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2020년 기준 69.8%로 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하였으며, OECD 평균인 45.5%와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을 볼 때,1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에 관한 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진학의 방법은 학생부종합전형 등을 포함한 수시 전형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을 바탕으로 진행되는 정시 전형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그 중 수시 전형이 대입 전체 인원의 79%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2 여전히 많은 사람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입시 제도에서 가장 공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3 또한, 대입제도에서 가장 크게 반영해야 하는 항목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018년도부터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였고4 이에 따라 정시 비중 확대가 사회적으로 논의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우리나라에서 매우 중요한 시험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수시 모집에서도 많은 대학이 대학수학능력시험 최저 등급 기준을 요구하고 있으므로, 여전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학교 교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대학 교육을 이수할 수 있는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내용에 맞추어 국어, 수학, 영어, 탐구 영역별로 통합 교과적 소재를 바탕으로 고차원적 사고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발전된 형태의 학력고사이며,5 이 중 과학탐구 영역은 대학 교육을 원활하게 이수하기 위해 학생이 갖추어야 하는 과학적 탐구 능력을 고교 교육과정의 학습 범위와 수준 내에서 다양한 탐구 상황을 통해 측정하는 시험이다.6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내용, 문항의 난이도, 문제 유형 등에 따라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편성 및 운영이 달라지고 나아가 학교 현장에서의 교수-학습 방법과 학생 평가 방식 등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7 적절한 난이도와 변별력을 유지하면서 신뢰도와 내용 타당도가 높은 문항이 엄선되어 출제되는 것이 중요하며, 세부적으로 과학탐구에서는 자연 과학적 지식이나 기초 개념을 직접 측정하기보다 기초 개념이 적용된 여러 문제 상황을 통해 학생들의 과학탐구 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8
과학탐구영역 중 화학은 학생들이 일상에서 마주하는 자연 현상이나 경험적 상황을 통해 화학에 대한 개념적 지식과 탐구 방법을 흥미를 가지고 자연스럽게 학습하면서 화학과 관련된 기본적인 소양을 갖추도록 하는 교과목으로, 2015 교육과정에서도 화학Ⅰ의 교과목 성격을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인류 문명이 발전하는 데 기여해 온 화학을 이해함으로써 학생들이 화학에 대해 호기심과 흥미를 가지고 사회의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민주 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데 있다고 제시하고 있다.9 또한, 이를 위해서는 화학Ⅰ 교과에서 다양한 탐구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기본 화학 개념의 통합적 이해와 과학탐구 경험을 바탕으로 과학과의 다양한 핵심역량 함량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화학 과목에서는 학생들의 폭넓은 화학 지식의 활용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과학탐구 상황이 고르게 반영되고 교과목의 성격과 목적에 부합하는 평가 문항이 출제되어야 한다.10-12
그러나 다수의 연구에서 고등학교 교육 현장의 교사와 학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평가 문항이 교육과정에 제시된 교과목의 성격과 차이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고하였다. 노태희 등(2005)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화학 문항은 우리나라의 고등학교에서 시행되는 교수 방법이나 학생들의 화학 능력을 평가함에 있어서 화학 개념을 묻기보다는 수리 문제 해결에 더욱 편중된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하였으며, 학생들은 화학 교과에 포함된 수학적 계산 과정에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보고되기도 하였다.13 이는 화학 문항에서 화학 원리보다는 복잡한 수학 계산을 요구하는 문항이 많고, 고난도 문항에서 주어진 시간 내에 해결하기에는 과도한 수학적 계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며,14 이것이 나아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화학 응시자 감소로 이어지고 있음을 언급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12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화학 I 과목 선택자 비율은 34.73%로 지구과학 I, 생명과학 I의 절반 정도 수준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화학 기피 현상이 심각해졌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의 과목 선택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습 동기까지도 자신의 진로 희망보다는 대학 진학 전략에 따라 결정되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에서 수능 문항의 출제 내용, 방향 및 난이도 등은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의 내용과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므로,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영역의 평가 문항에 대한 전반적인 분석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10 그러나 노태희 등(2005)의 연구부터 현재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문항에서 과도한 수학적 계산을 요구한다는 동일한 주장이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볼 때, 기존의 문항 분석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문항 분석의 기준과 관점을 새롭게 구성할 필요성이 있다.
