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한 해 동안 폭식증으로 인해 내원한 환자는 3,418명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하였으며, 이 중 20대의 비율이 전체의 52.3%로 나타났다[1]. 폭식증을 가진 사람들은 전형적으로 치료적 도움을 받는 것을 주저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상승폭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사회에서 젊은 성인 인구의 폭식증과 관련된 문제가 중요하게 다루어질 필요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폭식행동(Binge Eating)은 신경성 폭식증의 발병 및 증상을 유지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DSM-5 의 진단기준에 의하면 신경성 폭식증의 핵심적인 증상은 반복되는 폭식행동으로, 이는 일정 시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사한 상황에서 먹는 것보다 분명하게 많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먹는 동안 통제력을 상실하는 두 측면으로 정의된다[2]. 신경성 폭식증을 가진 이들은 심리적인 위안을 얻고자 폭식을 하는데, 폭식 직후 일시적으로 부정적 정서가 경감됨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며 폭식행동에 더욱 몰두하게 된다[5][6]. 한편 폭식행동은 체중 증가를 막기 위한 자발적 구토나 이뇨제 복용 등을 이용한 부적절한 보상행동으로 이어지며, 이는 건강을 저해하는 부적응적 섭식 패턴을 초래한다[3]. 신경성 폭식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대부분 환자들의 경우 증상의 초기에는 폭식행동만을 하다가 이후 보상행동을 시작하며 신경성 폭식증으로 이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4]. 즉 폭식행동은 폭식증 환자에게는 고통스러운 섭식 패턴을 야기하는 핵심 증상이며, 일반인에게는 폭식증 발병의 주된 위험요인으로 볼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폭식행동과 관련이 있는 개인적 특성을 확인하려는 연구들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그 중 자기자비(Self-Compassion)는 개인의 심리적 건강과 높은 관련성을 나타내는 변인으로 여러 연구에서 섭식과 관련된 문제에 보호요인으로서 제안되고 있다[8][9]. 자비는 고통을 겪는 대상을 소중히 여기고 민감하게 돌봄으로써 그 고통을 줄이고자 동기화된 마음이다[10]. 이러한 자비심이 개인의 내부로 향하는 것을 자기자비라 하는데[11], Neff에 의하면 자기자비란 고통의 상황에서 자신을 향해 일으키는 온화하고 민감한 마음으로 자신의 실패나 문제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보편적인 인간 경험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12]. 다양한 선행연구에서 자기자비는 폭식행동과 유의한 관련성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자기자비는 대학생의 생활스트레스가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완충하였으며 [7], 사회부과적 완벽주의[13], 거부민감성[14], 자기초점적주의[34]가 폭식행동을 예측하는 과정을 매개하는 요인으로 나타났다. 또한 폭식 경향이 있는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자기자비적 개입은 폭식행동을 개선하였으며[15], 신경성 폭식증이나 폭식장애 증상을 보이는 이들의 섭식과 관련된 자기조절력을 증진함이 확인되었다[18]. 한편 자기자비와 폭식행동의 관련성이 일관되게 나타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자비와 폭식행동의 직접적인 인과관계 및 그 매개변수를 확인한 연구는 미흡한 실정이다.
