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대한민국은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며, ‘헌법 4조’는 통일에 대한 기본 방향과 당위성을 제시하고 있다. 통일의 당위성은 민족의 정체성 회복, 통일 국가로서의 경제적 효과, 북한 주민의 삶의 질 향상 등이 있다.1,2 통일 교육과 통일을 위한 준비는 통일 국가 비 전을 제시하고 체계적이며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3 특히 교육은 남한과 북한의 이질감을 회복하고 통일을 위한 초석이 되고, 북한 교육에 대한 이해를 기본으로 한다.4
북한은 김정은 정권 수립 이후 ‘사회와 인민을 위한 투쟁하는 혁명가’, ‘지덕체를 갖춘 주체형 새 인간’ 양성을 목표로 신 학제의 교육제도를 도입하였다.5,6 유치원 1년, 소학교 5년, 초급중학교 3년, 고급중학교 3년의 학제로 구성하고, 중등교육은 전기와 후기로 분리하여 산업적 요구를 반영하였다.7 그리고 지식경제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과학기술의 인재 양성을 위해 기초과학, 정보과학, 자기 주도 학습 능력, 창의성 개발, 실험 실습 교육 등을 강조하였다.5
북한은 1990년 이후로 선진국으로 도약을 위해 과학기술 발달에 많은 투자를 하였고, 김정은 정권에도 이러한 기조는 유지되어 수학교육과 과학교육을 강조하였다. 특히 과학 시수를 증가하였다. 자연과학은 초급중학교에서 주당 5시간을 이수하고, 고급중학교에서 물리는 주당 1학년 3시간, 2학년 4시간, 3학년 5시간, 화학은 주당 1학년 2시간, 2학년 4시간, 3학년 2시간, 생물은 주당 1학년 2시간, 2학년 3시간, 3학년 3시간을 할당하여 교과별로 차별화된 시수 배당을 하였다. 이것은 남한 뿐 만 아니라 다른 선진국의 동향과 비교해도 많은 편에 속한다.6
북한 과학교육 연구의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첫째, 남한과 북한의 과학교육을 비교분석한 연구로, 남한과 북한 교과서의 지구과학 내용을 TIMSS 2019의 지구과학 평가틀을 이용하여 분석한 연구,8 남한과 북한 중학교 과학에서 빛에 관한 교과서 내용을 분석한 연구,9 남한의 ‘생명과학’ 교과서와 북한의 고급중 1학년의 ‘생물’ 교과서의 내용 특징을 비교한 연구10 등이 있다. 둘째, 북한 과학 교과서의 탐구 경향성에 대한 연구로, Romey의 탐구 경향성을 이용하여 고급중학교 1 화학 교과서를 분석한 연구가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북한 교과서의 탐구 경향성은 남한의 6차 교육과정에 따른 화학 I 교과서들과 유사한 탐구 경향성을 보인다.11 그리고 지구과학 내용의 탐구 경향성에서 대부분 권위형이 많아 학생들의 탐구력 향상에 제한적일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12 셋째, 과학 교사와 관련된 연구로, 북한 소학교와 초급중학교 과학과 교사용 지도서의 PCK 요소를 분석한 연구13와 ‘자연과학’ 교과서의 지구 과학 내용을 분석한 연구14 등이 있다.
선행연구와 같이, 북한 과학교육에 대한 연구는 주로 내용 분석 또는 탐구활동이 주를 이루고 북한 화학 교과서의 내용 요소를 분석한 연구는 부족하다. 북한은 교육도서출판사에서 발행한 단일종 교과서가 교육과정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교과서를 연구대상으로 하였다.5 구체적인 연구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북한과 남한에서 다루는 화학 교과 내용 요소 중 북한이 남한보다 선행하여 학습하는 내용 요소를 분석한다. 둘째,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를 분석한다. 이 연구는 북한 화학교육 과정의 이해와 북한과 남한의 통일된 화학 교육과정 조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연구 방법
연구 절차
본 연구의 절차는 Fig. 1과 같다.
Figure 1. Research procedure.
첫째, 북한 과학교육 관련 선행 연구를 분석하였다. 둘째,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에 기초하여 북한 교과서의 화학 내용 요소를 추출하기 위한 분석틀을 구성하고, 예비조사를 실시하였다. 셋째, 분석틀에 따라 북한 교과서의 화학 내용 요소를 추출하고, 남한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화학 내용 요소를 비교·분석하였다. 넷째, 분석 결과를 종합하고, 결론 및 제언을 제시하였다.
