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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에 대한 성인 독자의 반응

Adult Readers' Responses to Picturebooks Portraying Play

  • 현은자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
  • 이지운 (성균관대학교 아동청소년학과)
  • 투고 : 2020.12.02
  • 심사 : 2021.01.14
  • 발행 : 2021.04.28

초록

본 연구는 인간 발달의 서사 모델에 따라 그림책 읽기가 성인 독자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 놀이 경험을 회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그렇다면 회상된 놀이의 유형과 내용은 어떠한지를 탐색하기 위해 수행되었다. 이를 위해 성인 독자에게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제시하고 그림책을 읽기 전후로 회상한 놀이경험과 그림책에 대한 반응을 인터뷰를 통해 수집하였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그림책을 읽기 전에 성인들이 회상한 놀이는 주로 '규칙이 있는 게임'이었으며 야외에서 이루어진 동적인 놀이였다. 그러나 그림책을 읽은 후 대부분의 성인 독자들은 읽기 전과는 유형이 다른 유년기의 놀이를 회상하였다. 둘째,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기 전 성인들은 여러 놀이를 파편화된 상태로 회상하거나 한 개의 놀이 행위의 명칭만을 회상하였다. 그러나 그림책을 읽고 난 후의 놀이 회상에서는 서사의 요소인 등장인물, 배경, 플롯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셋째, 독자들은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에 대하여 대체적으로 정서적 반응 또는 미학적 반응을 보였다. 본 연구의 결과는 그림책이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이 향유할 수 있는 예술 장르이자 도서임을 확인하며 성인 독자가 유년기를 회상하며 자신을 재발견하도록 도와줄 수 있는 매체임을 시사한다.

The purpose of this study is to explore whether reading picturebooks portraying children's play assists adult readers to recall their childhood play memories according to the narrative model of human development. In this study, adult readers recalled their play memories before and after reading a picturebook depicting children's play. Adult readers' responses to the picturebooks were also collected. The types of play from their memories were categorized and the responses were qualitatively analyzed through open coding. The results indicated that first, before reading picturebooks portraying children's play, the type of play that adult readers mostly recalled was games with rules which happened outdoor. Second, after reading a picturebook, adult readers recalled new play memories which contained more detailed elements of narratives. Third, most adult readers responded to picturebooks either emotionally or aesthetically. This study suggests the perspective on picturebooks as a literature and art genre for readers from birth to death. In addition, as an evocative object, a picturebooks could assist adult readers to recall and rediscover their childhood.

키워드

Ⅰ. 서론

일반적으로 그림책의 독자는 어린이라고 여겨져 왔다. 성인 대상의 텍스트나 글 밥이 많은 도서와 비교할때 그림책은 짧은 문장과 쉬운 어휘, 해석하기 쉬운 그림 이미지, 그리고 적은 분량의 지면이라는 형태적인 특성뿐 아니라, 어린이 교육을 위한 도서로써 인식되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그림책을 향유하는 성인 독자의 증가 현상은 이러한 선입견을 재고하도록 촉구한다[1-3]. 성인 독자가 즐기는 그림책 중에는 성인 수준의 인지 능력과 감성에 호소하는 작품들도 더러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작품 대부분은 종래에 어린이용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었다[4].

그렇다면 그림책은 성인들에게 어떤 유익을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그림책 사랑을 고백하는 목소리[5-7]에서 우리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발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의 저자들은 “그림책이 안겨주는 위로와 용기에 힘입어 날카롭게 스쳐가는 하루하루를 무사히 통과하고 있습니다.”라고 토로하였으며[6], 『그림책의 힘』의 저자 중 한 명인 야나기다 구니오는 “인생의 후반기야말로 그림책을 늘 곁에 두고 찬찬히 읽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림책을 읽고 있노라면 정신없이 바쁘게 사느라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 유머, 슬픔, 고독, 의지, 이별, 죽음, 생명 등에 대한 생각들이 아련히 떠오릅니다.”[5]라고 하였다. 또한, 유럽의 그림책 작가 연구자인 최혜진[7]은 다음과 같이 그림책에 대한 소회(所懷)를 털어놓는다. “오늘이 행복하지 않은 수많은 어른이 간절히 찾고자 하는 지혜, 그리워하는 근원적 에너지가 실은 어린 시절 읽었던 그림책 안에 모두 담겨있음을 깨닫고 나는 전율했다...... 그때부터 어린이용 책이니 어른용 책이니 하는 구분은 무의미했다.” 그들의 고백은 그림책의 가치에 대한 통전(通典)적인 관점의 필요성을 드러낸다. 그림책이 단순히 교육적인 가르침이나 즐거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인류 보편의 진리를 담고 있다는 관점이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인류가 추구해왔던 진(the truth), 선(the morality), 미(the beauty)라는 가치이다[8]. 이 개념은 고대 플라토와 아리스토텔레스에서부터 현대의 심리학자인 Howard Gardner[8]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류가 추구해 온 것이다. Gardner[8]는 진, 선, 미라는 개념은 개인이나 사회가 가진, “이 세상은 어떤 모습이며,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또 어떤 모습이어서는 안 되는가,” 즉 세계관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고 하였다. 그리고 세계관이란 기술적 기능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기능, 즉 인간은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안내하는 기능을 한다[9].

