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동해는 반폐쇄형 연안해(marginal sea)로, 동해 연안의 생태계는 북쪽에서 연안을 따라 남하하는 북한한류와 남쪽에서 북상하는 고온-고염의 대마난류의 영향을 받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Naganuma, 2000; Lee et al., 2009). 또한, 동해는 외양으로 갈수록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는 지형적 특성과 여름철에 저층수의 용승에 의한 냉수대 출현(Kim and Kim, 1983)으로 인해 우리나라 남해 또는 서해와 뚜렷이 구분되는 다른 물리적, 생태학적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특징으로 동해(특히 우리나라 동해 중북부) 연안 생물상은 동해 남부 또는 남해 동부와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연안역 중 동해 연안에만 출현하는 고유종이 다수 분포한다(Kim et al., 2005; Park et al., 2007; Yang et al., 2008). 고무꺽정이(spinyhead sculpin Dasycottus setiger)는 농어목(Perciformes), 물수배기과(Psy- chrolutidae)에 속하는 냉수성 저어류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태평양 연안해역(66°N–46°N)의 수심 약 800 m까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Fedorov et al., 2003). 우리나라에서 고무꺽정이는 동해에서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주로 경북과 강원도 연안의 100 m 보다 깊은 수심에서 저인망, 트롤 및 자망어업 등에서 어획되는 상업성 어종 중 하나이다(Park et al., 2007; Yang et al., 2007; Sohn et al., 2010, 2015a). 과거 동해 어류 군집 연구에서 고무꺽정이는 수심별로 수온약층 보다 깊은 수심에서 우점하였고, 수심 900 m까지 분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Park et al., 2007; Sohn et al., 2010; Lee et al., 2018). 또한, 러시아측 동해 북서부 해역과 우리나라 동해 남서부 해역조사에서 고무꺽정이는 우리나라 동해연안에서만 채집되었다 (Sohn et al., 2015b). 따라서 고무꺽정이는 동해 남서부 해역 중층에서 심해에 주로 분포하며, 동해 저서생태계를 대표하는 주요 포식자임을 알 수 있었다. 기존 연구에서 북태평양의 베링해 남쪽과 알래스카만 북동쪽에 서식하는 고무꺽정이의 섭식 생태가 보고되었다(Mito, 1974; Jewett et al., 1989). 베링해와 알래스카 만에 서식하는 고무꺽정이는 모두 십각류(Decapoda) 를 주로 섭식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그 외 전세계적으로 고무꺽정이에 대한 섭식생태 연구는 없었지만, 고무꺽정이가 속한물수배기과 어류에 대한 연구는 다수 진행되었다(Napazakov and Chuchukalo, 2006; Choi et al., 2009; Laptikhovsky and Brickle, 2011). 물수배기과 어류는 수심이 깊은 저층 바닥에 서식하는 어류로 저서성 갑각류 또는 어류를 주로 섭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동해 수심 300–900 m에서 출현하는 주먹물수배기(Malacocottus gibber)는 저서성 갑각류와 연체동물을 주로 섭식하였다(Choi et al., 2009). 따라서 동해에 서식하는 고무꺽정이 또한 다른 물수배기과 어류들과 유사한 먹이생물을 섭식하는 특성을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는 동해 연안 저서생태계 주요 포식자 중 하나인 고무꺽정이의 위내용물 분석을 통하여 1) 주요 먹이생물을 파악하고, 2) 성장에 따른 위내용물 조성 차이를 분석하며, 3) 채집 해역(위도)에 따라 어떤 섭식특성을 나타내는지 조사하였다. 본연구의 결과는 동해 연안 저서생태계 기능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 자료가 되고 향후 연구 해역에서 어종간 섭식관계 및 먹이망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 또한, 본 연구 결과는 잠재적 심해 어종인 고무꺽정이 연구를 통하여 동해 심해생태계를 이해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재료 및 방법
연구 해역 및 시료채집
본 연구에서 사용된 고무꺽정이 시료는 2018년 5월에서 2019 년 3월까지 계절별로 동해 북부(고성 아야진)와 동해 중부(울진 후포) 주변해역의 수심 80–250m 사이에서 채집하였다(Fig. 1). 고무꺽정이 시료는 저층자망(bottom gill net, 길이×높이× 폭: 75 m×2m×13 폭; 망목, 90 mm)을 각 지점에 24시간 동안 설치한 뒤 어류를 채집하였다. 채집된 시료는 현장에서 냉장 보관하여 실험실로 운반한 뒤 실험실에서 각 개체의 전장(total length, TL)과 체중을 각각 mm와 g 단위까지 측정하였다. 측정된 개체는 위 부분을 분리한 뒤 위내용물 분석 전까지 70% 에탄올에 보관하였다.
