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폴라니의 암묵적 지식이라는 개념은 비판철학 전통 안에서 과학적 객관성이 철학적 사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으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명시적으로 증명되어 학습한 지식 이외에도 의미의 영역에 묻혀 살고 있음을 강조한 개념이다. 특히, 한 사회 안에서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고 증명의 대상으로 판단되지 않아서 언변으로 표면화하지 않는 지식을 그는 암묵적 지식이라고 규정하였다. 이 개념을 통해 폴라니는 비판철학 전통 안에서의 의심과 회의의 역할이 시공간적 맥락에 따라 변화함을 지적하고 비판철학을 극복한 포스트-비판철학을 구상하였다. 퍼스도 근본적인 회의가 가능하지 않음을 지적하면서 데카르트를 비판했으며, 의심과 믿음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인식의 확실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탐구하였다. 이 논문은 퍼스와 폴라니의 반회의론적 입장을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퍼스가 과학철학뿐만 아니라 과학사회학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짐을 강조한다. 폴라니의 철학적 사유는 자신의 경험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에서 출발하는 것에 비해, 퍼스의 가추법은 논리학과 수학에 바탕을 두고 엄밀한 인식과 사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퍼스의 믿음과 습관에 대한 고찰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믿음과 습관에 대한 설명에서 퍼스도 과학적 탐구의 과정을 사회적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폴라니는 과학적 인식이 명확한 원칙이나 엄밀함으로만 가능하지는 않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으며, 자연과학 분야 과학자들의 공동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중심으로 자신의 이론을 펼친다는 점이 퍼스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퍼스는 당시까지의 논리학과 수학에 대한 비판과 자신이 정의한 가추법을 지속적인 탐구의 과정과 과학자들의 공동체에 적용했으나, 폴라니는 현실 공동체에서 시작한 암묵적 지식의 개념을 충분히 발전시키지 못하고 개인적 지식이라는 영역 자체의 사회적 구조와 함의를 모호하게 남겨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이 논문은 기존 '한국 근대불교' 연구에서 사용하는 '근대' 및 '근대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나름의 대답을 마련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한국근대불교/학' 연구 담론에서 그동안 본격적인 논의가 없었던 '근대'와 '근대성'의 특징들을 서구의 역사적 흐름 속에서 해명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적 조건에서의 '근대'란 과연 무엇인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한국적 조건에서 과연 '근대' 혹은 '근대성'을 발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이러한 검토를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한국근대불교'에 대한 연구들이 '근대'에 대하여 언급해 온 부분을 비판적으로 검토 및 계승함으로써, '한국근대불교'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그것이 '근대'와 관련하여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는 전제가 무엇인지를 모색해 보고자 한다.
본 논문은 당송 시기 도통 내용의 전환 과정에 관한 소고이다. 본 문은 당송 시기 도통 내용의 변천 과정을 다음의 세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한유는 인의(仁義)를 도통의 내용으로 삼았다. 둘째, 손복 등 북송 초 유학자들은 보다 광범위한 의미상의 유가적 도를 도통의 내용으로 규정했다. 셋째, 계숭 및 북송 도학가들은 집중(執中)이 도통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송 도학가에 의해 유학의 도통론은 심성론 중심의 철학 논의로 그 성격이 변모되었다.
