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7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성장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프레임은 발전국가론이었다. 그러나 발전국가론의 방법론적 국가주의는 국가의 관계론적 속성을 간과했고, 실제 국가과정에서 나타나는 다중스케일의 전략관계를 주변화했다. 우리는 발전국가를 통해 개발연대의 산업화를 사유하는 방식에 익숙해졌고, 그것을 자명하게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 글의 목적은 이러한 국가중심적 사유를 문제시하고, 그것이 주변화시킨 다중스케일의 전략관계를 복원해 우리가 자명하게 받아들인 산업화의 경로를 재구성하는 데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이를 위해 개발연대의 대표 산업공간인 울산공업단지를 분석한다. 구체적으로는 해방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었던 울산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초점에 두고, 15년 남짓한 시간 동안 이 사업에 연결되었던 다양한 스케일의 전략관계를 검토한다. 이를 통해 본 연구에서는 Van Fleet 같은 냉전 네트워크의 결절이나, 남궁연 등의 다중 스케일 행위자가 당대에 국가 간 관계나 글로벌 스케일의 사회관계를 울산이라는 특정 공간에 결속시키는 과정에 주목한다. 본 연구에서는 울산 정유공장이, 다중스케일의 경관들이 울산에 중첩해 만든 역사적 산물이란 점을 밝힘으로써, 방법론적 국가주의가 놓친 사회공간의 전략관계를 다중스케일의 시각에서 재구성할 것을 제안한다.
광복 이후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대한민국은 필연적으로 유사 해양국가가 되었다. 더불어 대한민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와 같은 강대국들에 둘러싸여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놓여 있다. 한편, 근래 들어 중국이 해군 항공 전력을 상당히 증강시키는 방향에 있기 때문에 우리 해군 또한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는 미국과의 끈끈한 동맹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 외의 국가들과는 불확실한 관계에 놓여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현재 대한민국과 유사한 지정학적 위치에 있던 과거의 서독이 설정한 전력 확충의 방향성, 냉전기 당시 NATO 조직 내에서 담당하던 '지역해군'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주변국들과의 안보협력 구상방식은 대한민국에게 있어 의미 있는 참고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에서 필자들은 동아시아 최초의 수출자유지역인 대만의 가오슝 가공수출구(Kaohsiung Export Processing Zone; KEPZ)의 설립이 1960년대 냉전시기 지정-지경학적 이해관계의 타협의 결과라고 주장한다. KEPZ는 국민당(KMT) 정부로 하여금 국유화된 산업분야를 축소시키고 사기업을 육성하며 해외투자를 장려하도록 만들기 위해 미국 원조 기관이 권고한 자유화 정책 중 일부였다. 국민당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정책적 권고를 전면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냉전 지정-지경학의 조건 하에서 미국의 요구를 완전 거부할 수는 없어서 미국 권고안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수용하여 이행하였다. 특히, 국민당 정부는 1) 미국이 요구한 사기업 활동에 대한 자유화와 2) 국가의 영토적 통제권 유지를 위한 국민경제에 대한 지속적 규제 사이에서 타협을 추구하였고, 그 결과가 KEPZ를 설치하는 것이었다. 즉, 국민당 정부는 KEPZ의 설치를 통해 미국으로부터의 지정학적 지원을 잃지 않으면서도, 1960년대의 새로운 국제적 노동분업으로 인해 생겨나는 지경학적 기회도 동시에 잡으려 하였다. 특구가 이러한 지정-지경학적 이해가 타협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국가의 산업화를 위한 장기적 안목 하에서 계획합리성을 가진 발전주의 국가가 고용기회의 확대, 해외투자 유치, 수출의 증가 등과 같은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공수출구를 설치하였다는 전통적인 기능주의적 주장에 대해 우리는 비판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에 직면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국제연합(United Nations)은 해방 이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지원해 주었고, 한국전쟁시 평화유지군을 파병하여 자유민주주의와 평화를 수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유엔의 정치적·군사적 지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오늘날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으며, 이제는 중견국으로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유엔의 국제평화활동은 분쟁의 예방과 평화조성, 평화강제, 평화유지, 평화건설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유엔헌장(UN Charter)에 근거하여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라 시행된다. 탈냉전 이후 국제 안보환경과 분쟁요인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유엔은 2000년 브라히미 보고서와 2015년 유엔평화활동에 관한 고위급 패널보고서를 통해 국제평화활동의 패러다임 전환을 추진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아직까지 재건지원과 인도적 지원 등 제한적 수준에서 참여하고 있는 한국군의 국제평화활동을 평가하고 향후 중견국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참여를 위한 발전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유엔 평화유지임무단이 다수 주둔하고 있는 아프리카 대륙을 중심으로 지역분쟁의 역사와 특수성, 탈냉전 이후 변화된 갈등요인, 유엔 평화활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고찰하였고, 향후 한국군이 지향해야 할 국제평화활동 발전방안을 제시하였다.