우리 시대의 가장 대표적인 어린이문학 평론가인 Nikolajeva도 어린이 문학의 목적은 인간다움 (humanness)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10]. 아주 단순하게 보이는 영아 책조차도 인간에 대한 존재론적 시각을 담고 있다. 가령 『누구나 눈다』[11] 라는, 소위 배변 훈련을 돕는 책으로 알려진 그림책도 인간다움이 어떤 것인가라는 질문에 나름대로 답하고 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배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은 그 동물과는 다르게 변기에 앉아 배변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림책은 인간 발달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노인 독자에게도 자기 성찰을 돕는 역할을 한다. 그림책 읽기는 그들이 자신의 개인사와 상처를 타인과 나누고 유년 시절의 경험을 회고할 수 있게 하였으며, 더 나아가 노년기의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을 제공하였다[12].

그림책이 인간의 내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주장은 히로꼬 사사키의 『그림책의 심리학』에서 거듭 강조되었다[13]. 그는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기계적 모델과 유기체적 모델이 인간의 내면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서사 모델(narrative model)을 제안하였다[14]. 이것은 그의 독창적인 이론이 아니라 심리학자인 Widdershoven의 서사 모델을 차용한 것인데, 그 이론은 ‘인간의 삶은 이야기’라는 은유에 기초를 두고 있다[14].

본래 사사키는 아동발달 심리학자로서 ‘어린이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그림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학교 도서관에 소장된 그림책을 분류하기 시작했다고 한다[13]. 그런데 그림책을 대주제와 소주제로 분류하고 그것을 기초로 그림책이 보여주는 발달관을 분석, 고찰하는 가운데 어린이의 마음을 그린 뛰어난 그림책은 어른 독자들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는 기회를 주며, 더욱 풍성하게 자기를 발견하도록 도와줄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13]. 대학생들에게 상상놀이를 그린 그림책을 몇 편 읽게 하고 상상놀이 그림책과 과거의 놀이와 관련한 일련의 인터뷰를 한 결과, 그들은 과거의 놀이를 회상하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성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가 다른 주제가 아니라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사용한 이유는 놀이가 유아기를 특징짓는 가장 대표적인 행위이자 인간 발달의 경로를 가장 합리적이며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도 놀이는 “유아의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며, 유아가 세상을 경험하는 방식”이라고 정의되어 있다[15].

또한 노년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노인들은 그들이 아동기에 경험한 놀이가 현재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답하였으며, 주로 성인의 통제가 없는 자유롭고 도전적인 놀이 경험의 즐거움을 회상하였다[16].

이렇듯 유년기의 놀이 경험이 현재의 자신을 이해하는 통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성인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자신이 유년기에 경험했던 놀이 행위를 구체적으로 회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웨덴 성인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놀이 회상에 관한 종단연구에서 그들의 놀이 기억은 유아기가 아닌, 학령기인 7-12세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었다[17].

유아교육기관 재원 경험이 있는 국내 성인들은 유년기에 그저 자유롭게 뛰어 놀았던 놀이 그 자체가 좋았다고 회상했지만 유아교육기관에서 논 경험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답하였다. 다만 놀이를 하면서 가졌던 행복하고 재미있던 느낌과 감흥은 기억할 수 있었다고 응답하였다[18].

본 연구의 목적은 인간 발달의 서사 모델(narrative model)에 따라 그림책 읽기가 성인 독자에게도 자신의 유년기 놀이 경험을 회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지, 그렇다면 그 내용과 형식은 어떠한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 문제는 다음과 같이 설정되었다.

1.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기 전과 후, 성인 독자들이 회상하는 놀이의 수와 유형은 어떠한가?

2.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기 전과 후, 성인 독자들의 회상하는 놀이 내용은 어떠한가?

3. 성인 독자들의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에 대한 반응은 어떠한가?

Ⅱ. 연구 방법

1. 연구 대상

본 연구는 S 대학교의 학부 과목인 ‘아동문학’이라는 수업에서 수행되었다. 이 과목을 수강한 학생들은 기말 프로젝트로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에 대한 성인 독자 반응’을 조사하였다. 그들이 인터뷰한 대상은 주로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이었으며, 한국과 해외 국적 소유자였다. 연구 대상 87명의 성별, 직업, 국적은 [표 1]과 같다.

표 1. 인터뷰 대상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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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연구 도구

연구 도구는 인터뷰에서 사용된 그림책과 설문지였다. 인터뷰를 위해 사용된 그림책은 놀이를 소재로 한 작품으로 ‘아동문학’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이 일련의 검토 과정을 거쳐 선정한 것이었다. 총 12권의 서지학적 정보는 [표 2]와 같다.