부정정서(Negative Emotion)란 우울, 불안 등 불쾌감을 동반하는 다양한 정서적 상태를 총칭하는 것으로, 폭식행동의 발생 기제에 대한 상당수의 연구에서 폭식행동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으로 확인되었다. 부정정서와 폭식행동의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이론으로 부정적 정서모델(Negative Emotion Model)이 있다 [72]. 이에 따르면 폭식행동은 정서적 고통에 대한 주의를 분산시킴으로써 일시적으로 부정정서를 경감시키며, 이러한 정서 조절 과정을 통해 부적 강화된다[17]. 즉 부정정서에 대한 조절 방략으로서 폭식행동이 촉발되며, 경험되는 부정정서의 수준이 높을수록 폭식행동의 빈도나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대생의 신경성 폭식증과 우울의 관계를 확인한 종단적 연구에서 우울 증상은 이후의 신경성 폭식증을 유의하게 예측하였다[71]. 또한 신경성 폭식증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높은 수준의 부정정서를 경험하는 이들의 경우 폭식행동을 많이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 이러한 관련성은 비임상군 집단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는데,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정정서는 정서 조절 곤란을 매개로 하여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73]. 선행연구들에서 자기자비는 부정정서에 대한 유용한 예측변인으로[25], 우울, 불안 등 부정적 정서상태를 경감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다[26][27]. 이에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부정정서가 매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정 긴급성(Negative Urgency)은 충동성의 하위개념으로 강렬한 부정정서에 대해 성급하게 행동하는 반응 경향성을 나타낸다[20]. 폭식행동의 주된 특징은 먹는 동안 통제감을 상실한다는 것으로[2], 부정정서 수준이 높은 상황에서 폭식행동이 쉽게 유발됨을 고려할 때 통제력의 상실이란 부정적인 정서에 대한 조절 능력을 상실하고 정서를 충동적으로 행동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부정 긴급성은 부정정서와 함께 폭식행동을 예측하는 요인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다양한 선행연구에서 부정 긴급성은 폭식행동을 유의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국내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정 긴급성은 폭식행동을 유의하게 예측하였으며[22], 남녀 대학생 집단에서도 이러한 결과는 일관되게 나타났다[23]. 또한 부정 긴급성의 유전적 소인에 대한 쌍생아 연구에서는 부정 긴급성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을 가진 개인의 경우, 섭식 조절에 있어 문제를 보일 가능성이 높음이 발견되어 부정 긴급성과 폭식행동의 관련성에 대한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하였다[24].
자기자비는 정서 조절 능력을 증진하며[28], 부정적 기분을 개선함으로써[29], 부정적 사건에서 압도되지 않고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도록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30]. 실제로 자기자비와 대처 행동과의 관계를 확인한 연구를 살펴보면 자기자비 수준이 높을수록 스트레스 상황에서 보다 적응적인 대처를 하였으며[77], 높은 수준의 자기자비는 실패경험으로 인해 충동성이 증가하는 것을 완화시킬 수 있었다[78]. 따라서 자기자비는 부정정서로 유발된 충동적 행동 경향성을 낮춤으로써 폭식행동을 낮출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에 근거할 때 자기자비는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에 영향을 줌으로써 폭식행동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설정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최근 폭식과 관련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는 초기 성인들을 대상으로 자기자비와 폭식행동의 관련성을 밝히는 과정에서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을 두 변인 사이의 매개변인으로 상정하여 그 구조적 관계를 확인함으로써 폭식 행동에 대한 치료적 개입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본 연구의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은 다음과 같다. 연구모형은 자기자비와 폭식행동 간의 관계를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이 완전매개한다고 가정하는 완전매개모형이며, 경쟁모형은 자기자비의 직접효과와 부정정서 및 부정 긴급성의 순차적 매개를 통한 간접효과 양자 모두를 가정하는 부분매개모형이다.
그림 2. 경쟁모형
Ⅱ. 이론적 배경
1. 자기자비와 폭식행동
자기자비(Self-Compassion)는 스스로에 대한 자비의 감정을 갖는 것으로,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온화한 태도로 자신을 돌보는 것을 일컫는다[12]. Neff[12]는 자기자비의 세 가지 구성개념으로써 ‘자기친절 (self-kindness)’, ‘마음챙김(mindfulness)’, ‘인간보편성(common humanity)’을 제시하였다. 즉 자기자비란 실패를 경험하여 자신의 결점이 드러나는 상황에서도 자신을 비난하며 고통에 빠져드는 대신 자신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이고 자신에 대해 친절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자기자비가 높은 개인의 경우 자기구조를 위협하는 사건에 당면할 때 자기고양 귀인과 같은 방어적 자기 조절을 하지 않고도 자신에 대한 긍정정서를 경험할 수 있으며[12], 따라서 실패 상황에서도 자신에 대해 비교적 긍정적이고 안정적인 신념을 가질 수 있다[31]. 또한 이들은 고통스러운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을 향한 온정적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으며[32], 고통에 저항하기보다 이를 자연스러운 인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므로[33] 자신과 환경에 대한 비판단적인 알아차림이 가능하다[30]. 실제로 자기자비는 외부적 평가에 독립적이며 안정적인 자존감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34], 외상적 경험이 활성화되는 때에도 새로운 정보처리가 가능하게 하여 증상의 심각도를 완화시켰고[35], 보다 적응적인 방식을 사용하여 정서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였다[28].
