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2017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건강보험1) 도입으로부터 40년이 되었다. 건강보험이 도입된 후 국민들의 대다수는 의료이용 시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었으며, 이에 따라 의료서비스의 선택에 있어서도 폭이 넓어졌다. 신약 및 신의료기술 등은 급속도로 발달하고 있으며, 교육수준의 향상과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의 확산 및 공유가 활발해지면서 의료인뿐만 아니라 환자 또한 의료서비스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다. 여기에 건강보험제도가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길지 않은 기간 안에 국민건강보험 도입으로부터 전 국민건강보험 보장을 달성하기 위하여 저부담, 저급여로 설계될 수밖에 없었고, 지속적인 급여 부분의 확충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부분의 급속한 확장으로 인하여 보장성이 낮아 국민들이 체감하는 건강보험은 공보험으로서의 역할이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1]. 2018년 총 의료비지출 중 공적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평균은 73.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59.8%로 공적건강보험 가입이 의무가 아닌 미국을 제외하면 멕시코와 더불어 가장 보장성이 낮다[2].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보아도 2017년 62.7%, 2018년 63.8%로 상당히 낮은 편이며, 2014년 63.2%에 비교해도 커다란 변화가 없다[3].
이에 지난 정부 때부터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희귀난치성 질환 등 4대 중증질환과 선택진료, 상급병실, 간병 등 3대 비급여항목에 대한 보장성 강화에 노력을 해왔다. 이러한 예로 본인부담상한제, 산정특례제, 선별급여제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에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의 보장성 강화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그래서 여전히 암환자의 비급여부담은 전체 의료비의 21.4%, 심혈관질환 환자의 경우 19.9%, 뇌혈관질환 환자 19.1%,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 11.7%를 차지하고 있다[4]. 또한 포함되지 않는 질환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장성이 낮은 것이 제도의 한계이며[5], 문재인케어가 실시된 이후에도 여전히 건강보험상의 가장 큰 문제로 존재한다.
보장성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에서는 2010년 World Health Report를 통해 보장성을 제고하기 위한 보편적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 방안을 제시하였다[6]. 보장성과 관련한 세 요소는 건강보험 적용 인구집단, 건강보험 급여서비스 범위, 의료비 중 본인부담 비중 등이다. 그리고 2000년에는 의료비 본인부담과 같은 경제적인 측면이 보건의료제도를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 중의 하나라는 것을 국제적인 비교를 통해 제시하였다[7].
지속적인 비급여 의료서비스 이용, 신의료기술에 대한 선호, 평균수명 및 만성질환 증가 등에 의한 의료비 부담에 대비하고 대처하기 위하여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하는 개인 및 가계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8, 9]. 그러나 민영보험회사의 손실보전을 위한 보험료 인상, 의료이용에 따른 보험료 갱신, 보험 급여서비스 범위 축소 등으로 인해 보장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에서도 민영의료보험에 의한 공보험재정지출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의료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폭은 점차 줄어들 수밖에 없으며, 이와 상대적으로 향후 의료비 본인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와 비교하여 일본은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성이 높은 한편, 환자의 의료서비스 선택에 제약이 있다. 비급여서비스 이용에 급여서비스 이용분에 대해서도 환자 본인부담이 되기 때문에 비급여 의료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두는 혼합진료금지제도가 대표적인 것이 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일본의 혼합진료금지제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의료서비스 선택과 비급여 의료비 부담 간의 관계를 고민해보고,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에서의 시사점을 찾아보고자 한다.
혼합진료금지제도와 선택권 제한
1. 혼합진료금지제도 개요
혼합진료금지제도는 보험2)진료와 보험 외 진료(자유진료)의 병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며, 진료라고 하는 것에는 의료행위, 의료기술, 의약품 등 의료와 관련된 제반의 것들이 모두 포함된다. 혼합진료금지제도에 관한 법적 근거는 건강보험법 제44조, 보험의료기관 및 보험의료담당규칙 제5조 및 제5조의 2에서 나타내고 있으며[10], 약제의 경우에도 보험의료기관 및 보험의요양담당규칙 제19조와 보험약국 및 보험약제사요양담당규칙 제9조에 의해 규정하고 있다[11].
