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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f Relationship between Research Outcome and Policy Decision Making: For invigoration of Convergence Research

융합연구의 활성화를 위한 연구 성과와 정책 결정의 영향 관계에 관한 연구

  • 노영희 (건국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소장, 센터장) ;
  • 박민수 (건국대학교 융합연구총괄센터 전임연구원) ;
  • 이광희 (한국연구재단 인재양성사업팀 팀장)
  • Received : 2020.04.09
  • Accepted : 2020.06.12
  • Published : 2020.09.28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find ways to impact policies in order to invigorate convergence research as a whole (including science or engineering-based and its humanities-based counterpart), so it can be recognized as the science of its own form. Firstly we looked at the definition of convergence research. Secondly, we looked at the definition of policy and how policies are produced. Lastly, we explored the relationship between convergence research and policy decision making. The current issues faced by the convergence research were the fact that it was largely under-appreciated and inadequately supported both in terms of policy and financial support. In this study, we explore the relationship between research and policy based on a research utilization model, which can be categorized the research and policy relationship into four types. Then we sought for various cases to explore how research can affect policies as scientific evidence; how the technological changes caused by convergence research can be shaped into policies; and then provide insights for what challenges needed to be addressed in order to have a positive impact on the relationship.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성과와 정책 결정 사이에 개입되는 영향과 사례들에 대해 살펴보았다. 복잡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 있어 융합연구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융합연구가 직면한 현재의 이슈에 대해 살펴보았고 정책적, 재정적 지원 측면에서 과소평가되고 다소 부족하게 지원된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영향관계에 대한 탐구를 통해 학제 간 융합연구가 정책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결과적으로 융합연구의 활성화를 이루는 방안에 대해 탐구하였다. 첫째로 융합연구의 정의에 대해 살펴보고, 둘째로 정책의 정의와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보았다. 셋째로 연구(지식)와 정책 관계를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연구결과가 과학적 증거로서 정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융합 연구에 의한 기술적 변화가 어떻게 정책으로 형성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고, 그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어떤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사례를 모색하였다.

Keywords

I. 서론

지식과 기술이 축적되는 가운데 사회는 빠르고 편리하게 변화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문제 요인들 또한 다양하고 복잡한 양상으로 누적되고 있다. 비단 문제요인들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하도록 고안된 기술들까지도 문제요인들과 서로 맞물리게 되어 점점 하나의 연구방법이나 접근법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처럼 단일 학제의 문제해결능력을 넘어선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는 과정에서 학문들 간의 차이를 이해하고 장점을 취하며 단점을 보완하려는, 학제의 경계를 넘어선 노력이 융합연구로 자리잡게 되었다. 융합연구 자체가 단일학제로서의 뚜렷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하면 복잡한 문제의 인식, 정의, 접근과 해결에 있어 다양한 접근 방법에 대해 관대하고 훨씬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융합연구는 사회적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결하려는 학술적인 노력 뿐 아니라, 혁신을 추구하고 과학ㆍ기술적 역량을 높이는 한편 산업, 경제, 국가 차원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여 경쟁력의 향상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유망한 방법론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융합연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고 혁신적이며 진보된 인간의 삶을 일구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또한 크지만 정작 융합연구에 대한 지원이 국내ㆍ국외를 막론하고 다소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융합연구가 타 단일학제 분야에 비해 역사가 짧으며 아직까지는 괄목할 만한 성과가 누적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나마 NBIC와 같은 분야의 융합기술 연구는 정부나 기관 차원의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인문사회기반의 융합연구는 저조한 인식과 관심의 부족으로 인해 정책적, 재정적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1]. 특히 기초연구 지원 사업에서 단일학제적과제와 융합연구과제의 선택율과 지원율을 비교해서 살펴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2][3]. 이처럼 저평가된 융합연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융합연구의 가능성이 아닌 현재의 문제해결능력에 있어서의 성과와 파급력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다 학제적 혹은 학제 간 융합연구의 지원에 있어서의 불균형을 깨고 융합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일반대중의 관심을 끌어올려 융합적 과학기술의 저변확대와 더불어 인문, 사회, 예술을 포괄적으로 포함한 융합연구가 과학과 연구 그 자체로 인식될 수 있을 정도로 인식의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문화적인 확산이 필요하며 융합연구에 대한 합당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은 두 말할 나위 없이 절실하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성과와 정책결정 사이의 관계에 대해 탐색해 보고, 융합연구가 정책결정에 있어서 그 토대가 되는 증거로서, 그리고 기술적 변화를 통해 어떤 방법으로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살펴본 후,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이고 높은 파급효과를 갖기 위해서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이 있을지 탐구해 보고자 한다.

