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의 생명과 쾌적한 삶의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전제이지만 현대사회에서 그 양상이 변화되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 주거 개념은 의식(衣食)과 문화를 포함한 개념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단순히 주거의 대상이 아니라, 어떤 공간에서 살고, 어떤 환경에서 사는지가 중요하게 인식되게 되었다. ‘집’은 더이상 주거의 가치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게 되었다.
1962년 정부 주도형 사업의 아파트 공급을 시작할 때는 지역명으로 아파트 이름을 붙였다(마포아파트, 와우아파트, 종암아파트 등), 1970년대부터는 건설업체의 증가로 아파트 공급이 증가되면서 대기업이 참여하고 아파트가 단지화되면서 현대, 럭키, 씽용, 대우, 삼성, 한양 등 기업명을 붙인 아파트가 나타났다. 이런 기업명 형태의 아파트는 아파트의 가치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를 잡았으며, 1990년대 신도시 건설 등으로 아파트의 수량이 급증하고, 정부의 아파트 분양가 자율정책 확대 및 정보통신의 발달, 소비자들의 다양한 성향 등을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차별화 전략으로 일환으로 브랜드 아파트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來美安)’을 시작으로 아파트 브랜드화는 고급화를 추구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브랜드 아파트는 소비자의 주의와 흥미를 끌고 욕망을 이끌어내 기억하게 하고 행동하게 하기위한 상품으로 인식되면서, 주거라는 본질적 의미에 덧붙여서 사회계층을 구분하게 되는 기준이 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 아파트 브랜드가 소비자의 아파트 선택 기준이 되었으며, 건설사들 또한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차별화의 일환으로 경쟁적으로 광고전략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아파트 브랜드가 등장하면서 기존 ‘튼튼함’만을 갖춘 주거적 측면을 강조하던 광고에서 기능적, 감성적, 상징적인 편익까지 제공하는 제품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미디어가 생산해내는 아파트 광고 속 다양한 언어들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고 볼 수 있다. 의식주 가운데 하나인 집이란 아파트 공간 자체만을 얘기하거나, 웰빙, 친환경, 첨단과 같은 쾌적한 삶을 강조하거나, 또는 고품격, 유러피안 등과 같이 타 아파트 브랜드와의 차별성 내지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은 더이상 삶의 공간이 아닌 광고 속의 미화된 낙원으로 초대하고 있으며, 광고가 내포하는 신화와 교묘하게 접목시킨 영상을 소비자들에게 노출 시키고 있다. 상류층만의 삶의 공간이라는 포지셔닝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 시키기 시작하면서 주거공간, 집이라는 인식을 떠나서 재화적 가치물, 테마파크 아파트, 친환경과 웰빙형 아파트, SF영화같이 첨단기술이 내장된 아파트 등으로 이미지화하면서 소비자들의 삶 깊숙이 파고들었다. 어느 브랜드 아파트에 사느냐에 따라 자산가치 척도, 사회적 관계 형성 및 자아표현 도구, 신분과 계급의 상징처럼 되어 버렸다.
브랜드에 대한 우호적인 생각은 어떻게 갖게 되었느냐는 심층 면접 조사에 대다수가 ‘TV광고’를 통해서 가지게 되었다고 응답했다[1]. TV광고는 십 수초 만에 함축된 뜻을 수용자에게 전달해 설득하는 기획물로 기호의 선택과 조합으로 이루어진 기호의 세계이며 그 세계를 읽어내는 것도 가능하고 그 읽기를 통해서 문화적 징후를 점쳐 보는 것도 가능하다 할 수 있다[2]. 특히 상품이 가진 특성이나 품질만을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상품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를 동시에 제시하고 있다. 보드리야르의『소비의 사회』나 매크래켄의『문화와 소비』같은 저서는 소비와 광고를 현대사회의 주요 문화이자 정체성을 찾는 기제로 짚어내고 있다. 광고를 ‘현대 자본주의의 공식적 예술’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동시대인을 설득하기 위한 광고는 지배적인 이데올로기를 담게 마련이고 역설적이게도 그에 대한 반동의 모습도 광고에 드러낸다. 광고는 은연중에 동시대의 계열적인 모습과 시대상을 담게 되는데, 한 시대의 문화를 투영한다고 전제한다면 광고를 읽는다는 것은 한 시대의 다양한 스펙트럼 또는 그 시대에 깔려있는 욕망을 읽어내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3].
