좋은 백색도를 위해 최소 $700^{\circ}C$ 이상의 소성온도가 필요함을 밝혔다. 또한 조사된 제조기술에 의거해 생산된 호분은 상당량의 수산화칼슘을 함유하며, 그대로 안료로서 사용이 부적합하고, 별도의 가공단계가 필요함을 임상실험을 통하여 확인하였다. 한편, 한국화의 안료사용기법에서 소개되고 있는 호분의 사용법은 이러한 가공단계가 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하여 확인하였으며, 이 방법은 대량생산에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소량 고품질 호분의 생산에 적합할 것으로 추론하였다.
흙벽화 보존처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채색층에 균열이 발생되어 결속력을 잃었을 때, 또는 안료의 분말화가 일어났을 때, 고착제를 주입하여 손실위험에 처해진 벽화를 보존하는 것이다. 그러나 흙벽화 채색층에 사용되는 고착제의 안정성에 관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흙벽체 시료를 제작하여 총 4종의 합분, 주사, 석록, 황토안료를 채색하고 Paraloid $B-72^{(R)}$, Caparol-$binder^{(R)}$, 우피아교(牛皮阿膠), Hydoxypropyl $cellulose^{(R)}$ 총 4종의 고착제를 도포하여 보존처리 후 발생할 수 있는 환경변화 요인인 온도, 습도, 자외선을 인공적으로 부여하였다. 안료별로 도포된 고착제의 보존환경에 따른 물성변화는 색안정성, 접촉각, 광택도, 접착력, 표면관찰을 통해 다각적으로 관찰하였다. 그 결과, 자외선 및 고온다습한 환경은 합분을 제외한 고착제가 도포된 모든 채색층에서 명도와 채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등 색안정성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고착제의 노화가속에 영향을 주어 결국 분해시키는 요인으로 파악되었다. 그중 전통재료인 아교는 함께 실험한 합성수지들과 비교하여 볼 때, 채색층 표면에 대한 색안정성과 영향력(보존성) 유지, 친수성 면에서 양호한 결과를 나타내었다. 특히 접착력 부분에서는 모든 채색층에서 우수한 특성이 확인되었기에, 흙벽화 채색층 고착처리 시 안정성이 높다고 사료된다.
단청안료에 대한 방염제의 영향을 연구하기 위하여 시판되는 방염제 2종을 도포한 단청 의사시편을 제작하고 방염제 도포에 따른 물리 화학적 변화를 증류수를 도포한 대조군과 비교하여 연구하였다. 그 결과 2종의 방염제는 인산이온을 함유한 인산염계 방염제로서 단청표면에서 흡습을 증가시켜 젖음 현상을 두드러지게 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X선회절분석과 적외선분광분석을 통하여 확인한 결과 단청안료 중 호분(합분, $CaCO_3$)과 장단($Pb_3O_4$)이 이들 방염제에 함유된 인산염과 반응하여 제삼인산칼슘과 인산납계열의 화합물을 형성하면서 안료층의 용해와 백화현상 등이 발생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기준량을 초과하여 방염제를 도포할 경우, 습-건 환경이 반복됨에 따라 문제현상이 심각한 수준으로 발전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향후 현장조사결과와 비교하여 방염제에 의한 단청변색 및 백화발생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이용될 예정이다.
