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근대의 본질과 수용의 타당성에 대해 성찰하기 전에 이미 일본이라는 타자에 의해 이식된 근대 속에 던져졌으며, 이로 인해 근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유보되거나 정서상 회피, 또는 비판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었다. 아울러 구한말 전통 문화와 사상의 무기력함으로 인해 야기된 망국의 상황도 사람들이 근대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근대란 연속되는 역사 시간 속에서 전통과 현대라는 상대적 개념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규정받는다. 따라서 회피하거나 망각하고 싶은 근대라 할지라도 현대를 이해하고 그 원류가 된 전통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근대에 대한 정면적인 직시가 필요하다. 근대의 실패는 전통 계승의 실패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통 계승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가다보면 우리가 근대를 실패한 시기로 인식하는 원인의 일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과거와의 단절을 꾀하는 반전통주의는 서구 교육의 전래와 깊은 연관이 있다. 신교육은 반전통주의를 서구화 교육의 중요한 요소로 활용하였다. 서구문화를 추종하는 개화론자들은 조선이 뒤처지게 된 원인을 전통교육에서 찾았다. 따라서 조선이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전통과의 단절, 그리고 급격한 서구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러한 반전통주의는 근대교육으로의 진전이라기보다는 서구교육에 대한 일방적인 예속이라고 볼 수 있다. 신교육의 일각에서 나타나는 극단적인 반전통적 입장은 기존의 교육 체제를 철저히 부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수천 년간 계승되어 내려온 교육 내용과 형식마저도 도외시함으로써 문화적 주체성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서구 교육의 수용이 지닌 양면성을 고려할 때, 전통교육을 부정하는 모든 신교육을 곧 근대교육으로 파악하는 단선적 이해 방식은 재고되어야 한다. 본 논문에서는 구한말 발간된 잡지와 신문의 전통 교육 계승 관련 글들을 중심으로 근대 지식인들이 전통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자 한다. 아울러 전통 단절 원인과 그것의 결과로 야기된 교육적 병폐의 양상을 논함으로써 오늘날 새롭게 조명해야 할 전통적 요소를 찾아 교육적 참고로 삼고자 한다.
산소ㆍ수소 등 원소 이름은 일제의 잔재이나 우리는 아직도 그것을 그대로 쓰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1백년 전의 과학자 서수가 64가지의 원소를 소개하면서 중국이름으로 개발한 것이다. 원소 이름을 개발한 서수는 30살때 아편전쟁 이후 서양학에 관심을 갖고 서양과학에 관한 책을 읽으며 연구에 몰두, 중국 최초의 근대식 화륜선을 만든 과학자이다. 서수는 당시 번역가이던 후라이어와 함께 중국 최초의 과학잡지를 창간하기도 했다.
이 글은 근대시기 일본의 한국인식을 당대의 한국 담론과 교과서 콘텐츠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 민족성, 역사인식, 한국의 사회상으로 주제를 설정하고 교육 잡지를 중심으로 각 주제에 관해 형성되었던 담론과 이들 담론들이 투영된 교과서 교사용 지도서의 서술내용들을 살펴보았다. 민족성에 관해서는 나태 무기력 미개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부정적 측면에서 인식하는 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그리고 한국 역사를 수동적, 타율적 성격으로 규정하고 무능한 국가운영으로 인해 부정적 민족성이 형성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독립을 유지할 능력이 없는 한국은 일본과 동양의 평화를 위협하는 존재이며 결국은 한일강제병합에 이르렀다는 것이 한국 역사에 대한 인식이다. 또한, 일본이 한국사회를 평가하는 척도는 서구식 문명화였으며 한국사회의 모습을 문명 문화의 정도가 낮은 전근대적 사회로 규정하고 있었다. 근대시기 일본에서 형성된 한국에 대한 담론에는 근대국가로 탈바꿈한 일본의 자신감과 제국주의의 길을 걷게 된 일본의 지배이데올로기가 강하게 반영되어 있었고 이와 같은 담론은 교과서와 지도서를 통해서 학생들에게 확산되고 있었다.
본 연구의 목적은 1945년 이전 여성지 표지화에 나타난 실제자료를 발굴 제시하고 이미지를 분석하여 그 시대가 요구하던 미적 이상형을 밝히고자 하는데 있다 이 시기는 근대성 이 성립되기 시작하는 기원의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는 동시에 외세의 시선으로 타자화 되고 왜곡된 전통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미적인 이상형은 의복디자인을 통하여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이기도 하기에 의류학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분야이며 그림으로 표현된 인체는 사진의 사실성 보다 더 뚜렷하게 인물의 특성을 강조하여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특성을 확인할 수 있는 국립도서관 귀중본 서고와 잡지정보도서관의 소장 자료 원본86점을 바탕으로 실증적 연구와 문헌연구를 병행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1920년대 이전에는 외세에 의해 폭력적으로 추진되는 개방에 대한 반감으로 오히려 전통을 고수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1920년대에는 선전 등 전시회에 의하여 그림이 불특정다수에 의하여 감상되는 근대적 문화현상으로 정착되고 일본의 미감에 의한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930년대에는 서양 영화가 일반 대중들에게 오락으로 자리하게 되고 서구화된 인물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며 지성미가 미인의 조건으로 요구되기 시작하였다. 1940년대에는 37년부터 심화된 전쟁과 물자부족으로 모성과 건강한 자연미를 의도적으로 권장하였으며 이에 대한 반발로 의고미(疑古美)가 대두되었다.