그러나 엄밀하게는 보험진료와 보험 외 진료(자유진료)의 병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진료비 혼합을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12]. 일반적으로 진료비는 보험진료비(법정 본인부담금 포함)와 보험 외 진료비로 구성되는데, 혼합진료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보험 외 진료비가 포함되지 않으므로 환자의 의료비 부담분은 법정 본인부담금만 발생한다. 그러나 혼합진료를 실시할 경우에는 보험 외 진료비를 포함하여 보험진료비(법정 본인부담금 포함)까지 전액 본인이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의료비 부담 때문에 환자들은 혼합진료를 거부하게 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결과적으로 비급여 의료서비스 이용의 비활성화로 인한 보장성 지표 향상으로 나타난다.
2. 의료서비스 선택권과 제한에 관한 사건3)
2001년 9월부터 신장암 판정을 받은 환자가 보험진료인 인터페론 요법과 비급여인 활성화 자기림프구요법(lymphokine-activated killer [LAK] 요법) 병용해 왔는데, LAK요법이 당시 혼합진료가 가능한 항목에 포함되어 있어서 가능했다.4) 그러나 2006년 4월부터 LAK 요법의 유효성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하여 혼합진료 허용항목에서 제외하였고, 이에 이 환자가 계속해서 LAK요법을 보험급여항목과 병용할 경우 혼합진료금지에 해당되어 전액 본인부담으로 되어, 이 환자는 보험진료와 보험 외 진료를 병용할 경우에 보험진료 부분은 보험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제소를 하게 되었다.
2007년 11월 7일 1심에서 건강보험법 등을 검토하였으나 보험 외의 치료가 병용되면 보험진료에 대해 급부를 받을 수 없게 된다고 하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으며, 당시의 제도 운영과 법 해석이 잘못되어있다고 판단하여 원고 승소를 판결하였다[13]. 즉 혼합진료를 인정하였다. 한편, 법 해석의 문제와 혼합진료 전체의 방향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부연함으로써 혼합진료금지 자체의 시비에 대한 언급은 피했다.
그러나 2009년 9월 29일 2심에서는 보험의료기관 및 보험의 요양담당규칙 제18조에서 특수한 요법 또는 새로운 요법 등에 대해서는 후생노동대신이 정하는 것 외에는 실시할 수 없다는 규정이 혼합진료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혼합진료 금지가 적법하다고 판정하였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2011년 10월 25일 최고재판소5)에서는 보험외병용요양비제도는 보험의료의 안전성이나 유효성의 확보, 환자의 부당한 부담 방지를 위한 것으로서, 혼합진료금지 원칙을 전제로 하여 혼합진료를 전액 본인부담으로 하는 것은 건강보험법의 취지와 일치하는 것으로서 혼합진료금지가 합법이라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14].
혼합진료금지제도의 역사적 흐름
1. 1984년 10월 이후
1984년에 특정요양비제도라는 명칭으로 일부 혼합진료를 허용하는 제도를 도입하게 되었으며, 이에 해당하는 진료를 고도선진의료와 선정요양으로 분류하였다. 당시에는 혼합진료가 허용되는 서비스가병실차액료, 180일을 넘는 입원료 등과 같이 범위가 매우 좁았다[15].
고도선진의료는 새로운 의료기술이며 안전성과 유효성은 있지만, 일반적으로 보급되어 있지 않은 기술(2년마다 보험도입 여부를 검토)로, 대표적인 예로서 심장이식수술, 골수세포이식에 의한 혈관신생 요법, 실물 장기의 입체모델에 의한 수술계획,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의 유전자진단 등이 해당되었다. 선정요양은 환자의 선택기회를 넓히는 것이 목적(검토규정은 특별히 없음)으로 특별병실료, 예약진료, 200병상 이상에서의 초진 및 재진, 180일을 넘는 입원 등이 해당되었다[12].
