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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Concept and Characteristics of 'Healing Games' : Focusing on Comparison with Medical Serious Games

'힐링 게임'의 개념과 주요 특징에 관한 연구 : 의료용 기능성 게임을 중심으로

  • 이승제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
  • 배상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 Received : 2020.12.03
  • Accepted : 2020.12.28
  • Published : 2021.04.28

Abstract

Recently, public interest in Healing Games is increasing. But, due to the absence in an agreed concept, an academic discussion on the healing games has not commenced. Thus, this study proposed a concept for the 'Healing Games' and sought to draw key features. First, a comparison between healing games and medical serious games were compared to confirm that key concept of healing games. Afterwards, healing games were selected and reviewed to identify the narrative, structural and sensory features.

최근 '힐링 게임'에 관한 대중적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그러나 합의된 개념의 부재로 인해 '힐링 게임'에 관한 학술적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본 연구는 '힐링 게임'의 개념을 제안하고 주요 특징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먼저 '힐링 게임'과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비교하여 '힐링 게임'이 치유감의 형성과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용 게임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현재 '힐링 게임'으로 알려진 게임들을 선정하여 서사적 특징, 구조적 특징, 감각적 특징을 검토하였다. 먼저 서사적 측면에서 '힐링 게임'은 약한 서사성을 띠고 있으며 공간적 상호작용에 의한 미시적 서사의 발생을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구조적 측면에서는 쉬운 난이도, '무의미한 행동'의 권장과 방치 경험 등이 특징으로 나타났으며 감각적 측면에서는 추상적인 표현 사용, 이색적이고 감성적인 경관 묘사, 정서적 경험을 강화하는 사운드 활용 등이 제시되었다.

Keywords

Ⅰ. 서론

지난 몇 십 년간 디지털 게임 분야는 양적·질적인 성장을 거듭해왔으며 오늘날에 이르러 현대인의 대표적인 문화 양식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리고 문화적 위상의 변화에 발맞춰 디지털 게임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기능성 게임(serious game)은 게임의 긍정적 기능을 활용하기 위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기능성 게임이란 사용자에게 게임 플레이의 재미와 유의미한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게임을 의미한다[1]. 다소 투박하게 말하자면 기능성 게임은 학습이나 행동 및 인식 개선과 같은 특별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초창기 기능성 게임은 주로 군사용으로 만들어졌으나 현재에는 의료건강 분야, 교육, 전문가 훈련, 정치사회적 인식 개선 등 적용범위가 다방면으로 확장되고 있다[2]. 이와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외국어 어휘 습득과 발음향상을 위해 만들어진 교육용 게임 ‘Influent’(2014), 사회 문제의 인식과 개선을 위해 만들어진 ‘My Child Lebensborn’(2018), 다이어트와 건강관리를 목표로 만들어진 모바일 게임‘Zombies, Run!’(2012)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능성 게임은 이용자의 긍정적 변화를 촉진하는 데 도움을줄 뿐만 아니라 게임 산업의 저변 확장함으로써 게임을 향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3][4].

최근 의료‧건강 목적의 기능성 게임과 별개로, 심리적 안정과 스트레스 완화를 모토로 내세우는 이른바 ‘힐링 게임(Healing Game)’이 대중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힐링 게임’은 정신적 위안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치료적 기능성 게임과 유사한 측면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의도성이나 상업성과 같은 요소를 두루 고려한다면 ‘힐링 게임’은 기능성 게임의 정의에 완벽하게 부합하진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가령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대부분의 경우 치료 및 건강관리 효과를 최우선 목표로 삼지만, ‘힐링 게임’은 상업적 이윤을 간과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모바일 게임인 ‘펭귄의 섬’(penguin Isle, 2019)은 대중적으로 ‘힐링 게임’의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적인 기능성 게임과 달리 광고보기나 랜덤 박스 등의 수익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또한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기능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검증된 메커니즘 채택한다. 반면 ‘힐링 게임’은 의학적인 검증과 실제 효용성을 엄정하게 따지지 않으며 이용자의 심미적 경험에 더 큰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맥락에서 ‘힐링 게임’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또는 치료적 기능성 게임)과 일반 상업용 게임 중간에 위치한 새로운 유형의 게임 형태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힐링 게임’의 주된 특징은 상업적인 주류 게임과 달리 경쟁 승리나 목적 달성을 강조하지 않으며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힐링 게임’은 전문 상담사나 프로그램 없이 일반 이용자에게 자기조력적 치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바탕으로 ‘힐링 게임’은 현실의 경쟁사회에 지친 젊은 게이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으며 이와 관련된 대중적‧학술적 관심도 점차 다양한 연령대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5-7].

그러나 ‘힐링 게임’의 특징과 유형 그리고 치유적 활용의 가능성에 관한 논의는 아직까지 피상적으로만 이해되고 있을 뿐,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바가 없다. 따라서 의료용 기능성 게임과 비교할 때 ‘힐링 게임’이 갖는 특징과 장점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며, 관련 연구의 확대를 위해 이를 유형화할 필요가 있다. 이에 본고는 의료용 기능성 게임에 관한 논의와 한계를 검토한 뒤 ‘힐링 게임’의 정의와 특징을 살펴보았다.

Ⅱ.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개념과 한계

1.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정의와 특징

그간 기능성 게임에 관한 국내의 논의는 주로 교육 분야에 한정되어 이루어져 왔다[1][8]. 그러나 기능성 게임에 관한 연구가 활성화되면서 건강관리와 전문 치료를 위한 ‘의료용 기능성 게임(Medical Serious Games)’에 관한 관심도 점증하고 있다. 의료용 기능성 게임이란 특정 사용자의 건강 기능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게임뿐만 아니라 의료·보건과 관련된 목적을 가진 게임들을 폭넓게 가리키는 용어이다. 구체적으로 ‘의료용 기능성 게임’이란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이해를 돕고, 치료 과정에서의 불안감과 공포심을 해소하도록 유도하며, 전문 의료진의 교육 또는 훈련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을 의미한다[9]. 따라서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환자와 치료사 모두를 대상으로 할 수 있으며, 그 구체적인 내용도 치료 동기 증진, 의료 훈련, 물리적 재활, 정신치료, 보건 관련 인식 개선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1][10].

그러나 최근 ‘Ring-Con’처럼 신체적 움직임을 유도하는 가정용 게임 콘트롤러가 상용화되면서 신체적 건강을 위한 기능성 게임(Game for Health, 이하 ‘건강용 기능성 게임’)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이 때문에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신체적 움직임을 유발하는 게임으로 쉽게 동일시되곤 한다. 그러나 엄밀히 건강용 기능성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하위 유형이며 두 개념은 분리되어 이해되어야만 한다. 이에 우탁과 염진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을 ‘치료와 교육’, ‘신체와 인지’ 두 가지 축을 바탕으로 분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였다[10]. 해당 연구에 따르면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시술 훈련용, 재활 치료용, 치매예방용, 치료동기 및 질병에 대한 이해 증진, 의료 관련 지적 학습용 등으로 구분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치료 목적의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게임 치료 (Game Therapy) 또는 다른 치료 프로그램의 보조적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게임치료란 게임을 통해 환자 또는 내담자가 자신의 문제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감정적·수행적 역할과 역량을 훈련시키고 현실에서의 행동 변화를 촉진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치료 방식을 가리킨다[11][12]. 일반적으로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치료사의 판단 아래 치료 회기 전후로 내담자 또는 환자에게 제공되며, 때로 자율적으로 일정 시간 플레이하도록 권장되기도 한다[12]. 이때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내담자의 문제 상황에 따라 크게 ‘건강용 기능성 게임’과 ‘치료적 기능성 게임’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서 건강용 기능성 게임이 신체적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춘다면, 치료적 기능성 게임은 정신적 문제의 완화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2. 건강용 기능성 게임의 개념과 특징

먼저 ‘건강용 기능성 게임’은 사용자의 신체적 움직임을 유도하여 재활 또는 다이어트처럼 신체 기능 개선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을 의미한다. 과거 건강용 기능성 게임은 모션 컨트롤러 기능이 단순하고 접근성이 제한되어 있다는 단점 때문에 병원이나 치료 센터 또는 복지센터 등 일부 시설에서만 활용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모션 컨트롤러의 발달에 힘입어 모바일, 가정용 기능성 게임 제작 등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건강용 기능성 게임은 다른 신체 재활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환자의 동기 유발 측면이나 접근성 측면에서 탁월한 장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현재 건강용 기능성 게임은 시지각 기능 개선이나 근력 강화 등 재활 및 치료 분야에서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실정이다[13-17].

