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목적은 본 연구자가 에티오피아 아셀라 타운에서의 현지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종족 현상을 다층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데 있다. 생태학적 조건, 양대 종족의 숫자상 균형, 빈번한 종족 외혼 및 '젖 먹이기'라는 사회문화적 관행의 영향 등으로 인해, 이 타운에서는 집단적 수준의 종족 갈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의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아셀라에서는 지배 종족에 의한 차별과 위협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것으로 파악되었다. 대개의 제보자는 종족 외혼이 종족 집단 및 공동체 구성원의 유대를 강화하고, 상이한 종족 문화를 습득하고, 사람들 간의 관용 정신을 배양하고, 혼종적(다중적) 종족 정체성을 가진 우수한 2세를 생산하는 데 기여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제보자는 종족 외혼이 그 당사자의 이기적인 선택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종족 정체성을 손상시키므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상당수의 제보자는 현재 진행 중인 오로모화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 여기고 있는 반면, 일부 제보자는 오로모화를 강제성, 피상성 및 생존 전략의 맥락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라틴아메리카 대륙에서 안데스 산맥지역은 다양한 원주민종족 집단이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이러한 종족 중에서 아이마라족은 케추아족과 함께 가장 대표적인 원주민 집단을 구성한다. 특히 티티카카호수를 중심으로 페루와 볼리비아 양국 접경지역에 밀집되어 있는 아이마라 원주민은 각각 국가의 소속을 달리하지만 하나의 삶의 터전 속에 동일한 문화권을 형성하며 공통의 정체성을 추구해 왔다. 그동안 아이마라 원주민은 종족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언어를 바탕으로 다른 원주민 집단과 구분되는 역사성과 특수성을 강조하며 동일종족으로서의 유대감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양국 접경지역의 중심지인 푸노(Puno)주를 중심으로 아이마라 원주민의 종족갈등이 표면화 되고 있다. 독립이후 근대국가 건설과정에서 형성된 인위적인 영토 경계선으로 분리된 이후 라틴아메리카 원주민은 협조와 경쟁이라는 틀 속에서 문화적 유사성과 동시에 차이를 강조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과 함께 최근 들어 페루와 볼리비아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동일한 종족이 서로 다른 국가의 틀에 묶이면서 발생하는 새로운 종족 갈등이 전개되고 있다. 아이마라 원주민은 외부와의 경쟁에서 문화와 역사적 특수성을 강조하며 자신들을 하나의 단일한 종족으로 인식하며 단결하지만, 내부의 이해관계를 둘러싸고 충돌할 경우 서로가 문화적 전통을 상실했다는 비난을 가하며 종족 내부에서도 차별과 구별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종족간의 갈등은 한 지역에 공존하고 있는 타 종족간의 갈등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있으나 페루와 볼리비아 아이마라 원주민의 경우 양국이 접경을 유지하고 있는 푸노주를 중심으로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된 종족의 유대감이 현실의 조건에 의해 갈등구조로 변화하는 양상을 타나내고 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본 연구는 아이마라 원주민 종족갈등의 심화원인을 분석하였다.
논문은 아제르바이잔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역사적 문화적 원천을 페르시아, 투르크, 러시아의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여 그 복합적인 성격을 해명하고, 1991년의 독립 초기 그것이 아제르바이잔의 대외정책에 미친 영향과 그 귀결을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정체성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에서 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맥락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변화 속에서 형성되고 표현된다. 이러한 정체성의 표출은 다원적인 환경에서 종종 배타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독립 이후 PFA 정부는 아제르바이잔의 풍부한 문화적 유산과 다면적인 정체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종족적 기원과 아제르바이잔의 터키성(Turkishness)을 강조하는 논리를 내세웠다. 국내적으로 볼 때, 종족 민족에 기반을 둔 대외정책은 소비에트 하에서 아제리 민족에 흡수되었던 아제르바이잔의 쿠르드인조차도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로 심각한 실패에 직면했다. 국제적으로 볼 때, PFA 정부의 대외정책은 러시아와 이란으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터키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함에 따라 터키에 대한 교섭력도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PFA 이후에 집권한 헤이다르 알리예프는 아제르바이잔 정체성의 네 가지 요소(페르시아적인 정체성, 투르크적인 정체성, 러시아적인 정체성, 아제르바이잔적인 정체성)를 모두 활용하여 대외정책의 방향을 결정하였던 것이다.
