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십여 년 간 한국의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는 맞춤의학(personalized medicine)의 실현 여부와 그 효용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을 벌여왔다. 이러한 논의들은 주로 맞춤의학이 실현가능한 약속인지 아니면 단순한 과장광고(hype)인지에 주로 초점을 맞추어 이루어졌는데, 이 글은 이러한 논의들이 '맞춤의학'이라는 용어의 '통시적 혼종성'과 '공시적 다의성'을 놓치고 있음을 지적한다. 본 연구는 맞춤의학을 행위자들에 의해 이용되는 수사적 도구(rhetorical device) 혹은 수사적 존재(rhetorical entity)로 보기를 제안하는 선행 연구를 좇아, 1998년부터 2013년까지 이루어진 약 9천 건의 국내 언론 보도 내용을 분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는 '맞춤의학'이라는 용어가 기술과학 발전의 역사적 맥락에 맞추어 서로 다른 사회세계에 속하는 행위자들에 의해, 건강기능식품, 의료정보제공, 원격진료, 재생의학, 줄기세포연구, 환자중심진료, 질병중심임상처방, 사상체질의학을 가리키는 것으로 끊임없이 재정의 되어 왔음을 보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이 글은 맞춤의학 거버넌스에 대한 정책적 제언과 이론적 기여의 두 가지를 시도한다. 정책적 제언과 관련해서 이 글은 현재 정책 연구들이 역사적 다의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각기 다른 대상들을 맞춤의학으로 설정하고 분석을 전개하고 있으며, 맞춤 의학을 보편적인 과학적 실재로 가정함에 따라 미국의 ELSI 연구 결과들을 한국 상황의 분석에 그대로 적용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론적 기여와 관련해서 이 글은 맞춤의학과 같은 신기술에 결부되는 정치적 함의를 검토할 수 있는 도구로 '기표-정치(signifiant-politics)'의 개념을 제시한다. 하나의 용어 단일한 기표가 다양한 의미체계 안에서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현상은 이전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기술과학이 혁신을 통해 등장하였을 때 관찰되는 것으로, 그를 지시하는 기표로서 언어가 갖는 본질적 결여가 파생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신기술 분야에서 정책결정과 거버넌스가 중요한 것은 이 이유 때문이다. 신기술정책은 바로 이러한 기표의 무한한 흐름과 미끄러짐을 정박(碇泊)시키는, 의미의 고정점이자 기표의 누빔점(point de capiton, quilting point)이 된다는 점에서 상징계에서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 이 사례연구에서 볼 수 있었듯이, 기술정책 등의 사회적 합의가 누빔점을 제공하기 이전까지 신기술의 기표가 갖는 의미의 미끄러짐을 활용하는 행위자들의 특징을 기표-정치(signifiant-politics)라고 부를 것을 조심스럽게 제안하고자 한다.
남한과 북한은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만 거의 반세기 동안 교류가 없었고 정치사회적 환경 등이 달랐던 탓에 언어에서도 차이가 생기기 시작했다. 근래까지 남북한에서 쓰던 학술용어는 대부분 외래어나 일본식 한자말이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에서는 국가적으로 말다듬기운동을 일으켜 대부분 학술용어를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 남한에서는 대부분 의학용어가 아직도 일본식 한자말로 되어 있다. 최근 대한해부학회에서는 일본식 한자용어에 익숙한 사람들의 저항을 줄이면서 우리말다운 의학용어를 만든다는 데 바탕을 두고 1990년대에 새롭게 다듬은 해부학용어집을 펴냈다. 이들 용어를 비교하며 남북한 의학용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일러두기:보기에 있는 용어의 순서는 (옛)-(남)-(북)이며, '옛'은 일본식 한자용어, '남'은 다듬은 해부학용어, '북'은 다듬은 북한용어를 가리킨다. []속의 용어는 앞의 용어와 함께 쓸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고, 용어 가운데 있는()속의 용어는 생략해서 쓸 수 있는 것이다.