건강용 기능성 게임은 재활치료나 건강관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특히 치료동기 증진 부분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3-16]. 가령 운동기능장애를 앓고 있는 환자는 치료 의욕 저하를 경험하기 쉬우며 자발적인 재활 훈련을 거부하기도 한다[16]. 이에 김황용은 건강용 기능성이 의욕저하로 인한 재활 훈련 부족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16]. 디지털 게임의 매체적 특징이 치료 동기와 자발적 훈련 참여 증진 그리고 치료 효용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Lohse와 그 외 연구자는 재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디지털 게임의 특징으로 보상, 목표와 도전, 즉각적 피드백, 선택과 상호작용성, 사회적 소통 등을 제시하였으며 각각의 요소가 지속적인 치료 참여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13]. 이 외의 다른 연구에서도 건강용 기능성 게임이 시지각 기능, 근력, 인지 능력 개선 등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된 바 있다[18-23].

3. 치료적 기능성 게임의 개념과 특징

그러나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범주가 반드시 물리적 재활이나 신체 기능 향상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한주연은 심리건강 분야에 도움을 주는 게임을 ‘치료적 기능성 게임(Therapeutic Serious Game)’으로 정의하고 게임이 불안, 강박의 완화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음을 주장한 바 있다[24]. 이때 치료적 기능성 게임이란 내담자에게 치료를 위한 동기와 기회를 제공하고 대인 심리 치료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게임을 의미한다. 이와 유사하게 윤선정과 류미영도 ‘치료용 기능성 게임(Serious Game for Therapy)’이라는 개념을 제안하면서, 이를 직접적인 치료보다 환자의 심리적인 변화와 적극적인 동기화를 목적으로 하는 게임으로 정의한 바 있다[11].

심리건강용 기능성 게임은 건강용 기능성 게임에 비해 연구가 미진한 상황이며, 때문에 이를 가리키는 명확한 개념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따라서 정신적‧심리적 문제 완화를 위한 기능성 게임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이라는 대분류와 혼용되어 사용되거나 치료적 게임[24]이나 치유용 게임[11] 또는 예술치료게임[25] 등으로 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본고는 불필요한 혼동을 피하기 위해 ‘정신적 문제의 치료를 위해 기획 및 제작된 기능성 게임’을 치료적 기능성 게임으로 통일하여 지칭하고자 한다.

‘치료적 기능성 게임’이란 인지적‧정서적 변화를 이끌어냄으로써 사용자의 심리적 문제를 완화하거나 치료 참여를 촉진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진 게임을 의미한다. 건강용 기능성 게임이 주로 재미, 보상, 도전과 같은 게임 메커니즘의 긍정적 활용에 초점을 맞추는 반면, 치료적 기능성 게임은 디지털 게임의 놀이적 속성과 예술적 표현 가능성을 폭넓게 고려한다. 이와 관련하여 한주연은 치료적 기능성 게임이 사용자의 인지행동적 변화를 이끌어내는데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정서적 반응과 표현을 유발하는데 탁월하다고 주장하였다[24]. 해당 연구에 따르면 디지털 게임의 매체적 특징은 내담자의 심리적 방어를 약화시키고 유연한 자아를 갖게 만들며 정념적 반응을 유도하여 치료에 필요한 정서 인식과 반응을 앞당길 수 있다[24][26]. 가령 디지털 게임의 놀이적 공간은 실패를 향한 두려움과 부정적 감정에 의한 위협을 약화시키고 이용자가 안전한 환경 속에서 온전히 감정을 발산하도록 돕는다. 또한 게임의 오감 요소와 다채로운 표현 가능성은 정서 자극을 유발하고 나아가 심리적 문제 상황 인식과 대면을 촉진함으로써 회복 탄력성을 증진하는데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24][25].

디지털 게임이 심리적 문제의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뒷받침되고 있다[11][24][27-29]. 가령 한주연은 보육시설 청소년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치료적 기능성 게임이 분노억제, 정서조절, 자존감, 자기조절력 등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혔다[25]. 또한 다른 연구에서도 디지털 게임이 노인의 자기통제감 향상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며[30], 삶의 만족도나 인지기능, 도구적 일상생활동작의 증진과 우울감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도 보고된 바 있다[31]. 이와 더불어 다른 연구에서는 게임을 통해 치매 예방처럼 이용자의 인지능력을 강화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하였다[32][33]. 다만 일각에서는 디지털 게임을 활용한 치료가 치료사의 개입이 제한적이라는 점, 규칙에 저항하면서 게임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34]. 치료 환경에서 내담자의 규칙 저항이 심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띠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4.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한계

그러나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신체적‧정신적 문제 개선이라는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한계점은 구체적인 의도와 목표를 가진 기능성 게임의 근본적 문제와 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수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의료건강 분야는 ‘수익성’보다 ‘공공성’이 강한 분야이다[2]. 이는 기능성 게임 개발이 국가 또는 특정 단체의 투자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그리고 판매 수익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기능성 게임의 특성은 잠재적으로 투자금에 의존한 개발, 창작자의 개발 의욕 저하, 호소력을 갖춘 게임 개발의 어려움 등의 문제를 낳을 수 있다. 즉, 게임 개발이 기능성 게임 본연의 장점을 잘 살리기보다 투자기관의 기준을 충족하는데 만족하는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

둘째, 기능성 게임 개발은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부가적인 노력을 필요로 한다. 가령 건강용 기능성 게임은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 이용자가 의학적으로 검증된 신체 동작을 구사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설계를 위해서는 전문가의 자문과 유관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가 필수불가결하다. 즉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기획상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셋째, 기능성 게임이 지향하는 기능적 효용을 강조한 나머지 재미와 몰입을 간과할 수 있다[35].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효과를 가진 게임이라고 할지라도 이용자가 흥미를 가지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한예원은 좋은 기능성 게임이 되기 위해선 ‘좋은 기능성’을 갖기 이전에 ‘좋은 게임’이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하였다[1].

넷째, 기능성 게임은 수요처가 제한된다[35]. 가령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병원, 상담센터, 재활센터, 복지센터 등 제한된 유통경로를 갖고 있으며, 일반 대중들은 이와 관련된 게임을 접할 기회를 쉽게 갖지 못한다. 이는 기능성 게임의 대중적 파급력과 인지도가 일반적인 상업용 게임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그 밖에도 전문 치료에 거부감을 갖는 이용자들이 생소한 의료용 기능성 게임에 심리적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도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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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개념과 한계

그러나 모든 사람이 전문적인 치료를 목적으로 매체를 활용하진 않는다. 달리 말해 검증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없더라도 사람들은 각종 매체를 이용해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심리적 고통을 덜어내고자 한다. 그리고 이는 디지털 게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즉 전문 상담 및 치료를 위해 의료용 기능성 게임을 이용하는 사람 이 외에도, 자기조력적 치료를 위해 디지털 게임을 활용하는 이용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적 만족과 심리적 안정에 도움이 되는 작품을 선택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고자 한다. 그리고 최근 부상하고 있는 ‘힐링 게임’에 관한 대중적 관심과 인기는[5-7], 상업적인 목적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게임을 자기조력적 치료 매체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음 장에서는 본 연구의 핵심인 ‘힐링 게임’의 정의와 주요 특징을 살펴보고, 의료용 기능성 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도 심리적 치유감의 형성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도록 한다.

