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에 세상에 선을 보인 영화는 현실을 모사하고자 했던 인류의 열망에서 발명되어 탄생 초기부터 현실을 재생하는 소명이 주어진 반면, 부조리하게도 비현실의 예술로서 간주되었다. 영화의 발명이 가져온 현실의 모사(copy)에 대한 경험은 영화가 이야기를 지니고, 허구의 세계를 창조하여 가상적인 현실감과 더불어 현실을 재현(Representation)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영화의 재현방식은 상반된 미메시스(Mimesis)개념을 모두 함축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미메시스의 개념을 문학적 재현의 층위에서 해석적 관점으로 발전시킨 폴 리쾨르의 '삼중의 미메시스(Triple Mimesis)'개념을 바탕으로 1999년 콜럼바인 고교 총기난사사건(Columbine High School massacre)에 나타난 행동의 전(前) 이해를 분석하고, 사건을 소재로 한 영화 '엘리펀트(Elephant)'에 어떠한 형식으로 재현되어 있는지, 이러한 영화적 재현이 어떻게 해석 가능한지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연구를 통하여 영상이미지에 나타난 재현과 현실과의 관계에 대한 규명이 예술적 '미메시스(Mimesis)'의 관점에서 재정립되었으며, 영화적 재현에 있어서 해석의 전(全)과정을 통하여 창작자와 독자 간의 소통에 관한 탐구가 시도되었다.
전쟁의 역사는 국가의 정체성과 시대의 사회 상황을 제시해 준다는 측면에서 모든 집단에게 관심 있는 주제이다. 따라서 전쟁은 문화산업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고, 전쟁영화는 다양한 양상으로 전장을 재현하며 우리에게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서사를 제공하였다. 이 연구는 전쟁영화의 유형적 분석을 통해 영화 속에 나타난 전쟁의 양상과 재현을 살펴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전쟁의 양상과 그것의 사회적 영향을 비교하기 위해서는 보다 포괄적인 재현의 개념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전쟁을 소재로 한 국내 외 전쟁영화들 중 연구주제에 맞춰 전쟁영화의 유형을 분류하고 분석대상에 맞는 영화를 자료체로 선택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전쟁의 재현이 영화 속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투영되고 묘사되고 있는지와 그 내용들이 전쟁의 양상을 어떻게 반영한 재현인 것인가를 살펴보았다.
서구의 근대화를 통해서 기술적 변화와 예술 사이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그전까지 특정 개인과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서 향유되던 과거의 예술이 기술에 의해 대량으로 생산됨으로써 대중적인 수용이 가능해졌다. 한 프레임씩 정지된 프레임들을 카메라로 촬영해서 재현한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은 영화적 특성을 보이는데 본 연구에서는 이런 애니메이션의 영화적 운동성에 대해서 논의하면서 애니메이션에서 재현되는 운동성이 아무리 충실하게 만들어진 것일지라도 현실 세계의 운동성은 물론이고 라이브액션 영화에서 재현되는 운동성과도 동일할 수 없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결국 애니메이션은 영화적 요소들과 애니메이션만의 디테일한 연속성으로 운동성을 창조한다. 이런 운동성으로 애니메이션만의 리얼리티가 살아나고 애니메이션이라는 예술형식의 위력을 점점 발휘시킬 수 있다.
국가/민족에 대한 상상으로서의 팩션 영화가 하나의 경향을 이루고 있다. <실미도>와 <한반도>는 이러한 팩션적 상상력이 블록버스터적 기획과 조우한 전형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국가/민족 재현의 영화적 전통과 한국영화사에 나타난 국가/민족의 도구적 재현의 역사를 개괄한 후, <실미도>와 <한반도>에서 특수하게 나타나는 재현 전략을 분석을 통해 그 결과로서 드러난 내셔널리즘의 이데올로기적 성격을 규명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는 영화뿐 아니라 최근의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팩션적 상상력의 담론적 측면을 고찰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은 "재현"의 문제를 인식론적 측면에서 고찰하고자 한다. '실제 사건'에 대한 영화적 재현이 관념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인식론적 고찰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이미지가 대상을 반영함에 있어 비가시적인 요소들까지 형상화한다는 특성을 감안할 때, 실제 사건에 대한 재현 문제는 늘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주체적인 건 비주체적인 건 개인의 경험과 감각적 인식이 유사할 수 있으나 일치할 수 없으므로 '영화가 재현하는 진실'은 '진실' 그 자체로 성립하기 어려운 난점을 내포하고 있다. 대상은 현존하는 그 자체 그대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의 시선을 통해 축소되거나 확장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현실과 작가의 현실인식, 수용자인식 간의 차이가 발생한다. 그것은 수용자가 얼마나 작품의 진실성을 분리해서 볼 수 있는가 와는 별도로 수용자의 실제적인 관심이나 욕망 혹은 물리적 프레임에 밀착해 산출되는 매우 불안정한 간극이다. 이러한 간극은 실제 사건에 대한 재현의 한계를 부각시킨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한계를 선명히 하는 데 그 목표가 있다.