표 2. 연구 도구로 사용된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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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의 줄거리와 그림책에 그려진 놀이 유형을 분석한 결과는 [표 3]과 같다.

표 3. 그림책 줄거리와 나타난 놀이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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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질문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다.

1. 자신은 어린 시절에 어떤 놀이를 하였는가?

2. (그림책을 본 후) 이 그림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무엇인가?

3. 그림책을 보고 난 후 잊고 있었던 놀이가 생각났는가? 그것은 무엇인가?

본 연구에서 사용된 놀이 유형의 기준은 Smith와 Pellegrini의 놀이 유형을 수정, 보완한 것이었다[19]. 그들의 분류에서 가장놀이(pretend play)와 사회놀이 (social play)로 나누어진 놀이 유형은 본 연구의 독자 반응에서는 자주 중복되어 나타났으므로 이 두 범주에 속한 놀이를 혼자 하는 상상놀이[20]와 사회극 놀이 (sociodramatic play)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성인의 놀이 회상이 주로 학령기인 7-12세에 집중되어 있다는 선행연구[17]의 제언에 따라 학령기 아동에게서 관찰되는 ‘규칙이 있는 게임’ 범주를 추가하였다[20].

연구에서 사용된 놀이 유형 범주와 그 내용은 [표 4] 와 같으며 [표 3]에서 그림책에 나타난 놀이 유형도 이 분류방식에 따라 분석되었다.

표 4. 놀이 유형 범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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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은 후 독자의 반응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영역인 인지적, 정서적, 미학적, 도덕적 차원으로 분류하였다[22]. 그림책의 중심 내용이나 정보에 대한 반응은 인지적 반응으로, 독자의 경험 또는 감정을 그림책에 대입한 경우는 정서적 반응으로 분류하였다.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스토리텔링하는 그림책의 특성에 따라 미학적 반응은 그림의 미술 요소에 대한 반응과 텍스트의 문학적 요소에 대한 반응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마지막으로 그림책에서 도덕적 교훈의 발견 혹은 그림책 작가의 윤리적 책임에 대한 언급은 도덕적 반응으로 분류하였다.

표 5. 독자 반응 분석 준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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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구 절차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절차로 진행되었다.

1. ‘아동문학’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2020년 3월 23일부터 4월 27일까지 그림책의 서사 요소인 인물, 배경, 플롯, 시점, 스타일 등을 분석하고 해석하는 훈련을 하였다.

2. 5월 1일부터 20일까지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같이 읽고 강의자가 준비한 일련의 토론 질문에 답하는 첫 번째 과제를 수행하였다.

3. 5월 21일부터 6월 8일까지 3명씩 조를 짜서 기말과제를 수행하였다.

기말과제는 다음과 같은 단계로 진행되었다. 우선 놀이 에피소드를 그린 그림책을 한 작품씩 선정하고 서평을 쓰는 훈련을 하였다. 서평에는 글, 그림, 페리텍스트의 묘사와 해석과 평가가 포함되도록 하였다[23].

두 번째 단계에서 각 조는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포함한 성인 5명 이상을 선정하여 미리 준비된 인터뷰 문항으로 2020년 5월 21부터 5월 30일까지 인터뷰를 실시하였다. 학기 초의 계획과는 달리,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갑자기 시행됨으로 인해 인터뷰는 비대면 인터뷰 혹은 설문 조사로 전환되어 이루어졌다. 총 132명의 인터뷰 응답이 수집되었으나 인터뷰 질문이나 자료 수집과정에서의 누락 등 불완전한 데이터를 제외한 87명의 답변이 분석에 사용되었다.

2. 분석 방법

인터뷰를 통해 수집된 답변은 전사된 후 다음과 같이 분석되었다.

연구 문제 1을 위해서는 그림책을 읽기 전과 후에 성인들이 회상 중에 언급한 놀이의 수가 산출되었으며 각 놀이는 [표 4]의 놀이 유형 분류 기준에 따라 분류되었다.

연구 문제 2를 위해서 응답자의 놀이 회상 발화 (utterance)를 개방형 코딩 방식으로 분석하였다. 연구자들은 전사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며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개념을 도출하였다. 그리고 질적 자료의 코딩 절차에 따라 개방형 코딩을 통해 도출된 개념들은 연구자 간 협의를 통하여 범주로 구성되었다[24]. 놀이 회상 발화는 서사의 구성 요소인 등장인물, 배경, 플롯으로 주제를 도출하였다.

연구 문제 3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네 가지 영역인 인지적, 정서적, 미학적, 도덕적 반응으로 분류되었다[22]. 이 분류 기준은 아동학 석사학위 소지자이자 성인 대상의 그림책 강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 1인의 안면 타당도를 거쳐 수정, 보완되었으며, 그 기준에 따라 연구자 2인과 아동학 박사 학위 수료자 1인이 자료를 분석하였다. 채점자간 일치도는 85%였다.