해외 보존기록관리기관이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교사와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용 프로그램 서비스는 이제 주요 서비스 메뉴이다. 국내의 여러 선행연구에선 해외의 교육용 프로그램 서비스 사례를 앞 다투어 소개하고 벤치마킹의 필요성을 주장하여 왔지만, 관련 프로그램의 소개 수준에 그치면서 심층적인 사례 분석은 미흡한 감이 없지 않았다. 이에 본 논문은 보다 심층적인 사례 분석을 통하여 교수 학습자료용 기록정보콘텐츠의 내용 구성 및 구조적 특징을 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였다. 먼저, 영국 TNA의 교육 사이트를 개괄하고, 주요한 교수 학습자료용 콘텐츠인 '토픽' 메뉴에서 '냉전' 콘텐츠를 샘플로 선택하여 그 내용 구성 및 구조적 특징을 분석하였다. 미국 NARA의 경우도 교육 사이트를 개괄하고 주요한 콘텐츠인 '기록 수업' 메뉴의 '매카시' 콘텐츠의 내용 구성 및 구조적 특징을 분석하여 일반화하고자 하였다. 해외의 교수 학습자료용 기록정보콘텐츠의 구조를 심층 분석한 결과,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었다. 첫째, 교과서와 같은 일관성 있는 내용 구성 체제로 개발되어야 한다. 둘째, 일차 사료를 원활하게 해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셋째, 비용 문제를 고려하여 기록정보콘텐츠를 학령별, 교과 간에 연계 활용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발해야 한다. 넷째, 일차 사료 선별 시 텍스트가 포함된 문서 사료를 우선으로 선별한다. 다섯째, 교수 학습자료용 기록정보콘텐츠는 반드시 교육 과정과 연계해서 개발하여 국가적 차원에서 활용을 촉진하도록 한다.
냉전시기 군사적 활동을 위주로 이루어졌던 전통적 PKO 활동은 탈냉전 시기가 되면서 다차원적 PKO 활동으로 변해왔다. 한국경찰은 1994년 소말리아 치안재건을 위해 2명의 경찰관을 파견하면서 PKO의 역사가 시작되었으나 지금까지 군 병력의 활발한 PKO 활동에 비해 경찰의 역할은 제한적으로 이루어졌다. 국제분쟁의 양상이 지속적으로 진보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UN은 193개 회원국에게 다차원적 평화유지 과업을 해결할 수 있는 PKO 활동을 요구하고 있으며, 특히 경찰의 '치안유지'라는 본질적 역할은 분쟁국의 재건과정에서 엄정한 법집행을 절대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에 미국, 중국, 독일 등 회원국에서는 경찰 인력을 파견하여 그 역할을 직·간접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경찰의 PKO에 대한 평가는 그 성과를 측정하기에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설정한 연구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먼저 국제분쟁의 양상과 분쟁지역의 치안환경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다차원적 PKO 임무 속에서 UN경찰의 역할과 미국, 중국, 독일 경찰과 한국 경찰의 사례를 분석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제한적이었던 한국경찰 PKO 요원의 역할 확대 방안을 제시할 수 있었다.
이 연구는 1970년대와 1980년대 초 국제가요제가 어떻게 한국 대중음악가들의 세계 감각을 형성하게 했는가에 대해 살펴본다. 1970년 이봉조가 일본 야마하 세계가요제에서 입상한 이후, 한국의 작곡가와 가수들은 일본의 국제가요제에 참가하였다. 일본 국제가요제는 한국과 일본 간의 대중음악 교류를 활발하게 하였다. 단순히 교류에 그치지 않고, 일본 국제가요제의 자극을 받아, 1978년에는 문화방송이 MBC 서울국제가요제를 1979년에는 동양방송이 TBC 세계가요제를 개최하였다. MBC는 1978년과 1979년 가요제를 아시아 국가 중심으로 치렀다. 반면, TBC는 국제가요제연맹(FIDOF)의 도움으로 미주와 유럽, 특히 유고슬라비아의 가수들까지 참여시켰다. 이에 MBC도 1980년부터는 국제가요제연맹의 협력을 얻어 유럽의 유명 작곡가들을 유치했다. 이 논문은 한국 대중음악 연구의 공백이었던 국제가요제를 중심으로 냉전 시대 한국 대중음악과 세계 대중음악의 연결망을 재발견한다.
