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혁신체제는 모방학습 기제에 기초한 추격형 혁신체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개념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탈추격형 혁신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탈추격' 연구는 한국 혁신체제 내에서 발흥하는 새로운 형태의 혁신활동과 혁신주체간 관계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틀의 필요성에 부응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탈추격 혁신활동은 후발산업국가의 기술능력 축적에 따라 추격대상이 존재하지 않고 스스로 혁신경로를 개척하는 혁신활동이며, 기술역량의 축적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는 다른 조직 및 제도적 배열, 사회적 규칙의 형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런 의미에서 탈추격 연구는 제도론, 진화이론, 발전론의 이론적 전통과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후발산업국인 한국에서의 탈추격 혁신활동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틀의 정립과 향후 연구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환연구의 관점에서 우리나라 혁신정책담론 중의 하나인 탈추격론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수행했다. 탈추격론의 지향점, 주요 연구 대상, 시스템 혁신에 대한 논의를 전환연구의 관점에서 확장하여 지속가능성, 산업과 사회의 공진화, 전환관리 등의 개념을 탈추격론에 도입했다. 이를 통해 탈추격 혁신과 정책은, 기존 시스템의 개선과 최적화가 아니라 탈추격 지속가능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지향하고, 사회 환경문제의 해결을 수반하는 탈추격 혁신을 진행해야 하며, 탈추격과 지속가능성의 맹아를 담고 있는 니치를 전환의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한국이 탈추격에 진입하였으며 이에 대응한 새로운 기술혁신전략이 필요하다고 제기되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를 산업연관표에 기반한 산업별 생산방식 변화 등의 분석을 통하여 확인하며, 산업별 인력 구성의 변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혁신전략을 모색하였다. 인력양성과 활용의 측면을 중심으로 한 학습과정(leaning process)이 R&D 등 혁신노력과 성공적으로 조응될 때 기대한 혁신성과가 실현될 수 있음을, 28산업분류 수준에서 대학 전공의 일에서의 유용성과 R&D투입간 조응성을 통하여 분석하고, 이러한 사항이 국가수준의 혁신정책에 통합되어야 함을 제시하였다.
이 논문은 대기업 조립업체가 혁신선도자로 발전하여 탈추격(post catch-up)단계로 넘어갈 때 그와 결부되어 나타나는 부품업체의 기술혁신 특성 변화를 사례연구를 통해 파악하는 연구이다. 조립 대기업이 선도자로 발전하면 부품의 기능과 품질에 대한 요구도 높아져서, 외국 부품을 국산화하는 수준을 법어 새로운 개념의 부품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부품업체들도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나타난 부품업체 기술혁신 활동의 특성은, 부품업체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 전체의 아키텍처에 대한 지식을 확보하고 부품기술개발을 수행했다는 것, 그리고 이 지식을 기반으로 부품업체와 조립업체들이 수평적인 공동개발을 수행해서 아키텍처 혁신을 이룩했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출연(연)을 기술 정책 시장 환경 변화 등 외생적 변수를 인지하여 내생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주체로 두고 그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화학연구원의 탈추격 혁신 노력을 살펴보았다. 화학연은 2000년대 들어 기술혁신 환경의 변화와 PBS 제도 등의 구조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조직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였다. 장기적인 내부 역량 강화와 기술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 및 R&D 관리체계를 탈추격 개방형 혁신 체계로 개편했으며, 오염처리에서 오염예방을 위한 그린화학(green chemistry)을 적극 추진해왔다. 최근에는 지구 재생과 복원을 위한 미래화학신기술로서 블루화학(blue chemistry)을 조직 목표로 설정하였다. 또한 기술개발에서 확산 및 활용으로 R&D 방향을 전환하면서 특허관리 및 기술마케팅을 선진화하였으며 중소기업지원, 사회적 기업과의 협력을 시도하면서 소외질병 치료제 개발, 적조 및 녹조 문제, 구제역 침출수 문제 등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노력하였다. 이와 같은 화학연 사례는 출연(연)의 다중적 지배구조, 예산 및 인력제도의 부정합, 양적 성과 중심 평가시스템 등의 구조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 및 제도 개선 이전에 조직의 다양한 내생적 노력을 통해 지속적인 혁신이 가능함을 보여주고 있다.
그동안 출연연은 과학기술 발전을 선도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해 왔으나 최근에는 조직의 경쟁력 문제를 포함하여 그 미션과 역할까지 새롭게 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본 연구는 ETRI를 결정적인 사례로 하여 현재 출연연이 직면하고 있는 구조적 한계와 어려움을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출연연의 자체 변화 노력도 문제이지만 출연연이 예산, 인력, 평가 등 통제가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에 봉착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ETRI의 경우 연구개발이나 특정기술 수준에서는 추격에서 탈추격으로 넘어서고 있으나 우리나라 출연(연) 연구 환경과 실제 일하는 방식은 추격형 체제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추격의 대상과 수단이 어느 정도 확실했던 추격기를 넘어 어디로 가야하며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불확실한 탈추격 혁신 상황에서는 출연연의 미션 및 역할, 예산 인력 평가 체계, 사업기획 체계 및 프로세스 방식 등이 새롭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
이명박 정부 들어 큰 변화를 겪은 과학기술계는 차기 정부의 과학기술행정체제 개편을 둘러싸고 다양한 논의를 전개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추격의 대상이 주어졌던 과거와 달리 스스로 문제를 던지고 해결해야 하는 탈추격 상황에 있다. 그 과정에서 과학기술혁신정책은 삶의 질 제고, 지속가능한 발전, 불균형 해소 등 다양한 사회적 목표를 포괄하는 3세대 혁신정책 또는 통합형 혁신정책으로의 진화를 모색하며 관련 정책 및 부처 간의 연계 조정을 핵심 과제로 다루고 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혁신 거버넌스를 둘러싼 과학기술혁신의 활동 환경 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살펴보고 차기 정부가 나아가야 할 혁신 거버넌스 개편 방향과 철학을 몇 가지 안으로 제시했다. 탈추격 혁신정책, 통합형 혁신정책 등의 철학적 기반 하에 혁신 거버넌스 개편 안으로 현행 체제를 유지하되 소프트웨어 개편을 강조하는 1안, 과학기술부 부총리 체제와 지경부의 발전적 해체를 강조하는 2안, 국과위의 발전적 개편을 강조하는 3안을 주장하였다.
높은 불확실성을 특징으로 하는 탈추격 단계에서는 기술위험의 가능성도 높아진다. 온라인게임은 새로운 기술 수명주기를 창조한 탈추격형 혁신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온라인 게임 중독이라는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셧다운제 도입이 결정되었지만 규제 찬성과 반대집단간의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기술위험은 사회적 맥락과 조건의 영향을 받는다. 온라인게임 중독을 초래한 사회기술적 취약성은 역설적이게도 우수한 정보화 인프라와 정보통신기기의 확산이었다. 기술위험의 원인이 된 취약성은 위험을 무시하는 발전주의 사고에 의해 더욱 강화되었다. 온라인게임 중독과 같은 기술위험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혁신의 편익과 기술위험 간의 딜레마를 인지해야 한다. 딜레마 인식의 실패는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며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을 어렵게 한다. 탈추격단계로의 진입에 따라 기술위험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런 딜레마를 인지하고 교정책임의 적절한 부과, 해체와 재규정을 통한 딜레마의 관리, 토론장치의 설계,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성공의 연결 등을 통해 기술혁신의 책임성 확보를 위한 해결책의 모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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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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