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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eminism Narrative in TV Drama : Breaking the Cliché and Overturning the Order of the Patriarchy

TV드라마 <마인>의 여성주의 서사 - 가부장제 클리셰의 파기와 질서의 전복 -

  • 김미라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 Received : 2021.09.23
  • Accepted : 2021.11.02
  • Published : 2021.11.28

Abstract

This study analysed the narrative strategies in TV drama utilized in order to support the recent feminism movements. The analysis revealed that this TV drama breaks away from the clichéd patriarchal drama series. It portrays the main characters are not the sons but the two daughters-in-law, and represents the women challenging the order of the patriarchy, and resolving the issues. In this drama, men's power was removed and female agents were held up to ridicule. In addition, it eradicates the traditional female conflict structures and creates a strong bond between the females. With this storyline, TV series concludes with two achievements. One, the stepmother and the mother co-parent the child instead of the father, suggests that a non-blood related matriarchal family is possible. Two, the heir to the chaebol family, which is traditionally a patrilineal structure, is not the oldest son or the immoral son, but the lesbian daughter-in-law, overturning the idea of heteronormativity that is dominant in the patriarchal system.

본 연구는 TV 드라마 <마인>을 대상으로 이 드라마가 최근의 여성주의적 요구를 수용하고 실현해 나가기 위해 어떤 서사 전략을 사용하는지 분석하였다. 그 결과 가부장제가 견고한 재벌가를 배경으로 부계 혈통인 아들이 아닌 두 며느리를 서사의 주체로 호명하고, 이들이 가부장제 질서에 도전, 사건 해결의 주체가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리며 기존 가부장제 드라마의 클리셰를 파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남성들의 권력이 거세되고 대리인 역할을 해왔던 여성들이 희화화됨으로써 젠더 권력이 전도되었다. 또한 기존의 친모-양모, 동서 간 등 여성 간 갈등 구조의 인물관계를 파기하고, 이들 간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 부계 혈통주의를 상징하는 남성을 단죄하고 진정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결말을 통해 가부장제 질서를 전복하며 두 가지 성취를 일궈낸다. 하나는 가부장제의 원형인 부계 혈통의 아버지가 아닌 양모와 친모가 아이의 공동양육을 하게 됨으로써 비혈연 모계가족의 가능성을 제시한 점이다. 다른 하나는 부계 혈통으로 승계되던 재벌가의 후계 자리가 장자나 부도덕한 아들이 아닌 레즈비언 며느리에게 승계됨으로써 가부장제가 고수해온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전복했다는 점이다.

Keywords

I. 들어가는 말

문화적 공론장으로서 텔레비전은 한 사회의 변화와 지배적 가치, 수용자의 정서 등을 텍스트 안으로 수용하고, 다시 그를 통해 텍스트 밖으로 확산하는 역할을 반복한다. 그 과정에서 미디어는 특정한 측면을 강조하거나 축소하는 방식으로 사회공동체가 선호하는 가치를 지지하고 재생산하게 된다[1]. 그 가운데서도 TV 드라마는 한 사회가 담지하고 있는 동시대의 여성 담론을 살펴보는 데 있어 가장 대중적인 텍스트로 여성주의 시각에서의 미디어 연구에 있어 주요한 대상이 되어 왔다.

TV 드라마를 대상으로 여성 이미지의 재현방식과 의미화(signification)를 분석한 대다수 연구들은 무엇보다 TV 드라마가 우리 사회의 견고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와 공모하여 여성을 사적 영역으로 제한, 수동적이고 정형화된 여성 이미지를 생산함은 물론 ‘모성’을 절대 가치로 신화화하는 방식으로 가부장제를 지지하고 강화해 왔다고 지적했다[2]. 물론 이러한 드라마 서사에도 2000년대 중반부터 변화가 감지된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격상되고, 여성이 문화 콘텐츠의 주요 소비 주체가 되면서 기존의 젠더 질서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균열을 가져오며 공적 영역에서 성취를 이룬 여성 주체와 여성간의 연대를 그린 서사들이 등장한 것이다 [3]. 이것은 신자유주의 하에서 젊은 여성들의 일과 사랑, 섹슈얼리티에 주목한 포스트페미니즘의 물결과 맥을 같이 한다. 그런데다 최근에는 ‘미 투(Me Too)’ 운동으로 촉발된 페미니즘 리부트의 확산 속에 남성 중심의 젠더 질서와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며, 사회도 미디어도 이를 수용하고 동조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듯 지난 5월 tvN이 방영한 주말 미니시리즈 <마인>1은 제목과 홈페이지에 밝힌 기획 의도처럼 ‘세상의 편견에서 벗어나 진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강인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부장제 질서를 전복하는 통쾌한 여성 서사라는 호평을 받았다.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색다른 결말이었으면 했습니다[4].”

<마인>을 연출한 이나정 감독은 종영 후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고, “약하고 부드럽고 조용한 것을 ‘여성스럽다’고 하지만 이 드라마를 통해서는 강인하고, 상대방을 위해 의리를 지키고, 주체적인 모습도 여성스러움의 한 부분이라고 확장해서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 드라마가 여성 서사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질서가 가장 견고한 재벌가를 배경으로 부계 혈통인 아들이 아닌 두 며느리가 투톱으로 진정한 ‘나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동안 갈등과 대립의 관계로 그려졌던 동서지간인 두 여성이 불합리한 질서에 맞서 연대한다는 점에서 가부장제 드라마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파기하고 질서를 전복한다.

본 연구는 제작진들 스스로 ‘여성주의 서사’로 명명한 드라마 <마인>의 서사 분석을 통해 기존 가부장제 드라마의 인물, 인물 구도 등 전형적인 클리셰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여성주체와 여성 인물 간의 관계를 재현하는지, 그리고 그를 통해 이 드라마가 견고한 가부장제 질서와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전복하고 혹은 타협해 나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연구는 TV 드라마의 여성 재현방식과 의미화 과정의 달라진 지점들을 포착하고 변화하는 여성 담론을 살펴봄으로써 페미니즘 미디어 연구의 논의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젠더 갈등에 대한 논의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

