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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ase Study on How to Develop a Competency-Based General Education Curriculum

H대학교 교양이수체계 개편 사례 연구

  • Received : 2020.09.14
  • Accepted : 2020.10.23
  • Published : 2021.02.28

Abstract

With the advent of the Fourth Industrial Revolution, the liberal arts education of universities has been called for fundamental innovation in its content and methods. H university has continuously made efforts to improve its general education curriculum with the goal of satisfying students' needs as well as the demands of the times. Its efforts can be summarized as the harmonization of competency-based education and the traditional liberal arts education. In more detail, it has tried to meet the demands of Ministry of Education which requests each university to establish its general education system focusing on key competencies. Simultaneously, it also radically changed its education system based on the guidelines of the Korea National Institute for General Education(KONIGE). The starting point of those changes was the basic consulting by KONIGE in 2017. According to the consulting report, H university introduced comprehensive and overall revision of its liberal arts education curriculum, increasing its liberal arts credit requirements from 22 to 28 credits in 2019. It has also reorganized and reclassified its liberal arts courses by introducing distributive elective classes. In 2020, in accordance with the guidelines of the Ministry of Education, H university altered its curriculum once more in order to establish a competency-based general education curriculum. Under the new curriculum, all requirement subjects are completely matched with key competencies of H university. It also includes newly opened courses and subject areas such as "Social Service" and "Global Citizenship." Through these changes, H university hopes that its general education contributes to fostering students equipped with key competencies, who can face actively this challenging period.

4차산업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대학의 교양교육은 그 내용과 방법에 있어서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받아왔다. H대학교는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면서 교육수요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교양교육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크게 보아 H대학교의 개선 노력은 역량기반 교양교육과 전통적인 자유학예 교양교육을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구체적으로 이는 핵심역량중심 교양교육 체계 확립이라는 교육부의 요구와 기초-교양-소양이라는 교기원의 교양체계를 발전적으로 수렴, 조화시키는 교양교육체계 확립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 변화의 출발점은 2017년 말에 받았던 교기원의 기본 컨설팅이었다. 이에 근거해서 2019년도 교양이 수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였으며, 교양이수학점도 기존 22학점에서 28학점으로 대폭 확대하는 동시에, 배분이수체계를 도입하였다. 또한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참고하여,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2020학년도 교양이 수체계를 확립하였다. 이를 위해 교과목과 역량을 매칭시켰으며, 3대 핵심역량을 균형 있게 함양하기 위해 몇 몇 영역과 과목들을 신설하였다. <사회봉사> 과목과 <글로벌 시민의식> 과목군은 그 대표적 예이다. 이런 변화를 통해 H대학교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능동적으로 대처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는 교양교육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Keywords

Ⅰ. 서론

대학의 교양 교육은 시대의 변화에 맞춰 부단히 변화해 왔다. 교양 교육의 변화를 추동해 온 요인들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대외적 요인으로 이는 4차 산업이 진행되는 시대적 특성에 부합하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산업체와 사회 전반의 요구로 요약될 수 있다. 여기에다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입학 정원 감축의 필요성 증가와 이에 따른 대학 간 경쟁 심화라는 환경적 요인은 대학 교육의 혁신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대내적 요인으로, 교육수요자(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요구되는 경쟁력 있는 교육 체계의 확립과 운영에 대한 요구가 있다. 이러한 대내외적 요인 중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지닌 것이 바로 교육부에 의한 대학교육 평가이다. 특히 교육부가 발표한 3주기 평가 지침에서 교양 교육체계 평가 점수가 전공교육과정 평가 점수와 동일한 비중(7점)을 차지하면서, 각 대학들은 교양 교육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교육부에서 교양교육 평가의 지침을 ‘핵심 역량 제고를 위한 교양교육체계 구축’으로 제시함에 따라 각 대학들은 자신들의 교양 교육체계를 핵심역량 중심으로 재구성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1].

