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최근 문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양한 형식 및 소재의 문화 콘텐츠가 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문화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애니메이션은 대중에 소비되는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로서 당대의 문화 및 가치관을 스토리와 캐릭터에 반영하여 수용자에게 전달한다. 애니메이션은 의인화된 캐릭터 등 단순한 현실의 재현이 아닌 상징적 의미가 담긴 시각적 표현을 사용하므로 상대적으로 콘텐츠 수용자의 폭이 넓다는 특징이 있으며, 여러 매체를 통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배급 및 재생산이 용이하여 문화적 확산의 범위와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문화적 영향력에 따라, 애니메이션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해하고 비판적 해석으로 내용을 수용하는 것의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글로벌 대중문화 콘텐츠로서 오랜 기간 소비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며, 고유의 세계관을 작품에 반영하여 스토리와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또한 3D영상 등 화려하고 섬세한 시각적 표현과 사운드트랙 등 음악적 요소들을 함께 결합하는 작품 구성 스타일로 더욱 대중적인 수요와 파급효과를 이끌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2000년대를 전후로 성 역할 표현에 대한 고정관념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스토리 및 캐릭터 설정을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답습된 고정적/편향적 성 역할 표현들로 인해 성 정형화된 캐릭터를 표현한 영화라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1].
이와 같은 비판의 논의와 연계하여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소비되는 범위 및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하였을 때,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성 역할표현에 담긴 상징적 의미와 편향적 내용 전달 등에 대한 비판적 분석 및 고찰이 필요하다. 더욱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수용자가 성 역할에 대한 가치관을 확립하지 못한 어린이 및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문화적/교육적 파급력에 대해 인지하고 작품에 내재된 지향점을 확인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 연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표현에 나타난 성 역할 행동들을 파악 및 분석하고, 각각의 표현에 담긴 의미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통해 애니메이션이 스토리 및 캐릭터 표현으로 전달하는 내용과 관점들을 비판적으로 읽어내고 수용하는 것의 필요성을 고찰하고, 문화 콘텐츠로서 애니메이션의 역할 및 영향에 대한 지속적 연구 논의의 지점을 발견하고자 한다.
연구 방법으로는 선행연구 및 참고문헌을 통해 본 연구의 이론적 논의 지점을 확인하고, 애니메이션의 시각적 표현 및 성 역할 행동 표현 요소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장면 분석을 위한 기준을 정립할 것이다. 또,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작품을 선별하고, 각 캐릭터의 자아정체성 완성단계에 따라 장면을 구분하여 시각적 표현 내용을 분석할 것이다. 시각적 표현 중 몸짓 및 의복 표현을 중심으로 각 작품에 나타나는 성 역할 행동 표현의 특징 등을 발견 및 분석함으로써, 미디어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애니메이션 내용 및 표현에 대한 비판적 수용의 중요성을 제언하고자 한다.
Ⅱ. 이론적 논의
1. 성 역할 행동의 의미
성 역할 행동(gender role behaviour)은 남성다움 혹은 여성다움을 나타내는 행동 특성 자체를 의미하지만, 그 사회의 구성원으로 사회적 행위 규칙들에 동화되어 드러나는 사회적 행위 규칙들로 구성된다[2]. 이는 부르디외(Bourdieu)가 몸의 표현들은 선천적이기보다 개인이 속한 사회계급을 수용하고 적응한 과정의 결과라고 주장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3]. 즉 성 역할 구분이 뚜렷한 사회에서는 남녀의 몸 인식에 대한 차이가 크다. 개인의 신체 형태의 차이는 인간관계에서 이루어지는 제스처, 태도, 품행의 차이에 의해 증폭되고 상징적으로 강조된다. 특히 헤어스타일, 화장, 수염 또는 의복 특징처럼 신체를 변경할 수 있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수정하여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에 순응할 뿐 아니라 더욱 증폭시켜 나간다는 것이다[4].