고대 대가야시대(6세기) 고분벽화에 사용된 제작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벽화 구조와 재질에 대한 정밀분석을 실시하였다. 벽화는 석실을 축조 후 벽면과 천정에 모르타르를 바르고 그 위에 바탕칠층을 조성하여 채색하였다. 천장을 제외한 사면의 벽면에는 모르타르 위로 대부분 진흙이 덧발려져 있다. 모르타르는 모래는 사용되지 않았고, 순수한 칼슘성분의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다. 또한 소성(燒成)이 완전히 진행되지 않은 불규칙한 크기의 패각들이 혼합되어 있으며, 모르타르의 석회질은 굴 껍질을 소성하여 얻어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바탕칠층은 백토(kaolinite($Al_2Si_2O_5(OH)_4$) 또는 halloysite($Al_2Si_2O_5(OH)_4{\cdot}2H2_O$))를 사용하였으며, 채색에 사용된 적색안료는 진사(cinnabar(HgS) 또는 vermilion), 녹색은 공작석(malachite($Cu_2CO_3(OH)_2$)) 그리고 백색은 연백(lead white($PbCO_3{\cdot}Pb(OH)_2$))이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르타르 위로 조성된 토양층은 주로 중립사 이하 크기의 입도가 낮은 점토질을 사용하여 얇고 치밀하게 조성하였으며, 모르타르층이 박락되고 상당기간이 경과 된 후 보수목적으로 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굴 껍질을 소성하여 많든 석회를 모르타르로 사용한 것은 한국 고대 고분벽화 제작에 있어 유래 없는 사례이며, 내구성이 매우 떨어지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 가야인들의 모르타르 제작기술이 동일시기의 고구려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관룡사 약사전에 사용된 단청안료에 대해 과학적 분석을 실시하여 사용안료의 종류와 특성을 밝혀내고, 이를 약사전 벽화 뿐만아니라 대웅전 단청에 사용된 안료와도 비교하고자 하였다. 분석결과, 적색과 녹색, 백색계열의 안료는 채색 부위에 따라 전혀 다른 종류의 안료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러 가지 색상구현을 위해 2종류 이상의 안료를 혼합하여 일부 사용하였다. 확인된 안료의 색상별 원료광물은 적색계열의 경우, 진사(Cinnaba)와 연단(Minium), 석간주(Hematite)이며, 백색계열은 합분(Oyster shell white)과 백토(White Clay), 녹색계열은 녹염동광(Atacamite)과 뇌록석(Celadonite)이었다. 또한 흑색계열은 먹(Carbon)이나 카본블랙(Carbon Black), 황색은 황토(Yellow Ocher)이며, 청색계열은 청람석(Lazulite)으로 확인되었다. 이러한 분석결과를 관룡사 내 약사전 벽화나 대웅전 단청에 사용된 안료의 연구결과와 서로 비교했을 때, 전체적으로는 비슷한 원료광물을 사용했으나 녹색이나 백색, 황색 등의 안료들에서 서로 다른 원료광물이 가감되어 사용되었음을 일부 확인하였다. 결국 같은 시기, 같은 사찰내에서도 회화의 종류나 대상건물에 따라 안료의 원료광물은 선택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순천 송광사 소조사천왕상의 수리를 위한 조사과정에서 수습된 파편들로부터 과거에 사용된 채색안료에 대한 자연과학적 자료를 확보하고자 분석연구를 수행하였다. 순천 송광사 소조 사천왕상은 1628년 중조(重造)된 이래 1720년부터 1976년까지 7차례의 중수개채(重修改彩)가 이뤄졌기 때문에 이 기간 동안의 시대별 사용안료를 연구할 수 있는 훌륭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분석은 사천왕상 중 서방광목천왕에서 이탈된 파편들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광학현미경, SEM-EDX, XRD를 이용하여 시편의 상태를 확인하고, 안료의 구성성분과 화합물을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 파편들에서는 갈색 점토띠가 있는 토층, 섬유질이 다량 함유된 토층, 조직이 성긴 한지, 조직이 치밀한 한지, 견직물, 마직물 등 6종의 재료가 확인되었다. 이 중 갈색 점토띠가 있는 토층은 소지부로 판단되며, 나머지 5종의 재료는 소조불의 중수개체 시 사용된 보수재료로 판단된다. 각 재료의 상 하부에 부착된 채색층에 대한 분석결과를 서로 비교한 결과, 각 재료들은 '소지부 ${\rightarrow}$ 조직이 성긴 한지 ${\rightarrow}$ 섬유질이 다량 함유된 토층 ${\rightarrow}$ 견직물 ${\rightarrow}$ 마직물 및 조직이 치밀한 한지'의 순으로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들 보수재료들에 적용된 안료와 소조불의 중수개채시기를 고려하면 조직이 성긴 한지는 1720~1891년, 섬유질을 다량 함유한 토층은 1926년, 견직물과 마직물은 각각 1941년과 1976년에 적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각 시대별 사용 안료의 특징을 살펴보면, 1891년 이전에는 백색과 녹색으로 연백과 염기성염화동의 사용이 두드러지며, 1926년 이후에는 화록청, 군청, 바륨화이트와 아연화 등이 등장하고, 1976년을 전후해서는 지당과 합분(패각분)의 사용이 두드러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상 소조상에 적용된 시대별 안료에 대한 추론 결과는 향후 사찰벽화나 단청 등의 근대 안료연구에 비교자료로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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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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