핵심역량이란 “직업능력의 핵심 구성요소로서 직종이나 직위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직종에서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데 공통적으로 요구되는 지식, 기술, 태도 등을 의미”한다[2]. 스펜서와 스펜서(Spencer & Spencer)에 따르면, 역량(competency)이란 “특정한 상황이나 직무에서 준거에 따른 효과적이고 우수한 수행을 야기하는 개인의 내적인 특성”으로 정의된다[3]. 2000대 초반에 한국 교육계에 소개되기 시작한 ‘역량’ 개념이 ‘역량기반교육’으로 정착하게 된 데에는 OECD (경제개발협력기구)의 DeSeCo(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 프로젝트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간단히 말하면, 현재와 미래 세계에서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핵심역량이 무엇인지 찾아내려는 연구이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 인물인 리첸과 샐가닉(Rychen & Salganik)은 핵심역량(Key Competencies)을 “개인이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고 제대로 기능하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량이면서, 어떤 상황에서나 효과적인 수행을 가능하게 하여 보편적으로 적용 가능한 역량”이라고 정의하였다[4]. 이에 따르면 핵심역량이란 결국 삶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능력과 기술을 총칭하는 개념인 생활기능(life skill)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핵심역량 중심으로 교양(및 전공) 교육을 시행하라는 교육부의 주문은 그리 새로운 요구가 아니다. 수준 높은 고등교육을 통한 우수인력 양성을 목표로 내세운 ‘대학교육역량강화사업’(2008년)을 시행할 때부터 교육부는 핵심역량 중심의 대학 교육 혁신을 요구해 왔다. 이에 따라 각 대학들은 대학의 건학 이념과 교육 목표에 맞게 교양 교육의 목표와 핵심역량을 설정하였다. 예컨대 중앙대학교 다빈치 교양 대학의 경우, “폭넓은 기초교육을 통해 자아를 형성하고 계발하는 자율적 교양인을 기른다”는 교양 교육목표 하에 ‘공통, 핵심, 선택’ 의 3개 영역에서 ‘도전, 창의, 융합, 신뢰, 소통’의 5개 역량을 함양하는 교양 교육과정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5]. 가천대학교 리버럴아츠 칼리지의 경우 “‘박애·봉사· 애국’의 교육이념을 실천할 수 있는 ‘지성인·실천인·전문인’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G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교양 교육목표를 설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협업봉사 역량, 비전도전 역량, 의사소통 역량, 정보 문해 역량, 문제해결 역량, 세계시민 역량’을 함양하는 교양 교육과정을 운영한다[6].

한편 한국 대학교육에서 교양 교육의 위상을 재정립하고 교양교육의 제고를 위해 전면에서 활동해 온 단체로는 한국교양기초교육원(교기원)과 교양교육학회를 꼽을 수 있다. 특히 전자는 설립 원년인 2011년부터 기초교양 교육 강화사업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다양한 사업을 시행해 오고 있다. 크게는 교양 교육 연구개발, 교양 교육 컨설팅, 교양 교육 개선지원, 교양 교육 인식 제고 등의 네 개 사업 영역이 있다. 특히 교양 교육 컨설팅 사업의 경우, 4년제 대학 중 80% 이상의 대학에서 기본컨설팅을 시행하였으며, 그중 30% 이상의 대학에는 심화 컨설팅을 시행함으로써 해당 대학들의 교양 교육 개선과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H 대학교 역시 교양 교육의 체계와 질 제고를 위해 2017년 교기원의 기본 컨설팅을 받았으며, 컨설팅 결과를 기반으로 교양 교육 개선에 성실하게 임해 왔다. 이에 따라 2019년도 교양 이수체계를 전면적으로 개편하였으며, 교양이수학점도 기존 22학점에서 28학점으로 대폭 늘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3주기 평가 지침이 발표되고,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교양 교육체계를 수립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으며, H 대학교는 이에 맞춰 2020년 교양 이수체계를 다시 개편하게 되었다. 또한 2020년 7월에는 교기원의 심화 컨설팅을 받음으로써 개별 교양교과목들에 대한 평가와 개선을 위한 동력을 확보하였다.

모든 대학들이 전공 교육과정과 교양교육과정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인 상황이지만, H 대학교의 경우 최근 몇 년 동안 교양 교육 개선을 위해 상당한 폭의 변화를 속도감 있게 시행해 왔다는 점에서 그 차별성이 있으며, 그 변화의 방향성 또한 탄탄한 이론적 성찰과 냉철한 현실 분석에 근거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하 본론에서는 교기원의 기본 컨설팅 결과를 반영한 2019년도 교양 이수체계 개편 사례를 먼저 소개하고, 이를 올해 개편된 2020년 교양이수체계와 비교함으로써 교기원이 강조해 온 자유 학예 교육과 교육부가 강조하는 핵심역량중심 교양 교육을 조화시키는 모범개편 사례 한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Ⅱ. 교양 교육 개편 과정