폭식행동이 자신에 대한 불만족감 및 부정적 정서처리에서의 취약성을 반영함을 고려할 때[38], 자기자비는 폭식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변인으로 예측할 수 있으며, 이는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검증된 바 있다. 실제로 자기자비는 신체질량지수와 신체 불만족, 부정 정서 및 섭식절제의 영향을 통제한 후에도 폭식행동을 유의하게 설명하였다[16]. 또한 자기초점적주의가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기자비가 부분적으로 매개하였으며[36], 신체불만족이 섭식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자기자비가 완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37].
2. 자기자비, 부정정서, 폭식행동
부정정서(Negative Affect)란 분노, 죄의식, 공포와 더불어 다양한 혐오스러운 정서적 상태를 포괄하는 주관적인 고통과 불쾌한 사건의 일반적인 차원을 의미한다[39]. 부정정서와 폭식행동의 관련성은 다수의 연구에서 일관되게 보고되었다. 폭식행동을 설명하는 섭식 제한 이론[40]에서는 부정정서 경험이 섭식 절제에 대한 정서적 탈억제원으로써 작용하여 폭식행동을 야기하게 된다. 폭식행동의 탈출이론(escape theory)에 의하면 폭식행동 중의 개인은 현재의 음식섭취에 몰두함으로써 자신과 세상에 대한 고통스러운 사고나 정서로부터 탈출할 수 있게 된다[41]. 또한 여러 자기보고식 연구와 실험 연구에서 높은 부정정서가 폭식행동에 선행하는 요인임을 검증하였다[17][42]. 즉 다양한 연구들은 높은 부정정서가 폭식행동을 유발하는 위험요인임을 시사한다.
많은 경험적 연구에서 자기자비는 부정정서를 경감시키고 조절하는 변인으로 밝혀졌다. 이는 자기자비가 자신을 향한 온화한 정서상태를 유발함으로써 고통스러운 경험을 다루는 개인의 능력을 증진하기 때문으로 이해할 수 있다[11]. Gilbert와 Procter[43]는 수치심이 높고 자기비난적인 이들을 대상으로 12주간 자비적 마음훈련(Compassionate Mind Training)을 실시한 결과 우울이 유의하게 낮아지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 자기자비 처치는 슬픔, 분노, 불안 등 불쾌한 자기관련 사건으로 인한 부정적 정서반응을 변화시키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29]. 즉 자기자비는 부정정서의 발생빈도나 강도에 부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자기자비와 폭식행동의 관계에서 부정정서는 주요한 매개변인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부정정서는 폭식행동뿐 아니라 전반적인 정신병리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44]. 따라서 부정정서만으로 폭식행동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크므로, 부정정서와 폭식행동의 관련성에 대해 명확히 하기 위해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잠재적 요인과 부정정서의 관련성을 살펴볼 필요성이 있다[45].
3. 자기자비, 부정정서, 부정 긴급성, 폭식행동
신경성 폭식증 환자들의 경우 부정정서를 경험할 때 충동적으로 정서를 조절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부정 긴급성은 폭식행동을 예측하는 변인으로 주목받아왔다 [22]. 부정 긴급성(Negative Urgency)은 부정정서를 경험할 때 성급하게 행동하려는 경향으로 충동성의 하위요인 중 하나이다[20]. 다양한 연구에서 부정 긴급성은 폭식장애의 중요한 예측인으로 나타났으며, 다른 충동성의 하위 차원들에 비해 폭식행동과 가장 강력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21][46]. 또한 임상표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폭식행동의 다른 위험요인들을 통제한 뒤에도 부정 긴급성이 폭식행동에 대한 고유한 설명력을 갖는 것으로 밝혀졌다[47].