최근 2020년 12월, 부동산114와 한국리서치가 공동으로 전국 성인남녀 4,330명을 대상으로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 조사를 한 결과 힐스테이트, 자이, 래미안, 푸르지오, 롯데캐슬 순으로 나타났다. 고관여 제품에 속하는 아파트가 여러 가지 정보에 대한 통합적 분석, 여건, 입지 등등 소비자들의 심도 깊은 구매 결정을 이루어야 구매가 가능한 제품이다. 그러한 의사결정과정에 있어서 TV광고가 생산한 이미지가 미친 영향력은 클 것이고, 고가의 제품이다 보니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파트 광고의 선행연구들은 주로 래미안, 자이와 같은 대형 건설사 위주의 아파트 브랜드 광고에 대한기호학적 분석이나 담론분석이 많았다. 이러한 대형건설사들이 고급, 프리미엄, 최첨단 등 화려한 미사어구와 세련된 이미지를 이용하여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때, 전혀 다른 광고 컨셉으로 눈길을 사로잡는 광고가 있었다. 2020년도 도급 순위 29위인 ‘KCC스위첸’ 아파트 광고다. 상위권의 대형 건설사들과 견주어 차별화된 전략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2015년부터 꾸준하게 동일한 광고컨셉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이기도 하고, 때로는 사회 문제를 제기하면서 우리에게 ‘집에 대한 의미’, ‘집에 대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 기존 아파트 광고에서 보여주는 허상을 걷어버리고, 우리 현실 속 이야기로 본질적인 집에 대한의미,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한 의미, 가족의 의미를 생각하도록 만든다. 이러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략은 ‘KCC스위첸’의 큰 모험일 수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광고비를 집행함에도 아파트라는 제품에 대하여 어필은 하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마치 한 편의 공익광고 같아 보이기도 하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와 인간에 대한 문제를 보여주면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아파트 브랜드들과 상대적으로 비교 시 눈에 두드러지고 독특한 광고 크리에이티브 전략을 집행하고 있는 ‘KCC스위첸’ 광고가 지닌 사회문화적 의미를 분석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본 연구에는 먼저, 질적 내용분석을 통해서 광고메시지의 크리에이티브 구성요소들(슬로건, 모델, 헤드라인, 바디카피, 소구유형)을분석하여 KCC스위첸 광고 크리에이티브 표현의 특징과 크리에이티브 표현 변화과정을 분석하고, 두 번째로 플로슈의 ‘소비가치의 기호사각형’을 적용하여 KCC스위첸 광고가 추구하는 소비가치를 찾고자 한다. 이를 통해 ‘KCC스위첸’ 아파트 브랜드 광고가 동시대인들에게 집에 대하여 주는 사회문화적 함의가 무엇인가를 확인하고자 한다.
2. 본론
2.1 아파트 브랜드 TV광고 선행연구
아파트 TV광고는 ‘집’이 제공하는 사회심리학적 가치들을 많이 전달해 왔다[1]. 보이지 않는 ‘가치’에 비중을 두고 유명 광고모델을 기용하여 막대한 광고비를 집행하여 소비자들이 기대하는 가치와 욕망을 앞다투어 채워주었다. 브랜드 아파트 TV광고에 대한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양적연구로는 소비자의 만족도에 관한 연구[4], 광고소구 유형과 광고 효과측정에 중심을 둔 연구[5], 브랜드에 대한 효과[6, 7, 8] 에 관한 것으로 주로 소비자의 반응이나 광고효과, 브랜드 마케팅 전략에 중점을 둔 연구들이다. 또한 광고 메시지의 크리에이티브 표현에 관련 연구[1]와 1990년대와 2000년대 아파트 TV광고를 시각적, 청각적, 카피, 컨셉을 분석한 메시지에 대한 내용분석연구[9]가 있다. 그리고, 질적연구들로는 기호학을 바탕으로 한 연구들로는 광고이미지의 기호학적 해석을 통한 광고커뮤니케이션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 [10], ‘래미안’ 아파트 광고에 대하여 기호학적 분석 방법과 담론분석(CDA)을 활용하여 분석을 실시하였는데, 단순한 주거적 기능이나 고객 접근 방식의 소구가 아니라, 아파트라는 물적 토대를 근간으로 하면서 사람과 가족을 중점적으로 연계시키고, 이들 사람들의 욕구와 욕망들을 일상적인 실천 행위들로 전이시키는 과정에서 내포되어 있는 ‘가족 중심 이데올로기’, ‘중산층 중심의 물적 토대 이데올로기’, ‘여성 이데올로기’,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등을 확산시키고 공고화시켜서, 주거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문화적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음을 확인하였다[11]. 브랜드 이미지 평가에 관한 연구에서 감성소구 유형의 TV광고가 많았으며, 주로 고품격과 자부심을 강조하는 과시추구형이 가장 많았으며, 자이와 래미안은 신분상징적 이미지, e-편한세상은 인간중심적 이미지, 힐스테이트와 푸르지오는 감각지향적 이미지로 인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12]. 브랜드 아파트 이미지 광고분석과 성과 및 문제점에 관한 연구에서 래미안, e-편한세상, 자이 브랜드에 대하여 개념적 이미지와 시각적 이미지 분석을 토대로 광고성 과와 문제점을 분석하였다. 세 브랜드들은 지나친 이미지 강조로 정보 전달의 부족, 광고의 허위성이나 허구성을 드러내고 있었다. 또한, 지나친 품격의식 강조, 특별의식, 선민의식 등의 고급화 전략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겠지만 계층 간 위화감을 조성하는 문제점이 나타났다[13]. 광고의 각 키워드를 찾아내어 영상 메시지를 분류하고 이를 통해 아파트라는 공간에 대한사회 문화적 의미를 비평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로, 래미안, 자이, 롯데캐슬 브랜드를 중점으로 바르트의 신화적 구조를 기본 맥락으로 기호학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아파트가 가진 신화적 의미로는 재화적 가치물, 환상의 테마파크, 친환경과 웰빙형, 첨단기술이 내장된 아파트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사례는 아파트가 강력한 문화적 매개체로 삶의 모습을 형성해가고 있음을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14]. 래미안과 힐스테이트를 중심으로 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문화가치 포지셔닝을 분석한 결과, 광고 기호학 관점에서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와 문화 가치 포지셔닝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기호학의 기표와 기의가 브랜드 이미지 및 광고전략 분석에 있어서 효율적인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래미안과 힐스테이트는 각각 유토피아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래미안은 컨셉과 기호학 표현이 일치하는 반면, 힐스테이트는 다소 어긋나서 이미지 형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하였다[15].
