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기대 수명은 크게 향상되었고, 진단 및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말기 환자 및 장기 부전 환자의 생명 연장도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 환자는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의미한 연명의료로 인하여 임종과정에서 존엄성을 위협받고 있다[1].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 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및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학적 시술로,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을 연장하는 것을 의미한다[2].
연명의료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은 이른바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과 2008년 ‘김할머니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김할머니 사건’ 이후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서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2016년 2월 “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 되었고, 2018년 2월 4일부터 시행됨으로써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 연명의료의 유보나 중단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제도적으로 마련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에 따라 19세 이상의 사람은 누구나 향후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또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을 통해 연명의료에 관한 본인의 의사를 사전에 남겨 놓을 수 있게 되었다[3]. 또한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으로 그동안 기관마다 각자 다르게 사용하던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한 서식이 통일 되었고,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연명의료정보처리시스 템을 통한 조회 및 공유가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무의미한 연명의료 이용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사망 전 의료이용 및 임종과정에서 환자의 존엄과 가치가 보장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이 호스 피스 및 완화의료이용과 인공흡기 착용 및 혈액투석과 같은 연명의료 의 중단과 유보, 의료기관 내 사망과 같은 임종장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수행되어 왔다. 다수의 연구들에서 연명 의료계획서 및 사전의료의향서 작성은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이용을 증가시키고[4-6], 의료기관에서 임종은 감소시키고[5,6], 심폐소생술 및 인공호흡기 착용과 같은 적극적인 연명의료 이용의 감소와 관련되며[7,8],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들의 생애 말 돌봄의 질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연명의료결정법이 국내에 도입된 이후 연명의료결정법 관련 국내 연구들은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대한 환자, 보호자, 의료인의 지식과 태도를 측정하고, 제도의 현장 적용에 관한 연구들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연명의료결정법 도입이 사망 전 의료이용이나 생애 말 돌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 초기 상태에 머물고 있다. 최근 Won 등[9]이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전후로 암 사망자의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 이용과 중환자실 입실, 연명 의료이용의 변화를 비교분석한 결과, 연명의료결정법 제도에 따라 사전돌봄계획을 수립한 경우 호스피스 완화의료이용은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하지만 한국에서 연명의료결정법 제도 도입 이후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및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사망 전 의료비 지출 및 임종장소와의 관계에 대한 연구는 아직 시행된 바 없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서울시 소재 일개 상급종합병원 의무기록에 대한 후향적 분석을 통해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사망 전 의료이용의 관계를 중환자실 임종과 입원진료비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또 한 연명의료결정법과 관련된 맥락을 다면적으로 탐색하기 위하여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뿐만 아니라 작성 특성(작성 시점, 작성 주체, 중단 및 유보한 연명의료 항목)과 사망 전 의료이용의 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
방 법
1. 연구모형 및 이론적 틀
선행연구 고찰에 근거하여 연구의 개념적 틀을 구성하였다.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은 환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과 연명의료계획서 및 생애 말 돌봄에 대한 환자 개인의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10]. 선행연구 고찰 결과 연령의 증가[7,11-13], 높은 교육 수준[13-15]은 연명의료계획서 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과 유 의미한 양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또한 의식수준, 진단명, 중증도와 같은 임상적 요인이 사전돌봄계획 서식 작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가 특정 질환 또는 진단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본 연구와 같이 단일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사망자 자료를 이용한 연구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말기 암 환자에 한정되어 있던 호 스피스 완화의료 대상자가 후천성면역결핍질환, 만성폐쇄성호흡기 질환, 만성간경화 말기 환자에까지 확대 적용됨에 따라 진단명을 연명의료결정법 제도에 따라 분류하였다. 다만 만성폐쇄성 호흡기질환 및 후천성면역결핍질환에 해당하는 사망자 수가 적어 분석에서는 제외하였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식수준과 환자의 중증도를 반영하는 지표로 입원 시 병동 특성을 임상적 변수로 선정하였다.