Ⅱ. TV 드라마와 가부장제의 공모

여성주의 시각에서의 TV 드라마 연구는 1980년대부터 본격화되었으며, 초기 연구들은 페미니즘 제 2 물결의 의제와 인식을 토대로 젠더간의 ‘불평등’ 문제를 중심으로 주로 미디어가 여성의 성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왜곡하는지에 관심을 두었다. 미한(Meehan, 1983) 은 미디어가 여성의 활동 영역을 가정으로 제한하고, 가사와 육아 등의 전통적인 여성의 성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5]. 국내 연구들도 공통적으로 여성을 순종적, 의존적 존재로 전통적 가사역할 수행자로 제한하고 여성의 주요 관심사 또한 개인 문제나 가정 문제에 국한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6]. 그러나 이와 같은 양적인 내용분석 연구들은 이처럼 정형화된 여성 이미지 생산의 배후에 있는 자본주의와 가부장제 등 사회문화적 맥락과 권력관계를 읽어내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1990년대 중반부터 TV 드라마에서 가부장제와의 공모 하에 여성 이미지가 어떤 방식으로 재현되고 왜곡되는지, 그에 대한 정치적 함의를 밝히는 질적 연구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김훈순과 김명혜(1996)의 연구를 꼽을 수 있는데, 이들은 1995년에 방송된 지상파 3사의 드라마 10편을 대상으로 텔레비전 드라마의 가부장적 서사 전략을 밝혀냈다. 그 결과 드라마는 가부장제가 선호하는 온유한 여성에게 권력을 주고 그렇지 않은 여성은 권력 밖으로 소외시키는 ‘선택과 배제 전략’, 가사와 육아, 내조 등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 충실한 여성에게 우선권을 주는 ‘권력 부여 전략’, 시어머니 등 가부장제 질서를 수호하는 여성을 내세우는 ‘대리인 전략’, 그리고 가부장제를 위협하는 여성을 어리석게 재현하는 ‘폄하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7]. 즉 이러한 전략을 통해 드라마는 남성 중심의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며, 여성을 주변화, 타자화 해왔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반의 드라마 연구 결과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말 드라마 <그 여자네 집>(2001)을분석한 황혜선(2002)은 가족 내 지위는 아버지(가부장) 를 중심으로 한 혈연관계에 의해 결정되어 혈연 밖에 있는 여성은 남성과의 결혼을 통해 가족에 편입되지만 여전히 낮은 지위를 갖게 된다고 보았다[8]. 또한 가족 간의 갈등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올케와 시누이 등 주로 여성간의 갈등에 집중되며, 여성의 진취성은 가족갈등의 원인으로 무력화돼 여성 주인공이 가족의 화목을 위해서 가부장적인 가치관을 스스로 받아들임으로써 해소된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가 동원하는 대표적인 서사 전략 중 하나는 ‘모성’을 여성의 절대적 가치로 상정, 자녀와 남편을 돌보며 가부장제에 복역하는 희생적인 여성을 이상화함으로써 여성을 공적 영역과 사회적 자산의 분배에서 제외하는 것이다[9]. 또한 가정과 자식을 버린 여성은 결국 불치병에 걸리는 등 불행에 직면하며, 가부장제를 위협하는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대상을 욕망한 ‘불륜’ 여성은 응징을 당함으로써 여성의 욕망과 섹슈얼리티는 탈성화되는 것이 전형적인 서사였다[10].

결국 TV 드라마는 이런 일련의 서사 구조와 전략을 통해서 끊임없이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고 강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런 가부장적 서사에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여성의 사회, 경제적 지위와 가족구조의 변화가 급격하게 진행된 2000년대 중반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부터 가부장제가 선호해왔던 온유하고 순종적인 여성 이미지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일과 사랑, 섹슈얼리티에 보다 적극적인 여성 주체의 등장, 가부장제 질서를 위협하는 미혼모와 이혼녀, 그리고 연령주의를 파괴하는 연상연하 커플의 결합 등이 드라마의 중심 서사로 출현하였다.

이희승(2008)은 이것을 국내 드라마에서의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로 규정하고, 이것이 서사 전개에 있어 분명한 젠더 역학 변화를 추동하며, 기존에 합의된 남성적 서사 욕망보다는 일탈적이고 전복적인 서사를 통해서 여성적 욕망을 드러내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고 보았다[11].

이것은 제2세대 페미니즘에서 신자유주의 질서 하의 포스트 페미니즘으로의 전환과 맥을 같이 한다. 이 시기 일련의 미디어 연구들은 자연스럽게 ‘차별’이나 ‘불평등’의 의제가 아닌, 맥로비(McRobbie, 2004)가 강조한 바와 같이 ‘여성성’을 고정된 것이 아니라 유동적이고 다면적인 속성으로 보고 포스트페미니즘 텍스트들이 젊은 여성들이 그들의 일과 배우자, 섹슈얼리티 등에서 느끼는 불안 등을 어떻게 호명하며 정상화 (normalize)하는지에 주목하기 시작했다[12]. 그런데도 대다수 연구 결과들은 이들 드라마가 젊은 여성들의 공적 영역에서의 자기 성취 등 하나의 주체로서의 욕망을 잘 드러내면서도 결국은 남성과의 결합으로 안정을 찾는 양가적인 모순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김훈순과 김미선(2008)은 <결혼하고 싶은 여자>, <내 이름은 김삼순>, <여우야 뭐하니> 등 세 편의 드라마를 분석한 결과 30대 여성들이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며 적극적으로 성적 욕망을 드러내고 가부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어머니와 딸, 자매간에 연대를 보여주지만, 여전히 남성이 주도하는 사랑과 결혼을 추구함은 물론 신데렐라 판타지가 작동한다는 점에서 가부장적 서사에 갇혀 있다고 보았다[13]. 김환희 등(2015)도 TV 드라마가 상반된 젠더 담론의 경합의 장이 되고 있다며, 가부장제를 자발적으로 이탈한 이혼녀, 미혼모가 공적 영역에서 활동하며 서로 연대하는 모습 등 긍정적 묘사는 가부장 제의균열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3]. 반면 탈권위적인 남성과의 낭만적 사랑 담론의 결합은 가부장제와의 타협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2013년까지 방송된 연상연하 커플이 등장하는 10편의 드라마를 분석한 정 지은(2014) 역시 준수한 외모와 배려심, 전문직에 종사하는 연하남의 선택을 받는 연상녀는 귀엽고 순수한 전통적인 여성상을 답습하고 있으며, 부모의 반대에 부딪히지만 결국은 이를 극복하고 전통적 남성성이 주는 가정으로 편입돼 안정을 되찾는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14]. 이는 결국 가부장제가 선호하는 온유한 여성에게 보상이 주어지고 여성의 행복은 정상적 가정 안에 있다는 이데올로기를 강화하는 것이다. 2010년 이후부터는 전문직을 가진 이른바 슈퍼우먼들이 다수 드라마에 등장한다. 김훈순(2013)은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이 전형적인 슈퍼우먼 길들이기 서사라며, 여성의 진취성은 가족 갈등의 원인이 되고 전문직 여성조차도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버리고 대가족 구성원에 순응하며 모성을 회복하고 헌신적 며느리로 거듭남으로써 행복하고 성공한 슈퍼우먼이 될 수 있다는 젠더 담론을 유포한다고 보았다[15].