분석 대상 학교급 및 교과서와 단원
연구 대상은 남한의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물질 분야와 화학을 대상으로 하였다. 북한의 과학 교과는 소학교의 ‘자연’, 초급중학교의 ‘자연과학’, 고급중학교의 ‘물리’, ‘화학’, ‘생물’ 등이 있다. 북한 과학 교과 중 통일부의 북한 자료센터에서 자료를 제공하고 있고, 화학 내용 요소가 포함된 소학교3 자연, 초급중학교 1 자연과학, 초급중학교 2 자연과학, 고급중학교 1 화학, 고급중학교 2 화학을 연구 대상으로 하였다. Table 1은 분석 대상의 북한 교과서와 단원에 대한 정보이다. 북한 화학 교육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북한 언어를 그대로 제시하였다.
Table 1. Textbook Information
북한 교과서에 대한 정보를 ‘Level(학교급)’, ‘Subject(교과명)’, ‘Author Information(저자)’, ‘Chapter(대단원)’, ‘Unit(중단원)’ 등으로 제시하였다. 북한 소학교의 ‘자연’과 초급중학교의 ‘자연과학’은 단원명이 없고, 고급중학교의 ‘화학’은 가장 상위 단원인 ‘장’과 그 하위 단원을 ‘절’로 구성된다. 따라서 각 교과서의 대단원을 ‘Chapter’, 중단원을 ‘Unit’으로 분류하여 정리하였다.
분석틀 구성
북한 교과서의 화학 내용 요소와 남한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의 화학 내용 요소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분석틀을 핵심 개념, 일반화된 지식, 학교급, 교과서명, 대단원, 중단원, 내용 요소로 구성하였다(Table 2).
Table 2. Analysis framework
자료 수집 및 분석 방법
첫째, 분석틀에 따라 과학교육 전문가 1인과 현장 교사 2인이 각각 북한 교과서를 분석하여 화학 내용 요소를 추출하였다. 연구자간 분석 결과가 다른 경우, 논의를 진행하였다. 둘째, 남한의 2015 개정 화학과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 및 일반화된 지식을 기준으로 하여 학교급별 남한과 북한의 내용 요소를 비교·분석하였다. Table 3과 같이 북한의 학교급에 따른 교과서의 화학 내용 요소를 대단원과 중단원 수준에서 추출하였다. 셋째, 북한이 남한보다 시기적으로 선행하여 배우고 있거나 북한이 남한보다 양적으로 더 많이 배우고 있는 내용 요소를 구별하여 표시하였다.
Table 3. Content of North Korean Textbooks
연구의 제한점
북한 교과서는 개인의 구매가 허락되지 않고, 통일부가 구입하여 국립도서관 북한 자료실에서 제공하고 있는 교과서만을 연구 대상으로 할 수 있다. 현재 통일부 북한 자료실에서 북한 화학교육의 모든 교과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북한의 초, 중등 화학과 교육과정의 전체적인 내용 체계에 대한 이해 또는 남한과 북한의 화학 교육과정의 전체적인 비교는 불가능하다. 따라서 북한이 남한보다 선행하여 학습하거나 북한 교과서에서 다루고 있으나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요소를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및 논의
북한에서 남한보다 시기적으로 선행하여 학습하는 화학 교육의 내용 요소
북한 교과서의 화학 단원에서 남한보다 시기적으로 선행하여 학습하는 내용 요소는 Table 4와 같다. 북한과 남한 모두 다루는 내용 요소 중 북한이 남한 보다 선행 제시한 내용 요소를 학교급을 구분하여 제시하였다.
