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애니메이션은 끊임없이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에서 탄생하였다. 이는 고대 동굴벽화의 역동적인 표현이나 연속적인 이미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초창기 애니메이션은 모든 이미지를 종이에 그리는 드로잉 애니메이션 기법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투명한 셀의 발명으로 셀 애니메이션 기법이 사용되었으며, 이는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기 이전에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2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셀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는 애니메이션의 제작 기간을 단축시키고 배경과 캐릭터를 분리하여 작업하므로 효율적이라 셀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후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2D 애니메이션의 제작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2D 애니메이션 제작에 컴퓨터가 도입되었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이 간소화 되었으며 제작 효율이 높아 다양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애니메이션이 다양한 분야 즉 영화나 게임, 교육 등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대해주었다.
디지털 기술은 2D 애니메이션의 전통적인 제작 방식인 셀 애니메이션을 디지털로 전환하였을 뿐 아니라 제작 방식도 변화시켰다. 디지털로 전환된 2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은 다양한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손쉽게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게 하였으며 2D와 3D를 융합하여 화면의 공간감을 표현하는 등 애니메이션의 품질도 향상시켰다. 이 연구는 이러한 기술들이 2D 애니메이션에 도입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그것이 2D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따라서 기술과 애니메이션의 관계에 주목하여 기술 발전이 2D 애니메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미래 2D 애니메이션의 제작 방식이 어떠한 방향으로 변화할 것인지 예측하고 급변하는 기술의 발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애니메이션 산업과 교육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2. 2D 애니메이션 기술의 발전
사람들은 다양한 기술을 바탕으로 한 광학 장치를 활용해서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표현했으며 이로 인해 애니메이션은 탄생하게 되었다. 이처럼 애니메이션은 기술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이 지금처럼 발전하게 된 것은 필름 카메라와 멀티플레인 카메라 그리고 컴퓨터와 같은 혁신적인 기술 덕분이다. 디지털 기술이 도입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이 혁신적으로 변하였고, 더 복잡하고 정교한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소프트웨어와 3D 애니메이션 기술은 현실감 있는 시각 효과를 제공하고, 폭넓은 표현이 가능해져서 개성 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게 해주었으며,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생성형 AI는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 줄 것이다.
2.1 초기 애니메이션의 광학 장치
초기 애니메이션에 사용된 광학 장치는 오늘날의 애니메이션과 영화 제작의 기초를 다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장치들은 정지된 이미지들을 연속적으로 빠르게 보여줄 때,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착시 효과를 만들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다.
가장 초기의 애니메이션 장치 중 하나는 소마트로프(Thaumatrope)이다. 1820년대에 발명된 소마트로프(Thaumatrope)는 양면에 서로 다른 그림이 그려진 원반을 빠르게 회전시켜 두 그림이 하나로 합쳐진 그림처럼 보이도록 하는 착시 효과를 이용한 장치이다. 예를들어, 한쪽 면에는 새가, 다른 쪽 면에는 새장이 그려져 있을 때, 이 원반을 빠르게 회전시키면 새가 새장 안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여지는 장치이다. 이처럼 소마트로프(Thaumatrope)는 아주 간단한 장치이지만 움직임과 시각적 통합의 원리를 이용한 초기 형태의 애니메이션 기술의 근간이 되는 원리를 보여준다.
<Figure 1> Thaumatrope
움직임의 환영을 만드는 데 있어 중요한 발전을 이룬 조에트로프(Zoetrope)는 윌리엄 조지 호너(William George Horner)에 의해 발명되었다. 이 장치는 일정한 간격의 구멍이 뚫려 있는 원통의 내부에 연속적인 그림이 그려진 종이띠를 배치하고, 이것을 회전시키면서 일정한 간격으로 뚫려진 구멍을 통해 보면 연속적인 이미지들이 빠르게 돌아가면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연속적인 이미지를 빠르게 회전시키면 연속적인 움직임으로 인식하는 잔상의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Figure 2> Zoetrope
프랑스의 발명가 에밀 레이노(Emile Reynaud)는 1877년에 조에트로프(Zoetrope)를 발전시킨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를 개발하였다. 조에트로프(Zoetrope)의 원통 표면에 있는 구멍 대신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는 원통의 중앙에 거울을 배치하였다. 이 거울은 연속적으로 그림이 그려진 종이띠를 반사해서 이미지를 볼 수 있게 한 것으로 왜곡을 줄여 더 부드럽고 명확한 움직임을 볼 수 있게 하였다.