환자 개인의 인구사회학적, 임상적 요인뿐만 아니라 연명의료 중단을 결정할 때 환자와 가족에게 임종기를 잘 설명하고, 이들이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의료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임종기 상태는 계량화할 수 없고, 질병의 진행과정이 매우 다양할 뿐만 아니라 환자마다 다양한 생리학적 특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임종과정에 대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는 전문성과 경험 및 숙련도가 요구된다[1].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에 영향을 미치는 공급자 요인으로 진료과를 포함하여 연구모형을 구성하였다.
다수의 해외 실증연구들은 연명의료계획서 및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같은 사전돌봄계획 서식의 작성은 의료서비스의 목적을 치료 중심에서 환자의 증상 완화 및 사회심리적 지지로 옮겨가면서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이용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하고 있다[4-6]. 또한 임종기에 본인이 받을 치료를 구체적으로 명시함으로써 무의미한 연명의료 이용의 감소[7], 의료비 지출의 감소[16,17], 낮은 중환자실 입실 [18,19], 기관 내 사망[5,6]의 감소와 관련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요약하면, 본 연구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작성 시점은 연구대상자의 인구사회학적 요인, 임상적 요인과 진료과의 특성에 영향을 받는다고 가정하였다. 그리고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특성(작성 시점, 작성 주체, 중단 또는 유보한 연명의료서비스 특성)은 사망 전 의료이용에 영향을 준다고 가정하였다.
2. 연구대상 및 연구자료
본 연구는 2018년 2월 4일부터(호스피스 ·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 시점부터) 2019년 2월 4일까지 서울시 소재 상급종합병원에서 사망한 만 18세 이상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의무기록과 연명의료계획서를 분석하였다. 2018년 2월 4일부터 2019년 2월 4일까지 발행된 만 18세 이상 성인 환자에서 처방된 사망진단서는 1,111건이었다. 이 중 응급실에서 사망한 환자 101명, 중복 처방 4명, 처방 오류 2명(일반 진단서 처치를 잘못 입력), 뇌사자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타원에서 전원 온 환자 1명을 제외한 1,003명을 대상으로 분석을 실시하였다. 본 연구는 연구가 이루어지는 상급종합병원의 연구윤리심의 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아 수행되었다(IRB no., H-1910-031-1068).
3. 주요 변수
본 연구의 종속변수는 입원진료비와 중환자실 임종으로 입원진료비는 사망 전 일주일 동안의 하루 평균 입원진료비를 계산하였고, 중환자실 임종은 환자가 일반병동이 아닌 중환자실에서 사망한 경우로 정의하였다.
독립변수인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작성의 특성은 서울시 소재 일개 상급종합병원 전자의무기록의 연명의료 법정서식 팝업을 참고하여 작성 여부를 조사하였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는 연명 의료계획서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 별지 제13호 서식인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서 작성 여부를 조사하였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의 특성으로는 작성 시점, 작성 주체, 중단 또는 유보한 연명의료 항목을 조사하였다. 작성 시점은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일과 사망일의 차이를 계산하여 사망 당일 작성, 사망 1–7일 전 작성, 8일 이상 전 작성으로 범주화하였다. 작성 주체는 환자 의사 확인 방법 항목에서 작성한 법적 서식에 따라 호 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별지 제1호 및 제10호는 환자 작성, 제11호 및 제12호는 대리인(가족) 작성으로 분류하였다. 중단 또는 유보한 연명의료 항목은 별지 제 13호 서식인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서의 이행내용 항목에서 중단 또는 유보하겠다고 선택한 연명의료의 항목을 조사하였다.
환자의 인구사회학적 특성인 종교, 결혼상태, 교육수준, 직업은 환자가 입원 시 간호사가 환자 또는 보호자를 면담하여 작성하는 입원 간호정보조사를 참고하였다. 결혼상태는 미혼, 기혼으로 분류하였고, 종교는 유, 무로 나누어 수집하였다. 교육수준은 중졸 이하, 고졸 이상으로 분류하였으며, 환자의 보험종류는 건강보험 가입 여부 또 는 의료급여 여부를 확인하였다. 환자의 직업은 유, 무로 분류하였다.