유은희(2004), 허순옥(2005), 김신범(2008), 윤영선(2011)은 3차원 평가틀을 이용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Ⅱ 문항을 내용 영역, 탐구 능력 영역 및 탐구 상황 영역에 따라 분석하였으며,15-18 박지훈(2009)은 개정된 Bloom의 교육 목표분류학을 기반으로화학 II 문항을내용과인지과정에 따라 분석하였다.19 그러나 화학 영역 내에서의 내용, 탐구 능력 및 상황으로 구성된 3차원 분석틀을 기반으로 분석한 기존의 연구에서는 화학 과목 안에서의 문항 간 내용 적합성, 다양한 탐구 능력의 측정 여부 등에 대하여 알아 보았지만, 선행 연구에서 지적했던 화학 문항에 대한 수학적 요소12-14에 대한 분석은 구체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과학 교과와 수학 교과의 연관성에 관련된 선행 연구에서도20,21 중, 고등학교 교육과정에 제시된 과학 개념과 수학 개념 사이의 위계 및 연관성을 알아볼 뿐, 화학 문항 내에 포함된 수학적 요소를 구체적으로 분석한 연구는 없어 여러 선행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제시했던 문제점에 대하여 의미 있는 제언을 하기에 한계가 있었다, 또한, 이러한 연구들 대부분이 학위 논문 연구에 그치고 있을 뿐,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며, 게재된 논문 대부분이 기존의 분석 방식을 활용하여10,11,22,23 저술된 것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중요성에 비해서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 분석에 관한 심층적인 연구는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화학 문항에 포함된 수학적 요소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것이 화학 핵심 개념 및 행동 영역과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화학 핵심 개념, 화학 행동 영역, 수학 행동 영역으로 구성된 3차원 문항 분석틀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분석한 뒤 화학 I 평가 문항 출제 방향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본래의 평가 취지와 목표에 부합하는 문항이 출제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
3차원 문항 분석틀 개발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분석하기 위하여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2019학년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2021학년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해당 문항의 분석을 위하여 화학 핵심 개념 영역, 화학 행동 영역, 수학 행동 영역으로 구성된 3차원 분석틀을 아래와 같은 절차에 의하여 개발하였다.
화학 핵심 개념과 화학 행동 영역. 3차원 분석 틀 중 화학 핵심 개념 및 행동 영역 차원의 개발을 위하여 교직 경력 12년과 8년의 과학교육 박사 2명, 교직 경력 9년과 6년의 과학교육 석사 2명, 교직 경력 4년의 과학교육 석사과정 1명으로 구성된 과학 교사 5명이 참여하였다. 3차원 문항 분석틀 내 화학 핵심 개념 차원은 2015 교육과정의 화학 I9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 개념과 내용 요소를 기반으로 하였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24는 그 속성을 고려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핵심 개념별로 재분류하였으며, 그중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로 설명이 가능한 부분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로 통합하여 나타내었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제시하는 핵심 개념 중 ‘물질의 구성 입자’는 내용 요소로 양성자, 중성자, 전자, 몰, 화학 반응식, 몰 농도, 원소의 주기성 등을 모두 포함하는 영역으로, 다른 핵심 개념과 비교할 때 내용 요소가 광범위하여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물질의 구성 입자’를 단원의 분류와 교과 내용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양적 관계’와 ‘원자구조와 주기성’으로 세분화하였다. 최종 개발된 화학 핵심 개념과 내용 요소는 Table 1과 같다.
Table 1. Key concepts and content elements in chemistry (Chemistry I)
화학 행동 영역 차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영역 출제 매뉴얼의 평가 목표6에서 제시하고 있는 3차원 평가틀 내 행동 영역 차원을 기초로 하여 개발되었다. 먼저, 매뉴얼에 제시된 행동 영역 차원 평가 요소별 정의와 특징을 분석하였으며, 매뉴얼에서 제시한 행동 영역별 예시 문항을 기반으로 각 화학 행동 영역이 화학 문항에 어떻게 적용되어 있는지를 분석하였다. 이로부터 화학 행동 영역 차원의 세부적인 분류 기준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1차 화학 행동 영역 분석틀을 제작하였다. 분석틀을 이용하여 5명의 연구자가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20문항에 대해 화학 행동 영역 예비 분석을 실시하였다. 이후 화학 행동 영역 분류 결과를 비교, 분석하고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문항에 대해 협의를 거쳐 분류 기준을 수정 및 보완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최종 화학 행동 영역은 지식과 과학탐구 능력으로 구분하였으며, 지식은 이해와 적용으로, 과학탐구 능력은 문제 인식 및 가설 설정, 탐구 설계 및 수행, 자료 분석 및 해석, 결론 도출 및 평가의 세부 영역으로 구분하였다. 각 세부 영역에 대한 분류 기준은 Table 2와 같다.
Table 2. Behavioral domain in chemistry
수학 행동 영역. 3차원 분석 틀 중 수학 행동 영역 차원의 개발을 위하여 교직 경력 22년의 수학교육 석사 1명, 교직 경력 2년의 수학교육 학사 1명의 수학 교사 2명과 화학 행동 영역 개발에 참여한 과학교육 박사 2명, 석사 2명, 석사과정 1명으로 구성된 과학 교사 5명 총 7명의 교사가 참여하였다.
