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혈액은 현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증거 중 하나로, 사건 현장에 혈액이 있다면 살인, 폭행과 같은 강력범죄가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 또한 혈액의 형태를 관찰하면 사건 현장에서 일어난 일이나 그 순서를 재구성할 수 있고, 혈액 속에 포함된 DNA는 신원을 확인하는 중요한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범죄현장에서 혈액을 찾아내고 관찰하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혈액은 붉은색을 띠는 물질이므로 대부분의 경우에는 큰 어려움 없이 관찰할 수 있다. 그러나 혈액이 남은 표면의 색이 혈액과 비슷하거나, 표면에 남아있는 혈액의 양이 적다면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혈액을 혈액 증강 시약으로 증강하면 더 잘 식별할 수 있다.
혈액 증강 시약으로는 혈액 내의 아미노산(amino acid)과 반응하는 시약, 단백질(protein)과 반응하는 시약 및 헤모글로빈(hemoglobin)과 반응하는 시약이 알려져 있다. 아미노산은 ninhydrin, 1, 8-diazafluoren-9-one, 1, 2-indanedione/zinc 등을 이용해 증강할 수 있고 단백질은 amido black, Hungarian red 등을 이용해 증강할 수 있다. 그런데 아미노산이나 단백질은 혈액뿐 아니라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식용품에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혈액 증강 시약이 이들 단백질과 반응하여 혈액인 것처럼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혈액 속에 포함된 헤모글로빈은 luminol이나 Bluestar와 같은 시약을 사용하여 증강할 수 있다. 헤모글로빈은 혈액에만 특징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이지만 luminol이나 Bluestar는 강력한 산화제인 차아염소산염(hypochlorite) 을 포함한 표백제, 과산화효소(peroxidase)를 포함한 음식류, 금속 구리 등과 접촉할 경우 위양성 반응(false positive)을, 그리고 과탄산나트륨(sodium percarbonate)이 포함된 세제와 접촉하면 위음성 반응(false negative)을 나타낸다고 보고되어 있다. 이처럼 모든 혈액 증강 시약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물질과 반응하여 위양성 혹은 위음성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고, 이런 일이 일어나면 사건 현장에 있는 혈액을 잘못 해석하게 되어 수사에 큰 혼선을 야기할 수 있기에 혈액 증강 시약이 위양성 혹은 위음성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은 법 과학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Lee 등은 혈액을 산성 과산화수소(acidic hydrogen peroxide, AHP)로 처리한 후, 505 nm 광원을 비추고 오렌지색 필터를 통해 관찰하면 혈액의 광발광을 관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AHP가 혈액과 반응하여 광발광을 띠는 메커니즘은 명확하게 밝혀진바 없으나, AHP는 혈액 내 헤모글로빈(hemoglobin) 을헤마토포르피린(hematoporphyrin)으로 변형시켜 혈액의 광발광을 유도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Lee 등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AHP를 이용하면 혈액을 별도로 고정(fixation)할 필요 없이 혈액을 증강할 수 있으며, 약 1, 000배 희석된 혈액이라도 광발광을 관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점으로 보아 AHP는 luminol이나 Bluestar 대신 실제 사건 현장에서 혈액을 검출하는데 활발히 사용될 것이 기대된다. 그러나 AHP를 실제 사건현장에서 이용하기에 앞서 AHP가 혈액 이외의 물질과 반응하여 위양성 혹은 위음성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러한 연구는 이루어진 바 없다.
2. 재료 및 방법
2.1. 재료 및 장비
혈액은 성인 남성 1명으로부터 채취하였고 ethylenediaminetetraacetic acid (EDTA)를 항응고제로 사용하는 채혈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였다(IRB number: 1040875-202112-BR-105).
투명한 플라스틱은 polyethylene, polypropylene, polystyrene, polyurethane, polycarbonate, polyethylene terephthalate, polyvinylchloride를 단일성분으로 하는 제품을 생활용품점에서 구매하여 사용하였다. 수성 페인트는 Nooru사(Korea)의 red, scarlet, orange 색 제품과 Penmax사(Korea)의 red, green, blue 색 제품을 사용하였다. 염소계 표백제는 유한락스(Yuhanclorox, Korea)를, 산소계 표백제는 옥시크린(Reckitt Benckiser, Poland)을, 합성 세제는 참그린(Lion, Korea), 트리오 (Aekyung, Korea), 프릴(Henkel, Germany), 울트라 클린(Kirkland signature, USA), 리큐(Aekyung, Korea)를, 비누는 알뜨랑(LG household & health care, Korea), 디럭스팜(AmorePacific, Korea)을 사용하였다. 석유계 탄화수소는 GS Caltex(Korea), Hyundai Oilbank(Korea), S-Oil(Korea) 사의 제품을 사용하였다. 옥수수는 스위트콘(Otto gi, Korea) 통조림을 사용하였고, 기타 음식물은 조리하지 않은 것을 사용하였다. 505 nm 파장의 광원은 Rofin(Australia)사의 Polilight Flare Plus 2, 오렌지색 필터는 Altlight(Korea)사의 CUSP, 카메라는 Nikon(Japan)사의 D5500, 접사렌즈는 Venus optics (China)사의 LAOWA 60 mm을 사용하였다.