Ⅲ. ‘힐링 게임’의 정의와 특성

인터넷 기사, 웹리뷰 등에서도 저마다 다른 작품으로 ‘힐링 게임’을 소개하고 있으며, 스팀(Steam)과 같은 게임 플랫폼에서도 ‘힐링 게임’ 태그를 공식적으로 지원하고 있지 않다. 다만 스팀의 경우 ‘Abzu’(2016)나‘Journey’(2012), ‘My koi’(2020) 등 대중적으로 힐링 게임‘이라고 알려진 게임에 ’릴렉싱‘, ’분위기 있는‘ ’아름다운‘과 같은 태그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힐링 게임‘이 단순한 조작, 정서적인 안정감과 같은 몇 가지 특성에 의존하여 불분명하게 이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게임을 활용한 치유적 접근의 확대와 힐링 트렌드를 반영한 게임 콘텐츠의 기획‧개발을 위해선 다소 투박하더라도 힐링 게임의 특징과 구성 요인을 보다 명확하게 규명할 필요가 있다.

‘힐링 게임’은 우선 의료용 기능성 게임으로 기획되지 않았으나 이미지와 스토리텔링 그리고 메커니즘 측면에서 자기조력적 치료나 스트레스 완화 및 정신적 안정 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련의 게임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는 힐링 게임이 목적성을 지닌 치료적 기능성 게임과 구별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목적성에 의한 구분’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전혀 다른 목적을 갖고 만들어진 상업적 게임이라도 기능적 활용(Serious Gaming)을 통해 특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기능성 게임이라는 주장도 존재하기 때문이다[36].

그러나 게임을 기능적으로 활용하는 것과 기능적인 목적을 갖고 만들어지는 게임은 마땅히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기능적 활용이 가능하다고 해서 특정 게임을 기능성 게임으로 인정할 수 있다면, 이용자나 개발자 또는 투자자들 사이에 의도치 않은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다른 목적에서 만들어진 게임을 기능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용자의 창의적‧비판적 플레이에 의해 부여되는 새로운 가치에 가깝다는 사실도 참작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힐링 게임’은 심리적 문제의 완화 및 보조치료를 위해 만들어진 치료적 기능성 게임과 구별되어야 하며, 다만 기능적 활용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즉 ‘힐링 게임’은 기능성 게임으로 제작되진 않았으나 심리적 문제의 완화라는 기능적 활용이 용이한 유형의 게임을 가리킨다.

물론 ‘힐링 게임’과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치유적 특성이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이는 두 유형의 게임 모두 근본적으로 디지털 게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두 게임 유형의 유사성은 디지털 게임의 고유한 매체적 특성을 치유적인 맥락에 맞게 응용한다는 전략의 유사성에 기인한다. 예컨대 치료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디지털 게임의 주요 특성들 곧 상호작용과 목표와 도전, 보상, 피드백 등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이나 힐링 게임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게임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13]. 그러나 해당 요소들은 치료적인 맥락에서 활용되었을 때 단순히 게임의 재미나 몰입을 증진시켜주는 것 이상의 새로운 의미를 지닐 수 있게 된다.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한주원도 현전성과 상호작용성, 몰입, 통찰과 같은 디지털 미디어의 보편적 특성이 예술치료와 같은 치료 철학과 결합함으로써 치유적 경험의 발생에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12][25].

이와 함께 디지털 게임의 시뮬레이션 특성과 일탈성도 치료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매체적 특징 중 하나이다. 먼저 시뮬레이션 특성이란 하나의 상황을 여러 번 반복 재현할 수 있는 매체적 특성을 가리킨다. 시뮬레이션 특성의 가장 큰 치유적 강점은 이용자가 자신의 문제 상황을 다양한 시각에서 관찰할 수 있도록 장려한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자신의 문제 상황을 재현한 가상 환경을 반복 경험함으로써 부정적 감정을 온전히 마주하거나 문제의 본질을 인식할 기회를 얻게 된다. 그리고 정교하게 구현된 게임 경험을 통해 문제 극복을 위한 통찰에 이르기도 하고 때로 심미적 감동으로 말미암아 위안을 얻기도 한다. 이 외에도 시뮬레이션 특성은 실패와 재도전을 용납하기 때문에 좌절감이나 심리적 부담의 위협이 적다는 점, 역할극과 달리 개인의 이입 능력이나 상상력에 덜 구애받는다는 점에서 치료적 강점을 갖기도 한다.

두 번째, 일탈성이란 일상 현실과 구별되는 가상적 놀이 공간을 형성하는 게임(또는 놀이)의 특성을 의미한다. 놀이적 공간, 이른바 매직서클(magic circle)은 일상 세계로부터 불분명하게 이탈된 고유의 시공간을 형성한다. 해당 공간에서는 현실 세계의 재현과 전복 그리고 재창조가 자유롭게 발생하며 심지어 참가자의 정체성과 감정도 보다 유연하게 변화할 수 있다. 가령 참가자는 게임을 통해 일상의 자신과는 전혀 다른 역할이나 직업을 체험해 볼 수도 있고, 평소라면 신경 쓰지 못했을 타인의 입장을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도 있으며. 특정 상황을 통해 억눌려왔던 무의식적 감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이때 핵심은 놀이적 공간이 일상 세계의 권위나 평판 그리고 사회적 책무로부터 이용자를 감정적으로 분리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놀이 공간이 일상 세계 또는 의식된 세계의 심리적 위협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임을 의미한다. 즉, 이용자는 놀이를 통해 자신의 부정적 감정과 경험을 안전하게 마주할 수 있으며 억눌려왔던 감정과 생각도 더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다. 가령 부모나 기성세대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문제를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아동이 소꿉놀이를 통해 가정불화라는 자신의 문제를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힐링 게임’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과 달리 전문 치료라는 목적성에 구애받지 않으며, 상업적 이윤과 이용자의 몰입을 우선시한다는 차별점을 갖고 있다. 이는 양자에서 발견되는 공통된 특성이 실제로 게임을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일반 게임에 비해 필연적으로 폐쇄적이고 경직된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대다수의 의료용 기능성 게임들이 치료적 처방이나 치료사의 존재를 전제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가령 의료용 기능성 게임은 돌발적인 진행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플레이어의 행동이나 서사적 선택지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치료적인 측면에서 달성되어야 할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에 ‘도전-보상’의 과정이 일반적인 게임에 비해 경직되어 있으며,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강제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이는 의료용 기능성 게임이 치료 목표와 검증된 효용에 근거하여 기획·개발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건강용 기능성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특정 행위를 유도할 때 올바른 자세와 적절한 강도를 유지하면서 이를 반복할 것을 주문한다. 반면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동작 인식(kinect 등)과 동작 수행 (pump it up 등) 게임들은 이용자의 창의적인 플레이를 폭넓게 허용하며 때로 권장하기까지 한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경직성은 이용자의 재미를 경감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힐링 게임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의 이러한 단점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힐링 게임은 수익성과 대중성을 기획·개발 단계에서부터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특징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장점을 갖는다. 첫째, 대중적 접근성이 뛰어나다. 예컨대 힐링 게임은 의료용 기능성 게임과 달리 복지시설이나 치료시설을 방문하지 않고 모바일 스토어나 스팀(Steam)과 같은 게임 플랫폼에서 쉽게 다운로드 가능하다. 특히 이러한 강점은 포스트 코로나(Post-COVID)와 같은 시대적 특수성을 차치하더라도 시간 부족에 쫓기기 쉬운 현대인을 상대로 많은 이점을 갖는다. 둘째, 힐링 게임은 의료용 게임에 비해 재미 요소를 더욱 강조한다. 제한적인 목적과 수요를 가진 기능성 게임과 달리, 다른 상업용 게임들과 경쟁해야 하는 힐링 게임은 게임 시장의 트렌드 변화와 이용자의 반응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업적 성질 때문에 ‘힐링 게임’은 성공한 다른 ‘힐링 게임’의 주요 특성을 상호참조하면서 점차 장르화되어 가는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가령 모바일 ‘힐링 게임’으로 불리고 있는 ‘펭귄의 섬’, ‘Abyssrium’(2016), ‘기타소녀’(2020)는 기본적으로 ‘방치형 게임’(Idle)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자의 두 게임은 시각적 기법과 해양이라는 비일상적인 소재의 활용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며 후자의 두 게임은 탭 클릭을 활용한 성장 방식이라는 구조적 특징을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힐링 게임’이 해당 장르를 향한 대중들의 기대감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즉 ‘힐링 게임’이 내세우는 심리적 치유가 의학적 엄정성에 근거한 것이 아니며, 사실 ‘힐링’에 관한 대중적 요구를 충족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러한 접근은 그 자체로 좋고 나쁨으로 가치 평가될 수 없으며, 심리적 치유를 바라보는 기능성 게임과 ‘힐링 게임’의 시각 차이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여기서 ‘힐링 게임’의 가장 핵심적인 특성은 편안함, 스트레스 해소와 같은 특정한 심미적 경험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힐링 게임’과 일반적인 상업용 게임을 구별하는 가장 주된 특징이기도 하다. 상술한 관점을 종합해본다면 ‘힐링 게임’의 가장 큰 정체성은 정신 문제의 실질적 개선을 의미하는 ‘치료’가 아닌 ‘힐링’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때 ‘힐링’은 실제적인 ‘치료’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며 치유받고 있다는 느낌 곧 치유감 혹은 치유적 활용 가능성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힐링 게임’을 ‘힐링 게임’답게 만드는 것이 바로 치유감인 셈이다.

