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최근 ‘시인할매’, ‘칠곡가시나들’ 등 사는 게 재미있다는 노인들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 영화들이 개봉했다. 주인공들은 자신의 취미와 새로운 삶의 패턴을 찾아가면서 노년기를 즐기고 있다. 이러한 삶을 들여다보면 행복하게 사는 노인들 모두 자신만의 공동체에 소속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1]. 동네 지인들과 가족같이 지내기도 하고, 종교모임, 노래 교실 및 운동 참여 등 종교나 취미를 매개로 한 모임에 소속되어 있는 예도 있다. 현대사회에서 노인의 열등감은 날로 커지며 삶의 의욕마저 잃어간다. 정신분석학자 아들러(Adler)는 열등감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공동체감과 사회적 관심을 이야기한다[2]. 즉 돈과 힘이 없어도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 추진 중인 치매 안심마을의 모델이 된 네덜란드의 호흐벡마을은 치매 환자일지라도 공동체감을 통해 행복을 실현할 수 있다는 좋은 사례이다.
전 세계적으로 평균수명이 높아짐에 따라 고령사회 문제는 큰 이슈이며, 통계청에 따르면 65세가 넘어가면 아픈 곳이 생겨나고 수십 년 각종 질병을 앓으며 살게 된다[3]. 더욱이 우리나라는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연령이 8세나 높고 도움이 필요한 80세 이상 노인 중 2/3가 여성이므로 국내 노인 문제는 여성 노인의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4]. 여성 노인은 가족 중심적이고 좁은 생활환경에 대한 적응능력에 익숙해져 있어 사회적 고립, 고독과 우울감을 더 심각하게 경험한다[5]. 또한, 임신과 출산을 경험하고 폐경기 이후 다양한 질병을 경험하며, 남성 노인에 비해 높은 유병률을 갖게 된다[6]. 이렇듯 여성 노인 문제는 신체 건강의 저하뿐 아니라 치매, 우울, 자살 등과 같은 정신적 건강문제를 증가시키며,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까지 초래하므로 가장 시급한 건강증진의 대상이다[7].
노인 문제의 증가로 인한 사회적인 부담은 역시 의료비 상승일 것이다. 노인 인구가 많을수록 의료비 증가폭도 커지므로 이는 정부재정에도 상당히 큰 부담이다. 이제는 노년기에 진입하여 문제가 발생한 뒤 사후처리 식으로 대응하는 것에서 벗어나 예방적 노년 정책의 패러다임으로 변화해야 한다.
최근의 심리학은 개인의 강점을 강화하고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하여 행복, 삶의 질, 평안, 삶의 가치를 찾으려 한다[8]. 인간의 긍정적 정서와 강점에 관해 연구하고 그런 요소들을 확장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새로운 학문적 경향이 퍼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서 탄생한 긍정심리학은 인간의 행복과 관련하여 인간의 긍정적 특성을 개발하고 확장함으로써 건강한 자신과 사회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9]. 이러한 긍정심리학을 자본화하여 등장한 긍정심리자본이란 자본에 대한 이해를 확대하여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긍정적 심리를 자본으로 보는 것이다[10]. 긍정심리자본은 자기효능감, 희망, 낙관성, 회복력의 4가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이란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Bandura가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주어진 환경에서 하나의 특정한 일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행동촉진과 인지적 자원, 그리고 동기를 부여하는 개인의 능력에 대한 자신감”이다[11]. 둘째, 희망(hope)은 사람의 행동을 유도하고 원하는 목표에 도전토록 하는 인간행동의 필수 조건이며, Snyder는 희망을 긍정의 동기부여 상태라고 정의하였다[12]. 셋째, 낙관성(optimism)이란 다양한 난관과 좌절을 만나더라도 미래는 좋아질 거라고 믿는 신념으로 어떤 일에 도전했다가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원인을 분석하고 재시도하는 것이다[13]. 마지막으로 회복력(resilience)은 탄력성으로 명명되기도 하며 힘든 고난이나 역경, 실패를 경험하고도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오는 의미이며, 여기서 회복의 의미는 이전 수준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높은 수준의 성과를 보이고,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수준의 것이라고 하였다[14]. 이처럼 긍정심리자본은 선천적인 자질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이나 훈련으로 변화 가능한 상태이므로 자본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9]. 그러나 국내의 긍정심리자본 연구 중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드문 편이며[15], 노년기의 긍정심리자본이 삶의 질과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긍정심리자본이 우울과 자살 의도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는 양적 연구가 전부이다[16][17].