환자의 임상적 특성인 진단명은 환자의 진단코드를 참고하였다. 연명의료결정법 제정으로 말기 암 환자에 한정되어 있던 호스피스 완화 의료 대상자가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폐쇄성폐질환, 만성간경화 말기로 확대되어, 본 연구에서도 환자의 임상적 특성으로 암, 만성폐쇄 성폐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 만성간경화 여부를 조사하였다. 제10 차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를 기준으로 사망을 포함하는 입원의 진단코드에 C00–C97이 있는 경우는 암, 진단코드 K703, K721, K729, K743, K745, K746, K766, K767의 경우 만성간경화로 간주하였다.
입원 시 의식수준은 입원간호정보조사를 참고하여 입원 시 의식이 명료한 경우와 명료하지 못한 경우를 구분하였다. 입원 시 병동 특성은 간호일지의 표준 진술문 “입원함”이 작성된 병동을 기준으로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로 분류하였다. 진료과 특성은 환자가 연명의료계획서 를 작성한 시점에 환자가 소속된 진료과로서 의무기록 입원경과의 수 진과 항목을 참고하였으며, 내과계, 외과계, 응급의료계로 분류하였다.
4. 분석방법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의 현황과 그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기술분석을 수행하였다. 각 변수의 빈도(%), 평균, 표준편차를 계산하였고, 주요 변수 간의 차이 및 관계를 검증하기 위해 독립표본 t-검정과 카이제곱검정, analysis of variance 분석을 시행하였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입원진료비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하여 입원진료비에 로 그를 취하여 다변량 회귀분석을, 중환자실 임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하여 다변량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시행하였다. 이와 같은 분석은 모두 유의수준 p<0.05, p<0.01, p<0.001에서 검증하였으며, 자료분석은 STATA/MP ver. 17.0 프로그램(Stata Corp., College Station, TX, USA)을 이용하였다.
결 과
1. 연구대상자 특성
연구대상자 1,003명을 분석한 결과 사망 시 평균 연령은 65.8세였으며, 성별은 남성이 62.5%, 여성이 37.5%를 차지하였다(Table 1). 보험유형은 건강보험 가입자가 94.4%, 의료급여가 5.6%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업이 있는 대상자는 43.2%로 나타났다. 교육수준은 고졸 이상이 82.3%로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종교가 있다고 응답한 대상자는 45.2%였다. 결혼상태는 기혼이 84.6%, 미혼이 15.4%로 나타났 다. 입원 시 의식수준이 명료한 대상자는 75.7%였으며, 대상자의 69.9%는 일반병동에 입원하였고, 30.1%는 중환자실에 입원하였다. 연구대상자 중 암환자는 65.0%, 만성간경화 환자는 12.2%로 나타났다. 진료과는 내과계가 71.5%로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외과계는 11.3%, 응급의료계는 17.3%로 나타났다.
