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식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옛날부터 인류생활과 밀접한 인연을 가지고 있고 음식의 맛과 간을 맞추는데 이용되어온 발효식품일 뿐만 아니라 민간 의약으로도 널리 사용되어 왔다 [4]. 우리나라에서는 오래전부터 탁약주를 이용한 양조 식초가 상류층 가정에서 자가 제조되어 이용되다가 1950년대 후반에 비로소 양조식초가 공업적으로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식초는 초산을 비롯하여 25종 이상의 유기산, 20여종의 아미노산, 20여종의 ester 및 각종 영양물질을 함유하고 있다 [16].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알려져 있는 식초에 함유된 이러한 기능성 물질들은 천연의 원료로부터 발효 과정을 통해서 합성되기 때문에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 소화액의 분비촉진, 피로회복, 당뇨병 완화, 비만 방지, 혈압 상승 방지, 노화 방지, 항종양 효과 등의 기능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최근에는 조미료로서 뿐만 아니라 건강음료로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21, 29]. 또한 특유의 강한 산성으로 식품 내 유해 미생물의 생육을 억제하는 대표적인 발효식품이다[2].
우리나라에서는 양조식초를 과실 술덧, 과실 착즙액, 주정 및 당류 등을 혼합하여 초산 발효한 과실식초, 곡물 술덧, 곡물 당화액, 에탄올 및 당류 등을 초산 발효한 곡물식초, 그리고 주정, 당류, 첨가물 등을 초산 발효한 주정식초 등으로 나누고 있다[23]. 식초 제조 방법도 산업적 대량생산 방법 뿐만 아니라 근래에는 전통적인 숙성방법인 정치배양 식초가 출시되면서 고급화, 다양화 되어 건강음료 소재로 활용되고 있다[10, 18].
초산균은 그람 음성 또는 그람 다양성, 호기성, 포자 비형성, 막대형 세균으로서 독립적, 쌍, 또는 사슬 형태로 존재된다. 적정생장 pH는 5.0~6.5 범위이며, pH 3.0~4.0 정도에서도 생장이 가능하다[26]. 초산 발효에 있어서 초산균은 식초의 품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으로서, 초산균은 그 종류에 따라 생성하는 acetic acid 함량이 다르며, 총산 함량을 좌우하는 품질판정의 지표로 이용되므로 우수한 초산균을 개량하는 것은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초산균은 당과 알코올을 초산으로 산화시킬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초산과 젖산을 재산화시킬 수 있는 Acetobactor 속 및 Gluconacetobactor 속과, 알코올보다 당을 더 선호하며 초산을 재산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는 Gluconobactor 속으로 분류된다. Acetobactor 속 계열의 초산균 대부분은 식초 제조에 이용되고 있다[27].
최근, 국내 식초 연구는 원료의 기능성을 이용한 식초개발로써 야콘, 오이, 복분자, 홍삼 등을 사용한 웰빙형 천연발효 식초 연구가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식초의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우수 초산균에 관한 연구는 특정 원료에 적합한 균주 선발로 제한적인 연구가 이루어졌다. 고품질의 발효 식초 제조 시 필요한 초산균의 특징은 알코올 산화력, 초산 생성능, 초산의 비과산화, 낮은 pH 저항성 및 세포외 다당 비생성 등이 있다. 따라서 재래식초의 품질을 향상 시킬 수 있는 산업용 우수 초산균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의 전통 식품으로부터 우수 초산균을 탐색하고, 분리균을 막걸리에 접종하여 식초 발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하여 확인하였다.
재료 및 방법
초산균 분리 및 배양 배지
초산균 분리용 평판 배지는 GYC agar 배지(Yeast extract 1%, Glucose 5%, CaCO3 3%, Agar 2%)에 에탄올이 3% 함유된 배지를 사용하였으며[6, 32], 초산균 증식을 위한 배지로는 에탄올이 3% 함유된 YG 배지(Yeast extract 1%, Glucose 5%)를 사용하였다.