Fig. 1. Location of two study sites in the coastal waters off Ayajin and Hupo.
위내용물 분석
각 개체의 위 부분은 해부현미경 아래에서 핀셋을 이용하여 절개한 뒤, 먹이생물을 종류별로 구분하였다. 발견된 먹이생물을 가능한 종(species) 수준까지 분류하였으며, 소화가 진행되어 분류가 어려울 경우 과(family) 또는 목(order) 수준으로 나타냈다. 위내용물에서 발견된 모든 먹이생물은 종류별로 개체수와 전체 중량을 측정하였다. 위내용물 분석 결과는 각 먹이생물 별로 출현빈도(%F), 개체수비(%N), 중량비(%EWuph)a의us i평ace균a 백분율로 나타냈다(Hyslop, 1980). 이후 각 먹이 분류군(taxa)에 대하여 상대중요성지수(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를 계산하였고[Pinkas et al., 1971; IRI=(%N+%W)×%F], 계산된 상대중요성지수는 백분율로 나타냈다(%IRI). 체장별 위 내용물 조성의 변화를 분석하기 위하여 고무꺽정이의 군성숙체장(23.4 cm TL)을 기준으로 미성숙개체(immature)를 작은 크기군(small size class), 성숙개체(mature)를 큰 크기군(large size class)으로 구분하여 각 크기군(size class)에서 먹이 분류군의 조성을 분석하였다(Yang et al., 2007).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 분석한 어류의 개체수가 고무꺽정이의 섭식 생태를 설명하기 위한 충분한 표본인지 결정하기 위하여 먹이 누적 곡선을 통하여 분석하였다(Ferry and Cailliet, 1996). 분석을 위해 위내용물에서 먹이생물이 발견된 개체들의 순서를 10번 무작위한 뒤 각각의 무작위한 순서에서 새로운 먹이 분류군에 대한 누적 먹이 분류군 수를 세었고, 무작위한 값에 대하여 평균먹이분류순 수를 표시하였다. 먹이누적곡선이 점근선에 도달하였을 때, 위 내용물 분석을 위한 적정 표본수로 간주하였다. 적어도 누적곡선 점근선에 근접한 값 이전 10개의 값이 총 먹이 분류군 수에 대하여 ±0.5일 때 적정 표본수로 간주하였다 (Huveneers et al., 2007).
고무꺽정이 위내용물 조성의 해역별 및 크기별 차이는non- metric multidimensional scaling (nMDS), permutational multivariate analysis of variance (PERMANOVA), analysis of similarity (ANOSIM), Canonical analysis of principal coordinate (CAP)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Anderson et al., 2008; Clarke and Gorley, 2015). 본 연구에서 고무꺽정이 시료는 대부분 늦가을에서 겨울철에 채집되었고, 계절 변화를 나타내기에 각 계절별로 충분한 시료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위 내용물 조성 변화에 대한 계절의 영향을 고려하지 않았다.
