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비판적 지식인들이 인문학 서가를 두텁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 관련서가 주로 일본의 대중문학이나 '일본 알기'류의 표피적인 수준에 머물렀다면, 일본의 독특한 근대경험을 반성적으로 통찰하거나 한일간의 민감한 의제를 양심적인 시각에서 재조명한 책이 부쩍 늘었다. 특히 일본의 근대성을 탐구한 책이 집중 소개돼 국내 독자에게 서구와는 다른 제3의 시각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오늘날 한일 대중문화 개방을 통해 실체로서 확인할 수 있는 개별 대중문화물과 문화 교류, 그리고 점증하는 한일 간의 정치적 긴장을 함께 살핌으로써 문화와 정치 사이의 접합 지점을 발견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문화와 정치는 개별적으로 분리되기보다는 문화적 정치로 연동되며, 이들이 어떻게 접합되는가에 따라 차이 및 모순의 비교 가능한 다양한 영역들이 구분된다. 이와 같은 전제 하에서 일본 대중문화 속 정치성을 분석하여 한일 간 정치 경색의 문화적 배후를 밝히고자 한다. 본 연구가 집중한 것은 일본 대중문화 속 근대성의 문화적 구현으로, 이를 구체적으로 살피기 위해 일본을 대표하는 망가 작가인 우라사와 나오키의 장편 망가 8편을 분석하였다. 분석은 나오키 작품에 담긴 (1) 무국적성, (2) 서구와 일본, 그리고 아시아의 재현, (3) 과거 일본에 대한 향수와 탈일본적 욕망에 집중되었다. 분석 결과 그의 망가는 일견 인류애와 진보적 가치를 옹호하며 보수 우익의 논리와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아시아를 삭제함으로써 탈아입구, 그리고 근대의 초극과 맥이 닿는다. 이는 서양과 마주한 이래 외양은 변했을지라도 지속되는 일본의 근대성 속에 그의 망가가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논문은 근대 민족국가 형성과 민족 공용어의 창출의 상관성을 염두에 두고 식민지기 버마에서 버마어가 어떠한 정치적, 사회적 환경 하에서 어떻게 공용어의 지위를 획득해나갔는지에 대해 주로 버마어 산문의 대중화라는 각도에서 분석한 것이다. 베네딕트 앤더슨의 연구가 시사하는 것처럼 근대적 인쇄매체의 출현과 더불어 근대 버마어의 등장 및 대중화는 버마의 근대적 민족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제1차 영국-버마 전쟁 종결 후, 정치, 사회, 경제적 상황 변화와 함께 인쇄산업의 발달과 더불어 버마어는 대중매체에서 공용어로서의 지위를 획득해갔다. 식민시기에 버마 내 여러 지역에 어학원이 설립되었고 버마인이 어학교육 담당자로 고용되었다. 1930년대 초반에 근대 버마어 산문이 많은 저자들에 의해 집필되었으며, 1930년대 후반에 들어서서 독자들 사이에서 널리 읽히는 호황을 누렸다. 일본군 점령 후에는 일본군 당국의 허가 하에 버마어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공식적 언어로서 인정되었다. 이러한 바탕 위에 근대 버마어는 1947년 헌법에 버마의 공식 언어로 명기되었다. 이러한 과정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논문에서는 버마어가 식민지기에 표준어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고 그 버마어로 작성된 근대 버마어 산문의 사용이 버마의 민족 형성과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이 글은 근대 일본의 국어교과서에 기술된 한국을 분석하여 당시 한국에 대한 인식이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것이 목적이다. 이 연구에서는 일본에서 국정교과서제도가 시행되었던 제1기(1904년)부터 제5기(1945년)까지의 국어교과서에 수록된 한국 관련 내용을 살펴보았다. 근대 일본의 국어교과서에서 한국관련 내용은 신공황후, 도요토미 히데요시, 풍속, 인삼, 서울과 시골풍경 등의 내용으로 요약 가능하다. 신공황후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통하여 한국은 수동적인 약소국의 이미지가 부여되었다. 또한 온돌, 의복, 의례 등 일본과 다른 문화를 지닌 한국을 소개하기도 하였으나, 짐을 실어 나르는 말과 비위생적인 모습을 제시하여 전근대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조선총독부와 일제에 의해 신축된 건축물을 중심으로 서울을 묘사함으로써 식민성을 강조하였다. 나아가 조선의 시골 모습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통하여 내선일체를 유도하였다
본 논문은 유럽에서 근대건축의 헤게모니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던 1920년대 일본의 근대건축이 어떠한 성향을 지니면서 발전하게 되는지를 분리파건축회(Japanese Secessionist)의 건축이론과 작품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분리파건축회는 1920년부터 1928년까지 9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활동한 전위예술가(Avant-garde) 단체이지만, 이들의 도전적이고 활발한 활동이 일본 근대건축의 전통성 논쟁을 비롯해 예술가의 지위에 대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근대건축의 발전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본 논문은 분리파건축회가 창립하게 되는 배경과 더불어 일본 근대건축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제반요소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이들의 급진적인 건축관을 당대 유럽 건축계의 흐름과 대비시켜 파악하고, 근대건축의 전반적인 맥락에서 분리파건축회가 지니는 건축적 경향과 특징을 규명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근대 시기 일본풍 정원의 확립과정을 인물과 작품의 공간구성과 공간구성요소, 재료 등을 통해 살펴보고 우리 정원의 정체성 구현을 위한 자료로 삼고자 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성이 수용하고 있는 인자를 한일 근대 시기 정원문화에 대입한 결과, 장소성, 현재성, 주체성에 있어 모두 차이를 보인다. 