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대학생 시기는 청소년과 성인 전기의 과도기적 시기로 청소년기에 확립한 자아 정체감을 바탕으로 사회적 친밀감을 형성하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 가운데 많은 선택과 갈등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자아 정체감을 확립하지 못한 미성숙한 상태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고, 성숙한 인격체로서 해야 할 역할과 책임을 강요받는다[1][2]. 대학생 시기 동안 대학교육을 통해 학업과 미래의 직업인으로서 행동양식과 성격 특성을 습득하며[3], 향후 전공을 살려 취업했을 때 해당 직업에 맞는 역할을 감당하고 그 직업으로 살아가게 된다. 하지만 현재 대학생들은 입시로 인해 유예했던 자아 정체감 확립과 사회진출을 위한 직업인으로서의 자기 계발을 두고 또다시 타인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고 이러한 지속적이고 과도한 경쟁은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을 손상시킨다.
특히 의과대학생은 타 전공 대학생보다 많은 이수학점과 유급제도,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학과 분위기, 쉴 틈 없이 시험을 불러오는 블록식 수업과 쿼터 학기제, 고등학교 시절보다 더 촘촘해진 시간표와 방대한 학업량, 이에 비해 재충전하기엔 턱없이 짧은 방학, 병원 실습과 같은 특수한 교육과정으로 인해 더 많은 스트레스와 심리적인 압박으로 고통받고 있다[4]. 또한 고교 시절 최상위권을 유지하던 학생들이 의과대학 진학 후 성적 하락을 경험하면서 중위권 학생이 되거나 유급을 당하는 등 자아상에 손상을 입어 학업을 중단하거나, 우울감에 휩싸여 자살을 생각하는 심각한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3][5].
의학교육제도는 짧은 시간 동안 두 번의 큰 변화를 겪었다[6]. 첫 번째 변화로는 의과대학에서 의학전문대학원으로의 변화이다. 이 변화는 폭넓은 소양과 자질을 갖추어 의학에 입문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2000년 의학전문대학원에 대한 첫 논의가 이루어진 후 2005년부터 전국의 의과대학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에 유리한 대학 입시 과열뿐 아니라 대학원 입시 과열을 초래하였고, 학생들의 평균연령이 높아지면서 전공의들의 체력문제와 군 복무 문제, 결혼적령기와 겹치면서 높은 중도 이탈률을 보이는 등 다양한 문제를 초래하였다. 이에 다시 2013년부터 의과대학 체제로 전환되었고 이것이 두 번째 변화이다. 이러한 입시와 교육과정의 변화는 의과대학생들의 혼란을 더욱 가중시켰다.
의과대학생의 경우 입학과 동시에 직업이 의사로 정해지는 대부분이다. 그래서 의학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이들의 성격적 특성은 의사가 되어 상대하는 환자들에게 간접적,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따라서 의학교육은 학생 개인의 정신건강뿐만 아니라 전체 국민의 정신건강과 연결되어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7].
정신건강의 영역은 크게 외현화 문제와 내재화 문제로 구분할 수 있다[8]. 공격적인 행동, 비행과 같이 통제가 부족하고, 겉으로 드러나는 외현화 장애는 실증연구가 많이 이루어졌지만, 그에 비해 사회적 위축, 신체적 호소, 우울, 불안 등과 같은 내재화된 문제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관심이 부족했다.
선행연구에 따르면, 우울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공중보건 문제이며, 점점 더 흔하게 발생할 것이라 하였다[9]. 같은 맥락에서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이하 WHO)에서는 21세기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 중 하나하나로 우울증을 지적할 만큼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다. 가벼운 기분 저하, 흥미 상실, 단순한 슬픔에서 시작하여, 체중이나 식욕의 변화, 수면이상, 삶에 대한 무가치감, 집중력 저하를 경험하고 끝으로 자살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10]. 또한 대학생과 같은 후기 청소년기의 우울은 불안장애, 품행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장애, 물질 남용 장애와 같이 다른 정신과 질환이나 신체적 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11].