이와같이 아파트 브랜드 TV광고에 대하여서 양적 연구를 비롯하여 다양한 질적연구인 기호적 연구 및 담론분석 연구들이 예상보다 많았다. 또한, 이들 연구들은 대부분 국내 도급 순위 또는 소비자들의 선호도 순위권 안에 있는 대형 건설사들 가운데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e-편한세상 등 브랜드 아파트광고 위주로 연구하였기 때문에 고품격, 과시추구, 유토피아적 가치추구 등이 공통적인 연구결과로 나타났다. 아파트 TV광고가 집이 가진 근본적 가치 보다는 재화적 가치에 중점을 두고 소비자들에게 접근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2.2 소비가치의 기호사각형
광고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하여 소비자들에게 알리고, 특장점을 주목시키며,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기억과 충성도를 높이는 등의 과정을 거쳐 제품이나 서비스의 구매과정에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전제로 한다. 광고의 효과는 최종점인 ‘제품이나 서비스의 소비’라는 측면에만 집착하지 않는다면, 여타의 과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광고는 사회 전반적인 영향 또한 막대하고 영상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메시지로써 존재한다[16]. 이러한 과정들의 효과는 ‘제품 또는 서비스 자체’에 의한 효과라고 보기보다는 그러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호 체계로 변형시킨 ‘광고’의 효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을 전제로 한다면, 광고를 기호 체계로 간주하는 것은 물론이고, 광고를 통해 인지-주목-기억-회고-신뢰-충성하는 것은 광고라는 기호체계의 ‘의미화 과정(signification process)’ 으로 간주할 수 있다[2]. 기호의 의미생성을 위해서는 사회와 문화적 관계가 그 어느 요소보다 중요하게 전제되어야 한다. 이같은 의미의 사회문화적 영향성은 자연스럽게 의미에 있어서의 위계적 단계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며, 의미의 심층적 단계에 자리 잡고 있는 이데올로기적 의미에 주목하게 된다.
마케팅 기호학의 선구자인 프랑스의 기호학자 ‘장 마리 플로슈(Jean-Marie Floch)’는 기호 간의 관계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만든 그레마스의 기호 사각형 모델을 토대로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각각 부여하는 가치에 대한 모델을 제시한다. 이는 광고 메시지에 나타난 문화적 의미작용을 분석하기 위해 그레마스의 기호사각형 개념을 이용하여 기호학적 분석을 시도하였다[17]. 상품의 소비가치는 실용적 가치(사용적 가치), 유희적 가치(비사용적 가치), 유토피아적 가치(존재적 가치), 비판적 가치(비존 재적 가치) 4가지 유형의 가치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소비가치 포지셔닝으로 구성되고 있다. 첫 번째, ‘실용적 가치(pratical value)’는 일상생활에 있어서 자연스러운 특징에 초점을 둔다. 예로 다루기 쉬움, 안락함, 건강함 등을 표현하는 사용에 따른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공리적 가치라는 표현을 쓸 수도 있다. 사용성, 편리성, 건강함, 안락함, 다루기 쉬움 등으로 효용적 가치로 부를 수 있다. 두 번째, ‘유토피아적 가치(utopia value)’는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주인공의 수행이 실행되는 뜻으로 파악되어야 하며, 제품을 사용 시 효율을 생각하기 보다는 존재론적인 가치를 고민한다는 데서 실존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사용자의 정체성, 상징성, 인생, 모험 등을 포괄한다. 세 번째, ‘비판적 가치(critical value)’ 는 유토피아적 가치(실존적 가치)의 반대로 경제적인 이점, 즉 판매하고자 하는 물건 그 자체의 물질적 속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합리성, 경제성, 뛰어난 품질, 큰 혜택 등을 나타낸다. 제품에 대해 보다 객관적인 접근이 가능해지고, 전문가적인 견해에 의존해서 제품의 가치를 광고하는 것은 비판적 가치를 두둔하는 것이다. 네 번째, ‘유희적 가치(ludique)’는 실용적 가치 부여의 부정으로 사치, 동기 부재, 세련미 등을 포함하는데 이는 공리적 가치와 상호 간에 모순적이다. 예로 비실용성, 비효율성, 오락성, 디자인, 스타일, 고급스러운 문양, 사치스러움, 세련미, 작은 광기 등을 비롯해 예술적인 것 또는 미학적을 주제화될 수 있는가 치인 선물의 가치를 강조한다. 또는 소비자 행동론에 따라 사회구성원 관계의 이상적인 미를 표현하는 형식으로 가족, 연인 또는 친구 간의 관계를 표현하는 이미지로 나타난다[17].
Fig. 1. Floch’s Semiotic Square of Consumption Values.