2.2. AHP를 이용한 혈액 증강
AHP는 탈이온수를 이용하여 염산 1 M, 5-sulfosa- licylic acid 2%(w/v), 과산화수소 1%(v/v)가 되도록 만들어 사용하였다. 이렇게 제조한 AHP를 스프레이를 이용해 검체가 충분히 적셔질 정도로 뿌려주고, 5분 뒤 남은 AHP를 휴지로 흡수하여 제거하고 건조시켰다. 여기에 505 nm 광원을 비추고 오렌지색 필터를 통해 광발광을 관찰하였고, 카메라를 F/8, ISO 800, shutter speed 1 s로 설정하여 오렌지색 필터를 통해광발광을 촬영하였다.
3. 결과 및 고찰
사건현장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금속 표면, 플라스틱 표면, 종이 표면, 페인트 표면, 음식류, 식물성 기름, 세제류, 석유계 탄화수소에 혈액을 남겨 건조 시킨 뒤 AHP로 처리한 후 혈액 관찰 조건(505 nm 법광원을 비추고 오렌지 필터를 통해 관찰)에서 위양성이 나위 음성 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하였다.
3.1. 금속 표면
스테인리스 스틸판, 강철판, 황동판, 구리판, 아연판 위에 혈액 혈액 20 µL를 남긴 후 AHP로 처리하여 혈액 관찰 조건에서 관찰한 결과 위양성 및 위음성 반응이 없이 혈액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금속 표면은 AHP를 처리하여 혈액을 관찰할 때 위양성 및 위음성 반응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Luminol이나 Bluestar는 구리 등 금속 표면에서 위양성 반응을 나타낸다고 보고되어 있는 바, AHP는 위양성 측면에서 luminol이나 Bluestar보다 우수한 시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3.2. 플라스틱 표면
각종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흔히 사용되는 물질인 polyethylene, polypropylene, polystyrene, polyurethane, polycarbonate, polyethylene terephthalate, polyvinylchloride 표면에 혈액 20 µL를 남긴 후 AHP로 처리하고 혈액의 광발광을 관찰한 결과 위양성 혹은 위음성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Fig. 1에서 보인 것과 같이 polyethylene terephthalate 와 polyvinylchloride는 다른 플라스틱류와 달리 혈액을 관찰하는 조건에서 약한광발광을 나타내서 혈액이 선명하게 구분되는 것을 방해하였다. 따라서 이런 물질들의 표면에 부착된 혈액을 AHP를 이용해 증강할 때에는 혈액의 광 발광이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의하여야 한다.
Fig. 1. Photoluminescence of bloodstains deposited on the surface of plastics. The surfaces were treated with AHP, and were photographed through an orange filter under a 505 nm forensic light source (F/8, ISO 800, shutter speed 1 s)
3.3. 종이 표면
거름종이, 복사용지 및 핸드타올에 혈액 20 µL를남기고 AHP로 처리한 후 광발광을 관찰한 결과 위양성 및 위음성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3.4. 페인트 표면
Red, scarlet, orange, green, blue 색상의 페인트 표면에 혈액 20 µL를 남기고 AHP로 처리한 후 광 발광을 관찰한 결과 Fig. 2에서 보인 것과 같이 AHP로 처리하여도 혈액의 위양성 혹은 위음성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scarlet(Nooru), red(Penmax), red(Nooru) 색상의 페인트는 혈액 관찰 조건에서 자체 광발광을나타냈기 때문에 혈액이 선명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페인트는 다양한 종류의 전색제, 색소, 첨가제를 혼합해서 만드는 물질이고 이들 중에는 혈액 관찰 조건에서 광발광을 나타내는 물질이 존재할 수 있다. 따라서 부착된 혈액의 양이 적은 경우에는 AHP로 처리하여도 페인트 표면에서는 혈액을 감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ig. 2. Photoluminescence of bloodstains deposited on the surface of paint. The surfaces were treated with AHP, and were photographed through an orange filter under a 505 nm forensic light source (F/8, ISO 800, shutter speed 1 s). A: Orange (Nooru), B: Green (Penmax), C: Blue (Penmax), D: Scarlet (Nooru), E: Red (Penmax), F: Red (Nooru)
3.5. 음식류