수학 행동 영역 차원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리 탐구 영역 출제 매뉴얼의 평가 목표25에서 제시하고 있는 3차원 평가틀 내 행동 영역 차원과 손흥찬과 고호경(2007)의 연구26를 기초로 하였다. 해당 자료에서 제시한 수학 행동 차원의 하위 요소와 평가 기준을 분석하여 대학수학능력 시험 수학 영역의 행동 영역을 계산, 이해, 발견적 추론, 연역적 추론, 내적 문제해결력, 외적 문제해결력의 6개 하위 요소로 구분하였다. 이 중 외적 문제해결력의 경우 실생활 상황 속에서 수학적 개념을 파악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나 주어진 외적 상황으로부터 문제 해결을 위한 수학적 모델을 만드는 등, 타 교과에 직접 적용되기 어려우므로 삭제하였으며, 화학 문항 중 수학 행동 영역이 포함되지 않은 문항을 분류하기 위하여 ‘미포함’ 요소를 추가하여 1차 수학 행동 영역 분석 틀을 만들었다. 분석틀을 이용하여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20문항에 대한 예비 분석을 시행하였다. 이후 수학 행동 영역 분류 결과를 비교, 분석하고 분류 결과가 일치하지 않는 문항에 대해 협의를 거쳐 분류 기준을 수정, 보완하였다. 이를 바탕으로 개발된 최종 수학 행동 영역 차원은 계산, 이해, 발견적 추론, 연역적 추론, 내적 문제해결력, 미포함으로 구분하였으며 세부적인 분류 기준은 Table 3과 같다.
Table 3. Behavioral domain in mathematics
3차원 문항 분석틀. 최종적으로 개발된 3차원 문항 분석틀은 화학 핵심 개념, 화학 행동 영역, 수학 행동 영역을 각 축으로 하는 3차원 구조 이루어졌다. 각 차원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Fig. 1과 같다.
Figure 1. Three-dimensional analysis framework of Chemistry I questions in College Scholastic Ability Test.
분석 자료
개발된 3차원 분석틀을 이용하여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분석하기 위하여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2019학년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과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된 2021학년도,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분석 대상으로 하였다.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은 20문항으로 4개년도(2019, 2020, 2021, 2022) 시험에 대한 총 80문항을 분석하였다.
고난도 문항의 출제 형태는 과학탐구 영역에 대한 학생과 교사의 인식 영향을 주며,12 전반적인 시험의 난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는 등 화학 I의 특징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3차원 분석틀을 이용하여 4개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 중 난도가 높은 문항에 대한 추가 분석을 하였다. 일반적으로 난도는 5단계로 구분하여 정답률 0.2 미만은 매우 어려운 문항, 0.2 이상 0.4 미만은 어려운 문항, 0.4 이상 0.6 미만은 중간 수준, 0.6 이상 0.8 미만은 쉬운 문항, 0.8 이상은 매우 쉬운 문항으로 해석한다.27 이를 바탕으로, 이 연구에서는 고난도 문항으로 오답률 0.6 이상을 선정하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정답률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으므로,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서 제공하는 오답률 정보28를 이용하였다.
연구 결과
3차원 문항 분석틀을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 분석
화학 핵심 개념 차원.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4개년도의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앞서 제시한 3차원 문항 분석틀의 화학 핵심 개념에 따라 분석하였다. 연도별로 화학 핵심 개념별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Table 4에 제시하였다.
Table 4. Number of questions per key concept in chemistry
화학 핵심 개념별 비율을 살펴보면, 화학 반응에서 전체 80문항 중 총 23문항(28.8%)이 출제되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반면에 에너지 출입은 2문항(2.5%)이 출제되어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에너지 출입 영역은 2015 교육과정에서 화학 I에 새롭게 도입된 내용이므로 출제 문항 수와 그 비율이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에서 에너지 출입을 제외하면 핵심 개념별로 비교적 고르게 문항이 출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오답률이 0.6 이상으로 나타난 총 15개의 문항에 대한 화학 내용 핵심 개념 별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하였으며 이에 관한 결과를 Table 5에 제시하였다.
Table 5. The number of questions by key concepts in chemistry for questions with high rate of wrong answers
전체 80문항 중 오답률 0.6 이상 문항은 양적 관계에서 7문항(46.6%), 화학 반응에서 6문항(40%)이 출제되어 다른 핵심 개념과는 큰 차이를 나타냈다. 화학 반응과 관련된 문항의 특성을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화학 반응에서 오답률이 높은 문항은 모두 산-염기 중화 반응의 양적 관계를 묻는 문항이었으며, 원자구조와 주기성에서는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구성된 원자를 원소 기호와 원자 번호로 나타내고, 동위 원소의 존재 비를 이용하여 평균 원자량을 구할 수 있다.”라고 하는 성취 기준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었으며 Fig. 2와 같이 양성자 수를 이용한 양적 관계를 해결하는 것이 중요한 문항이었다. 이를 고려하여 오답률 0.6 이상 문항에 대한 화학 내용 요소별 출제 문항수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고난도 문항이 양적 관계에서 출제된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양적 관계 문항을 세부적으로 보았을 때 Fig. 3과 같이 문제 해결 과정에 복잡한 계산이 포함된 문항을 만들기 위하여 실제 자연 현상과 다소 차이가 나더라도, 일반적이지 않은 가정을 하는 형태를 볼 수 있었다. 과학은 자연 현상을 체계적으로 관찰하여 이로부터 보편적인 법칙이나 원리를 발견하는 것이고, 과학 문항은 주어진 자연 현상으로부터 도출된 의문을 해결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문항의 난도를 높이기 위하여 제시된 상황을 실제 자연 현상과 차이가 나도록 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Figure 2. Chemistry 1, question 17 on the 2022 CSAT.29
Figure 3. Chemistry 1, question 18 on the 2022 CSAT.29
이를 볼 때 문항의 난도가 핵심 개념별로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고 ‘양적 관계’와 관련된 핵심 개념에 난도가 높은 문제가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능 문항의 출제 내용, 방향 및 난이도 등이 중·고등학교에서의 교육의 내용과 방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현실을 고려할 때, 특정 개념 요소, 특히 양적 관계에 편중된 고난도 문항의 출제는 교육 현장의 화학Ⅰ 수업에서 내용의 편중성 및 수업 방식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판단된다.