성 역할 행동은 사회적/문화적 배경에 따라 변화하면서 새롭게 규정되는 것으로,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표현에서도 당대의 사회문화를 반영한 성 역할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성 역할 행동의 표현은 애니메이션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캐릭터의 성격(characteristic)을 강화시키고, 내용에 대한 관객의 이해와 공감을 이끌어내는 요소이다[5]. 특히, 글로벌한 대중 시장을 목표로 하는 애니메이션은 언어적 한계를 넘어 관객에게 작품의 내용과 의미를 전달해야 하므로, 이와 같이 더욱 보편적이고 직관적인 형태의 표현으로 의미전달 방식을 구성하게 된다[6]. 따라서 의도에 따라 연출되는 캐릭터의 시각적 표현과 움직임은 관객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이해하고 스토리에 담긴 의미를 받아들이게 하며[7], 애니메이션에서 나타나는 성 역할 태도와 특성을 무의식적으로 수용하도록 만든다[8].
2.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시각적 표현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시각적 표현으로는 의복과 몸짓을 제시할 수 있다. 우선 의복은 캐릭터의 특성과 정보를 관람자에게 전달하고, 스토리 전개를 돕는 중요한 요소이다. 시각 커뮤니케이션 기호로서의 의복은 성별을 포함하여 사회 구조 내에서 그 사람의 신분이나 직업, 지위, 가치, 개성 등을 평가할 수 있는 단서가 된다[9]. 또한, 의복의 형상화는 실제적 고증이나 당대 사회문화를 반영할 뿐 아니라, 극적인 상상력의 표현도 가능하게 하여 대사보다 캐릭터 설정 및 애니메이션 내용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 이아람과 전재훈의 연구는 의복 표현을 중심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관습적인 의미생산 방식을 구성하고 있으며, 캐릭터의 성별 및 성격 특징과 극의 상황 암시를 위한 시각적 표현으로서 의복표현이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보여준다[10].
캐릭터의 몸짓은 의복의 디자인적 요소와 함께 캐릭터의 속성을 표현하고. 자연스러운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 디즈니 스튜디오의 경우 장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특성과 내용 전달을 위해 다양한 몸짓 표현을 연출하고, 관객이 자연스럽게 스토리의 의미를 수용하도록 한다[7]. 정미강 외 3인의 연구는 몸짓 표현이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감정 및 심리적 상태 등을 나타내는 필수적 역할을 하며, 대사가 없는 장면에서 시나리오 전달력을 높임을 확인할 수 있다[11]. 이러한 연출에서 캐릭터들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특징짓는 정형화된 몸짓 표현들을 사용하는데, 전형적 성향에서 벗어난 새로운 남성상/여성상의 캐릭터에서도 몸짓 자체는 정형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5][9].
관객은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캐릭터의 성 역할 표현이나 특징을 사회적으로 권장되거나 용인되는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학습 및 재구성하게 된다. 즉,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의복 표현과 몸짓 표현은 남성과 여성 캐릭터의 성 역할 정체성 및 행동을 규정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시각적 표현의 수용 여부에 따라 관객은 성 역할 행동에 대한 기준 및 관점을 얻게 된다 .특히 캐릭터 상품에 대한 문화적 소비 성향은 유아부터 시작하여 성인까지 전 연령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이는 소비 심리의 연속성과 지속성으로 나타나 성역할 고정관념의 암묵적 확대를 양산할 우려가 있다[12][13]. 따라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시각적 표현에 나타날 수 있는 정형화되거나 편향된 성 역할 행동 표현을 인식하고, 이에 대한 무의식적 수용을 지양할 수 있는 연구 자료 마련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3. 디즈니 애니메이션 여성 캐릭터의 성 역할 표현변화