100세 시대에 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더욱이 운동이라는 건강한 습관이 노년기의 건강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사회적 문제까지를 해결할 수 있다면, 운동의 가치는 더욱더 강조된다. 현대 의료는 수명연장에 이바지하여 노인들에게 이전과는 다른 생활습관, 태도, 방식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건강 행위와도 밀접한 연관성이 있어 국가적, 사회적 차원의 전략만으로 해결하기엔 한계가 있다. 변화하는 사회와 인구 고령화에 따른 적극적 대책 마련과 긍정적 강화의 방법이 필요하며, 초고령 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단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해결방안이 아닌 노인의 정서와 환경을 이해하고 이에 맞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최근 심리상담 및 치유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긍정심리학의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장기간 운동에 참여한 여성 노인들이 실제로 체득한 긍정심리자본의 생생한 경험의 의미와 본질을 밝혀내고자 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고령화 사회 그리고 여기에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여성 노인들의 운동 참여에 따른 긍정심리자본의 특성과 본질을 파악하여 운동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노년기의 건강한 지침서를 제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장기간 운동에 참여한 여성 노인의 긍정심리자본 요인은 무엇인가?”, “장기간 운동에 참여한 여성 노인이 체험한 긍정심리자본에 영향요인은 무엇인가?” 이다.
Ⅱ. 연구방법
1. 연구참여자 및 윤리적 고려
연구참여자는 서울시 소재 스포츠 센터에 소속된 여성 노인들이다.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한 연구참여자 수는 최소 5명에서 25명이 바람직하다는 선행연구에 근거하여 7명을 선발하였다[18]. 특정 분야의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연구주제에 부합하는 참여자를 선정하는 세평적 사례 선택(reputational case selection)방법을 활용하여[19], 연구참여자 선정에 다음과 같은 기준을 구성하였다. 첫째, 운동경력 10년 이상일 것, 둘째, 여성 참여자일 것, 셋째, 자신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참여자일 것이다. 노인 여성이 많은 스포츠 센터에 연구 목적을 설명한 후 추천을 받았다. 이 중 참여를 원하는 참여자들을 의도적 표집 방법(Purposeful sampling) 을 사용하여 최종 7명을 선발하였다. 참여자의 특성은[표 1]과 같으며, 연구참여자의 이름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여 모두 가명으로 처리하였다. 윤리규정에 따라 면담 전 면담내용 녹음 및 수집된 자료의 이용 목적 및 연구목적, 자발적 연구 참여, 익명성, 중도 참여 포기 가능, 비밀보장 등을 안내하였다.
표 1. 연구참여자의 배경정보
2. 연구절차
이 연구는 장기간 운동에 참여한 여성 노인들의 긍정 심리자본 본질을 파악하고자 심층 면접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는 연구자가 직접 관찰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도구이며, 관찰하고자 하는 상황에 대하여 폭넓은 견해를 얻을 수 있다. 심층 면담 전 연구자는 “나의 긍정심리자본에 관한 경험은 어떠하였는가?”, “나의 긍정심리자본에 영향을 미친 요인은 무엇인가?” 등의 반 구조화 질문을 중심으로 4가지 하위요인에 대한 세부질문을 구성하였다.
이어 자료수집을 위한 심층 면담은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2개월간 진행되었으며, 자신이 경험한 긍정심리 자본에 대한 경험과 생각을 왜곡 없이 표현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였다. 참여자들의 일정에 맞추어 각 참여자당 2회의 심층 면담을 1회 90~180분씩 시행하였다. 면담내용은 동의하에 모두 녹음하고, 면담이 끝난 후 녹음파일과 기록자료를 연구자가 문서화 하였다.