의과대학생의 우울에 관한 첫 연구로는 신입생을 대상으로 1995년에 시행된 건강실태조사로 의과대학생의 육체적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 관심을 가진 첫 연구라는 점에서 가치가 있지만, 일개 대학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두 시점에서 불안과 우울 점수를 비교하는 기초적인 수준에 그쳤다[12]. 이후 2007년에 전국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에 대한 전수조차가 최초로 이루어졌다. 이 실태 조사에서 의과 대학생 60% 가 자신에게 우울증이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보고하였고, 26% 이상의 학생들이 자신의 정신 건강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치료적 개입을 요구하였다. 또한 자살이 우울 장애의 가장 큰 위험요인임을 고려할 때, 우울 장애를 겪고 있는 학생들 중 자살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자살 위험도를 평가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여 자살 위험 조기 발견 및 자살 예방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을 제언하였다[13].
연구 동향을 살펴보는 것은 주제 및 개념에 대한 연구의 흐름을 파악하고, 연구 대상, 연구 방법 등의 특징적인 경향을 살펴봄으로써 추후 연구과제와 방향을 제시할 수 있게 하는 연구적 가치가 있다[14]. 하지만 2007년 함봉진의 연구 이후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한연구들의 동향을 살펴보면 의과대학생을 위한 멘토링프로그램에 대한 연구 동향 고찰과 전반적인 의과대학생 교육을 다룬 논문 2편이 전부였고, 의과대학생의 정신건강, 정서, 심리적인 특성을 다룬 연구동향은 없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전국 의과대학생을 전수 조사한 최초의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다루어진 의과대학생의 우울 문제가 그 이후 어떻게 연구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즉, 우울 문제에 대한 연구의 특성, 우울 측정 도구, 연구방법, 우울과 관련된 변인들을 분석해보고, 우울 감소를 위해 필요한 향후 연구과제와 개입방법을 탐색하는 데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Ⅱ. 연구방법
1. 검색전략
본 연구는 의과대학생의 우울에 관한 연구 동향을 분석하기 위해 2007년 이후 한국연구재단의 등재 후보 및 등재 학술지와 학위 논문으로 발표된 논문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분석 대상 논문은 국가 과학 기술 정보센터(National Discovery for Science Leader, NDSL), 누리미디어(DBPIA), 한국 교육 학술 정보원 (Research Information Sharing Service, RISS), 한국 학술 정보(Korean studies Information Service System, Kiss), 국회 도서관(National Assembly Library, NANET) 등 5개의 데이터베이스에서 2019 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진행되었다.
2. 선정 및 배제기준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우울에 대한 임상연구, 연구 대상자의 우울 문제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논문을 선별하였다. 한국어를 사용한 국내 논문으로 한정하였으며, 논문, 단행본, 임상 연구가 아닌 문헌 연구, 학술대회발표자료, 증례보고, 학회지와 중복으로 출판된 학위연구, 연구를 분석하기에 불충분한 자료를 보고한 연구 등은 제외하였다.
