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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roperties & Limits of Trans-media Contents in TRAIN TO BUSAN and SEOUL STATION: Focusing on the Multimedia expansion of 'Possible Worlds'

<부산행>과 <서울역>에 나타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속성과 한계: '가능 세계'의 멀티미디어적 확장을 중심으로

  • Received : 2020.06.26
  • Accepted : 2020.07.20
  • Published : 2020.08.31

Abstract

Train to Busan(2016) and Seoul Station(2016) contain trans-media properties in terms of the expansion of 'possible worlds' from the original story, and show the cultural and economic potential of the domestic trans-media contents with industrial systems added to the artist's competence of Dir. Yeon Shang-ho, an animator and film director. But they also have limits of the lack of continuity in time and characters between each media, various derived contents and suitable marketing strategy. For the development of Korean trans-media contents, it is necessary to extend the range of contents, find changes in production time and style, and improve the distribution environment to encourage a user to integrate contents from each platforms.

Keywords

1. 서론

트랜스미디어는 단일 미디어가 지니는 창작과 향유의 경계를 ‘초월(trans)’하거나 ‘횡단(cross)’하며 다수의 미디어가 원형이 되는 스토리를 매개로 융합되거나 변주되는 미디어를 의미하는데, 동일한 내용의 콘텐츠가 다른 하드웨어로 전이되는 현상과 사용자가 여러 미디어를 접하면서 이동하는 경향을 포함하기도 한다[1]. 따라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에 관한 연구는 원형 스토리에서 파생된 콘텐츠를 각각의 미디어에 최적화된 스토리텔링으로 재구성하고 수용자가 새롭게 구성된 스토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각기다른 미디어의 콘텐츠를 통합하게 하는 방법을 중심으로 진행됐다[2].

국내에서는 상업적 성공이 검증된 영화나 드라마, 웹툰, 웹 소설, 게임 등을 다른 미디어로 재가공하는 ‘상향식(Bottom-up) 창작[3]’의 OSMU(One-Source, Multi-Use)의 개념으로 트랜스미디어가 알려지게 되면서, 그 영향력이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제대로 평가되지 못했다. 국내 트랜스미디어 시장의 초보적인 단계를 벗어나는 데 획기적인 공헌을 한 작품은 웹툰 <미생>이다. <미생>은 웹툰(2012), 도서, 모바일 영화 <미생 프리퀄(Prequel)>(2013), 케이블 TV 드라마<미생>(2013), 캐릭터 상품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 색깔을 달리하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 텔링 전략을 구사했다고 평가된다.1) 2014년 KT경제경영연구소는 <미생>은 OSMU에서 한 단계 진화된 개념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을 확인시켰고, 하나의 콘텐츠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생성할 수 있는 경제적 파급 효과를 환기시켰다고 분석했다. <미생>은 각기 다른 플랫폼에서 별개의 이야기를 풀어내지만, 이들이 모여 하나의 세계관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전략은 단일 콘텐츠의 한계를 벗어나 콘텐츠의 수명을 연장하고 다양한 계층의 소비자를 확보해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4].

트랜스미디어는 창작자와 향유자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완성되는 미래 지향적 콘텐츠이며, 급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을 선도할 대표적 콘텐츠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트랜스미어 콘텐츠가 이미 문화 산업적 경쟁력을 획득한 것에 비해 국내 시장에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규모와 인지도는 여전히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다발적 개발과 배급이라는 상품화 공정의 특수성으로 인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제작과 배급에 필수적인 자본력이 가장 큰 한계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불리한 제작 환경에서도 <미생>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영향력과 상업성을 재평가하게 했다면, <부산행>과 <서울역>은 애니메이터(animator)이자 영화감독인 연상호의 작가적 역량에 산업적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다양한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본 연구는 <부산행>과 <서울역>에 나타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속성과 한계를 가능 세계의 멀티미디어적 확장2)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콘텐츠의 제작 방법과 시기보다 서사와 배급의 확장성에 집중한 한국형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지향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부산행>과 <서울역>에 나타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속성과 가능 세계의 멀티미디어적 확장