먹이생물 중량비는 포식자가 다른 크기(또는 중량)의 먹이생물을 섭식하였을 때 각 먹이분류군의 상대적 중요성을 나타낼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이므로 먹이생물 중량비를 이용하여 다변량분석을 수행하였다(Hyslop, 1980). 자료 분석을 위하여 채집해역별로 같은 크기군에 속하는 개체들을 무작위로 3–5개체로 분리하여 소그룹으로 구분한 뒤, 각 소그룹에서 먹이 분류군의 평균 중량 백분율을 계산하였다. 이러한 무작위한 소그룹에서 먹이 분류군의 평균값 사용은 한 개체의 위내용물 조성에서 ‘0’ 의 비율을 나타내는 먹이 분류군 수를 감소시킬 수 있어 다변량분석의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White et al., 2004; Marshall et al., 2008). 또한 위내용물 중 우점 먹이생물의 편향성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평균 중량비 자료는 제곱근변환(square root transformation)을 실시하였고 Bray-Curtis similarity를 이용하여 유사도 매트릭스를 구축하였다(Platell and Potter, 2001).
우선 해역별, 크기군별 위내용물 조성을 차이는 nMDS 분석을 통하여 시각화하였다. 고무꺽정이 위내용물 분석 결과에서 해역(site), 크기군(size class) 그리고 2요인(site×size class) 의상호효과가 위내용물 조성 차이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기 위하여 two-way PERMANOVA를 실시하였다. PER- MANOVA는 표본간 거리를 이용한 비모수(non-parametric) 분산분석으로, 가설을 검증하기 위하여 permutation 방법을 사용한다. PERMANOVA에서 component of variation (COV) 는각 요인의 영향 정도를 나타내는 값으로, COV가 클수록 특정 요인 또는 상호효과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two way crossed ANOSIM 분석을 통하여 각 요인에 대한 유의성을 검증하였다. ANOSIM분석에서 global R 통계량은 각 그룹의 유사성을 나타내는 값으로 -1, 또는 +1에 근접한 값은 높은 유사도를 나타내고, ‘0’에 가까울수록 그룹간 차이가 없음을 나타내고, -1 또는 +1에 가까울수록 각 그룹은 유의하게 구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PERMANOVA 또는 ANOSIM분석에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을 경우, CAP 분석을 통하여 어떤 먹이 분류군이 이러한 차이에 높은 상호 연관계수(correlation coefficients) 를 나타냈는지 분석하였다. 각 먹이 분류군의 상대적 기여도는 상호연관계수 0.4 이상을 나타내는 먹이 분류군을 CAP 성분 축 1과 2에 나타냈고, 이때 미확인 먹이 분류군(unidentified crustacean, unidentified materials)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상기 분석을 위하여 PRIMER v7 multivariate statistics package (www.primer-e.com)와 PERMANOVA+ add-on module을 사용하였다(Anderson et al., 2008).
결 과
위내용물 조성
본 연구에서 고무꺽정이는 총 156개체가 채집되었고 전장 범위는 11.1–35.3 cm를 보였다. 동해 북부(고성 아야진)에서는 총 66개체가 채집되었고, 중부(울진 후포)에서는 총 90개체가 채집되었다. 고무꺽정이의 누적 먹이곡선은 분석된 개체수 내에서 점근선에 도달하였으며, 최소 표본 크기는 106개체로 추정되었다. 본 연구는 총 분석된 156개체 중 119개체에서 위 내용물이 발견되어 고무꺽정이의 섭식생태를 설명하기에 충분한 개체 수를 분석하였다.
고무꺽정이의 위내용물에서 최소 14개 분류군(taxa)에 속하는 먹이생물이 확인되었다(Table 1). 고무꺽정이의 먹이생물 중 어류(Teleostei)는 41.2%의 출현빈도(%F), 개체수비(%N) 29.0%, 중량비(%W) 33.5%, 상대중요성지수비(%IRI) 52.8% 로 가장 우점한 먹이생물이었다. 섭식된 어류는 대부분 소화가 진행되어 종구분이 힘들었으나, 오직 청자갈치(Bothrocara hollandi)만 섭식된 어종으로 확인되었다. 그 다음으로 생이하목 새우류(Caridea)와 단각류(Amphipoda)가 많이 섭식 되었는데, 각각 23.5%의 출현빈도, 15.3%와 15.6%의 개체수비, 13.8%와 13.3%의 중량비, 14.1%와 14.0%의 상대 중요성지 수비를 나타냈다. 생이하목 새우류 중 자주새우류(Crango- nidae spp.)가 가장 많이 섭식되었고, 단각류 중에서 Anonyx spp.가 가장 많이 섭식되었다. 두족류(Cephalopoda)는 출현 빈도 19.3%, 개체수비 11.4%, 중량비 12.0%, %IRI 9.3%를 나타냈다. 그 외 곤쟁이류(Mysidacea)는 %IRI 4.5%, 갯지렁이류 (Polychaeta)는 %IRI 2.6%, 난바다곤쟁이류(Euphausiacea)는 %IRI 1.5%였고, 그리고 나머지 먹이 분류군은 %IRI 1% 이하로 먹이생물로써 중요도가 낮았다.