3. 문헌선별
본 연구는 2인의 연구자가 한국 보건 의료 연구원에서 발간한 한국 보건 의료 연구원(National Evidence-Based Healthcare Collaborating Agency, NECA) 체계적 문헌고찰 매뉴얼의 PRISMA(Preferred Reporting Items for Systematic reviews and Meta-Analyses) 2009 흐름도에 따라 검색과 논문 선별을 진행하였다[15]. 검색과 논문 선별 과정에서 사용된 검색식은 의과대학생을 나타내는 “의대생 우울”, “의과대학생 우울”, “의전원생 우울”, “의학전문대학원생 우울”로 검색식을 구성하여, 국내 의과대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루어진 2007년을 기준 삼아 그 이후의 논문들을 검색대상으로 하였다. 검색된 문헌들의 서지 정보는 Microsoft Excel을 활용하여 정리 및 관리하였고, 데이터베이스별로 취합한 자료를 한 탭에 모아 가나다순으로 정리하였다. 최초 검색된 논문은 DBPIA에서 6편, KISS에서 4편, NANET에서 17편, NDSL에서 18편, RISS에서 50편이 검색되었고, 검색엔진별로 중복된 논문은 제거하였다. 학술지 논문과 학위 논문이 중복될 경우 학위 논문을 배제하였고, 이 과정에서 27건이 제외되었으며, 58편의 논문을 선정하였다. 이후, 선정 및 배제기준을 근거로 제목과 초록, 연구 도구 등을 참고하여 원문이 없거나, 연구 대상이 의과대학생이 아닌 논문 26편을 배제하였다. 이후 선별된 논문의 원문을 확보하여 전문을 읽고 문헌 연구, 우울에 관한 요소가 없는 연구, 척도 개발 연구, 사전-사후우울에 대한 양적인 측정치가 없는 질적 연구, 2007년 이전에 발표한 논문 등 14편을 제외하여 최종 분석 논문으로 18편을 선정하였으며 연도순으로 번호를 부여하여 제시하였다[그림 1].
그림 1. PRISMA 2009 흐름도에 따른 Flowchart
4. 자료의 추출 및 내용분석
최종 선정된 논문들은 의과대학생의 우울 문제에 관한 연구동향을 살펴보기 위해서 선정된 논문을 조성호의 연구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여 우울 측정 도구별, 연구방법별, 우울문제 관련 변인별로 살펴보았다[16]. 연구자가 다수인 경우 모든 연구자의 소속 정보를 분석하였으며, 우울 측정 도구를 한 논문 내에 다수사용했을 경우 각각을 분류하였고, 관련 변인 역시 한 논문 내에 다수가 사용되었을 경우 각각을 분류하였다.
Ⅲ. 연구결과
1. 최종 선정 논문의 연도별 분석
전체 검색된 논문 중 2007년 이후 의과 대학생 우울 문제에 관한 논문은 18편으로 나타났다. 분석 대상의 연도별 분포를 살펴보면, 2009년, 2013년과 2014년에 발표된 논문의 수가 각각 4편(22.22%)으로 가장 많았고, 2015년에 발표된 논문이 3편(16.67%)으로 다음을 차지했다. 그 외 2008, 2010, 2018년에 각각 1편씩 발표되었다[표 1].
표 1. 분석논문의 연도별 분포
2. 연구자 소속 영역별분포
주저자, 교신저자 및 공동 연구자를 모두 포함하여 분석대상 논문의 연구자 소속 영역별 분포를 살펴보면, 18편의 논문을 총 79명의 연구자가 연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정신건강 관련 연구자가 52명(65.82%) 으로 가장 많았고, 의학과 소속 연구자와 경영학 전공연구자가 6명(7.59%)으로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그 외 예방의학과 소속의 연구자가 5명, 가정의학과 사회복지영역의 연구자가 각각 3명, 의료인문학, 의학교육, 병리학, 보건학 소속의 연구자가 각각 1명씩 연구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2].
표 2. 분석 논문의 연구자 소속 분포
소속은 중복되어 계산되었음
3. 연구 대상별 분포
검색된 논문에 연구 대상자의 학년이 명확하게 기재되지 않은 3편은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분석 논문의 연구 대상별 분포를 살펴보면 ‘본과 1학년’(의학과 1학년, 통합 3학년, 의학전문대학원 1학년)이 13편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은 ‘본과 2학년’(의학과 2학년, 통합 4학년, 의학전문대학원 2학년)이 11편이었다. 그 외 ‘본과 3학년’(의학과 3학년, 통합 5학년,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본과 4학년’(의학과 4학년, 통합 6년 차, 의학전문대학원 4학년)이 각각 8편이었고, ‘예과 2학년’(의예과 2학년, 통합 3학년)이 4편, ‘예과 1학년’(의예과 1학년, 통합 1학년)이 3편이었다. 그 중 14편이 단일 시점에서 살펴보는 횡단연구였고, 종단연구로 1년 뒤 시점에서 살펴본 연구가 1편, 2년 뒤 시점에서 살펴본 연구가 3 편인 것으로 나타났다[표 3].