II. 이론적 배경

1. 선행연구

1.1 융합연구의 개념

현재 학계에서 융합적인 연구 노력을 지칭하는 용어로는 Fusion, Hybrid, 또는 Convergence 등을 사용하고 있으며 융합연구의 양상을 나타내는 분류로는 Interdisciplinary-(학제 간), Multidisciplinary-(다(多) 학제적), Transdisciplinary- (초학제적) 등이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융합을 지칭하고 분류하는 표현은 이렇게 다양하지만 융합의 정의는 대개 두 가지 이상의 기술, 학제, 산업 등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새로운 상승적(synergistic) 결합을 이루는 개념이다. 따라서 상승적 결합으로 인해 새로운 것을 창출하고 혁신하는 활동이나 시도를 말하는 것으로 융합의 의미가 모아지곤 한다. 그리고 융합의 대상과 범주는 점점 확장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도래를 눈앞에 두고 있는 현재는 기술과 인문학, 예술 등 분야를 막론한 유기적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적 문제의 해결과 가치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법론으로 개념이 옮겨가고 있다[4].

융합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양한 학자들이 언급해 왔는데, 일찍이 Kodama는 R&D를 통한 신기술 개발을 게을리 하며 시장에서 경쟁할 수 없을 것이며 혁신이 산업의 경계를 넘나들며 이루어지고 있다며 융합적(fusion)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였다[5]. 이후 Chesbrough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내부적) 지식과 타 분야의(외부적) 지식을 활용하여 기술의 시너지를 추구하고 기술을 발전시켜 혁신을 추구하여야 하며, 그 성과를 토대로 시장을 확장하고 개척하여야 한다고 융합의 중요성과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6]. 이러한 노력이 현재에도 지속적이고 왕성하게 융합연구가 이어지고 있다[7][8]. 또한 Lind는 혁신과 기술변화가 융합연구를 움직이게 하는 동인으로 보았고 넓은 의미에서 융합은 “기술의 변화에 의해 재 정의된 시장 또는 산업”[9]이라고 할 만큼 기존의 기술이 적용되고 구현되는 영역과는 전혀 별개의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적용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였다.

사실 이러한 흐름은 일찍이 미국이 시장에서 선점효과, 삶의 질 향상, 국가적 생산성 및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일찍이 전략적으로 융합연구를 이끌고 있었다. 미국에서 융합적 연구에 대한 개념은 1920년대 Social Science Research Council(SSRC)부터 존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고 그 과정에서 1940년대의 맨해튼 프로젝트도 분야 간의 융합적 연구의 한 갈래로 보고도 있으나[10], 결정적으로 융합연구에 대한 중요성은 NSF(National Science Foundation: 미국과학재단)에서 2003년 발표한 보고서인 ‘Converging Technologies for Improving Human Performance’로 볼 수 있다. 미국상무부(Department of Commerce: DOC)의 지원으로 만들어진 해당 보고서에서는 NBIC(Nano, Bio, Information Technology, and Cognitive Science) 분야의 융합연구가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역량이라고 보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한계와 능력을 극단적으로 향상시켜 건강, 장애의 극복, 군사적 활용에 대해 융합연구의 미래와 파급력에 대해 일찍이 강조한 바가 있다. 융합연구에 대한 중요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2005년에 US NAS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미국과학아카데미)가 공개한 ‘Facilitating Interdisciplinary Research’ 보고서와 ‘Convergence: Facilitating Transdisciplinary Integration of Life Sciences, Physical Sciences, Engineering, and Beyond’ 보고서가 발표된 시기에 다시 한 번 융합연구의 영향력과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높이며 국가적인 차원의 정책적 지원체계를 정비하고 전폭적인 투자가 일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EU는 2004년 CTEKS 보고서에서 흔히 융합연구 하면 떠오르는 이공계 학문뿐 아니라 인문ㆍ사회과학을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의 융합연구의 개념을 제시하였다. 이후 EU는 Horizon2020(2014~2020)이나 Framework Programme7과 같은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융합연구가 가져올 획기적인 성과를 기대하며 국가의 경계를 넘어 공동체를 아우르는 융합연구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이나 EU보다 다소 늦은 2010년에 이르러서야 제3기 과학기술기본계획의 성과와 정책방향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여 제4기 과학기술기본계획(2011~2015)을 수립하였고 일상의 소소한 문제부터 거대한 자연재해 대책 방안을 위한 폭넓은 융합연구의 범위를 설정하고 여러 관계부처가 세부적인 정책을 제안하고 이를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융합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이를 수용하고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수립되고 적용되는 국제적인 분위기 속에서 한국도 융합의 관점에서 국가과학기술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2007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국가융합기술 발전기본방침’을 시작으로 하여 교육과학기술부의 ‘제1차 국가융합기술발전 기본계획’(2008), 교육과학기술부의 ‘나노(NT)융합산업 발전전략’(2009), 지식경제부의 ‘IT융합확산전략’(2012), ‘제1차 산업융합발전기본계획’(2012), 미래창조과학부의 ‘창조경제실현을 위한 융합기술 발전전략’(2014), 정부의 ‘융합기술 발전전략’(2016) 등 이공계와 자연과학에 한정되지 않은 폭넓은 융합연구의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제4차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는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인류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과학기술의 비전을 추구하고 경제성장과 국민의 행복실현을 위한 융합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1.2 정책과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이해