<Figure 3> Praxinoscope
이후 에밀 레이노(Emile Reynaud)는 프락시노스코프(Praxinoscope)를 발전시켜 1892년에 ‘광학 극장(Théâtre Optique)’을 선보였다. 이 장치는 대형화면에 애니메이션을 투사하는 방식으로, 현대 영화관의 전신이라고 할 수 있다. 에밀 레이노(Emile Reynaud)는 손으로 그린 수천 장의 이미지를 사용해서 10분 이상의 긴 애니메이션을 상영했고, 이것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Figure 4> Théâtre Optique
초기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중요한 장치는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이다.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과 그의 연구팀이 개발한 이 장치는 필름 스트립을 빠르게 연속적으로 이동시키면서, 작은 구멍을 통해 이미지를 보는 방식으로 한 명씩만 관람할 수 있었다. 이 키네토스코프(Kinetoscope)가 대중적으로 성공하면서 영화 산업의 토대를 마련하였다.
<Figure 5> Kinetoscope
이러한 장치들은 잔상의 원리를 활용하여 움직이는 환영을 만들어냈다. 이는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특수 효과를 구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2 주요 기술적 혁신
2D 애니메이션 분야에서 중요한 기술적 혁신 중 하나는 셀룰로이드 시트의 발명이다. 얼 허드(Earl Hurd)는 1914년에 셀 애니메이션 기술을 발명하고 특허를 취득하였다[Maureen, 2001]. 비슷한 시점에 존 브레이(John Bray)도 셀룰로이드 시트를 이용해 애니메이션 제작을 시도하였지만, 얼 허드(Earl Hurd)의 방식이 더 효율적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셀 애니메이션 기법은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혁명을 일으켰다. 이 기법은 정적인 배경 이미지 위에 투명한 셀룰로이드 시트에 그린캐릭터를 겹쳐 작업하는 것으로, 움직이는 부분만 다시 그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다. 즉 배경과 캐릭터를 분리하여 작업함으로써, 캐릭터의 움직임을 쉽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이것은 작업량을 크게 줄여 제작 기간을 단축시켰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애니메이션 장면을 효율적으로 제작할 수 있게 하였다.
이후 셀 애니메이션에서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표현하고자 하는 기술적 시도가 지속되었다. 그 결과 플라이셔형제(Max & Dave Fleischer)는 1917년에 로토스코프(Rotoscope)라는 장치를 개발하고 특허를 받았다. 이 장치는 실사 필름을 한 프레임씩 고정된 유리판 위에 영사하여 애니메이터가 유리판 위에 비친 영상을 따라 실제 사람이나 물체가 움직이는 모습을 복사하여 옮겨 그릴 수 있도록 고안된 장치[Park, 2014]로 작업하기 까다로운 인체의 동작을 정확하게 재현하여 사실적이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다.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1937>도 이 장치를 활용하여 작업하였다. 이처럼 로토스코프 장치는 애니메이션의 움직임에 현실감을 부여해주었다.
1930년대에 어브 아이웍스(Ub Iwerks)가 도입하고 이후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개선한 멀티플레인 카메라는 2D 애니메이션의 획기적인 발명이다. 이것은 애니메이션에 입체적인 효과를 주기 위하여 고안된 것으로, 장면의 여러 요소를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러 층의 유리를 사용하여 레이어와 카메라 사이의 거리를 조정하여 2차원 내에서 3차원의 움직임을 표현할 수 있었으며, 여러 층의 배경을 별도로 제작하여 이를 겹침으로써, 애니메이션 장면에 깊이감과 입체감을 부여하였다. 멀티플레인 카메라도 디즈니의 <백설 공주와 일곱난쟁이, 1937>에서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으며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풍부함과 복잡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이처럼 멀티플레인 카메라는 애니메이션에 깊이와 차원을 추가하여 애니메이션의 예술적 표현 범위를 넓히는 데 기여하였다.