3. 자료분석 방법
질적 연구는 복잡한 현상을 구체적이고 더욱 생생하게 묘사하여 이를 조직화할 수 있으며, 개방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특히 질적 연구방법 중 현상학을 적용한 것은 현상학이 개개인의 경험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고, 그 경험의 의미와 본질에 초점을 맞추는 방식이기 때문이다[20]. 이러한 현상학적 연구는 참여자가 경험한 현상을 상세하고 생생하게 기술하는 인터뷰를 통해 얻어지므로, 심층 면담을 통해 자료를 수집하였다. Colaizzi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에 근거하여 분석한 심층 면담 자료는 다음과 같다[21]. 먼저 녹음된 면담내용을 대상자의 진술 그대로 전사하였다. 자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녹음내용 및 현장기록을 반복적으로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운동에 참여한 노인들의 긍정심리자본과 관련된 문장이나 구를 선택하였다. 이를 의미 있는 진술로 추출하고, 연구 현상과 관련된 의미를 발견하여 의미를 구성하였다. 그다음으로 구성된 의미에서 공통된 주제를 도출하고 주제 모음을 조직하였다. 이렇게 도출된 결과들은 연구주제와 체험의 의미를 중심으로 구조를 구성하였다. 자료 해석의 중립성을 위해 자료 분석의 전 과정을 연구자 이외에 2명의 스포츠 심리 박사와 함께하였으며, 내용이 모호하거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경우, 참여자와의 통화를 통해 의미를 명확히 하였다[18].
Ⅲ. 결과
장기간 운동에 참여한 여성 노인들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긍정심리자본과 관련된 10개의 주제 4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표 2]에 제시된 구성요소를 중심으로 참여자들이 경험한 긍정심리자본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적 진술은 다음과 같다.
표 2. 노인여성의 긍정심리자본 구성요소
1. 규칙적인 삶
참여자들은 40년 이상 운동에 일주일에 3회씩 참여하면서 운동 일정으로 인해 자신의 평소 생활방식도 망가지지 않았다고 하였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인해 규칙적인 일상이 자리를 잡으며 노년기에 생길 수 있는 외로움, 무력감, 무료함 등을[22] 해결해 낸 것이다. 노년기의 규칙적인 삶의 방식과 태도는 참여자들의 긍정심리자본 요인으로 드러났으며, 이러한 규칙적인 일상이 운동으로 시작되어 참여자들은 누구보다 건강을 체험하고 느끼고 있었다. 또한, 신체적 건강을 획득하면서 삶의 에너지와 활력이 생겼다고 진술하였다.
1.1 건강한 나
참여자들은 모두 70세 이상의 노인 여성으로 신체적 능력이 쇠퇴 되어 아픈 곳이 늘어나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나이다. 그러나 이들은 4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규칙적으로 운동에 참여하면서 운동이 주는 건강함을 깊이 체험하며, 이것을 긍정심리자본의 가장 큰 핵심으로 느끼고 있었다.
“허리가 너무 아파서 침에 마사지에 안 해본 게 없었어요. 아프니깐 자꾸 집에만 있게되고... 마침 조선일보에 YMCA 광고가 났는데 이걸 해 봐야겠다 했지. 등록이 어려워서 밤새 줄 서서 커피, 라면 먹으면서 등록했어요. 허리는 예전보다 더 튼튼해지고 이젠 다니는 게 안 무섭지.” (참여자 A)
“예전에는 몸이 너무 부어서 불편했어요. 운동 시작하고 나서는 몸 붓는 게 싹 없어졌고, 붓는 게 없어지니 평소에 컨디션이 너무 좋아. 아프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거든.” (참여자 C)
1.2 활력있는 나
참여자들은 운동에 참여하기 이전에 신체적 통증 및 불편함과 이로 인한 무기력, 심리적 위축을 경험하였다. 각자의 계기로 규칙적인 운동에 참여하면서 신체적인 건강함을 느끼게 되고, 신체의 건강함이 일상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습관적으로 자꾸 누워만 있고, 항상 쳐져 있었어요. 운동 시작하고 일주일에 3번씩을 계속 나가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생활에 활력이 넘쳐. 집에서도 늘어져있지 않고 자꾸 움직이더라구요 내가.” (참여자 D)
2. 관계·관심의 삶
노년기가 되면 사회적인 역할이 상실 혹은 축소되고, 이로 인해 심리적으로 소외나 고독, 자아 상실 등을 경험한다[23]. 참여자들은 운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하나의 조직에 소속되면서 노년기에 생길 수 있는 사회적·심리적인 문제들을 해소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계와 관심은 참여자들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원천이 되고, 운동을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인 동시에 이들의 긍정심리 자본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된 하위요인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2.1 진실, 솔직한 관계 속의 나
다양한 취미 생활 중 운동이라는 특성상 참여자들은 함께 땀 흘리고, 함께 씻는 등의 과정을 경험하며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친숙하고 친밀한 관계를 지속하고 있었다. 이러한 친밀함이 꾸밈없고, 솔직할 수밖에 없는 진솔한 관계를 만들어 낸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소하지만 도탑고 소탈한 정을 나누며 서로 의지하고 있었다. 어렵고 힘들 때마다 참여자들의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이들의 진실한 관계에서 비롯된 진정한 지지와 위로로 드러났다.