본 논문은 송대 도학가들이 "논어(論語)"에 나온 "극기복례(克己復禮)"의 "극기(克己)"를 "사욕의 제거"로 풀이한 이유는 무엇일까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주지하듯, "극기복례(克己復禮)"는 공자가 "인(仁)"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구절이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이 문제가 "인(仁)"에 관한 송대 도학가들의 해석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송대 도학가들의 "인(仁)" 개념 풀이를 살펴보았다. 송대 도학가들은 "인(仁)"을 "천리(天理)"로 풀이하였으며, 천리의 내용을 "만물을 생성하는 마음(天地生物之心)"으로 보았다. 주희는 주역의 "생생(生生)" 및 도가의 "허(虛)", "유(柔)" 등의 개념을 연결하여, 이정(二程) 및 그 후학들이 새롭게 제기한 인(仁)의 해석과 극기복례(克己復禮)의 해석에 철학적 설명을 제공하였다. 주희가 도가를 맹렬히 비판한 것은 사실이나, 도가의 사상에서 전혀 취할 바가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본 논문에서 제시한 "사욕의 제거(去私欲)"에 관한 주희 및 송대 도학가들의 입장 역시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 게임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장르로서 자리잡아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의 핵심으로 간주하여 막대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어느 산업보다도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고 일반인들의 정서적 공감대를 얻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 이유는 아직 게임행위와 그로 인한 결과물들에 대한 견실한 가치론이 구축되지 못했기 때문인데, 더 근원적으로는 제반 디지털 문화현상과 양립 가능한 세계관과 인간관의 기초개념이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바야흐로 게임의 철학이 요청되는 시점이다. 본 논문은 이러한 상황인식하에, 우리나라 디지털문화에 내재된 이중규범과 존재론적 전제의 오류들을 검토하고, 계산주의(Computationalism)와 가상실재론(Virtual Realism)이라는 이론적 맥락을 토대로 온라인 게임, 가상현실 그리고 현실이 일관되게 상호작용하는 구조를 밝히고자 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게임 폐인과 스타 게이머의 간극, 아이템 현금거래의 정당성, 인기있는 게임의 철학적 이유, 게임 심의규정의 현실 적합성 등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게임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 매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생활양식(form of life)'이기 때문에 어느 관공서의 표어처럼 말 그대로 "게임으로 하나되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될 것이다.
본 논문은 미디어 아트 작업을 구상하고 제작함에 있어서 단순히 일회적 즐거움과 호기심만을 안겨주는 것이 아닌, 철학적 담론을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접목하고 이를 수용자와도 함께 나눌 수 있는 방식의 반성적 작업으로 제작한 과정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저자가 진행한 자크 라캉의 철학에 대한 이론수업과 관련 미디어아트 작업분석, 그리고 이전의 작업물들과는 차별화되는 작업으로의 진행을 학생들과 함께 시도한 결과물이다. 이를 통해 미디어아트 작업을 구상하고 실제화하는 데 있어서 이론과 실기가 보다 매끄럽게 연결되어 진행되고, 전통학문을 통해 디지털예술 작업의 층위가 깊어지고 인터페이스 실험방식 자체가 다양해질 수 있음을 보이는 데에 본 논문의 목적과 의의를 둔다.
Enactivism은 체화된 인지의 여러 논의들 중 가장 전복적이고 영향력 있는 접근이다. 하지만 태동한 지 20여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 포괄 범위와 성과에서 명실상부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은 지금까지, 이 이론이 국내 인지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낯설고 새로운 접근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현실은 부분적으로는 Enactivism이 지니는 본래의 파격이나 심오함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번역어의 혼란 또한 크게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 논문은 Enactivism의 철학적, 이론적 관점을 그 역사적 맥락과 개념적 지형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발제(發製)' '구성(構成)', '행위화(行爲化)' 등의 한국어 번역들이 그 철학적, 이론적 함축을 어떻게 포착하고 해석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나아가 이미 출간된 번역어 외에 '실행(實行)'과 수행(遂行/修行), 작동(作動)의 다른 번역어들을 검토한다. 이러한 시도는 철학적 난해함이나 번역어의 생소함이 야기한 심리적 장벽을 넘어, Enactivism이 국내 인지과학자들 사이에서 합당하게 주목 받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서이며, 더불어 마음에 대한 서구적 전통과 동양적 전통을 통합적으로 조망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바렐라(1946-2001)의 노력이 한국의 철학 전통 안에서 풍성한 결실을 얻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2011년부터 입지를 넓혀간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그 성장세와는 별개로 미성년층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고정관념과 사회 및 철학적 의제를 다루는 대중 예술적 표현 장르로 적합하지 않다는 인식의 한계가 남아있다. 영화<파닥파닥>은 횟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 사회계층, 삶과 죽음이라는 철학적 의제를 각 물고기의 성격과 배경 그리고 애니메이션만의 연출 방식으로 표출하면서 그 한계를 뛰어넘는 사례다. 낙관적으로 그려지는 전통적 애니메이션 전개에서 벗어나, 캐릭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서사와 물고기 캐릭터임에 가능한 보다 비극적인 장면들로 현 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한다. 또한, 드로잉 기법 뮤지컬로 캐릭터의 이념과 태도를 표현하며 삶과 죽음 앞에 사회가 취해야 할 자세를 고찰하게 한다. 본 논문의 목적은 이대희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닥파닥(2012)>을 분석하여 국내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확장성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에 있다.