Table 4. Contents North Korea Learns Before South Korea
북한 교과서에서 2015 교육과정보다 시기적으로 선행하여 제시하고 있는 화학 내용 요소는 밀도, 산화와 환원, 전지, 원자량이었다. 밀도는 다양한 연구를 통해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8~9세 학생들은 밀도에 대한 개념이 어느정도 형성되지만 밀도와 무게를 확실히 구분하지 못하고 무게가 물질의 특성으로 고착화된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15 또한 13~14세에 도달한 학생들도 형식적 조작기에 다다르지 못한 경우 밀도와 관련된 과제를 만족스럽게 해결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16 형식적 조작기에 도달하지 못한 남한의 중학생들이 밀도 개념을 학습하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과 북한 모두 통일된 교육과정을 수립하기 위한 면밀한 학습자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산화와 환원에 대한 내용 요소는 초급중 ‘자연과학’ 교과서 내용 요소 중 연료와 연소에 대한 내용 요소를 다루며 다뤄진다. 연소 현상에 대한 열화학적 내용뿐만아니라, 연소 반응을 산화와 환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산화 환원 반응을 설명하며 산화제와 환원제 용어를 도입한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는 연소와 관련하여 6학년에서 연소 현상 관찰, 연소 조건, 연소 생성물을 다루고, 중학교 3학년에서 화학반응의 규칙과 에너지 변화를 학습하며 연소 반응에서 에너지 출입을 다룬다. 2015 교육 과정에서 산화·환원 개념은 통합과학에서 산소의 이동과 전자 이동 수준에서 다루고 있다. 화학 I에서 산화제와 환원제와 같은 용어를 도입하여 산화·환원을 다루고 있다. 북한과 남한에서 산화·환원 내용 요소를 도입하는 방식에서 많은 차이를 드러냈다. 북한의 경우 연소와 관련된 다양한 화학 개념을 다루고, 다룬 내용 중 일부 산화·환원을 다루는 반면, 남한은 산화·환원 반응의 일부로서 연소 현상을 다루며 산화·환원 반응이 적용되는 다양한 예를 도입하고 있다. 남한의 도입 방식은 개념을 자세히 다루지만 하나의 자연 현상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가지기 어렵다.17 하지만 북한의 도입 방식은 현상에 대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그러나 교과서의 한정된 지면과 교과서의 구성체계 문제로 인해 도입된 개념에 대하여 심도있게 다루기 어렵기 때문에 제시된 개념을 최대한 간결하고 명료하게 제시했다. 통일된 화학 교육과정 수립이 필요하다면 이러한 도입 방식의 차이를 조율하기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북한 초급중 교과서의 내용 요소는 물리, 화학, 생명, 지구과학 구분 없이 주제 중심으로 도입되어 있다. 전지에관한 내용은 전기를 다루는 단원에서 전압 단원 다음에 위치한다. 북한 교과서에서 다루는 전지의 내용 요소는 우리 주변에서 이용되는 전지의 종류와 쓰임새, 볼타 전지에 대한 간단한 소개, 건전지 분해, 소금물 전지와 과일 전지 실험이다. 전지를 다루는 내용에서 주로 전자의 이동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의 경우 고등학교 통합과학에서 연료전지에 관한 내용을 정성적으로 다루고, 화학 II에서 전기화학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며 전지의 작동원리를 산화·환원 반응으로 설명하고 있다. 전류 또는 전지와 관련된 선행 연구들18,19,20에서 공통적으로 학생들이 전기관련 내용 요소와 전기화학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전기와 같이 서로 다른 학문 영역에서 유사한 주제를 다룰 때 학생들의 이해를 방해할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 이에 대한 교육적 해법으로 전기와 관련된 단원에 정확한 입자적, 에너지적 관점 도입과 물리학에서 설명하는 전류와 전지개념을 자유전자나 이온 개념으로 설명하는 교육과정 개편을 제안하고 있다.21 학생의 전기에 대한 효과적 이해와 남한과 북한의 교육과정 조율을 위해 북한 교과서에 도입된 전기 단원과 관련된 내용 요소 구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
핵심 개념 ‘물리적 성질과 화학적 성질’에서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는 Table 5과 같다.