1. 현황

H 대학교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중소 규모의 대학으로서 5개의 단과대학(인문예술대학, 사회과학대학, 공과대학, 디자인대학, 미래플러스 대학)과 교양 대학으로 구성되어 있다. 1500명 정도의 신입생 입학 정원에서 공과대학 정원이 약 500명에 달하며 이 비중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졸업학점은 130학점이며 교양 28 학점과 전공 78학점 및 일반선택 24학점으로 구성되어있다. 2017년도부터 국내대학으로는 최초로 전면 트랙제1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H대학교 학생들은 39학점으로 이루어진 트랙을 2개 이상 선택해서 이수해야 한다. 2020년 현재 45개의 트랙이 있으며, 학생들은 실기 위주의 일부 전공을 제외한 모든 트랙 중에서 2개 이상을 선택해서 이수할 수 있으며, 각 트랙이 속한 분야의 학위를 취득한다.2 현재 교양 28학점의 경우 16학점(2학점 8과목)의 필수과목과 12학점의 선택과목(배분이 수)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표로 나타내자면 아래 [표 1]과 같다.

표 1. 20학번 교육과정 이수학점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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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표에서 2개의 트랙을 이수하는 대다수의 학생들은 융합 전공에 해당하며, 21학점에 해당하는 부전공을 추가로 이수하는 일부 학생들의 경우 융합 전공+부전공으로 분류되고, 주로 실기 위주로 선발된 학과(무용, 회화 등)의 경우 심화 전공(+부전공)으로 분류된다.

트랙제 출범 당시인 2017년의 교양학점은 22학점이었으며 14학점(2학점 7과목)의 교양필수과목과 8학점의 토대교양과목(트랙 기초과목 3학점 2과목 + <삶과 꿈> 2학점)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본 논문의 주요 내용은 2017년의 교양 이수체계가 현재의 교양 이수체계로 변화해 온 과정과 의미를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2. 한국교양기초교육원 컨설팅

H 대학교의 교양 교육 개편의 출발점은 2017년 12월에 받은 교기원 컨설팅이라고 할 수 있다. 컨설팅단은 H대학교 교양교육의 문제점 및 개선 사항과 관련하여 크게 네 가지를 지적하였다. 첫째, 교양교육 거버넌스가 충분히 확립되지 않았다는 점, 둘째, 교양이수학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 셋째, 배분이 수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나치게 실용적이거나 전문적이어서 교양 과목의 성격에 맞지 않는 부적합 교과목이 많다는 점이었다.

교기원 컨설팅단의 권고에 대해 학교 당국의 초기 입장은 부정적인 편이었다. 학교 본부로서는 2017년부터 시행된 트랙제 도입과 관련해서 전공 이수 학점이 기존의 90학점 정도(단과대학 별로 상이함)에서 78학점(한 개 트랙당 39학점/2개 이상 트랙 이수 의무)으로 줄면서 교양이수학점도 22학점으로 준 상태여서 이를 다시 늘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었다. 또한 교양 22학점과 전공 78학점을 제외한 나머지 30학점의 자유 이수 학점을 이용해서 원하면 최고 52학점까지 교양과목을 수강할 수 있으므로 교양 이수학점은 이미 충분하다는 논리를 제기하였다. 이에 대해 컨설팅단은 취업의 문턱이 갈수록 좁아지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자유 이수 학점을 취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전공 교과목이나 기타 실용 과목 수강으로 채우려 할 것이므로 22학점으로는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사실 이는 이후 교양교육원과 본부 주요 보직자들 간의 긴 논쟁의 서막에 불과했으며, 학교 당국에서 교양이수학점을 28학점으로 늘리기로 전격적으로 결정하기까지 정확히 10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교양교육원은 수차례의 자체 회의와 타 대학 교양이 수 체계 비교 분석 및 본부 주요 보직자들과 의회 의를 시행하였으며, 그 결과 2018년 10월에 컨설팅단의 권고 사항을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결정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3. 2019년 교양 이수체계 개편

H 대학교 측에서 교기원의 컨설팅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한 이후, 교양교육원 핵심 보직자(원장, 교학부장, 교양과정 주임교수) 중심으로 교양이수체계 개편을 추진하였다. 교기원 컨설팅을 최대한 수용하되 H 대학교의 교양교육 현실에 주는 부담과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편이 진행되었다.