“우리끼리는 발만 봐도 누군지 알아. 벗고 만나니 숨길 게 없어. 가족도 모르는 내 수술 상처도 다 아는 사이니 꾸밀 필요가 없어. 내 진짜 모습으로 관심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게 너무 좋은거지.” (참여자, B)
“너무 오랫동안 자주 보니 숨길 수가 없어요(웃음). 샤워하는데 형님들이 살이 너무 빠졌다고 난리들을 쳐서 병원에 갔는데 대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하고 완치했어. 서로 알아봐 주고 신경 써주니 그게 정말 감사해.” (참여자, E)
2.2 역할이 있는 나
노년기는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감을 경험하고 자신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자신의 정체감을 상실하기 쉽다. 참여자들은 운동을 통해 장기적으로 조직에 소속되면서 회장, 총무 등의 공식적인 역할부터 분위기 메이커, 의리파, 정보통 등 소소한 역할까지 자신의 성격에 맞게 단체에 적합한 역할을 하며, 존재감과 행복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참여자들은 누구의 어머니, 누구의 아내가 아닌 진정한 나로 인정받으면서 아직도 내가 필요한 존재이고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되었으며, 이는 자아 주체성의 확립과도 연결되었다[24].
“남편 일이 바빠서 10년 동안 운동을 못 나왔는데, 그 때도 등록은 안 빠지고 했어요. 이 소속에서 빠지는 게 싫어서... 운동은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이런 친구들은 어디가서 못만드니... ” (참여자, F)
“직장 생활하고, 애들 뒷바라지할 때는 내가 할 일도 많고 필요할 때도 많았는데, 이제는 손주들도 다 크니 할 일이 없어. 그게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게 하는데 여기 오면 내 역할이 있으니깐 내가 필요한 사람인 것 같고, 신이 나지.” (참여자, G)
2.3 친구가 있는 나
참여자들은 장기간 고정적인 횟수로 만나면서 나이와 상관없이 속내를 나누는 오랜 친구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다. 가족이나 동년배 친구들과는 또 다른 진실한 관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자주 만나니 얘깃거리가 넘쳐나고 인생의 시련에 희로애락을 같이 경험하면서 모든 것을 나눈 진짜 친구를 통해 힘을 얻어 삶을 지탱하고 이겨낼 수 있었다고 진술한다.
“대학 동창 모임을 가면 한 달에 한 번 만나니 할 얘기가 뻔해. 그런데 여기는 일주일에 3번 만나니 표정만 봐도 내 기분까지 다 알아. 속상한 일은 얘기를 들어주고 긍정적으로 해석을 해주고, 싸워도 우린 금방 화해해. ” (참여자, A)
“운동으로 만나서 그런지 여긴 의리가 있어. 잠깐 보고 말 사이가 아니니 서로 지킬 건 더 잘 지켜. 애들 결혼식은 물론이고 남편 장례식 때도 오고 힘들 때 위로되는 건 가족보다 더하지. ” (참여자, D)
3. 변화하는 삶
일반적으로 노년기의 주요 여가활동은 TV 청취, 휴식 등 수동적이고 개인적인 활동에 국한되어 무료하고 변화 없는 일상이 반복된다[25]. 그러나 참여자들은 운동을 통해 만난 자신의 새로운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함께 여행을 다니거나, 노래, 인터넷, 어학 등의 학습을 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기도 하고, 새로운 경험에 적응하면서 변화하고 발전하는 자신을 경험하였다. 또한, 어렵고 힘들 순간에도 운동과 친구의 힘으로 극복하며 자신의 인생을 고립되거나 우울하게 두지 않으며, 다시 나아갈 힘을 만들어 내며 이러한 요인을 긍정심리자본으로 인식하였다.