초산균의 분리 및 동정
초산균은 시중에 판매되는 생막걸리와 실험실에서 만든 막걸리, 그리고 가정에서 제조한 재래 식초 등으로부터 분리하였다. 이를 위하여 전통적인 방법으로 막걸리를 제조하여 공기와 접촉한 상태에서 30일 가량 발효시켜 식초를 만들었으며, 시중에 판매되는 생막걸리도 동일한 방법으로 초산 발효시켰다[20].
초산 발효된 막걸리 식초와 각종 재래 식초를 3% 에탄올이 함유된 GYC agar 배지에 도말하여 30℃에서 3일 동안 배양하여 생성된 초산균의 단일 집락(colony)을 동일한 배지에 계대 배양하여 순수 분리한 뒤, 고체배지에 점적하고 30℃에서 7일간 배양한 후 생성된 투명환의 크기를 비교하여 우수 초산균을 선별하였다[8, 13, 22].
초산 생성능이 가장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균주를 최종 선택하여 16S rR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하여 동정하였다.
분리균주의 적정 생장 온도 및 pH
분리균주의 적정 생장온도를 확인하기 위하여 3% 에탄올을 함유한 YG 액체배지(Yeast extract 1%, Glucose 5%)에 분리 균주를 접종하여 25.0℃, 27.5℃, 30.0℃, 32.5℃에서 150 rpm으로 진탕배양하면서 일정시간 간격으로 흡광도(660 nm)를 측정하였다.
적정 pH를 확인하기 위하여 동일한 배지에 분리균을 접종한 것을 pH 5.5~7.5 범위에서 pH를 0.5 간격으로 조절하여 30℃, 150 rpm 조건에서 배양하면서 배지의 흡광도(660 nm) 를 측정하였다.
분리균주의 생장에 미치는 알코올의 영향
분리균주의 생장에 미치는 알코올 농도의 영향을 확인하기 위하여 액체배지에 알코올 함량을 3~7% 범위로 조절하여 30 ℃, 150 rpm 조건에서 배양하면서 일정 시간 간격으로 배지의 흡광도(660 nm)를 측정하였다.
막걸리 식초 제조
막걸리에 분리균을 접종하여 초산 발효하는 과정에서의 발효 특성을 확인하기 위하여 먼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막걸리를 제조하였다. 쌀 3 kg을 12 시간 가량 물에 불린 다음 찜기로 1시간 가량 찐 후 고두밥이 식을 때까지 공기 중에 방치하였다. 고두밥이 완전히 식은 후 소독된 항아리에 고두밥과 누룩 10%(w/w), 끓인 후 식힌 물 12 l를 넣고 잘 섞은 후 30℃ 배양기에 보관하였다.
막걸리를 만들고 9일째 되는 날 항아리에 있는 막걸리의 찌꺼기를 걸러낸 후 막걸리의 알코올 농도를 6%로 조절하였다. 이를 세 개의 작은 항아리에 3 l 씩 나누어 담고, 각각의 항아리에 전배양한 대조균주와 실험균주를 각각 0.5%(v/v)씩 주입하여 30℃ 배양기에 보관하였다. 분리된 균주의 발효 특성 비교를 위한 대조균주로는 농업유전자원센터(KACC)에서 분양받은 Acetobactor pasteurianus KACC 13993, Gluconobactor oxydans KACC 16335를 사용하였다.
초산 발효 중 일정 시간 간격으로 각 항아리에서 시료를 채취하여 총산도, pH, 유기산, 그리고 총균수의 변화를 관찰하였다.
막걸리 식초의 산도 및 pH 측정
산도는 시료 10 ml에 phenolphthalein 지시약 2~3 방울을 떨어뜨린 후 0.1 N-NaOH 용액으로 적정한 후 소비된 용액의 양을 acetic acid로 환산하였으며[11], pH는 pH meter (model 520A, Orion Co Ltd., USA)를 사용하여 측정하였다.