드라마에서의 ‘정상 가족’에 대한 열망과 실현은 가부장제 질서를 강화하는 장치로 사용되는데, 최근까지도 서사의 진전과 답습 양상이 공존하고 있다. 김윤서 (2020)는 드라마 <부부의 세계>(2020)가 도덕적 양극화와 일탈적인 것에 대한 냉정한 시선을 통해 재현 관습을 변형하며 서사의 진전을 보여준 반면 불륜의 피해자인 여주인공의 이혼이 사회적으로나 가족에게 존중받지 못하고 아들이 가족해체에 대한 원망을 엄마에게 돌리는 등 기존 가부장제의 관습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16]. 그러나 드물게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를 해체하는 가족드라마도 선을 보였다. 윤석진(2019)은 2015년 KBS에서 방송됐던 <착하지 않은 여자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드라마가 남성 가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여성들이 겪는 곤고한 삶을 다루면서도 자기 정체성이 분명한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모성 담론에서 탈피하는 등 부계 중심의 제도적 가족주의에서 벗어나 여성들의 정서적 공감과 유대에 기반한 관계적 가족주의를 지향하고 있다고 보았다[17]. 이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는 여성들만으로 가족 서사가 완성될 수 있고, 혈연에 국한되지 않는 우정으로서의 가족 서사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문화적 공론장인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가부장제를 강화하는 전형적인 클리셰와 견고한 질서는 우리 사회의 젠더 담론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합 중이며, 이를 분석하는 작업은 대중이 합의한 ‘여성 서사’의 한계와 진전 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고 흥미롭다.

III. 연구방법

1. 분석 대상

본 연구에서는 2021년 5월 8일부터 6월 27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16회에 걸쳐 방송된 tvN 드라마 <마인>(극본 백미경, 연출 이나정 외) 전편을 분석대상으로 하였다. 분석에는 OTT 플랫폼 이 제공하는 VOD서비스를 활용하였으며, 연구자가 이를 반복적으로 시청하며 여성주의 관점에서 드라마 서사를 다각적으로 분석하였다.

2. 분석 방법

본 연구는 <마인>의 서사 분석을 하는데있어 채트먼 (Chatman, 1978/ 1990)[18]이 제안한 서사분석 틀을 기반으로 재현방식과 의미화 과정을 분석하였다. 일찍이 채트먼은 모든 서사(narrative)는 이야기(story), 그리고 담화(discourse)로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여기서 이야기는 인물과 사건, 배경을 의미하며, 담화는 대사와 독백 등 언어표현방식과 함께 카메라, 조명 등 영상표현방식을 지칭한다. 이 가운데 본 연구에서는 TV 드라마가 연속적인 이야기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인물과 인물 간의 관계, 사건으로 이루어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여성 서사’로서 이 드라마가 기존 가부장제 드라마의 전형적인 클리셰와 어떤 차별점을 드러내는지 밝혀보고자 한다. 또한 TV 드라마가 인물의 서술행위를 통해 메시지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등장인물의 대사와 독백 등의 담화를 분석하였다2.

이러한 계열체 분석과 함께 플롯의 전개와 인과성을 파악할 수 있는 통합체 분석을 하고자 한다. 통합체 분석에는 토도로프(Todorov)의 시퀀스 분석틀[19]을 활용하였다. 모든 서사물은 평형-불균형-새로운 균형 회복으로 전개되는데, 평형에서 불균형 상태를 가져오는 원인과, 다시 새로운 균형 상태로 복원되는 과정에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주체와 힘이 어디에 있는지를 파악함으로써 텍스트가 지향하는 핵심 가치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주의 서사는 남성의 시선과 욕망에서 여성이 타자화되고 성적 대상화되는 이야기 전개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여성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여성이 권력의 주체로서 서로 연대하여 적극적으로 욕망을 실현해가는 서사를 말한다. 따라서 기존 서사와의 차별적 인지점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등장인물의 특성과 관계, 사건 등의 계열체 분석과 텍스트의 균형상태를 불러오는 주체와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분석하는 통합체 분석이 필수적이며 유용하다고 할 수 있다.

Ⅳ. 연구결과

1. 계열체 분석결과: 인물의 특성과 관계 등

1.1 가부장과 비혈연 관계의 여성 주체 호명

드라마 <마인>은 굴지의 재벌인 효원가(家)를 배경으로 맏며느리인 정서현과 둘째 며느리 서희수가 대저택의 벽만큼이나 높은 가부장제의 경계를 깨고 ‘나의 것’ 을 찾아가는 과정이 중심 서사이다.3

외피적으로 평화롭던 효원가에 위기가 찾아온 것은 차남 한지용이 서희수와 결혼 전 사귀었던, 지용의 혼외자인 하준을 낳아준 친모 이혜진을 신분을 숨기고 하준의 튜터로 들이면서부터이다. 드라마 초반의 서사는 아이의 진짜 엄마를 주장하는 양모(서희수)와 친모(이혜진), 효원의 대표이사 승계를 두고 벌이는 적자(한진호) 와 서자(한지용), 재벌가 출신으로 효원의 황후를 넘보는 맏며느리(정서현)와 배우 출신의 인간적이고 감성적인 둘째 며느리(서희수)간의 대립구도라는 전형성이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가부장제 서사의 전형적인 클리셰는 곧 무력해지고 파기된다. 극 중반인 7회 이후부터 맏며느리인 정서현과 동서 서희수, 양모와 친모의 연대를 통해 부계 혈통 중심의 가부장제 질서가 본격적으로 전복되는 것이다. 드라마 <마인>의 주요 등장인물과, 등장인물 간의 관계는 아래 [그림 1]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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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드라마 <마인>의 인물관계도[20]

가족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의 지위는 가부장과의 혈연관계에 의해 설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며, 부계 혈통인 아들과의 결혼으로 일가에 편입된 며느리의 경우 종속적 지위에 머물러 왔다. 특히 재벌 소재의 드라마는 남성들의 권력다툼과 욕망을 다루는 남성중심 서사가 많았으며, 며느리인 여성의 위치는 공적 영역에서 후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남편을 위해 헌신하며, 가족 내에서의 주도권을 놓고 동서 간 갈등을 보이는 것이 전형적인 구도였다. 그런데 드라마 <마인>은 전근대적인 가부장제가 견고한 재벌가를 아예 배경으로 설정하고 부계 혈통인 아들이 아닌 재벌가의 두 며느리를 서사의 주체로 호명, 이들 여성 중심의 서사전략을 선택하였다. 또한 이들이 연대하여 비윤리적이고 허위의식에 가득 찬 가부장제 질서에 도전, 사건 해결의 주체가 되어 진정한 ‘나의 것’을 찾아가는 서사를 통해 기존 가부장제 드라마의 전형적인 클리셰를 정면으로 파기한다.