Table 1. Percentage frequency of occurrence (%F), number (%N), weight (%W), and index of relative importance (%IRI) of prey in the diets of Dasycottus setiger inhabiting waters off the eastern coast of Korea
Prey taxa, prey type, and total dietary values of each prey taxon are indicated in bold letters. Asterisks (*) indicate prey taxa for multivariate analyses.
해역과 성장에 따른 위내용물 조성의 차이
고무꺽정이는 고성 아야진과 울진 후포에서 크기군별로 다른 먹이 조성을 보였다(Fig. 2). 고성 아야진 연안에 서식하는 고무꺽정이의 작은 크기군은 단각류를 주로 섭식하였고, 그 다음으로 어류의 섭식 비율이 높았다. 큰 크기군의 위내용물에서는 어류와 생이하목 새우류의 섭식비율이 증가하였고, 단각류의 비율은 감소하였다. 반면, 울진 후포 연안에서 작은 크기군의 고무꺽정이는 어류와 곤쟁이류를 주로 섭식하였지만, 큰 크기군은 두족류와 어류를 주로 섭식하였다.
Fig. 2. Mean percentage weight contributions (%W) of the different dietary component in each size class across different location in the diets of Dasycottus setiger inhabiting waters off the eastern coast of Korea. AY, Ayajin; HP, Hupo; Sm, small size class; La, large size class.
Two-way PERMANOVA 결과 고무꺽정이 위내용물 조성은 채집 해역간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나, 크기군과 상호효과에 대한 유의성은 없었다(Table 2). COV값은 요인간 큰 차이가 없었으나, 해역에 의한 효과가 two-way PERMANOVA 분석 결과에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ANOSIM 분석에서 고무 꺽정이 위 내용물 조성이 해역에 따른 유의한 차이가 있었으나, 크기 군별 차이는 없었다(global-R=0.215, P<0.05 for ‘site’; global- R=0.081, P>0.05 for ‘size class’).
Table 2. Mean squares (MS), pseudo-F ratios, components of variation (COV) and significance levels (P) for a series of PERMANOVA tests, employing Bray-Curtis similarity matrix derived from the mean percentage weight contributions of the various prey taxa to the stomach contents of Dasycottus setiger
nMDS ordination은 채집 해역별 고무꺽정이 위내용물 조성차이는 공간적으로 뚜렷이 구분됨을 보여줬다(Fig. 3). nMDS ordination에서 고성 아야진 해역 표본은 오른쪽에 분포하였고, 울진 후포 해역 표본은 왼쪽에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다. 크기 군별로 큰 크기군 위내용물 표본은 nMDS ordination 중앙에 분포하는 경향을 보였고, 작은 크기군은 전체적으로 넓게 분포하였다. nMDS ordination에서 고무꺽정이 위내용물 조성 표본의 공간적 분포는 작은 크기군에서 해역별 차이가 더 크게 나타났으며, 큰 크기군의 표본은 두 해역에서 다소 중복되는 경향을 보였다.
Fig. 3. Nonmetric multidimensional scaling ordination of the dietary composition constructed from Bray-Curtis similarity matrix that employed the weight contributions on the diet of Dasycottus setiger inhabiting waters off the eastern coast of Korea. Blank symbols, immature; Gray symbols, mature.