헨리 젠킨스(Henry Jenkins)는 “하나의 스토리가 영화로 소개되고, TV, 소설, 만화로 확장된다”라는 ‘확장성’과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각각의 스토리가 그것을 탐험하고자 하는 참여자들에게 전체 프랜차이즈로 가는 입구가 된다[5]”는 ‘참여성’을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주요한 특징으로 설명한다. 확장성이란 <미생>과 같이 하나의 콘텐츠가 각기 다른 미디어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 스토리 자체가 변주되거나 <어벤져스>(The Avengers, 2012)처럼 캐릭터 각자의 이야기로 분화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마리 로르 라이언은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에서 ‘확장’은 원작 스토리의 세계를 시공간적으로 연장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인물과 배경 등 더 많은 존재물(existents)을 추가하거나, 원형 스토리의 서브 캐릭터들을 파생 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전환하거나, 캐릭터들이 원형 세계에 설정되었던 새로운 지역을 방문하거나, 프리퀄이나 시퀄(Sequel)을 통해 원형 스토리의 시간적 배경을 앞뒤로 늘리고 공간적 배경을 확장하는 방식이 그것이다[6]. 요약하자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확장은 시간과 공간의 확장을 포함하며, 원형 스토리가 비극적인 결말과 폐쇄적인 스토리 구조를 지녔을 경우 불가능하므로 스토리와 캐릭터를 다양하게 분리, 또는 확장할 수 있는 열린 구조의 플롯을 기본으로 한다.

<부산행>과 <서울역>은 원형 콘텐츠의 확장성 면에서 <미생>의 계보를 잇는 한국형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평가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첫째, 두 영화는 원형 스토리 <부산행>과 프리퀄 <서울역> 간에 스토리 세계와 제작 기간을 공유함으로써, 트랜스미디어와 유사한 제작 방식을 따르고 있고, 둘째, 두 영화가 실사영화(Live action)와 애니메이션이라는 각기 다른 미디어의 장점을 살려 제작되었으며, 셋째, 창작자가 애니메이터이자 영화감독이므로 미디어 ‘횡단’과 ‘융합’에 유리한 제작 조건을 지니고 있고, 넷째, 체계적인 투자와 제작 시스템을 갖춰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산업적 경쟁력을 확인시켰으며, 다섯째, 두 영화가 캐릭터와 장소를 통해 텍스트의 가능 세계와 내러티브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스토리 세계를 연결한 점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속성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특히, 가능 세계와 내러티브의 멀티미디어적 확장은 <부산행>과 <서울역>이 지닌 트랜스미디어의 속성을 다수 포함하는 포괄적인 특징이므로 가장 중요한 분석 항목이 될 수 있다.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하나의 미디어 속에 완성된 이야기이자, 다른 미디어로 확장된 이야기의 부분, 혹은 그 진입로가 될 수 있으며, 모든 미디어의 이야기가 상호 연결되어 하나의 스토리 세계를 구축한다. 따라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매트릭스>(Matrix, 1999)3)처럼 미디어별로 배치된 이야기의 완결성과 독립성, 그리고 동시에 상호 연결성을 중심으로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사용자의 참여는 콘텐츠와 그것이 확장된 미디어, 그리고 사용자의 현실 세계와 콘텐츠 속 가상세계의 밀도 있는 연관성에 기인하는데, 이처럼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안에 복합적으로 구축된 이야기 세계를 가능 세계라 칭한다. “가능 세계라는 개념은 가능성과 필연성의 연구에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개념으로 예를 들어 풀밭이 빨간색인 것이 가능하다거나 빨간색이었을 수도 있다고 한다면, 풀밭이 빨간색인 세계가 가능 세계[7]”라는 라이프니치(Gottfried W. Leibniz,)의 주장은 우주에 무한히 많은 가능 세계들이 존재하고, 인간들이 사는 세계는 ‘실재’라 불리는 현실 세계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가능 세계 이론은 1950년대 솔 크립키(Saul A. Kripke)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서 가능성과 필연성의 의미론을 다룬 ‘양상 논리 (Modal logic)’로 체계화되었고, 논리학과 철학을 넘어서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도 허구성과 허구적 세계에 대한 논의로 점차 영향력이 확산하고 있다[8].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에서 가능 세계는 허구의 세계가 매체별로 확장되는 것을 의미한다. 마리 로르 라이언(Marie-Laure Ryan)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허구적 텍스트가 가능 세계를 현실 세계로 하는, 새로운 현실 세계와 가능 세계들로 이루어진 세계라고 주장한다[9]. <배트맨>의 공간적 배경은 어둡고 우울한 도시 고담으로 뉴욕이나 서울, 파리, 런던과 같은 실제 도시에 가능 세계를 결합해 지구상에 어느 곳엔가 있을 법한 가능 세계를 보여준다. <부산행>의 공간 속에는 구제역 사태를 언급하는 오프닝 시퀀스나 ‘오 필승 코리아’ 벨소리 등 리얼리티 유지를 위한 장치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좀비라는 낯선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관객이 현실의 사회와 영화 속의 사회가 다르다고 느끼면 몰입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10]”는 연상호 감독의 설명은 가능 세계가 허구적 텍스트에 더해서 현실 세계를 반영한다는 라이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실의 ‘서울’과 허구의 ‘좀비’가 섞여 있는 연상호의 가능 세계는 각기 다른 영화의 장소와 사건을 연결하고 그 안에 인물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Fig. 1은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의 마지막 장면과 <부산행>의 초반부에서 서울의 화재를 목격하는 장면의 연결을 보여주는데, “어떤 상품이든 전체 프랜차이즈로 가는 입구가 된다”는 젠킨스의 주장에 부합하는 가능 세계의 확장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가능 세계는 미디어 이동을 통해 변형, 또는 재구성되므로, 그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미디어 선택의 기준이 되고, 이 과정에서 <부산행>과 <서울역>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서의 또 다른 속성을 포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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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1. Burning City‘Seoul’in Train to Busan and Seoul Station.