이후 혼합진료 허용에 대한 요구가 높아져, 각 부처 간 합의하에 후생노동성이 대안을 내어놓게 되었다[16]. 국내 미승인약의 사용에 관하여 외국에서는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아 승인되어 이용되고 있는 미승인약을 혼합진료금지라는 제도로 인해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를 줄이기 위해 “미승인약사용문제검토회의”를 설치, 운영하도록 하였으며, 학회 및 환자의 요청을 파악하여 임상상의 필요성과 사용의 타당성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도록 하는데, 연 4회의 정기적인 개최와 함께 필요한 경우 수시로 개최할 수 있도록 하며, 최장 3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도록 하고, 서구에서 새롭게 승인된 약은 자동적으로 검증 대상으로 하여 환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적절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반드시 고도의료는 아니지만 선진기술인 경우에 보험도입의 전 단계로 보험진료와의 병용을 인정하는 것과 더불어 고도선진의료를 포함하여 보험도입의 수속을 투명하고 신속하게 하도록 하였으며, 이를 위해 각 기술의 유효성 및 안전성, 효율성 등을 확인한 후에 보험진료와의 병용을 인정하도록 하였다. 또한 후생노동대신이 설치한 전문가회의의 검토를 걸쳐, 의료기술별로 의료기관에 요구되는 일정 기준을 설정하며, 해당 의료기관은 신청을 통해 실시 가능하도록 정하였다.6)
또한 제한횟수를 넘는 의료행위에 있어서도 꼭 필요한 진료행위임에도 혼합진료금지제도에 의해 과다하게 본인부담이 되었던 것을 시정하도록 하였으며, 의학적으로 근거가 명확한 것에 관해서는 보험도입을 검토하도록 하였다.7)
2. 2006년 10월 이후
특정요양비제도가 보험외병용요양비제도로 변경되었으며, 혼합진료가 허용되는 서비스를 평가요양과 선정요양으로 구분하였다. 평가요양은 후생노동대신이 정한 고도의 의료기술을 이용한 요양 및 그 외의 요양으로서 보험급부 대상이 되는지의 여부에 관해서는 적정한 의료의 효율적인 제공을 도모하는 관점에서 평가가 필요한 요양으로 후생노동대신이 정하는 것으로서 보험도입을 위해 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해당되었다.8) 평가요양에 해당하는 항목은 총 7종류로 의약품의 치험(治驗)과 관련되는 진료, 의료기기의 치험과 관련되는 진료, 약사법 승인 후 보험등재 전의 의약품 사용, 약사법 승인 후 보험등재 전의 의료기기 사용, 적응 외(適應外)의 의약품 사용, 적응 외의 의료기기 사용 등이 해당되었다.
선정요양은 피보험자의 선택에 의한 특별 병실 제공 및 그 외에 후생노동대신이 정하는 요양으로, 보험도입을 전제로 하지는 않았다.9) 해당되는 항목은 총 10종류로 상급병실, 치과의 금 합금, 금속상총의치, 예약진료, 시간 외 진료, 200병상 이상 병원의 초진, 소아우촉 지도관리, 200병상 이상 병원의 재진, 180일 이상의 입원, 제한 회수를 넘는 의료행위 등이 해당된다.
3. 2012년 10월 이후
선진의료와 고도의료가 통합되어 선진의료는 선진의료A, 고도의료는 선진의료B가 되었다. 선진의료A는 유효성이 어느 정도 분명한 기술로, 의료기관으로부터 신청을 받아 선진의료회의가 심사방법을 정하고 여기에서 타당성을 인정받으면, 일정 수준의 기준에 적합한 의료기관에서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당된다. 선진의료B는 전문가들에 의한 선진의료기술심사부회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검토하는 심사체제를 통해 보다 엄격하게 평가하게 되었으며, 실시 가능한 의료기관도 한정적이며, 미승인 의약품 및 의료기기를 이용하지 않더라도 안전성 및 유효성을 보여주는 근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해당되지 않게 되었다.