먼저 교양 교육 거버넌스 확립 문제는 두 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다. 첫째는 2014년 12월 교양교육원 설립 이후 교양교육 관련 최고 의사결정 기구 역할을 해 온 교양교육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한 것이다. 당시 8개 교육과정의 주임교수 중심으로 구성되었던 위원회를 확대하여 본부의 핵심 보직자들인 교무처장과 기획처장 및 단과대학장들을 위원으로 추가 위촉하였다. 이로써 교양교육위원회는 H 대학교의 교양교육과 관련해서 명실상부한 최고의사결정기구로 자리매김 되었으며, 향후 교양교육과 관련된 주요 결정들은 이 위원회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다.3 교양교육 거버넌스 확립의 두 번째 측면은 개설된 교양 교과목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수의 교육과정이 난립하는 현상을 정비하는 것이었다. 당시 H 대학교는 교양교육원 산하에 8개의 교육과정이 존재했으며, 각각 사고와 표현 교육과정, 교양영어교육과정, 기초교양 교육과정, 창의 교양 교육과정, IT교양교육과정, 디자인교육 과정, 자율 교양 교육과정, 교원양성교육과정으로 명명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하나의 독립된 교육과정으로 보기 어렵거나(디자인 교양, IT교양, 창의 교양), 애초에 교양교육과는 관련성이 없는 과정(교원양성교육과정)들이었다. 따라서교기원 분류에서 기초교양에 해당하는 두 개의 교육과정(교양 영어교육 과정과 사고와표현교육과정)과 소양 교육과 교양교육을 담당하던 기초교양교육과정만 남기고 나머지 교육과정들은 해체하는 방향으로의 개편이 필요했다. 그러나 교양 교육을 담당하던 전임교원들의 소속이 각 교양과정으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해당 교육과정을 폐지할 경우 전임 교원들의 소속이 불분명해지는 어려움이 발생할 소지가 있어서 이의 개선은 차후로 미뤄두게 된다.4

두 번째로 교양이수학점을 28학점으로 늘리고 배분이 수 체계를 도입하였다. 사실 컨설팅단은 기존의 22학점에 포함된 트랙기초과목(2과목 6학점)의 경우 사실상 전공기초에 해당하는 교과목으로 교양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으며, 따라서 실제 교양이수학점은 16 학점에 불과하다고 평가하였다[표 2].

표 2. 2018학년도 교양 이수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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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판단을 수용하여서 트랙기초과목을 전공기초로 분류해서 교양이수 학점에서 제외시킨 후 배분 이수체계(12학점)를 도입하였다. 이를 위해 기존 체계에서 자율 교양이라는 단일 항목으로 분류되던 200여 개의 교양과목을 4개의 배분이 수영역으로 재분류하였다. 교 기원 표준모델[7]에서 권장하는 두 개의 배분이수 모델 중 학문 중심으로 분류한 B 안을 참고하여 4개 영역으로 분류하였다. 세 개의 핵심교양 영역(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과 정보기술)과 한 개의 소양교양 영역(사회봉사와 심신수양)을 합한 네 영역 중에서 학생들은 필요에 따라 3개 이상의 영역에서 4과목(12학점)을 이수하게 된다. 이로써 인간과 자연과 세계를 균형 있게 이해하는 교양인을 양성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그 외에 취‧창업 등의 실용적인 교과목과 일부 외국어 과목, 글쓰기 과목 및 BSM(Basic Science & Math, 기초 과학‧수학) 과목을 자율 교양으로 편성하여 학생들의 필요에 따라 수강할 수 있게 하였다.5

표 3. 2019학년도 교양 이수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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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변화 과정에서 교양필수와 교양 선택이라는 분류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교양 이수체계를를 교 기원 표준모델에 가깝게 기초교양-소양 교양-핵심교양-자율교양의 네 가지 분야로 재분류하였다. 이를 표로 보여주면 아래와 같다.

표 4. 교양교과목 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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Ⅲ. 핵심역량 중심 교양 이수체계 개편

교육부는 2021년 상반기에 실시될 3주기 대학평가의 주요 지표 중 하나로 “교육과정 운영 및 개선”을 제시하였으며, 단일 지표로는 최대에 해당하는 점수인 20 점(6개 항목/13개 지표 중 최고점수)을 부여하였다. 이의 하위 항목으로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교양 교육체제구축‧운영”(7점)을 제시하였다[1]. 그런데 교육부의 이 지침에는 몇 가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첫째,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교양 교육 체제 구축․운영’을 요구하면서도 ‘교양교육’을 너무 넓게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교육부는 교양교육과정을 “각 대학의「00 대학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편성‧운영된 교양 교과목으로, 학점 당 매 학기 최소 15시간 이상 운영되고 학점이 부여되는 강의 중 교양 과정으로 분류되는 일체의 교과목을 대상으로 함” 이라고 정의한다[1]. 이에 따르면, 교과목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각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지정해서 운영하는 과목은 모두 교양교과목이 되는 셈이다. 이는 동어반복적 오류이다. 각 대학에서 ‘교양’으로 지정한 과목이 ‘교양과목’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교양’에 대한 엄정하고 학술적인 정의에 기반해서 각 대학의 교양 교육체계 개선을 권고해 온 교기원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접근이며, 따라서 교양 교육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까지 교기원은 교양을 ‘인간다운 삶에 대한 식견과 태도’라고 정의한 후 이에 근거해서 지나치게 실용적인 교과목, 예컨대 취미 관련 과목이나 취업이나 창업 관련 교과목은 교양의 성격에 맞지 않는 부적절한 교과목들로 폐지할 것을 권고해 왔다[7]. 교육부와 교기 원의 상이한 입장은 교양 교육 개편 과정에 불필요한 혼동과 긴장을 초래할 수 있다.