융합연구의 성과가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서는 과연 정책은 무엇을 말하며 정책결정과정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일찍이 Weiss[11]는 정책이란 ‘정치적으로 풀어서 기록된 것’이며 정책 제안들은 ‘그들의 발전을 방해하거나 가속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개인이나 집단의 승인을 얻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것’으로 정의하였다. 또한 연구 활용의 다양한 의미를 각기 다른 여섯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지식동인모형(knowledge-driven model), 문제해결모형(problem-solving model), 상호작용모형(interactive model), 정치적 모형 (political model), 전술적 모형(tactical model), 계몽모형(enlightenment model)을 제시하였다.

이후 많은 연구들이 연구의 성과와 정책과의 상관관계를 조명하였는데 특히 Boswell & Smith는 Weiss 등 학자들의 선행연구를 정리하며 연구 성과가 정책결정에 미치는 영향요인을 설명하면서 현대사회에서 현실적으로는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고 제시하였다[12]. 지식동인모형은 연구의 성과(지식)가 정책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관점이며 전형적인 바텀업(bottom-up)의 유형으로 자연적으로 형성된 연구의 분위기, 문화, 성과가 정책 형성에 기여하는 형태이다. 문제해결모형은 정책적으로 특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 선도적으로 연구를 견인하여 성과를 이끌어 내는 전형적인 톱다운(top-down) 방식이다. 상호작용모형은 지식과 정책이 서로를 순환적(cyclical)으로 지지하며 호혜적이고 바람직한 관계를 형성하는 형태이다. 반면 정치적 모형은 평소 서로를 인식하지 않으나 필요에 의해서 상대의 성과를 선택적으로 이용하고 각자의 목적 달성을 위해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대상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인식하며 때로는 대상을 축소, 확대, 왜곡하기도 하는 정치적이고 선택적(selective)인 형태이다. 전술적 모형은 정치적 모형과 다소 비슷한 양상으로 책임을 회피하거나 정치적, 상황적인 입장을 지켜내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나 정책을 이용한다는 관점이고 계몽모형은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거나 대중의 인식을 바꾸기 위한 방편으로 서로를 활용하는 형태이나 전술적 모형과 계몽모형은 현실에서 사례가 흔치 않고 다소 이론적으로 치우쳐 존재하는 개념적 모형으로 본 연구에서는 Boswell & Smith의 분류를 따라 네 가지 모형에 대해서 조명하였다.