치유감을 극대화하기 위해 ‘힐링 게임’은 다양한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가령 대부분의 ‘힐링 게임’은 편안함과 같은 긍정적 정서를 환기하는데 집중하며 신비스럽고 아름다운 시청각적 자극을 통해 감정적 정화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러한 정서적 경험이 방해받지 않도록 조작 난이도가 다른 게임 장르에 비해 낮은 편이며 가벼운 성취 경험에도 큰 만족감을 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또한 일부 ‘힐링 게임’은 소일거리와 ‘쓸데없는 일’을 권유하기도 하며 때로 게임을 방치할 것을 유도하기도 한다. 이러한 ‘힐링 게임’의 특성은 영웅적 성장과 ‘의미 있는 행동’을 중요시하는 일반적인 게임 문법과 대비된다. 치유감은 그 자체로 치료적 효용을 담보할 수 없다. 그러나 이에 관한 대중적 요구가 존재하는 한 치유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주목할 가치가 있다. 가령 과다한 스트레스에 일시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적절한 위안과 안식만으로도 어느 정도 기력을 회복할 수 있다. 즉, 문제가 경미한 사람들에게는 현실의 문제를 잠시 잊고 자신의 감정을 차분하게 되돌아볼 수 있는 공간을 보장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효과를 가질 수 있다. 반면 이러한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치료 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심리적인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이러한 맥락에서 ‘힐링 게임’은 일상의 문제로부터 잠시나마 벗어나 심리적 위안과 감동을 얻고 싶은 대중들에게 매력적인 도피처가 될 수 있다.

이렇듯 게임은 치유감을 통해 이용자의 긍정적 정서를 환기하고 감정적 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디지털 게임의 자기조력적 치료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자기조력적 치료란 치료사의 도움 없이 이용자가 특정 매체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과정에서 치유적 효과를 얻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기조력적 치료는 스스로를 돕기 위해 영화, 책과 같은 매체를 활용하는 것을 가리킨다[37]. 즉 매체치료의 개념을 모르는 이용자도 의식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체를 치유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38]. 가령 이용자는 자기 현실과 텍스트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치료적 통찰력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를 얻을 수도 있고 다양한 감정의 경험을 통해 심리적 위안을 얻기도 한다[39]. 책, 영화, 웹 등의 매체를 활용한 자기조력적 치료는 심리적 거부감 낮고 대중적 파급력이 뛰어나며,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고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도록 장려한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그러나 자기 조력적 치료는 때때로 비과학적이거나 검증되지 않은 방식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기도 한다[40][41].

자기조력적 치료는 기존의 미디어 매체뿐만 아니라 디지털 게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이는 비단 의료용 기능성 게임이나 ‘힐링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유형의 디지털 게임도 마찬가지이다. 예컨대 온라인 경쟁 게임을 플레이하며 뛰어난 기량 숙달이나 승리를 통해 자존감이 고취되는 경험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힐링 게임은 적은 노력으로도 스트레스 완화, 서사적 감동, 심리적 위안 등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 활용 가능성이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힐링 게임’이 비록 전문적이고 검증된 치료 효과를 제공하지 않더라도 치유감 형성을 위한 다양한 조건을 마련함으로써 이용자에게 긍정적 심리적 경험을 전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Ⅳ. 힐링 게임의 주요 특징 분석

앞에서 여러 번 강조했듯이, ‘힐링 게임’의 잠재력과 대중적 수요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힐링 게임’에 관한 진지한 학술적 접근은 미진했다. 강호인과 변혜원은 Lazzro의 4가지 재미요인(Hard Fun, Easy Fun, Serious Fun, People Fun)을 통해 ‘힐링 게임’의 특징을 분석한 바 있다[42]. 분석에 따르면 힐링 게임은 비폭력성, 쉽고 단순한 플레이 방식, 쉬운 게임 난이도, 귀엽거나 아름다운 느낌의 그래픽, 잔잔한 배경음악, 감동적인 스토리 등의 특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모바일이나 PC/콘솔 등 플랫폼별로 재미의 추구성향이 다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기존의 연구는 재미를 중심으로 ‘힐링 게임’의 주요 공통점들을 추출하고 제안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러나 ‘힐링 게임’에 관한 개념적 접근과 각각의 요인들이 치유감과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에 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미진했다. 따라서 본고는 몇 가지의 텍스트를 검토하여 ‘힐링 게임’의 주요 특성을 살펴보고, 해당 특성들이 치유감이라는 ‘힐링 게임’의 정체성과 어떻게 관련되지를 분석하도록 한다.

현재 ‘힐링 게임’에 관한 학술적 정의가 없는 상황이므로 분석 텍스트를 선정하기 위해 몇 가지 기준을 활용하였다. 첫째, 뉴스기사, 전문 리뷰, 유튜브 등을 통해 대중적으로 ‘힐링 게임’으로 알려져 있는 게임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였다. 이는 다소 비학술적인 접근일 수 있지만 그럼에도 대중들이 ‘힐링 게임’을 어떤 유형의 게임으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둘째, 스팀(Steam) 등 주요 플랫폼을 통해 상기한 게임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태그(tag)와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추적 하였다. 분석 결과, 힐링 게임에 빈번하게 나타나는 태그는 ‘릴렉싱’, ‘분위기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 깊은’, ‘걷는 시뮬레이션’, ‘탐험’, ‘웅장한 사운드트랙’ 등으로 나타났다. 셋째, 질적인 분석을 통해 공통된 태그를 보였음에도 힐링 게임과 무관하다고 판단된 게임들을 배제했다. 질적 분석 과정에는 게임 전문가 2인의 자문이 포함되었다. 예컨대 ‘Red dead redemption2’(2019)는 ‘분위기 있는’, ‘이야기 깊은’의 태그를 공유하지만 자극성, 목적성, 경쟁성, 난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힐링 게임의 형태와는 거리가 멀다고 판단해 분석에서 배제하였다. 또한 질적 평가 과정에는 스팀의 지표를 활용할 수 없는 모바일 게임에 관한 자문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본 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펭귄의 섬’, ‘고양이는 정말 귀여워’, ‘Journey’, ‘Gris’(2018), ‘Abzu’, ‘My koi’, ‘To the moon’(2011), ‘Old Man's journey’(2017), ‘Lost Ember’ 등 다수의 게임을 힐링 게임으로 선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1. 힐링 게임의 서사적 특징