Table 5. Content elements of North Korean textbooks not covered in South Korea's 2015 curriculum ‘physical and chemical properties’
남한의 2015 교육과정 핵심개념 ‘물리적 성질과 화학적 성질’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 요소는 물체와 물질의 종류와 성질, 용액의 종류와 분류, 용액의 성질, 혼합물의 분리 방법 등을 다루고 있다. 북한 교과서에서는 초급중1 ‘자연 과학’ 교과서의 ‘물과 우리 생활’ 단원에서 남한의 2015 교육과정의 내용 요소들과 비슷한 내용 요소를 다루고 있다. 그런데 북한 교과서에서는 물을 주제로 하여 다양한 내용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어떤 물에서 빨래가 잘되는지 실험을 통해 내용 요소를 제시하고 있다. 북한 교과서에서 제시된 빨래 실험에서 광물질 성분을 첨가한 물과 그렇지 않은 물에서 비누로 거품을 내보고 실제 빨래를 하며 어떤 물이 빨래가 잘 되는지 확인을 통해 센물과 단물 내용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앞선 예에서 보듯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 중 남한에서 다루지 않는 것은 주로 실생활과 관련된 내용이다. 2015 교육과정에서는 내용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실생활 예를 일부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이 과학 학습의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고 실제 생활 속의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려는 능력과 태도를 기르기 위해 실생활과 관련된 자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22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내용요소를 좀 더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갖는 주제 중심으로 도입하는 방안을 모색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핵심 개념 ‘화학반응’에서 북한이 남한보다 추가적으로 학습하는 내용 요소는 Table 6와 같다.
Table 6. Content elements of North Korean textbooks not covered in South Korea’s 2015 curriculum ‘Chemical Reaction’
남한의 2015 교육과정 핵심개념 ‘화학반응’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는 연소 현상, 연소 조건, 연소 생성물, 변화, 화학반응식과 법칙, 산화·환원, 산과 염기, 중화반응, 화학의 유용성, 탄소 화합물의 유용성, 평형, 반응속도, 촉매, 효소 등이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는 주로 연료와 연소생성물, 금속과 무기물질, 탄소화합물, 합성섬유, 합성수지, 합성 고무와 같은 고분자 물질과 관련된 내용 요소이다. 남한의 2015 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고, 북한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는 주로 일상 생활이나 산업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물질이다. 산업이나 생활속에서 사용하는 물질을 예시로서 간단히 다루는 것이 아니라 물질의 제법, 반응, 등을 자세히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고급중 1 ‘화학’ 교과서의 ‘생활속의 무기물질’ 단원에서 합금을 다루고 있다. 교과서 내용에서 다양한 합금의 녹는점 실험과 탄소함량에 따른 탄소강의 종류를 다룬다. 또한 합금의 결정 구조에 따른 전기 전도성 등을 내용 요소로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화학의 유용성을 다루며 생활이나 산업에서 사용되는 물질을 다루지만 물질 특성과 사용을 소개하는 정도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과학을 공부하는 동기는 지식의 확장과 개인적 유용성 및 진로 요인이 가장 크고, 과학 학습에 대한 내적 동기가 약하다. 특히, 개인의 유용성은 일상 생활 적용에 대한 동기가 크고, 진로 요인은 진학이나 자신의 진로 탐색에 대한 동기가 크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23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찰을 해 보면 북한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들이 일상 생활의 문제 해결과 산업에서 물질을 다루는 내용이므로 학생들의 학습 동기 유발에 내용 요소 면에서 장점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 교과서는 내용 요소 중 화학 공업과 관련된 내용 요소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학생들의 화학과 관련된 진로 설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핵심 개념 ‘물질의 규칙성과 결합’에서 북한에서 남한보다 추가적으로 학습하는 내용 요소는 Table 7과 같다.
Table 7. Content elements of North Korean textbooks not covered in South Korea's 2015 curriculum 'regularity and combination of substances'
남한의 2015 교육과정의 핵심 개념 ‘물질의 규칙성과 결합’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는 원소의 생성, 물질의 형성, 금속과 비금속, 최외각 전자. 이온결합, 공유 결합이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는 금속과 비금속 물질의 반응 규칙성, 무기 물질의 분류, 이온 결합 물질 해리와 수화 과정 등이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금속과 비금속 내용 요소를 다룰 때 주기율표에서 금속과 비금속의 위치와 족과 주기에 따른 주기적 성질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금속과 비금속 물질의 주기적 성질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화합물을 예를 들어 설명한다. 하지만 북한 교과서에서는 금속 산화물, 비금속 산화물, 금속 수소화물, 비금속 수소화물과 같은 물질을 중심으로 각 물질의 성질과 제법 등을 설명하고 있다. 남한은 주기율표의 규칙을 바탕으로 이에 해당하는 물질을 예로 든 반면, 북한은 물질의 성질과 제법으로 주기적 성질을 추론하는 방식으로 내용 요소를 도입한다.