표 3. 지식과 정책간의 상관관계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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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Garrison[20]은 Weiss와 같은 학자들의 선행연구를 정리하면서 정책 입안자들은 ‘동적 프로세스’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며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언제, 무엇에 대한 결정이 내려지고 어떤 정책이 수립되는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정책은 단순히 자료와 정보의 이용가능성, 정보 및 해답과 자원의 필요성, 연구자의 신뢰성이나 연구결과의 수용성, 연구 설계와 연구 목표 및 연구 결과의 효용성이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정책으로 결실을 맺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정책입안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정보 요인 및 그에 따른 시사점이 갖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정책 입안자, 정치적 이해관계자, 이익 단체, 대중매체가 정치적 권력을 매개체로 하여 이념, 신념 및 이해의 수렴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적절한 기회, 현실적 상황, 시기를 정치적으로 만나게 될 때까지 정책은 스스로 생겨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정책은 사회적 욕구 그 자체가 정책으로 승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념, 신념 체계,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상호 작용에 의해 만들어진 정치적 타협과 시기적절함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Weiss가 일찍이 긴급한 사회문제로 인해 정책결정에 기여하는 모든 당사자가 합의를 도출하지 않는 한, 정책 결정 기관들이 과학 연구의 결과를 일방적으로 수용하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게 해준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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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자료: Garrison[20]이 제시한 정책결정과정

따라서 사회적 요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관계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효과적으로 위해서는 검증되지 않은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의견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을 지양하고 어떤 효과를 추정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scientific evidence), 즉 통계나 연구 등 실증적 증거를 기반으로 정책적 의사결정을 통해 정책의 생산, 수행,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1.3 융합연구와 정책과의 상관관계

그 동안 연구의 성과나 지식의 형성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국제, 정치 및 행정 분야 뿐 아니라 의료·보건, 경찰 등 증거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조명되었으나[21-24], 융합연구는 타 학문이나 연구 분야에 비해 비교적 그 주목받은 시간이 짧아 현재까지는 융합연구과 정책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융합연구가 직면한 과제들의 원인은 융합연구와 단일 학제적 연구 분야들과의 차이에서 오는 부분도 있고 태생적 한계에 기인한 부분도 있다. 현재 국내의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융합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당면과제에 대한 해결책은 다분히 선형적이면서도 복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그 해결책들을 현재 한국연구재단과 산하의 융합연구 총괄센터, 그리고 인문사회기반의 융합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사업단이 제시하고 있는 융합연구 사업의 방향성에서 찾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첫 번째는 융합연구자 간의 네트워크 확장이다. 융합연구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융합연구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연구자간의 네트워크가 전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융합연구자간의 성과에 대한 공유이다. 확장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융합연구자 간의 성과가 공유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융합연구의 문화적 확산이다.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연구자들 간의 성과가 공유되어 그 결과로 진보된 연구의 성과들이 나타나게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융합연구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융합연구에 대한 저변이 확대되는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네 번째는 융합연구에 대한 지원의 확대이다. 앞에서 언급한 네트워크의 확장, 성과의 공유, 문화적 확산이 이미 제자리를 찾았고 현상, 전략, 혹은 융합연구의 패턴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할지라도 그에 걸맞은 지원이 없어서는 융합연구의 활성화를 이루기는 힘들 것이다.

융합연구를 활성화하고 목적한 사회적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연구재단, 총괄센터, 그리고 융합연구자들이 스스로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정책적인 부분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렇다면 융합연구가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서 정책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고 또 정책으로의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까? 사회적인 맥락과 배경이 원인이 된 자발적 융합연구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을지 혹은 정책적인 견인에 의해 배양되어지는 융합연구가 좋을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사회적인 필요에 의해 융합연구가 시작이 되었건 정책적인 견인에 의해 융합연구가 시작되었건 간에 결과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는 지점에 도착하는 것은 가능해 보이지만 과연 얼마나 효율적으로 그리고 시기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가에 대한 부분이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III. 연구 설계 및 방법론

1. 연구 질문

융합연구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해당 사회에서 융합연구의 성과, 혹은 그로인한 기술의 발전과 혁신이 정책결정과정에 미치는 영향의 역학관계에 대해 탐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과연 정책이 연구를 완성하는 것인가 아니면 연구가 정책의 형태를 결정하는 것인가? 즉, 정책이 연구 성과를 견인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톱다운(top-down) 접근법이 융합연구의 활성화에 효과적인가 아니면 연구자들 스스로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그런 움직임이 결과적으로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바텀업(bottom-up) 접근법이 효과적일 것인가에 대한 역학관계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상호작용적(순환적)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이를 위해 융합연구의 활성화와 융합연구에 우호적인 정책결정과정을 모색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탐색을 수행하며 긍정적인 융합연구의 성과 추구와 우호적 정책결정과정의 변화를 도모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보기로 한다. 이를 토대로 본 연구에서 살펴보아야 할 연구 질문은 다음과 같다:

연구 질문 1: 연구 성과가 정책 형성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무엇인가?