막걸리 식초의 유기산 측정
막걸리 초산 발효가 종료된 후 초산 발효 과정에서 생성되는 대표적인 유기산인 acetic acid, malic acid, citric acid를 측정하였다. 유기산 분석을 위해 Sep-pack C18 cartridge (Waters Co., USA)로 색소 및 단백질 성분을 제거하고 0.45 μm membrane filter로 여과하여 HPLC (Agilent 1260, Agilent Technol., Santa Clara, CA, USA)로 분석하였다. 유기산은 Hi-Plex H column (7.7 mm×300 mm, Agilent Technol., USA) 및 UV detector (210 nm)를 사용하였으며, 이동상 5 mM sulfuric acid, 유속 0.6 ml/min의 조건으로 분석하였다. 모든 표준물질은 Sigma 제품으로 사용하였다.
막걸리 식초의 총 균수
초산 발효 도중 시료 내의 미생물 군집 변화를 관찰하기 위하여 시료 1 ml를 취하여 10배 희석법으로 희석한 시료를 초산균 계수를 위하여 초산균 분리용 평판배지에, 효모 계수를 위하여 YPD 평판배지에 각각 도말하여 30℃ 배양기에서 배양한 후 형성되는 집락을 계수하였다.
결과 및 고찰
초산균의 분리 및 동정
실험실에서 제조한 막걸리, 시중의 생막걸리, 그리고 가정에서 제조한 각종 식초를 3% 에탄올이 함유된 GYC agar 배지에 도말하여 배양한 결과 가정에서 제조한 감식초에서 집락 주변에 가장 큰 투명환을 형성하는 균주를 가장 활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여 분리하였다[20].
분리균의 16S rRNA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한 결과는 분리 균주는 Acetobacter pasteurianus와 염기서열이 완전히 일치하여 유연관계가 매우 가까움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Acetobacter pasteurianus CK-1로 명명하였다.
분리균주의 적정 생장 온도 및 pH
분리균주의 적정 생장온도는 30.0℃로 확인되었으며, 27.5 ℃와 32.5℃에서 상대적으로 생장이 급격하게 둔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Fig. 1). 이러한 생장 특성은 다른 종의 일반 세균에 비하여 매우 좁은 적정 생장 온도를 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초산균은 25~30℃의 적정 생장 온도를 나타내며, 이 온도 보다 높아지면 효소 비활성화, 막 손상, 그리고 생산된 초산의 독성 때문에 생장 저해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8].
Fig. 1. Comparison of growth of A. pasteurianus CK-1 at different temperature. ♦, 25.0℃; █, 27.5℃; ▲, 30.0℃; ◊, 32.5℃.
초산균은 초산 배양 과정에서 배지 내 초산의 농도가 증가함에 따라 세포 외부에 피막을 형성함으로써 pH 저하에 대한 저항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12], 분리균주는 pH 6.0에서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였으며, pH 5.5와 pH 6.5에서도 높은 성장율을 나타내었다(Fig. 2). 반면 pH 7.0에서는 성장이 급격하게 둔화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A. pasteurianus가 pH 5.0 정도의 적정 생장 조건을 나타낸다는 결과 보다는 높은 수치를 보였다[25].
Fig. 2. Comparison of growth of A. pasteurianus CK-1 at different pH. ♦, pH 5.5; █, pH 6.0; ▲, pH 6.5; ◊, pH 7.0.
분리균주의 생장에 미치는 알코올의 영향
초산 발효에 있어서 배지 내 알코올의 함유량은 초산균의 생장 및 발효능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며, 초기 알코올 농도가 너무 높으면 초산 생성이 저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7]. 일반적으로 초산균은 4% 정도의 알코올 농도에서 생장이 억제되며[3], 알코올 저항성은 환경 요인의 영향에 의한 종 의존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9].
본 연구에서 분리한 A. pasteurianus CK-1의 경우에는 배지 내 초기 에탄올 농도가 4%일 때 가장 활발하게 증식하였으며, 에탄올 농도가 높아질수록 생장이 점차 억제되었지만, 에탄올 농도가 7%인 배지에서도 성장이 가능하였다(Fig. 3). 다른 다수의 연구[7, 19]에서 A. pasteurianus는 초기 알코올 농도가 5.0% 전후일 때 초산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는반면, Acetobacter aceti의 경우에는 알코올 농가 5% 이상일 때 생장이 억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4].