화학 행동 영역 차원. 4개년도(2019, 2020, 2021, 2022)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화학 행동 영역에 따라 분석하여 연도별로 화학 행동 영역별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Table 6에 제시하였다.
Table 6. Number of questions per behavioral domain in chemistry
화학 행동 영역별 출제 비율을 살펴보면, 지식 47.5%, 과학탐구 능력 52.5%로 화학의 개념을 묻는 문항과 탐구 능력을 묻는 문항이 비슷한 비율로 출제되었다. 지식의 영역에서는 적용이 이해보다 더 높게 나타났지만, 전체 행동 영역 중 이해 역시 높은 비율로 출제되었으므로 큰 차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탐구 영역의 4가지 행동 영역 중 자료 분석 및 해석(26.3%)과 결론 도출 및 평가(17.5%)에서 대부분의 문항이 출제되었으며, 문제 인식 및 가설 설정(2.5%), 탐구 설계 및 수행(6.3%)의 출제 비율은 매우 낮았다. 이는 김현정 등(2016)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으며,30 과학 핵심 개념 영역과 달리 화학 행동 영역에서는 문항이 고르게 출제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오답률이 0.6 이상인 총 15개의 문항에 대한 화학 행동 영역별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하였으며, 이에 관한 결과를 Table 7에 제시하였다.
Table 7. Number of questions by behavioral domain in chemistry for questions with high rate of wrong answers
오답률이 0.6 이상인 문항에 포함된 화학 행동 영역을 분석한 결과, 결론 도출 및 평가 영역에 속하는 문항이 전체 15문항 중 10문항(66.6%)이 출제되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으며, 이해와 문제 인식 및 가설 설정에서는 고난도 문항이 없었다. 상위 범주에서 보았을 때, 오답률이 0.6 이상인 문항 중 ‘지식’을 묻는 문항이 6.7%를 나타내었고, ‘과학탐구 능력’을 묻는 문항이 93.3%를 나타내었다. 이를 볼 때 학생들이 단순히 화학 지식과 개념만을 묻는 문항보다는 지식과 탐구 상황을 함께 물어보는 문항을 해결할 때 더 어려움을 느낀다고 볼 수 있으며, 이는 PISA 2015와 2018에서 모든 문항이 내용 지식이 아닌 절차적 지식 등으로 구성되어 탐구 역량과 가장 직접적으로 관련있는 ‘과학탐구의 평가 및 설계’ 범주가 ‘현상에 대한 과학적 설명’과 ‘자료 및 증거의 과학적 해석’의 범주보다 정답률이 낮은 결과와 일치한다고 볼 수 있다.31
수학 행동 영역 차원. 4개년도(2019, 2020, 2021, 2022)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수학 행동 영역에 따라 분석하여 연도별로 수학 행동 영역별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Table 8에 제시하였다.
Table 8. Number of questions per behavioral domain in mathematics
수학 행동 영역별 출제 비율을 살펴보면, 수학 행동 요소 미포함 문항이 전체 80문항 중 총 24문항(30%)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다음으로는 계산 영역에 속하는 문항이 17문항(21.3%), 이해와 내적 문제해결력 영역에 속하는 문항이 각각 16문항으로 20.0%를 나타내었다. 연역적 추론 영역에 해당하는 문항은 2문항(2.5%)으로 가장 낮은 비율을 나타내었는데,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의 특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역적 추론의 경우 ‘주어진 조건이 참임을 밝히거나 반례를 들어 거짓임을 밝히는 문항’ 또는 ‘가정을 설정하고 이로부터 얻어낸 결론이 조건을 만족하는지 확인하는 문항’으로 분류가 되는데, 화학 I 문항에서는 해당 내용이 단독으로 사용되기보다 이해나 발견적 추론 등과 함께 여러 단계의 수학적 사고 과정 등을 함께 포함하고 있는 문항으로 출제되어 대부분 내적 문제해결력 영역으로 분류되었다.
오답률이 0.6 이상인 총 15개의 문항에 대한 수학 행동 영역별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하였으며 이에 관한 결과를 Table 9에 제시하였다.