한국의 사회지리학은 영미 계통의 도시사회지리학을 중심으로 연구되어 왔으며 촌락사회지리학에 대해서는 개념적, 이론적 논의가 매우 빈곤한 편이다. 이 글에서는 20세기 전반 동안 촌락 경관에 대한 사회지리학적 연구로 시작된 독일 사회지리학의 개념적 기초를 파악한 후, 1980년대 이후 크게 발달한 영어권 촌락사회지리학의 등장 배경과 연구 동향을 조망하였다. 국내외 선행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촌락 경관이 촌락성의 표상이며 지방과 국가 정체성의 핵심 요소가 된다는 점, 그리고 물리적 실체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신적, 문화적 실체라는 점을 정리할 수 있었고, 이러한 인식 위에서 한국 촌락의 경관적, 장소적 보편성과 특수성에 상응하는 주요 개념들을 모색해 보았다. 연구자는 이것을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제안하였는데, 지리적 사회집단으로서의 종족집단, 사회집단의 지역화과정,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촌락권이 그것이다. 특히 전통 문화의 산실로서 촌락경관은 일상적 삶, 농업, 관광 사업의 중심에 있고 각 지역의 정체성은 물론 국가 정체성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편승하여 최근에는 학제적 수준에서 마을 연구가 크게 부흥하고 있다. 연구자는 이러한 지성 세계의 동향에 촌락지리학이 동참하기 위해서는 사회지리학적 개념들과 역사지리적 시각에서 복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 제안하였다.
종족(宗族)과 월남민(越南民)의 아이덴티티로부터 확인되는 한국인의 특정한 집단적 정체성은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 아니고 인위적으로 구성된 사회적 산물이다. 한국학을 지향하는 한국 인문지리학이 설정해야 할 목적 중 하나는 현대 한국인이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공유하는 아이덴티티의 복합적이고도 경합적인 구성을 장소와의 관계 속에서 분석함으로써 보편적 한국인의 미래상, 즉 아이덴티티를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한국 인문지리학은 아이덴티티, 장소, 이데올로기 또는 권력으로 구성되는 삼자 관계의 역동성, 지속성, 은밀성을 노출시키기 위하여 특정 장소를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때 한국 인문지리학이 지향해야 할 궁극적 목표는 전지구화의 시대에 적합한 장소 개념, 즉 외향적이고 진취적인 장소 의식을 한국인들에게 널리 전파시키는 것이다.
다문화 사회가 도래하면서 많은 국가들은 예전에 구축된 국가(국민) 정체성과 사회구성 원리에 대한 근본적인 수정 혹은 재검토를 고려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이 시점은 종종 전통의 고수 vs. 다문화주의 도입 사이의 갈등적 상황과 논쟁을 촉발한다. 이 글에서는 프랑스와 브라질의 사례를 통해 이 두 나라가 다문화 시대의 여러 도전(인종주의, 인종차별, 이주민 통합과 공존)에 직면하여 각각의 고유한 사회통합모델의 유지, 폐기, 혹은 근본적 수정을 둘러싼 논쟁적 측면을 고찰해 본다. 특히 양국에서 거의 동시에 일어난 인종 종족 통계 논쟁을 중심으로 다문화주의적 대안모델의 채택(브라질) 혹은 거부 및 유보(프랑스)의 사례를 비교하고 그 정치적 의미를 찾는다.
본 연구는 남한 사회에서 탈북여성들이 경험하는 차별과 낙인을 역사적 배경과 연관된 '종족화된 낙인(ethnicized stigma)'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적응을 위한 사회복지실천 방안을 모색하는데 목적이 있다. 이를 위해 탈북여성 8명, 전문가 4명(2명은 탈북여성)을 심층 면접하였다. 연구결과, 참여자들은 언어와 의사표현 등 소통의 어려움과 내국인으로의 불인정을 경험하였으며, 이로 인해 종족 정체성(ethnic identity)의 혼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원인으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선(先)경험과 잘못된 정보의 일반화, 오랜 분단의 역사와 공간적 거리감에서 초래된 종족성(ethnicity)의 부인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탈북여성들은 부정적 인식과 차별로 인한 부정적 정서와 외로움을 해소하고 적응하기 위해 그들만의 공동체를 구축하였으며, 이것은 정서적 도구적 지지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공동체 내 구성원간의 갈등, 후원금과 자원배분의 문제, 공동체 경험의 부재, 북한체제에서 겪은 불신과 호상비판의 일상, 신변노출의 문제, 자유와 인권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갈등과 해체의 위기를 경험하였다. 결론에서는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북한이탈주민의 공동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남북한 교류를 위한 모임과 프로그램을 확대할 필요성을 제언하였다.