컴퓨터로 생성된 이미지와 추상 애니메이션을 탐구한 존 휘트니(John Whitney)1)의 작품 <카달로그, 1961>를 선두로 컴퓨터 기술이 애니메이션 프로세스에 점진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하였다. 초기에는 고가의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술이 발전하고 비용이 감소하면서 점차 일반화되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셀 애니메이션의 반복적인 작업을 자동화하고, 색채와 효과를 쉽게 적용할 수 있게 하여, 제작과정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1980년대는 2D 애니메이션이 디지털로의 전환이 시작되는 중요한 시기이다. 디즈니사가 픽사와 협력하여 개발한 CAPS(Computer Animation Production System)는 기존의 셀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을 디지털로 대체하여 종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작 시스템으로, 연필로 그린 캐릭터들을 스캐닝하고, 칼라링하고, 스캐닝한 배경 및 다른 이미지들을 합성한 후 그 프레임들을 필름에 기록하는 작업[David, 2008]을 수행하여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워크플로우를 간소화하였다. 이 시스템이 사용되면서 셀 페인팅과 카메라 작업이 필요 없어져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1990년대에는 2D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가 급속히 발전하면서 Flash(현재의 Adobe Animate)와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해 애니메이션 제작을 대중화시켰다. Flash는 이미지의 크기에 따라 품질 저하 없이 이미지의 크기 조절이 가능했으며 손쉽게 벡터 기반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게 하였다. 이는 온라인 콘텐츠 분야에서 아주 중요한 장점이었으며, 이러한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의 발전 덕분에 디지털 환경에서 애니메이션을 작업하는 것이 표준화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2D와 3D의 통합이 보편화되었다. Toon Boom Harmony나 TV Paint 같은 소프트웨어는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의 미학과 3D의 깊이와 입체감을 결합하여 손으로 그린 애니메이션의 매력과 예술성을 유지하면서도 복잡한 카메라 움직임과 조명, 공간감을 표현할 수 있게 하였고, 종이 없이 컴퓨터로 직접 그릴 수 있게 한 태블릿이 도입되면서 애니메이션 제작과정도 더욱 간소화되었다. Unity와 Unreal Engine 같은 실시간 렌더링 및 게임 엔진의 혁신 덕분에 2D 애니메이션, 3D 애니메이션, 인터랙티브 미디어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창의적인 표현과 관객의 참여를 위한 새로운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새로운 기술들은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애니메이션 제작의 주요한 기술적 혁신은 인공지능의 도입이다. 특히 생성형 AI는 대량의 데이터 학습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은 애니메이션 영역을 무한히 확장시켜준다.
3. 기술 발전과 제작방식의 변화
3.1 디지털화 이전의 제작방식
디지털 시대 이전의 2D 애니메이션 제작은 노동집약적인 과정이다. 왜냐하면 셀 애니메이션이라고도 불리는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방식은 엄청난 양의 그림을 수작업으로 하나씩 그리고 채색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이전의 셀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은 여러 단계의 제작과정을 거쳤으며 그 과정은 <Figure 6>과 같이 Pre-Production, Production, Post- Production으로 나뉜다.
<Figure 6> Cell Animation Production Process
Pre-Production 단계는 애니메이션 제작의 기초를 다지는 기획 단계로, 아이디어 구상 및 기획, 스토리 개발, 캐릭터와 배경 설정 및 디자인, 스토리보드 작성 등의 여러 작업이 포함되며, Production 단계는 실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으로, 주요 작업은 레이아웃, 원화 및 동화 작업, 배경 제작, 선화, 칼라링으로 구성된다. 마지막으로 Post-Production 단계는 애니메이션의 최종 마무리 작업으로, 합성, 음향 효과 및 배경 음악, 편집 등의 작업이 진행된다.