부정 긴급성은 그 정의에 의하면 부정정서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나, 이 두 변인이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폭식행동을 증가시키는지는 불분명하다. 일부 연구에서는 부정 긴급성을 부정정서와 위험행동의 관계를 조절하는 성격특질로써 개념화하였다[48]. 이에 착안하여 부정 긴급성의 조절효과를 검증하려는 연구들이 이루 어졌으나, 그 효과의 크기나 방향성에 있어 비일관적인 결과가 나타났다[49][50]. 한편 부정 긴급성은 부정정서와 위험 행동을 매개하는 변인으로서도 연구되었다. 이 경우 부정 긴급성은 개인차 변인으로써 부정정서에 관계없이 작용하지 않으며, 부정정서 수준의 영향을 받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부정정서를 많이 경험할수록 부정 긴급성도 같이 높아지게 된다[51]. 이에 대한 설명으로 한 연구에서는 부정정서를 많이 느낄수록 정서적 장해가 축적되어, 이것이 부정정서가 유발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판단력을 저하시키고 성급하게 행동하는 경향을 높이며 결과적으로 위험행동을 촉발시킨다고 보았다[52]. 실제로 물질사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부정정서와 폭식행동 사이를 부정 긴급성이 완전매개하였으며[53], 비임상집단을 대상을 한 연구에서도 부적응적 완벽주의와 폭식행동을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이 순차적으로 매개함이 나타났다[54].
자비란 고통에 대한 인내(distress tolerance)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이는 고통에 직면했을 때 압도되지 않고 내적으로 유발된 부정정서를 견디는 능력을 말한다 [10]. 자신을 향한 자비를 뜻하는 자기자비는 마음챙김적 자각을 통해 고통스러운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심적 여유를 가지도록 한다[11]. 부정 긴급성은 부정정서에서 벗어나고자 성급하게 부적응적인 행동을 하게 되는 성향으로[55], 그 정의상 높은 부정 긴급성은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한 수용력이 낮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고통스러운 경험을 수정하거나 통제하지 않고 견디는 능력으로 정의되는 고통감내력과 부정 긴급성은 높은 부적 상관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56][57]. 이에 자기자비적일수록 고통스러운 경험에 대해 충동적으로 반응하게 되는 부정 긴급성의 수준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선행연구에 근거하여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하였으며,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이 순차적 매개역할을 하는지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또한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기제를 보다 명확히 검증하기 위해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의 매개효과를 반영하는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을 설정하고 구조방정식 분석을 통해 보다 적합한 모형을 선택하였다. 우선 연구모형은 완전매개 모형으로, 자기자비는 부정정서 및 부정 긴급성의 경로를 통해서만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았다. 이는 폭식행동의 부정적 정서 모델에 근거한 것으로, 자기자비가 주로 정서적 요인에 작용함으로써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한편 자기자비와 폭식행동의 관계를 확인한 선행연구들에서 자기자비가 마른 체형 및 섭식 절제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경감시킴으로써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16][37]. 이에 경쟁모형을 부분매개 모형으로 설정하여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에서 부정적 정서를 조절하는 경로 이외의 다른 경로가 가능할 것인지 확인하고자 하였다.
Ⅲ. 방법
1. 연구 대상
수도권 소재의 대학교에서 만 18세 이상의 대학생 및 대학원생 4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우종필[74]에 의하면 구조방정식 모형의 적합도는 표본의 수와 총 분산의 영향을 받으며, 일반적으로 관측 변수의 10배에서 20배 사이를 바람직한 표본 크기로 본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결측률을 고려하여 450부의 자료를 수집하고자 하였다. 설문 당시 섭식장애나 정서장애로 인해 치료를 받는 대상자는 연구에서 제외하였으며, 수집된 자료는 총 441부로 불성실하거나 다수의 무응답을 포함한 자료 15부를 제외한 426부를 분석하 였다. 연구 대상 중 남성은 128명(30.0%), 여성은 298 명(70.0%)이었고, 이 중 학부생은 419명(98.4%), 대학원생은 7명(1.6%)이었다. 연령의 범위는 만 18∼30세 였고, 평균 연령은 20.93세(SD=2.14)였다.