애니메이션은 스토리 및 캐릭터의 구성과 표현에 있어 당대의 사회적 요구와 변화 양상을 반영한다. 최근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한 애니메이션 작품의 증가는 여성의 역할변화, 여성성에 대한 인식 변화 등 사회적 흐름과 새로운 여성상 표현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반영된 것이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시대적/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따라 다양한 여성 캐릭터를 구성 및 표현해 왔으며, 이러한 흐름은 ‘디즈니 프린세스’로 대표되는 여성 캐릭터 중심 스토리의 작품들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시기에 따라 초창기(1960년대 이전)와 중반기(1980~1990년대), 후반기(2000년대 이후)로 구분할 수 있는데, 초창기의 여성 캐릭터는 아름답고 조력가의 도움을 받는 수동적인 여성으로 표현되었다. 중반기부터는 여성적인 아름다움보다는 쾌활하고 활동적인 이미지가 강조된 캐릭터로 표현의 변화가 나타났으며, 후반기에는 더욱 진취적/독립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자아를 찾아가는 대상으로 변화하였다[14]. 즉 ‘공주’로 대표되는 여성 캐릭터의 설정은 유지하되, 캐릭터 성 역할 표현은 시대 및 사회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중적으로 확산되기에 성 역할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로서의 캐릭터 수용 및 학습이 더욱 강하게 일어날 수 있다. 특히, 애니메이션의 주요 수용자들이 어린이 및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캐릭터의 성 역할 표현과 특징을 이상적 이미지로 받아들일 수 있으므로[15],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표방하는 이미지의 의미와 내포된 가치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Ⅲ. 시각적 표현 유형 분류
1. 의복 표현
엔트위슬(Joanne Entwistle)은 의복을 몸의 사적(intimate) 경험임과 동시에 공적인 표시로 정의하였다[16]. 푸코(Michel Foucaut)는 신체와 패션 위에 미적 이미지를 형성하여 사회 조직의 요구에 길들여지게 하여 수동적으로 반응하도록 하고, 이를 통해 이데올로기를 전파한다고 하였다[17]. 이는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외모를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반영되고 있다. 물론 이전 세대에서 남성적 혹은 여성적으로 규정되던 성(性)의 고정관념에 따른 외모에 대한 평가도 바뀌고 있어, 전통적으로 남성복, 여성복에 각각 활용하던 디자인, 색상, 아이템 등에 있어서도 그 구분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그러나 의복에 있어서의 이러한 현상은 성별을 파괴하기 위한 측면이기보다 자신의 외모를 강조하기 위한 스타일에 대한 선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18]. 즉, 여전히 의복에 있어서 성 역할의 특성이 배제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나타낸다.
본 연구자들은 남성 및 여성 이미지의 의복표현 요소를 다음 [표 1]와 같이 제시한다. 이는 의복이 성을 구분 짓는 요소를 포함한다는 학자들의 연구를 통해 남성적/여성적 이미지의 특성을 선, 소재, 색상, 문양 및 장식, 아이템으로 구분하고 공통된 특징을 정리한 김지현[19]의 연구와 여성 및 남성을 나타내는 스타일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장지혜[20]의 연구를 종합 및 재정리한 것이다. 성에 따른 의복 차이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에도 유사하게 반영되어 현실의 세계를 투영하고, 사람들에게 정형화된 성 역할 이미지를 고착시키거나 새로운 성 역할 이미지를 제시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표 1]에 정리한 남성 및 여성 이미지의 의복 표현 요소를 기준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의복 표현에 나타난 성 역할 행동 표현을 분석 및 논의할 것이다.
표 1. 남성과 여성 이미지와 의복 표현 요소
출처: 김지현(2016. p.28), 장지헤(2015, p.511) 발췌 수정
2. 몸짓 표현
타인과 소통하는 방식으로서의 몸짓은 지속적인 의미의 생성과 창조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21]. 대중매체에 나타난 몸짓은 그 시대에서 가장 추구하고 있는 이미지를 선택하여 대중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외적으로 표현되는 몸 이미지가 생성하는 의미에 가치를 둔 형태의 수용을 이끌어 낸다.