<서울역>은 시간과 공간 활용의 경제성 면에서 가장 유리한 제작 조건을 가진 미디어로 애니메이션을 선택했다. 연상호 감독은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볼 수 있는 ‘자잘한 뉴스와 사건들의 종합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11]. 그의 의도를 반영하려면 촬영 장소와 등장인물의 수가 많아지면서 제작비용이 늘어난다. 또한,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촬영 통제로 인한 시간과 인력의 소비가 증가하고, 도시가 파괴되는 장면은 실사 촬영 이미지에 컴퓨터 그래픽을 입힌다 해도 적지 않은 예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역>을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서 로케이션 촬영과 캐스팅, 후반 작업에 대한 경비를 절약할 수 있었고, 감독이 여러 가지 임무를 수행하면서 인건비를 절약한 대신, 실사영화에 비해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가능해졌다. 감독이 배우와 스태프와의 소통과 촬영 가능성 타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약에서 벗어나, 다양한 캐릭터와 영화적 시공간을 자유자재로 창작할 수 있으므로 가능한 일이다. ‘<부산행>이 실사라서 못했던 것을 <서울역>이 애니메이션이라서 했던 것’이라는 감독의 말은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한다.

반면에 <부산행>은 KTX 기차 안이라는 협소한 공간에서 이야기 대부분이 전개되므로 실사영화로 제작되는 것이 인상적인 장면 연출에 유리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시드니 루멧, 1957)처럼 닫힌 공간을 주요 배경으로 해서 연극적 요소가 짙은 영화를 구상했다는 연상호 감독은 달리는 기차의 속도감을 영화적 시간 구성에 활용했고, 객실과 좁은 화장실, 기차역의 시설 등을 영화적 공간 구성에 반영해 흥미로운 장면을 연출했다. 대전역에서 좀비들이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 ‘회전초밥 신’이나, 천안 아산역에서 창밖으로 좀비들을 구경하도록 구성한 ‘사 파리 신’이 여기에 해당한다. 전복된 기차 안에서 창문에 빼곡히 달라붙은 좀비들을 바라보는 장면은 아쿠아리움을 관람하는 것처럼 연출되었는데,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단조로운 액션에 변화를 주기 위해 고안된 미장센이다[12]. 이러한 장면은 실사영화로 구현될 때 더 많은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몰입을 높일 수 있다. 그림으로 그려진 허구의 캐릭터와 시공간을 전제로 한 애니메이션으로 <부산행>이 제작됐다면, 이러한 장면이 사실감과 현장감을 획득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실사영화 <부산행>에서 애니메이션 <서울역>으로 이동, 확장되는 ‘좀비’의 가능 세계는 그곳을 배경으로 움직이는 캐릭터와 함께 이야기의 범위를 확대한다. 이것은 원형 콘텐츠를 공유하면서도 각기 다른 미디어에 분리된 콘텐츠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특징에 해당한다.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캐릭터 아크(Character-arc)’를 통해 각기 다른 미디어에 스토리를 확장하고, 분화된 스토리의 독립성과 상호 연결성을 강화한다. 트랜스미디어에서의 ‘캐릭터 아크’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동안 일어나는 ‘캐릭터의 변화 또는 내면의 여정’[13] 뿐만 아니라, 원형 스토리의 서브 캐릭터(sub character)가 다른 프랜차이즈에서 주인공이 되는 것을 포함한다. 