Ⅲ. 연구 결과

1. 그림책을 읽기 전‧후 성인들이 회상한 놀이 유형의 비교

성인 독자들이 그림책을 읽기 전과 후에 회상한 놀이 수와 유형은 [표 6]과 같다. 그림책을 읽기 전 87명의 성인은 총 214개의 놀이행위를 회상하였다. 기억나는 놀이가 없다고 응답한 성인은 2명(2.3%)뿐이었다. 놀이 행위를 유형으로 분류하였을 때, 그들이 가장 많이 회상한 놀이 유형은 규칙이 있는 게임으로 35.5%를 차지하였다. 성인 독자들이 회상한, 규칙이 있는 게임 놀이는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술래잡기’ 등이었다. 다음으로는 사회극 놀이가 24.3%를 차지하였다. 주로 회상한 사회극 놀이는 ‘경찰과 도둑’, ‘소꿉놀이’, 다양한 상황에서의 역할놀이였다. 그림책을 읽기 전 그들이 회상한 신체놀이와 사물놀이는 각각 19.2%와 16.8%를 차지하였다. 신체놀이의 예는 ‘인라인스케이트 타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이며 사물놀이로는 ‘공기놀이’, ‘뜨개질놀이’, ‘그림그리기’ 등이 있었다. 회상한 놀이 중 언어놀이로 분류할 수 있는 놀이는 없었다. ‘TV 시청’은 놀이 유형에 속하지 않으므로 기타로 분류하였다. 그림책을 읽은 후 자신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놀이 기억을 떠올리게 하였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2명을 제외한 85명의 성인 독자들이 잊고 있었던 놀이 경험이 떠올랐다고 하였다. 그림책을 읽은 후 그들이 새롭게 떠올린 놀이는 총 116가지였다. 특히 규칙이 있는 게임이 회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5.5%에서 12.9%로 감소한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본 연구에서 사용된, 유년기의 놀이를 그리고 있는 그림책에 의해 그들의 회상이 촉발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표 6. 그림책을 읽기 전과 후에 성인들이 회상한 놀이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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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림책을 읽기 전‧후 성인 독자의 놀이 회상 내용 비교

그림책을 읽기 전후 성인 독자의 놀이 회상 내용은 개방형 코딩으로 분석되었으며, 각 범주에 속하는 결과와 해석은 다음과 같다.

2.1 그림책을 읽기 전 성인 독자의 놀이 회상의 특성

2.1.1 흩어진 기억의 조각 모으기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기 전 31명(35.6%)의 성인 독자들의 반응은 3가지 이상의 다양한 놀이 명칭의 조각들이 합쳐진 형태였다. 즉, 그들은 한 가지의 구체적인 경험보다는 다양한 놀이 행위를 떠올렸다. 흩어진 놀이조각 모으기 범주에서는 총 149가지의 놀이가 나타났다. 31명의 성인 중 11명(31.5%)은 3가지의 놀이를 회상하였고 4가지와 5가지 놀이조각을 회상한 성인은 각각 6명(19.4%)씩 이었다. 6가지 이상의 놀이조각을 모은 성인은 8명(25.8%)이었다. 다양한 놀이 기억을 모은 성인들이 회상한 놀이 명칭의 총수는 149가지였는데 중복되는 놀이 명칭을 제외하면 총 77가지의 놀이를 회상하였다. 성인들이 회상한 놀이조각과 유형별 가짓수는 [표 7]과 같다.

표 7. 성인들이 회상한 놀이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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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진 놀이조각을 모아 응답한 독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놀이 유형은 규칙이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중복되는 놀이를 제외하면 가짓수가 감소했는데, 이는 응답자들이 즐겼던 규칙이 있는 게임 중 중복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사물놀이의 가짓수는 중복을 제외해도 많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가지고 놀았던 놀잇감이 다양했기 때문이다.

흩어진 놀이조각을 모으는 응답이 나타난 발화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저는 주로 밖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는 놀이를 즐겼던 것 같습니다. 학교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피구, 한 발 두 발 게임, 정글짐, 그네타기 등의 활동적인 놀이를 즐겼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규칙을 정하고 술래를 선정하여 진행하는 게임을 주로 했는데, 술래잡기나 얼음 땡, 놀이터에서의 탈출 놀이도 재밌게 했었습니다. 교실에서는 공기놀이, 뜨개질 놀이, 실을 이용한 실뜨기 놀이도 재밌게 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상황극도 자주 했었는데, 무용을 하던 친구와 함께 발레를 하는 상상을 하고, 실제 재료는 없지만 요리나 제빵을 하는 상상놀이를 하기도 했습니다.” (8번 독자)