표 3. 분석 대상자 학년별 분포
1) 종단연구의 경우, 측정시점에 따라 시점1과 시점 2로 구분하였음.
2) Beck Depression Inventory, BDI
3) Zung`s Self-Rating Depression Scale, SDS
4) Hospital Anxiety and Depression Scale, HADS
5) The 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 Depression Scale, CES-D
6) Korea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7) N.A = 제시된 자료 없음.
4. 우울 측정 도구별 분포
분석 논문의 우울 측정 도구를 살펴보면, 벡 우울척도(Beck Depression Inventory, BDI)가 7편 (35.00%)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융 자기 평가 우울척도(Zung`s Self-Rating Depression Scale, SDS)가 4편(20.00%), 한국판 역학 연구 센터 우울척도 (The Center for Epidemiological Studies Depression Scale, CES-D)가 3편(15.00%) 순이었다. 그 외 병원 불안 우울 검사(Hospital Anxiety and Depression Scale, HADS), 국민 건강 영양 조사 (Korean National Health and Nutrition Examination Survey), 미네소타 다면적 인성검사 (Minnesota Multiphasic Personality Inventory, MMPI), 간이 정신 진단 검사(Symptom Checklist– 90-revised, SCL -90-R)가 각각 1편씩으로 나타났다 [표 4].
표 4. 분석 논문의 우울 측정 도구별 분포
5. 우울 연구 통계방법별 분포
선정된 논문을 조성호의 연구에서 제시한 기준에 따라 분류하였으며[16], 복수의 기준에 충족되는 논문의 경우 각각 기준에 모두 해당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회귀분석계열(상관, 회귀 분석 등)이 총 19회(54.29%), 변량분석계열(t-test, ANOVA 등)이 총14회(40.00%) 사용되었다. 그리고 구조분석계열(경로분석)이 1회 (2.86%), 비모수분석이 1회(2.86%) 사용되었다[표 5].
표 5. 분석 논문의 우울 연구 통계방법별 분포
6. 우울 관련 변인 분포
‘의과대학생 우울’과 관련된 연구 변인을 살펴보기 위해 독립변인, 매개변인, 조절변인 그리고 종속 변인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선정된 논문을 분석하는 과정 중복수의 변인에 해당하는 논문의 경우 각각 변인에 모두 해당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우울을 종속 변인으로 사용한 연구가 9편으로 가장 많았으며, 독립변인인 연구는 7편, 매개변인인 연구는 1편이었으며, 조절 변인 인연 구는 1편도 없었다.
먼저 ‘의과대학생 우울’을 종속변인으로 살펴본 연구의 경우, 불안 관련 장애, 삶의 만족도, 수면 관련 요인, 자아 존중감, 자살 시도력, 스트레스, 학업스트레스, 사회적 지지, 성격 5요인, 자기애, 상향 비교, 사회적 보상, 자살 사고, 학교 집단(의대 혹은 의전원 여부)을 독립 혹은 매개 변인으로 삼았다.
‘의과대학생 우울’을 독립변인으로 하였을 때, 종속 변인으로 우울, 삶의 만족도, 삶의 질, 수면의 질, 감기 감수성과 같은 변인을 살펴보았다. 또한 ‘의과대학생 우울’을 매개 변인으로 한 연구로는 기질 및 성격이 우울을 매개로 라이프스타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경로를 살펴본 연구가 있었다.
우울과 함께 연구한 변인들을 내용에 따라 생물-심리- 사회학적 변인들로 구분해보면, 심리와 관련된 변인이 가장 많았고, 생물학적 변인과 사회적 변인 순으로 나타났다.