몸짓의 이미지 및 의미 생성은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와 그에 대한 수용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김미숙은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남성성과 여성성을 특징짓는 몸짓에 대한 선행연구와 사례를 분석하여 정형화된 남성 및 여성 캐릭터의 몸짓 표현이 있음을 확인하였다[5][9]. 또한 전형적 성향에서 벗어난 새로운 남성상 및 여성상의 캐릭터에서도 몸짓 패턴의 변화는 있으나, 몸짓 자체는 정형화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고 하였다. 남성성 및 여성성을 표현하는 몸짓에 대한 위 연구는[표 2]와 같이 종합하여 정리할 수 있다. 몸의 표현들 즉 몸짓은 그 사회를 나타내는 표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그 사회를 반영한 영화에 투사될 수 있다. 따라서 [표 2]의 여성성과 남성성의 표현 몸짓을 중심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분석하고자 한다.
표 2. 애니메이션에서 여성성과 남성성 표현 몸짓
출처: 김미숙(2013. pp.54-55; 2014, p.35-36) 수정 후 제시
Ⅳ.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성 역할 행동 표현분석
1. 성 역할 행동 표현 분석의 흐름
본 연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 여성 캐릭터가 스토리의 중심이 되고, 능동적으로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어 가는 구조의 네 작품을 선정하였다. ‘뮬란’, ‘라푼젤’, ‘모아나’, ‘겨울왕국2’는 주인공인 여성 캐릭터가 진취적 태도로 자신의 상황적 문제에 직면하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아를 발견하여 정체성을 완성한다는 공통된 흐름을 갖는다. 이러한 특성을 기준으로, 본 연구에서는 각 애니메이션 작품을 ①자아탐색, ②주체로의 역할변화, ③정체성 완성의 삼단계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그리고 앞 장에서 제시한 시각표현 유형인 의복 및 몸짓 표현을 통해 각 단계에 나타나는 여성 캐릭터의 성 역할 행동 표현을 분석하고자 한다.
2. 뮬란의 성 역할 행동 표현 분석
중국 소설 목란시를 바탕으로 한 ‘뮬란(1998)’은 연로한 아버지 대신 남장으로 전장에 참여하고, 나라의 승리를 이끌어 낸 새로운 여성 영웅 뮬란을 그려낸 작품이다. 뮬란 캐릭터는 당대의 사회적 이념 및 전통적 여성상과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고, 문제 해결에 주체적으로 행동하였다는 점에서 이전까지의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나타난 여성상과 큰 차이가 있다.
각 단계에 따라 뮬란 캐릭터의 성 역할 행동 표현을 살펴보면, 자아탐색 단계인 스토리 초반 뮬란의 의복 및 몸짓 표현에서는 남성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요소들을 활용하여 캐릭터의 성향을 드러내었다. 작품의 시대적/배경적 설정으로 인해 전통적인 여성복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나, 주변 여성 인물들에 비해 착용한 옷의 선형이 직선적이다. 또, 색채대비가 적고 중성적인 색상을 사용하여 당대의 정형적인 여성상 및 남성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뮬란의 상황을 시각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표현 특징은 움직임이 다소 제약적인 의복의 형태에도 고개 꼿꼿이 들기, 어깨를 뒤로 활짝 피기, 양쪽으로 다리 벌려 서기 등의 자세를 취하는 뮬란의 몸짓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림 1. 자아탐색 단계에서 뮬란의 의복 및 몸짓 표현
주체로의 역할변화가 일어나는 두 번째 단계에서는 의복과 몸짓 표현의 대조를 통해 뮬란의 자아 각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전보다 높은 채도의 대비적인 색상과 신체에 밀착된 곡선 형태, 화려한 장신구, 짙은 화장 등의 의복 표현 요소들은 전통적인 여성의 모습과 역할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뮬란의 행동들과 대조를 이룬다. 이러한 의복과 몸짓 표현 간의 대조는 남장 사실이 알려진 이후 뮬란의 위기상황 해결에서 다시 나타난다. 여성임이 드러나고 여성 의복을 착용했음에도 주먹 쥐기, 어깨 뒤로 활짝 펴기, 양쪽으로 다리 벌려 서기 등의 몸짓은 뮬란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자아를 유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때 의복에 사용된 색상은 자아각인의 계기가 된 여성 의복과 유사한 계열이나, 배색에 따른 색채 사용면적의 차이로 뮬란의 자아인식 변화를 상징적으로 전달한다.