2.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의 현황과 특성
연구대상자 1,003명 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대상자는 80.2%인 804명으로 대부분의 대상자가 사망 전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였다(Table 2). 그러나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연명의료계획서를 임종 당일 작성한 대상자는 26.9%로 높게 나타났으며, 사망 전 1–7일 전 작성이 51.2%, 8일보다 이전에 작성한 경우는 21.9%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계획서의 작성 주체는 가족 작성이 69.4%로 환자 가 직접 작성한 것보다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중단 또는 유보한 연 명의료 항목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대상자의 99.4%가 심폐소 생술은 중단 또는 유보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인공호흡기 착용 및 혈액투석은 각각 79.6%, 77.5%가 중단 또는 유보하였다. 반면에 항암 치료는 48.4%만 중단 또는 유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작성 특성에 따른 사망 전 의료이용 분석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작성 특성에 따른 사망 전 의료이용을 비교한 단변량분석 결과는 Table 3과 같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사망 전 일주일 동안 입원진료비로 평균 140만 원을 지출하지만,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작성 그룹보다 약 1.9배 많은 270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점에 따라 사망 전 일주일의 입원진료비를 비교한 결과, 작성 시점에 따른 입원진료비 지출의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사망 8일 이상 이전에 작성한 경우 사망 전 일주일 동안 입원진료비로 평균 80만 원을 지출하였으나 사망 1–7일 전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입원진료비로 130만 원을 지출하였으며, 사망 당일 작성한 그룹은 8일 이상 이전에 작성한 그룹보다 3배에 가까운 220만 원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 의료계획서 작성 주체에 따라 비교 분석한 결과, 환자 본인이 연명의 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사망 전 일주일 동안 입원진료비로 평균 80 만원을 지출하는 반면, 가족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두 배 이상 많은 170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였다. 중단 또는 유보한 연명의료 항목에서 심폐 소생술 중단 및 유보에 따른 입원진료비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인공호흡기를 중단 또는 유보한 경우 입원진료 비로 인공호흡기를 유지한 그룹(평균 290만 원)의 절반 수준인 평균 110만 원을 사용하였고, 혈액투석을 중단 또는 유보한 경우 입원진료 비로 120만 원을 사용한 반면, 유지한 그룹은 두 배에 가까운 230만 원을 사용하였고, 항암제 투여를 중단 또는 유보한 경우 입원진료비를 평균 120만 원 사용한 반면, 유지한 그룹은 평균 170만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에 따라 사망장소를 비교 분석한 결과,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그룹은 중환자실에서 임종하는 비율이 35.3%인데 반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그룹은 82.4%가 중환자실에서 임종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점과 중환자실 임종 간에는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는데, 사망 8일 이상 이전 작성, 1–7일 작성, 사망 당일 작성에 따라 중환자실 임종의 비율은 12.5%, 31.1%, 62.0%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주체에 따라 중환자실에서 임종하는 환자의 비율도 달라졌는데, 환자 본인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경우 중환자실 임종의 비율은 9.8%인 반면, 가족이 작성한 경우 중환자실 임종의 비율은 46.6% 로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중단 또는 유보한 연명의료 항목에서 심폐소생술 중단 및 유보에 따른 중환자실 임종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인공호흡기를 중단 또는 유보한 경우 중환자실에서 임종하는 비율은 21.1%로 인공호흡기를 유지한 그룹(90.9%)의 1/4 수준에 그치는 것을 확인하였다. 혈액투석을 중단 또는 유보한 그룹은 25.2%만이 중환자실에서 임종한 반면, 유지한 그 룹은 70.2%가 중환자실에서 임종하였다. 또한 항암제를 중단 또는 유보한 그룹은 24.9%가 중환자실에서 임종한 반면, 유지한 그룹은 45.1%가 중환자실에서 임종하였다.
4.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사망 전 의료이용의 관계
1)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사망 전 의료이용의 관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사망 전 의료이용과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다변량 회귀분석을 시행한 결과는 Table 4와 같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작성한 경우보다 입원진료비를 21.2%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의 증가는 입원진료비와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으며, 의료급여 환자의 경우 건강보험 환자 보다 사망 전 입원진료비를 33% 적게 사용하였다. 암 환자의 경우 비 암성 질환군보다 입원진료비를 35.0% 적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입원 시 병동 특성이 중환자실인 경우 일반병동에 입원한 환자보다 입원진료비를 35.1% 더 많이 사용하고, 진료과 특성이 외과계와 응급의료계인 경우 내과계보다 사망 전 입원진료비를 각각 55.1%, 40.1%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 중환자실에서 임종할 확률이 2.78배 높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연령의 증가는 중환자실 임종과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직업이 있는 경우 중환자실에서 임종할 확률은 직업이 없는 군보다 1.53배 높았으며, 배우자가 있는 경우 배우자가 없는 경우보다 중환자실에서 임 종할 확률이 1.65배 높았다. 