김희경은 이것을 ‘서브 캐릭터의 적극적 활용’이라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구성 요소로 제시했다.4)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 맨> 등에는 프로타고니스트(protagonist)와 그를 도와주는 주변 캐릭터들, 그리고 프로타고니스트에 저항하는 안타고니스트(antagonist)가 등장한다. 1989년 시작한 영화 <배트맨> 시리즈의 대표적인 안타고니스트‘조커’, 아서 플렉은 2019년 영화 <조커>(J oker)에서 주인공으로 설정되었는데, 이처럼 기존 콘텐츠의 서브 캐릭터들은 파생 콘텐츠의 주인공으로 탄생하기도 한다. 서성은은 이러한 각색 형식을 OSMU의 ‘다시 쓰기’식 매체 전환과 차별화되는 ‘덧붙여 쓰기’와‘새로 쓰기’라고 정리한다[14].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사용자의 요구를 반영해 배경 스토리(back story)를 공고히 다듬어 원형 콘텐츠에 덧붙이거나, 원형 콘텐츠에는 찾아볼 수 없는 스토리를 새로 생산한다는 특징이 있다.

<부산역>과 <서울역>의 가상 세계를 연결하고 내러티브 확장을 실체화하는 캐릭터는 ‘혜선’이라는 20대 여자다. <부산행>에서 <서울역>으로 혜선의 내러티브가 이동하도록 고안하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출발이 임박한 기차 안으로 뛰어들어 바이러스를 퍼뜨린 그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호기심을 유지하는 것이다. <부산행>에서 혜선은 영화의 러닝 타임 15분경에 등장해서 총 90초 동안 존재한 캐릭터로, 충분한 배경 스토리를 지니지 못한 단역이다. 그러나 다양한 카메라 워크, 강렬한 분장과 퍼포먼스로 관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캐릭터로 각인되면서, ‘변화’와 ‘여정’을 기본으로 덧붙여 쓰인 <서울역>의 주인공으로 분하는데 당위성을 획득한다.

그러나 <부산역>과 <서울역>을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묶기에는 캐릭터와 시간의 연속성이 부족하다. Fig. 2에서 보듯이 <서울역>과 <부산행>에서 혜선의 복장이 다르고, <서울역>에서 혜선은 이미 좀비가 되었는데, <부산행>에서는 좀비로 변하기 전의 모습부터 보여 주며 캐릭터의 연결성을 지키지 못한다. 또한, <서울역>에서 서울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초토화가 된 상황인데,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부산행 KTX 에 오른다는 것도 스토리의 시간적 연속성을 벗어난다. 이러한 불연속성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두 작품이 정교하게 이어지기보다 영화 속 사건의 시간순서만 이어지는 옴니버스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는 <부산행>과<서울역>이 서로 닮은 듯 다른 모습으로 ‘짝'을 이루기를 바랐기 때문에, <부산행>의 좀비 여자와 <서울역>의 혜선이 입은 의상을 전혀 다르게 설정했고,<부산행>의 제목은 <서울역>의 다른 이야기쯤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도록 ‘부산행’이라고 정했으며,<부산행>의 결말은 다소 희망적으로 매듭지으며<서울역>의 비극적 엔딩과 대비를 이루게 했다고 설명한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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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2. The same female character in Seoul Station & Train to Busan.

