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선조대 이원익의 정치활동을 검토하고 정치 행위자로서 선조와 이원익간 비교를 통하여 이원익의 백성관과 정치관의 고찰을 목적으로 한다. 선조와 이원익 모두는 당시 백성들의 삶과 정치의 상황이 매우 절망적인 것을 충분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선조는 정치로부터 백성의 삶으로 접근한 반면에, 이원익은 백성의 삶으로부터 정치에 접근하였다. 전자는 정치가 요구하는 바대로 백성의 삶이 변형될 위험성과 수단화의 위험성이 있다. 후자는 백성의 삶이 정치를 결정할 수 있다. 백성들의 구체적 삶에 대한 이원익의 주목은 관념으로서 백성이 아닌 실재로서 백성의 이해에 대한 강조이다. 이원익은 백성을 지배자와 피지배자라는 이분법적 구조 속에서 인식하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백성과 상대(相對)한 계층들간 유기적 관계에 주목하여, 상호간 언어적 소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 기능적 소통 차원에서 이해하였다. 이원익은 지식중심적 질문보다 사태-현상 중심적 질문을 제기하였다. 이원익은 백성의 급선무와 그것의 해결방안의 제시에 주안하였다. 이원익의 주장에서 성리학적 주제들보다 공납, 군역, 요역, 조세 감면과 면제, 그리고 수령임명등과 같은 구체적 문제가 발견되는 이유이다. 이원익이 생각한 백성들의 살아가는 모습은 백성들이 살아갈 마음이 생기게 하고, 백성들의 힘에 여유가 생기고(관민력(寬民力)), 백성들이 자신의 삶을 즐김(낙민생(樂民生))으로서 자신의 삶에 편안해 하는 것(안민(安民))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가 지향할 바이지만, 이원익은 백성들의 삶이 국가의 삶을 침해하려고 한다든지, 국가가 백성을 대신해서 살아주려는 방식을 철저하게 경계하였다. 이원익에 있어서 정치의 시작처는 조정이지만 결과처는 백성이었다.
혼성성(hybridity)' 이라는 용어는 최근 초국적 이주자들과 같은 유목민적 주체들에 관심을 가지는 사회이론적 연구들의 주요용어로 등장하였다. 특히, 탈식민주의적 정치와 관련하여, 혼성성은 담론의 경계에 도전하고 권력이 내재화된 역사와 문화를 비판적인 차원에서 새롭게 기술할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본 논문은 혼성적인 주체의 위치성이 오히려 새로운 문화 담론을 생산하고 새로운 헤게모니를 잉태하는 데에 용이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본 논문은 의도된 의식적 혼성성을 경험된 유기적 혼성성으로부터 분리함으로써 탈식민주의에서 혼성성의 정치가 가지는 이중적 본질을 살펴보고자 한다. 경험적인 수준에서, 본 연구는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에 입지한 '영빈관' 이라는 레스토랑의 시대공간적 변화를 혼성성의 관점에서 읽음으로써 어떻게 탈정치화된 민족성을 드러낼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둘째, 본 논문의 후반부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내에서 새로운 헤게모니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계 엘리트 및 전문가 계급들이 소위 '1.5세대' 라는 혼성성의 담론을 통하여 어떻게 그들의 정치적인 지위를 강화하는가에 주목한다. 결론적으로 본 논문은 혼성성이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제3의 정치적 지위를 욕망하기보다는 사회공간적 경계들에 도전하는 비판전략의 하나로서 '스스로를 해체하기 위한 개념'으로 이해되어 야 함을 지적한다.