먼저 효원가의 서자인 한지용과 결혼한 서희수는 유명 배우 출신으로 집안의 메이드들에게조차 인격적으로 대하는 따뜻하고 올곧은 성품을 지닌 인물이다. 결혼 후 지용의 혼외자인 아들 하준의 양육에 전념하지만 미혼모 지원재단의 후원자로 활동하며 카스트 제도가 존재하는 재벌가에서도 자신의 신념과 개성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가족 모임에 무채색 옷을 입는 전통을 깨고 어깨가 드러나는 오렌지색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는가 하면, 요가 등 개인교습을 받는 재벌가 여성들과 달리 배우시절부터 해온 즐넘기를 고집한다.

그녀는 결혼 전 자신이 공적 영역에서 쌓은 배우로서의 업적과 명성을 인정하지 않는 효원가의 분위기에도 저항하며 주체성을 지켜나가는데, 정신적 멘토인 엠마 수녀와의 대화에서 이러한 그녀의 의식이 잘 드러난다.

서희수 :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보니까 이 서희수를 너무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하더라고요. 배우 커리어때문에 포기한 대학도 흠이 돼서 돌아오고, 제가 제힘으로 이룬 모든 것들을 너무 아무것도 아닌 취급을 하고...

엠마수녀 : 그들이 던진 돌은 어떻게 했어요?

서희수: 포수처럼 그 돌을 딱 받아서 던진 사람들한테 그대로 날렸죠. 바로 앞에 아슬아슬하게...(2회)

재벌가의 며느리로 살면서 진정한 ‘나의 것’에 목말라하던 서희수가 본격적으로 가부장제 질서에 반기를 들고 나선 것은 남편 한지용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말했던 하준의 친모 이혜진과 재회, 불륜을 저지르고 신분을 숨겨 하준의 튜터로 들인 사실을 알고 그 충격에 유산을 하면서이다. 서희수는 부계인 자신에게만 하준의 소유권이 있다며, 자신과 친모 이혜진을 한낱 언제든 대체할 수 있는 액세서리이자 양육자로 취급하는 전근대적이고 비윤리적인 한지용, 그로 상징되는 가부장적 억압과 질서에 정면으로 맞선다.

한지용 : 잘난 척 하지 마. 넌 그냥 액세서리 같은 존재였어. 아버지가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돈 주고 산 블루다이아몬드 같은... 하지만 나 이제 그거 필요 없어졌어.

서희수 : 제발 하준이를 생각해.

한지용 : 하준이 내꺼야. 감히 손대지 마.

서희수 : 하준이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야. 당신 것도 내 것도 이혜진 것도 아니야. 내가 정신과 육체가 건강한 아이로 잘 키워서 세상에 돌려놓을게.

한지용 : 절대 안돼. 하준이는 내 자식이야. (13회)

서희수에게 ‘마인’은 비윤리적인 환경과 비뚤어진 부성에 갇혀 있는 하준이를 구하는 것과 가부장제의 높은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이 사랑하던 일, 배우로서의 자신을 찾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녀는 부도덕한 아버지인 한지용에 맞서 소송까지 벌이며 혈연관계가 없는 아들 하준이의 양육자를 자처하고 나서 가부장제 자체를 부정하고 위협한다.

드라마 <마인>의 서사를 이끄는 다른 한 명의 여성 캐릭터는 좀 더 파격적으로 가부장제 클리셰를 전복한다. 재벌가 출신인 맏며느리 정서현은 효원갤러리 대표로 시아버지 한회장에게 인정을 받을 만큼 경영 능력이 탁월하고 매사를 비즈니스적 측면에서 판단하는 주도면밀한 인물이다. 그녀는 한회장의 적자인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남편을 대신해 실질적인 효원그룹의 대표가 되겠다는 야망을 가진 인물로, 가부장적인 시동생 한지용과 효원그룹의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이처럼 드라마 <마인>은 가부장제가 선호해 왔던 가족들에게 희생적이고 정서적 배려를 제공하는 여성 캐릭터와 배치되는, 공적인 야망과 성취욕을 가진 여성 주체를 호명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맏며느리인 정서 현을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서사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레즈비언으로 설정하여 가부장제 클리셰를 적극적으로 파기하는 전략을 취한다. 가부장제에 편입된 여성은 부계 혈통을 출산함으로써 그 존재를 인정 받는데 정서 현은 아예 그 가능성이 배제된 인물이다. 그녀는 예술적 동지이자 동성 연인이었던 최수지를 떠나보내고 재벌가의 장남인 한진호와 결혼했지만 연인에 대한 그리움으로 괴로워한다. 드라마는 극의 중간 중간 대학 시절 손을 잡고 애틋하게 머리를 만지며 눈빛을 교환하는 서현과 수지, 그리고 재회 후에도 서로에 대한 애틋함을 감추지 못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회상씬으로 반복해 재현함으로써 그녀의 성 정체성을 소환한다.

정서현 : 너한테 한 번도 하지 않은 이야긴데 너무고마워. 내 인생에 나타나 줘서. 행복해야 돼. 왜 인터뷰에서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았어?

최수지 : 세상 사람들이 다 알 필요가 없으니까. 우리가 사랑했던 사실은 너랑 나, 우리 둘만 알아도 충분하니까... 내가 원한 건 세상 따위의 인증이 아냐. 니가 용기 내주길 바랬어. 그러니까 이제 됐어...됐어.

정서현 : (손 맞잡고 포옹하며)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줘. (12회)

시동생인 한지용과의 후계 경쟁에서 승리한 정서 현은 공적 영역에서의 성취와 함께, 남편인 한진호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고백하고 마지막 회에서는 자신의 ‘마인’인 최수지에게 전화를 해 다음 주 그녀가 있는 뉴욕에 가겠다고 함으로써 동성연인과의 재회를 예고한다. 이처럼 드라마는 가부장제가 허용하지 않았던 공적 영역에서의 성취 욕망을 가진, 자녀를 출산할 수 없는 가부장제를 위협하는 레즈비언 며느리를 서사의 주체로 호명한다. 그리고 그녀가 사회적 응징이나 불행한 결말 대신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서사를 통해 가부장적 클리셰와 질서를 전복하며 여성 서사를 완성하였다.