이 연구는 더글라스 서크(Douglas Sirk) 감독의 <천국이 허락한 모든 것> (1955)과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 개론>(2012)에서 집에 대한 '재현' 공간을 고찰하였다. 두 멜로드라마 장르 영화는 등장인물들이 대사로 직접 표현한 수 없는 것들을 가구, 소품 등의 미장센, 특히 리모델링을 하는 집을 통해서 보여준다. 집은 욕망을 스타일과 형식을 통해 산출한다는 점에서 멜로드라마 장르의 공간을 특징짓는 서술적 사건과 모티프를 담고 있는 구체적 장소의 역할을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멜로드라마 장르에서 집과 풍경들이 어떻게 영화적 공간(cinematic space)을 구성하고 그 재현공간이 갖는 사회적인 의미를 고찰한다.
이 연구는 서부 영화에서 황야를 재현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발견되는 미학적 특성을 해석한다. 서부 영화는 자연 경관을 본격적으로 다룬 최초의 영화 장르로서, 시각 재현 매체가 자연 경관을 재현하는 방식의 원형을 보여준다. 서부 영화는 먼저 동부의 황야를 배경으로 제작되다가 이후에 서부의 황야를 포착하였고, 경관의 물리적 특징에 적합한 재현 방식을 통해 독특한 미적 특질을 조직하였다. 서부 영화에서 황야는 카메라에서 먼 거리에 위치하여 시각적 관조의 대상으로 재현되었다. 동부의 숲 경관의 재현은 허드슨 강 화파의 회화 양식의 영향을 받았고, 초월적 숭고의 미학을 구현하였다. 서부의 반건조지대의 재현에서는 높은 지대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하향적 시선이 등장하였고, 이때의 황야는 버크가 정의한 숭고의 특질을 보여준다. 서부의 사막은 한편으로 지면 높이에서 포착되어 지평선이 부재하고 무한함이 강조됨으로써 불모지로서의 황야를 표상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모뉴먼트 밸리는 장엄한 규모와 오랜 시간성의 측면에서 숭고함의 범주에 포섭되고, 광활한 사막에 지평선과 함께 시각적 상징물로서 재현되었다. 서부 영화의 황야 재현 방식에서는 안전한 거리를 두고 경관을 관찰하려는 인간의 생물학적 욕구인 조망과 은신의 관계가 발견되고, 이러한 점에서 서부 영화는 자연 경관의 구성 방식에 관한 원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본고는 알랭 레네의 대표작인 <밤과 안개>(Night and Fog, 1955), <히로시마 내 사랑>(Hiroshima, Mon Amour, 1959), <뮤리엘>(Muriel, ou Le temps d'un retour, 1963)을 중심으로, 그가 기억의 문제를 영화적 형식으로 어떻게 구현해냈는지 분석한다. 이 세 영화는 홀로코스트, 히로시마 원폭과 제 2차 세계 대전, 알제리 전쟁과 같은 미학적 재현이 불가능해 보이는 참혹한 기억들을 다룬다. 특히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사건의 재현은 자연스럽게 윤리적 문제와 연결된다. 이러한 사건의 기억은 감히 인간의 언어로 설명 할 수 없기에 재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타인의 고통에 침범하지 않기 위해서나 그 고통을 스펙터클로 전시하지 않기 위해서도 재현은 불가능한 것이다. 레네는 트라우마적 사건의 사실적 재현이 애초에 불가능하다면 영화적 형식을 통해 진정성에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 인식한 감독이었다. 따라서 그는 영화적 형식을 통해 재현의 불가능성 문제를 극복하고자 여러 차례 시도한다. 우선 그는 다큐멘터리의 외설성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극영화로 이행하는데, 이는 윤리적인 시도로 볼 수 있다. 타인의 고통을 <밤과 안개>에서는 과거 독일군이 촬영한 수용소 기록 영상으로 보여준 반면,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는 허구적 형식의 재현물로 전환하여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그는 최초의 극영화 <히로시마 내 사랑>에서 플래시백을 통해 트라우마적 사건이 주인공의 정체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구현한다. 하지만 플래시백은 트라우마적 사건이 주인공에게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타인의 고통을 침범하여 향유하는 외설성을 내포한다. 따라서 이후 작품인 <뮤리엘>에서 레네는 플래시백의 부재를 통해 트라우마적 기억에 잠식당한 주인공을 그리기에 이른다. 역설적으로 이러한 플래시백의 부재는 재현의 불가능성 그 자체를 부각시킨다. 재현의 불가능성에 무기력하게 침묵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다가가는 것, 즉 이러한 불가능성 주변을 끊임없이 반복적으로 맴도는 태도는 재현의 불가능성을 극대화하는 윤리적인 형식이다. 동시에 이것이 레네가 영화를 통해 보여주는 재현의 윤리일 것이다.