연산과 회덕 지방에 있어서 16~17세기의 시기는 경판 생산과 사회적 관계망 확장단계(landscape phase)로 대변된다. 그 만큼 사회적으로 의도된 다양한 상징경관이 생산되던 시기로서, 혈연관계를 중심 매개로 했던 이전의 생태적 정착 단계와는 다른 지역 정체성을 구성해갔다. 15세기를 지나면서 이들 지역에서 수위 종족집단으로 부상한 광산김씨와 은진송씨는 "권력 과시형 경관"을 지역에 이식하면서 중앙에서 획득한 자신들의 권력을 지방에 과시하였고, 16세기부터는 지방민들을 포섭하기 위한 '시혜$.$교화형 경관"을 생산하면서 지역사회에 완전히 착근할 수 있었다. 광산김씨의 경우 후자에 해당하는 첫 번째 경관이 정회당이었고, 다음으로 양성당, 임리정이 생산되었다. 이러한 경관 창출은 순차적인 영역성 확대를 유도하였고, 영역성에 내포된 초기의 (pseudo-spatial) 성격은 보다 분명한 공간적 정초를 확립하면서 내실을 기해갔다. 이러한 경관 생산을 통해서 학문적 계보의식이 탄생하였고 그 계보의식은 일정한 지역적 범위를 향해서 확대, 심화될 수 있었다. 또 한가지 이 시기의 중요한 특징은 '시혜$.$교화형 경관'이 매개가 되어 연산의 광산 김씨와 회덕의 은진송씨가 사회$.$공간적으로 결합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사회적 결합은 곧 공간적 영역의 통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국지적'(local)규모의 수위 종족집단이 서로 결합함으로써 '지역적(regional)규모의 지역사회가 형성되었음을 말한다. 이와 같은 연산과 회덕의 공간적 통합과 확장된 영역성은 광산김씨와 은진송씨가 주체가 된 지역화과정의 산물이었다. 사회적으로 생산된 이 공간성(spatiality)의 탄생과정에는 학연 관계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통혼을 통한 혈연관계, 근거지의 지리적 인접성이라는 지연 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연산$.$회덕권을 하나의 동일한 지역사회(community)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렇게 출현한 공간적 영역과 지역 정체성은 오늘날가지 이 지방의 사회$.$공간적 의미를 구성하면서 중요한 층위로 존속하고 있다.
This thesis aims to analyze the political, social, and cultural activities of the Acehnese ethnic group living in Jakarta, Indonesia. Based on analysis, this thesis examines how their ethnicity and national identity have been formed and expressed. For this purpose, this study deals with Taman Iskandar Muda (hereinafter referred to as TIM), a group of Acehnese transmigrants living in Jakarta. The immigration of the Acehnese to Jakarta started in the 1950s and the number of Acehnese people living in Jakarta persently amounts to 100,000. TIM, which was organized by the first generational of immigrants, functions to group Acehnese immigrants of various generations and class. Forum Keprihatinan Untuk Aceh(hereinafter referred to as Forka), an organization designed to solve the political problems of TIM, undertook various activities to maintain the peace of Aceh as the representative of TIM. Through those activities, TIM and Forka were able to confirm the feeling of homogeneity among the Acehnese who were living in their hometown and also strengthen their identity within the organizations. However, the fact that TIM and Forka put their focus on humanitarian activities paradoxically shows the political limitations that they sustain. TIM and Forka take care not to make their humanitarian activities seem as if they intend to openly strengthen their Acehnese identity and deny their Indonesian one. These political characteristics of Forka's identity are commonly found in groups that practice long-distance nationalism, as transmigrants in diaspora circumstances do. In the organization of TIM, there exists the menasah, which is a space where discussions of the ethnicity and the nation are practiced. As it is the space for local exchange, menasah reveals the identity of TIM through educational/social activities and public services. Menasah functions as the public arena where people practice ethnic identity on the basis of national integration. As a minority ethnic group living in Jakarta and its neighborhood, they are accustomed to double and selective political activities, social activities, and cultural practices. In order to adapt themselves to the double circumstance that they are faced with, they should live extemporaneously, and this life may be the fate that minority ethnic and transmigrants should endure.
이 논문은 한반도 청동기시대 '사회' 고고학을 어떠한 관점과 방법으로 연구할 것인가를 검토해 보고자 작성되었다. 먼저 한국의 '사회' 고고학 접근을 연구사적으로 검토하였는데 1970년대까지는 민족사의 흐름과 같이 모호한 실체와 과정으로 사회진화의 단계를 서술하는데 그쳤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념에서 벗어나 단위사회의 규모와 지배권력의 성격 등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였고, 고고학 자료의 위계와 분포를 분석하여 사회단위와 그 조직을 복원해 보려는 노력은 1990년대 들어와서야 가능했다고 보았다. 그리고 영미와 일본 고고학에서 이루어진 사회에 대한 접근의 틀을 참고하여 청동기시대 취락을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년 전의 일이다. 다음으로, 어떤 고고학적 실체를 지칭하는 용어로 정착된 'OO유형' 이라는 개념과 종족집단의 존재가 전제된 문화단위에 대한 관념들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였다. 청동기시대 고고학자들은 한편으로 취락 내부와 취락 간의 유물분포를 분석하여 사회적인 특성들은 정의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OO유형' 이라는 문화적 실체의 생성과 확장, 및 소멸에 관한 논의를 하고 있는데 이것은 생산적인 '사회' 고고학 연구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보았다. 비파형동검과 같이 광역으로 분포하는 물질문화의 요소들을 고대 종족명과 관련시키는 연구관점에 대해 비판하였다. 이와 같이 광역으로 분포하는 물질문화의 존재는 지역집단들 사이에 형성된 모종의 관계망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으며 나아가 이러한 관계망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성격과 함께 그 물질문화의 상징적 의미가 지역에 따라 어떻게 변용되는지에 대해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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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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