본 연구는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복지태도'를 개념적으로 정의한 후, 이것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탐색해보보자 하였다. 분석 결과, 기존 선행연구들에서 한국인의 복지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되어 온 많은 변수들 중 대표적으로 응답자의 '경제적 지위'나 '교육수준' 등은 연구의 종속변수인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복지태도'에는 영향을 미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통계적으로 유의한 효과는 '정치적 지향'이나 '무상보육 및 무상교육' 등과 같은 정치사회적 의식 관련 변수들에서 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서는 측정상의 오류를 포함한 여러 가지 원인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다. 하나의 가능성은 한국인이 보이는 '보편주의 vs 선별주의' 구분은 학습 또는 경험된 논리나 의식의 차원이 아닌 정치적 구호나 수사(修辭) 차원에서 작동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보편주의와 선별주의 논쟁은 강단 학자들 중심의 이념형(ideal-type)적 차원과 현실 정치인들의 정치투쟁의 장(場)을 제외한 현실 사회정책이나 제도 구현의 영역에서는 의미 있는 진전을 거두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는 미국 오하이오주 포티지 카운티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연구를 통해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자립정신이 그들의 캐릭터를 구성하는 인격적 특성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해 보았다. 이를 통해 이 연구는 미국인의 문화적 가치인 자립정신이 미국의 선거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을 가늠해 보았다. 연구결과,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자립정신은 이 연구에서 제시된 11개의 인격적 특성 중 정직성, 신뢰성, 동정심을 제외한 나머지 8개 인격적 특성에 대한 평가에서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미국 대통령후보자의 자립정신은 이들의 능력, 독립성, 결단력, 애국심, 리더십, 카리스마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 대통령 후보자의 자립정신은 그들의 카리스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야에 대한 실증적 연구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연구는 미국인의 문화적 가치, 특히 자립정신이 그들의 선거정치에 미치는 영향력과 정당성을 확인하는 중요한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패션은 그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를 반영하는 상징적 표현문화로 그 시대를 대변하며 다양한 형태로 변화되었으며, 개인의 이미지를 결정하고 사회적 역할을 상징적으로 나타내주는 하나의 수단이 되어왔다. 더욱이 현대 사회에 들어 의복이 우리 사회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의복의 매력과 중요성은 날로 증가해가고 있다. 산업사회 이후 나타났던 남성중심 사회는 남성들에게 남자다움과 강인한 가부장적 모습을 요구하였으며, 이는 의복을 통해 견고하고 강건한 외형의 움직임이 없는 스타일로 고정되어 나타났다. (중략)
문화대혁명은 현대 중국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정치운동이다. 그간 문화대혁명에 대한 연구는 정치적 음모 내지는 노선투쟁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지닌 정치지리학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이 글은 적어도 소수민족지구에서 진행된 문화대혁명에 대한 연구는 정치지리학적인 견지에서 보다 실체에 접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내몽고자치구와 어룬춘자치기에서의 문화대혁명의 전개과정을 살펴본 결과 중국 지도부에게 변강 혹은 민족자치지방은 '지역' 내지 '공간'으로서 중요한 것이지, '민족'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문화대혁명 기간 중 혁명지도부는 '민족'을 이용하여 '공간'을 조작하거나, '공간'을 이용하여 '민족'을 조작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민족자치구역에서 문화대혁명은 '민족'을 '계급'으로 해체하고, '자치구역'이라는 '공간'을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지방'으로 분해시키면서, '인민'과 국토'로 통합시키는 과정의 일부였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사고와 감정은 여러 가지 상징을 통해서 표현되어진다. 여러 가지의 상징물 중에서 인간과 가장 밀접한 물질 문화인 복식은 모든 시대, 모든 문화권에서 존재해 왔다는 보편성 과 가시성으로 인하여 개인의 내면적 특성인 기분과 감정을 고찰하기에 적합한 상징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므로 복식은 성, 연령, 직업, 국적, 사회적 계급, 종교, 정치적ㆍ경제적 상태, 집단 소속, 권위, 가치관 등을 나타내는 무언의 의사 전달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문화상품이란 문화적 소재를 활용한 산업활동과정에서 생산되는 최종물로서 문화적 요소를 가미하여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유${\cdot}$무형의 상품 일체를 의미한다. 