Table 9. Number of questions by behavioral domain in mathematics for questions with high rate of wrong answers
오답률이 0.6 이상인 문항에 포함된 수학 행동 요소를 분석한 결과, 내적 문제해결력 영역에 속하는 문항이 전체 15문항 중 12문항(80%)이 출제되어 매우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선행 연구를 보면, 화학 교사와 학생 모두 화학 문항 내 수학적 요소가 과도하게 많아 난도가 높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는데,12-14 전체 문항 중 수학 행동 요소를 미포함하는 문항의 수(24개, 30%)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응답을 하는 이유는 수학 행동 영역 중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내적 문제해결력32,33에 해당하는 문항이 높은 비율로 출제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답률 0.6 이상의 모든 문항에 수학 행동 영역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학생들이 고난도의 화학 문항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학적 능력이 요구되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특히 단순 계산보다는 문제해결력과 같이 고차원인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들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고등학교 수리 영역에서 수학의 행동 영역 중 내적 문제해결력이 문항의 낮은 정답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으며34 수학 영역에서 문제해결력과 추론 능력이 포함된 문항이 계산 영역과 이해 영역에 비해 정답률이 확연히 낮게 나타났는데35 이와 같은 연구 결과가 수학 행동 영역이 적용된 화학 문항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오답률이 높은 내적 문제해결력에 대한 화학 문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문제를 해결할 때 여러 단계의 사고 과정을 거쳐 고차원적인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기도 하였지만, 상당수는 해결 과정의 한 단계에서 몇 가지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중 한 가지를 임의로 선택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방식, 즉 ‘가정법’을 사용하도록 문항이 출제되었다. 이러한 문항에서 가정이 틀렸음을 알기 위해서는 상당한 계산이 이루어진 후에 자료 사이의 모순을 발견해야 하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다른 가정을 선택하여 다시 계산해야 하므로 초기에 어떤 가정을 선택했는지에 따라서 문항을 해결하는 시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Fig. 4의 경우 혼합 용액 II의 액성이 염기성이라고 가정을 한 학생들은 계산을 통해 데이터의 모순을 확인하고 다시 돌아와 다음 단계로 진행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Fig. 5 역시 실험 I에서의 한계 반응물에 대한 가정이 틀림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계산 과정을 거친 후 주어진 밀도 데이터와 비교해야만 한다. 즉, 여러 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내적 문제해결력 문항에서 단순 가정을 바탕으로 문항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 무엇을 선택하는가에 따라서 풀이 시간이 달라지므로 적절한 방식으로 보기는 힘들다. ‘가정법’과 같은 풀이 방법이 포함된 문항은 학생이 그 단계에서 어떤 가정을 선택했는가에 따라서 문항의 해결 여부나 해결 시간이 달라진다. 이러한 결과는 학생의 개념이나 문항 해결 전략에 기인한 것이 아니므로 문항에서 측정하고자 하는 학생의 핵심 개념의 이해나 행동 요소를 올바르게 평가하지 못할 수 있다.
Figure 4. Chemistry 1, question 20 on the 2022 CSAT.29
Figure 5. Chemistry 1, question 19 on the 2020 CSAT.36
화학 I 문항의 핵심 개념과 행동 영역 간 관계 분석
화학 핵심 개념과 화학 행동 영역 간 관계. 화학 핵심 개념과 화학 행동 영역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4개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의 화학 핵심 개념과 화학 행동 영역에 따른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Table 10에 제시하였다.
Table 10. Two-dimensional classification of key concepts and behavioral domains in chemistry number (%)
화학 핵심 개념-화학 행동 영역의 2차원 분류에 따른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살펴보면, ‘원자구조와 주기성-자료 분석 및 해석 영역’의 문항이 전체 80문항 중 12문항(15.0%) 출제되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다음으로는 ‘화학 결합-적용’ 영역의 문항이 11문항(13.8%), ‘화학 반응-적용’의 문항은 9문항(11.3%), ‘양적 관계-결론 도출 및 평가’의 문항은 8문항이 출제되어 10.0%를 나타내었다. 특히, 화학 핵심 개념 중 원자구조와 주기성에 해당하는 20문항 중 12문항(60.0%)이 행동 영역 중 자료 분석 및 해석과 연계되어 출제되었고, 화학 결합에 해당하는 19문항 중 11문항(57.9%)이 적용과 연계되어 출제되었으며, 양적 관계에 해당하는 16문항 중 8문항(50.0%)이 결론 도출 및 평가와 연계되어 출제되었다. 2문항이 출제되어 상대적으로 문항 수가 적었던 에너지 출입의 경우는 2문항(100.0%) 모두 이해와 연계되어 출제되었다. 즉, 화학 핵심 개념이 6가지의 행동 영역에 걸쳐 고르게 분포되어 출제되지 않았고, 특정 핵심 개념과 행동 영역이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출제되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오답률이 0.6 이상인 총 15개의 문항에 대한 화학 핵심 개념-화학 행동 영역의 2차원 분류에 따른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하였으며, 이에 관한 결과를 Table11에 제시하였다.