CAP 분석결과 성분축과 1과 2을 따라 고무꺽정이 위 내용물표본은 ‘해역’과 ‘크기(성숙도)’의 요인에 따라 공간적으로 분리됨을 알 수 있었다(Fig. 4). nMDS 분석과 유사하게 해역간 표본은 성분축 1을 따라 좌우에 분포하였고, 성분축 2를 따라 위 내용물 표본이 크기에 따라 구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CAP 분석에서 단각류와 등각류(Isopoda)는 아야진 해역의 작은 크기군 표본을 구분하는데 기여하였고, 곤쟁이류와 성게류(Echinoidea)는 후포 해역 작은 크기군 표본을 구분하는데 기여하였다(Fig. 4). 그리고 생이하목 새우류와 두족류는 두 해역의 큰 크기군 위 내용물 표본에 기여도가 높았다.
Fig. 4. Canonical analysis of principal coordinate (CAP) ordination plot of stomach contents of Dasycottus setiger to assess differences between maturities, and between study sites. Correlations of prey taxa with each canonical axis are represented as vectors for the taxa with correlations > 0.4. Vectors represent Pearson correla- tions, and the circle indicates a correlation of ‘1’. AY, Ayajin; HP, Hupo; Im, immature; Ma, Mature.
고 찰
본 연구에서 채집된 고무꺽정이의 전장은 11.1–35.3 cm 범위였고, 성숙체장은 전장 23.4 cm였다(Yang et al., 2007). 과거 기록에 의하면 고무꺽정이는 전장 73.0 cm까지 성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Orlov and Binohlan, 2009). 동해 고성 연안에 출현하는 저어류 중 명태(Gadus chalcogrammus)는 얕은 수심에서 작은 개체가 분포하고 수심이 증가함에 따라 큰 개체가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Jung et al., 2020). 또한, 해양에 서식하는 많은 어종들의 성어가 미성숙 개체보다 더 깊은 수심에 분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Stefanescu et al., 1992; Gibson et al., 2002; Jung et al., 2020). 본 연구는 고무꺽정이의 잠재적 분포 수심 중 비교적 얕은 수심에서 채집하여 작은 개체가 많았다. 따라서 향후 우리나라 동해에 서식하는 고무꺽정이의 전반적인 섭식생태 분석을 위해 보다 깊은 수심에서 채집된 큰 개체의 시료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본 연구에서 고무꺽정이는 어류를 주로 섭식하였고, 그 다음으로 생이하목 새우류, 그리고 작은 크기군의 개체는 단각류와 곤쟁이류의 섭식비율이 높았다. 과거 연구에서 베링해와 알래스카 만에 서식하는 고무꺽정이는 모두 십각류(Decapoda) 중 보리새우류(Pandalidae)와 생이하목 새우류(Caridea)를 주로 섭식하였고 어류의 섭식비율을 높지 않았다(Mito, 1974; Jewett et al., 1989). 일반적으로 어류는 성장함에 따라 섭식하는 먹이생물 종류를 전환하는 경향을 보이며(Gerking, 1994), 대부분 저서생태계 어식성어류(piscivore)는 갑각류에서 어류로의 먹이 전환을 나타낸다(Baeck et al., 2013; Park and Huh, 2017). 따라서 과거 알래스카만에서 연구는 본 연구보다 더 작은 크기인 미성어 단계의 고무꺽정이(37–161 mm in Standard length) 의 먹이생물을 연구하였기 때문에 성어가 주로 섭식한 어류의 비율이 낮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본 연구에서 고무꺽정이는 동해 북부(고성 아야진)와 중부(울진 후포)에서 다른 섭식특성을 보였다. 두 해역에서 큰 크기군 개체들은 어류, 두족류, 생이하목 새우류를 주로 섭식하는 유사한 특성을 보였지만, 아야진에서 미성어개체는 단각류의 섭식율이 좀 더 높았고, 후포에서는 곤쟁이류의 섭식율이 더 높았다. CAP 분석에서도 단각류와 곤쟁이류는 두 해역의 섭식 특성을 구분하는데 기여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Fig. 4). 