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농어목 (Perciformes) 민어과 (Sciaenidae)에 속하는 부세(Larimichthys crocea)는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 분포하며, 우리나라 서남해안 수심 50~200 m에 서식하는 어종이다(Kim et al., 2005). 부세는 다회산란하는 종으로 남중국해에서 5~6월과 9~10월에 연 2회 산란하며(Zhang and Hong, 2015), 제주 해역에 서식하는 부세의 주 산란기는 10~11월로 보고된 바 있다(Moon et al., 2023). 또한, 회유성 어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3월말에 북상하여 하계에 전라남도 매화도, 조도, 비금도 부근에 서식하며, 제주도 남부 해역에서 월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Lee and Park, 1992).
부세는 같은 민어과 어류인 참조기(Larimichthys polyactis)와 유사한 형태를 가졌지만, 최대 체장이 80.0 cm (total length, TL)로 40.0 cm (standard length, SL)까지 성장하는 참조기에 비하여 더 크게 성장한다(Masuda et al., 1984; Robins et al., 1991; Kim et al., 2005). 또한, 부세는 굴비의 원료로 이용되며, FTA 중국 수산 동향에서 주요 수출 대상종으로 선정된 만큼 상업적 가치가 높은 어종이다(KMI, 2022).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부세는 대부분 참조기 유자망 어업에서 부수 어획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어획량은 2005년 38톤에서 2018년 692톤으로 증가하였으나, 그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2022년 225톤으로 감소하였다(KOSIS, 2022).
선행된 부세의 생태연구를 살펴보면, 국외에서는 자치어 형태 및 초기생활사에 관한 연구(Uchida et al., 1958), 동중국해에 서식하는 부세의 식성(Xu et al., 2013), 산란(Yan et al., 2022), 종자생산(Chen et al., 2018) 연구가 있었다. 국내에서는 높은 상업적 가치와 지속적인 어획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해역 간 어군 분석(Hong, 1985), 수정란 및 종자생산에 관한 연구(Park et al., 2022), 산란시기 연구(Moon et al., 2023)가 있을 뿐 식성을 비롯한 생태학적 특성치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부세는 계절적으로 회유하는 생태적 습성을 지니고 있어 수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 어종으로 시기별, 지역별로의 연구가 필요하다. 또한 부세는 어획량의 감소와 함께 어체가 소형화되는 자원의 감소 징후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생태연구가 필요하다(Park et al., 2022).
따라서, 이번 연구의 목적은 제주 연안에 출현하는 부세의 위내용물 조성과 성장 및 계절에 따른 식성변화를 파악하여 지속적인 자원 이용과 효율적인 자원관리를 위한 생태학적 자료를 확보하고자 한다.
재료 및 방법
이번 연구에 사용된 부세는 2021년 6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제주 해역에서 대형쌍끌이저인망(Large Pair-Trawl Fishery)으로 어획된 개체들을 구입하여 조사하였다.
채집된 시료는 총 816개체로 국립수산과학원 남해연구소에서 전장 0.1 cm, 중량 1 g 단위까지 측정하였다. 측정 후 위를 적출하여 10% formalin solution으로 고정하여 연구실로 운반하였다. 위내용물 분석 시 해부 현미경을 사용하여 가능한 가장 낮은 종(Species) 수준까지 도감을 참고하여 분석하였고, 소화로 인하여 종 수준까지 분류가 불가한 경우, 목(Order), 과(Family) 또는 속(Genus) 수준까지 동정하였다. 정량분석을 위해 분석한 먹이생물의 개체수를 계수하였으며, 습중량은 0.001 g 단위까지 측정하였다. 부세의 위내용물 분석 결과는 아래와 같은 식을 사용하여 먹이생물의 출현빈도(%F), 개체수비(%N), 습중량비(%W)로 나타냈다.