2. 연구 절차
본 연구를 진행하기 앞서 연구 대상자의 권리 보호를 위해 생명윤리심의위원회(Institutional Review Board, IRB)의 승인을 받았다. (승인번호: 1040395-201809-04). 자료 수집은 학부 수업에 참여한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하였으며, 수업을 담당하는 교수의 사전승인을 받은 후 수업 시간 전후를 활용하여 연구자가 직접 강의실에 방문하여 진행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연구자는 참가자들에게 연구의 목적, 수집할 정보, 정보의 보관 및 폐기 방식에 대해 안내하였으며, 서면으로 제시된 연구 참여 동의서에 자발적인 서명을 통해 동의한 사람들에게 한하여 설문지를 배부하였다. 설문지 첫 장에는 설문을 중도 포기할 수 있는 권리를 명시하여 대상자들의 자율적 참여를 보장하였다. 설문이 완료되면 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응답에는 약 1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3. 측정도구
3.1 한국판 자기 자비 척도
자기자비를 측정하기 위하여 Neff[12]가 개발하고 김경의, 이금단, 조용래, 채숙희와 이우경[58]이 번안 및 타당화 한 한국판 자기자비 척도(Korean Version of Self-Compassion Scale; 이하 K-SCS)를 사용하였다. K-SCS는 총 26문항으로, 이 중 13문항은 정방향으로, 나머지 13문항은 역방향으로 채점된다. 각 문항은 ‘거의 아니다(1점)’에서 ‘거의 항상 그렇다(5점)’까지 5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한다. 점수 범위는 26~130 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자기자비 수준이 높음을 의미 하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김경의 등[58]의 연구에서 평균은 56.42점으로 나타났다. 김경의 등[58]의 연구에서 K-SCS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87이었고, 본 연구에서는 .91로 나타났다.
3.2 한국판 정적 및 부적정서 척도
부정정서를 측정하기 위하여 Watson, Clark, Tellegen [39]이 개발하고 이현희, 김은정, 이민규[59]가 번안 및 타당화한 한국판 정적 정서 및 부적 정서 척도 (Positive Affect and Negative Affect Schedule; 이하 PANAS)를 사용하였다. PANAS는 총 20문항으로, 본 연구에서는 부적정서를 측정하는 10개의 문항만을 사용하였다. 각 문항은 정서를 나타내는 형용사(예: 괴로운, 마음이 상한)로 구성되어 있으며 지난 일주일 동안 해당 정서를 느꼈던 정도를 ‘전혀 그렇지 않다(1점)’에서 ‘매우 많이 그렇다(5점)’까지 5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한다.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정서를 자주 경험함을 의미한다. 이현희 등[59]의 연구에서 PANAS 부적정서 요인의 내적 합치도 (Cronbach’s α)는 .87이었고, 본 연구에서는 .90으로 나타났다.
3.3 한국판 다차원적 충동성 척도
부정 긴급성을 측정하기 위하여 Whiteside와 Lynam[60]이 개발하고 Cyders와 Smith[55]가 1개 요인을 추가하여 개정한 다차원적 충동성 척도 (UPPS-P Impulsive Behavior Scale)를 임선영과 이영호[61]가 한국판으로 타당화한 한국판 다차원적 충동성 척도를 사용하였다. 이 중 부정 긴급성(Negative urgency) 을 측정하는 12문항만을 사용하였으며, 이 중 1문항은 정방향으로, 나머지 11문항은 역방향으로 채점된다. 각 문항은 ‘매우 동의함(1점)’에서 ‘매우 동의하지 않음(4점)’까지 4점 리커트식 척도로 측정한다. 점수 범위는 12~48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적인 정서 상태에서 성급하게 행동하는 경향성이 높아짐을 의 미하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임선영과 이영호[61]의 연구에서 평균은 28.95점으로 나타났다. 임선영과 이영호[61]의 연구에서 한국판 다차원적 충동성 척도의 부정 긴급성의 내적 합치도 (Cronbach’s α)는 .85이었 고, 본 연구에서는 .88로 나타났다.
3.4 신경성 폭식증 검사 개정판
폭식행동을 측정하기 위하여 Smith와 Thelen[62]이 개발하고 Thelen, Farmer, Wonderlich와 Smith[63] 가 개정하였으며, 윤화영[64]이 번안한 신경성 폭식증 검사 개정판(Bulimia Test Revised; 이하 BULIT-R) 을 사용하였다. BULIT-R은 총 36문항으로 본 연구에서는 폭식을 측정하는 28문항만을 사용하였다. 이 중 10문항은 정방향으로, 나머지 18문항은 역방향으로 채 점된다. 각 문항에 따라 ‘늘 그렇다’에서 ‘전혀 그렇지 않다’ 혹은 ‘평균보다 훨씬 많이’에서 ‘평균 이하’ 등의 5점 리커트 척도로 측정한다. 점수 범위는 28~140점으로 점수가 높을수록 폭식을 많이 함을 의미한다.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윤화영[64]의 연구에서 평균은 69.50점으로 나타났으며, 88점 이상을 폭식행동 성향이 있는 것으로, 121점 이상을 신경성 폭식증의 진단이 가능한 절단점으로 제시하였다. 한편 본 연구는 비임상군의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정상섭식과 폭식의 연속적 범위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수준의 폭식행동에 관한 것이므로 이러한 절단점을 고려하지 않았다. 윤화영[64]이 산출한 신경성 폭식증 검사 개정판의 내적 합치도(Cronbach’s α)는 .97이었고, 본 연구에서는 .92로 나타났다.