현재, 과학기술, 정치, 사회, 문화의 급격한 변화와 발전에 따라, 전문분야마다 새로운 전문용어가 빈번히 생성되거나 소멸되고 있다. 이러한 전문용어를 포함한 문서를 정확히 해석하기 위해서는 전문용어 전자사전이 필요하다. 전문용어 전자사전을 개발하는데는 수시로 생성되는 전문용어 표제어를 정확히 추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전문용어 표제어를 컴퓨터를 이용하여 추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였다. 기본적으로 기존의 전문용어가 사용된 특정어구를 이용하여 전문용어를 추출한다. 또한, 전문용어의 어절 패턴을 이용하여 후보 전문 용어를 추출한 후, 전문용어를 구성할 수 있는 단어의 위치정보를 이용하여 전문용어를 추출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기존 전문용어 사전에 없는 단어에 대해서는 시소러스를 이용하여 유사 단어의 위치정보를 이용하는 방법을 이용하였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정치 변동 과정에서 5.18 담론은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의 대표적 신문 중의 하나인 "동아일보"를 대상으로 그 지면에 나타난 5.18 담론의 주요 특징과 변화 양상을 살피고, 한국의 정치 사회적 맥락과는 어떠한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동아일보" 지면에 나타난 5.18 관련 용어에 대한 분석과 사설 보도에 대한 질적 담론 분석을 통해서 1980년부터 2008년까지 "동아일보"가 구성하고 있는 5.18 담론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동아일보"에서 5.18을 지칭하는 용어는 초기 지배적 용어로 광주사태가 사용되다가 1983년 유화국면 이후 광주민중항쟁, 광주학살, 광주항쟁, 광주의거와 같은 대항담론의 용어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1989년 이후 광주민주화운동이 지배적 용어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동아일보" 사설의 5.18 담론은 비극적 사태 담론, 진상규명 담론, 명예 회복 담론, 역사 심판 담론, 적극적 처벌 담론, 정치담론화의 순으로 전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동아일보"의 5.18 담론 변화는 한국사회의 사회 정치적 변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동아일보" 스스로 5.18 담론의 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지배담론의 변화가 발생한 후 이를 반영하며 새로운 지배담론을 공식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인터넷이 폭 넓게 보급되어 개인의 의견을 개진할 기회가 확대됨에 따라 정치, 경제 등의 사안이나 제품 기업의 이미지, 공인에 대한 긍정.부정의 글을 개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현상에 따라 기업, 제품, 혹은 공공의 분야에서 일반 개인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분석 및 자료수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감성용어 문서분류시스템은 문서의 내용 중 감성기반의 용어들에 기반하여 이에 대한 패턴을 정의하고 이에 대응하는 범주에 문서를 자동으로 할당하는 작업으로써 효율적인 정보 관리 및 검색을 가능하게 한다. 하지만 자동문서 분류를 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 보관하기 위한 분산 환경이 반드시 필요하다. 본 논문에서는 감성기반 문서분류 시스템을 위한 감성용어 추출 및 긍정, 부정의 패턴을 검색해 자동 문서분류를 위해 RTI(Run Time Infrastructure)를 통한 분산 시스템 환경으로 구성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페미사이드' 또는 '페미니시디오' 개념의 정치성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고찰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페미사이드'와 '페미니시디오'의 용어를 둘러싼 논쟁과 개념 정립 과정을 통해 이 용어가 갖는 정치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2008년 페미사이드 선언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였으며, 페미니시디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커지자 각국에서 관련법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법을 이행할 메커니즘의 부족으로 인해 가해자에 대한 조사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페미니시디오는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들어 #NiUnaMenos를 비롯하여 8M 세계여성의 날 파업, 칠레에서 시작된 퍼포먼스 등이 라틴아메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으면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운동은 강력한 결집력을 가지고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페미니시디오와 다른 의제들을 더해 가면서 젠더평등이 포함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 운동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스마트 기기의 대중화는 정치, 경제, 문화 뿐 만 아니라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최신 기술을 바탕으로 모바일 기반의 능동적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교육은 21세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주목받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보건의료계열 학생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의학용어를 학습 할 수 있는 의학용어 학습 앱인 SMT(Smart Medical Terminology)를 개발하였다. SMT에서는 의학용어 학습에 흥미와 동기를 부여하고, 학습자의 수준에 따라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학습 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혼성성(hybridity)' 이라는 용어는 최근 초국적 이주자들과 같은 유목민적 주체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이론적 연구들의 주요용어로 등장하였다. 