1.2 남성 권력의 거세와 여성 대리인의 희화화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드라마 <마인>은 가부장제 질서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두 명의 재벌가 며느리를 중심으로 한 여성 서사이다. 이를 위해 드라마는 기존의 부계 혈통 중심의 남성들의 권력과 욕망을 철저하게 거세하고 가부장제 질서를 유지하는데 대리인으로서 권력을 행사해 왔던 시어머니와 시누이 등을 비정상적 인물로 희화화하는 서사 전략을 취함으로써 가부장제 클리셰를 파기하고 기존 남성 중심의 젠더 권력을 전도한다.

효원그룹의 회장이자 효원가의 가부장인 한 회장은 후계자 지명권을 가진 일가의 최고 정점에 있는 인물이나 드라마 첫 회에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로 병상에 눕게 되어 서사의 중심에서 배제된다. 극 후반인 12회에야 집으로 돌아오지만 지용의 친모인 김미자의 유품을 전시해 놓고 그녀를 추억하던 자신만의 지하 벙커가 부인 양순혜에게 발각되면서 차남이 사는 루바토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한회장의 적자인 장남 한진호는 무능하고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어렸을 때부터 서자인 한지용과 비교를 당한 데서 온 콤플렉스가 가득한 인물로 아내인 정서현은 물론 메이드들에게조차 무시를 당하는 인물이다. 그는 정서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만취해메이드들에게 행패를 부리다 아내에게 뺨을 맞고 알코올중독센터로 보내지는 등 가부장제 적자로서의 그의 권력은 철저하게 거세된다. 장자인 한진호는 지용의 모략에 의해 잠시 대표 자리에 앉지만 아예 효원그룹의 후계자가 되겠다는 욕망조차 포기한 인물이다.

엠마수녀 : 효원의 대표란 자리가 너무 부담스럽고 힘들죠?

한진호 : (해맑게 웃으며) 아니요. 부담 안 돼요. 아주 편해요.

엠마수녀 : 그 어마어마한 자리가 편하시면 안 되는데...

한진호: 수녀님. 그렇게 아등바등 힘들게 살아봐야 우리 아버지처럼 쓰러져요. 저 그러고 싶지않습니다.(7회)

그의 일념은 자기 대신 자신의 혈통인 아들 수혁을효원의 후계자로 만드는 것이지만 그의 부권과 권위는 정작 아들인 수혁으로부터도 부정된다.

한수혁 : 난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뭐 하난 되게 많고, 뭐 하난 되게 없는 시소 같은 인생 말고요. 정말 남들처럼 살고 싶었다고요. 이제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정확히 알았는데 왜 상관이에요?

한진호 : 이 자식 눈 돌아간 거 봐. 아버지 앞에서...완전 미쳤네. 내가 널 낳았어, 이 자식아! 난 널 상관할 권리가 있고, 왜 상관이냐니?

한수혁 : 낳으면 아버지에요? 그렇게 쉬운 게 아버지면 세상 누구나 다 하겠네요. 날 버려요. 당신 같은 아버지, 나 필요 없으니까...나 이 집 나갑니다. (11회)

한진호의 아들이자 한회장의 장손으로 일찍부터 한 회장의 핏줄이 아닌 한지용을 대신해 효원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된 한수혁 역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주벽과 폭력으로 집을 나간 어머니에 대한 상처와 그리움으로 효원의 후계자 자리보다는 자신이 사랑한 메이드 김유연을 선택하고 자신의 새어머니인 정서현이 그 자리에 오르는 데 일조한다.

드라마 <마인>에서 부계 혈통을 고집하며 아들로 승계되는 가부장적 지위와 권력을 욕망하는 남성은 서희수의 남편인 효원가의 서자 한지용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용이 한회장의 친자가 아니라 정인이었던 김미자와 다른 남자 사이에 태어난 사실이 극 후반에 형인 한지호 등 가족들에게 알려지면서 지용의 욕망은 좌절될 위기에 놓인다. 거기다 한회장의 핏줄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린 시절 친모로부터 학대를 받아 생긴 트라우마를 안고 어머니가 사망한 후 효원가에서 외톨이로 성장할 수밖에 없었던 지용은 점점 위기에 몰리며 광기로 가득한 괴물이 되어 간다.

한지용 : (엠마수녀에게 상처 보여주며) 보이세요? 제가 아홉 살 때 엄마가 화가 나서 유리를 깨서 저한테 던졌어요. (어머, 세상에!) 엄마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 저라고 여겼어요. (중략) 근데 개같은 게 뭔지 아세요? 날 학대한 엄마가 유일한 혈육이라 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집엔 아무도 없었어요.

엠마수녀 : 지용아. 내가 진즉에 널 찾아가서 만났어야 하는데...

한지용 : 날 믿어주고 사랑해 주는 사람이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난 달라졌을 텐데...(14회)

한지용은 하준의 친모인 이혜진과 양모인 서희수가 자신의 패륜적인 행동을 폭로, 자신으로부터 하준을 지키고 대표이사 취임을 저지하려 하자 이들을 죽일 생각까지 한다. 지용의 이런 일그러진 욕망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것으로 되레 가부장적 남성에 대한 단죄의 당위성를 확보하기 위해 마련된 장치로 읽힌다. 이처럼 드라마 <마인>의 남성들은 애초부터 가부장제가 부여하는 지위와 권력을 가질 자격이 없거나 스스로 욕망을 포기한 인물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드라마 <마인>에서는 그동안 TV 드라마에서 가부장제 질서를 강화하는 대리인의 역할을 해왔던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권력 또한 유치하고 비상식적인 인물 설정을 통해 희화화되면서 부정된다. 시어머니인 양순혜는 평생 남편이 자신이 아닌 지용의 친모를 연모하며 가슴에 품고 살았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사소한 일에도 분노를 참지 못하고 메이드들에게 고함을 지르고, 집안에서도 황후처럼 차려입고 크림빵을 잔뜩 쌓아놓고 먹으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인물이다. 시누이인 한진희 또한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인물로 이혼해 달라는 연하의 남편에게 수시로 접시를 집어 던지고 폭력을 휘두른다. 집안의 최고 권력자인 정서현은 친정에 와 메이드들에게 행패를 부리는 시누이 한진희에게 아예 출입 금지령을 내리기도 하고, 한지용이 하준의 친모를 집안에 들이는 조건으로 시어머니 양순혜의 친자인 한진호를 임시 대표이사로 밀어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동서에게 말한 시어머니를 나무란다. 가부장제 질서를 유지하는데 기여했던 여성 대리인의 역할과 권력이 되레 혈연관계가 없는, 결혼으로 일가에 편입된 며느리들에 의해 제지를 당하고 부정되는 것이다.