심리적 변인에는 자살/자해, 신체적 불만족, 문제 음주를 포함하고 있는 병리와 관련된 요인이 가장 많았고, 삶의 질과 학업 스트레스를 포함하는 스트레스에 대한 연구가 있었다. 생물학적 변인들로는 수면 관련 요인(수면 곤란, 수면의 질, 주간 졸음), 생리학적 요인 (비만/체질량, 감기관련변인)이 연구되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요인으로는 사회적 지지와, 학교 관련 요인(학년, 전공)이 연구되었다[표 6].
표 6. 분석 논문의 우울 관련 변인
Ⅳ. 논의
본 연구는 의과대학생의 정신 건강에 대한 첫 전수조사가 이루어진 2007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출판된 학술지 및 학위논문으로 발표된 논문 85편 중 선정 및 배제 기준에 근거하여 최종 선정된 논문 18편을 대상으로 우울 연구에 관한 특성, 측정 도구, 통계 방법, 연구 변인을 분석함으로써 의과대학생의 우울 감소를 위해 필요한 향후 연구과제와 개입 방법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의 주요 결과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7년부터 2020년 3월까지 의과대학생의 우울에 대한 연구가 감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의과대학생들의 우울 문제가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의과대학생들의 우울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유사한 맥락에서 의과대학생 관련된 논문이 평균적으로 연간 52.71편 이상(Riss, 2007-2020년 의과대학생 검색) 출판된 것에 비해, 우울 관련 논문은 연평균 0.69편에 그쳐 우울에 대한 연구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과대학생의 우울 관련 연구의 적은 출판 수가 우울 연구에 대한 관심 및 개입의 부재로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과대학생들의 높은 학업 부담과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변화할 의료 현장에 대한 불확실성, 그리고 지금의 코로나 사태처럼 불시에 도래할 전 세계적 감염병에 대한 불안감들은 의과대학생의 정신건강에 대한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충분한 근거가 될 것이다. 이에 의과대학생들의 우울 문제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연구자들의 소속 분야와 발행기관의 다양성은 의과대학생들의 우울 문제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연구자 소속 기관을 살펴보면 정신건강의학과가 과반수이었지만, 의학과, 사회복지, 경영학, 예방의학 분야와 같은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가 소속되어 있었다. 다양한 소속과 학문적 기초를 가진 연구자들의 우울에 대한 관심은 의과대학생의 우울 연구에 있어 상당히 중요하다. 실직적인 교육과정 개선을 위한 의학교육 소속의 연구뿐 아니라 학업을 위해 기숙사 생활을 하는 학생이나 자취생들을 위한 사회복지 영역의 연구, 이들이 생활하게 될 병원 내 경영과 관련된 연구를 통해 의과대학생을 둘러싼 환경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거나 의학교육 내 인문학 분야를 담당하는 의료 인문학 분야와 함께 의학교육의 제도적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대부분의 연구가 일회성에 그쳤고, 동일 저자에 의해 지속되는 연구도 없었다. 이는 지금까지 진행되어져 온 연구가 단편적이고, 여전히 탐색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우울 관련 개입프로그램의 개발, 효과성 검증 등의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우울에 대한 원인 분석, 프로그램 개발, 실행 평가 및 제도개선까지 지속적으로 살펴보는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다양한 조합의 학년별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학년 별로 나누어 보면 의학 대학 3년 차의 연구가 가장 활발히 진행되었다. 이 시기는 기초적인 의학 지식과 교양과목을 배우던 의예과와는 달리 실질적인 의학 임상 교육과정으로 전환되면서, 학업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개인 시간이 급격히 줄어 학생에게 부담이 가중되는 시기로, 급변하는 학업 상황으로 인해 학생들은 우울, 부적응, 학업 부진을 호소한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하는 결과였다[15]. 