둘째, 교양 교육에 대한 정의를 생략함으로써 교양 교육의 적절성을 평가하기 위한 유일한 잣대는 ‘핵심역량’ 이라는 준거만 남게 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각 대학에서 특정 과목을 개설한 후 이를 핵심역량 함양과 연결하기만 하면 타당한 교양교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그동안 학술성의 부족으로 인하여 교양 부적합과목으로 평가받아온 온갖 교과목들이 적법한 교양교과목으로 인정받게 된다. 이럴 경우, 교양다운 교양을 강조해 온 교기원의 노력이 형해화되며, 이는 다시 교양 교육의 황폐화와 무질서로 이어질 수 있다.

셋째, 교양 교육은 본디 그 과목의 성격상 전인교육을 지향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교양교과목을 하나의 (기껏해야 두 개의) 대표 역량 함량과 연결시킨다는 개념 자체가 난센스일 수 있다. 교양 교육 진영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교육부에 지속적으로 제기한 결과, 교육부는 핵심역량의 정의에 대해 “기초학문을 통한 인간, 사회, 자연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능력 등도 포함하여 기술 가능함”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게 된다[1]. 그러나 문제는 애초에 기초 학문과 핵심역량은 상호 모순되는 개념에 가깝다는 점이다. 원래 역량이란 “직업 교육이나 훈련 분야에서 논의되어 온 것으로, 숙달하고자 하는 직무나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내는 것과 관련된 개념” 이다[8]. 또한 역량기반교육에서는 “학문적 지식 중심의 학교 교육을 비판하고 직업 세계에서 요구되는 능력을 학교 교육 내용에 반영해야 한다”[9] 고 보는데 여기서 비판의 대상이 되는 ‘학문적 지식 중심의 교육’이 가리키는 것이 바로 자유 학예 교육이다[9]. 대신 역량기반교육에서는 “이론적인 지식보다 지식의 암묵적 차원과 실제적 적합성이 강조되며 성공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본능력 및 직업능력을 중심으로 교육내용이 구성될 것”을 요구한다[9]. 이런 상황에서 자유 학예교육의 가치들을 핵심역량으로 설정하는 것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역량기반 교육개혁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모색하는 송경오, 박민정의 연구에서도 이의 위험성을 다음과 같이 경고한다[9].

역량기반 교육개혁에서는 교육이 산업체나 기업체의 요구에 의해 지나치게 영향을 받음으로써 교육의 내재적 가치를 소홀히 할 위험이 있고, ‘수행’ 의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함으관찰 가능하고 측정 가능한 행동만을 역량으로 규정할 위험이 존재하며, 환원주의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18)

여기서 교육의 내재적 가치를 소홀히 할 위험성이란 위에서 언급한 첫째 문제점과 연결되며, 측정 가능한 행동만을 역량으로 규정할 위험성은 둘째 문제점과 맥락을 같이 한다. 환원주의적 오류란 “개인의 능력을 하위요소들로 범주화하고 표준화하여 측정하고 관리하려는” 접근 방식이 품고 있는 “부분을 합치면 전체가 될 수 있다”는 식의 태도를 가리킨다[9].

교육부가 제시한 핵심역량 중심 교양교육체제 구축‧운영이 이러한 여러 문제점을 내포함에도 불구하고 3주기 평가를 눈앞에 둔 일선 대학의 입장에선 어떤 식으로든 이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교양교육 체계를 개편하는 것 이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다. 따라서 ‘무엇’이 교양인가를 중심으로 교양 교육의 학문성과 자율성을 강조해 온 교기원의 표준 교양 교육 모델과, ‘어떤 능력’을 키워 줄 것인가를 중심으로 구축되는 교육부의 핵심역량 중심 교양교육체계를 통합하는 교양 교육모델의 개발이 요구된다. 이하 소개하는 H대학교의 2020학년도 교양이수체계는 바로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다.