이기적인 생존 본능을 드러내는 <부산역>의 용석 (김의성 분)과 자신은 애국자이며 다른 사람들은 쓰레기라고 외치는 <서울역>의 중년 남자가 겹쳐지는 것처럼, 연상호는 한 영화에 등장하는 단역이나 조연을 다른 영화에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각기 다른 미디어로 분배된 콘텐츠의 연관성을 유지한다. 그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캐릭터는 <부산역>과 <서울역>의 절정 부분을 공통으로 관통하는 대규모의 진압 경찰들, 혹은 군인들이다. <부산역>에서는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군인들, <서울역>에서는 좀비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은 시민들을 저지하는 동원 경찰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하는 시민들을 막아선 안타고니스트이며, 두 영화의 연결고리가 되는 영화적 장치에 속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부산역>과 <서울역>의 판타지를 확장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좀비다.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에서는 두드러지지 않았던 연상호의 판타지 세계는<부산행>과 <서울역>을 거치면서 강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캐릭터들은 적대적 관계가 뚜렷한 계층의 대결을 만들어, ‘권선징악’을 부각하고, 주인공이 다른 이들을 해치는 장면에서 죄의식을 제거하기 위해 설정되었다. <레지던트 이블> 시리즈의 ‘인간 대 좀비’처럼 <부산역>과 <서울역> 역시 게임 등의 파생 콘텐츠를 만들 때 장점이 되는 양극의 등장인물들이 존재한다.

3. <부산행>과 <서울역>을 통해 본 한국형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한계와 과제

<부산역>과 <서울역>은 다양한 트랜스미디어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체와 플랫폼별로 차별화된 소통법과 마케팅 전략을 적용하지 못하면서, 이용자 참여적 속성에 한계를 드러낸다.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참여성은 사용자가 이야기의 세계를 게임이나 놀이공원, 영화나 웹툰 등 다양한 경로를 거쳐 적극적으로 탐험하거나 여기에 더해서 UCC, 팬덤(Fandom), 팬픽션(Fan-fiction) 등을 통해 능동적이며 창의적으로 활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젠킨스와 드에즈(M. Deuze)는 이용자가 다양한 콘텐츠 조각들을 맞추면서 스스로 콘텐츠와 소통하는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미디어 행위를 브리콜라주 (Bricolage)로 지칭하였다[16]. 트랜스미디어를 향유하는 사람들을 콘텐츠를 ‘탐험’하고 ‘경험’하는 사용자라 칭하는 이유는 그들이 원형 콘텐츠를 수용하고 다른 미디어로 확장된 세계를 적극적으로 찾아내 경험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콘텐츠가 만화, 소설, 웹툰, 게임, 영화 등 각 미디어의 특징을 잘 반영한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로 변화할 때마다 사용자들은 각기 다른 미디어에 구축된 스토리를 체험하고 종합하며, 그 이상의 만족을 위해 다른 미디어 속에 변이된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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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3. Zombies in Train to Busan & Seoul Station.

영화 <부산행>을 통해 한국형 좀비 영화의 이질적인 경험을 획득한 관객들이 좀비 바이러스를 퍼뜨린 여자의 정체를 알고자 <서울역>을 관람하는 현상은 게임이나 인터랙티브 시네마에서 사용자가 콘텐츠의 내용을 변화시킬 수 있는 텍스트 내적인 참여와 달리, 콘텐츠의 플롯을 바꿀 수 없는 텍스트 외적인 참여에 해당한다. OSMU 콘텐츠에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진화한 대부분의 국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가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첨단 미디어 시대의 콘텐츠 소비자는 브리콜라주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요구하고 있다. 콘텐츠의 소비 형태는 이미 정적이고 수동적인 면모를 벗어나 자발적이며 적극적인 행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미디어에서 사용자의 적극적 개입을 유도하는 방법은 콘텐츠 기획과 마케팅 단계에서 집중적으로 검토된다. 제작자는 각각의 미디어가 지닌 스토리텔링의 장점을 살려 콘텐츠를 동시다발적으로 보급하고, 소비자가 각기 다른 미디어에 분산된 스토리를 찾아 통합하도록 전략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서울역>은 (주)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에서 실사영화 리메이크를 제안받은 작품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존재하는 영화를 실사영화로 다시 만드는 것을 대신해 <서울역>과 연결되는 다음 날의 이야기를 구상해 <부산행>을 제작했다. “정신이 없기는 했지만 두 작품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작업이었다[17]”는 연상호 감독의 언급에서 알 수 있듯이, <서울역>과 <부산행>의 시작은 파생 콘텐츠를 동시에 기획, 창작하는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와 유사하다.