‘유희적 가치’에서 ‘유토피아적 가치’로의 이행이 소비자와 상품을 동일시하는 과정이라면, ‘비판적 가치’에서 ‘실용적 가치’로의 이행은 소비자와 제품의 거리 두기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가치를 기호학적으로 적용한 이 도구는 브랜드들의 포지션을 분석하는데 유용하기도 하지만 광고 내 언어적 재현들이갖고있는 외연적인 의미와 그 이면에 내재하고 있는 다양한 의미들을 다층적으로 분석함에 있어서도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광고는 그 자체의 의미 구조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회와 문화와 연계되는 또 다른 의미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2.3 연구문제 및 연구방법
2.3.1 연구문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들의 TV광고 가운데 차별화된 크리에이티브 전략으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광고가 있다. ‘KCC스위첸’은 중소건설사로 2020년도 도급순위가 29위다. 이미지 중심의 광고를 하는 대형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와 달리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면을 제시해주면서 집에 대한 가치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하는 광고를 매년 이어오고 있다. KCC스위첸 TV광고 같은 경우는 기존의 아파트 광고에서 보여주던 허상보다는, 우리 현실에서 볼 수 있는 일상을 스토리텔링화해서 집에 대한 가치와 주거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든다. 이는 수많은 아파트 브랜드들과의 차별화 전략을 염두해 둔 광고로도 볼 수 있지만, 사회적 또는 문화적 차원에서 변화를 가져오고자 하는 희망 또는 변화의 시작일 수 있다.
따라서, 본 논문에서는 첫 번째, 질적 내용분석을 통해서 광고메시지의 크리에이티브 구성요소들(슬로건, 모델, 헤드라인, 바디카피, 소구유형)을 분석하여 KCC스위첸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였다. 두 번째, 플로슈의 소비가치 기호학적 방법론을 통해 KCC스위첸 광고의 정체성과 의미작용에 대한 분석을 통해 동시대인들에게 주는 사회문화적 차원에서 광고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 지금까지 논의한 기존 문헌연구를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설정하였다.
<연구문제 1> KCC스위첸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표현의 특징은 무엇인가?
<연구문제 2> KCC스위첸 광고의 크리에티브 표현은 어떻게 변해 왔는가?
<연구문제 3> KCC스위첸 광고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의미는 무엇인가?
2.3.2 연구방법 및 분석유목
위의 연구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KCC스위첸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는 TV광고들 가운데 2016년도부터 2020년까지 집행된 총 10편의 광고들에 대하여 분석을 실행했다. 1차적으로 총 10편의 분석대상 광고를 1개 광고당 여러 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시청하면서 6개의 분석유목 즉, ① 슬로건, ② 모델, ③ 헤드라인, ④ 바디카피(또는 보이스 오버), ⑤ 소구유형 (이성적소구, 감성적 소구) 등에 대해 질적 내용분석을 실시하였다. 코딩방식은 광고에서 보여주는 것을 그대로 적는 것이다. 소구유형에서 ‘이성적 소구’는정보적 내용이 1개 이상일 경우 ‘이성적 소구’에 포함시켰으며, 그 외 것은 ‘감성적 소구’에 포함시켰다. 2차적으로 플로슈의 소비가치 기호학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문제 1>과 <연구문제 2>에 대한 분석시 이용할 분석유목은 조재영 외(2010) 연구에서 사용한 분석 유목 6개 가운데 브랜드를 제외한 5가지만을 본연구에서 사용하였다. ① 슬로건 : 어떤 대상을 향하여 반복적으로 호소함으로써 친밀함과 호의를 얻고 그로써 기업활동을 원활하게 한다는 커다란 목적을 지니고 있다. 슬로건의 특징은 간결성, 상징성, 독자성, 반복성이다. 광고 주체의 이미지를 뚜렷하게 각인시키는 기능을 한다. 종종 헤드라인과 동일한 것으로 인식되기도 하는데, 헤드라인의 경우 독자성 및 반복성은 나타나지 않는다. ② 모델 : 일반적으로 광고모델의 유형에는 일반소비자 모델, 전문가 모델, 고용인 또는 최고경영자 모델, 유명인 모델 등이 있다. ③ 헤드라인과 바디카피 : 소비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본문(body copy)으로 유도하기 위한 호소력이 담긴 간결하고 함축미가 있는 말이다. 헤드라인은 브랜드의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가장 눈에 잘 띄게 배치하고 바디카피 보다 큰 활자를 쓰거나, 방송 광고에서는 가장 잘 들리고 주목할 수 있게 녹음해야 한다. ④ 소구유형(이성적소구, 감성적 소구) : 소비자들의 위계에 의한 심리적 효과로 도출해 내기 위해 광고 표현에 이용하는 설득적 기술이다. 광고 메시지의 내용 및 메시지를 전달하는 모든 과정, 즉, 언어적, 비언어적 표현기법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성적 소구’는 광고의 주제가 실용적 정보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소비자의 논리적 이해를 전제로 한 제품의 인지적 속성에 초점을 둔다. 반면, ‘감성적 소구’는 심리적이며 정서적으로 동기를 유발함으로써 소비자의 느낌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을 의미한다[1].
<연구문제 3>은 플로슈의 소비가치의 4가지 유형인 실용적가치, 유희적가치, 유토피아적가치, 비판적 가치의 소비가치 기호사각형을 적용하여 추구하는 사회문화적 의미가 무엇인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서 KCC스위첸 아파트 브랜드 광고가 추구하는 함의된 소비가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4. 연구결과
2.4.1 <연구문제 1> KCC스위첸의 광고 크리에이티브 표현의 특징 분석결과
KCC스위첸이 2016년도부터 집행해 온 TV광고 10편에 대하여 먼저 질적내용분석을 Table 1과 Table 2와 같이 실시하였다.