영문학자 프랑코 모레티(Franco Moretti)의 연구는 문학의 여러 방면에서 두드러진다. 교양소설 혹은 성장소설에 관한 독특한 해석, 세계문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여 문학사를 다시 읽는 방법, 또한 그러한 거시적인 방법을 통해 던지는 사회비평 등등, 폭 넓은 시야와 심도 있는 분석으로 다방면에 족적을 남겼다. 본 논문은 모레티의 세계문학론을, 그가 제안한 '멀리서 읽기'(distant reading)라는 거시적 방법론과 그 사례들을 살피며 타진해보고자 한다. 그의 방법론은 문학사에서 잊힌 비정전을 포함하여 거시적인 아카이브를 구성하고, 그 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현상을 하나의 계열로 묶어, 그 패턴의 형태적 의미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이 구체적으로 적용된 사례가 "그래프, 지도, 나무"(Graphs, Maps, Trees)라는 책이다. 이에 본 논문은 그 책에 초점을 맞추어 그가 제시한 형태론적 세계문학을 비판적으로 이해한다. 비판의 시각은 매체론, 특히 한국문학의 매체론적 관점이다. 신문과 잡지와 같은 매체에 대한 관심은 괴테가 세계문학론을 제창했을 때부터 있었고, 특히 미국의 영문학에서는 최근 정기간행물 연구(periodical studies)라는 영역이 새롭게 개척되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또한 한국문학에서는 서구 문예 수입, 장르의 형성, 문학의 사상화(思想化), 출판시장의 분화, 작가 등단 제도 등 근대문학 형성에 있어서 신문과 잡지와 같은 정기간행물, 혹은 매체의 역할은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본 논문은 모레티의 세계문학론과 세계문학 연구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된 '멀리서 읽기'를, 매체론의 한 사례인 한국 근대문학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그가 간과하고 있는 측면(문학지식의 계열화에 수반되는 물적 토대)에 근거하여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려 한다.
이 글에서는 근대 전환기 한국에서 '工藝(공예)'라는 용어의 의미가 변화하는 과정을 문헌을 통해 고찰한다. 근대이전의 용례는 『조선왕조실록』을 중심으로, 개항 후 중국과 일본을 통해 번역됐을 때 달라지는 각각의 의미는 1882년 조선과 미국이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그 외에 『승정원일기』, 『각사등록』 등의 사료와 통감부 문서(1904~1910년), 주한일본공사관 기록(1894~1908년), 1910년 이전에 발간된 잡지와 신문을 대상으로 '공예'라는 용어가 어떻게 쓰였고 변화하게 되었는지를 검토하였다. '공예'의 의미는 개항 이후 각기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종사하는 일·직분이라는 넓은 범위에서 제조업·공업과 같은 산업의 한 분야를 나타내는 범위로 좁혀진다. 새로운 의미로 쓰인 '공예'라는 단어는 동아시아 국가 중에 가장 먼저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을 본받아 서구의 문물을 수용하고 산업을 일으키자는 문맥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개항과 더불어 산업화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개념을 표현할 용어가 필요해지자 일본이 서양의 개념을 번역하여 조어한 한자어를 기표 그대로 수입하여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예'는 '공업'과 서로 비슷한 의미를 가지고 혼용되었다. 그러나 한일합병 후 총독부의 문화정책을 통해 미술로서의 개념이 부여되면서 '공예'는 공업으로부터 분화하게 된다. 이와 같이 용어와 개념의 성립을 살펴보는 작업은 한국 공예가 안고 있는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한 기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1920~30년대는 한국 주택환경에 새로운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기로 평가된다. 본 연구는 주거 형태와 유형이 변화하던 전환기 시기에 주택의 정원은 어떤 모습이었을지에 대한 궁금증에서 출발하였다. 정원은 계속 변화하는 대상이기에 과거의 모습을 파악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지만, 1920~30년대에 발행된 대중잡지와 신문기사를 통해 당시 사회적으로 주택에서 정원이 어떻게 인식되었고, 거주자는 어떤 배경과 목적으로 정원 가꾸기를 실천하였는지 확인하고자 했다. 연구를 통해, 첫째, 경성에 인구가 밀집하기 시작한 도시화 과정에서 정원은 도시에 자연미를 부여하는 방안 중 하나로 주목하게 되었고, 주택마다 정원을 만드는 것을 장려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째, 건축 분야에서 활발히 추진된 주택개량운동에서도 정원이 위생과 경관 측면에서 주거환경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요소임을 강조하였다. 