Table 11. Two-dimensional classification of key concepts and behavioral domains in chemistry for questions with high rate of wrong answers
오답률이 0.6 이상인 문항에 포함된 화학 핵심 개념-화학 행동 영역 분석 결과, ‘양적 관계-결론 도출 및 평가’의 문항이 전체 15문항 중 5문항(33.3%), ‘화학 반응-결론 도출 및 평가’의 문항이 5문항(33.3%)이 출제되어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양적 관계-결론 도출 및 평가’는 총 8문항 중 5문항이 오답률 0.6 이상이었고, ‘화학 반응-결론 도출 및 평가’의 문항은 5문항 중 5문항 모두 오답률 0.6 이상으로 화학 행동 영역 중 결론 도출 및 평가 영역이 고난도로 출제된 비율이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화학 핵심 개념과 수학 행동 영역 간 관계. 화학 핵심 개념과 수학 행동 영역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4개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의 화학 핵심 개념과 수학 행동 영역에 따른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Table 12에 제시하였다.
Table 12. Two-dimensional classification of key concepts in chemistry and behavioral domains in mathematics number (%)
화학 핵심 개념-수학 행동 영역의 2차원 분류에 따른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살펴보면, ‘화학 결합-수학 행동 영역 미포함’의 문항이 전체 80문항 중 12문항(15.0%)이 출제되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화학 반응-계산’의 문항은 8문항(10%)으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으며, ‘양적 관계-내적 문제해결력’은 7문항(8.8%), ‘원자 구조와 주기성-수학 행동 영역 미포함’, ‘원자구조와 주기성-이해’, ‘화학 반응-내적 문제해결력 영역’은 각각 6문항으로 7.5%의 비율을 나타내었다. 화학 내용 요소 중 양적 관계가 포함된 문항은 모두 수학 행동 영역과 결합 되어 출제되었고, 에너지 출입과 관련된 문항은 모두 수학 행동 영역을 포함하지 않고 출제되었다. 이는 화학 핵심 개념 내 내용 요소의 특성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적 관계의 내용 요소는 수학적 계산이 필요한 몰, 화학 반응식, 몰 농도 등을 포함하는데, 반해 에너지 출입 영역의 경우 화학 I 교육과정에서는 수학적 계산이 필요한 ‘열화학 반응식, 엔탈피, 반응열을 다루지 않는다.’라고 제한하고 있으며9 이러한 방향성에 맞추어 발열 반응과 흡열 반응의 화학 개념 위주의 문항들이 출제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오답률이 0.6 이상인 총 15개의 문항에 대한 화학 핵심 개념-수학 행동 영역의 2차원 분류에 따른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하였으며 이에 관한 결과를 Table 13에 제시하였다.
Table 13. Two-dimensional classification of key concepts in chemistry and behavioral domains in mathematics for questions with high rate of wrong answers
오답률이 0.6 이상인 각 문항에 포함된 화학 핵심 개념-수학 행동 영역 분석 결과, ‘화학 반응-내적 문제해결력’의 문항이 전체 15문항 중 각 6문항(40.0%)의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고, 다음으로 ‘양적 관계-내적 문제해결력’이 5문항(22.2%)으로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특히, 양적 관계에서 다른 행동 영역과의 조합과 비교할 때 내적 문제해결력 조합 7문항 중 5문항이 오답률 0.6 이상이었다. 또한, 화학 반응에서 내적 문제해결력 조합 6문항 중 6문항의 오답률이 0.6 이상으로 모두 고난도 문항이었다. 이로부터 고난도 문항을 해결하는 데는 수학적 능력이 크게 영향을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더욱이 양적 관계와 관련된 문항의 43%가 내적 문제해결력에 해당하며, 대부분 고난도 문제인 것을 고려해 볼 때 양적 관계에 대한 문항이 학생들이 양적 관계의 핵심 개념에 포함된 내용 요소를 올바르게 이해하였는지를 평가하기보다는 학생들을 변별하는 목적으로 출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화학 행동 영역과 수학 행동 영역 간 관계. 화학 행동 영역과 수학 행동 영역 간의 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2019학년도부터 2022학년도까지 4개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의 화학 행동 영역과 수학 행동 영역에 따른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Table 14에 제시하였다.
Table 14. Two-dimensional classification of behavioral domains in chemistry and behavioral domains in mathematics number (%)
화학 행동 영역-수학 행동 영역 영역별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높은 비율부터 살펴보면, 이해에 해당하는 문항 중 수학 행동 요소를 포함하지 않은 ‘이해-수학 행동 영역 미포함’으로 분류되는 문항이 13개(16.3%)였으며, 결론 도출 및 평가에 해당하는 문항 중 내적 문제해결력의 수학 행동 요소를 포함하는 ‘결론 도출 및 평가-내적 문제해결력’은 전체 80문항 중 각 13문항(16.3%)이 출제되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다음으로는 ‘적용-계산’과 ‘자료 분석 및 해석-이해’의 문항이 각 11문항(13.8%), ‘적용-수학 행동 영역 미포함’은 8문항(10.0%)으로 나타났다.