일반적으로 어류는 먹이를 찾기 위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고 먹이 포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서식지 주변에 풍부하게 서식하는 먹이생물을 주로 섭식한다(Persson and Diehl, 1990). 본 연구의두 해역에서 고무꺽정이의 먹이생물 차이는 각 해역의 서식지 환경에서 큰 크기군의 고무꺽정이가 선호하는 먹이생물은 유사하였지만, 작은 크기군 개체들이 섭식하기 쉬운 작은 크기의 먹이생물 종류가 달랐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아야진에서 작은 크기 군의 고무꺽정이가 주로 섭식한 단각류는 Anonyx sp.였는데, Anonyx속 단각류는 비교적 크기가 큰 종으로 극지방에 가까운 해역 또는 심해에 주로 분포한다(Sainte-Marie, 1992; Takekawa and Ishimaru, 2001). 최근 우리나라 동해 북부 연안에서 Anonyx속 단각류의 미기록종이 다수 보고되고 있으며 (Heo and Kim, 2018, 2021), 동해 북부 해역에 출현하는 명태 (Gadus chalcogrammus)의 위내용물에서도 발견되었다(Park et al., 2021). 이러한 특징으로 미뤄 보아 Anonyx속 단각류는 본 연구 해역 중 아야진 해역에 주로 분포할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곤쟁이류는 우리나라 동해에서 넓게 분포하기 때문에(Jo and Jeon, 2007) 조사해역간 먹이 자원에서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곤쟁이류는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특성 때문에 후포 연안역의 특정 환경조건에서 출현량이 많았기 때문에 작은 크기군의 고무꺽정이에 의해 많이 섭식된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동해 연안에서 위도별 또는 서식지별 주요 어종의 섭식 변동을 밝히기 위해 잠재적 먹이생물 현존량에 대한 조사도 병행되어야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일반적으로 성장에 따른 먹이생물의 변화는 어류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고, 섭식되는 먹이의 에너지 효율과 관련 있다(Ger king, 1994). 어류는 성장하면서 몸과 입크기가 증가하고 활동성이 증가하기 때문에, 크기가 커질수록 좀 더 많은 종류의 먹이 또는 먹이 포획을 위한 노력에 비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먹이를 섭식할 수 있다(Stoner and Livingston, 1984; Scharf et al., 2000). 고무꺽정이는 많은 저서성 어식성 어류와 유사하게 성장함에 따라 갑각류에서 에너지 효율이 어류로 위내용물 조성의 변화를 보였다. 물수배기과에 속하는 어류 중 베링해에 출현하는 Malacocottus zonurus는 성장함에 따라 갯지렁이류와 새우류에서 어류로 먹이가 바뀌는 양상을 보였고(Napazakov and Chuchukalo, 2006), 동해 심해에 서식하는 주 먹물 수 배기는 전장 20 cm 이상에서 어류의 섭식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Choi et al., 2009). 이러한 변화는 먹이 자원 또는 공간에 대한 종내 경쟁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Langton, 1982; Chizinski et al., 2007).
본 연구는 동해 북부와 중부 해역에 출현하는 고무꺽정이의 먹이생물과 크기 및 해역에 따른 먹이생물 차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었다. 위내용물 분석 결과 고무꺽정이는 저서 갑각류와 어류를 주로 섭식하는 어류-갑각류 식자임을 나타냈다. 어류의 섭식생태에 관한 연구는 해양 생태계의 포식-피식 관계를 바탕으로 생태계 먹이망 구조 연구를 위한 기초 연구이고, 생태계 관리와 보전의 관점에서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고무꺽정이의 비교적 작은 크기군에 대한 먹이생물을 밝혔고, 최대 체장까지 충분한 시료를 확보하지 못하여 고무꺽정이의 섭식생태를 완전히 밝히지 못하였다. 따라서 향후 이러한 관점에서 연구를 위한 충분한 표본 확보 후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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