음식은 일상 생활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물질이다. 그리고 바나나 등 일부 음식물은 luminol이나 Bluestar 와 반응하기 때문에 혈액을 관찰할 때 위양성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AHP가 음식물과 반응하여 위양성을 나타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사과 (과육, 껍질), 바나나(과육, 껍질), 오렌지(과육, 껍질), 무, 고구마, 당근, 파(줄기 부분, 이파리 부분), 완두콩, 통조림 옥수수, 가공된 초콜릿(카카오 함량 82%) 표면에 혈액 20 µL를 떨어뜨린 후 AHP로 처리하고 위양성 및 위음성 반응이 나타나는지 관찰하였다. 그 결과, 실험한 모든 음식류에 표면에서 위양성 혹은 위음성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음식물 자체의 광 발광이 혈액의 광발광과 비슷하게 나타나 혈액을 구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Fig. 3). 이를 통해 음식물과 혼합된 혈액을 AHP로 증강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Fig. 3. Bloodstains deposited on the surface of apple (pulp), banana (pulp), and orange (pulp). The surfaces were treated with AHP, and were photographed under the following conditions. Top: Photographed under white light (F/8, ISO 800, shutter speed 1/10 s), Bottom: Photographed through orange filter under a 505 nm forensic light sources (F/8, ISO 800, shutter speed 1 s)
3.6. 식물성 기름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는 식물성 기름인 포도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올리브유를 혈액과 1:1로 혼합한 후 AHP를 처리하여 관찰한 결과 위양성 및 위음성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3.7. 세제류
세제는 일상에서 자주 접할 수 있고 혈액을 지우기 위해 흔히 사용될 수 있는 물질이다. 또한 luminol이나 Bluestar는 염소계 표백제와 반응하여 위양성을 나타내고, 산소계 표백제와 반응하여 위음성을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들 세제가 AHP의 위양성 혹은 위음성 반응을 유발하는지 관찰하였다. 염소계 표백제인 유한락스, 산소계 표백제인 옥시크린, 합성 세제인 참그린, 트리오, 프릴, 울트라클린, 리큐는 모두 액체 상태인 세제이다. 따라서 이들은 혈액과 1:1로 희석하여 관찰하였다. 비누인 알뜨랑과 디럭스팜, 그리고 베이킹소다, 과탄산나트륨, 구연산은 고체 상태인 세제이다. 따라서 이들은 1 g을 100 mL의 탈이 온수에 용해시킨 후 혈액과 1:1로 희석하였다. 이 혈액을 AHP로 처리하여 광발광을 관찰한 결과, 실험한 모든 세제류에서 위양성 및 위음성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3.8. 석유계 탄화수소
석유계 탄화수소는 연료용 뿐 아니라 방화의 수단으로도 사용되므로, 사건현장에서 혈액과 혼합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석유계 탄화수소 화합물인 휘발유, 경유, 등유와 혈액을 1:1로 혼합한 후 AHP를 처리하여 관찰한 결과, 위양성 및 위음성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4. 결론
금속 표면(스테인리스 스틸판, 강철판, 황동판, 구리판, 아연판), 플라스틱 표면(polyethylene, polypropylene, polystyrene, polyurethane, polycarbonate, polyethylene terephthalate, polyvinylchloride), 종이 표면(거름종이, 복사용지 및 핸드타올), 페인트 표면(red, scarlet, orange, green, blue 색의 수성페인트), 음식류(사과, 바나나, 오렌지, 무, 고구마, 당근, 파, 완두콩, 통조림 옥수수, 가공된 초콜릿), 식물성 기름(포도씨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올리브유), 세제류(염소계 표백제, 산소계 표백제, 합성 세제, 비누, 베이킹소다, 과탄산나트륨, 구연산), 석유계 탄화수소(휘발유, 등유, 경유)에 부착된 혈액을 acidic hydrogen peroxide(AHP)로 처리하고, 혈액을 관찰하는 조건(505 nm 광원을 비추며 오렌지색 필터를 통해 관찰)에서 관찰한 결과 모든 표면에서 위양성 혹은 위음성 반응이 관찰되지 않았다. 그러나 polyethylene terephthalate 표면, polyvinylchloride 표면, 페인트 표면, 음식류에서는 혈액을 관찰하는 조건에서 자체 광발광이 나타나 혈액을 관찰하는 것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이런 표면에서 혈액을 증강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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