화학 행동 영역별로 보면, 결론 도출 및 평가에 해당하는 14문항 중 13문항(92.9%)이 수학 행동 영역 중 내적 문제 해결력과 연계되어 출제되었다. 이해에 해당하는 14문항 중 13문항(92.9%)이 수학 행동 영역을 포함하지 않고 화학 행동 영역만을 포함하고 있었으며, 자료 분석 및 해석에 해당하는 21문항 중 11문항(52.4%)이 수학 행동 영역 중 이해와 연계되어 출제되었다. 적용에 해당하는 24문항 중 11문항(45.8%)이 수학 행동 영역 중 계산과 연계되어 출제되었다. 이러한 화학 행동 영역과 수학 행동 영역 간의 관계는 화학 행동 영역의 특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학 행동 영역에서 적용은 개념을 새로운 상황에 활용하는 것으로 분류되는데, 이것이 화학 I 문항에서는 새로운 상황에 법칙이나 원리를 적용하여 값을 예측하는 형태로 구성되므로 수학 행동 영역의 계산과 연관이 있으며, 자료 분석 및 해석의 경우 주어진 자료의 경향성 및 규칙성을 판단하는 과정으로써, 자료는 주로 표, 그래프 등으로 주어지게 되는데 수학의 행동 영역 중 이해가 그래프, 표 등의 의미를 파악해서 적용하는 과정으로 그 정의가 유사하여 관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결론 도출 및 평가의 경우 탐구 결과를 분석한 후에 결론을 도출하는 것으로, 화학 I 문항에서는 실험 상황에서 주어진 자료를 이용하여 특정 값을 구하는 형식으로 구성되며 이 과정에서 주어진 자료로부터 도출한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단계의 복잡한 계산을 요구하기 때문에 내적 문제해결력을 요구한다.
오답률이 0.6 이상인 총 15개의 문항에 대한 화학 행동 영역-수학 행동 영역의 2차원 분류에 따른 출제 문항 수와 비율을 분석하였으며 이에 관한 결과를 Table 15에 제시하였다.
Table 15. Two-dimensional classification of behavioral domains in chemistry and behavioral domains in mathematics for questions with high rate of wrong answers
오답률이 0.6 이상인 각 문항에 포함된 화학 행동 영역-수학 행동 영역을 분석한 결과, ‘결론 도출 및 평가-내적 문제해결력’의 문항이 15문항 중 10문항(66.7%)이 출제되어 매우 높은 비율을 나타내었다. 결론 도출 및 평가에 해당하는 14문항 중 13문항이 수학의 내적 문제해결력과 관련된 문항이며 이 13문항 중 10문항이 오답률 0.6 이상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제시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과학탐구 영역의 행동 영역 중 결론 도출 및 평가는 ‘탐구 결과를 분석한 후에 결론을 이끌어내기’, ‘탐구 결론의 타당성 및 신뢰도 판단하기’, ‘발견된 사실로부터 보편적인 서술로 일반화하기’, ‘가치 판단 또는 의사 결정의 타당성 판단하기’, ‘대안적인 가치를 비교하기’의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6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에서 결론 도출 및 평가로 분류되는 문항 대부분은 표나 그래프 등으로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결과를 해석하는 활동으로 ‘탐구 결과를 분석한 후에 결론을 이끌어내기’로 분류되었다. 이는 화학의 행동 영역인 결론 도출 및 평가가 수학의 행동 영역인 내적 문제해결력과 깊은 연관을 가지게 된 원인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화학 핵심 개념에서의 양적 관계와 마찬가지로 화학 행동 영역의 결론 도출 및 평가에 대한 문항을 해결하는 데 수학적 능력이 크게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결론 및 제언
이 연구에서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 분석을 위해 화학 핵심 개념, 화학 행동 및 수학 행동 영역으로 구성된 3차원 문항 분석틀을 개발하였고, 이를 이용하여 2019학년도에서 2022학년도까지의 4개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을 분석한 후, 각 문항에 포함된 핵심 개념, 행동 영역 및 영역 간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에 포함된 화학 행동 영역 및 수학 행동 영역은 특정 영역에 치우친 형태를 보였다. 화학 핵심 개념은 고난도 문항에서 양적 관계에 편중되어 출제되었다. 화학 행동 영역의 경우, 문제 인식 및 가설 설정, 탐구 설계 및 수행 영역의 문항 출제 비율이 매우 낮았고, 고난도 문항은 결론 도출 및 평가에 편중되었다. 수학 행동 영역의 경우, 발견적 추론 영역과 연역적 추론 영역에서 출제된 문항 수가 매우 적었고, 고난도 문항은 내적 문제해결력 영역에 편중되었다. 대학수학능력 시험이 학교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보았을 때, 특정 영역에 편중된 출제 형태는 많은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화학 수업이 교육과정에 충실하게 화학과 관련된 개념의 이해와 탐구 능력을 배양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출제 형태에 맞추어 문제 풀이식으로 진행되는 것과 큰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37
둘째, 특정 화학 핵심 개념과 화학의 행동 영역은 특정 수학 행동 영역과 높은 연관성을 보였으며, 이러한 특징은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고차원적 수학 행동 영역을 포함하는 문항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실제로 화학 핵심 개념 중 양적 관계와 화학 반응은 수학 행동 영역 중 내적 문제해결력과 높은 연관을 보였다. 양적 관계 및 화학 반응과 관련된 문항 중 내적 문제해결력과 연관 지어 출제되는 비율은 다른 수학 행동 영역과 비교할 때 비교적 높았으며, 이들 문항의 상당수가 고난도 문항이었다. 수학은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도구 과목의 성격이 있으므로 화학 문항 풀이 시 수학적 능력의 필요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38 그러나 화학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문항에서 화학 핵심 개념을 다루는데 수학 행동 영역의 고차원적인 특정 요소에 치중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이러한 문항을 해결하는 과정에 수학적 능력이 많은 영향을 주어 화학 핵심 개념에 대한 이해를 측정하고자 하는 문항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제한이 있을 수 있다. 화학의 행동 영역에서 결론 도출 및 평가 역시 수학의 행동 영역 중 내적 문제해결력과 깊은 연관성을 가졌다. 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시한 결론 도출 및 평가의 5가지 평가 요소 중 일부만 화학 문항의 형태로 출제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대부분 화학 문항에서 결론 도출 및 평가는 ‘탐구 결과를 분석한 후 결론에 도달하기’의 요소로 출제가 되었는데, 이러한 요소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수학의 내적 문제해결력을 활용해야 한다. 