그러나 두 영화는 TV와 SNS, 인터넷, 제작발표회와 시사회 등을 이용한 홍보와 극장과 IPTV를 중심으로 한 공급으로 기존의 마케팅 형식을 벗어나지 못하면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배급 양식과 차이를 보인다. <부산행>은 스토리보드 책 출간이나 인터랙티브 게임, 웹 콘텐츠 개발 등으로 사전 마케팅을 진행하는 트랜스미디어 홍보 방식을 취하지 않았으며, 콘텐츠의 경쟁력과 산업적 파괴력이 검증되어 파생 콘텐츠의 활용 가능성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플랫폼을 겨냥한 연속적인 콘텐츠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고, 애니메이션 프리퀄 <서울역>과 실사 영화 시퀄 <반도>만이 제작, 기획되었다. <서울역> 역시 애니메이션 영화의 최대 장점인 캐릭터 디자인의 경제적, 시간적 효율성을 살리지 못하고 영화 형식에 맞는 상영 플랫폼의 차별화를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콘텐츠를 파생시키지 못했다. 결국, 천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부산행>의 프리퀄이라는 홍보는 빛이 바랬고,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고자 했던 관객의 의지는 제대로 수용되지 못하면서 참여적 속성이 부족한 트랜스미디어 프로젝트로 남았다.

<부산행>과 <서울역>을 포함한 한국형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에 주로 나타나는 기획과 마케팅의 한계는 사용자의 참여성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것은 콘텐츠 개발단계에서 기획개발 비용을 책정하지 않는 예산 편성의 관습과 제작, 배급 단계에서 다수의 콘텐츠를 동시에 창작하고 보급하기 위한 자본의 부족에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김희경의 주장대로 자본력이 중시되는 현재의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제작 방법이나 시기보다 콘텐츠 자체의 확장성에 집중한다면 트랜스미디어가 포용하는 범위는 훨씬 넓어질 수 있다. 따라서, 트랜스미디어의 텍스트와 제작 시기에 관한 범위를 확대하고, 배급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단계적인 극복이 가능하다. 기획 단계의 예산 편성에 있어서 기획개발 비용이 우선으로 책정되어야 하고, 개발단계에서는 원형 콘텐츠의 산업적 파급력을 확인한 후 순차적으로 파생 콘텐츠를 제작하는 OSMU 콘텐츠 제작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동시다발적인 기획과 생산, 마케팅을 위한 상업적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한국의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는 OSMU의 제작 방식에서 진화한 트랜스미디어에 가깝다. <스타워즈>(Star Wars, 1977)처럼 제작 초기에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의 개발 의지가 전혀 없었지만, IT 산업과 미디어 기술의 발전, 사용자의 콘텐츠 수용 양식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프랜차이즈를 순차적으로 생산해내며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로 자리 잡은 사례는 많다. 따라서, 한국형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개발을 위해 거대한 자본과 리스크가 전제되는 트랜스미디어 양산 방법과 시기를 변형 적용하는 것이 유효해 보인다.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스펙터클한 이동 경로와 미션 제시, 레벨 변화 등 이용자의 참여가 강화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이를 바탕으로 양방향 소통을 강조한 멀티미디어 콘텐츠 배급 양식을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용자에게 맞는 저비용 고효율의 광고 전략을 세우고 플랫폼을 확대한다면, 콘텐츠의 대중성을 테스트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지고, 단계별 상영을 통한 홍보 효과도 나타난다. <미생>이 웹툰에서 웹드라마, TV 드라마로 이어지는 콘텐츠 보급 전략을 단계적으로 구사한 것은, 제작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관객의 호감도를 평가하고, 홍보 효과까지 고려한 마케팅 전략이었다. 미국의 시즌제 드라마 <덱스터Dexter>는 시즌 1이 종영된 후, 살인자의 다음 피해자를 알리는 <덱스터 히트 리스트 The Dexter Hit List>라는 바이럴 캠페인으로 다음 시즌을 홍보했고, 시즌 4 방영을 위해 <덱스터, 얼리 컷츠Dexter: Early Cuts>라는 웨비소드(Web+Episode)를 공개했다. 또한, <덱스터 인터랙티브 수사 Dexter Interactive Investigation>등의 게임을 유투브에 공급하며 스토리의 외연성을 확장했다. 국내에서도 트랜드 변화에 민감한 콘텐츠를 제작해 유지비용이 저렴하고 배급이 용이한 웹사이트, 유튜브, SNS, 기타 1인 미디어 채널을 통해 순차적으로 공급한다면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의 대중성을 확보하는데 효과적일 것이다.