이는 근대 시기 한국에는 문화적인 단절이 있었던 반면, 일본은 비교적 온전한 문화 계승이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차이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둘째, 근대 시기 이전의 일본의 정원문화는 문화적인 단절 없이 일본 전역의 각기 각층에 보급되고 지속해서 발전해왔다. 근대 시기 메이지 정부는 문명개화 정책을 추진해 유럽과 미국의 선진문명 도입을 주도하여 서양식 건축법이 유행하게 되었다. 급속한 서양문화의 도입은 전통적인 일본문화가 잊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영국의 건축가 조시 콘더(Josiah Condor)는 일본인 건축가를 지도(1879)하고 정원의 화실, 일본정원의 전통적 디자인 등을 설계에 도입하였다. 메이지부터 다이쇼 시대에 교토지역에서 활동했던 오가와 지헤에(小川 治兵衛)의 정원양식은 일본의 전통문화를 지키고자 했던 정·재계 유력자들에게 받아들여졌고 각종 법령의 마련 등으로 보호 제도도 갖춰졌다. 셋째, 일본 근대정원의 정원가, 일본적인 구성요소, 재료, 요소와 일본풍을 중심으로 분석한 결과, 야마가타 아리토모(山縣 有朋), 오가와 지헤에(小川 治兵衛), 시게모리 미레에(重森 三玲) 등이 일본풍을 정원에 계승한 대표적 정원가이며, 공간구성의 특징으로 대지천(大池泉) 정원조성과 자연주의적 차경 수법의 도입, 물의 흐름을 도입하는 것이 특징적으로 나타났다. 일본풍 정원 구성요소의 특징은 잔디 활용, 곡선의 원로, 자연스러운 향토적 식재수종으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넷째, 사례 대상지의 일본풍 인자를 분석한 결과, 공간구성의 개별 요소별로 특히 유수(흐름)의 활용이 47.06%의 비율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대지천과 자연주의적 차경도 확인되었다. 잔디의 식재와 곡선 원로의 도입은 각각 65.88%, 78.82% 비율로 나타났다. 수종 변화는 28.24%로 잔디의 식재나 곡선 원로의 적용보다는 비교적 적은 건수가 확인되었다. 다섯째, 우리는 근대 시기의 정원들을 확대 발굴하여 정원의 조성자나 소유주, 공간의 구성, 공간의 구성요소, 재료 등을 세부적으로 기록하고 우리나라 정원의 정체성을 찾는 데도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 본 연구는 일본의 근대 시기 일본풍의 확립과정을 인물과 사례 정원을 통해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연구를 진행하였으나 보다 다수의 사례와 구체적인 기법의 분류 등 세부적인 연구를 진행하지 못한 것을 연구의 한계로 두고 차후 과제로 삼고자 한다.
이 글은 근대시기 일본의 한국인식을 당대의 한국 담론과 교과서 콘텐츠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민족성, 역사인식, 한국의 사회상으로 주제를 설정하고 교육 잡지를 중심으로 각 주제에 관해 형성되었던 담론과 이들 담론들이 투영된 교과서 교사용 지도서의 서술내용들을 살펴보았다. 민족성에 관해서는 나태 무기력 미개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부정적 측면에서 인식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한국 역사를 수동적, 타율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무능한 국가운영으로 인해 부정적 민족성이 형성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독립을 유지할 능력이 없는 한국은 일본과 동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이며 결국은 한일강제병합에 이르렀다는 것이 한국 역사에 대한 인식이다. 또한, 일본이 한국사회를 평가하는 척도는 서구식 문명화였으며 한국사회의 모습을 문명 문화의 정도가 낮은 전근대적 사회로 규정하고 있었다. 근대시기 일본에서 형성된 한국에 대한 담론에는 근대국가로 탈바꿈한 일본의 자신감과 제국주의의 길을 걷게 된 일본의 지배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었고 이와 같은 담론은 교과서와 지도서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확산되고 있었다.
본 논문은 한국 경제가 식민지 경제 체제로 이행되는 과정에서 식민지 도시 경성의 상업공간이 도시 내부에서 어떻게 식민지 근대성을 표출시키고 있었는가를 상업회사를 중심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경성의 상업회사에 대한 1920년대와 1930년대의 시계열적 분석을 보면, 상업회사의 수와 규모 면에서 본정2정목의 성장이 활발하였다. 민족별로 보면 일본인 상업회사 수는 본정1정목에서 가장 많이 증가하였고, 규모 면에서는 황금정2정목의 상업회사가 크게 성장하였다. 조선인 상업회사의 변화를 보면, 종로2정목이 회사 수나 규모 면에서도 가장 많이 성장하였다. 일제강점기 경성에서 일본인의 상업활동이 활발하고 규모가 켰지만 조선 상인들은 이에 대해 대처하려고 노력하였다. 조선 상인들의 근대적 경영 방식의 회사 설립과 운영 등을 시도하였고 종로2정목의 화신연쇄점을 비롯한 여러 상업회사가 비교적 규모가 큰 상업회사를 유지하면서 근대성을 담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업회사의 규모에서 조선인 회사는 일본인 회사에 비해 영세하였고 상업회사를 중심으로 분석한 식민지 도시 경성 상업공간의 식민지 근대성은 상업활동과 상업공간의 민족별 격리와 조선인 상업자본의 영세성이라는 이중구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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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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