4. 자료분석
수집된 자료는 SPSS 23.0과 AMOS 23.0을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라 분석하였다[75]. 첫째, 각 변인들의 평균, 표준편차, 왜도, 첨도를 산출하여 기술통계치를 확인하였다. 둘째, 각 변인의 Cronbach’s α 값을 산출하여 측정도구의 신뢰도를 확인하였다. 셋째, Pearson 상관분석을 시행하여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확인하였다. 넷째, 각 변인에 대하여 정규성 확보 가능성을 높이고 보다 안정적으로 모형을 추정하기 위하여 문항 묶음(item parceling)을 실시하였다. 문항 묶음은 부정정서, 부정 긴급성, 폭식행동의 경우 단일 요인 구조로 문항이 구성되어 있으므로 요인 알고리즘 (factorial algorithm) 방법을 사용하여 각각 세 개의 문항 묶음을 구성하였으며[79], 자기자비는 내용기반접근(content-based approach) 방법을 사용하여 선행연구에서 밝혀진 세 요인을 그대로 문항 묶음에 사용하 였다[80]. 다섯째, 확인적 요인분석을 시행하여 측정모형의 적합도를 검증하였다. 적합도 지수는 CFI (Comparative Fit Index), TLI(Tucker Lewis Index), SRMR(Standardized Root Mean Square Residual), RMSEA(Root Mean Square Error of Approximation)를 사용하였다. 여섯째, 구조방정식을 사용하여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의 변인 간 구조적 관계를 추정한 뒤 카이제곱 차이검증을 통하여 최종모형을 결정하였고 모형의 적합도 및 개별 모수 추정치를 검증하였다. 마지막으로, 최종모형에서 매개효과 분석을 위해 부트스트래핑(Bootstrapping) 방법을 사용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95%의 신뢰구간을 설정하여 그 상한값과 하한값을 확인함으로써 간접효과의 유의성을 검증 하였다.
Ⅳ. 결과
1. 기술통계 및 상관관계
자기자비, 부정정서, 부정 긴급성, 폭식행동의 기술통계치와 각 변인들의 상관분석을 시행한 결과를 [표 1] 에 제시하였다. 측정 변인들의 왜도와 첨도의 절댓값은 각각 3.0과 10.0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므로 구조방정식을 사용하는 데 필요한 다변량 정규성 가정을 충족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65]. 변인 간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첫째, 자기자비는 부정정서(r=-.45, p<.01), 부정 긴급성(r=-.53, p<.01), 그리고 폭식행동 (r=-.34, p<.01)에 유의한 부적 상관을 나타냈다. 둘째, 부정정서는 부정 긴급성(r=.41, p<.01)과 폭식행동 (r=.32, p<.01)에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셋째, 부정 긴급성(r=.51, p<.01)은 폭식행동에 유의한 정적 상관을 나타냈다.
표 1. 변인들의 상관관계 및 기술통계치
주. **p<.01
2. 측정모형 검증 결과
Anderson과 Gerbing[66]의 제안에 따라 구조모형의 분석에 앞서 측정변인들이 잠재변인을 적절하게 반영하는지 확인하고자 측정모형의 적합도를 분석하였다. 측정모형의 전체 적합도는 [표 2]에 제시하였으며, 각 측정 변인들의 요인 부하량을 [표 3]에 제시하였다. 적합도의 판단은 보통 TLI와 CFI의 값이 0.9 이상일 때, SRMR과 RMSEA의 값이 0.05 이하일 때 적합도가 좋은 것으로 간주한다[67]. 분석 결과, x2=122.342, df=48, CFI=.979, TLI=.971, SRMR=.031, RMSEA=.060(90% 신뢰구간=.047∼.074)로 측정모형은 자료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잠재변인에 대한 측정변인의 타당도를 검증하기 위해 측정변인과 잠재변인 간 상관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자기자비의 측정지표들은 .80에서 .89의 요인 부하량을 나타냈고, 부정정서의 측정지표들은 .82에서 .87의 요인부하량은 나타냈다. 부정 긴급성의 측정지표들은 .80에서 .90의 요인 부하량을 나타냈으며, 폭식행동의 측정지표들은 .84에서 .94의 요인 부하량을 나타냈다. 측정지표의 요인부하량은 모두 p<.001 수준에서 유의하게 나타났으며, 이에 측정변인이 잠재변인에 수렴되는 수렴타당도 준거가 충족되었다고 간주하였다.