Table 1.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of KCC Switzen TV Ads.
Table 2.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of KCC Switzen TV Ads.
2016년 ‘모두의 집’ 광고 캠페인 시리즈는 아파트 곳곳에 ‘주의/경고문’에 담겨진 메시지-택배차량 진입 금지, 주차금지, 택배기사 엘리베이터 사용금지, 애완견 중성화 수술, 입주민 외 타 아파트 어린이 놀이터 사용금지, 임대아파트 주민들은 다른 출입구 이용 등-를 통해서 각박해진 사회와 이기적인 사람들을 표현하고 있다.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라는 슬로건은 집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재고하도록 사회적으로 의미있는 화두를 던지고 있다.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들을 바탕으로 한 광고는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아파트가 지닌 공간적 개념에 초점을 두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사회주의의 몰락으로 세계가 자본주의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국가가 관장 혹은 보조해왔던 많은 영역들이 민간으로 이전되면서 시장 경제의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자유 경쟁을 내세우는 영향으로 인한 빈부격차의 심화, 사회계층의 분화로 인한 계급형성, 경쟁 심화, 인간소외 현상 등을 가져왔다. 이로 인해 야기되었던 사회적 문제들을 광고에서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은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또한, 5편의 광고 전편에 공통적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의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 봐’ 원곡에서 멜로디를 빼고 담담하게 읊조리듯 하는 노래는 점점 휴머니즘을 상실해 가는 세상을 극적으로 드러낸다.
집은 나를 위한 공간이면서도 특히 공통 주택인 아파트는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다.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윤택하게 해주는 집의 기능적 특징을 강조하고, 특정 인물이 살기 좋은 아파트, 명품 아파트 등을 광고하기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집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물음인 동시에 사람과 사람 간의 예의와 품격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다. 스위첸의 광고 ‘모두의 집’ 시리즈편을 보면, ‘집’이란 공간은 더 이상주 거 개념보다는 그 이상을 상징하는 곳임을 간파할 수 있다.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권력과 차별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 보이는 불편한 광고처럼 보일 수도 있다. 마지막 장면에서 ‘물에 비친 아파트의 전경’은 그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리스 신화에서 나오는 나르시스가 자기도취에 빠진 것을 비유하듯이 세련된 고층 아파트 건물을 물에 비추는 모습으로 보여준다. 물신주의 또는 재산 증식의 가치를 지닌 화려한 고층 건물의 외형적인 조건에만 현혹되어 착각에 빠지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고 ‘집’이란 의미에 대해 생각의 여지를 주고 있다.
2017년 on-air한 ‘집으로 가는 길’ 시리즈 광고는 학교와 학원 그리고 시험 등으로 집에서는 보기 힘든 아이들, 그러한 아이들이 안타깝지만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현실적으로 투영한 광고로 ‘현실 부자’편과 ‘현실 모녀’편이 있다. 두 편은 공통적으로 독서실이나 학원에서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자녀를 기다리는 부모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정작 얼굴을 마주했을 때는 해주고 싶은 말보다는 “그냥”이라는 짧은 말과 “시험 잘 봤어?”라는 현실적인 씁쓸한 물음만이 나오고 부모와 자녀 간의 대화는 단절된다. 두 편 모두 공통적으로 집으로 가는 길에 ‘가로등 불빛’은 집이 주는 포근한 안락함, 인생의 등불인 아버지와 어머니를 가리키는 것일 수 있다. 또는 ‘언제가는 말 할 수 있겠지’라는 기대감이나 희망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부자와 모녀가 집으로 가는(go) 길일 수도 있고, 브랜드 스위첸이 가고자 하는(become) 가족들이 함께 시공간을 공유하는 주거 개념으로 말하는 집이기도 하다.
2018년에는 기존 광고 컨셉과는 다른 듯하지만 그 본질은 유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첫 번째 집’으로 광고를 집행하였다. 한자와 숫자로 시작되는 광고는 상해임시정부라는 고단한 아픔이 담겨진 상해임시정부를 보여준다. 보편적으로 생각하는 ‘집’의 정의인 ‘들어가는 곳’, ‘안락한 곳’, ‘편해야 하는 곳’, ‘가족과 같이 사는 곳’ 등과 전혀 다르게 ‘떠나는 게 꿈인 집’ 도 있다는 역발상으로 집에 대한 가치를 보여준다. ‘내 집 갖는 게 꿈인 세상’에서 어떤 집은 다른 꿈으로 살아가기도 그곳을 떠나는 것이 꿈인 적도 있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99주년을 맞이하여 광고로 제작했을 의도도 있었을 테지만 전혀 다른 관점에서 ‘집’에 대하여 생각해 볼 여지를 남겨주는 화두와 같은 광고였다.