서사는 가상 세계에 활기를 불어넣어 이용자의 몰입 촉진하고 게임 경험을 구체화하는 게임의 핵심적 요소 중 하나이다. 때문에 많은 수의 게임들이 이용자의 서사적 경험을 중요시하며, 게임의 특색을 고려해 다양한 서사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대부분의 ‘힐링 게임’이 약한 서사성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정확히는 선형적인 서사 구조와 갈등이 크게 부각되지 않으며, 대신 탐험이나 관찰, 특정 행위에 의해 발생되는 미시적 서사가 강조된다. 이러한 게임은 대화나 텍스트를 의도적으로 배제하거나 서사적 경험을 추상화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대표적인 예시로는 ‘Journey’, ‘Abzu’, ‘Old man journey’, ‘Lost amber’, ‘Gris’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예컨대 ‘Journey’와 ‘Abzu’는 게임 세계를 구성하는 기반적 스토리가 거의 제공되지 않으며[43], 진행 전반에서 음성 및 텍스트를 통한 서사적 경험 밀도가 매우 낮은 편이다. 대신 ‘걷기’나 ‘보기’와 같은 관망적이고 정적인 행위가 강조되며 이를 통해 발생하는 미학적 경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43]. 이와 유사하게 횡스크롤 어드벤쳐 게임인 ‘Old man journey’는 노인의 여정을 공간의 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해당 게임은 노인의 여행에 담긴 의미를 이용자에게 부연하지 않으며, 이용자는 오직 특정 오브젝트와의 상호작용과 이를 통해 열람 가능한 이미지 컷을 통해 주인공의 과거와 여행 동기를 추상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이러한 특성은 ‘Lost amber’, ‘Gris’에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해당 게임들은 스테이지 변화에 따른 플롯 전개가 존재하지만 이용자에게 구체적인 서사적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때문에 이용자들은 게임 배경과 환경 오브젝트의 변화, 추상적인 컷씬 등을 통해 서사적 변화를 짐작해 나갈 수밖에 없다. 즉 ‘힐링 게임’의 서사 인식은 서사적 정보의 축적이 아닌 공간 변화에 따른 정서적 경험의 축적에 의해 추동된다. 그렇기 때문에 ‘힐링 게임’에서는 감상 행위와 이에 따른 공간적 상호작용이 다른 게임에 비해 더욱 크게 강조된다. 달리 말하자면 전통적인 스토리텔링이 아닌 공간 중심의 추상적인 스토리텔링이 선호된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Gris’는 흰색, 빨강, 초록, 파랑 등 특정 색깔로 상징되는 몽환적인 공간을 탐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당 게임은 모험의 동기와 사건의 전말을 파악할 수 있는 지시적 단서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용자는 추상적인 컷씬과 공간의 변화를 관찰 함으로써 해당 모험이 사별에 의한 심리적 고통을 수용해 나가는 과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게 된다.

‘힐링 게임’에서의 공간적 상호작용은 치유감의 형성과도 깊게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이용자는 광활한 자연 경관을 감상함으로써 경외감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이용자는 해당 공간을 걷거나, 달리거나, 헤엄치거나, 날아다니면서 심미적 공간에 의해 발생된 감정을 음미하게 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힐링 게임’의 공간은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공간일 뿐만 아니라 산책과 사색의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박연수와 한혜원도 해당 유형의 게임에서 나타나는 ‘걷기’ 곧 디지털 산책 체험이 이용자에게 치유와 깨달음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43]. 이때 ‘힐링 게임’은 이용자의 디지털 산책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용자의 사색과 감상을 방해할 수 있는 갈등과 위협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가령 ‘힐링 게임’의 공간적 상호작용은 이용자의 감상과 심리적 안정을 방해하는 전투 요소가 배제되어 있으며 대부분 탭 클릭, 퍼즐, 수집처럼 감상과 사색 경험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간단한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Old man journey’의 게임 경험은 ‘걷기’ 경험을 통한 공간 이동과 간단한 퍼즐 그리고 일러스트를 통한 추상적인 서사 체험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탐험 과정에서 이용자를 심리적으로 위협하는 적대자를 찾을 수 없다.

일부 ‘힐링 게임’은 공간의 변화가 종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횡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디지털 산책을 표방하는 ‘힐링 게임’은 다양한 경관을 산책하거나 탐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의 종적 변화는 이용자의 감정 발산을 촉진하며 때로 정신적 성장과 정서적 변화를 은유적으로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나 횡적인 변화를 강조하는 게임은 다른 공간으로의 이행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초기의 단일 공간을 확장해 나가면서 공간을 변화시켜 나간다. 공간의 횡적 변화를 강조하는 것은 게임 공간을 향한 애착감 형성과도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다. 해당 유형의 게임은 다양한 공간 경험을 포기하는 대신 이용자에게 사적 점유가 가능한 공간을 제공한다. 그리고 이용자는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마다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도피처’를 확장함으로써 만족감과 위안을 느끼게 된다. 이러한 유형의 ‘힐링 게임’으로는 ‘My koi’, ‘고양이는 너무 귀여워’, ‘펭귄의 섬’, ‘Abyssrium’, ‘기타소녀’, ‘동물의 숲’ 시리즈 등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공간의 횡적 변화를 채택한 ‘힐링 게임’도 약한 서사성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특성은 다른 장르 게임과의 비교를 통해 보다 선명하게 드러난다. 가령 농장, 목장, 사업장 등을 운영하는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은 종적 변화가 없는 특정 공간을 꾸미거나 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해당 유형의 게임은 달성 목표가 명확하며 이에 실패할 경우 게임 오버 (Game Over) 되기도 하다. 또한 라이벌과 직접 갈등을 겪거나 목표 달성을 방해하는 이벤트가 지속적으로 등장하여 ‘장애를 이겨낸 극적인 성공’이라는 영웅적 서사를 형성하기도 한다[44]. 그러나 ‘힐링 게임’은 단일 공간의 횡적인 확장이 드러나지만 공간을 위협하는 외부 요인이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뚜렷한 달성 목표도 없으며 간혹 주어지는 퀘스트도 명목적인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특성은 사적 점유된 공간을 위협하는 요소를 배제하고 이용자의 여유로운 게임 경험을 보전하는 효과를 낳는다. 대표적으로 금붕어 관찰과 연못 감상이 강조된 ‘My koi’은 금붕어의 생명이나 연못의 수질을 위협하는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용자는 자신의 연못을 꾸미는데 전념할 수 있으며 편안한 상태로 금붕어를 감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힐링 게임’의 서사는 갈등과 불화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행위가 서사에 압도되지 않도록 최소화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횡적인 공간 변화가 강조되는 어드벤쳐 형태의 ‘힐링 게임’은 추상적 서사를 지향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종적인 공간 변화를 보이는 방치형 게임이나 시뮬레이션 장르의 ‘힐링 게임’은 갈등과 같은 서사적 체험이 극단적으로 배제되는 양상을 보였다.