정서현 : 어머니 아주 제대로 놀아나셨어요. 이 얘기 동서가 알아요? 혹시 하셨어요?

양순혜 : 했어.

정서현 : 동서한테 어머님이 그 얘기 하셨단 사실, 서방님이 알아선 안 돼요.

양순혜 : 안되다마다...근데 그 모를 수가 있겠니? 하준 어미가 가만히 있겠냐고.

정서현 : (역정 내며) 그걸 걱정하시는 분이 그 끔찍한 이야길 하셨어요? 그것도 임신한 동서한테...

양순혜 : 아니 그 쳐들어와서 얘기하는데 어쩌냐 그럼. 정서현 : 어머님. 말을 참는 법 좀 배우세요. 그리고 중학교 도덕책이라도 다시 읽으시던가요. 할 일 없으시면... (8회)

2. 통합체 분석결과: 여성 연대를 통한 가부장 제 질서의 전복

드라마의 서사를 이끄는 주요 인물의 캐릭터와 인물관계에 대한 계열체 분석과 함께 본 연구에서는 토도 로프의 시퀀스 분석틀을 원용하여 플롯의 전개와 인과성을 파악하는 통합체 분석을 하였다. 서사가 불균형상태에서 균형상태로 복원하는 과정에서 작용하는 힘을 파악하는 것은 드라마가 내포하고 있는 핵심 가치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희수는 영국 여행 중 한 식당에서 유학생인 한지용을 만나 결혼을 한 뒤 배우 생활을 접고 지용이 결혼 전 낳은 혼외자인 하준을 친자식처럼 지극 정성으로 돌보며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간다. 그런데 한지용이 하준이를 낳은 후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말했던 친모 이혜진을 신분을 속이고 아들의 튜터로 집에 들이면서 파란이 닥쳐온다. 처음엔 그저 아들인 하준을 보고 싶은 마음에 효원가에 들어온 혜진은 점점 아들과 한지용을 되찾겠다는 욕망에 휩싸여 자꾸 선을 넘게 되고, 혜진의 실체를 모르는 서희수는 혜진에게 자신이 하준이 엄마라며 선을 넘지 말라고 경고하면서 두 사람의 갈등이 격화된다. 그런 와중에 희수가 임신을 하게 되자 한 회장의 친자가 아니어서 자신이 후계자가 될 수 없다는 콤플렉스에 시달려온 지용은 태도가 돌변해 하준의 친모에게 떠나줄 것을 요구한다.

한지용: 희수 임신했어. 그 여자 건들지 마. 내 자식을 가진 여자야. 내 새끼를 품고 있다고. 넌 그냥 여기서 하준이를 돌보는 거 외엔 아무것도 하면 안 됐어. 아니 왜 그렇게 욕심이 많아? 난 욕심 많은 여자 딱 질색이야. 그 여자한테 어떤 짓도 하지 마. 그 여자 상처 주면 내 새끼가 다쳐. (6회)

결국 서희수가 이혜진이 하준의 친모이며, 남편인 한지용이 이혜진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 하준의 튜터로 집안에 들인 사실을 알게 되면서 상황은 급반전된다. 희수는 한지용의 과거와 패륜적인 행동에 충격을 받아 유산을 한다. 희수와 대립하던 혜진도 자신을 죽은 사람으로 만든 사람이 한지용이라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끼고, 하준에게 친모 이상으로 정성을 쏟는 희수의 진심을 알게 된다. 또 자신으로 인해 희수가 유산을 한 사실에 죄책감을 느껴 극 초반의 팜므파탈 이미지에서 벗어나 유산한 희수를 정성으로 보살피며 용서를 구하고 도움을 요청한다.

서희수 : 이런다고 당신을 용서하지 않아.

이혜진 : 감히 바라지도 않아요. (중략) 하준이가 내 배를 차고 나랑 교감하는 걸느낀 순간, 나는 다른 세상을 경험했거든. 정말 염치없지만 부탁드립니다. 하준이를 그 지옥 같은 효원가에서, 한지용한테서 구해 주세요. 도와주세요, 제발. (11회)

희수 또한 아픈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아이를 두고 떠날 수밖에 없었던 이혜진 역시 효원가와 한지용의 피해자라는 것을 인식하면서 비윤리적이고 패륜적인 아버지를 단죄하고 하준이를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양모인 서희수와 친모인 이혜진 간의 끈끈한 연대가 형성된다. 한지용은 자신의 패륜적 행동을 폭로하려는 이혜진을 죽이려 드는데, 이때 혜진을 찾아가 목을 조르는 한지용으로부터 혜진을 구해 준 것도 서희수였다.

서희수 : 지금 뭐하는 짓이야? 세상이 우스워? 필요하면 취했다 성가시면 버리고 그렇게 살면 세상이 가만둘 것 같아? 저 여자 심판할 수 있는 자격, 당신한테 없어. 당신은 저 여자한테 나나한테나 오직 가해자일 뿐이야. 건들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그러니까 당신 절대 손대지 마. (10회)

드라마 <마인>은 이처럼 가부장제를 부정하고 전복하는 서사전략을 사용하면서도 그동안 가부장제가 여성들을 억압하는 기제로 사용해 왔던 ‘모성’을 여성 연대의 중요한 모티브로 삼는다. 그러나 이것은 혈연관계에 있는 친모의 무조건적인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고 의무를 저버린 여성을 처벌함으로써 여성을 공적 영역에서 배제하고 사적 영역으로 제한하는 기제로 사용됐던 가부장제의 ‘모성 신화’와는 맥을 달리 한다. 이 드라마가 ‘모성’을 중요한 모티브로 채택한 것은 오히려 잘못된 가부장적 질서와 패륜적인 아버지로부터 약자인 하준을 구하려는 양모-친모 연대에 대한 개연성과 타당성, 지지를 확보하려는 서사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모성은 혈연에 의한 배타적인 자식에 대한 소유욕으로서의 모성이 아니라 약자에 대한 돌봄과 배려, 인간에 대한 보편적 사랑과 관계 등 그동안 페미니즘 진영에서 주창해왔던 보다 확장된 사회화된 모성이라고 할 수 있다.