순차적인 생산은 콘텐츠 공급의 시차를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관객이나 사용자의 원활한 피드백 수렴을 통해 원형 스토리에서 분리할만 한 캐릭터와 사건을 선별하고 반응이 좋은 사건을 시대에 맞게 구체화하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파생은 교육과 문화, 이데올로기의 방향성을 반영할 때 더욱 가치가 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통해 아버지 세대의 종말과 다음 세대의 시작을 조금 더 대중적인 방식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물질적 풍요만을 위해 달려 온 지금까지의 세대를 대변하는 석우는 종말을 맞고, 수안이나 성경(정유미 분)이 임신한 아이는 다음 세대에 대한 희망일 수도 있다”는 그의 주장은 시대적 함의를 반영하면서도 다음 세대의 성장을 지켜보고자 하는 욕망을 일깨운다.

이러한 욕망을 수용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프랜차이즈에서 활약할만한 한국형 영웅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 또한 국내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시장 개척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다. <부산행>의 ‘수안’과<미생>의 ‘오과장’처럼 배경 스토리와 영화 이후의 삶이 궁금해지는 등장인물은 파생 스토리로 확대 재생산될 가능성이 큰 소시민적 영웅과 주변 캐릭터에 속한다. 한국형 영웅의 창조는 대다수 할리우드 블록 버스터 영화의 초인간적인 영웅과는 다르게 한국의 현실 생활에 밀착돼 감정이입이 쉬운 캐릭터로 개발되어야 한다. 봉준호 감독이 <괴물>(2006)의 괴물을 디자인할 때 에얼리언과 비슷한 처음 모습을 보고 장희철 디자이너에게 요청한 것은 첫째, 배경이 한국이라는 점을 살리고, 둘째, 송강호와 같이 섰을 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연상호 감독도 <부산행>과 <서울역>에서 좀비는 이질적이면서도 한국 사회에 어울려야 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작업했다고 한다. 그는 서구 장르영화를 대표하는 좀비 판타지에 한국인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스토리 텔링, 톤과 매너, 대사 모두가 한국 영화에 맞게 철저하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좀비 바이러스 전염은 한의학적 관점으로 볼 때 사상체질과 관련 있다는 댓글 삽입, 어리숙하고 슬퍼 보이는 할머니 좀비 등은 이러한 원칙에 근거해서 설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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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 4. Movie Posters of Seoul Station & Train to Busan.​​​​​​​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배급과 캐릭터 창조에서의 트랜스미디어적 전략을 뒷받침해주기 위해서는 미디어 융합형 제작 시스템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변화는 오랜 기간 만화시장을 대표했던 마블과 DC가 각각 애니메이션 영화 제작의 권위자인 월트디즈니와 실사영화 제작의 대표주자인 워너브라더스와 합병된 것에서 이미 확인되었다. 서로 다른 미디어를 대표했던 마블과 월트디즈니는 각각의 매체에 어울리는 스토리텔링 기술을 적용해 마블의 만화 콘텐츠를 영화의 텍스트로 변형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CJ ENM과 덱스터 스튜디오의 협업이 이와 유사한 사례다. 양사의 전략적 파트너쉽 체결로 인해, CJ ENM은 덱스터가 보유한 CG/VFX 기술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의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덱스터는 CJ ENM의 자본력과 배급력을 지원받아, 기존에 비중이 작았던 드라마와 VR/AR, OTT, 테마파크 등으로의 장르 확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협업은 자본 규모가 큰 회사들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중소형 콘텐츠 회사들의 프로젝트 공동 제작도 회사의 규모를 키우고, 활동 분야의 네트워킹과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가치 있는 시도이다. <부산행>과 <서울역>이 한국형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확장 면에서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애니메이터이자 실사영화 감독인 연상호 감독이 그 자체로 미디어 융합형 제작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과 경험을 겸비한 것은 각기 다른 미디어에 원형 콘텐츠를 변형시킬 때 유리하다.