셋째, 매체를 통해 원예 관련 정보가 활발히 제공된 데서 미루어 취미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들이 늘어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근대 교육을 받은 정원설계가, 원예가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며 '디자인된 정원'이라는 개념이 형성되게 되었다. 끝으로, 주택은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되었으나 정원 형태는 건축 유형별로 차이가 있기보다는 그 시기 가장 좋게 여겨졌던 형태를 빠르게 도입하는 편이었다. 전통한옥에서도 서양식 정원 형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배치되며, 이국적 식물종을 식재에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대중잡지나 기사에 수록된 정원이 지식인층에 한정되어 있지만, 매체의 대중성과 파급효과를 고려하면 일면의 대표성을 확보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의 의의는 1920~30년대 이상적으로 생각하였던 정원의 모습, 주거생활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이 연구의 목적은 일제강점기 피지배 계급으로 역사 속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한국인 도서관 직원들의 현황과 역할에 대해서 조사하고 그들의 활동을 재평가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먼저, 한국인이 근무했던 도서관과 한국인 직원현황을 조사했다. 둘째, 그들이 도서관에서 종사했던 직책과 그 성격을 살펴보았다. 셋째, 한국인 도서관 근무자들이 받은 교육에 대한 참석 실태와 도서관 관련 잡지 투고 현황을 조사했다. 현황분석 결과, 일제강점기에 한국인 도서관 직원은 총 27개 도서관에 241명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도서관 강습회에 73명, 제29회 전국도서관대회에 22명이 참석하였고, 주요 도서관 잡지 기고자도 40여 명에 달했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이들이 해방 후, 우리나라 근대도서관 이식과정에서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글은 고전문학(예술) 향유방식의 근대적 계승 변용 양상 및 의의를 점검하는 작업의 일환으로서, 전통 시대의 공연물들이 근대초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한 실내 극장무대 위에 올려지면서 나타난 향유방식상의 특징들을 살피는 데 초점을 두었다. 그 단서는 20세기초 신문, 잡지 기사와 광고들에서 찾아 보았다. 근대초 실내극장무대의 등장은 공연 환경상 큰 변화를 야기했다. 기존 계층이나 신분의 벽을 넘어선 향유가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 공연자는 고용을 통해 극장측에 전속되어 가기도 했다는 점, 관람료 지불만 하면 누구든 공연을 볼 수 있었으므로 관객은 불특정 다수의 일반 대중의 성향을 띠어 갔다는 점 등이 대표적인 변화였다. 나열식 연속 공연, 보여주기 지향, 대중공연물로의 재맥락화 등은 그러한 환경 변화와 관련하여 나타난 전통공연물 향유방식상의 주요 특징들이었다. 이러한 특징들이 지닌 의의로는, 전통 시대 공연자 및 관객의 신분 계층상 장벽이 허물어져 일종의 평등성을 구현할 수 있게 했다는 점, 관객의 시점에서 볼 때 감각적 향유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는 점, 예술 상품으로서의 소비적 향유를 통해 일종의 대중적 향유라 할 만한 양상을 드러내었다는 점 등을 거론할 수 있었다. 물론 그 이면을 통해 시대적 맥락을 고려한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기는 하나, 하층이 주 공연자이던 전통공연물이 근대 실내극장무대의 첫 자리를 차지했으며 그 결과 우리 대중공연물 시대의 첫 막을 열 수 있게 되었다는 점만큼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1907년 현공렴이 발행한 가정학 분야 책 "한문가정학(漢文家政學)", "신편가정학(新編家政學)", "신선가정학(新撰家政學)"은 1908년 한국정부에서 인가된 후 1912-1914년에 걸쳐 조선총독부에서 불인가될 때까지 고등여학교 가사과목 교과용도서로 사용되었다. 그 안에는 주택에 관한 근대적 지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당시 다른 과목의 교과용도서나 신문·잡지·학회지 등에 등장하는 주거지식과 마찬가지로 위생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구성은 좀 더 체계적이다. 이 세 책 모두 일본에서 발간된 하전가자(下田歌子)의 "신선가정학(新選家政學)"(1900)을 편역한 것으로, 당시 일본에서 가족건강을 위해 주거위생의 책임을 여성에게 부과하려 한 근대가정학 분야의 움직임이 반영되어 있다. 이 지식은 여성의 사회진출보다는 가정 내 주부의 역할에 고착하고 세세한 방법을 가르치는데 치중했다. 그들이 배운 주거지식은 주부로서 주거위생의 인식과 실천을 독려하기 위한 방법론이었다. 새로운 주거지식을 접한 여학생들이 그 지식을 심화하거나 실천할 여지도 거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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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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