문화상품은 특정 사회와 국가의 문화적 소재를 가미한 영화와 연극, 음반, 애니메이션, 미술품, 공연, 문화관광축제, 공예품, 캐릭터상품, 도서와 엽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문화상품은 수출을 통해서거나 혹은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당 문화의 홍보는 물론 상품판매를 통한 많은 경제적 수익을 안겨주고 있으므로 각국은 문화상품 개발을 위한 지원제도를 구비하여 적극 뒷받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 논문은 역사도시 경주의 문화상품 현황과 그 상징적 의미를 먼저 살펴본 후, 문화상품 생산과 유통${\cdot}$소비과정을 통해 경주의 역사문화유산이 문화적, 경제적, 정치${\cdot}$이념적 측면에서 어떻게 실천되는지를 고찰해 보는데 그 목적이 있다. 경주의 문화상품은 민속공예품을 비롯하여 문화축제와 영상, 음식, 도서, 유적답사 프로그램, 연극, 영화 등 12개 부문에 걸쳐 272종으로 나타난다. 이 중 민속공예품이 $64\%$에 이르는 175종으로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불국사와 석굴암, 첨성대, 다보탑, 석가탑, 천마총, 기마인물토기, 천마총금관 등 국보를 비롯한 50여 종의 역사문화 유적과 유물들이 디자인 활용과 모형, 재현품 등의 형식으로 문화상품 제작과정에 활용되고 있다. 이들 문화상품들은 기획${\cdot}$생산 및 유통${\cdot}$소비과정을 통해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사회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1)문화상품은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켜 줌은 물론 보존 및 현대적인 활용을 추동함으로써 문화적으로 실천된다. 2)문화상품은 상품판매와 관광성과의 제고 등 직${\cdot}$간접적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해 줌으로써 경제적으로 실천되고 있다. 3)문화상품은 지역민으로 하여금 왕도(王都) 시민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감을 강화시키고 사회통합과 문화시정에 대한 지지를 도출해냄으로써 정치${\cdot}$이념적으로 실천된다. 기존의 경주 문화상품들은 대부분 역사문화 유적과 유물의 단순 재현 혹은 모형, 디자인 응용에 의존하고 있으므로 향후 첨단과학기술과 문화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하고 유통시스템 또한 선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동시에 계획 중인 첨단 문화산업단지 조성 및 국립경주극장 건설은 물론 전문인력 육성에도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 다양성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라는 '환상의 짝꿍'과 더불어 한국 미디어 정책을 규정하는 화두로 등장했다. 미국식 기능 행태주의가 주도하는 미디어 정책은 다양성을 시장경쟁, 소비주체의 자유로운 선택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가둔다. 이에 본 논문은 다양성 그 자체를 하나의 완결한 정책목표로 보는 시각에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 다양성이 미디어 정책 담론의 전면에 등장하는 계기를 한국의 중첩적 정치 경제 맥락 속에서 파악하면서, 본 논문은 기존 계량주의 다양성 연구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미디어 다양성이 '측정의 과학'에 과도하게 집착해 탈정치화하는 경향을 주목하며 문화연구자들이 미디어 다양성을 보다 진보적으로 전취하기 위한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핵심적인 주장은 미디어 다양성은 시장의 경쟁과 미디어 상품의 다양화라는 신자유주의의 경제논리를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비판적 문화연구자들은 미디어 다양성을 한국 민주주의의 심화라는 보다 큰 정치 프로젝트 속에서 미디어 공공성의 강화, 독립 대안 미디어에 대한 실질적 지원, 급진적 정체성의 정치학 등의 전략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이 논문은 루이스 어드릭이 널리 호평 받은 소설 "사랑의 묘약"(1993)에 등장하는 두 여성인물(룰루 나나푸시와 마리 라자르 캐시포)에 초점을 맞추어, 북미 원주민이 '사라지는 사람들'이라는 오래되고 위험한 관념을 심문하고 와해시키는 저자의 정치적으로 저항적인 목소리를 탐구한다. 우선, 이 논문은 정부정책의 실행, 법, 종교, 문화 면에서 드러나는 미국 백인의 식민주의적 지배에 대항한 치페와족의 다층적 저항을 살펴보면서, 어드릭이 '사라지는 사람들'('명백한 운명'의 또 다른 표현)에 대한 의식이 근거 없음을 이야기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둘째, 이 논문은 프로이트와 마르쿠제가 '에로스'(억압적 문명이 야기하는 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삶을 통합하고 유지하려는 에너지)에 대해 제시한 성찰을 참조하여, 룰루와 마리의 사랑의 포용력을 중심으로 치페와족의 삶과 유산이 유지되고 부활하는 것에 대한 저자의 비전을 밝힌다. 치페와 인디언보호구역에 가해지는 파괴적이고 억압적인 식민주의적 상황에도 불구하고, 룰루와 마리가 이들 자신과 더불어 부족공동체의 사랑과 유대를 강화하고 상호간의 갈등을 봉합하는 통합력은 역사의식에 기초한 어드릭의 '에로스'의 정치성을 밝혀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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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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