입원 시 병동 특성이 중환자실인 경우 중 환자실에서 임종할 확률은 일반병동에 입원한 경우보다 3.97배 높았다. 암 환자의 경우 중환자실에서 임종할 확률이 0.17배 낮았고, 진료 과 특성이 외과계와 응급의료계인 경우 내과계보다 중환자실에서 임 종할 확률이 내과계보다 5.93배, 11.4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특성과 사망 전 의료이용의 관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특성과 사망 전 의료이용의 관계를 확인하기 위하여 다변량 회귀분석을 시행한 결과는 Table 5와 같다. 연명의료 계획서 작성 시점과 사망 전 입원진료비는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임종 당일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그룹과 사망 1–7일 전에 연명 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그룹은 사망 8일 이전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 성한 그룹보다 입원진료비를 각각 42.4%, 23.5%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계획서를 가족이 작성한 경우 환자가 직접 작성한 경우보다 입원진료비를 21.3%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공호흡기 착용과 혈액투석을 중단 또는 유보하기로 한 경우 이를 적용 및 유지한 그룹보다 입원진료비를 각각 53.3%, 18.1% 더 적게 사용하였다. 그러나 심폐소생술과 항암제 투여의 중단 및 유보는 사망 전 입원진료비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점이 사망에 가까울수록 중환자실 임종의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당일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는 사망 8일 이전에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환자보다 중환자실에서 임종할 확률이 9.59배 높았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를 가족이 작성한 경우 환자가 작성한 경우보다 중환자실에서 임종할 확률도 4.37배 높았다. 인공호흡기 착용과 혈액투석을 중단 또는 유보하기로 한 경우가 유지한 경우보다 중환자실에서 임종할 확률도 각각 0.05배, 0.51배 낮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러나 심폐소생술과 항암제 투여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이 없었다. 연령이 증가할수록 중환자실에서 임종할 확률은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입원 시 의식수준이 명료하지 않은 경우 중환자실에서 사망할 확률이 0.46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 찰
본 연구는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사망 전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 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로,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이후 1년 동안 서울시 소재 일개 상급종합병원의 사망자 데이터를 통해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작성 특성이 입원진료비와 중환자실 임종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았다.
먼저, 분석대상의 80.2%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의 51.2%는 사망 1–7일 이전에 작성되었고, 사망 당일 작성하는 비율도 26.9%로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주체는 환자 본인 작성이 30.6%, 가족 작성이 69.4%로 나타나 연명의료결정법 제도 도입 이후에도 가족에 의한 대리 결정이 환자의 직접 작성보다 두 배 이상인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임종기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환자와 가족이 의미있게 생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본 제도 본래의 목적과 취지와는 다르게 제도가 시행되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본 연구의 분석대상이 연명의료결정법 제도 도입 직후 1년임을 감안할 때, 제도 정착기의 시행착오 등을 고려하여야 하며, 명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추후 작성 시점과 주체에 대한 추적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사망 전 의료이용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입원진료비는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임종기에 받을 연명의료에 대하여 명시함으로써 임종기에 받는 적극적인 치료의 감소와 관련되며[8,18],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그룹이 미작성 그룹보다 의료비 지출을 적게 한다고 보고한 선행연구 결과들과 일치한다[16,17]. 그러나 본 연구에서 분석한 의료비는 사망 전 일주일 동안 단일기관에서 사용한 입원진료비이며,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점의 대부분은 사망 1–7일 전으로 연명의료결정법 제도의 미시적 평가만 가능하였다. 제도의 발전과 함께 거시적인 관점에서 본 제도를 평가하기 위해 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하여 입원진료비뿐만 아니라 외래진료비,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이용에 대한 분석연구도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임종장소의 상관관계에 대한 기존 선행연구들은 임종장소로 병원, 호스피스 기관, 장기요양기관, 가정 등으로 변수를 구성한 반면[20–22], 본 연구는 일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사망한 환자의 의무기록을 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로서 임종장소로 중환자실 임종과 일반병동을 변수로 구성하여 선행연구 결과와의 직 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중 환자실 입실 간의 관계를 살펴본 해외 연구들에서는 일관되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중환자실 입실의 유의미한 음의 상관관계를 보고한 바와 같이 본 연구에서도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은 중환자실 임종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18,19].