물론 상대적으로 서사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힐링 게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To the moon’은 다른 ‘힐링 게임’과 달리 내러티브가 강조되는 비주얼 노벨 또는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에 가깝게 구성되어 있다. 즉 해당 게임은 퍼즐, 전투와 같은 조작적 요소나 상호작용 요소가 상대적으로 빈약하며 결말부에 이르러 폭발하게 되는 서사적 감동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힐링 게임’의 서사는 인지적·정서적 변화를 촉진함으로써 이용자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치료적 영화가 관객에게 영향을 미치는 과정과 일맥상통한다. 치료적 영화란 긍정적인 특징을 지닌 인물이 등장하여 고난을 극복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거나 관객에게 정의, 윤리, 삶의 의미 등 고차원적인 자아를 발견하게 만드는 영화를 가리킨다[39]. 이때 관객은 치료적 영화에 나타나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 위안과 희망을 얻기도 하며 영화의 메시지를 숙고함으로써 삶의 변화를 결심하기도 한다[37][39]. 치료적 영화의 사례를 감안한다면, 치유의 메시지와 감동을 담은 게임도 이용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곧 서사적 감동을 강조하는 ‘힐링 게임’도 이용자에게 치유감을 전달하고 긍정적인 정서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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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힐링 게임의 서사적 특징

2. 힐링 게임의 구조적 특징

‘힐링 게임’의 구조적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대부분의 ‘힐링 게임’은 전반적으로 게임 진행 난이도가 매우 쉬운 편이다. 즉 가벼운 성취감과 쉬운 난이도를 추구한다. 강호인과 변혜원은 ‘힐링 게임’의 주된 재미 요소가 호기심과 흥미(Easy Fun) 그리고 휴식과 같은 ‘의미 있는 경험’에 의한 재미‘(Serious Fun)라고 분석한 바 있다[42]. 반면 목표의 제시와 성취 요구를 의미하는 Hard Fun 요소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힐링 게임’이 성취와 숙달에 의한 재미보다 감각적 자극이나 의미 있는 게임 경험을 더 중요하게 고려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러한 특성은 어렵지 않은 퍼즐, ‘걷기’나 탭 클릭과 같은 간단한 조작 방식, 사소한 상호작용과 달성하기 쉬운 임무 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가벼운 성취와 쉬운 난이도는 치유적 경험을 훼손하지 않기 위한 ‘힐링 게임’의 전략 중 하나이다. ‘힐링 게임’은 이용자에게 영웅적 사명을 부여하지 않으며 장애와 고난의 극복을 강조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힐링 게임’은 소일거리와 사소한 임무에 더 큰 관심을 가지며, 작고 보잘 것 없는 성공도 엄연한 성취라는 사실을 주지시킨다. 이는 ‘힐링 게임’의 치유감 형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가령 게임 이용자는 스트레스를 완화할 목적에서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와 같은 온라인 경쟁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형의 게임은 성공에 의한 성취감과 보상이 큰 만큼 패배로 인한 좌절감도 크다는 단점을 갖는다. 이는 경쟁 게임의 기분 조절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누군가는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힐링 게임’에서 보장하는 성공 경험은 경쟁 사회에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이나 일시적 스트레스로 위축된 사람들에게 심리적 위안을 줄 수 있으며 자기효능감을 촉진할 수도 있다. 즉 가벼운 성취감과 쉬운 난이도는 이용자가 게임을 통한 자기 경험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이다. 예를 들어 쉬운 난이도와 조작 방식은 이용자에게 당면한 과제를 언제든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을 부여한다. 그리고 이는 이용자가 심리적 부담 없이 게임 세계를 여유롭게 관찰하고 탐험하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둘째, ‘힐링 게임’은 ‘무의미한 행동’과 ‘방치’를 권장한다. 달리 말해 ‘힐링 게임’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게임을 즐기는 방식 중 하나이다. 가령‘Lost ember’은 게임 도중 언제든지 ‘소소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이때 ‘소소한 행동’이란 ‘열매를 먹거나 음식을 찾아 잠수하는 등 아무런 의미 없는 행동’을 가리킨다. 실제로 해당 액션은 다른 사물과의 상호작용이나 스토리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캐릭터의 성장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말 그대로 잉여적인 행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특성은 ‘Old man journey’를 비롯한 다른 게임에서도 동일하게 발견된다. 해당 게임은 고양이를 비롯한 다양한 오브젝트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으나, 이러한 행동은 퍼즐 및 탐험 활동에 큰 영향 미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의미한’ 상호작용은 이용자의 감성을 자극하거나 서정적 분위기를 구성함으로써 ‘힐링 게임’의 치유감 형성에 기여한다.

무의미한 행동은 ‘힐링 게임’의 치유적 맥락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지닐 수 있다. 예컨대 무의미한 행동은‘의미 있는 행동’에 저항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고도의 경쟁 사회 속에서 현대인은 자기발전 또는 물질적 성과와 직결되는 ‘의미 있는 행동’을 하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이러한 강박은 현대인의 내면적 불안을 형성하는 주된 요인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러한 강박은 온라인 경쟁 게임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MOBA 장르에서 흔히 통용되는 ‘근거에 기반한 전투를 하라’는 격언은 온라인 경쟁 게임에서 ‘의미 있는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드러낸다. 적어도 경쟁 승리를 추구하는 이용자에게 게임 행동은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며, 반드시 ‘의미 있는’ 결과를 이끌어내야만 한다.

그러나 ‘힐링 게임’의 무의미한 행동은 놀이로서의 게임을 노골적으로 되돌아보게 만든다. 즉 무의미한 행동을 하는 선택지를 제시함으로써 ‘의미 있는 행동’에 집착할 필요가 없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무의미한 행위를 선언함으로써 게임 세계를 자신만의 휴식 공간으로 점유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힐링 게임’의 무의미한 행동은 결코 무가치하지 않으며 오히려 ‘의미 있는 행동’을 향한 저항과 능동적인 휴식 선언이라는 역설적인 가치를 지니게 된다.

‘무의미한 행동’의 권장은 제스쳐 출력뿐만 아니라 미션, 장르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예컨대 ‘고양이는 너무 귀여워’의 일부 미션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고양이 캐릭터를 그냥 바라보는 것이다. 또한 ‘기타 소녀’의 미션 중 하나는 30분 동안 기타 연주를 그저 감상하는 것이며, 다른 미션도 탭 클릭을 통해 간단히 달성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한편 ‘펭귄의 섬’과 같은 ‘힐링 게임’은 상대적으로 이용자의 관여도가 떨어지는 방치형 게임의 장르 문법을 전면적으로 차용하기도 한다. 방치형 게임은 이용자의 실시간 관여 없이도 점수 획득 및 성장이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게임을 가리키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펭귄의 섬’은 새로운 펭귄을 영입하거나 서식지를 짓는 방식으로 자동 획득 점수를 늘릴 수 있다. 일단 펭귄 및 서식지 업그레이드 등의 여건이 마련된다면 이후부터 재화 획득은 게임을 종료해도 자동적으로 이루어진다. 이후 이용자는 점수가 어느 정도 모일 때까지 게임을 ‘방치’해 두었다가 축적된 자원으로 펭귄을 추가 영입하거나 서식지를 업그레이드한다.