이 글은 탈냉전 시기 강대국과 구별되는 중견국가의 공적개발원조 정책에 대해 살펴보고 이에 따른 한국의 원조전략을 연구한다. 성공적인 공적개발원조는 공여국의 위상을 높이고 수원국의 발전을 돕는다는 점에서 중견국가의 원조정책은 강대국보다 효과적이다. 중견국가는 외교력과 다자주의적 접근을 통해 국제문제를 해결하며 빈곤 퇴치와 인권 증진의 목표 하에 공적개발원조의 규모, 대상, 방식, 부문, 체계를 결정한다. 따라서 중견국가는 강대국보다 많은 양의 GNI 대비 원조를 제공하고 자국의 안보 전략적, 경제적 이익과 무관한 최빈국을 우선 원조 대상국으로 삼고 있다. 또한 원조의 조달처나 용도를 제한하지 않는 양자 간 비구속성 무상원조 방식을 많이 택하고 있고 식량 원조, 재난 구호, 환경 보호 부문에 원조를 집중하고 있다. 반면 자국의 이익에 따라 공적개발원조 정책을 결정하는 강대국의 원조는 수원국의 필요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편 신흥 중견국가 한국의 공적개발원조 정책은 첫째, 공여국의 위상 면에서 중견국가의 규범과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고 강대국 답습 혹은 편승 전략을 보여주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에 한정한 소액 분산 지원은 일본 대외원조의 경제적 이해와 직접적으로 충돌했고 국가 주도형 발전모델의 전수 전략 역시 미국 대외원조의 핵심인 즉각적인 민주화 프로그램과 충돌하면서 효과적이지 못했다. 둘째, 수원국의 발전 면에서 한국의 부문 별 원조정책은 경쟁력과 실효성을 보여주었다. 탈냉전 시기 강대국의 관심이 경제 기반시설과 생산 분야 원조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 비교우위 분야인 정보통신과 산업 에너지에 대한 기술 지원 및 협력을 통해 수원국의 기반시설 구축에 도움을 주었다. 특히 중견국가의 전통적 원조부문인 인도적 지원이 아닌 분야에 원조를 집중한 것은 제한된 규모를 바탕으로 중견국가군 사이에서 틈새를 공략한 성공적인 사례이다.
The Digital Cold War argument has become one of the heatedly discussed foreign policy agendas in the U.S. Considering the authority and power of the U.S. government and Internet companies in the cyberspace, this shift is not negligible in understanding not only the changes in the U.S. foreign and military policies but also that in the operations of the global Internet governance. Given these circumstances, I seek to explain the origins of and test the theoretical validity of the Digital Cold War argument. In particular, I analyze how the political concerns of the Chinese authorities shaped the characteristics of their control of the domestic Internet and their approach to the global Internet governance. The findings indicate that the Chinese way of the Internet governance is more concerned of their domestic political stability than overthrowing the current Internet governance regime, which many supporters of the Digital Cold War argument cited as the key evidence of such political contentions. Though the Digital Cold War argument is theoretically unwarranted, its growing popularity and the historical lessons of the Cold War have broad implications to the understanding of the impacts of the great power rivalries on the future Internet governance.
해마다 반복되는 일본수상의 야수꾸니신사 참배는 한국정부의 심리를 자극하기에 더없이 적합한 외교소식이다. 아시아의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두 나라 사이의 적대감은 단순히 60년이 지난 식민지시대의 역사로만 보기는 힘들다. 두 나라의 관계는 한국은 물론 일본의 경제성장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소외시킨 식민지시대 후 외교수립의 영향을 보여주고 있다. 이 논문의 목적은 빈번히 무시되지만 명백하게 두 나라의 관계를 구체화한 한일기본조약의 역사를 밝히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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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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