3.1 발전하는 나
운동으로 조직된 모임 안에서 참여자들은 다양한 소그룹과 모임을 형성하여, 함께 여행도 다니고, 새로운 것을 배우기도 하며 새로운 재미를 찾아 즐기고 누리고 있었다. 다양한 학습과 문화생활을 통해 발전하는 나의 모습은 삶에 품격을 더하며,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쁨은 삶이 힘을 더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적응할 때 참여자들의 나이는 걸림돌이나 장애물이 아니었다.
“혼자 새로운 곳에 가는 건 자신 없는데, 여기서 마음 맞는 친구들과 같이하면 훨씬 쉽게 하지. 인터넷 처음 나왔을 때같이 배우러 다녔어. 그거 하나 배웠는데 손주들하고 얘기할 때 다 놀라. 할머니가 그것도 아느냐고.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그 이후엔 뭘 배우는 게 더 재밌어.” (참여자, B)
“우리 반이 60명 조금 안 되는데, 사람이 많으니 새로운 정보가 너무 많아. 자식들한테 물어보려면 시간도 맞춰야 하고 눈치도 봐야 하는데, 여기선 아무 때나 뭐든지 물어봐도 답이 다 나와.” (참여자, C)
3.2 회복하는 나
운동을 통해 동년배에 비해 건강한 신체와 마음을 가진 참여자들도 각자의 스트레스와 힘든 일들이 있었다. 삶의 다양한 굴곡에서도 운동과 친구로 힘을 얻고, 진정한 자신의 가치를 찾으면서 회복하고 다시 움직일 힘을 얻고 있었다. 운동으로, 진실한 친구로 그러한 일들을 잊기도 하고, 긍정적으로 해석도 하면서 다시 건강하고 긍정적인 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운동 다니면서도 부모님 돌아가실 때까지 수발을 다 들었어. 나중엔 너무 지치고 힘들더라고…. 그래서 더 악착같이 운동을 나왔어. 와서 운동하고 땀 흘리고 수다 떨고 나면 스트레스를 잊고 기분이 나아지거든. 그 힘으로 또 가서 부모님 수발을 들었지. 운동 안 했으면 못 했을 일이야.” (참여자, F)
4. 만족하는 삶
참여자들은 운동으로 자신의 건강함을 획득하고, 진실한 관계에서 만족감을 얻으며, 이러한 과정에서 나의 존재 이유와 진실한 나의 모습을 찾으면서 노년기에 갖기 힘든 만족감과 긍정 정서들을 경험하고 있었다. 이러한 긍정성과 삶에 대한 낙천성이 참여자들 스스로 자신의 삶에 희망과 용기를 느끼며 만족할 수 있는 자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들은 적극적이고, 자신 있고,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며 이를 긍정심리 자본이라 표현하였다.
4.1 적극적인 나
참여자들은 운동으로 나이에 비해 건강함을 유지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인정해주는 관계 속에서 노년기에 갖기 힘든 적극성을 가지게 되었다고 이야기 한다. 최신 스마트 폰을 사고, 사진과 동영상 편집을 하며, 앱을 깔아 게임을 하거나 새로운 길과 맛집을 찾는 등 새로운 일을 할 때 일단 해보려는 적극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참여자들 모두 운동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공통으로 이야기하였다. 남은 삶을 적극적이고 자립적으로 살고 싶은 열망이 참여자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의지를 갖게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 폰 나왔을 때 내 친구들은 관심 없었는데. 난 일단 사서 해봤어. 이젠 친구들이 어디 갈 때 어떻게 가야 하는지, 카톡은 어떻게 보내는지 다 나한테 물어봐. 일단 뭐든지 시도해봐 나는. 이게 다 운동 덕이지. 나한테 투자를 정말 잘한일 같아.” (참여자, G)
“내 인생에 제일 잘한 일이 운동 다닌 거야. 여기 안 다녔으면 죽었을 것 같아. 아프거나 고생을 많이 했겠지. 그럼 인생에 무슨 변화가 있겠어. 그러다 죽는 거지. 운동해서 몸도 건강해지고 친구들 덕에 외롭지 않으니 새로운 걸 시도하는 게 좋고, 뭐든지 적극적으로 되는 거야. ” (참여자, E)
4.2 자신 있는 나
이번 요인은 인터뷰 중 참여자들이 스스로 높이 평가했던 요인으로 자신의 동년배들과 친구들이 가지지 못한 것을 운동을 통해 스스로 발전시키고 유지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참여자들은 운동을 통해 신체적으로 건강하고 활기를 느끼면서 자신의 다양한 일상에까지 자신감이 전이되고 있었으며, 특히 운동하지 않는 자신의 동년배들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재발견하며 깊은 자신감을 경험하였다.