방치형 게임의 핵심은 이용자에게 게임을 즐기지 않는 순간에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장감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의미 있는 행동’을 강권하지 않는 ‘힐링 게임’의 특성과도 일치한다. 이에 따라 ‘힐링 게임’ 이용자는 게임 공간을 지속적으로 가꿔나가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으로부터 해방된 채 편안하게 휴식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힐링 게임’은 방치된 순간에서 발생하는 만족감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다른 방치형 게임과 차이를 보인다. 예컨대 ‘펭귄의 섬’은 웃음을 유발하는 펭귄들의 돌발 행동을 관찰하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My koi’는 주변 환경과 계절을 바꿔가며 연못 속의 금붕어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감상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말하자면 방치의 경험이 감상과 치유감 전달의 순간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힐링 게임’이 아닌 방치형 RPG(Role Palying Game)는 강력한 장비 획득이나 스테이터스 증가 등을 통해 성장의 체감을 강조한다. 다시 말해 다른 방치형 게임의 ‘방치’는 일반적인 RPG 게임에 드는 비용과 노력을 절감한다는 의미가 강하며, 본질적으로 휴식을 위한 ‘방치’와는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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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힐링 게임의 구조적 특징

3. 힐링 게임의 감각적 요소의 특징

시각적 요소는 ‘힐링 게임’의 분위기와 정서 그리고 미학을 전달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힐링 게임’은 귀여움, 포근함, 아름다운 느낌을 주는 표현 기법을 활용하거나[42] 몽환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는 오브젝트 디자인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사실주의적 렌더링(Photo Realistic Rendering)으로 편집한 세계를 재현하는 기법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full-3D 그래픽을 활용하는 경우도 일부 워킹 시뮬레이터(Working Simulator)을 제외하면 저조한 편이었다. 즉, 많은 수의 힐링 게임이 2D 그래픽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D 그래픽을 활용하더라도 비현실적이거나 만화적인 느낌을 주는 렌더링을 사용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힐링 게임’이 사실적인 재현과 거리가 먼 시각적 효과를 지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박진홍과 김승인은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힐링 게임들이 주로 추상적인 형태를 선호하고 평면적 색채와 조명을 적극 활용한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45]. 해당 연구자들은 로우폴리곤 모델링을 통한 추상적 형태가 현대인들의 내면적 불안을 반영한 결과라고 주장한다. 이에 따르면 ‘현실의 지표를 지워낸 듯한 기하학적 형태’는 이용자의 내면적 불안 해소와 ‘힐링 게임’으로의 편안한 몰입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평면적인 조명(lighting)과 파스텔(pastel), 애쉬(ash) 톤의 색감은 추상적 형태에 잔존하는 공격성을 진정시키고 심리적인 안정과 은은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45].

‘힐링 게임’이 시각적 요인을 통해 긍정적 정서를 자극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심리적 위안과 평안을 제공하기 위함이다. 가령 귀여움, 포근함, 편안함과 같은 감정은 이용자가 ‘힐링 게임’을 이용하는 동안 부정적인 감정을 잠시 잊고 휴식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즉 이용자에게 심리적으로 위협이 될 수 있는 디자인, 색감, 시각 효과, 장면을 최대한 배제하고 긍정적인 감정을 환기함으로써 치유감 형성을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 만화적 느낌을 주는 카툰 렌더링 기법과 정겨운 2D 일러스트 활용, 따뜻하고 편안한 색감 등과 같은 전략이 광범위하게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기법을 차용한 예시로는 ‘고양이는 너무 귀여워’, ‘펭귄의 섬’, ‘Abyssrium’, ‘기타소녀’ 등을 제시할 수 있다.

둘째, 심미적 상호작용을 강조하고 이용자가 스스로의 감정에 온전히 집중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함이다. 전술한 바 있듯 ‘힐링 게임’은 이용자에게 현실 세계의 심리적 위협과 피로로부터 일시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도피 공간을 제공한다. 흥미로운 사실은 많은 수의 ‘힐링 게임’이 일탈 공간을 일상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이색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으로 묘사한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평소에는 경험할 수 없는 생소한 미학적 체험을 통해 내면에 샘솟는 감정을 음미하고 되돌아볼 기회를 얻게 된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예술적 경험은 자아의 성장과 통찰 그리고 삶의 감각 고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9].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힐링 게임’이 추구하는 미학적 경험은 이용자의 치유감 형성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추상적 오브젝트,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는 조명, 다채로운 색감, 광활한 배경 디자인의 활용과 그에 대비되는 소소한 플레이어블 캐릭터(playable character) 디자인 등으로 구체화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는 ‘Gris’와 ‘Journey’ 등을 제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Journey’의 수석 디자이너인 Jenova Chen은 인터뷰를 통해 ‘해당 게임은 이용자가 달 위를 걷는 우주비행사와 같은 ‘작은 느낌’(sense of small)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획되었으며, 플레이어가 장엄한 풍경을 경험하길 원했다‘고 밝힌 바 있다[46].

결과적으로 ‘힐링 게임’은 편안함 색감과 모델링 활용, 광활한 배경 디자인과 같은 시각적 요소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는 시각적 부담 해소, 편안하고 친근한 분위기 형성, 자기감정을 향한 집중 등을 통해 치유감의 형성과 전달에 기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결국 그래픽 요소를 활용한 긍정적 정서의 추구는 이용자의 감성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힐링 게임’의 전략인 동시에 치유감 형성이라는 장르본연의 정체성과도 깊은 관련을 맺고 있는 셈이다. 다만, ‘힐링 게임’이 2D 그래픽과 로우 폴리곤 모델을 선호하는 것에는 치유감이라는 핵심 요인 외에도 자본과 노동력의 제한과 같은 현실적인 원인도 어느 정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시각적 요소 외에도 다른 감각 요소도 ‘힐링 게임’의 치유감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령 게임 사운드는 그래픽과 더불어 긍정적인 게임 경험을 창출하는 중요한 감각 요소 중 하나로[47], 특히 사운드는 이용자의 게임 몰입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48], 서사적 요소와 호응하여 실재감과 재미를 배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49]. ‘힐링 게임’의 사운드 특징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엠비언스(ambience)가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엠비언스란 배경 공간에서 발생하는 주변소음을 기호화하는 것으로, 내러티브가 전개되는 시공간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특정 장면에서 표출되는 감정을 청각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을 한다[50]. 때문에 엠비언스는 공간의 분위기와 밀접하게 관련되며 시공간적 변화나 의미를 직간접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51].