연구 질문 2: 정책이 연구 성과에 영향을 미친 사례는 무엇인가?

연구 질문 3: 융합연구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2. 연구설계

본 연구는 사례연구로 연구 성과가 정책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의 방향과 상호간의 반응성을 살펴보았다. 크게 다음과 같이 네 가지로 구분하여 각각의 유형에 부합하는 사례를 탐색하고 연구 성과와 정책결정 간의 상호관계를 조명해 보았다.

표 4. 영향력의 방향과 반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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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바텀업(공급모형)에서는 연구의 성과가 정책생산에 영향을 주는 양상이며 연구의 성과가 있어야만 정책이 움직이게 되므로 Weiss의 연구에서 제시한 것처럼 연구(지식)이 정책의 동인(drive)이 되며 정책생산을 위한 공급(supply)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12]. 반면, 흔히 정부 또는 기관 주도의 연구지원 사업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톱다운(견인) 방식이라 볼 수 있는 관계에서는 특정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정책이 주도적으로 연구의 규모와 분야 및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 이 경우, 특정분야가 집중적으로 육성되기도 하지만 지원의 테두리에 속하지 못하는 분야는 소외되어 뒤처지거나 도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한편 연구와 정책이 상호적으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서로의 발전에 대한 제약을 낮추거나 제거하려는 호혜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경우, 상호작용과 순환적 연속성을 가지며 정책의 의도와 연구의 성과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합치하였을 경우가장 이상적인 형태의 연구와 정책 간의 관계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반대로 정책이 연구에 대한 제한 또는 금지를 목적으로 하거나 정책적인 설득을 위해 연구가 진행된다면 의미 없는 소모전으로 진행될 수 있는 가능성도 예상해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연구와 정책이 서로에 대해 무심하거나 적대적인 경우, 상대방의 장점에 대해 인정하기 보다는 완전히 제공되는 정보 중에서 스스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보를 선택적으로 여과, 왜곡, 발췌, 생략하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

3. 연구절차

본 연구에서는 첫째로 연구의 성과, 혹은 그 결과로 야기된 기술의 발전이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하여 국내외의 사례를 살펴보고, 둘째로는 사례를 토대로 바람직한 연구 성과와 정책결정 사이의 역학 관계를 탐구하며, 셋째로는 융합연구의 활성화와 정책적 지원의 증대를 도모하기 위한 정책 결정과정의 개입 및 변화 방안에 대해 모색해 보았다.

IV. 영향관계 사례분석

1. 연구 성과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융합연구의 성과가 정책결정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사례를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일반적으로 연구의 성과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라고 한다면 정책학에 있어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증거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증거기반정책이란 정책 과정에서 효과를 추정할 수 있는 어떤 근거에 의하여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회가 합리화 되고 민주화 할수록 과학적 증거를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효과적인 정책서비스의 전달과 사후적 책임에 대한 압박이 다방면적으로 존재하게 된다[20]. 더욱이 통계와 연구 및 평가 결과 등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주장하는 이데올로기나 의견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의사결정에 비하여 과정이 투명해지고 내용이 더 강력해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증거기반정책은 정부 예산의 효과적 사용이라는 전통 행정학 이론에 부합하며, 정책 대상에 대한 주요 설득 도구인 데이터의 수집 및 분석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함에 따라 이론의 실효성이 높아지고 있다[24][25].