다음으로는 의과대학 4년차의 연구가 많았다. 이 시기는 본과 생활에는 적응하여 우울감은 다소 하락하였으나, 실습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 등으로 의과대학 3년 차 때와는 다른 유형의 학업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의과대학 5년 차 때는 실질적인 실습 현장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의과대학 6년 차 때는 의사 고시를 앞두고 시험에 대한 압박과 취업, 향후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가 증가했다. 따라서 학년별 우울 수준과 양상을 고려한 정신건강 관리 또는 상담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을 제시한다. 이는 선행연구[15]와 일치하는 결과로 학년에 따라 의과대학생들은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경험할 수 있으며, 이를 효과적으로 다루기 위해서는 학년별 특성에 맞춘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정기적으로 관리 받을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
넷째, 의과 대학생의 우울을 측정한 검사도구들을 살펴보면, 반응 평정 척도와 종합 평가 척도가 사용되었다. BDI, CES-D, SDS와 같은 우울을 측정하는 반응 평정 척도는 단일한 증상(예, 우울)에 대해 평가하고, 증상에 대한 심각도를 탐색하기에 용이하나 우울에 동반한 복합적인 증상 혹은 정신 병리에 대한 탐색과 파악에 어려움이 있다. 반면에 MMPI-2, PAI와 같은 종합 평가 척도는 다양한 병리 증상과 심리적 속성을 함께 측정하여 병리의 복잡한 양상을 파악할 수 있게 한다. 특히 우울증의 경우 불안장애 등과의 공병률이 높아[10] 반응 평정 척도만을 이용하는 것은 다양한 정신병리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부족함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반응 평정 척도가 아닌 종합 평가 척도를 사용하여 우울 관련된 다양한 정신 병리를 측정할 필요가 있겠다.
최근 들어 근거기반 심리 평가(evidence-based psychological assessment)가 주목받고 있다. 근거기반 심리 평가는 연구와 이론을 통해 도출된 근거를 활용하여 특정 병리의 구성 개념, 도구, 평가의 전개 방식 등을 결정하는 심리평가를 말한다[16]. 본 연구에서 의과 대학생들의 우울 측정에 사용된 도구들 중 근거기반 심리 평가 도구는 BDI[17]와 CES-D[18] 뿐이며, SDS[19], MMPI[20], HADS[21], SCL-90-R[22], PAI[23], KDS[24]는 국내 타당화 및 표준화가 이루어져 있으나 근거 기반 심리 평가 도구라 하기에는 그 근거가 부족하였다. 다시 말하면 임상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더라도 우울증 평가 도구의 임상적 효과성을 보여주는 결과들이 축적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향후 연구에서는 근거기반 평가 도구를 사용하여 타당도와 효과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축적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25].
다섯째, 분석 논문에서 사용된 통계방법을 살펴보면 집단 간의 차이 여부를 살펴보는 변량분석계열이 40%, 회귀 분석 등을 사용한 상관분석계열이 54%로 연구의 대부분을 차지하였으며, 우울 변인을 종속변인으로 연구 변인들 간의 기제를 살펴보는 매개 혹은 조절 효과를 살펴본 논문은 단 한 편이었다[26]. 또한 대다수의 연구(14편, 77.78%)가 횡단연구에 그쳤고, 종단 연구도 1, 2년 뒤의 시점을 포함한 단기 종단 연구 3편이 전부였다. 즉 현재까지 우울과 관련된 의과대학생들의 우울과 관련한 현상학적 증상만을 기술하고 있는 수준으로, 의과대학생의 우울에 대한 기제나 경로, 인과관계의 파악은 부족한 것으로 사료된다. 따라서 우울에서 자살로 가는 경로와 매개, 조절 변인들을 발견하여 우울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연구 변인의 탐색과 발견이 시급하다. 또한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우울 개입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시행한다면 의과대학생들의 우울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잠재 프로파일 혹은 계층분석을 이용하여 우울과 자살 등과 같은 내재화된 문제에 취약한 학생들의 특징을 변별할 수 있게 되면 이들을 위한 맞춤화된 개입도 가능해질 것이다.