패륜적인 가부장적 욕망과 권력을 가진 한지용을 단죄하기 위한 양모-친모의 연대에 절대적 지지와 함께 힘을 보태준 또 한 명의 여성은 서희수의 동서이자 효원가의 맏며느리인 정서현이다. 그는 권위가 거세된 장남 대신 효원가의 실권을 가진 실질적인 가부장의 역할을 하지만 가부장적 질서에 저항하는 희수를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희수의 고통과 진심에 공감하며 희수가 ‘나의 것’을 찾아갈 수 있도록 조력을 다 한다. 유산을 한 희수가 이혼을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도 그것이 이뤄지도록 희수의 편이 되어 방법을 찾아준다.

서희수 : 저 나갑니다. 효원에서...

정서현 : 쉽지 않을 거야.

서희수 : 쉬운 일이라서 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무조건 나갈 겁니다. 하준이, 그리고 나 자신 조금도 무너지지 않고 나가고 싶어요.

정서현 :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내가 동서 곁에 있을게. 내가 동서편인 거 잊지 마. 뭐든지 하고싶은대로 하게 해줄게. (8회)

이후 서희수와 이혜진, 정서현은 한지용과 가족들에게 희수가 유산한 사실을 숨기고, 힘을 합해 하준이의 양육권을 갖기 위한 전략을 펼쳐 나간다. 그 와중에 친모에게 학대를 받은 트라우마와 정서적 결핍으로 가학적 성향을 가지게 된 한지용이 돈을 주고 사람을 사서 격투를 시키고 이를 즐겨 왔고, 이 사실이 폭로되는 것이 두려워 살인 교사까지 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들은 행여 하준이가 언론보도 등을 통해 이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을 것을 염려해 친모인 이혜진이 하준을 데리고 급히 미국으로 출국하게 하는 데 성공한다.

하준이를 떠나보낸 서희수는 계속해서 한 지용에게 경찰에 자수하라고 하지만 지용은 이를 거부한다. 대표이사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 경찰에 자수하라는 서희수의 문자를 받고 격분한 한지용은 카덴차에서 마주친 서희수의 목을 조르는데 이를 목격한 헤드 집사가 놀라 소화기로 지용의 머리를 내리치고 한지용은 카덴차 계단에서 추락해 피를 흘리며 사망한다. 의도된 살해는 아니었지만 그 집사 또한 자신과 메이드들을 비인격적으로 대하는 지용에게 앙심을 품고 있던 여성이었다. 이로써 양모인 서희수와 친모인 이혜진의 공동양육이 현실화되는데, 이것은 한지용의 불행한 죽음과 함께 부계 혈통주의를 내세우며 이에 저항하는 여성들을 응징하고 폄하해 온 가부장적 질서를 전면적으로 전복하는 것이다.

또 하나 드라마 <마인>은 재벌가를 중심으로 그동안 부계 혈통인 아들들에게 세습되었던 후계자 자리와 권력이 아들이 아닌, 이성애 중심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견지해 왔던 가부장제에 편입될 수 없는 레즈비언인 며느리에게 승계되었다는 점에서도 파격적이다. 적자가 아니면서도 한회장의 법적 아들이라는 이유로 효원의 대표이사 자리를 꿈꿔 왔던 한지용은 서현의 성 정체성을 밝히겠다고 위협한다.

한지용 : 성소수자, 그게 뭐 어때서요? 다만, 형과 세상을 속인 게 문제인 거죠. 뻔뻔하게...그런 점에서 우리 둘 다 죄의 무게감이 다를 바 없으니까 서로가 공격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6회)

한지용의 협박에도 정서현은 그의 일그러진 욕망과 공모하지 않고, 동서인 서희수와 이혜진과 연대하여 위기를 타개하고 결국 효원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다. 이혜진은 이사들에게 배포할 동영상에 나와 한지용의 패륜을 폭로하고, 뒤늦게 서현이 성 소수자라는 걸 알게 된 서희수 또한 서로를 위로하며 그녀가 대표이사 자리에 오를 수 있도록 자신이 가진 효원그룹 지분 전체를 밀어준다.

정서현 : 동서, 힘내. 동서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동서의 믿음을 무너뜨렸다고 동서의 자존감이 낮아져서는 안 돼. 동서 잘못이 아니야, 그건

서희수 : 가만 보면 우리 형님은 키다리 언니야. 늘 나를 지켜줄려고만 해. (서현 끌어안으며) 형님. 누가 뭐래도 저 형님 편이에요. 형님이 나랑 다르다고 해도 그건 그냥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뭐든 형님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내가 지켜줄게.

정서현 : 고마워. 든든하다. (15회)

이상의 통합체 분석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드라마 <마인>은 토도로프가 말한 균형-불균형-새로운 균형 (균형 회복)의 서사구조를 가진다. 이 드라마에서 불균형의 상황에서 균형 회복으로 가는 데 있어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것은 [표 1]에서 보듯이 부조리하고 부정의 한 가부장제에 저항하며 이에 맞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여성주체들과 이들 간의 정서적 공감과 지지를 바탕으로 한 연대의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 1. 균형-불균형-균형 복원의 서사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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Ⅴ. 맺음말: 주체적 여성들의 연대 서사

일찍이 뉴컴 그리고 허쉬(Newcomb & Hirsch, 1983)는 “TV 드라마의 대다수 레토릭(rhetoric)이 토론의 레토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21]. 이것은 텔레비전 드라마가 지배적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기도 하지만 달리 해석이 가능한 이데올로기적인 의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코멘트를 하며 상호 경합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연구들도 2000년대 중반부터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가부장제를 이탈한 젊은 여성과 이혼녀, 미혼모 등이 공적 영역에서 성취를 이뤄내는 서사를 다루었으나, 결국은 남성과의 낭만적 사랑의 결합이나 또 다른 남성의 조력으로 가정으로 환원됨으로써 가부장제 이데올로기가 서로 경합하는 한계를 보인다고 지적해 왔다.

그런 가운데 올해 5월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마인>은 하나의 기표로 작용하는 제목처럼 가부장제 질서에 저항하며 ‘나의 것’을 찾아가는 여성 주체들의 호명과 페미니스트들이 주창해온 ‘자매애(sisterhood)’ 적 여성연대라는 한 발 더 진전된 서사를 보여주었다.