한편, 연구 성과가 과학적 증거로서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오랜 시간 거쳐야만 가능한데 하나의 성공적인 연구가 다수의 연구자에 의해 반복적으로 그 유용성을 검증받아야 하고 사회적ㆍ경제적 영향력이 충분히 지속적이고 공공의 안녕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부분을 인정받아야하기 때문이다. Davis는 실증연구가 공공정책형성의 중요한 축이라고 주장하면서 특정 이슈에 대한 공중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 연구자들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했다[22]. Weiss는 기초연구와 응용연구를 성공적으로 거쳐 반복적인 개발을 거친 후에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그제서 현실에 적용될 기회가 비로소 생기지만 이마저도 정책과의 뚜렷한 연결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그나마 공학과 과학기반 분야의 성과에서 좀 더 높은 가능성을 보이지만 개념적인 성격이 강한 사회과학의 연구 성과는 유형적이고 기술적인 재현성이 낮기에 더욱 그런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였다[11][24]. 하지만 그동안 정책 형성에 있어 간과되던 인문, 사회, 예술 분야의 성과가 이공계 분야의 성과와 융합하게 된다면 그 가능성이 훨씬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특정분야의 연구 성과, 특히 그나마 융합연구에 가까운 기술적인 진보가 정책적으로 큰 영향을 제시한 사건 중 하나는 2016년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한판 승부가 아닐까 한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은 인간의 지능에 해당하는 지각, 추론, 학습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시스템으로 인간이 공학적으로 구현한 것을 말한다. AI는 예전부터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 등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하던 개념이었으나 1956년 여름 다트머스칼리지의 워크숍(Dartmouth Summer Research Project on Artificial Intelligence)에서 존 매카시(John McCarthy)가 처음 연구 분야로써 제시한 이래 수많은 실패와 발전을 거듭하였다. 물론 경기 전인 2015년에도 이미 미래부에서는 ‘지능정보 민관합동 자문위원회’ 운영이나 16년 1월 부처업무보고에서 ‘국가지능정보화 전략수립’발표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세돌 프로의 충격적인 패배 이후에 이 경기가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였던 인공지능의 놀라운 발전과 실용성에 있어서 큰 의미를 제시하였으며 이에 탄력을 받아 2016년과 2017년에 지능정보산업 발전 전략(2016년 3월), 지능정보사회 중장기 종합대책 (2016년 12월), 4차 산업혁명 대응계획(2017년 11월), 인공지능 R&D전략(2018년 5월)등의 인공지능 관련 연구 및 기술 육성 정책과 전략을 발표하였다. 이후 인공지능을 비롯한 다양한 정보기술로 인한 시장, 경제, 사회 전반의 격변을 예측하고 인공지능관련 정보기술의 도입, 확산 및 차별화된 기술의 확보를 목표로 하여 선진기술의 확보와 독자적 차세대 기술 개발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다 (융합연구정책센터, 2019). 이러한 정책적인 움직임은 비단 인공지능관련기술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기술들을 포괄하고 있는데 이들 기술의 면면을 살펴보면 인공지능, 모바일, 클라우드컴퓨팅, 빅데이터, IOT 분야와 기술 간 융합을 통해 지능형 로봇, 체내 삽입형 기기, 스마트 공장, 스마트도시, 블록체인, 자율주행자동차, 유전체 분석, 커넥티드 홈, 3D프린팅,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확장을 꾀하고 있다[26].

연구의 성과가 부정적으로 정책에 미치는 사례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증거로서 정책에 미치는 사례는 아니지만 연구의 성과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거나 혹은 하나의 큰 사건ㆍ사고로 이어지는 등부정적인 이슈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고 한다면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책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직접적인 정책으로의 연결점은 없었으나 과거 한국을 큰 충격에 몰아넣었던 줄기세포와 관련한 연구조작 사건이나 일본의 만능세포와 관련한 연구부정행위와 같은 사건은 충분히 정책적인 개입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한다.

2. 정책이 연구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대부분의 경우, 연구 성과가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정책의 영향으로 연구과제의 성과가 주목을 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가 존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연구 성과가 기대된다고 한다면 연구 성과가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선형적인 과정을 거치게 되겠으나 공통의 문제가 존재하고 해결해야 할 뚜렷한 목적이 존재하기 때문에 오히려 소요되는 시간이 훨씬 짧을 수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발견과 해결에 있어서의 적시성과 연구 성과의 실수요자와의 밀접성이 다소 괴리가 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또한 정책적으로 연구를 견인하는 것이 가지는 부정적 영향은 특정 분야의 연구는 급격히 성장할 수 있으나 그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연구의 경우 소외되어 경쟁력을 잃게 될 수 있다.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국책사업들은 대부분 이 형태에 속한다.

미국의 경우 미국경쟁력강화계획(ACI: American Competitiveness Initiative), 국가나노기술계획(NNI: National Nanotechnology Initiative), 네트워킹 정보기술 연구개발(NITRD: Networking and Information Technology Research Development)와 같은 사업이나 프로그램들이 이런 예로 볼 수 있다.