Fig. 3. Comparison of growth of A. pasteurianus CK-1 at different ethanol concentration. ♦, 3%; █, 4%; ▲, 5%; ◊, 6%; ○, 7%.
배지 내 알코올 농도가 9%일 경우에는 생장이 현저하게 지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Data unshown).
막걸리 식초의 산도 및 pH 변화
초산발효 과정 중 pH 및 산도의 변화를 측정한 결과를 Fig. 4에 나타내었다. 초산발효 중 pH의 변화는 발효 초기 pH 3.54 에서 점차적으로 낮아져서 발효 18일 경과 후에는 pH 2.77을 나타내었다. 이러한 결과는 다른 막걸리 식초 발효 실험에서의 결과와 유사하였다[14, 19].
Fig. 4. Changes of acidity and pH during acetic acid fermentation. ♦, pH; █, acidity.
산도는 초기 산도 0.75%였던 것이 발효 4일경부터 점차 증가하여 18일째에는 5.54%로 측정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본 연구와 동일 조건(알코올 함량 6%, 정치배양)으로 제조한 식초의 최대 산도가 5.50%로 측정되었다는 결과와 유사하였으며 [14], Acetobacter pomorum IWV-03 [24], Acetobacter pomorum JAC002 [19]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이다.
막걸리 식초의 유기산
초산균에 의해 과잉 생성된 acetic acid는 acetyl-CoA를 거쳐서 citric acid, malic acid 등의 유기산으로 전환된다[30]. 초산 발효 후 발효액 내 유기산을 분석한 결과 분리균주 A. pasteurianus CK-1에 의해 발효된 식초에는 acetic acid가 3575.7 ±48.6 mg% 정도로 높게 검출되었으며, malic acid와 citric acid는 각각 2150.8±27.6 mg%와 55.8±3.7가 검출되었는데, 대조 균주인 G. oxydans KACC 16335에 비해서 같은 속인 A. pasteurianus KACC 13993와 유사한 농도의 유기산이 생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Table 1). Citric acid는 A. pasteurianus CK-1의 경우 55.8±3.7 mg% 정도의 낮은 농도를 나타낸 반면, G. oxydans KACC 16335에서는 860.4±5.5 mg% 정도의 높은 농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결과는 초산 발효 과정에서 발효균 주에 따라 발효액 내의 유기산 함량 및 비율이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전의 연구에서도 발효균 종류, 발효조건 등에 따라 유기산 조성과 함량에 차이가 있는 것이 확인된 바 있다[1]. 또한 분리균주와 대조균인 A. pasteurianus KACC 13993의 경우 acetic acid 뿐만 아니라 상당량의 malic acid를 생산하는 것을 확인하였는데, 이는 대부분의 시판 식초에서는 유기산의 대부분을 acetic acid가 차지한다는 사실과는 차이가 있으다[15]. Malic acid가 풍부하다는 것은 식초에서 과일향을 느낄 수 있게 할 것이다.
Table 1. The contents of organic acids in makgeolli vinegar
1)mean (n=3)
막걸리 식초의 총균수
식초의 acetic acid는 미생물의 세포막과 세포벽의 손상을 유발하여 생장을 억제하는 것으로알려져 있다[5, 31]. 초산 발효 과정에서 효모와 A. pasteurianus CK-1의 개체군 변화는 반 비례적인 양상을 보였다(Fig. 5). 초산 발효 초기에는 효모가 우점하여 A. pasteurianus CK-1 개체수가 매우 낮았지만, 발효가 진행되면서 서서히 A. pasteurianus CK-1이 증식하여 10일 정도 경과 후 정체기에 도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발효가 진행됨에 따라 효모 개체수는 점점 감소하였는데, 이는 유기산 생성에 따른 생장억제 결과로 추정된다.
Fig. 5. Changes of yeast and acetic acid bacteria during during acetic acid fermentation. ♦, yeast; █, acetic acid bacte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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