분석 결과, ‘펭귄의 섬’이나 ‘Lost ember’와 같은 ‘힐링 게임’은 파도소리, 새소리, 벌레 울음소리와 같은 자연 소음을 두드러지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새, 소형 포유류, 늑대 등 여러 형상의 동물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는 ‘Lost ember’의 경우, 풀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고지대의 바람소리, 다른 동물의 울음소리 등 다양한 자연 소음을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와 반대로 ‘Old man journey’와 같은 일부 게임은 시골 마을의 일상적 소음이나 항구 소음 등을 활용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엠비언스의 활용은 ‘힐링 게임’의 공간적 속성 즉, 일탈적·치유적 속성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기능을 한다. 즉 ‘힐링 게임’의 공간적 소음은 시각적 이미지와의 호응을 통해 이용자가 게임 공간을 편안하고 따듯한 위로의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둘째, 대화와 음성 안내 기능이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블 캐릭터 또는 NPC (Non-playable character)의 직접적인 음성 지시와 대화 묘사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부 ‘힐링 게임’은 내러티브 전개가 매우 추상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인다. 따라서 캐릭터가 안고 있는 문제와 갈등 또는 목표 의식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기 어려우며, 오로지 컷신과 게임 행동을 통해 이를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은 ‘힐링 게임’의 감각적 요소와 추상적 체험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 상기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의 예시로는 ‘When The Past Was Around’(2020)을 제시할 수 있다. 해당 게임은 한 소녀의 사랑과 상실의 극복을 다룬 포인트 앤 클릭(Point & click) 방식의 퍼즐 게임이다. ‘When The Past Was Around’는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풍부한 바이올린 사운드를 제공하지만, 캐릭터 육성과 대화 그리고 서사적 정보를 전달하는 텍스트는 게임 진행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있다. 달리 말하면 이용자를 ‘언어의 무풍지대’에 고립시키는 것이다. 이로써 이용자는 언어적‧목적적 구속으로부터 한 발자국 물러나 일러스트와 사운드가 주는 미학적 경험에 귀 기울이고 사랑의 의미를 사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또 다른 예시로는 ‘Lost ember’를 제시할 수 있다. 해당 게임은 게임을 시작할 때 음성 도움말 모드를 On/Off하도록 이용자가 지정할 수 있다. 이때 해당 선택지에서 이용자에게 ‘더욱 미묘하고 추상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도움말을 끌 수 있다’는 메시지가 함께 출력된다. 만약 도움말을 끈다면 이용자는 주인공이 무엇 때문에 여정을 떠나는지 또는 간혹 조우하게 되는 환영들이 무슨 의미를 갖는지 알기 어렵게 된다. 즉 이용자는 어떠한 부가적 정보 없이 컷씬과 게임 진행 상황만으로 이를 추측해야만 한다. 이때 대화의 배제는 사건과 갈등 그리고 인물에 고정된 의미를 부여하지 않음으로써 이를 경험하는 이용자의 감정과 해석을 폭넓게 존중하는 결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셋째, 외재 음향(nondiegetic sound) 즉 게임 배경음악이 매우 강조된다. 힐링 게임은 대부분 일반적인 경쟁 게임과 달리 느긋한 여유나 심미적 아름다움 또는 소소한 즐거움을 추구한다. 이 때문에 ‘힐링 게임’은 복잡하고 정교한 조작을 요구하지 않으며 이용자에게 영웅적 사명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전략 시뮬레이션이나 RPG 장르에서 흔히 사용되는 웅장하고 장엄한 느낌의 오케스트라나 박자가 빠른 흥겨운 음악, 현대적이고 도시적인 느낌을 주는 전자음을 활용한 배경음악 등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대신 편안한 음색을 가진 현악기나 관악기를 활용한 클래식 풍의 음악이나 자극적이지 않은 관현악 음악인 이지리스닝(easy listening) 장르가 많이 나타난다. 격렬하거나 거친 리듬이 배제된 채 편안하게 전개되는 배경음악은 ‘힐링 게임’의 이용자가 온전히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고 긍정적 정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결과적으로 ‘힐링 게임’의 사운드 유형은 공간 특성을 나타내는 엠비언스, 그리고 외재 음향 정도로 축약되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대화나 캐릭터 육성 등 서사적 경험에 크게 관여하는 사운드는 배제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조용한 주인공’의 특성은‘Journey’, ‘Old man Journey’, ‘Gris’, ‘When The Past Was Around’를 비롯한 여러 힐링게임에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기타소녀’는 청각적 요소의 영향력에 주목한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이다. 해당 게임은 기타 연주가 취미인 소녀가 친구의 권유로 인터넷 개인방송에 자신의 연주를 업로드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해당 게임의 서사적 요소나 상호작용적 요소는 치유적 게임 경험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대신 심리적 위안을 불러일으키는 편안한 분위기의 어쿠스틱 기타 독주 감상이 가장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해당 게임은 청각적 요소를 통한 치유감 형성을 강조하기 위해 불필요한 인터페이스를 제거하고 주인공의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감상 모드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례는 시각적 요인뿐만 아니라 청각적 요인도 ‘힐링 게임’의 긍정적 정서 형성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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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힐링 게임의 시각적 특징

Ⅴ. 결론

본 연구의 의의는 피상적으로 이해되어 온 ‘힐링 게임’을 학술적인 측면에서 이해하고 개념화를 시도했다는 점에 있다. 그 중에서도 본 연구는 유사한 개념들 간의 비교를 통해 ‘힐링 게임’의 핵심적 특성과 차별성을 추출하고자 노력하였다. 특히 학술적으로나 대중적으로‘힐링 게임’과 쉽게 혼용되었던 의료용 기능성게임(또는 치료적 기능성 게임)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 ‘힐링 게임’의 개념을 보다 명료화하였다.

분석 결과를 토대로 ‘힐링 게임’의 특성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힐링 게임’은 치유감의 형성과 전달을 정체성으로 내세우는 상업적 게임이다. 이는‘힐링 게임’이 이용자의 건강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대신 ‘힐링 게임’은 위안을 받고 있다는 느낌 그 자체를 중시하며 이를 적극적인 마케팅 요소로 내세운다. 따라서 ‘힐링 게임’은 검증된 치료법의 적용과 효용성의 극대화보다 이용자의 게임 경험 또는 정서 변화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 ‘힐링 게임’의 핵심은 이용자에게 스트레스로부터 해방될 수 있는 도피처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힐링 게임’은 패배와 좌절의 경험을 최대한 배제하는 등 긍정적인 게임 경험을 보장하며, 이용자의 다양한 정서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기획된다.

둘째, ‘힐링 게임’은 추상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특성은 약한 서사성과 은유적인 여정 묘사, 로우 폴리곤 및 특정 색감 선호 그리고 명시적인 텍스트와 음성지시의 부재 등으로 구체화된다. ‘힐링 게임’의 이러한 특성은 이용자의 다양한 정서를 자극하고 주관적인 해석과 경험을 존중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달리 말해 ‘힐링 게임’의 이야기에 진정한 정답은 없으며 이용자의 정서적 반응과 게임 경험을 통해 도출된 모든 감상이 ‘정답’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힐링 게임’은 은유적 표현을 중시하는 아트 게임 (Art game)과 어느 정도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아트 게임은 은유적 표현 외에도 죽음, 투쟁, 사랑과 같은 실존적 주제를 다루거나 절차적인 수사학을 선호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52]. 반면‘힐링 게임’은 실존적 주제 의식에 구애받지 않으며 이용자의 인지적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모든 아트 게임이 ‘힐링 게임’일 순 없으며, 다만 장르적 또는 표현 기법 상의 유사성을 공유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힐링 게임’은 여유로운 플레이를 지향한다. ‘힐링 게임’은 다른 일반적인 게임에 비해 조작이 쉽고 간단하며 게임 진행 난이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또한 임무 달성 실패에 따른 불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용자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게임 공간을 탐험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와 함께 일부‘힐링 게임’은 무의미한 행동과 의도적인 방치를 권유함으로써 심리적으로 여유로운 상태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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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힐링 게임과 의료용 기능성 게임 비교

표 1. 힐링 게임과 의료용 기능성 게임 특징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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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힐링 게임’에 관한 개념과 특성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차후 연구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령 본 연구 결과는 ‘힐링 게임’에 관한 비평적 분석이나 효용성 분석뿐만 아니라 게임의 치료적 활용을 탐색하는데 있어서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해당 연구의 성과는 차기 ‘힐링 게임’의 기획 및 제작에 유용한 지침을 마련해줄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시판 중인 트래킹 시뮬레이션은 게임적 요소가 지나치게 적고 실제 지형지물의 사실적 재현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힐링 게임’의 감각적인 요소와 추상적 체험을 가미한다면 보다 세련된 형태의 탐방 게임을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본 연구는 ‘힐링 게임’의 치유감을 학술적인 측면에서 치열하게 검토하지 못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다. 힐링 또는 치유감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불명확하며 일관적이지 않다는 기존의 비판과 어느 정도 일맥상통한다[53]. 달리 말해, ‘힐링 게임’의 치유감은 치료 효과와 범위를 명료하게 특정하기 어려우며, 심리적 위안과 회복이라는 주관적 느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연구에서는 각종 매체 활용 치료와 예술 치료의 이론과 성과 등을 검토하여 ‘힐링 게임’의 각 요소가 실제 기분 개선 및 심리적 위안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가령 다음 연구에서는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의 개념을 디지털 게임의 다감각적 특성에 비춰 재해석할 수 있으며, 영화치료의 자기조력적 치료 개념도 ‘힐링 게임’ 분석에 유의미한 영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힐링 게임’의 특성을 거시적으로 검토하였으나 ‘워킹 시뮬레이터형 힐링 게임’, ‘방치 게임형 힐링 게임’, ‘서사중심형 힐링 게임’ 등 유형별 특성을 상호비교하는 것까진 나아가지 못했다는 한계를 지닌다. 차후에는 이러한 한계를 보완한 연구들이 진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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