혼합진료금지제도 찬반 논란
1. 후생노동성의 입장
후생노동성의 혼합진료 문제에 대한 기본적 입장은 보험진료와 보험 외 진료의 병용은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으며, 이를 전체적으로 자유진료라고 보았다. 후생노동성은 혼합진료를 허용하게 되면 우려되는 점으로 보험진료에서 일정의 본인부담액을 통해 필요한 의료가 제공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환자에게 보험 외 부담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환자부담이 부당하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였다. 또한 안전성, 유효성 등이 확인되지 않은 의료가 보험진료와 더불어 실시되게 되어 과학적 근거가 없는 특수한 의료 실시를 조장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어느 정도의 규제가 불가결하다는 입장이다[17, 18].
2. 혼합금지제도에 대한 찬반이론
1) 혼합진료를 허용하게 되면 소득에 따라 의료이용의 차이가 생기는가?
규제개혁추진회의는 혼합진료를 허용하는 입장인데, 혼합진료를 피하기 위해, 예를 들면 원래 1회의 입원·수술로 끝나는 것을 보험진료 부분과 보험 외 진료 부분으로 나누어 실시하는 등 일부러 진료행위를 나누거나 하면 오히려 환자의 신체적·경제적 부담증대가 우려된다[19]. 혼합진료가 허용되면 환자가 지금까지 전액 본인부담 해야만 했던 고액의 고도·첨단의료를 공적보험에 의해 치료받게 하는 것은 부자를 우대한다기보다는 오히려 모든 사람들에게 진찰 기회를 확대하여 국민 사이의 소득격차에 의한 불공평을 해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건강보험은 국민이 지불하는 보험료와 공적부담을 재원으로 급여가 제공되는 것으로서 어느 범위까지 보험의 대상으로 할 것인지의 문제는 보험과 관련된 정책의 기본적인 방향으로 혼합진료 문제와는 별도로 분리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국민이 부담능력에 관계없이 적절한 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회보장으로서 필요충분한 의료”는 보험진료로서 종래대로 확보하면서 이른바 혼합진료를 허용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고, 혼합진료 허용이 국민의료보험제도의 붕괴로 연결된다는 비판은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20].
한편, 혼합진료를 반대하는 입장으로 대표적인 것은 일본의사회이다[21]. 일본의사회에서는 현재 건강보험의 대상이 되고 있는 진료가 보험 외가 될 가능성이 있으며, 혼합진료 허용에는 몇 가지의 중대한 문제가 숨겨져 있다고 보고 있다. 첫째, 정부는 재정난을 이유로 보험의 급부범위를 재검토하려 하고 있는데, 혼합진료를 인정하게 되면 현재 건강보험 급부로 되어 있는 요양까지도 보험 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둘째, 혼합진료가 허용될 경우, 보험 외의 진료비용은 환자분의 부담이 되어, 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사이에 불공평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셋째, 의료는 환자의 건강이나 생명이라는 중요한 부분을 다루어야 하는 것이지 돈의 유무로 구별해야 할 것이 아니며, 보험 외로 분류하여 다루게 되면 돈의 유무에 따라 필요한 의료를 받을 수 없게 되게 될 수 있어 진료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전국보험의단체연합회는 “혼합진료를 추진하려는 사람들의 진짜 목적은 결코 환자의 선택지를 넓히려는 것이 아니라, 본래 공적의료보험에 포함해야 하는 의료의 범위를 축소하여 그만큼을 자유 진료로 옮겨 바꾸려고 하는 것, ” “보험급여의 범위가 계속해서 축소되어 공적보험에서는 필요한 의료까지 받을 수 없게 되는 위험이 있으며, 이는 환자의 선택지를 넓히기는 커녕 오히려 현재보다 선택의 폭이 좁아지게 됨,” “잘못된 정책으로 일본의 환자부담은 선진국 중 가장 높아지게 될 것이고 진료억제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22].