또한 연명의료계획서를 환자가 아닌 가족이 작성하는 경우 입원진료비와 중환자실 임종은 모두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환자가 아닌 가족이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 환자를 포기한다는 죄책감과 함께 적극적인 치료를 다 하는 것이 효의 역할이라는 사회문화가 반영된 것으로 가족이 연명의료 중 단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는 연명의료결정법에서 명시한 연명의료 외에 더 적극적인 치료를 유지했을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후속연구에서는 연명의료 중단 등 결정 이행을 경험한 가족과 의심층면접(in-depth interview)을 통해 환자를 대리하여 연명의료 계획서 작성 시 환자의 가족이 경험하는 윤리적 갈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할 것이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작성 특성이 사망 전 의료이용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분석한 결과에서 암 환자군은 일관되게 암 진단이 없는 환자군보다 사망 전 일주일 동안 입원진료비를 더 적게 사용하였고, 중환자실 임종 확률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Tables 4, 5). 연명의 료계획서 작성 여부와 작성의 특성을 모두 보정한 후에도 이러한 결 과를 보이는 것은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대상자가 말기 암 환자에게 국한되어 있던 과거 제도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비암성 질환의 경우 말기에 대한 정의와 내용 등에 대한 지침 마련이 늦어지면서[23],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이용뿐만 아니라 적절한 시기에 사전돌봄계획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임종 전까지 적극적인 치료를 유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임종에 가까워 급속도로 상태가 악화되는 암 질환과 다르게 신체기능의 저하가 천천히 이루어지는 비암성 질환의 임상적 양상은 말기에 대한 명확한 판단을 어렵게 한다[24]. 따라서 암 뿐만 아니라 비암성 질환자의 말기 판단기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 개발과 의료인 교육을 통해 비암성 질환자의 생애 말 돌 봄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고찰을 토대로 본 연구가 갖는 의의는 다음과 같다. 본 연구는 특정 질환 또는 진단을 대상으로 분석한 기존 연구들과는 다르게 단일 상급종합병원의 전체 사망자 자료를 대상으로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연구결과가 단일 질환에 국한하지 않고 적용 및 해석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연명의료결정법 제도 도입 이후 연명의 료계획서 작성 여부뿐만 아니라 작성 특성(작성 시점, 작성 주체, 중단 또는 유보하기로 한 연명의료 항목)을 모형에 포함하여 분석을 시행함으로써 연명의료결정법 제도를 더 다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본 연구는 구독 가능한 자료의 한계로 변수 구성에 있어 제한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연명의료계획서에서 중단 또는 유보하겠다고 결정한 연명의료 항목과 실제 연명의료 중단 결정과 이행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분석에 반영되지 않았다. 자료의 한계로 본 연구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에서 작성한 바와 같이 실제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이행이 되었다는 가정하에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본 가정과 다르게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시에는 중단 또는 유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는 해당 연명의료를 이용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 또 한 연명의료계획서 작성과 연명의료 중단 및 이행에는 IRB 설치 여부와 같은 기관의 특성이 반영되는데, 본 연구는 일개 상급종합병원 사망자 자료에 대한 후향적 분석으로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하는 데 한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후속연구에서는 다양한 기관의 사망자 자료 또는 국민건강보험데이터를 활용하여 연명의료계획서 작성이 사망 전 의료이용에 미치는 연구들이 필요하다.
이해상충
이 연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관이나 이해당사자로부터 재정적, 인적 자원을 포함한 일체의 지원을 받은 바 없으며, 연구윤리와 관련된 제반 이해상충이 없음을 선언한다.
감사의 글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BK21 건강재난 통합대응을 위한 교육연구 단,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지원을 받았다(no., 4199990514025).
ORCID
Eunji Kim: https://orcid.org/0000-0001-9980-9288;
Hongsoo Kim: https://orcid.org/0000-0002-5539-7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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