EU는 Horizon 2020과 Robot-Era 프로젝트, Human Brain Project가 있으며 일본의 경우 초 스마트 사회를 지향하는 Society 5.0도 융합연구의 육성을 위한 국가적이고 정책적인 노력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융합기술 발전 기본방침, 제1차 국가융합기술 발전 기본계획, 제1차 산업융합발전 기본계획, IT융합 확산전략, 나노(NT)융합산업 발전전략 등이 이에 속한다. 한편, 한반도를 위협하고 있는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미세먼지일 것이다. 미세먼지는 환경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이며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세먼지와 공해물질이 중국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들어오고 있어 국가 간의 협력체계가 중요한 문제이다. 게다가 미세먼지와 관련한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그동안 대기오염물질의 하나로만 인식되어 오다가 2016년에 정부에서 미세먼지 대응전략 수립과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하고 함께 대응기술 분류체계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대응기술과 관련한 연구로 이어지게 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세먼지는 단순히 하나의 대기오염 물질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연구가 거듭된 결과 다양한 분야가 결합된 복잡한 문제이고 그 원인이나 구성물질 또한 복합적으로 엮여 있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통합적 연구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미세먼지 R&D패키지 투자모델을 구성하는 한편, 지원 분야를 현상규명 및 예측, 배출 저감, 미세먼지 노출 및 건강에의 영향 최소화, 제도 및 소통체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4][27][28].

3. 연구 성과와 정책이 상호간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가장 바람직한 형태의 상호관계이며 앞서 언급한 공급과 견인의 두 가지 연구-정책 관계 모형이 어떤 계기를 통해 상호 관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성숙하여 능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언급하였던 인공지능의 경우, 실리콘밸리를 거점으로 하는 세계적인 혁신기업들은 이미 인공지능 관련기술을 적극 연구하고 활용하여 각자 영역에서의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고 이들이 내놓은 많은 성과 가운데 하나가 알파고이다. 이런 기업들이 보인 성과가 정책적인 시사점을 제시하고 저변확대를 위해 민간부문의 지원을 위한 정책이 생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꺾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머신러닝과 인공지능에 대한 소위원회(Subcommittee on Machine Learning and Artificial Intelligence: MLAI)를 백악관 직속 기관 산하의 국가과학기술심의회 (National Science and Technology Council: NSTC)에 신설하는 한편, 국가 인공지능 R&D전략 계획을 수립하고 국가인공지능 R&D전략 보고서와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준비(Preparing for the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4. 연구 성과와 정책이 배타적인 경우

상호간의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될 수 있으며 서로의 의도와는 달리 정보의 발췌, 왜곡, 생략이 일어날 수 있는 관계이다. 윤리적으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더 큰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히 존재한다. Union of Concerned Scientists의 보고서에 의하면 부시행정부가 기후변화, 보건, 멸종위기 동ㆍ식물에 대한 연구결과를 왜곡하고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하여 정부의 메시지 전달에 유리하게 이용하고 선택적으로 정책반영에 이용했다고 주장했다[29].

V. 논의

연구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양상일 경우, 연구의 활용이 문제의 발견과 해결의 적시성, 연구 성과의 수요자와 밀접성이 높을 것이나, 정책적으로 선택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정책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나 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의 성과가 정책으로 연결되거나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즉각적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과정이다. 반면 정책이 연구의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상대적으로 가시적이며 일반적이다. 현재 융합연구의 성과가 정책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애요인들을 타개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한편 융합연구자들 간 규모의 경제를 이룰 필요가 있다.

융합연구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거나 하나의 거대한 생태계로 작용하게 되기 전까지는 앞서 다룬 내용들에서처럼 정책적인 지원에 상당부분 의존하게 될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30][31]. 그러기 위해서는 앞서 다루었던 정책결정의 ‘동적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융합연구의 성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하여 자료와 정보의 이용가능성의 측면으로 대비하고, 정보 및 해답과 자원의 필요성, 연구자의 신뢰성이나 연구결과의 수용성, 연구 설계와 연구 목표 및 연구 결과의 효용성을 갖추고 높이는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한편 정책 입안자를 비롯한 정치적 이해관계자와 이익 단체 그리고 대중매체와의 관계 관리는 물론 이념과 신념, 이해의 수렴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기회를 빈번하게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할 것이다.