환자단체 역시 소득에 따른 의료이용 문제에 있어서 혼합진료 허용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일본 환자·가족단체협의회는 혼합진료 허용은 새로운 의료기술이나 치료법, 약 등의 보험적용을 늦추어 이미 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것까지 보험으로부터 제외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의료를 받는 당사자로서 혼합진료 허용과 특정요양비 확대에 반대하고 일본의사회나 전국보험의단체연합회와도 연계하여 일본의 우수한 국민의료보험제도를 지키기 위해서 분투를 결의하였으며, “혼합진료 허용에 반대하는 결의”를 내각부와 경제재정 자문 회의에 송부하였다[22].
Not-for-profit (NPO) 법인 “암과 함께 사는 모임”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의료행위를 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으며, 외국에서 임상시험에 합격하여 유효성이 있고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이 평등하게 신의료기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일정 수입 이하인 사람에게는 구제조치를 할 수 있도록 후생노동성과 일본의사회에 요구함으로써 일부 혼합진료에 찬성하고 있다[23].
2) 혼합진료를 허용하게 되면 유효성이나 안전성 등에 문제가 있는 의료행위가 횡행하는 것은 아닌가?
규제개혁추진회의는 현재에도 자유진료가 용인되고 있는 있음에도 혼합진료가 허용된다고 환자부담의 증대나 유효성, 안전성을 문제 삼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24]. 후생노동성은 의료에 관해서는 의사법, 의료법, 약사법 등에 의해 국민의 건강 유지 및 안전확보 등을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수 있으며, 보험 외 진료라고 하여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심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은 아니므로 보험 외 진료에 대해서도 일정의 안전성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안전성이 확보된 보험 외 진료와 안전성이 확인된 보험진료를 병용할 경우, “안전성이 부족하다”라는 것에 대해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였으며, 후생노동성이 주장하는 대로 혼합진료를 허용할 경우 유효성이나 안전성이 담보되어 있지 않은 요법이 만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과연 그렇다면 반대로 누가 그러한 요법을 실시할 것인지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20].
혼합진료에 반대하는 입장으로 일본의사회는 제조나 수입의 승인이나 건강보험 적용의 판단기준을 명확하게 하고, 심의나 결과를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며 보험급여에 적용되지 않은 약은 유효성이나 안전성 등의 문제가 지적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약의 사용을 혼합진료로 보험 외에서 인정하게 되면 결과적으로 사용을 촉진하여 중대한 건강상의 피해 등이 전국으로 확대될 우려가 있으며, 환자와 의사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높기 때문에 환자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할 수 없어 그릇된 약이 만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21].
3) 혼합진료를 허용할 것이 아니라 현재 보험급여 대상이 되지 않는 의료를 보험에 적용시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규제개혁추진회의는 현행의 일부 혼합진료 허용10)으로 충분하다는 견해가 있지만, 이 제도에서는 의료기술 및 의료기관별로 개별적으로 승인해야 하고, 보험진료와 병용할 경우의 기초적 부분(초·재진료, 입원의료 등)에 보험급부로 하는 방법은 수속도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리며, 환자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한다거나 의료현장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으며, 의료기술의 향상을 도모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또한 혼합진료가 일부 허용되는 의료에 대한 승인수속의 간소화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심의의 신속화, 투명성 확보, 이용자 중심으로의 전환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19, 20].
반대로 일본의사회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약이라면 보험 외가 아닌 건강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 모든 환자가 공평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음,” “단시간 내에 신속하게 보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만들면 해결됨,” “환자의 용태를 객관적으로 판단하여 의학적으로 필요한 경우는 보험으로 볼 수 있도록 하면 됨,” “선진의료는 유효성과 보편성이 인정되는 것은 모두 보험에 적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며, 보다 많은 환자가 고도의 의료를 보험으로 받게 해야 할 것,” “약의 성분 및 작용기전에서 다른 질환에도 유효성과 안전성이 객관적으로 증명되는 것이라면, 신속하게 건강보험으로 다른 질환에 대해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으로 혼합진료 허용보다는 보험적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NPO 법인 “암과 함께 사는 모임”은 기본적으로 국민의료보험을 지지하고 있으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 암 치료약 등은 하루빨리 승인하고 보험에 등재하기를 요청하고 있으며, 등재신청으로부터 등재까지의 시차(time lag)를 해소할 때까지는 긴급피난적 조치로서 부분적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23].