“저는 어렸을 때 공놀이 특히 축구공 그리고 물놀이, 친구와 장난치는 것, 딱지치기, 제기차기, 그네 타기 등 많은 것을 하면서 놀았습니다.”(35번 독자)

“어렸을 때 친구와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실뜨기 등을 자주 했습니다.”(57번 독자)

8번 독자는 학교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놀이를 회상하였다. 8번 독자의 회상에서는 놀이는 13가지로 가장 많았으나 등장인물이나 내용에서의 구체성은 갖추지 못하였다. 35번 독자는 6가지 놀이를, 57번 독자는 3가지 놀이를 제시하며 흩어진 기억 조각을 모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제시한 놀이의 가짓수는 달랐지만 두 독자의 회상은 공통으로 등장인물, 배경, 내용에 대한 구체성을 갖추지 못하였다.

2.1.2 한 가지 경험의 회상

40명(46.0%)의 성인은 한 가지의 놀이 경험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그중 26명(65.0%)의 성인들은 다수의 놀이를 회상한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놀이 회상에서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가지 경험을 회상한 경우는 다음 예와 같다.

“흙 놀이! 흙으로 소꿉놀이하면서 노는 거요.” (31번 독자)

“인형 놀이를 많이 했습니다. 옷을 갈아입히는 놀이를 위주로 했어요.” (60번 독자)

“기억이 안 나는데, 소꿉놀이 같은 거하고 놀았던 것 같아요. 기억이 잘 안나요.” (73번 독자)

놀이조각을 모은 회상과 달리 한 가지 놀이를 회상한 14명(35.0%)의 성인에게서는 등장인물, 배경, 플롯에서의 구체적 회상이 나타났다.

“할머니와 목욕탕에 가서 샤워하며 비누 거품을 손에 얹고 풍선을 만들어 불던 놀이가 제일 재미있었습니다” (6번 독자)

“어렸을 때 쿠션을 쌓아 올려 기차를 만든 다음 친구들이랑 기관사와 승객 놀이를 했던 게 기억에 남아요.” (84번 독자)

2.2 그림책을 읽은 후 성인 독자의 놀이 회상의 특성

2.2.1 서사의 구체화

서사의 주요 요소는 등장인물, 배경, 플롯이라고 할 수 있다.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은 후에는 읽기 전과 비교하여 성인들의 회상에서 등장인물과 배경의 구체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흥미롭게도 그 내용과 형태는 독자가 읽은 그림책 속 내러티브와 유사하였다.

“어릴 적 비가 오는 날 혹은 아버지께서 세차하시는 날, 유리창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손가락으로 피해 다니는 놀이를 했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1번, 『구름 놀이』 독자)

『구름놀이』는 그림책 속 주인공인 어린이가 손으로 구름으로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상상놀이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은 1번 독자는 그림책을 읽기 전에는 어릴 적 규칙이 있는 게임인 ‘경찰과 도둑’ 놀이를 했었다고 회상하였으나 그림책을 읽은 후에는 『구름놀이』에서처럼 혼자 하는 놀이를 회상하였다. 특히 자동차 안이라는 공간적 요소와 비가 오거나 아버지가 세차를 하시던 시간적 배경을 언급하는 등 배경의 구체화가 이루어졌다.

“놀이라고 해서 ‘내가 친구들이랑 어떻게 놀았나?’ 그런 생각만 했었는데, 예를 들어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흰 줄만 밟고 다니기처럼 혼자서 지나갈 때 심심하고 재밌어 보이니까 인도가 있으면 끝에서만 걷고, 계단은 한 발로만 올라가고 그런 식으로 혼자서 올라갔던 경험들이 있는데 그런 게 좀 생각나요.” (23번, 『아이스크림 걸음!』 독자)

그림책을 읽기 전 23번 독자는 ‘놀이’를 떠올리며 친구들과의 놀이 경험만을 떠올리려 했다고 언급하였다. 하지만 『아이스크림 걸음!』이라는 그림책을 읽은 후에는 잊고 있었던 혼자 놀이를 회상하면서 인도나 계단 등의 공간 안에서 이루어졌던 놀이와 그 상황에서의 느낌을 떠올렸다. 그가 회상한 놀이의 공간적 배경인 인도, 횡단보도, 계단은 이 작품에 그려진 배경과 유사한 것이었다.

“어렸을 때 개미와 노는 것을 매우 좋아했다, 나와 개미는 다른 세계의 주인공이라고 상상했다. 개미에게 종이배를 접고 물 위에 올려놓거나 내가 가져온 집짓기에 올린다. 줄리어스의 놀이와 유사점은 어릴 때 하던 행동들이 지금 떠오르면 이상하고 유치하지만, 어릴 때는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즐거웠다.” (63번,『줄리어스, 어디 있니?』독자)

63번 독자 또한 그림책을 읽은 후 과거의 놀이 회상에서 서사의 구체화가 이루어졌다. 그는 그림책을 읽기 전과는 다르게 개미라는 등장인물을 언급했을 뿐만 아니라, 개미와 함께 놀았던 놀이 경험의 내용을 구체화시켰다. 그리고 『줄리어스, 어디 있니?』에서 줄리어스가 상상놀이에 푹 빠져 다른 세계로 간 것과 흡사하게 ‘개미’라는 등장인물과 함께 다른 세계로 가는 상상놀이를 하였다고 회상하였다.