먼저, 애니메이션의 스토리와 주요 시각적 요소들의 설정이 끝나면 화면을 구성하는 스토리보드의 개발로 제작이 시작된다. 그다음에는 장면의 구도, 카메라 앵글, 캐릭터 위치를 설정하는 세부 레이아웃을 작업한다. 그다음으로는 움직이는 캐릭터의 주된 포즈를 그리는 원화작업과, 원화와 원화 사이에 움직임을 추가하는 동화작업을 진행하여 부드러운 움직임을 제작한다. 일반적으로 극장판의 경우는 초당 24장으로, TV 프로덕션의 경우에는 초당 12장으로 제작되어 진다. 이렇게 그려진 원화와 동화는 셀(셀룰로이드 시트)에 꼼꼼하게 트레이싱하는 과정을 거친다. 트레이싱 된 셀은 칼라부로 전달되어 셀룰로이드에 접착되는 특수 제작된 물감을 사용하여 셀의 뒷면에 색을 입히는 과정이 진행된다. 이 단계에서는 여러 프레임에 걸쳐 색상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매우 정밀하고 일관된 작업이 필요하다. 동시에 배경 아티스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뒤에 보이는 풍부하고 디테일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각 장면에 들어갈 배경을 제작한다.
Post-Production 단계에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의 합성 작업은 카메라 부서에서 진행되며, 애니메이션 카메라를 사용하여 완성된 셀을 적절한 배경 위에 놓고 촬영한다. 한 프레임에 여러 레이어의 셀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깊이와 움직임의 환상을 만들기 위해 각각 정밀한 정렬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1930년대에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혁신적으로 개발한 멀티플레인 카메라는 장면의 여러 요소를 각각 독립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러 겹의 유리판을 도입하여 평면 아트웍에 입체감을 부여하였다.
사운드 동기화는 디지털 이전 애니메이션 제작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이었다. 정확한 립싱크를 위해 애니메이션 제작에 앞서 음성 녹음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며, 애니메이터는 익스포저 시트(X-시트 또는 타임시트)를 사용하여 대사, 음향 효과, 캐릭터 움직임의 타이밍을 세심하게 계획하도록 하였다. 음악과 음향 효과는 보통 포스트 프로덕션에서 추가되었으며, 작곡가와 사운드 디자이너는 감독과 긴밀히 협력하여 애니메이션 장면의 감정적 효과와 사실감을 향상시켰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방식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면 수백 명의 아티스트와 기술자들이 오랜 시간동안 협력해야만 했다. 또한 애니메이션 전반에 걸쳐 캐릭터 디자인이나 애니메이션 스타일 등 전반적인 품질의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해 신중한 계획과 관리가 필요했다. 이처럼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법은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지만 독특한 미적 특성과 촉각적인 매력으로 많은 아티스트와 관객이 여전히 애호하고 있다. 수작업으로 그려진 아트워크의 특성상 표현력이 풍부한 작업과 스타일링이 가능하여 이후의 디지털 기법과는 다른 방식의 감정과 개성을 전달할 수 있었다. 셀 애니메이션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은 필요한 그림의 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사이클(Cycle)과 홀드(Hold)를 개발하였을 뿐만 아니라 불, 물, 연기 같은 동적인 요소를 표현할 때는 페인트 온 글래스 애니메이션(paint-on-glass animation)을 사용하는 등 다양한 창의적인 솔루션과 혁신을 도입하였다. 이러한 기술들은 셀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을 효율화하고, 더 다양하고 풍부한 시각적 표현을 가능하게 하였다.