4) 보험재정을 위해 혼합진료를 허용해야 하는가?
내각부 종합규제개혁회의에서는 “불필요한 의료 배제, 투명화에 의한 보험재정 효율화”를 명시하고 있으며, 혼합진료 허용에 의해 보험 외 진료가 커지는 한편 보험진료가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25]. 이는 건강보험료 및 세금과 같은 공적부담을 줄이고, 혼합진료를 자유화함으로써 본인의 선택폭을 넓히는 한편, 본인부담분을 민간보험을 통해 보충하도록 하는 의도로 보인다.
대조적으로 전국보험의단체연합회는 보험재정의 악화 원인을 정부가 노인의료에 대한 국고지출 비율을 45%에서 35%로 인하하고, 건강보험조합으로부터의 노인의료에의 지출금 비율을 33%에서 40% 로 높였으며, 정리해고와 임금 보류에 의한 보험료 수입이 큰 폭으로 감소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노인의료비 지출 급증이 아닌 보험료 수입의 감소가 원인으로 보고 있다[22].
그리고 일본의사회는 재정난을 이유로 최신 의료가 건강보험에 도입되지 않게 되어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 사람 외에는 필요한 의료를받을 수 없게 되어 있으며, 혼합진료를 전면 허용하게 되면 공적 의료보험의 급부범위가 축소될 수 있으며, 정부가 공적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기 위하여 혼합진료를 허용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주장한다[25].
결론
일본에서는 비급여서비스 이용에 급여서비스 이용분에 대해서도 환자 본인부담이 되도록 하여 비급여 의료서비스 이용에 제한을 두는 혼합진료금지제도를 통해 건강보험에 대한 보장성이 높은 한편 환자의 의료서비스 선택에 제약이 있다.
일본의 혼합진료금지제도를 통하여 비급여 의료서비스의 선택의 문제와 이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의료비 부담의 문제를 고찰하였다. 일본의 혼합진료금지제도와 같은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것에 대한 당위성의 여부를 떠나 적용 가능성을 검토해 보면,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첫째, 일본의 경우는 전면 금지였던 것을 부분 허용, 그리고 점차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면 허용했던 것을 부분 허용하겠다는 것이므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혼합진료금지제도는 불필요하고 무분별한 비급여 의료이용을 통제하여 개인 및 사회차원에서 의료비를 억제하고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의사 및 환자의 의료서비스 선택에 제한을 주고 신의료기술 이용에 제한을 둔다는 단점이 있다.
둘째, 우리나라에서의 비급여 서비스와 의료비 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논리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사회보장의 기본적인 원리는 보편적 제공과 최소 보장이지만,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제도는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률 증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으나, 최소 보장의 원칙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급여 확대는 보험재정 지출과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확대해야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부담에 대한 우려로 의료서비스 이용에 있어서 환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신의료기술의 발달 및 보급을 저해하게 된다. 적정한 수준의 본인 부담 수준하에 환자의 다양한 선택이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우리나라에 일본의 혼합진료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현재 의약품에 적용되는 선별등재방식 또는 네거티브 리스트시스템을 일반 의료행위 및 의료기기에도 적용해야 하나, 의료전문가인 의사의결 정권에 제한을 두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에 일본과 같은 혼합진료금지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국민의 정서에 맞지 않으며 의료전문가들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접근방법보다는 오히려 보장성강화 정책으로 비급여 의료서비스에 대한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완화시키는 정책이 적절하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에 필요한 재원조달에 있어서 객관적이고 투명한 예산 소요액을 추계하고 현실성 있는 대응책을 제시하여야 한다.
감사의 글
이 연구는 협성대학교 연구비 지원사업에 의해 수행되었다(제 2019-00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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