앞서 설명한 바 있는 2019학년도 교양이수체계와 2020학년도 교양이수체계를 한눈에 보도록 정리하자면 아래 [표 5]와 같다.

표 5. 2019년 2020년 교양 이수체계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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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와 비교해서 2020년 교양 이수체계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특징은 교양체계가 H 대학교 핵심역량과 완벽하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개선되었다는 점이다. H대학교에서는 대학교육에 대한 사회의 요구, 산업 수요의 변화, 학교의 인재상, 재학생들의 졸업 후진로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여 3대 핵심역량과 하위 6 대 능력 향상을 주요 교육 목표로 설정한 공동체 역량 창의융합역량, 공동체역량, 글로벌역량이라는 3개의 역량과 이의 하위 능력으로 창의력, 융합능력, 자기관리능력, 대인관계능력, 글로벌 소통능력, 글로벌 시민의식이 바로 그것이다.

2019년 이수체계에서 ‘진로 설계역량’ 교과목으로 설정되었던 <삶과 꿈> 과목이 2020년 이수체계에서는 H 대학교의 핵심역량과 능력들인 ‘공동체 역량’과 ‘자기관리 능력’ 교과목으로 재분류되었다. 또한 ‘특성화역량’ 교과목으로 운영되던 <문제해결을 위한 코딩 첫걸음> 과 <디자인 Thinking>을 2020년에는 ‘창의융합역량’ 교과목으로 재분류하였다. 단순히 영역 재분류에 그치지 않고, 해당 과목들을 통해 본교의 핵심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공통 교재를 개발하였으며, 표준강의계획서를 공유하고, 학기 전에 워크숍을 열어서 수업 내용과 교수법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였다.

둘째, <글로벌 시민의식과 사회봉사> 영역을 신설하였다. 교양이수체계를 핵심역량 중심으로 재편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시민의식을 대표하는 분야가 없다는 문제가 제기되었다. 추가적인 교양이수학점 상향은 어렵다는 학교 당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기존에 교양필수과목으로 운영하던 <상상력 이노베이터>(2학점)를 신설된 <융합 교양> 분야의 선택 필수 교과목으로 변경하는 대신, <글로벌 시민의식과 사회봉사> 영역을 신설하고 이에 2학점을 부여하였다. 이로써 학생들이 해당 역량을 효과적으로 함양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학생들은 <글로벌 시민의식> 분야에서 1개 과목(2학점)을 이수하거나 1학점짜리 사회봉사 과목 두 개(사회봉사Ⅰ, Ⅱ)를 이수해야 한다. <글로벌 시민의식> 영역에 개설되는 교과목들은 아래 [표 6]과 같다.

표 6. 글로벌 시민의식 영역 개설 교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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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6]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기존에 개설된 과목이 단순 영역 이동을 한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과목은 영역 성격에 맞게 새로 개설된 과목들이다. 이 과목들은 하나 같이 교양 과목의 본령에 해당하는 핵심 가치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교양교과목의 다양성을 높이는 데 일조한다.

봉사교과목의 경우 2020학년도 1학기에 650여 명의 학생이 <사회봉사Ⅰ>을 수강하였으며, 그 결과 기존 이수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봉사 과목 수강자의 비율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3대 핵심역량 중 하나인 공동체 역량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향후 HS-CESA나 K-CESA 등의 평가를 통해 입증 가능 할 것이다.