본 논문은 일본군 '위안부'의 영화적 재현이 어떻게 일상의 영역에서, 그리고 대중의 기억 속에서 '상상력'을 촉발하고 공통의 감각과 정동을 불러일으키는가 살펴보자 한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는 오랫동안 망각되었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야 공공 기억의 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러한 전환에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담론화를 가능하게 만든 국내외적 크로노폴리틱스(chronopolitics)가 존재한다. 이는 '시간의 정치학'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독특한 위상을 보여주는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영화적 재현은 역사적 크로노폴리틱스와 연속적이면서도 단절적인 이중성을 보여주며 새로운 시각적 크로노폴리틱스를 드러낸다. 한국영화사의 맥락에서 일본군 '위안부' 재현의 크로노토프는 크게 4가지 국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1990년대 이전 일본군 '위안부'의 극적 재현들, 둘째, 증언과 역사쓰기로서 1990년대 후반 다큐멘터리, 셋째, 2000년대 들어 멜로드라마적 감수성을 이끌어낸 극영화들, 넷째, 애니메이션 및 기타 장르를 포함하는 매체의 확산이다. 이들 중에서 '위안부' 문제를 대중적 극영화(fiction film)의 범주에서 표상하고 있는 첫 번째 국면과 세 번째 국면에 집중해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1990년 이전의 '위안부' 극영화들이 철저히 상업영화와 대중장르의 틀을 고수하며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성애화를 추구했다면, 2000년대 이후의 영화들은 대중영화의 양식 속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실험해보고 있다. 특히, <귀향>, <아이 캔 스피크>, <허스토리> 등과 같은 2000년대 '위안부' 극영화들의 등장은 우리가 그간 생존자들의 증언과 일본군 '위안부' 운동 등을 통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 이슈에 대하여 과연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이에 대한 '문화적 재현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의 여러 문제를 제기해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2000년대 영화적 재현의 전략들에 주목하면서, 이 글은 멜로드라마의 대중 정치학, 피해자성과 폭력의 재현, 메타기억으로서의 일본군 '위안부' 극영화 등을 논의하고자 한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한 멜로드라마적 상상이자 메타기억으로서, '위안부' 극영화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통과해야 할 역사적, 정치적, 미학적 관문들을 보여준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근의 극영화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간의 관계를 넘어서, 오래된 식민 구조를 해체하고자 하는 탈식민주의적 과제이자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이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트랜스내셔널한 프로젝트로 거듭나는 방식에 이 글은 주목한다.
영화에 표현된 장소 재현을 살펴보고자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을 분석하였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에 주둔했던 주체가 변화하는 전환점이자, 한국사회 이데올로기의 분기점으로 정립된 큰 사건이었던 만큼 아직까지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사례로 한국 영화 '인천상륙작전'(1965)과 북한 영화 '월미도'(1982)를 선정하였다. 제작자가 다르다는 것은 제작의도의 차이를 말한다. 제작자가 선택한 재현 대상을 밝혀 영화 속 장소를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상륙군 관점에서는 승리를 기념하는 스펙터클을 보여주었지만, 방어군 관점에서는 전사자들을 영웅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제작자는 실제 장소를 의도에 맞게 선택하고 표현하기에 장소 내부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로인해 영화의 배경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장소 외부를 표현한 영화 속 장소는 새롭게 미장센으로 공간을 연출한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사로 전달되는 언어 재현 장소는 장소에 대해 내부자와 외부자 관계를 파악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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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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