주기율표를 이해하기 위해 학습자들은 초기 형식적 조작 수준의 인지 능력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 교사들은 주기율표 수업을 할 때 학생들이 주기적 성질의 개념을 좀 더 쉽게 학습할 수 있도록 실생활과 관련된 예를 많이 포함해야 한다고 보고하고 있다.24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고찰을 해 보면 북한 교과서와 같이 내용 요소를 물질로 도입하면 주기적 성질에 대한 예시는 풍부하지만 예시를 통해 물질의 주기적 성질을 추론해 내는 것이 형식적 조작 수준의 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남한의 주기적 성질에 대한 내용 요소 도입은 개념 설명은 충분하지만 주기적 성질에 대한 예시가 충분하지 못하다.24 그러므로 북한에서 다루지만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 요소가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보완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핵심 개념 ‘자연의 구성물질’에서 추가적으로 학습하는 내용 요소는 Table 8과 같다.
Table 8. Content elements of North Korean textbooks not covered in South Korea's 2015 curriculum 'constituents of nature'
남한의 2015 교육과정 핵심 개념 ‘자연의 구성물질’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는 지각과 생명체 구성 물질의 규칙성, 생명체의 구성물질, 신소재, 전자기적 성질이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는 식물에게 필요한 미량 원소, 동물에게 필요한 영양소와 관련된 내용 요소이다. 남한의 화학 교육과정에서 다루는 자연의 구성 물질 내용 요소는 단백질과 DNA와같이 세포를 구성하는 물질이 주로 도입되어 있고, 북한은 식물과 동물에게 필요한 영양분의 조성과 제법 및 그 이용과 관련된 내용 요소가 도입되어 있다. 학생들이 광합성과 세포 기관의 관계를유기적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고, 교과서에서 제시하는 ‘양분’이라는 포괄적 개념으로 인해 유기 양분과 무기 양분에 대하여 정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는 보고를 하고 있다.25 또한, 동물의 영양과 관련된 내용 요소는 주로 ‘생명과학’과 ‘기술·가정’에서 다뤄지고 있다. ‘생명과학’과 ‘기술·가정’에서 다뤄지는 내용 요소가 상당 수 중복되고, 중복되는 내용 요소의 용어와 영양소가 들어있는 음식물의 일관성이 부족하여 학습자가 혼란을 일으킬 수 있음을 알리고 있다.26
북한 화학 교과서에 다루는 내용 요소를 남한 2015 교육과정의 다른 교과 내용 요소에서 다루고 있다. 그런데 북한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는 유기 합성 지식을 필요로 한다. 그래서 2015 교육과정의 다른 교과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 보다 난이도가 높다 할 수 있다. 모든 물질은 화학의 영역에서 다뤄질 수 있다. 특히, 영양 물질과 같은 내용 요소는 다른 영역과 융합되어 제시될 때 더욱 효과적인 제시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 요소는 다른 학문과 용어 및 예시의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개념 수준 및 위계가 충분히 논의된 후 도입되어야 학습자의 혼란을 줄이고, 효과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핵심 개념 ‘화학결합’에서 추가적으로 학습하는 내용 요소는 Table 9와 같다.
Table 9. Content elements of North Korean textbooks not covered in South Korea's 2015 curriculum 'Chemical Bond'
남한의 핵심 개념 ‘화학결합’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는 이온결합, 공유결합, 금속결합, 전기음성도, 쌍극자 모멘트, 결합 극성, 전자점식, 전자쌍 반발이론, 분자구조가 있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고, 북한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는 시그마 결합과 파이결합, 오비탈의 혼성화, 혼성화와 분자구조, 배위 결합과 착화합물 등이다. 북한 교과서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들은 남한의 2015 교육과정의 전문 교과 ‘고급화학’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 전문 교과의 목표는 기초적인 학습 내용을 바탕으로 심화된 내용을 습득하는 것이다. 또한 실생활 문제를 과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과학자가 될 수 있는 소양을 함양하는 것이다.27 분석 대상 교과서는 북한 일반 학생이 수업에 이용하는 교과서이다. 그런데 내용 요소로 남한의 2015 교육과정 전문 교과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핵심 개념 ‘화학 결합’에서 북한의 교과서가 다루는 내용 요소가 많고, 난이도가 높게 설정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북한 교과서의 고급중2 ‘화학’에는 유기 화학 내용 요소가 포함된 단원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북한은 다양한 유기 화학 단원에서 다뤄지는 물질의 형성 및 구조와 관련된 내용 요소를 설명하기 위해 좀 더 심화된 화학 결합 내용 요소를 포함하였다고 볼 수 있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는 유기 화학과 관련된 내용 요소가 화학 I의 ‘탄소화합물의 유용성’에서 다뤄지고 있다. 이 내용 요소에서 몇 가지 탄소화합물의 쓰임과 사회에 미친 영향을 간략하게 다루고 있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의 탄소화합물에서 다루는 내용 요소는 북한 교과서에서 다루는 그것과 양적으로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향후 우리나라 교육과정 개발이나 북한과 우리나라의 통합된 교육과정 개발에서 탄소화합물과 관련된 내용 요소를 다루게될 때 하나의 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및 제언
남한의 2015 개정 과학과 교육과정과 북한 교과서의 화학 내용 요소를 비교·분석하여 북한이 남한의 화학교육보다 시기적으로 선행하여 학습하는 내용 요소와 북한이 남한 보다 양적으로 더 많이 학습하는 내용 요소를 조사·분석한 결론은 다음과 같다.