%F=Ai/N×100
%N=Ni/Ntotal×100
%W=Wi/Wtotal×100
여기서, Ai는 위내용물 중 해당 먹이생물이 출현한 부세의 개체수이고, N은 먹이를 섭식한 부세의 총 개체수, Ni (Wi)는 해당하는 먹이생물의 개체수(습중량)이며, Ntotal (Wtotal)은 전체 먹이생물의 개체수(습중량)이다.
이후, 먹이생물의 상대중요도지수(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를 Pinkas et al.(1971)의 식을 통해 나타내었다.
IRI= (%N+%W)×%F
또한, 상대중요도지수를 백분율로 환산하여 상대중요도지수비(%IRI)를 나타내 먹이생물 선호도를 분석하였다.
크기군(size class)에 따른 부세의 위내용물 조성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3개의 크기군(<30.0 cm, 30.0~35.0 cm, ≥35.0 cm)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계절군(season)에 따른 변화를 파악하기 위해 4개의 계절군(Spring, 3~5월; Summer, 6~8월; Autumn, 9~11월; Winter, 12~2월)으로 구분한 후 상대중요도 지수비를 통해 먹이생물의 조성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two-way PERMANOVA를 사용하여 크기군, 계절군, 크기군과 계절군에 따른 상호작용이 위내용물 조성 차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하였다.
결과
이번 연구에서 채집된 부세는 총 816개체였으며, 전장의 범위는 19.8~57.4 cm로 나타났다(Fig. 1). 그중 20.0~25.0 cm의 크기군이 전체의 29.4%를 차지하여 가장 출현빈도가 높았으며, 채집된 부세의 평균 전장은 29.2±6.4 cm로 나타났다.
Fig. 1. Total length (TL)-frequency distribution of Larimichthys crocea collected in the coastal waters of Jeju Island, Korea.
채집된 부세 816개체 중, 공복인 부세는 430개체로 52.7%의 공복률을 나타냈다. 공복인 개체를 제외한 386개체를 대상으로 위내용물을 분석한 결과(Table 1), 부세의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어류(Pisces)였으며, 43.8%의 출현빈도, 15.1%의 개체수비, 78.9%의 중량비로 57.5%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하였다. 어류 중에서는 미확인 민어과(Sciaenidae), 참조기(Larimichthys polyactis), 멸치(Engraulis japonicus) 순으로 우점하였다. 어류 다음으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26.2%의 출현빈도, 60.3%의 개체수비, 3.1%의 중량비로 23.2%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한 난바다곤쟁이류(Euphausiacea)로 나타났다. 세 번째로 우점하는 먹이생물은 40.9%의 출현빈도, 16.7%의 개체수비, 16.0%의 중량비로 18.7%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한 새우류(Macrura)였다. 새우류 중에서는 보리새우하목(Penaeidea)이 우점하였으며, 그중에서도 미확인 보리새우과(Penaeidae), 꽃새우(Trachysalambrisa curvirostris), 마루민꽃새우(Parapenaeus lanceolatus) 순으로 우점하였다. 그 외에도 갯가재류(Stomatopoda), 집게류(Anomura), 이매패류(Bivalvia) 등이 출현하였지만 상대중요도지수비는 각각 0.3% 이하로 비교적 낮은 비율을 보였다.
Table 1. Composition of the stomach contents of Larimichthys crocea by frequency of occurrence (%F), number (%N), weight (%W) and 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 collected in the coastal waters of Jeju Island, Korea
+: less than 0.1%
부세의 크기군에 따른 먹이생물 조성을 살펴본 결과(Fig. 2), 가장 작은 크기군인 <30.0 cm 크기군에서 난바다곤쟁이류와 어류가 각각 36.7%와 35.6%의 상대중요도지수비로 가장 우점하는 먹이생물이었으며, 새우류는 26.8%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하였다. 30.0~35.0 cm 크기군에서는 어류가 67.9%로 증가하여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이었으며, 난바다곤쟁이류와 새우류는 각각 18.5%와 13.2%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하여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35.0 cm 크기군에서도 어류가 66.8%의 상대중요도지수비로 가장 우점하는 먹이생물이었다. 난바다곤쟁이류는 11.4%로 계속하여 감소하는 반면, 새우류는 21.4%의 상대중요도지수비로 소폭 증가하였다.
