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훈은 해방 이후 한용운에 대한 인식을 주도적으로 생산한 논자이다. 그는 한용운을 민족시인으로, 그의 시를 저항적 민족시의 한 전형으로 평가함으로써 한용운에 대한 현재적 인식의 시각과 방법을 제시하였다. 여기에서는 조지훈이 남긴 세 편의 '한용운론'을 분석하면서, 한용운에 대한 조지훈의 인식이 어떻게 논리화되었는지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시인론과 작품론에 대한 인식을 분리하고, 각각의 인식이 조지훈의 역사인식 및 문학인식과 어떤 정합성을 갖는지에 대해 추적해 보았다. 그 결과, 조지훈이 한용운의 생애와 작품을 파악하는 인식의 근저에는 정신사로서의 세계인식이 전제되어 있었다는 점, 절대가치로 상정된 민족이 이질적인 차이들을 봉합하는 논리였다는 점, 민족정신과 시의 결합이 시인지사론(詩人志士論)과 민족시의 논리로 표출되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그의 논리에는 인권과 민족주권의 결합, 민족과 선(禪)의 결합으로 인한 논리적 균열이 내재해 있으며, 시인의 사명에 대한 다른 가능성이 충분히 논리화되지 못한 채 미완인 채로 논의가 끝나버렸음을 밝혔다.
본 연구는 미주 시조시인협회 회원들이 발간한 일련의 미주시조선집 "사막의 달"(1989), "사막의 민들레"(1994), "사막의 별"(1996)을 중심으로 미주시조시인들의 시조 인식과 의미를 고찰하였다. 연구 대상은 시인들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부기한 <시작노트>와 권말에 수록한 시조에 대한 논의이다. 미국에서의 시조창작활동은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고 한국문학에서 다른 문학갈래보다 한국고유성을 지닌 갈래로 인식되어 외국인들도 영어로 시조를 창작하며 인터넷상의 동호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을 의식하는 가운데 이민지에서 형성된 미주시조시인들의 시조에 대한 인식을 고찰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먼저 시조의 본질과 효용에 관한 인식으로 본질은 전통적인 정의방식에 따르고 있으면서 효용에서는 독자를 향한 효용성보다는 자기 표현을 통한 정화적인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로 시조 갈래에 대한 인식은 형식성으로 귀결된다. 1행 4음보의 3행 형식이라는 정형성이 시조를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만큼 시조의 형식성에 의미를 두면서 표현되는 기사형식은 다양하다. 단형시조의 세 줄 기사 형식도 중요하지만 단형시조의 내재율을 살린 연시조 형식, 사설시조, 이미지스트의 수법 등 시험적인 기사방식을 통해 개성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시조 창작 행위의 의미를 통해 민족문학론을 전개한다. 시조 창작이 애국심의 표현인 동시에 본국인 한국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민족문학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한다. 그리고 시조를 창작하여 현지에 보여줌으로써 이민지의 현지인에게 민족문화를 전달하는 전파자로서, 이민지에서 다른 민족들과 경쟁하면서 민족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주체로서 인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조론의 전개에 있어서 우리 문학 갈래 내에서 시와 가의 내포적, 외연적 의미로서의 시조를 가치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세계문학 속에서 다른 나라의 정형시가와의 경쟁하는 가운데 시조의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제3의 디아스포라 시조론이 전개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실향민의 고향의식>은 북한 개성을 고향으로 두고 있는 우숙자시인의 작품을 중심으로 고향과 이산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통일에 대한 염원 및 의지의 시조를 살펴본 논문이다. 우숙자 시인만큼 실향의 아픔과 분단에의 고통과 통일에의 열망을 줄기차게 쓴 시인도 드물다. 분단의 문제는 이제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반도만이 안고 있는 문제이며, 이러한 문제가 한 실향민의 시조 속에 어떻게 반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곧 우리민족이 안고 있는 문제를 조명해 보는 것이기도 하다. 통일 문제는 그 누구도 희망을 저버려서는 안 될 우리민족의 절대명제인 만큼 우리 모두가 통일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한 실향민의 시조를 통해, 반세기가 넘는 분단의 오랜 역사에서 실향민이 느껴야 하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이산가족에 대한 아픔과 고통, 통일에의 간절한 염원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민족이 당면해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통일에의 의지를 키우는 데 이 논문의 의의가 있다. 그의 시조집을 통해 살펴본 고향의식 속에는 첫째는 실향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이며, 둘째는 이산가족에 대한 아픔과 그리움, 셋째는 통일에 대한 염원 및 의지이다.
지리산이 뻗어 내린 그 길 위를 파르티잔의 이야기들을 들으며 걷다 보면 평사리 있다/ 하동 지난 꽃들이 속삭대는 그 길을 걷다 보면 민족의 소리 강이 살아 숨 쉬는 거기 평사리 있다/ 봄이면 평사리엔 꽃들 피는데 그것도 무더기로 피어내는데 (중략) '평사리 봄밤'이라는 최영욱 시인의 시가 있다. 지리산을 넘어온 아침 안개가 섬진강 강바람의 재주에 슬며시 숨소리를 죽인다. 늦잠에서 막 깨어난 악양 무딤이들판(평사리들)이 '토지'의 서희 아씨처럼 화사한 자태를 드러낸다.