여섯째, 분석에 사용된 변인들을 살펴본 결과, 심리와 관련된 요인이 가장 많았는데, 이는 우울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내담자를 마주할 때 외부 요인보다는 내담자의 심리를 먼저 다루어야 한다는 선행 연구와 맥을 같이한다[27]. 의과 대학생 우울을 종속 변인으로 사용한 연구를 살펴보면, 불안 관련 장애와 우울을 선형 회귀 분석을 통해 살펴본 연구[28], 우울, 불안, 수면 관련 변인, 불면 정도, 일주기 리듬과 삶의 질을 다중 회귀분석으로 살펴본 연구[29], 삶의 만족도, 졸음으로 인한 어려움, 자살 시도력, 스트레스 총점, 수면 곤란 등과 우울을 단계적 중다 회귀를 통해 살펴본 연구[30], 자아존중감과 우울을 로지스틱 회귀분석을 통해 살펴본 연구 [31], 스트레스와 우울을 로지스틱 회귀분석으로 본 연구[32], 학업 스트레스, 사회적 지지와 우울을 위계적 다중 회귀분석으로 살펴본 연구[33], 자살 사고와 우울을 회귀분석으로 살펴본 연구[34], 학교 집단 간 우울을 일원 분산 분석으로 살펴본 연구[35]가 있었다. 이는 의과 대학생의 우울이 단순한 원인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원인들에 의해 발생되고 다양한 변인들의 영향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주목해야 할 것은 스트레스가 독립 변인이고, 우울이 종속 변인일 때 삶의 만족도와 행복[36], 사회적 지지[33]의 조절이 각각 나타났다. 이는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삶의 만족도, 행복, 사회적 지지를 통해 우울을 조절 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것은 향후 우울에 대한 개입의 방향성을 제시해주는 결과이다. 따라서 향후 의과대학생 우울 예방 및 치료에 있어 병리적인 변인들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긍정심리학의 관점에서 인생의 목표와 가치에 초점을 둔 연구의 필요성이 시사된다.
마지막으로, 자살과 같은 부적응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우울의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의과대학생들의 우울에 대한 치료적 개입을 살펴본 연구는 전무하였다. 이는 일반대학생의 우울을 다루기 위해 근거기반 심리치료(evidence-based therapy) 관점에서 마음 챙 김명상 프로그램[37], 긍정 심리 개입[38], 마음 챙김 자비 프로그램[39] 등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것과 비교할 때 상당히 대조적인 결과이다. 전문가들로부터 과학적 평가를 통해 그 효과가 양호한 것으로 인증된 근거기반 심리 치료가 의과대학생을 대상으로 예방적 혹은 치료적 개입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종합해보면 의과대학생의 우울 문제에 관한 연구는 2007년 전국 의과대학생 정신 건강 실태 조사 이후에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에 의해 연구되었지만, 종단 연구보다는 횡단연구가 대부분이었고, 단순한 설계와 반응 평정 척도를 중심으로 증상과 현재의 상태만을 확인하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또한 의과대학생들의 우울 문제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살펴본 연구는 극히 드문 실정이다.
우울에 관한 정량적 측정이 없어 최종분석 논문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의대생 상담경험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인 정서의 변화, 자기주장 시도, 생활패턴 개선, 회피행동의 변화 등을 상담의 긍정적인 성과를 확인하였다[40]. 하지만 9명이라는 적은 참가자 수, 객관적인 심리평가를 통해 효과검증을 하지 못한 점, 내담자에게 영향을 준 요인들이 상담 성과에 어떤 관계성이 있는지 규명할 수 없었던 것을 한계로 들며 추후 연구에서는 관계성을 규명하기 위한 상관 및 실험연구를 제언하였다.