표 2. 측정모형의 전체 적합도
표 3. 잠재변수와 측정변수 간의 모수 추정치
주. ***p<.001
3. 가설모형 검증 결과
자기자비와 폭식행동의 관계에서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을 설정하였다. 연구모형은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경로를 제거한 완전매개모형이며, 경쟁모형은 자비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 경로와 더불어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의 매개를 통해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간접경로가 있는 부분매 개모형이다.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의 적합도 결과를 [표 4]에 제시하였다. 두 모형의 적합도는 CFI와 TLC가 0.9 이상이며, SRMR와 RMSEA의 값이 0.06 이하로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이제곱 차이검증을 시행하여 두 모형의 적합도를 비교한 결과 연구모형이 경쟁모형에 비해 x2값은 .038만큼 크고 df값은 1만큼 컸으며, 그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p=.85). 결과적으로 두 모형의 전체 적합도는 차이가 없으므로 상대적으로 간명성이 높은 연구모형이 경쟁모형에 비해 자료에 더 적합한 모형으로 판단 가능하다. 이에 연구모형을 최종모형으로 채택하였으며, 이를 [그림 3]에 제시하였다.
표 4. 연구모형과 경쟁모형의 적합도 비교
최종모형의 경로계수를 산출한 결과를 [표 5]에 제시하였다. 자기자비는 부정정서(β=-.51, p<.001)와 부정 긴급성(β=-.51, p<.001)을 각각 유의하게 설명하였다. 또한 부정정서는 부정 긴급성(β=.20, p<.001)과 폭식 행동(β=.12, p<.05)을 각각 유의하게 설명하였다. 다음으로 부정긴급성은 폭식행동(β=.51, p<.001)을 유의하게 설명하였다.
표 5. 최종모형에서 잠재변인 간 경로계수
주. *p<.05, ***p<.001
4. 최종모형의 간접효과 분석
자기자비와 폭식행동의 관계에서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의 매개효과를 검증하기 위하여 Shrout와 Bolger가 제안한 Bootstrapping 절차를 이용하여 간접효과의 유의성을 검증하였다[81]. 본 연구에서는 5,000개의 Bootstrapping 표본을 생성하였으며 95% 신뢰구간에서 간접효과의 상한값과 하한값을 산출하여 그 결과를 [표 6]에 제시하였다. 우선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정정서를 매개로 한 간접효과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95% Bias-corrected CI=-.103∼-.009). 다음으로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미치는 영향에서 부정 긴급성을 매개로 한 간접효과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95% Bias-corrected CI=-.303∼-.155). 마지막으로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미치는 영향에서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을 순차적으로 매개한 간접효과는 유의한 것으로 나타났다(95% Bias-corrected CI=-.081∼-.018). 즉 자기자비는 부정정서와 부정긴급성의 순차적인 매개를 통해 폭식행동을 유의하게 예측함이 확인되었다.
표 6. 최종모형의 간접효과 부트스트레핑 결과
그림 3. 최종모형
Ⅴ. 논의
본 연구에서는 초기 성인들을 대상으로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기제를 밝히고자 하였으며, 이를 위해 그동안의 연구에서 폭식행동의 위험요인으로 밝혀진 부정정서 및 부정 긴급성을 매개요인으로써 고려하여 검증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자비와 부정정서, 부정 긴급성, 폭식행동은 각각 유의한 부적 상관관계를 가지며, 부정정서, 부정 긴급성, 폭식행동은 각각 유의한 정적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나 기존의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였다. 자기자비와 부정 긴급성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확인한 것은 본 연구가 처음이나 부정 긴급성이 충동성의 한 하위요인임을 고려할 때, 본 연구의 결과는 자기자비와 충동성의 부적 상관관계를 밝힌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함을 알 수 있다[68].