북한에서 남한 2015 화학 교육과정보다 시기적으로 선행한 내용 요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밀도와 관련된 내용 요소는 소학교에 현상과 밀도를 계산하는 활동으로 제시되어 있다. 둘째, 산화·환원 내용 요소는 초급중학교에서 도입되는데 연소 현상을 주제로 하여 연소와 관련된 다양한 화학 개념 일부로 산화·환원을 다루고 있다. 셋째, 전지와 관련된 내용 요소는 전기 단원에서 물리 영역과 통합적으로 다뤄지고 있으며, 전자이동을 중심으로 내용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북한에서 선행한 내용 요소는 밀도와 관련된 내용 요소에서 학생들의 인지 발달 수준을 고려한 도입, 산화·환원 내용 요소와 같은 주제 중심의 내용 요소 도입, 전기 내용 요소와 같은 다른 교과 영역과 통합적 제시와 같은 시사점을 제공해 주고 있다.
남한의 2015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빨래의 원리라는 일상 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내용 요소를 다루며 빨래가 잘되는 조건, 물의 성질 등과 같이 관련 내용 요소를 함께 도입하고 있다. 둘째, 연료, 금속, 무기물질, 합성수지 등과 같이 산업과 관련된 물질을 다루는 내용 요소를 다루며 산업에서 활용하는 물질의 용도와 제법 등을 자세하게 다루고 있다. 셋째, 금속 및 비금속 산화물과 수소화물을 다루며 물질의 규칙성과 관련된 내용 요소를 도입하고 있다. 넷째, 식물과 동물의 영양 성분의 구조, 성질, 제법, 반응 등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다섯째, 공유 결합과 관련된 심도 있는 내용 요소를 다루고 있다. 남한의 2015 교육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북한 교과서 내용 요소는 빨래와 같은 일상 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을 이용하여 학생들이 과학 학습에 대한 흥미와 실제 생활속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기 위한 내용 요소 도입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또한, 산업과 관련된 내용 요소를 강조하여 다룸으로써 학생들에게 화학의 유용성을 주지시키고, 학생들이 화학과 관련된 진학이나 진로 설정에 필요한 지식을 제공하고자 한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영양 물질’과 같이 다른 교과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 요소를 다룸으로서 타 교과의 내용 요소와 융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공유 결합 내용을 심도있게 다루며 유기 화학과 관련된 심도 있는 지식을 학습자들에게 제공하고, 금속과 비금속 산화물 및 수화물에 대한 내용 요소를 통해 학습자들이 물질의 규칙성을 유추할 수 있도록 내용 요소를 구성하고 있다.
고급중1 ‘화학’의 교시에서는 화학은 자연을 개조하여 물질적 부를 만들어내는 교과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고급중2 ‘화학’의 교시에서는 화학은 사물과 현상의 법칙과 원리를 배워 현실에서 활용하고, 새로운 것을 착상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교시를 통해 북한은 화학이라는 교과의 실용성을 강조하는 한다고 볼 수 있다.
북한 교육과정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와 통일된 화학 교육과정 개발을 위해 내용 요소 분석 뿐만 아니라, 북한과 관련된 다양한 자료 수집을 통하여 북한 화학 교육과정에 대한 전체적인 분석과 북한 수업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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