따라서 화학 핵심 개념과 마찬가지로 화학 행동 영역의 결론 도출 및 평가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수학적 능력이 많은 영향을 주게 되어 화학 탐구 능력을 측정하고자 하는 평가 목적을 달성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볼 때, 현재 출제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화학 문항은 내용과 탐구 사고력이 결합된 탐구 과정 중심 문항과 개념에 대한 이해 능력과 적용 능력을 평가한다는 시험의 취지를 충실하게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얻은 결과를 바탕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화학 문항 출제 방향에 대하여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을 출제할 때 문항의 성취 기준을 검토하는 과정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출제된 전체 문항은 핵심 개념별로 고르게 출제되어 있었지만, 고난도 문항의 경우 양적 관계와 화학 반응에 편중되어 출제되었다. 그러나 화학 반응에서 출제된 고난도 문항마저도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문항의 성취 기준을 넘어선 복잡한 상황에서 양적 관계를 해결해야만 하므로 양적 관계를 묻는 문항이라고 보는 것이 더타당하다고 판단된다. 물론 특정 핵심 개념의 속성이 문항의 난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지만, 지금과 같이 고난도 문항이 특정 핵심 개념에 편중된다면 고난도 문항의 형태 역시 유사하게 출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문항의 성취 기준을 검토하는 과정이 강화되어 다양한 핵심 개념에서 고난도 문항을 출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 제작과 관련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실제로 양적 관계와 화학 반응의 많은 문항이 수학의 내적 문제해결력과 관련지어 출제되었고 이러한 문항들 대부분이 화학의 내용 요소나 행동 영역을 평가하는데 수학적 능력이 많은 영향을 주고 있었다. 또한, 내적 문제해결력과 관련된 많은 고난도 문항의 형태가 동일한 계산을 반복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 학습에서 수학은 과학을 설명하는 도구이므로 특정 내용 요소에서 완전히 수학적 요소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수학의 특정 행동 영역에 치우치기보다는 다양한 행동 영역과 연관 지어 출제한다면 수학적 능력에 의한 영향은 줄이고 화학 핵심 개념과 화학 행동 영역을 평가한다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문항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출제 단계에서 수학 행동 영역까지 고려하여 문항을 개발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있으므로, 특정 개념에 대하여 다양한 수학 행동 영역을 포함하는 문항을 개발하고 이를 검증하는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시 이를 활용하여 문항을 출제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다양한 화학 행동 영역의 평가 요소를 포함하는 문항 개발에 대한 연구 역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현재 출제되고 있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화학 I 문항은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6가지의 행동 영역6이 고르게 출제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수의 문항이 지식에 해당하는 이해와 적용, 탐구 능력에 해당하는 자료 분석 및 해석과 결론 도출 및 평가의 영역에서 출제되고 있으며, 문제 인식 및 가설 설정과 탐구 설계 및 수행은 출제 비율이 낮아 탐구 능력을 고르게 평가하는데 미흡한 측면이 있다. 또한, 행동 영역의 다양한 평가 요소가 출제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 연구 결과로부터 볼 때 이는 특정 수학적 행동 영역과 강하게 연결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따라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행동 영역과 행동 영역 내의 평가 요소를 포함하는 문항 개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필요가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교 현장의 수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학교 수업이 교과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대학수학 능력시험에서 출제되는 내용과 형태가 이를 충족시켜야 함을 의미한다. 이 연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특정 내용 영역 및 탐구 과정, 수학 요소에 대한 편중된 문제는 학교 교육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본다. 따라서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화학 행동 영역의 평가 요소를 포함하는 다양한 형태의 문항을 개발한다면 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에 대하여 지속해서 지적됐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연구에서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대학수학능력 시험에 대한 문항별 정답률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므로 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 제공하는 오답률 정보를 이용하였다. 한국교육방송공사에서 제공하는 오답률은 2023년 기준 13만 건의 결과를 바탕으로 산출되었으며, 이는 실제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생 43만 명과 비교할 때 적은 숫자라고 할 수 없으나 실제 정답률과 유사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점은 이 연구 결과의 해석에 제한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Acknowledgments
Publication cost of this paper was supported by the Korean Chemical 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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