본 연구에서는 중소기업 간 협력 활동의 효과를 분석하였다. 경험적 분석을 연구하기 위해 협력 유형을 기술 협력, 인적 자원 협력, 영업 협력 및 금융 협력 등 네 가지 차원으로 나누었다. 선행 요인으로 협력 철학의 역할을 검토한다. 또한, 본 연구에서는 협력 철학, 협력 활동 및 성과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는 첫째, 협력 철학과 협력 활동 간의 경로 분석의 결과는 협력 철학이 기술 협력, 인적 자원 협력, 판매 협력 및 금융 협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둘째, 협력 활동과 성과, 기술 협력, 인적 자원 협력, 영업 협력 간의 관계의 결과는 협력 성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이 연구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PSBP(philosophy-Structure-behavior-performance) 모델을 파트너십 관점에서 사용하여 경험적 시험을 분석한다. 중소기업과의 관계를 검증하려고 한다. 따라서, 우리는 중소기업 간의 협력 활동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유익한 함의를 제시 할 수 있다. 또한 SME(Small and Medium Company's)의 사업 단위가 파트너십을 맺을 때 기술 정보 유출 문제가 있지만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협력 철학을 사용하며 부정적인 견해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논문은 한자(漢字)의 다의성(多義性)과 품사(品詞)의 비결정성(非決定性)에 초점을 맞추어 "논어(論語)" 해독을 시도하였다. 먼저, 이 글은 한자가 인간과 세계에 대한 문제를 표현하는 사유의 언어(다른 말로 철학언어)로서 제 기능을 할 수 있는가? 는 물음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를 전개하였다. 16세기 마테오 리치는 보편적인 '표의문자체(ideographic script)'의 가능성을 한자에서 발견하려고 노력함으로써 이 물음에 긍정적인 답변을 제시하였다. 반면, 헤겔과 하이데거 등은 한자는 첫째, 전치사와 관사가 없는 언어체계이며, 둘째, 이중의미, 반대의미를 표시하는 단어가 없으며, 셋째, 어형변화 없이 어순에 의해서만 의미를 표현, 전달하기 때문에 복잡한 인간의 사유와 엄밀한 논리를 표현하는 철학 언어로서 부적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카시러와 울만, 소쉬르, 그리고 데리다 등의 언어관을 경유하면서, 우리는 헤겔과는 다른 입장에서 한자의 사유언어로서의 기능을 발견할 가능성을 확인한다. 서양의 언어체계와 달리 한자는 언제나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단어들의 의미 보다 문맥에서의 언어 기능이 보다 중요하다. 한자는 고유의 품사를 감추고, 다른 문자들과의 관계망 속에서 어떤 사건과 사물의 의미를 표현하면서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다. 한자는 이른바 '불가결정성(indecidability)'의 언어인 것이다. 이러한 한자의 다의성과 품사의 부재는 바로 '불가결정성'에 기인한다. 이렇게 본다면, 비록 전치사, 관사, 어형변화, 품사 등을 결여하는 있는 문자체계일지라도 '다의(多義)'의 특성을 지닌 한자는 인간의 복잡한 사유를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철학언어로서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논어(論語)"읽기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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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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