“산에 가서 산딸기를 따먹고 진달래 꿀을 찾아 먹고 개미집을 만들어주었던 것들이 생각납니다.” (66번, 『넉점반』독자)

66번 독자는 그림책을 읽기 전 놀이 회상에서는 한가지 놀이(도미노)의 명칭만을 답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넉점반』을 읽은 후에는 유년기에 자연에서 경험한 놀이를 구체적으로 회상하였는데 이 내용은 『넉점반』의 주인공이 집에 돌아오는 동네 길에서 동식물을 관찰하며 노는 모습과 비교되었다.

2.2.2 그림책을 통한 자신의 유년 시절의 발견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은 후 성인 독자들은 자신의 유년 시절을 회상하며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였다.

“닐라가 다양한 야외놀이를 즐겼는데, 저도 가을에는 가족들과 함께 낙엽 밟는 놀이를 재밌게 했던 것 같습니다. 닐라가 프리더와 했던 끝말잇기와 노래 부르기도 부모님과 함께했던 것 같고요. 다만 저는 닐라와는 달리 조금 더 정적이고 실내에서 하는 놀이를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실내에서 하는 놀이를 주로 선호하긴 했지만, 그림책을 읽고 나니 계절에 맞춰 실외에서 즐긴 놀이들이 생각납니다. 여름에는 가족들과 함께 바다에 가서 물놀이를 하고, 가을에는 낙엽을 밟고, 겨울에는 눈싸움을하기도 했었습니다. 이를 통해 제가 바깥세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했고, 한때는 계절의 변화를 즐기며 놀았던 것을 회상할 수 있었습니다.” (7번, 『나랑 같이 놀자! 독자)

7번 독자는 『나랑 같이 놀자!』를 읽은 후 유년기에 즐겼던 다양한 실외 놀이를 회상하였다. 이것은 자신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그는 그림책을 읽기 전에는 자신이 실내에서의 정적인 놀이를 즐겼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림책을 읽은 후에는 자신이 계절에 맞추어 바깥놀이에도 즐겁게 참여하였던 것을 회상하였기 때문이다.

“바다를 처음 보는 아이와 제가 처음에 계곡을 무서워하는 모습이 비슷하고 그 심정을 느낀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애들과 놀았는데 제가 키가 작아서 들어가면 빠질까 봐 겁이 났어요. 근데 친구가 용기를 주면서 두려움을 극복하고 막상 들어가 보니까 제 허리까지만 오더라고요. 그 뒤로는 무섭지 않고 잘 놀았어요. 사실 제가 계속 놀았던 것 거의 잊고 있었어요. 그림책을 통해 어렸을 때 계곡에서 친구들과 함께 놀았던 기억이 떠올라서 좋았어요.” (69번, 『파도야 놀자』 독자)

69번 독자는 『파도야 놀자』 그림책을 읽은 후 잊고 있었던, 물놀이를 즐겼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였다. 이 그림책은 그가 ‘물에서 놀았다’는 식의 단편적 기억이 아닌, 계곡에서 벌어진 친구들과의 물놀이의 정황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회상하고, 물의 두려움을 극복하게 도와준 친구의 존재와 물놀이 경험의 즐거움을 회상하도록 도와주었다.

3. 성인 독자의 그림책에 대한 반응

성인 독자들의 그림책에 대한 반응은 인지적, 정서적, 미학적, 도덕적 관점에서 분석되었다[21]. [표 8]에서와 같이 미학적 반응(49.4%)이 가장 많았으며 그다음에는 정서적 반응(41.4%)이 나타났고 인지적, 도덕적 반응은 4.6%로 가장 적었다.

표 8.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에 대한 성인들의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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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인지적 반응

그림책에 대한 인지적 반응은 4명(4.6%)의 독자에게서 나타났다. 그들은 중심 내용이나 정보를 분석하여 이미 어린이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와 비교하였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일단 그림책의 그림체부터 약간 애기들이 좀 관심을 가질 만한 그런 걸 처음에 유심히 봤었는데 보다 보니까 내용적인 면에서도 의성어, 의태어 그런 것들을 우리말 언어들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잘 풀어낸 것도 좋았어요.” (23번, 『아이스크림 걸음!』 독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자'라는 물건을 다른 시각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만들어 준 부분이 좋았어요. 아이들에게 단지 어떤 물건의 사용법이나 용도만이 아니라 같은 물건을 보고도 새로운 시각과 창의력을 키워 줄 기회를 주는 이야기 같아서요.” (40번, 『이건 상자가 아니야』 독자)