선행연구에 의하면 행복한 의사를 만드는 것은 곧 의사 개인의 행복에만 그치지 않고, 환자나 병원 나아가 사회에 안녕감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하였다[41]. 같은 맥락에서 의과대학생의 우울 문제를 방치할 경우 학업중단,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타인의 건강을 돌볼 수 없이 미약한 심신 상태로 의료 현장에 나가게 되어 장기적인 관점으로는 국민의 정신건강과 관련된 의료의 질이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추후 연구에서는 근거기반 심리평가이면서 반응 평정척도 혹은 종합평가척도를 통해 의과대학생의 우울 및 우울과 관련 있는 정신 병리를 측정하고, 우울 혹은 자살 등과 같은 부적응 상태를 기제를 밝힐 수 있는 매개/조절 효과를 분석할 수 있는 통계방법을 통해 의과대학생의 우울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과 의과대학생의우울이 학업중단,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양상을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특히 예방적/치료적 개입의 경우 개인의 노력으로 이루어질 수 없고, 의학교육 분야에서의 제도적 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 일반 대학생이 학교 내 상담센터를 통해 학기 중 혹은 방학 중을 이용한 집단상담 프로그램, 연중 대면 상담, 심리 평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이상의 제도적 변화가 요구된다. 특히 인지기능과 자기관리가 양호한 의과대학생의 장점을 고려할 때, 스스로 자신의 우울감을 돌보고,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통해, 예방 단계의 개입인 보편적인 개입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전체 집단을 대상으로 실시할 수 있는 보편적 개입은 발병 전에 광범위하게 예방적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며, 치료에 대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42] 의과대학생의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사료된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여 수도권 모 의과대학의 경우 학생계발 지원실을 최근 학생 행복 센터로 바꾸어 의과 대학생들의 학습, 심리 진로 상담과 적성 검사를 시행하고 있고, 의예과 2학년과 의학과 1학년을 대상으로 전수 상담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거나 의과대학생들의 행복을 위한 심포지엄과 특강, 워크숍 등을 개최하였다[43]. 이러한 시도는 한 학교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며, 연구를 통해 이러한 시도들의 효과가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해외에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통하여 의과대학생들의 우울에 개입하고 있으며 [44], 최근에는 긍정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Lavender 프로그램을 통해 우울뿐 아니라 정서, 스트레스, 소진에서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연구가 진행되었다 [45].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제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과대학생의 정신건강 문제는 본 연구 주제였던 우울 외에 다양한 문제로 발현될 수 있다. 향후 우울 외의 변인을 포괄하는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 국내 출판 논문으로 자료를 한정하여 살펴본 것이기 때문에 국내 의과대학생의 우울을 연구하였으나 해외 학술지에 출판된 연구는 포함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 본 연구 결과의 일반화를 위해서는 국내 의과대학생의 우울을 다룬 해외 출판 연구를 포함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의과대학생을 지칭하는 용어가 달라 보건 계열 학생에 포함된 의과대학생 연구가 제외되었다. 이후 연구에서는 이들을 모두 포함할 수 있는 다양한 검색어로 검색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본 연구는 의과대학생의 우울 문제의 동향 및 개입의 현주소를 파악하고 이들의 우울 감소를 위해 필요한 향후 연구과제와 개입 방향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2007년 전수조사 이후 의과대학생 우울의 연구 동향을 분석한 첫 논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의과대학생의 정신 건강이 미래 우리나라의 의료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이들의 우울에관한 연구는 매우 중요하나 여전히 치료적인 개입이 드물고, 연구 역시 일시적이고 단편적인 수준에 그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근거기반 실무(evidence based practice)에 근거한 심리평가 및 심리치료를 통하여 의과대학생의 우울의 다양한 양상, 증상, 경로를 파악하고,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의과대학생이란 특수한 환경에 맞춘 근거기반 치료프로그램을 통해 개입함으로써, 의과대학생의 우울을 경감시키고 전반적인 정신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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