특히, 탈식민주의적 정치와 관련하여, 혼성성은 담론의 경계에 도전하고 권력이 내재화된 역사와 문화를 비판적인 차원에서 새롭게 기술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본 논문은 혼성적인 주체의 위치성이 오히려 새로운 문화 담론을 생산하고 새로운 헤게모니를 잉태하는 데에 용이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본 논문은 의도된 의식적 혼성성을 경험된 유기적 혼성성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탈식민주의에서 혼성성의 정치가 가지는 이중적 본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험적인 수준에서, 본 연구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입지한 '영빈관' 이라는 레스토랑의 시대공간적 변화를 혼성성의 관점에서 읽음으로써 어떻게 탈정치화된 민족성을 드러낼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둘째, 본 논문의 후반부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내에서 새로운 헤게모니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계 엘리트 및 전문가 계급들이 소위 '1.5세대' 라는 혼성성의 담론을 통하여 어떻게 그들의 정치적인 지위를 강화하는가에 주목한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혼성성이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제3의 정치적 지위를 욕망하기보다는 사회공간적 경계들에 도전하는 비판전략의 하나로서 '스스로를 해체하기 위한 개념'으로 이해되어 야 함을 지적한다.
이 논문이 살피고자 하는 것은 공중이라는 용어의 다양한 의미들이 아니라 이 말로 표현되어 온 특정한 한 의미다. 이 의미란 '공적 문제에 대해서 동료 시민들과의 공유된 이해와 동의된 판단을 형성하기 위해 대화와 토론에 참여하는 시민'이라는 개념이다. 이 개념은 존 듀이나 한나 아렌트, 위르겐 하버마스 그리고 제임스 케리 등과 같은 학자들의 주장의 핵심적 요소로 사회와 언론에 대한 서구의 비판적 연구와 민주주의에 대한 탐구에 중요한 이론적 토대였다. 이 논문의 목적은 이러한 공중 개념이 한국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어떻게 수용되어 왔는가를 살피는 것이다. 여기서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는 전통적으로 비판 커뮤니케이션 연구라 불려 왔던 연구뿐만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현상의 사회적 의미를 탐구하고 평가하려는 연구들을 총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 이 논문은 한국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가 동의에 지향된 담론적 정치 참여 행위에 의해서 규정되는 이러한 공중 개념을 분석적 범주로서 사용해 오지 않았다는 것을 주장한다. 이 개념에 기반하고 있는 서구 학계의 많은 주장들이 한국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주요한 이론적 자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개념이 분석적 범주로서 무시되어왔다는 사실은 한국의 비판적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성격과 한계를 드러내 준다.
정치적으로 볼 때, 한국은 현재 북한과 남한이라는 분단 현실에 놓여있고, 북한은 제 2세계로 분류되어져 왔지만, 경제적으로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해 볼 때 북한은 현재 제 3세계로 간주되어가고 있다. 비록 이런 논의는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제 1세계와 제 3세계의 중간 어느 정도의 위치에 놓여있다고 본다. 소위, 서방과 태평양의 언저리에 놓여있는 실정이다. 본 연구에서는 영상연구방법 중 질적방법론의 사례분석과 문헌연구(한국민족영화운동(Korean National Cinema Movement (1980~1990)의 문헌연구)를 통해 제 3세계 영화, 비(非)서방(Non-Western) 영화들, Third Cinema 와 같은 용어들을 현대 동아시아(East Asia) 영화들을 특별히 한국영화에 적용하여 그 용어와 의미들을 논의하고자 한다. 이 논문에서 도출된 결과는, 글로벌 시대에 모든 영화들이 국적(이념)에 따라 구분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러한 견지에서 동아시아(한국)의 영화는 반드시 재(再)평가 되어야하고, 제 3세계, 비(非)서방(Non-Western), 제 3세계 영화의 영역에 조심스럽게 재(再)위치해야 할 것을 재(再)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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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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