또 다른 중요한 변화로는 배분이수 영역에 <융합 교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4차산업혁명의 진행과 더불어 다가오는 초연결사회로의 진입을 위해 강조되는 개념이 융합이며, 교양 교육 역시 이를 외면할 수 없다. 그러나 원래 교양 교육은 특정 분야에 관한 구체적인(specific) 지식의 전수보다는, “지정의 모든 면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삶을 살아가는 전인적 인격체로서의 인간을 형성케 해주는 교육”[10], 즉 일반교육(General Education)을 추구하기에, 그 자체로 융합적인 성격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하기에 교 기원의 표준 모델에서도 별도의 영역으로 <융합교양>을 제시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삶의 양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동하는 현실에서, 과학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융합 교양의 성립 가능성과 필요성에 관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H대학교에서는 2019년에 창의융합연구원(C&C School, Creativity & Convergence School)을 만들어서 창의융합교육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연구원에서 개설한 5개의 교양교과목들과 <상상력 이노베이터> 그리고 <예술로 보는 과학기술> 등의 과목을 융합 교양 과목으로 개설하고 있다. 창의융합연구원에서 개설한 교양과목들로는 <생활 속의 빅데이터>, <VR/AR의 이해>, <4차산업혁명 시대 메이커의 이해와 기초>, <생활 속의 인공지능>, <4차산업혁명과 스마트팩토리> 등이 있다.6 한편으로는 공학적 색채가 너무 강해서 융합교양과목으로 부적합하다고 볼 여지가 없진 않지만, 학생들이 졸업 후 살아가야 할 미래사회의 삶의 양식을 고려했을 때, 과학기술 내지는 공학 중심의 융합교양의 가능성을 선취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바와 같이 H대학교에서는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교양 교육’이라는 교육부의 요구와 교양다운 교양을 표방하는 교기원의 때로는 상충되는 요구를 최대한 수렴할 수 있는 이수체계를 확립하였다. 남은 과제는 이러한 개편을 통해 학생들의 역량이 실제로 얼마나 변화하는가를 평가하는 일이다. 현재 모든 대학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원래 역량기반 교육과정은 세 가지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다. 첫째, 학습자가 획득해야 할 역량에 대한 명료한 진술, 둘째, 역량의 성취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절차, 셋째, 역량의 획득을 위해 구체적으로 설계된 학습경험이 그것이다[8].

교양교육의 성과를 특정 역량의 상승―수치로 표시되는―으로 평가하는 것이 과연 온당하냐는 근본적인 문제는 차치하고, 역량평가 방법과 관련해서 가능한 두 가지 접근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주관적인 역량 평가 방법이다. 거의 모든 대학들이 핵심역량을 측정하는 주관적인 평가 문항들을 만들었거나 현재 만들고 있다. H 대학교의 경우 HS-CESA라는 역량 평가 도구가 있다. 학교별로 개발한 역량평가 도구는 대동소이하다. 각 대학이 선정한 핵심역량 한 개당 3~4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진 설문 문항에 대해 전혀 아니다(1점)~매우 그렇다(5점)의 답변을 하고 이를 수치화해서 평균을 낸 후, 이를 직전 평가 수치와 비교해서 역량의 변화를 분석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방식의 경우 어디까지나 응답자 개인의 주관적인 평가일 뿐, 평가 상의 수치가 올랐다고 해서 실제 학생들의 역량이 상승했다고 주장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대학에서는 외부의 객관적인 역량 진단 검사를 활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진단 도구는 대학생핵심역량진단(K-CESA, Korea Collegiate Essential Skills Assessment)이다. 이 검사는 대학의 교육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주도하에 개발된 진단 도구이다. K-CESA 의 평가문항은 대학, 연구소 및 산업체 현장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중요하다고 응답한 6개 영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것은 각각 의사소통역량, 대인관계역량, 글로벌역량, 종합적 사고력, 자기관리역량, 자원‧정보‧기술의 활용역량이다. K-CESA는 앞서 설명한 주관적 평가에 비해 학생들의 역량을 객관적으로 보여준다는 장점이 있으나, 4만 원에 이르는 검사 비용으로 인하여 통상 소수 학생만의 선별 검사로 진행된다는 점과, 영역별로 최대 90분에 이르는 긴 평가 시간(6대 영역을 모두 평가할 경우 최장 6시간 소요)으로 인하여 시험을 완수하는 비율이 60% 미만이라는 한계가 있다[11]. 참여한 소수 학생들의 역량 수치가 참여하지 않은 절대다수 학생들의 역량을 대표할 수 있는지가 불분명하며, 또한 긴 평가 시간으로 인하여 집중력을 가지고 제대로 평가에 응한 결과인지에 대한 확신을 가지기도 어렵다. 진단 문항들이 과연 참여자들의 해당 역량을 제대로 평가하는 문항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차치하고라도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한계만으로도 K-CESA는 역량진단의 정답이 될 수 없다.

일부 대학들이 자체적으로 K-CESA와 유사한 객관적인 진단 도구 개발을 시도 중이라는 말도 들리지만, 현재까지는 숙명여자대학교의 숙명핵심역량모델 (SM-CLA)이 개발에 성공한 유일한 사례이다. 위 도구 역시 진단 도구로서의 타당성은 아직 입증된 바 없으며, 애초에 계획했던 SM-CLA II 개발까지는 이르지 못한 듯하다[12].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현실적인 방안은 학생 다수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주관적인 역량 평가와 소수의 선발 집단을 대상으로 시행한 객관적 역량평가를 혼합해서 학생들의 역량 변화를 설명하는 방식일 것이다.