둘째, 자기자비와 폭식행동의 관계에서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의 순차적 매개효과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자기자비 수준이 높을수록 부정정서는 감소하며, 감소한 부정정서는 부정 긴급성을 낮추어 결국 폭식행동의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자기자비적인 태도를 가진 이들은 외부 압력으로부터 효과적으로 자기가치감을 지켜낼 수 있으며 그만큼 부정적 정서를 그 빈도나 양에 있어서 더 적게 경험하게 된다는 주장과 일치한다[30]. 또한 이러한 개인은 부정정서를 성급히 해소하고자 하는 충동이 적으므로 폭식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낮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높은 자기자비 수준이 낮은 폭식행동 수준을 예측함은 여러 선행연구에서 밝혀진 바 있다. 한편 그 기제에 대한 연구는 미흡한데, 국내의 경우 자기자비가 우울을 통해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유일한 실정이다[76]. 이에 본 연구는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을 낮추는 과정에 작용하는 변인들을 확인했다는 의의가 있다.
셋째, 자기자비는 부정 긴급성을 부분매개하여 폭식행동을 예측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선행연구에서는 폭식행동을 자기 조절력의 결핍으로 인한 빠른 행동화의 결과로 보았다[69]. 이에 따르면 자기통제란 한정적인 자원으로, 반복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고갈될 수 있다. 따라서 자기 통제적 행동을 지속할 경우, 이에 필요한 개인 내적 자원이 고갈되어 전반적인 성취 수준이 저하될 수 있다. 이와 유사하게 신경성 폭식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폭식행동이 자기 조절을 위한 자원의 고갈로 인해 촉발될 수 있다는 이론이 제안되었다 [70]. 본 연구는 충동성과 폭식행동의 관계에 대해 선행연구와 일관된 결과를 보이며,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충동성의 조절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을 확인하였다. 이는 자기자비적 개입을 통해 폭식행동을 치료함에 있어 자기 통제감을 증진함으로써 충동적인 반응 경향성을 낮추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함을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는 폭식행동에 대한 자기자비의 직접효과는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을 매개하는 간접효과를 제외하면 유의하지 않았다. 이러한 결과는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주는 과정에서 정서적 차원의 변화가 중요함을 의미한다. 즉 자기자비적 태도는 정서를 경험하고 처리하는 방식에 적응적인 변화를 초래함으로써 폭식행동을 개선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이는 폭식 경향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자기자비 증진 개입이 우울, 정서조절곤란이 유의하게 개선하였으며 심리적 안녕감을 증진하였다는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15]. 본 연구 결과에서 정서적 차원의 변화는 부정정서의 감소와 이를 통한 부정 긴급성의 순차적 감소를 의미한다. 이는 부정 긴급성이 부정정서와 독립적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부정정서 수준에 영향을 받아 달라질 수 있는 요인임을 확인한 선행연구 결과를 지지한다 [51]. 이러한 결과에 근거하여 폭식행동의 개선에 자기자비를 활용하고자 한다면, 자기자비의 증진의 목적을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의 변화에 초점화하여 개입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즉 폭식을 유발하는 부정정서를 명료화하여 자기자비적인 태도로 이를 수용하고 완화시킴으로써 마음에 일어나는 현상들을 차분히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부정정서에 대한 충동적인 반응 경향성을 조절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처럼 본 연구 결과는 자기자비를 활용한 폭식행동 치료의 개입 목표를 설정하는 것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한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대학생의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대한 유의미한 설명력을 가지며, 자기자비가 폭식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부정정서와 부정 긴급성이 매개함을 밝혔다. 한편 본 연구는 한 시점에 모든 변인을 측정한 횡단연구로 변인 간의 인과관계를 명료히 하기 위해서는 역방향의 연구설계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각 변인의 변화를 추적하는 종단 연구를 통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또한 본 연구는 폭식증 환자가 아닌 일반 성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연구로 폭식증 고위험군의 경우에도 일관적인 결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더불어 신경성 폭식증은 성별에 따라 유병률의 차이가 큰 질병으로[2], 남녀 집단에 따라 연구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에서 사용한 설문은 자기보고식 질문지를 활용한 것으로 참여자의 특성에 따라 자료가 편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따라서 추후 연구에서는 설문자료와 비교가 가능한 면접이나 관찰 자료를 함께 수집함으로써 자료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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