3.2 디지털 기술의 도입과 변화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2D 애니메이션 분야의 제작 패러다임을 바꾸어 제작과정을 혁신하고 창의적인 작업을 가능하게 했다. 198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 1990년대까지 가속화되었던 이러한 변화는 컴퓨터 기술이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에 점진적으로 통합되어 궁극적으로 완전한 디지털 제작 파이프라인으로 이어졌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기원은 1960년대와 1970년대 컴퓨터 그래픽의 초기 실험에서 찾을 수 있다. 존 휘트니(John Whitney)와 척 수리(Chuck Csuri) 같은 선구자들은 컴퓨터가 그림을 제작하고 그것과 상호작용하는 리소스로서의 컴퓨터의 가능성을 보았고 컴퓨터 과학자들이 상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발전하였다[Wayne, 2017].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야 디지털 기술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이러한 발전의 결정적인 순간은 디즈니사와 픽사가 협력하여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CAPS)을 개발한 것이었다. <인어공주, 1989>에서 제한된 용도로 처음 사용된 후 <코디와 생쥐구조대, 1990>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사용된 CAPS는 잉크와 페인트 과정을 디지털화하여 기존의 셀 작업을 필요 없게 만들었다. 이 시스템을 통해 더 깊은 색감, 더 복잡한 특수 효과, 애니메이션 요소와 배경의 간소화된 합성을 구현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전문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4년에 설립된 툰붐 애니메이션은 전통적인 기법을 모방하고 개선한 2D 애니메이션용 디지털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 소프트웨어 제품군은 아티스트가 디지털 태블릿에 직접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종이 없는 애니메이션 워크플로우를 촉진하여 제작 프로세스를 간소화하였다. 1996년 매크로미디어(Macromedia)사가 퓨쳐웨이브(FutureWave)를 인수하면서, 웹 기반 애니메이션이 확산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플래시(Flash)2)가 개발되었다. 플래시의 벡터 기반 그래픽은 온라인으로 쉽게 배포할 수 있게 하여 새로운 세대의 독립 애니메이터와 웹 기반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탄생시켰다. 컴퓨터 하드웨어의 발전으로 애니메이션의 디지털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개인용 컴퓨터의 처리 능력과 메모리 용량이 증가하면서 독립 애니메이터들이 전문가 수준의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다양한 스타일과 개성 넘치는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기회가 되었다.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2D 애니메이션 제작 절차도 변화시켰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에는 수정사항이 있으면 종종 전체 시퀀스를 다시 그려야 했지만, 디지털로 제작할 경우에는 제작의 각 단계에서 쉽게 작업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이 수월해졌으며 다양한 실험도 가능하였다. 디지털 기술의 도입은 제작과정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통적으로 손으로 그린 원동화 작업이 디지털 드로잉 도구로 대체되었고, 칼라링과 합성작업도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게 되었다.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는 작업하면서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체크할 수 있으므로 애니메이션 제작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다. 또한, 2D와 3D 요소의 통합도 더욱 자연스러워졌다. Toon Boom Harmony이나 TV Paint, Blender와 같은 소프트웨어는 3D 카메라 움직임과 조명 효과가 포함된 2D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수 있도록 하여 손으로 그린 2D 애니메이션의 미학과 3D 환경의 공간감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도록 하였다.