2019년 ‘엄마의 빈방’편은 사춘기를 맞이하면서 닫히기 시작한 딸의 방문과 그 앞을 서성이는 엄마의 모습을 시간의 흐름과 함께 담았다. 자기만의 세 상속에서 살아가는 방문 안쪽의 딸과 방문 밖의 엄마의 모습은 각자의 인생이 담겨진 공간으로 배치된다. 사춘기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생이 되고, 면접을 보고, 직장인이 되며 점점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즐기는 동안 엄마는 언제나 한결같이 딸을 생각하고 그리워하는 모습을 담아내면서 일상적 공감을이끌어낸 광고다. 누구나 공감이 될 만한 상황과 닫힌 방문 밖의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들, 그런 엄마가 귀찮은 딸. 그리고, 그런 딸을 알기에 이젠 쉽게 딸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엄마의 짝사랑을 그려낸다. 시간이 흐르면서 거실의 소품들도 변한다. 작은 화분의 식물은 점점 자라면서 커다란 화분으로 자라 있고, 교복을 입고 가족사진에 찍혔던 딸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가족사진에 등장하고, 피아노는 서랍장으로 변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되는 집안 공간을 보여주고 있다. ‘엄마라는 집에는 비울 수 없는 빈방이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은 ‘집’이란 공간은 변함없이 서성거리면서 기다려주는 ‘엄마’와 같은 따스한 존재이고 자식은 언제나 엄마의 빈방 같은 존재라는 것을 표현한다. 집을 단순한 건축물, 구조물로 보거나, 자산 가치의 증식 대상보다는 가족이 생활하는 공간에 초점을 맞추고, 공감되는 현실적인 모습을 담은 스토리텔링 때문인지 2019년 대한민국 대표광고제 3관왕을 수상하였다. 엄마가 바라보는 딸의 방을 통해 집이라는 공간이 가지는 의미, 모녀의 삶, 유대, 갈등, 사랑 등이 나타나고 있다. ‘늘 그렇게 한결같이 문밖에서 기다렸던 사람’이 엄마였듯이, ‘엄마라는 집에는 비울 수 없는 방이 있습니다’라는 슬로건에는 이렇듯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집은 한결같이 사시사철 기다려주는 엄마가 있는 공간이며, 엄마의 마음과 같이 비워지지 않는 공간임을 의미한다.
2020년 ‘문명의 충돌’편은 방영된 이후 큰 이슈를 가져왔다. 부부가 된다는 것은 평생을 따로 살아온 두 사람이 어느 날부터 함께 살아가게 되는 것이고, 너무나 다르기에 매일 미워할 이유도 있다. ‘문명의 충돌’은 부부가 경험하는 ‘일상의 충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광고 속에서 젊은 신혼부부는 생활 패턴, 습관, 취미, 말투 등 어쩌면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일들로 부딪히고 다투기를 반복한다. 서로 다르게 살아온 남녀가 부부가 되어서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은 마치 다른 문명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것 만큼이나 어려운 것임을 보여준다. 에피소드 사이에 삽입된 부부의 속마음 인터뷰와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너무 다른 두 사람이지만, 맛있는 것을 보면 가장 먼저 생각나고, 좋은 것이 있으면 함께 누리고 싶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은 같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존 광고들이 보여주었던 결혼에 대한 환상을 걷어내고 극사실주의로 일상의 소소함을 표현한 광고는 집에서 펼쳐지는 일상적인 순간과 대비되도록 인터뷰는 다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흰 배경에서전개시킨다. 상대방이 없는 곳에서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말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결론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 함께 지어가는 집’이란 헤드라인으로 부부의 다툼을 개인의 사소한 다툼으로 보지 않고 서로만의 문명을 가진 존재로 확대해 문명의 충돌로 표현하였다. 개인을 ‘문명’으로 보고 있으며 그 개인이 만나는 ‘한 공간’은 ‘문명 충돌의 공간’이자 ‘문명의 충돌’이 이해가 되어가는 접점이다. 가족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갈등과 화해를 반복하면서 ‘한 공간’인 ‘집’에서 살다 보면 ‘가족은 그렇게 태어납니다’란 슬로건과 같이 진정한 ‘가족 탄생’ 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또한, 혈연으로 얽힌 관계의 가족이 아닌 전혀 닮은 구석이 없는 사람들이 만나서 가족이 되어간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집’이라는 ‘제품’에 대한 메시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하지 않지만, 스위첸이 지은 집에서 살면서 그려나가는 삶의 모습에 현실적인 스토리와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담았다. 그럼으로써 물리적인 집을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집이 갖는 가치를 재조명하고 있다.
KCC 스위첸은 2016년도부터 2020년까지 집행한 10편의 광고는 모두 ‘인간중심’과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감성적소구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아파트에 대한 물리적 또는 물질적 가치 또는 아파트의 속성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추면서 광고 서사를 전개하는 특징을 나타낸다.
2.4.2 <연구문제 2> KCC스위첸 광고의 크리에티브변화 분석결과
2016년도부터 현재까지 5년 동안 집행된 스위첸 광고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변화를 살펴보았다. KCC스위첸은 타 아파트 브랜드의 광고와 달리 환상적이고 우위적인 속성 또는 가치를 내세우기보다는 ‘휴머니즘’을 내세우는 감성소구로 ‘집이란 공간이갖고있는 가치’를 재고해 보도록 만든다. 매년 광고슬로건과 헤드라인은 변화되었지만 공통적으로 ‘집’ 에 대한 본질적 가치와 사람 간의 관계에 있어서 환상을 담은 이상적인 표현보다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웃, 부모와 자녀,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을 너무나 현실적으로 그대로 보여준다.