여성은 사적영역에서 가족을 위해 온전히 희생하고, 가부장제에 순응하고 복종하는 기존 클리셰를 전적으로 파기하고, 가부장과 비혈연관계인 두 명의 며느리가 서사의 주체로 호명되어 부도덕하고 부조리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간다. 반면 부계 혈통인 남성들의 권력과 욕망은 서사에서 배제되고 거세되며, 가부장제의 대리인 역할을 해왔던 시어머니와 시누이 등의 권위도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유치하고 비정상적 캐릭터로 설정해 희화화함으로써 부정된다. 이러한 서사 전략을 통해 결국 <마인>은 허위의식으로 가득 찬 가부장제의 민낯을 고발하며, 부계 혈통주의를 상징하는 한지용을 단죄함으로써 두 가지 성취를 일궈낸다.

하나는 혈연관계인 아버지가 아닌 양모와 친모가 아이의 공동양육을 하게 되는 결말을 통해 가부장제를 전복하고 비혈연 모계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2015년 방영됐던 <착하지 않은 여자들> 역시 부계 중심의 제도적 가족주의에서 벗어나 여성 3대를 중심으로 여성들의 정서적 공감을 바탕으로 한 관계적 가족주의를 통해 모계가족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또한 2018년 방영된 드라마 <마더>도 친모와 동거남의 학대로 죽음의 위기에 놓인 아동을 구출해 엄마가 되는 비혼모를 중심으로 그녀를 돕는 다양한 여성들의 연대를 통해 가부장제 하의 모성 담론을 해체하며 모성의 확장을 꾀한 바 있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 <마더> - <마인>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여성주의 서사는 비혼 여성과 이혼과 재혼가정, 입양가정 등의 증가로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가부장제의 권위가 약화되고 있는 최근 우리 사회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가부장제가 지향하는 뿌리 깊은 이성애 중심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전복했다는 점이다. 이 드라마의 배경이 된 효원가의 가족 구성은 원천적으로 정상 가족에서 벗어나 있다. 장자인 한진호의 알코올중독과 폭력으로 한수혁의 친모인 맏며느리는 스스로 집을 나갔고, 둘째 아들 한지용은 한회장이 사랑했던 내연녀와 다른 남자 사이에서 태어난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서자이며, 그 역시 혼외자를 두고 재혼을 한 인물이다. 드라마 <마인>은 이러한 인물 구도와 그 인물을 둘러싼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들춰내면서 부계 혈통 중심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꼬집는다. 여기서 더 나아가 가문의 대를 이어야 하는 맏며느리 정서 현을 아예 출산을 할 수 없는 동성애자로 설정하고, 부계 혈통에 의해 승계되던 재벌가의 후계자리와 권력을 장자나 아들이 아닌 레즈비언 며느리에게 승계함으로써 이성애 중심의 가부장적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전격적으로 전복한다.

이처럼 드라마 <마인>은 ‘페미니즘 리부트’라는 시대적 변화와 요구에 조응하며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훨씬 진전된 서사를 보여주었으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한발 물러선 ‘감춤의 전략’을 사용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가부장제의 영속을 위해 대를 이을 아들을 생산해야 하는 맏며느리 정서현을 레즈비언으로 설정하고, 이전의 동성애 소재 서사와 달리 불행한 결말이 아닌 해피엔딩을 선택한 점에서는 분명 진전된 서사이다. 그러나 정서현과 동성 연인인 최수지의 성애장면을 애써 배제하고, 그들의 사랑을 예술적, 정서적 교감에 바탕을 둔 보편적 사랑으로 재현한 것은 일면 이성애 규범에 반하는 퀴어 섹슈얼리티 자체가 ‘정상성’을 위협하고 오염하는 것으로 보는 가부장제와의 타협으로도 볼 수 있다. 페미니즘 진영은 일종의 검열로서 퀴어 섹슈얼리티를 비가시화하거나 이성애적 문법에 대치해 보편적인 인간적 사랑으로 환원시키는 것을 비판해 왔다[22].

이는 불특정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보수적 안방 매체인 텔레비전이 가지는 한계로도 볼 수 있고, 어쩌면 동성애 섹슈얼리티를 적극적으로 가시화함으로써 서사의 핵심보다 가지가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것을 피하고 특정 시청자의 이탈을 방지, 보다 폭넓은 공감을 이끌어내기위한 제작진의 의도된 전략일 수도 있다. 이것은 결국 최근의 TV 드라마가 젠더 이슈와 여성 연대 등 여성주의 요구를 서사에 적극적으로 수렴하면서도 사회적 논란의 대상인 퀴어 섹슈얼리티의 재현 등은 회피하는 방식으로 아직은 우리 사회의 지배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딜레마적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마인>이 여성주의 서사로서 차별성을 갖는 지점은 분명하다. 제2세대 페미니즘이 여성 차별과 억압에 관심을 가져왔던 것과 달리 최근의 포스트페미니즘 서사들이 젊은 여성들의 일과 공적 영역에서의 성취, 섹슈얼리티, 소비 주체로서의 권력 등에 초점을 맞추면서 마치 가부장제 질서 하의 차별과 억압은 해결된 것과 같은 착시 현상을 불러온 측면이 있다. 그러나 여성에 대한 차별과 억압, 가부장제 질서는 아직도 젠더 갈등을 불러오는 근원적 문제이다. 따라서 TV 재현체계에 대한 제2세대 페미니즘 관점에서의 분석과 문제 제기는 여전히 필요하고 유효하다.

또한 사회적 규범을 생산하는 미디어에서 드라마 <마인>과 같이 적극적으로 가부장제 질서를 전복하며 새로운 여성상과 생산적인 여성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TV드라마가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를 통해 뿌리 깊은 젠더 역학의 변화를 추동하며 사회적 문제인 젠더 갈등에 대한 논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 그리고 문화적 페미니스트들의 주장처럼 관계지향적인 여성연대가 남성 중심의 제도권에서 형성된 부패하고 타락한 공적 관계를 바꾸고 개선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23].

References

  1. M. White, 이데올로기 분석과 텔레비전, In R. Allen(Ed), Channels of Discourse: Television and Contemporary Criticism, 김훈순 역, 나남, pp.185-230, 1987.
  2. 김미라, "포스트페미니즘 드라마의 서사와 정치적 함의: TV드라마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를 중심으로," 한국극예술연구, 제65집, p.306, 2019.
  3. 김환희, 이소윤, 김훈순, "TV드라마와 젠더담론의 균열과 포섭: 이혼녀와 미혼모의 재현," 미더어 젠더 & 문화, 제30권, 제3호, pp.5-4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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