“난 운동 열심히 해서 치매는 안 걸릴 거야. 기억력도 좋거든. 생년월일도 다 기억해. 운동해서 그런 거야. 운동하니깐 평소에 자세에 신경도 많이 써. 자세 좋다는 얘기 많이 듣지.” (참여자, F)
“운동하고 나오면 대통령이 부럽지 않아. 내 친구들이 다 나를 부러워해. 지금이라도 시작하라고 하는데 이젠 아파서 시작을 못 하지. 내 친구들은 여기 친구들보다 다 느리고 쳐져 있어. 생기가 없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여기 친구들은 아니거든.” (참여자, C)
4.3 두렵지 않은 나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와 흐름이 참여자들에게 더는 두렵지 않은 것이 되어있었다. 어른으로 대접받기만을 원하고 내 방식만을 주장하는 존재로 사회에서 동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 영역을 찾고, 내 나이에 맞게 이시대를 즐기는 진정한 나를 운동과 그로 인한 관계에서 스스로 찾아낸 것이다.
“맥도날드에 갔는데 새로 주문하는 기계가 생겼더라고. 다른 노인들은 겁내고 못 하는데, 우린 가서 이것저것 해봤어. 잘못하면 언니한테 직접 가서 주문하면 돼. 다 되게 되어있어.” (참여자, B)
Ⅳ. 논의
연구참여자들은 규칙적인 삶, 관계·관심의 삶, 변화하는 삶, 만족하는 삶을 자신들의 노년기 긍정심리자본 요인으로 인식하였다. 이 4가지 요인이 자기효능감, 희망, 낙관성, 회복력을 포함하는 긍정심리자본을 획득·발달하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첫째, 참여자들은 장기간 운동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노년기의 건강을 획득하였다. 일반적으로 노년기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 활동에 제약을 받으며 일상생활의 자립이 불가능해진다[4][5]. 참여자들은 노년기에 갖기 힘든 신체적 건강과 신체기능 유지를 운동으로 획득하면서 나이에 비해 훨씬 더 건강한 자신을 느끼고 운동으로 변하고 발전하는 자신을 경험하며 긍정심리자본의 획득과 발달의 시작점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긍정심리자본의 4가지 하위요인과 신체활동은 정적인 상관관계라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하며[26], 신체활동을 통한 건강관리가 노년기 삶의 질과 행복감, 자신감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선행연구들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27][28].
둘째, 참여자들은 주 3회 운동 프로그램에 장기간 참여하면서 연구결과로 나온 4가지 요인 중 규칙적인 삶이 가능해졌으며, 이러한 생활의 변화가 참여자들의 긍정심리자본 발달 요인이 되었다. 즉 노년기 긍정심리자본을 획득할 수 있는 시작점을 만든 것이 건강이라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규칙적인 일상을 유지한 것이 긍정 심리자본의 강화요인이 된 것이다. 다양한 변화로 인해 무료함, 외로움을 경험하며 일상생활의 무너지는 노년기에[29] 참여자들은 운동을 통해 건강한 나를 느끼고, 신체의 건강함이 일상의 활력으로 이어졌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규칙적인 일상을 성취해나가는 것을 스스로 경험하며 이것이 긍정심리자본 요인 중 하나인 자신감의 강력한 원천이 되었다[30].
셋째, 참여자들은 운동을 통해 공동체에 소속되면서 연구결과로 나온 4가지 요인 중 조직 안에서의 관계·관심의 삶이 가능해졌다. 운동 단체에 소속되어 생산적인 활동을 통해 고독에서 탈출하고, 사회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이 긍정적으로 발휘되어 긍정심리자본의 요인 중 삶의 낙관성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30]. 공동체 안에서 진정한 나를 느끼고, 나의 역할을 찾아 진정한 친구를 만들었다. 자신의 나이와 상황에 맞게, 젊은 세대나 자식에게 의존하거나 기대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며, 고난의 과정에서도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며 회복할 힘을 만든 것이다. 이는 동료에 대한 신뢰와 소속감이 긍정심리자본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와 맥락을 같이 한다[29].