2016년 ‘모두의 집’ 시리즈 광고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이슈들을 영상과 배경음악만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아파트 광고라기 보다는 마치 공익광고를 보는 듯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잃어가는 각박하고 삭막한 세상에 대한 외침처럼보여지는 감성소구 광고를 통해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 공간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즉,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는 공간을 말하고 있다. 이후, 2018년 집에 대한 역발상을 보여준 ‘대한민국 첫 번째 집인 상해임시정부’편을 제외하고는 2017년 부터는 ‘집’이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가족’ 간의 다양한 모습을 담아 감성소구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중심’, ‘가족’, ‘사랑’, ‘인생’ 등 ‘휴머니즘’을 공통적으로 담아 내면서 현실적인 삶의 모습들을 투영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솔직 담백하게 일상의 모습을 담은 스토리텔링을 전개하여 집은 혼자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란 의미를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공통점을 지닌다.
KCC스위첸 광고의 ‘슬로건’ 변화를 살펴보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나요? → 집으로 가는 길 → 어떤 집은 다른 꿈으로 살아갑니다 → 엄마라는 집에는 비울 수 없는 빈방이 있습니다 → 가족은 그렇게 태어납니다”로 변화되었다. 그리고, ‘헤드라인’은 “택배기사 및 배달원 승강기 사용자제 안내, 애완경 성대/중성화 수술, 입주민 전용 놀이터 해당 아파트 거주 어린이만 이용가능합니다, 차주님께 화물차량은 미관상 안 좋은 관계로 뒤편 주차장으로 이동해주세요, 301동 임대아파트 입주민들은 서쪽 출입구를 이용해주시기 바랍니다 → 언제가는 말할 수 있겠지 → 대한민국 첫 번째 집 상해임시정부 → 그렇게 문밖에서 기다렸던 사람 → 서로 다른 문명이 만나 함께 지어가는 집”으로 변화되었다. 광고모델 같은 경우 일반 모델을 기용하다가 2020년에만 ‘미스터 션사인’으로 얼굴을 알린 배우인 김남희를 기용하여 박예니와 진짜 부부 아니냐는 오해를 받을 정도로 리얼한 부부의 일상 모습을 보여주었다.
KCC스위첸 광고는 매년 슬로건, 헤드라인, 광고모델, 스토리 등은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변화되었지만, 가족 및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공동 주거공간으로서 ‘집’의 본질과 휴머니즘적 가치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아파트가 가진 화려한 외형, 특장점, 입지조건 등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로 하여금 생각할 여백을 남겨준다. 유명인 광고모델을 기용하지 않았지만 우리 주변에 있음 직한 친근한 일반모델을 기용하였기 때문에 더욱더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간으로서의 ‘집’과 그 공간을 살아가는 ‘가족’ 그리고 ‘사람’을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2.4.3 <연구문제 3> KCC스위첸 광고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의미 분석
장 마리 플로슈의 ‘소비가치의 사각형’을 논리적 분석의 틀로 하여 스위첸 광고를 분석하였다. 사용가치와 기본가치 사이의 범주적 구분을 기호사각형 위로 투사함으로써 실용적가치, 유토피아적가치, 유희적 가치, 비판적가치의 네 가지 가치 부여 타입을 기준으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서 KCC 아파트 브랜드의 기본적 가치론을 보여주고 있다.
2016년 ‘모두의 집’ 시리즈는 유토피아적 가치를 지향하고 있었다. 광고는 각박해지는 세상으로 변해가는 것인지, 사람이 변해가는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이기심, 차별, 인간소외, 계층구분을 나누는 사회를 비판적 가치로 바라보며, 우리가 나아갈 지향점으로 공리적, 이타심, 배려, 인간중심인 유토피아적 가치인 주거공간을 지향하고자 한다.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점 타인을 배려하고 공존하는 삶보다는 안락함, 편리함, 미적인 외형을 유지하는 것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면들을 광고에 담아 KCC스위첸은 특정한 누구의 집이 아닌 ‘모두의 집’이란 것을 강조하는 광고컨셉을 추구하고 있다(Fig. 2 참조).
Fig. 2. Everyone’s House Serise (2016).
2017년 ‘현실부자’와 ‘현실모녀’편은 경쟁을 부추기는 시험과 대학 입시에 대한 비판적인 가치를 부모의 마음을 표현하는 내레이션으로 숨긴다. 그러면서 ‘언제가는 말할 수 있겠지’라는 희망을 갖고 입시, 경쟁, 시험, 대학 때문에 스트레스받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희망하며, 걱정하고 잔소리하는 부모의 모습보다는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자 하는 유토피아적 가치를 추구한다(Fig. 3 참조).
Fig. 3. real mother and daughter/real father and son (2017).
2018년 ‘대한민국 첫 번째 집’인 상해임시정부를 보여주는 광고는 ‘유토피아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Fig. 4 참조). 집이 거주의 공간이란 실용적 가치를 지니기도 하지만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남의 나라에 있는 집을 떠나 독립한 조국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기도 했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여기서 ‘내 집을 갖는 게 꿈’은 독립된 조국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Fig. 4. The first house in Korea (2018).