최근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발전에는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특히, 생성형 AI의 도입은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AI 기술은 자동으로 캐릭터를 디자인할 뿐만 아니라 동작을 예측해 자연스러운 동화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채색과 같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을 자동화하는 등 애니메이션 프로세스를 더욱 간소화한다. AI 기반의 자동 애니메이션 생성 시스템은 실제 배우의 동작을 학습하여 자연스러운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게 한다. 이는 모션 캡처와 결합되어 더욱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캐릭터 동작을 구현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생성형 AI의 도입은 애니메이터들이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전체 제작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3.3 기술 변화가 제작 방식에 미친 영향
기술 변화가 2D 애니메이션 제작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은 제작 공정의 간소화와 시간과 비용 절감이다.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할 경우는 수천수만장의 그림을 직접 그려야 했으나, 디지털 소프트웨어의 도입으로 이를 빠르고 정확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Adobe Animate나 TV Paint, Toon Boom Harmony와 같은 프로그램에서는 원동화, 채색, 합성까지도 동일한 프로그램 내에서 작업하고 수정할 수 있어 제작 기간이 단축되었고 시각 효과도 쉽게 구현할 수 있다. 또 최근 각광받고 있는 AI 기술은 캐릭터의 움직임을 분석하여 자동 생성하거나 음성 인식 기술을 통한 립씽크 등 다양한 작업을 자동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디지털 소프트웨어들은 다양한 스타일이나 기법을 반복적으로 시도할 수 있어 독창적이고 개성이 강한 애니메이션 제작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AI는 대량의 데이터를 통해 시청자들의 반응을 분석하여, 이를 바탕으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AI를 활용하여 시청자들의 선호도를 분석하고, 이를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여[Kim, 2024] 시청자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반면, 기술의 발전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하였다. 디지털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작업하면 전통적으로 수작업에서 느낄 수 있는 독특한 감성과 스타일이 점차 사라지고, 디지털 소프트웨어에 의해 생성된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스타일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기술 의존성을 증가시켰다. 소프트웨어 버그, 시스템 오류, 데이터 손실 등의 기술적 문제는 제작과정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고, 중요한 프로젝트의 진행을 방해할 수 있다. 또한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도구와 데이터 저장소를 사용하는 경우, 데이터 보안 문제와 해킹 위험에 대한 우려가 증가한다. 그리고 애니메이터들이 최신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지속적으로 학습해야 하므로 소규모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나 독립 애니메이터들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 AI의 도입은 자동 컬러링, 립씽크 등 작업을 편리하게 해주는 부분들이 있으나 스토리 생성이나 배경이나 캐릭터 생성 시에 일정한 패턴이나 스타일을 반복하여 인간의 창의적인 부분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과 저작권 등의 윤리적인 문제도 존재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하여 활용해야 한다.
3.4 기술 변화에 따른 산업과 교육의 방향성
애니메이션 산업과 교육은 기술 변화에 따른 대비가 매우 중요하다. 애니메이션 산업에서는 최신 기술의 수용과 글로벌 협업의 강화, 지속적인 혁신을 추구해야 하며, 애니메이션 교육은 실무 중심 교육을 통해 다양한 기술의 습득과 함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융합적인 인재로 키워야 할 것이다.
3.4.1 애니메이션 산업의 방향성
애니메이션 산업은 기술적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새로운 제작 방식에 적응해야 한다. 이를 위해 최신 기술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클라우드 기반의 협업 도구, 생성형 AI 플랫폼, VR 및 AR 기술을 도입하여 작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데이터 보안 및 기술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여 제작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이에 대한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제작 방식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창의성을 결합한 작품을 제작하기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제작자들과 협업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간구해야 할 것이다.
3.4.2 애니메이션 교육의 방향성
애니메이션 교육은 기술적 변화와 산업적 요구에 맞춰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기술과 최신 디지털 기술을 융합하여 교육해야 한다. 전통적인 드로잉 실력의 함양과 함께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실무중심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과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인턴십 프로그램이나 실습 프로젝트, 워크숍 등을 실시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탐구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사고력을 키워 글로벌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4. 결론
2D 애니메이션의 제작 방식은 기술 발전에 따라 함께 변화하였다. 초기 셀 애니메이션에서 디지털의 도입으로 또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생성형 AI의 도입에 이르는 기술의 진보는 2D 애니메이션 제작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였다.
20세기 초 애니메이션 제작은 전통적인 셀 애니메이션 방식에 크게 의존하였는데 이 제작 방식은 제작 기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되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컴퓨터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CAPS)과 Adobe Animate나 TV Paint, Toon Boom Harmony, Blender 등 다양한 디지털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셀 애니메이션의 제작과정을 간소화하였고 더욱 효율적으로 2D 애니메이션을 작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 AI 기술의 도입은 다시 한번 획기적으로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을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는 전 세계의 애니메이터들이 실시간으로 협업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디지털 도구를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며, 더욱 정교한 AI 기술과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의 기술이 융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진화될 가능성이 크며 그에 따라 애니메이션 제작 방식도 다양해져 보다 창의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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