Fig. 2. Ontogenetic changes in composition of the stomach components by %IRI of Larimichthys crocea collected in the coastal waters of Jeju Island, Korea.
부세의 계절에 따른 먹이생물 조성을 분석한 결과(Fig. 3), 동계에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78.6%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한 어류였으며, 다음으로는 14.3%인 새우류, 6.5%의 난바다곤쟁이류 순으로 우점하였다. 춘계에서도 어류가 65.1%로 가장 우점하는 먹이생물이었으며, 새우류는 30.9%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난바다곤쟁이류는 3.7%를 나타냈다. 하계에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66.1%의 상대중요도지수비를 차지한 새우류였다. 어류는 17.5%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으나, 난바다곤쟁이류는 13.8%로 증가하였다. 추계에는 난바다곤쟁이류가 76.9%로 증가하여 가장 우점하는 먹이생물로 나타났으며, 다음으로는 어류가 13.3%, 새우류가 9.3%를 차지하였다.
Fig. 3. Seasonal changes in composition of the stomach components by %IRI of Larimichthys crocea collected in the coastal waters of Jeju Island, Korea.
부세의 크기군과 계절군의 섭식관계를 Two-way PERMANOVA를 이용하여 분석한 결과, 부세는 크기군(P=0.034)과 계절군(P=0.004)에서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었으며, 두 요인의 상호작용(P=0.037)에서도 유의한 차이를 나타내었다(P<0.05)(Table 2).
Table 2. Mean squares (MS), pseudo-F ratios and significance levels (P) for a series of PERMANOVA tests, employing Bray-Curtis similarity matrix derived from the mean percentage weight contributions of the various prey taxa to the stomach contents for Larimichthys crocea
고찰
제주 연안에 출현하는 부세의 공복률은 52.7%를 차지하여 비교적 높은 공복률을 보였다. 이와 같이 높은 공복률을 보이는 이유는 상업어선에 의해 어획된 개체를 수산시장에서 운반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소화, 어식성 어류의 짧은 소화시간, 어획 당시의 일시적인 먹이 부족, 조업 시 수압 차로 인한 위의 팽창 등이 있으나, 이번 연구에서는 위의 팽창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정된다(Kim et al., 2022). 위의 팽창으로 인해 공복률이 높은 어종으로는 부세가 속하는 민어과의 참조기, 보구치(Pennahia argentata)가 있으며, 각각의 공복률은 56.9%, 약 40%로 이들 또한 높은 공복률을 보인다고 보고된 바 있다(Koh et al., 2014; Kang et al., 2022).
이번 연구에서 부세의 가장 중요한 먹이생물은 어류였으며, 어류 중에서도 민어과와 참조기의 섭식비율이 높았다. 일반적으로 어류는 먹이를 찾기 위한 에너지를 최소화하고, 섭식하기 위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주로 서식환경에서 출현량이 높은 먹이생물을 주로 섭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Persson and Diehl, 1990). 참조기는 우리나라 서해안의 수심 40~200 m에 분포하는 어종으로 50~200 m에 서식하는 부세와 서식환경이 유사하다고 알려져 있다(Kim et al., 2006). 따라서 부세가 서식환경이 유사하여 섭식하기 용이한 참조기를 우점적으로 섭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두 번째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난바다곤쟁이류였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난바다곤쟁이류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다양한 어류에게 섭식되고 먹이사슬에서 일차생산자와 포식자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먹이생물이다(Mauchline, 1980). 세 번째로 중요한 먹이생물은 새우류였으며, 그중에서도 보리새우하목에 속하는 미확인 보리새우과, 꽃새우의 섭식비율이 높았다. 꽃새우는 국내의 전남, 경남, 제주 해역에 분포하며, 마루민꽃새우는 경남과 제주 해역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Cha et al., 2001). 또한 부세는 입이 비스듬하게 벌어져 있어 유영생물을 섭식하기 용이하며, 비교적 작고 날카로운 이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키틴질의 먹이생물을 섭식하기 유리한 형태학적 구강구조를 갖고 있다(Xu et al., 2013). 따라서 섭식한 새우류의 분포지역 및 부세의 형태학적 특성을 고려하였을 때 부세가 섭식하기 용이한 먹이생물로 생각된다.