넷째, 소속감 및 관계성은 머슬로우의 다섯 가지 욕구단계설 중 세 번째 단계에 해당하는 인간의 중요한 욕구 중 하나이다[31]. TV 청취, 휴식 등 수동적이고 개인적인 활동에 국한되어 무료하고 변화 없는 일상이 반복되는 노년기에[25] 참여자들은 운동 공동체로 세번째 단계의 욕구가 해소되면서 노년기에 갖기 힘든 자존과 자아실현의 상위단계까지 이르게 되었다[31]. 이러한 변화가 연구결과로 나타난 4가지 요인 중 변화하고 만족하는 삶을 만들어 내며 이것이 긍정심리자본 획득·발달의 원동력이 된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정보와 변화를 경험하며 발전하는 나를 느끼고, 진실한 관계 속에서 회복하는 나를 경험하였다. 또한, 공동체 안에서 나의 존재 이유를 찾으며 적극적이고 자신 있는 나의 모습을 경험하고 이러한 것이 세상의 변화에 두려워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 내었다.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각자의 역할을 담당하면서 상호 간의 신뢰가 쌓여, 움직이는 공동체를 오랜 시간 만들어 낸 것이며 이러한 주체적인 관계 형성이 이들의 긍정심리자본의 기반으로 작용한 것이다[32].
이제는 노인 문제 해결을 위해 각 개인이나 가정의 노력에서 벗어나 공동체를 통한 해결방안을 마련하여 고독이나 고립에 처할 위험이 크고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의 긍정심리자본을 발달시켜, 자립적인 생활을 하도록 돕는 것이 목표이다. 그리고 그러한 목표를 위한 가장 강력한 해결책이 바로 운동 공동체, 운동 조직인 것이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더라도 작은 목표에서 하나씩 실천하는 긍정적인 운동습관이 중요하며, 이미 나이가 들고 난 후에는 다양한 신체기능 저하로 인해 운동에 새롭게 참여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미리 운동에 참여하여야 한다. 더욱이 생활체육은 국민건강을 증진하고 의료비를 줄일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정책수단이므로 고령자들이 다양한 시점에서 참여할 수 있는 운동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이것은 예방 중심의 국민건강관리이며, 영국이 “예방이 치료보다 낫다”라는 슬로건을 제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33]. 운동으로 긍정 심리자본을 획득하며 성공적인 노화를 이루어낸 참여자들의 경험은 고령사회에 해법으로 제시되며, 나아가 노년기를 앞둔 청·장년층에게 성공적 노화를 위한 건강한 길잡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Ⅴ. 결론 및 제언
이 연구는 장기간 운동에 참여한 노인 여성들이 경험 하는 긍정심리자본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이다. 분석과정을 통하여 10개의 주제 4개의 범주가 도출되었으며, 4개의 범주는 규칙적인 삶, 관계·관심의 삶, 변화하는 삶, 만족하는 삶이다. 이 4가지의 요인이 장기간 운동에 참여한 여성 노인들의 긍정심리자본 요인이며, 노년기에 건강을 유지하고,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관계성을 유지하는 것이 긍정심리자본에 영향요인으로 나타났다. 즉 노년기에 건강 유지, 규칙적 생활, 관계성을 유지한다면 변화하는 삶을 통해 만족하는 노년기의 삶을 창출해내고 이것이 노년기의 긍정심리자본을 획득, 발달시킬 수 있는 것이다. 이는 노년기 긍정심리자본을 위해 규칙적인 운동과 적극적인 사회활동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 연구의 결과로 나타난 긍정심리자본의 요인과 기존의 긍정심리자본 4가지 하위 요인(자기 효능감, 희망, 낙관성, 회복력)간의 비교 분석하는 후속 연구가 요구된다. 둘째, 이 연구는 여성 노인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로 노인 전체에 일반화하기엔 한계가 있다. 남성 노인으로 긍정심리자본의 연구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운동 이외에 노인 여성의 긍정심리자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요인의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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