2019년 ‘엄마의 빈방’ 편 또한 자녀에 대한 엄마의 사랑과 기다림, 염려가 담긴 광고로서 ‘집’이란 물리적 공간이 지닌 의미를 지니기도 하지만, 딸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담고 있는 심리적 공간을 담고 있다. ‘엄마의 빈방’은 언제나 딸을 기다리면서 비워놓는 심리적인 공간이자, 결혼하여 떠나간 딸을 생각하면서 허전함을 느끼는 공간이다. 이 광고도 엄마의 무한한 사랑과 기다림으로 딸을 한결같이 기다리는 엄마와도 같은 집이란 것을 추구하는 ‘유토피아적 가치’를 담고 있다(Fig. 5 참조).
Fig. 5. Mom’s empty room (2019).
2020년 ‘문명의 충돌’편은 ‘집이란 곳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함께 만들어 가는 곳’이란 것을 ‘문명’으로 표현하고, ‘함께’라는 것을 ‘충돌’로 치환해서 보여준다. 결혼 4년 차 부부의 현실적인 삶을 리얼하게 보여줌으로써 집이란 공간은 가족이 새로 태어나는 장소라는 의미 부여를 하고 있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통해서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리얼한 부부의 모습들과 주거 공간을 표현하는 광고임을 볼 때 ‘실용적 가치’를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Fig. 6 참조).
Fig. 6. The Clash of civilizations (2020).
플로슈의 ‘소비가치의 기호사각형’으로 분석한 결과 KCC스위첸 광고는 2016년도부터 2019년까지는 ‘유토피아적가치’의 소비가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2020년 ‘문명의 충돌’편 ‘실용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CC스위첸은 광고를 통해서 인간이 추구해야 하는 가치인 사랑, 배려, 인간중심, 행복, 가족 등 휴머니즘적 요소를 담은 메시지를 통해 의식주 가운데 하나인 ‘住’의 기본 가치를 말하고 있다. 아파트는 살기 편리함, 편안함, 아늑함 등도 중요하지만 자산 증식의 기대를 갖고 구매를 하는 제품으로 인식되어 있다. 그런데 투자의 대상, 자산 증식의 대상, 내가 다른 누군가와는 차별화된 그 무엇인가를 추구하다 보니 가족 또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고 가족과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주거공간이라는 것을 잊고 있을 때가 많다. KCC스위첸은 소소한 일상적인 매우 현실적인 모습들을 보여주지만 그와 반대로 현실 세계와 거리가 먼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KCC스위첸은 유럽의 캐슬이나 세련되고 고급스러움을 표현한 광고보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감응하고 성찰하고 사유하도록 하는 광고 메시지를 통해서 집에 대한 가치를 재고하도록 만들고 있다. 플로슈의 소비가치 기호 사각형에서는 실용적 가치와 유토피아적 가치가 반대되는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KCC스위첸 광고는 집에 대한 본질적 가치를 일깨우는 ‘실용적가치’와 인간이 잊지 말고 지니고 살아야 하는 것을 돌아보게 만드는 ‘유토피아적가치’에 포지셔닝하고 있었다. 플로슈의 소비가치 기호사각형은 주로 소비재 광고 분석에 적합한 분석틀이기도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기호학적으로 분석함에 있어서도 유용하다고 생각된다.
3. 결론
아파트라는 도시 공동주거 유형은 상품화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브랜드화에 진입하였고,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될수록 일방적인 기업의 논리를 강요하기보다는 자본의 논리와 더불어 소비자의 욕망을 반영한 더 정교한 방식의 광고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게 되었다. 이에 반하여, KCC스위첸 TV광고의 경우 현실을 왜곡하는 허구적 장치, 환상, 낭만적인 요소 등을 빼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투영해서 보여준다. KCC스위첸 아파트 브랜드가 지닌 특장점에 대해서는 언급조차도 없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회문제적 이슈를 제기하면서 사회 계층화, 물리적 경계에 대한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KCC스위첸의 TV광고에 대한 질적 내용분석 결과, 2016년도부터 집행한 십 여편의 광고는 모두 휴머니즘과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감성소구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으며, 물리적인 속성 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 초점을 둔 광고 서사를 전개하는 특징을 갖고 있었다. 즉, ‘아파트’라는 공동 주거 공간에 대한 재화적 가치 보다는 인간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의 가치를 강조한다. 매년 광고 슬로건, 헤드라인, 광고모델은 변화되었지만 가족과 이웃이 함께 살아가는 주거공간으로서의 본질과 휴머니즘 가치는 유지하면서 소비자들로 하여금 진정한 집에 대한 가치를 사유하게끔 한다. 또한, 일상의 삶을 자연스럽게 녹여서 보여준 스토리텔링은 잔잔한 감동과 공감을 가져온다. 장 마리 플로슈의 ‘소비가치의 사각형’ 으로 분석한 결과 ‘유토피아적 가치’의 소비 가치를 지향하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2020년 ‘문명의 충돌’ 편만 ‘실용적 소비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CC스위첸 TV광고는 환상적인 이미지와 수식어 대신 사람이 중심이 되어 가족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을 담백하게 보여주고 있다. ‘집’이 가지는 본질적 가치보다는 남들보다 우월적 지위와재화적 가치에 더 비중을 두는 사회와 사람들에게 화두를 던져준다. KCC스위첸 광고는 색다른 관점으로 아파트 TV광고에 접근을 시도한 의미 있는 일관된 메시지가 담긴 광고캠페인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인 ‘집’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는 광고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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