이상의 시와 그의 표상은 다양한 영상매체에서 활용되고 있다. 매체 및 장르의 특성에 따라 시인 이상의 표상과 그의 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선택되며 변주된다. 문학이 다양한 매체들과 통섭하는 현대에서 한 시인의 초상이 어떻게 형상화되고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은 텍스트가 한 인물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읽어내는 과정이기도 하다. 본 연구는 시인 이상의 표상이 다양한 영상매체에서 활용된 양상을 검토하였으며, 각 텍스트들에서 시인 이상이 표상화되는 방식을 비교 분석하였다. 특히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과 드라마 <이상 그 이상>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하였다. 영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에서는 이상의 시를 사건의 단서가 숨겨진 퍼즐로 활용하고 있다. 이 영화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상의 '천재' 표상을 활용하여 이상의 비밀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하였다. 이로 인해 이 영화는 추리스릴러라는 장르의 관습에 충실한 방식으로 이상을 표상화하고 있다. 이에 비해 드라마 <이상 그 이상>은 시인 이상을 내면에 열정을 지닌 청년으로 새로이 표상하고자 하였다. 이상의 텍스트에서 드러나는 냉소적인 태도 또한 민족과 시대를 향한 애정의 이면으로 재조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서로 다른 표상의 방식은 '이상'이라는 문학가의 대중적 인식과 새로운 표상화 시도의 전략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기의 재현은 당대의 정책이나 정치적 상황에 긴밀하게 반응해 왔다. '만주웨스턴'의 계보를 잇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암살>은 일본군과 광복군, 선과 악, 정체성의 혼란 등 이 장르의 서사적 전형성을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안전한 민족주의 프레임을 채택한다. 반면, 저항시인과 민족투사의 우정을 다룬 <동주>는 예의 익숙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에 기대지 않으면서, 시의 힘이 암시하는 정신성과 내면의 투쟁을 다룬다. <암살>이 철저한 장르의 법칙 내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무법의 상상적 저항이 주는 시각적, 감각적 쾌락을 제공한다면, <동주>는 어쩔 수 없이 식민제국의 법 제도 내에서 저항을 모색하다 법의 폭력에 쓰러져간 안타까운 청춘을 그리고 있다.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갈등 등은 우선적으로 스크린 위에 민족주의라는 틀을 재소환 한다.
패전 이후 1950년대를 전후하여 일본에서는 서클문학운동이 전국에서 일어났고, 재일조선인 민족운동의 주체도 자신들의 정치적 권리와 주장을 문학운동과 연동하여 서클과 기관지를 통하여 생산·확장시켜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재일조선인 민족운동의 정치적 주체와 문학서클 운동과의 교류, 갈등을 구체적인 사례로 분석 연구한 사례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조련과 민전의 정치적 역학관계로 탄생한 '오사카 시인집단' 기관지『진달래』와 노선전환에 따른 조총련의 '재일조선 문학회' 기관지『조선 문예』의 성립과정과 두 잡지의 교류, 갈등, 해산 과정 등을 비교분석하여 그 실체를 규명했다. 즉, 해방 후 재일조선인 문학자들이 갖고 있었던 탈식민지화로의 끝없는 고민과 대립, 모순과 갈등의 실체를 '공화국공민과 재일', '주제와 창작언어'등으로 분석하여 '조총련과의 갈등'으로 결국 해산에 이르는 과정을 분석하였다. 본고에서 파악된 1950년대 재일조선인들의 시대정신은 향후 재일조선인문학의 출발점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한국의 대표적 여류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는 정운(丁芸) 이영도(李永道)가 작품 활동을 시작한 것은 1946년 5월 "죽순" 창간호에 <제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일찍부터 유교적 가풍과 전통적 가치관을 몸에 익히며 체화된 그의 한국적 정체성은 자신의 문학에 짙게 표출되어, 1976년 그가 타계할 때까지 30여 년에 걸쳐 한국 여류시조 문단에 독보적인 인물로 남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영도는 그의 숭고한 작가 정신과 작품이 보여준 우월성이 그의 개인적인 사생활로 인해 작품 평가의 공정성이 약화된 점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이영도의 시조를 텍스트로 하여 그의 시조가 지닌 문학적 역량과 시조미학을 천착해 볼 필요가 있다. 주지하듯 이영도는 한국의 근 현대 시단에서 굳건하게 자리잡은 시인이다. 그의 시 정신과 시 세계에 대해 고찰한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시대적 격랑기를 거쳐 온 이영도 시조의 원천은 조국이었다. 일제 탄압, 8.15 해방, 민족 분단, 6.25전쟁, 4.19 혁명, 5.16 군사 정변 등 그가 겪은 역사적 파고를 볼 때 의식 있는 지식인으로서 그의 시에 시대정신으로서의 조국애가 반영된 것은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둘째, 이영도는 시대적 아픔을 남달리 고뇌한 시인이다. 일찍부터 형성된 유교적 가치관과 한국적 정체성은 그가 처한 역사적 현실과 맞물려 자신의 시 세계에 짙게 투영된다. 셋째, 정운 이영도는 그리움의 시인이다. 그것은 이영도의 타고난 풍부한 정서위에 유치환 시인과의 만남으로 정한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넷째, 이영도는 시조의 현대화에 새로운 지평을 연 시인이다. 그의 작품에 내포된 투명한 이미지와 살뜰한 언어의 조탁미는 탁월하다. 요컨대 이영도는 조국애의 시인, 시대적 아픔을 고뇌한 시인, 그리움의 시인으로서 근 현대시조단에 확고하게 자리매김한 철저한 예인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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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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