VI. 결론 및 제언

1. 결론

본 연구에서는 융합연구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연구의 성과와 정책과의 영향관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융합연구가 정책에 영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융합연구 그 자체가 신뢰성과 현실성을 지닌 강력한 증거가 되어야 하고 그 성과들이 정책 참여자들에게 설득력을 가져야 한다. 융합연구가 증거로서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융합연구의 성과가 증거로서의 질을 기본적으로 확보하여야 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융합연구 성과가 지속적으로 도출 되어야 하며, 그 성과에 대해 활발한 소통과 홍보 및 네트워크의 확산을 통해 정책 참여자의 협력을 얻는 한편, 연구의 성과가 실용적으로 정치이념을 뛰어 넘어야 하며, 정책 참여자가 융합연구의 성과를 증거로서 신뢰할 수 있도록 그 성과가 체계적으로 집적되어야 한다.

반면에 융합연구의 성과가 합리적 증거로서의 역할만 수행해서는 이념이나 규범에 미치는 영향이 과소평가 될 수 있고, 연구자가 아닌 이해관계자 참여가 소홀히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정책과 연구 간 시점의 불일치 문제, 즉 양자 간의 적시성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융합연구가 정책수립을 위한 증거로서 활용되기 위해서는 이를 평가하는 전문가들 또한 융합적 역량을 가지고 다방면적으로 문제 요인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각 분야 전문가의 병렬적 나열이 아닌 융합연구에 전문성을 가진 평가자들을 확보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이는 관계부처와의 관계형성이나 만족도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관계부처의 만족도는 정책의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30]. 또한 정책수립에 있어 변화가 빠른 분야에서 융합연구의 성과가 정책에 적용되기 위해서 충분한 증거의 양과 질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이는 융합연구가 활용가능한 공공의 수요가 무한한 반면, 융합연구의 성과를 공급하는 연구자 입장에서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함에도 그 원인이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첫째, 일반 대중의 관심과 융합연구의 저변확대, 그리고 융합연구에 대한 인식개선을 추구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공공의 수요가 충족되고 복잡한 사회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을 통해 정치적인 호응을 얻고 그 결과로 융합연구의 정책에 대한 영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매개체로 인식 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 정치적 주목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융합적 인재상을 정립하고 융합적 역량을 육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를 위해서는 융합연구에 대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함은 물론이고 융합연구를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진흥법의 제정 등 제도적 개선이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2. 향후연구제안

지금까지 융합연구의 성과가 과학적 증거로서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에 대해 살펴보았다. 본 연구의 앞부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연구의 성과가 정책으로서 실체화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요구와 연구 성과가 정보나 증거로서의 이용가능성 외에도 다양한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이념, 신념 및 이해의 수렴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적절한 기회, 현실적 상황, 시기가 정치적으로 성립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살펴보았다.

차재권 등[31]은 정보의 흐름이 디지털 매체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면서 공식적인 정책행위자의 주체가 행정 관료에서 국회의원과 같은 정치적인 성격의 공인(public figure)에게로 넘어오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와 마찬가지로 정책행위자가 상호작용을 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패턴 역시 변화하고 있다고 하였다. 소위 철의 삼각(iron triangle)이라고 불리던 입법-행정-이익단체가 각자의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디지털 매체의 영향으로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능동적으로 정책생산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본 연구를 진행하면서 눈 여겨 보았던 제도 가운데 하나는 미국과학재단(NSF)이 Dear Colleague Letter(DCL)라고 하는 서신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이 DCL은 미국 하원, 상원, 위원회 구성원, 임원이 다른 의회 사무소에 대량으로 배포하는 공식 서신으로 ‘Dear Colleague’(친애하는 동료/의원님께)라는 인사말로 시작되며 대개 1~2페이지의 500단어 안팎의 짧은 서신이다. DCL은 종종 다른 사람들이 법안을 후원하거나 지지하거나 반대하도록 격려하는데 사용되며 법령이나 결의안에 관한 DCL은 일반적으로 지지나 반대에 대한 이유나 이유와 함께 법령이나 기타 주제에 대한 설명을 포함한다. 또한 정책에 대한 제언을 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많은 행정 기관들이 사용하는 방법인데 NSF의 경우 새로운 아젠다가 도출되거나 새로운 연구지원 사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할 때마다 DCL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와 미국의 연구지원에 대한 예산의 차이나 정치적 구조가 매우 상이하지만 이 DCL이 가지는 시사점은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치체제하에서 융합연구자들의 요구사항을 하나의 목소리로 녹여내어 정책관계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며 이에 대한 후속연구가 정책학, 정치학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어떨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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