23번 독자는 『아이스크림 걸음!』의 의성어와 의태어가 어린이의 언어지도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를 보이며 그림책에 나타난 정보인 의성어, 의태어 사용을 본인이 어린이에 대하여 알고 있는 정보와 비교하기도 하였다. 40번 독자는 그림책에서 그려진 ‘상자’라는 사물의 쓰임새가 어린이에게 창의력을 키워 줄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3.2 정서적 반응

정서적 반응은 36명(41.4%)의 독자에게서 나타났는데 그들은 그림책 속 등장인물의 감정을 분석하거나, 자신을 대입, 또는 경험을 회상하였다.

“가만히 있을 때 동물들이 와준 게 좋았습니다. 어렸을 때 길고양이나 새는 가까이 다가가면 항상 도망쳤습니다. 강아지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주인이 잡고 있어서 그런지 안 도망갔는데. 아무튼, 고양이나 새는 정말 이 책 내용처럼 잡으러 다닐 때는 죽을힘을 다해서 도망가더니 내가 가만히 있으면 도망가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50번, 『나랑 같이 놀자』 독자)

“제가 어렸을 때 눈사람을 만들던 과정들이 떠올라서 닐라가 열매를 던졌을 때 그 열매가 언덕 아래로 떨어져 프리더를 만들어낸 장면이 인상 깊었습니다. 또한, 닐라가 로사리아를 생각하며 로사리아와 함께 하던 놀이를 쓸쓸하게 혼자 하다가 우연히 새로운 친구인 프리더를 만나 즐겁게 놀게 되는 것을 보고, 겨울잠을 자러 간 로사리아가 닐라를 위해 남겨준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감동적이었습니다.” (8번, 『네가 보고 싶었어!』 독자)

“저는 토끼가 반복적으로 "이건 박스가 아니야"라고 말하는 부분이 좋았습니다. 어릴 적에는 박스 하나로도 충분히 자신의 꿈을 그려보고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상상의 나라를 펼치면서 박스 하나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시간만 세고 돈만 세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소소하면서도 작은 것에도 행복해할 줄 알았던 모습은 다 어디로 갔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 부분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35번, 『이건 상자가 아니야』 독자)

50번 독자는 그림책을 읽은 후 동물과 놀면서 경험했던 즐거움을 표현하였으며 8번 독자와 35번 독자는 어린 시절의 자신을 떠올리며 등장인물과 공감하였다. 그들은 그림책을 본 후 아주 소소한 것으로도 놀라워하고 감동하고 행복감을 느끼던 유년기를 회상하였으며 그 모습을 현재의 자신과 비교하기도 하였다.

3.3 미학적 반응

미학적 반응은 네 가지 반응 중에서 가장 많은 43명 (49.4%)의 독자에게서 나타났다. 그 예시는 다음과 같다.

“그림책 중에서 구름이 바람에 날아갔는데 마치 동물들이 스스로 가버리는 것처럼 묘사하는 것이 가장 좋았어요”(3번, 『구름놀이』 독자)

“색종이 같은 눈에 확 들어오는 편안한 색감의 그림이 좋았습니다. 주인공 피터의 시각에서 보는듯한 피터의 표정 표현까지 인상적이었습니다.” (79번, 『눈 오는 날』 독자)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장면이 연출되어서 아이의 감정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다소 기괴한 그림체로 괴물을 그려내고, 부모님을 거인이라 부르며 괴물과 비슷한 덩치로 묘사하는 것을 통해 아이가 느끼는 박진감이나 두려움의 감정을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87번, 『나는 용감한 잭 임금님』 독자)

3번 독자는 그림책의 한 장면에 초점을 맞추어 구체적으로 묘사했지만, 79번 독자는 그림책의 한 장면보다는 전체적인 표현 방식을 언급하였다. 특히 그가 콜라주 기법을 사용한 그림책인 『눈 오는 날』에 대해서 “색종이 같은 눈에 확 들어오는 편안한 색감”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림의 색채와 질감에 대한 평가라고 할 수 있다. 87번 독자가 그림책 속 부모님의 배치와 상대적 크기의 묘사가 박진감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유발하였다고 표현한 것은 그림책의 그림이 보여주는, 위치와 배치, 시점, 원근법의 3차원적 효과에 기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25]. 또한 87번 독자가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장면이 연출되어서”라고 한 것은 그가 그림책과 영상 미학 간의 관계를 인식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2.4 도덕적 반응

그림책에 대한 도덕적 반응은 인지적 반응과 마찬가지로 가장 적은 4명(4.6%)에서 나타났다. 그 예는 다음과 같다.

