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만근 교수 질문 : 음성학에 관하여 질문하고 싶습니다. 영국대학의 언어학 교육 과정에서 음성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 지 알고 싶습니다. 러우비니스 교수 응답 : 네 ,그 질문엔 한마디로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읍니다. 음성학은 언어학에서 대단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런던대학뿐만이 아니라, 영국의 어느 대학에서나 음성학은 언어학에 초기부터 도입됩니다. 지금 하신 질문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므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런던의 동료와 마찬가지로 나는 음성학이 언어학의 일부일뿐 아니라 실로 필수적인 분야라고 봅니다. 런던 대학내에는 "음성학 및 언어학과" 라는 학과가 두 군데나 있는데 이는 "불어 및 이태리어과" 라는 식의 명칭과는 의미가 다릅니다. 이러한 명칭의 배후에는 역사적인 이유가 있읍니다. 음성학은 언어학의 분과중에서 가장i 먼저 발전하였으며, 영국에서는 음성학 교수직이 언어학 교수직보다 30년이나 먼저 생겼습니다. 바로 내이얼 저운스가 최초로 음성학 교수직을 얻어 30년이나 봉직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학과의 명칭이 아직도 그대로 존속하는 것입니다. 10년전에 한국에 왔던 헨더슨 교수 역시 음성학 교수입니다만, 그렇다고 그가 언어학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아무도 언어학의 전분야를 모두 전공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언어학에는 역사언어학, 응용언어학, 음성학 같은 분야별 전문가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통사론을 하지 않고 언어학을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음성학을 하지 않고는 언어학을 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음성학안에서도 일반음성학이냐 개별어의 음성학이냐에 따라서 전문이 세분될 수 있읍니다마는, "음성학이 영국 대학의 언어학 교육 과정의 일부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자명할 것입니다. 안걸은 더 나아가서, 인간 언어의 역사를 잠시 생각해 보면 음성학이 언어학 연구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것을 알겁니다. 결국 언어학이란 인간 언어의 역사와 운용을 연구하는 것이고 인간의 언어란 수천년을 내려왔으나, 글자가 생기기 전까지는 순전히 음성언어, 즉 소리말로 존재했습니다. 한국어이건 영어이건, 라틴러이건 언어는 모두 발음기관으로 발음 할 수 있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되어 있으며, 이미 죽은 말을 다를 때에도 결국 화석화한 소리말을 연구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언어란 바로 소리말입니다. 사람은 글자를 배우기 앞서서 말을 배우며 우리같이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도 쓰기와 읽기보다는 말하기와 듣기를 훨씬 많이 합니다. 이 같이 언어는 소리말로 운용되는데, 바로 소리 말을 연구하는 것이 음성학으므로 음성학은 언어학의 기본이요, 필수입니다. 음성학이 영국의 언어학에서 중요한 기본을 이루고 있다고 말 할 수 없다면 영국의 언어학은 그 만큼 빈약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 음성학회가 있고 또 한글학회가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한국어 음성학이 한국어와는 다른 것이라거나, 한국어 음성학을 공부하지 않고 한국어를 연구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의학에도 분야마다 전문의가 있듯이, 언어학도 이제 복잡하고 광범한 학문이 되었으므로 분야별로 전문가가 나오게 된 것뿐입니다. 따라서 "나는 통사론에 관심이 있으므로 소리말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언어학자가 있다면, 이 것은 크게 잘못된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나는 소리에만 관심이 있으므로 통사론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음성학자가 있다면, 이 또한 안되는 일입니다. 문의 구성과 어휘 요소와 아무 관련이 없는 말소리의 차이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통사 구조를 표현하고 저달하는 말소리를 연구하지 않고 어떻게 통사론을 연구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간추리면, 언어는 본질적으로 소리말이고, 언어의 특성과 사용 및 습득도 모두 소리말 형태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영국의 대학은 음성학이 대단히 중요함을 인식하고, 언어학을 올바르게 다루는 세계의 여러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이에 따라 교육 과정을 편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