4. 결론

<부산행>과 <서울역>은 첫째, 두 영화가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과 도피’라는 원형 스토리와 제작 기간을 공유고, 둘째, 각기 다른 미디어의 스토리텔링과 제작 환경의 장점을 살려 제작되었으며, 셋째, 두 작품의 창작자가 애니메이터이자 영화감독이므로 미디어 ‘횡단’과 ‘융합’에 유리한 제작 조건을 지니고 있고, 넷째, 체계적인 투자와 제작 시스템을 갖춰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산업적 경쟁력을 확인시켰으며, 다섯째, 두 영화가 캐릭터와 장소를 통해 텍스트의 가능 세계와 내러티브를 확장하는 방법으로 각기 다른 플랫폼에 분산된 스토리 세계를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속성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처럼 다양한 트랜스미디어의 특징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작 형식과 상영 플랫폼별로 차별화된 기획과 소통의 마케팅을 구사하지 못하면서 첨단 미디어 시장을 이끌어갈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산업화에 여러 가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그러므로 <부산행>과 <서울역>에 나타난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의 속성과 한계를 분석하는 것은 한국형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산업화에 있어서 기획과 제작, 배급 환경의 특수성을 정리하고, 이를 반영한 지향점을 논의하는 데 주요한 목적이 있다.

<부산행>과 <서울역>을 비롯하여 국내 트랜스 미디어 콘텐츠가 공통으로 지닌 문제는 콘텐츠 개발 단계에서 기획개발 비용을 책정하지 않는 예산 편성의 관습과 제작, 배급 단계에서 다수의 콘텐츠를 동시에 창작하고 보급하기 위한 자본의 부족에서 주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한계는 트랜스미디어의 텍스트 범위를 넓히고, 콘텐츠의 수요와 공급을 고려한 제작 시기와 방법, 배급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단계적인 극복이 가능하다. 일차적으로는 기획 단계의 예산 편성에 있어서 기획개발 비용이 우선으로 책정되어야 하고, 개발단계에서는 원형 콘텐츠의 산업적 파급력을 확인한 후 순차적으로 파생 콘텐츠를 제작하는 OSMU 콘텐츠 제작 방식을 적용함으로써 동시 다발적인 기획과 생산, 마케팅을 위한 상업적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트랜스미디어 양산 방법과 시기를 변형 적용하는 것은 IT 산업과 미디어 기술의 발전 속도, 사용자의 콘텐츠 수용 양식의 변화를 반영할 수 있으므로 거대 자본을 전제로 하는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위험 요소를 완화할 수 있다.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스펙터클한 이동 경로와 미션 제시, 레벨 변화 등 관객 참여적 속성이 강화된 콘텐츠 제작에 집중하고, 만화의 판타지와 실사영화의 사실감을 조합해 시너지를 끌어낸 DC와 워너브라더스의 합병처럼, 국내에서도 유사한 형식의 미디어 융합형 제작 시스템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배급을 위한 플랫폼 설정에서는 공급자와 수용자의 소통이 원활한 한국의 관련 IT산업과 사용자들의 적극성을 반영해,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웹 브라우저, 팟캐스트, 유튜브, SNS, 1인 미디어 등을 이용한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스토리텔링이란 각각의 미디어와 매체가 선택하는 인간과의 소통을 위한 방식이다[18]. 미디어 간의 초월과 횡단을 통해 소통의 방식과 범위를 확장해 온 트랜스미디어는 창작자와 향유자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완성되는 미래 지향적 콘텐츠이며, 급속도로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을 선도할 대표적 콘텐츠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트랜스미어 콘텐츠가 이미 문화 산업적 경쟁력을 획득한 것에 비해 국내 시장에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산업의 규모와 인지도는 여전히 시작 단계에 머물러 있다. 동시다발적 개발과 배급이라는 상품화의 특수성으로 인한 한계를 단계적으로 극복하고, 텍스트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이 선행된다면, <미생>의 상업적 가능성 제시와 <부산행>의 산업적 영향력 확인에 이어 한국형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끌어갈 다양한 작품들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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