Ⅳ. 결론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H대학교는 핵심 역량 중심 교양 교육 체계 확립이라는 교육부의 요구와 기초-교양-소양이라는 교기원의 교양체계 양자를 모두 만족시키는 교양이수체계 개편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으며, 그 결과 2020학년도 교양이수체계를 확립하였다. 교양교육 개선과 관련해서 가장 영향력 있는 단체라고 할 수 있는 교기원의 권고 사항을 최대한 따르면서, 이를 교육부가 요구하는 핵심역량과 일치시키는 이수체계를 확립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취약한 분야였던 글로벌 시민의식 영역을 신설하고 이를 선택 필수로 지정하였으며, 다수의 교과목을 신규개설하였다. 아울러 그동안 명목상으로 유지되어 왔던 <사회봉사> 과목을 <사회봉사 I>과 <사회봉사II>로 확대 개편하여 봉사 참여 비율을 획기적으로 늘렸다. 뿐만 아니라 핵심교양 영역에 <융합 교양> 분야를 신설함으로써 학문과 학문 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융합적인 교육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C&C에서 개설한 융합 교양교과목의 경우 현재는 AI나 빅데이터에 대한 개론적 수업에 머물고 있지만, 향후 담당교수와 해당 분야의 전문가가 함께 교수학습에 참여하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다[13]. 이런 변화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여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융합적 사고를 배양하는 교양교육체계 확립하기 위한 적절한 시도라고 평가할 수 있다[14].

이런 변화는 일차적으로 교육부에서 요구하는 핵심역량 중심의 교양 교육체계 확립의 필요성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교기원에서 요구하는 균형 잡힌 교양 교육 확립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즉, 변화하는 시대에 창조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자유로운 사고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적능력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교양교육확립[15]이라는 목표달성에 조금 더 가까워진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예상되는 몇 가지 문제와 이의 극복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부의 3주기 평가를 대비해서 교양 교육을 개편하는 과정에서 유의해야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핵심역량을 전면에 내세우는 과정에서 기초-소양-교양이라는 교양 교육의 틀을 흐트러트리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 3 대 틀을 유지한 상태에서 최대한 핵심역량과 연계시키는 방향으로 교양체계를 개편해야 한다. 둘째, 핵심역량과 잘 연결된다는 이유만으로 교양교과목에 어울리지 않는 교과목들을 개발하거나, 반대로 역량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꼭 필요한 교양교과목을 폐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과정에서 구성원 특히 교양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자와 직원의 이해와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는 워크숍이나 포럼, 간담회 등의 다양한 형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학교의 인재상과 교육 목표를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상태에서 보다 나은 교양 교육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는 민주적인 논의 과정이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본 논문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한 사항들을 언급하자면, 첫째, 핵심역량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라는 문제이다. 현재로서는 별다른 대안이 없으며, 대다수 학생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자기 역량 평가(주관적 평가)와 선별된 소수 학생이 참여하는 외부역량 진단 도구(객관적 평가)를 혼용해서 학생들의 역량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 최선이다. 따라서 3주기 평가를 대비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역량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측정했는가보다는 측정된 역량의 변화를 반영하여 보다 나은 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어떤 제도적 보완과 교육적 노력을 기울였는가를 입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대비책이 될 것이다. 둘째, 시대적 요구와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교양 교육체계를 확립하는 것과 그 체계에 걸맞은 수준 높은 교양 교과목을 개발‧운영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이다. 자유학예 교육의 내재적 가치를 계승하면서도 핵심역량의 함양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교양 교과목을 운영하기 위해 기존 교과목의 개선과 신규 교과목의 개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셋째, 4차산업혁명 시대에 <융합 교양>이라는 영역이 하나의 독자적인 교양교육 영역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만약 인정된다면 기존의 교기원 표준모델과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도 수행될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제들은 개별 대학 단위에서 수행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며, 교기원을 중심으로 교양전문가들과 (교육)평가전문가들 및 각 대학의 교양 교육 종사자들 간의 활발한 토론과 협업이 요구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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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김용기, 함정현, "대학의 교양교육 운영에 대한 만족도 분석: H대학 사례 중심으로,"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제17권, 제10호, pp.616-623, 2017. https://doi.org/10.5392/JKCA.2017.17.10.616
  15. 김영희, 최보영, "대학생의 핵심역량 육성을 위한 Action Learning에서의 경험과정 연구,"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 제13권, 제11호, pp.477-491, 2013. https://doi.org/10.5392/JKCA.2013.13.11.4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