“그림책이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좋았습니다. 먼저 다가가기보다는 기다리면 다가와 준다는,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훈을 그림과 이야기가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49번, 『나랑 같이 놀자』 독자)

49번 독자는 그림책에서 ‘기다림’이라는 교훈을 발견하였다. 그림책에 대한 4건의 도덕적 반응 중 3건은『나랑 같이 놀자』의 독자에게서 나타났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주인공 소녀는 동물들과 같이 놀고 싶어서 그들에게 다가가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동물들이 모두 도망가 버린다. 그러나 이 문제는 소녀 스스로 기다림을 택하면서 해결된다. 본 연구에서 사용된 다른 그림책들에서는 뚜렷한 갈등이 없거나 갈등이 외부 환경 또는 조력자를 통해 해결이 되는 반면, 『나랑 같이 놀자』 에서는 소녀가 스스로 기다리고 인내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러한 결말 때문에 독자들은 이 책으로부터 ‘기다림’이라는 덕목을 떠올린 것으로 추측된다.

Ⅳ. 논의 및 결론

본 연구의 목적은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이 성인 독자의 유년기 회상을 어떠한 방식으로 도와주는지, 그리고 그림책에 대한 그들의 반응은 어떠한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그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그림책을 읽기 전과 후에서 성인들이 회상한 놀이 유형은 다음과 같은 차이를 보였다. 그림책을 읽기 전 그들은 주로 규칙이 있는 게임을 회상하였다. 이 결과는 성인들의 유년기 놀이 회상이 주로 학령기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선행연구와 일치한다[17][20].

또한, 성인 독자들이 회상한 놀이 유형은 주로 야외에서 이루어진 동적인 놀이였으며 이는 예비유아교사 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결과와도 유사하다[26].

그림책을 읽고 난 후 85명(97.7%)의 성인 독자들은 새롭게 떠오른 놀이 기억이 있다고 응답하였으며 읽기 전과는 달리 규칙이 있는 게임의 비율은 대폭 감소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그림책이 그들이 잊고 있었던 유년기의 놀이를 회상하는 데 도움을 주었기 때문으로 추론된다[13]. 이러한 추론은 놀이 회상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더욱 신빙성을 갖는데, 왜냐하면 그림책을 읽은 후 그들이 새롭게 회상해 낸 놀이가 그림책에 그려진 놀이 행위와 흡사했기 때문이다.

둘째,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을 읽기 전‧후의 놀이 회상 내용과 서사 요소에서의 변화는 다음과 같다. 그림책을 읽기 전 그들은 단순히 놀이의 명칭을 언급하거나 한 개의 놀이 행위만을 회상하였다. 그러나 그림책을 읽고 난 후의 회상에서는 등장인물, 배경, 플롯과 같은 서사 요소가 포함되었으며, 특히 배경이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이러한 서사적 특성은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 분석 연구가 보고하였던 바, 대부분의 그림책에서 놀이 소재나 공간과 같은 물리적 요인이 어린이의 놀이를 촉발하였다는 결과와 일치되고 있다[27].

또한 본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결과는 그림책 읽기는 그들로 하여금 자신이 잊고 있었던 유년기의 발견을 이끌었다는 것이다.

셋째, 성인 독자들은 그림책에 대하여 대체로 정서적 반응 또는 미학적 반응을 보였다. 정서적 반응은 주로 어린 시절의 경험과 관련된 것이었는데, 이는 시 그림책에 대한 유아들의 정서적 반응이 대부분 자신의 경험에 기초하였다는 결과와도 관련시킬 수 있다[28].

본 연구에서 나타난 정서적 반응은 주로 유년기의 행복하고 즐거웠던 기억과도 관련이 있었다. 그들은 그림책으로 인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아름다운 추억을 되살리며 즐거워했다. 미학적 차원으로 분류된 반응은 글 텍스트보다는 미술 요소, 즉 그림의 스타일과 색감, 분위기에 관한 것이었다. 이는 그림책의 글과 그림 중 그림이 더 시각적으로 현저(salient)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29].

본 연구의 결과가 주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그림책이 어린이를 위한 도서라는 기존의 상식을 넘어 유아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이 즐길 수 있는 예술 장르이자 도서임을 재확인한다. 그림책은 어린이들에게는 세상을 보는 창의 역할을 하지만, 성인 독자들에게는 그들이 잊고 있었던 유년기의 기억을 되살리도록(evocative) 기능할 수 있다.

둘째, 본 연구는 그림책에 대한 관점을 가르침 혹은 즐거움의 제공, 다시 말해, 교육적이나 미학적인 측면이 아닌, 통전적인 측면으로 접근할 것을 제안한다. 유년기의 놀이를 소재로 한 그림책으로 인해 촉발된 유년기의 기억들은 성인인 자기 자신과 ‘인간됨’에 대해 성찰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5-7].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시기상으로 국가적으로 시행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자료 수집에 있어서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므로 추후에는 회상의 도구로서의 그림책의 가치를 탐구하기 위해 좀 더 정교한 방법론과 학제적 접근을 사용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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