부세의 크기군별 먹이생물 조성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부세는 성장함에 따라 난바다곤쟁이류의 섭식비율은 감소하였으며, 30.0~35.0 cm 크기군에서 어류의 섭식비율이 증가하였다. 대부분의 어류는 성장하며 생태적 지위와 섭식하는 먹이생물이 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Kim et al., 2021), 동일 종의 다양한 크기군이 같은 서식지에서 서식하는 경우, 종간 먹이경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서로 다른 먹이생물을 섭식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Langton, 1982). 따라서 부세는 영양학적 효율을 높이고 종간 먹이경쟁을 회피하기 위하여 난바다곤쟁이류에서 어류로 먹이전환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어류는 수온, 먹이생물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따라 성장의 차이를 보이며, 정확한 먹이 전환 시기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크기군별 충분한 시료를 확보해야 한다(Kim et al., 2022).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의 부세의 최소 전장은 19.8 cm로 후속 연구에서 20.0 cm 미만의 개체들을 채집하여 분석한다면 부세의 초기생활사부터의 먹이전환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계절에 따른 먹이생물 조성은 환경과 생리적 변화에 따른 먹이생물의 이용가능성과 연관되어 있다(Wotton, 1990). 부세의 계절별 먹이생물 조성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동계와 춘계에 가장 우점하는 먹이생물은 어류였다. 어류 중 높은 비율을 차지한 참조기는 6.7~22.7 cm의 범위를 보였다. 참조기는 동계에 제주 서남부 지역에 서식하며, 늦봄에 서해로 산란회유를 시작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Shojima and Otaki, 1982). 또한 유자망의 어획 수심을 고려하였을 때, 제주 근해에서 부세와 참조기는 수심 60~140 m에 주로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Kang, 2011). 따라서 10~11월에 산란을 하는 부세가 산란 후 회복을 위하여 에너지 효율이 높으며, 서식하는 환경에서의 출현량이 높은 참조기를 주로 섭식한 것으로 판단된다. 하계에 가장 우점하는 먹이생물은 새우류였다. 하계 부세의 섭식에 관한 선행 연구에서 또한 새우류를 주로 섭식하여 이번 연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Xu et al., 2013). 이는 새우류 중 섭식비율이 높은 꽃새우가 하계에 연안으로 산란회유를 하기 때문에 제주 연안에서 채집한 부세가 섭식하기 용이하였다고 추정된다(Cha et al., 1999). 추계에 가장 우점적으로 섭식된 먹이생물은 난바다곤쟁이류로 나타났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부세는 추계(10~11월)에 주로 산란을 한다(Moon et al., 2023). 대부분 어류들은 산란기에 섭식하는 데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적은 노력량으로 포획하기 용이하고, 서식환경에 풍부한 먹이생물을 선호하는 기회주의적 포식을 한다고 보고된 바 있다(Bond, 1979; Huh et al., 2013). 난바다곤쟁이류는 우리나라 전 연안에 풍부하게 분포하며, 어류나 새우류 같은 먹이생물에 비하여 유영능력이 낮다. 따라서 산란기의 부세가 적은 에너지로 쉽게 포획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는 회유성 어종인 부세의 식성을 단정하기에는 어렵다고 생각된다. 따라서 계절에 따른 부세의 생리학적 변화와 함께 서식환경의 변화를 파악하는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사사
이 논문은 2024년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시험연구사업(R2024010)의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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