그림 2. 역할변화 단계에서 뮬란의 의복 및 몸짓표현
반면, 여성 영웅으로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완성한 단계에서 뮬란은 이전 단계보다 정형화된 여성적 패턴의 몸짓으로 표현된다. 성별의 제약을 넘어 영웅으로 황제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때에는 다소곳이 손을 모아 가슴 쪽으로 가져가기, 머리카락을 넘겨 목선을 보이는 등의 몸짓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모든 과제를 해결하고 가족에게 돌아간 후에는 팔다리를 붙여 좁은 보폭으로 걷기, 몸 옆으로 기울이기, 골반 내밀기와 같은 몸짓이 나타난다.
그림 3. 정체성 완성 단계에서 뮬란의 의복 및 몸짓표현
즉 ‘뮬란’은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고정적인 여성 및 남성의 의복 형태를 구현하였으나, 색상 및 장식 요소의 표현을 통해 캐릭터의 성 역할 행동 변화를 나타낸다. 이와 함께 몸짓 패턴을 적극 사용하여 상황에 따른 캐릭터의 자아 정체감을 전달한다. 그러나 과업을 끝낸 후 정형적 여성 이미지의 몸짓 표현은 중대장 샹과의 혼인으로 마무리되는 결말과 함께 뮬란을 당대 여성의 삶으로 회귀시키고, 캐릭터의 자아성취 의미를 반감시키는 한계를 갖는다.
3. 라푼젤의 성 역할 행동 표현 분석
‘라푼젤(2010)’은 치유능력이 있는 금발로 인해 평생 높은 탑에 갇혀 살던 소녀가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찾아 모험을 떠나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는 스토리의 작품이다. 3D애니메이션으로 구현된 디즈니의 첫 번째 공주로, ‘프린세스’로 구분되는 이전 여성 캐릭터들과 달리 뛰어난 미녀로 설정되지 않은 특징이 있다. 캐릭터 표현에서도 외모가 아닌 재능, 호기심, 활달한 성격, 긍정적 태도 등의 면모가 강조되었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주체적 자세는 당대의 변화한 여성상이 반영되었음을 알 수 있다.
성 역할 행동 표현과 관련하여 라푼젤의 의복표현은 캐릭터의 자아탐색부터 역할변화 과정까지 동일하며, 정체성 확립의 단계에서 머리스타일 및 본래 신분으로 돌아감에 따른 의상 변화만이 나타난다. 먼저, 캐릭터를 대표하는 금빛 머리카락은 신비함과 순진무구함[24]을 포함한 전형적인 선망의 대상으로서 여성 이미지를 나타내는 표현 요소이다. 또, 의상의 파스텔 톤 색상 및 신체 곡선을 강조한 X자형 실루엣, 부드럽고 드레이프성이 좋은 광택 소재, 식물 문양, 자수 장식, 코르셋 등도 여성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는 요소이다. 이처럼 이전의 여성 캐릭터와 달리 미모에 대한 서술이 스토리 흐름에 나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라푼젤 캐릭터의 의복 표현이 정형적인 여성성을 극대화한 요소로 구성된 것은 주목할 지점이다.
몸짓 표현에서도 정형화된 여성성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데, 자아탐색 단계에서는 턱 괴기, 골반 내밀기, 머리 넘겨 목선 보이기와 같은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 낯선 인물을 공격하는 등 적극적 행동 중심의 장면에서도 이러한 정형화된 몸짓 표현들이 나타나며, 라푼젤의 성격 특징과 대조를 이룬다.
그림 4. 자아탐색 단계에서 라푼젤의 의복 및 몸짓 표현
역할변화 단계에서 라푼젤은 자신을 제한하던 환경 및 두려움을 극복하고 점차 주체적인 태도로 변화해 가는 반면, 이야기 초기부터 보였던 정형화된 몸짓 표현들은 오히려 더욱 강조되어 나타난다. 이때 잠시 변화하는 꽃 장식의 헤어스타일도 정형적인 여성성을 표현하는 요소이다. 이러한 표현들은 라푼젤이 발견한 자아가 태생적 정체성인 ‘공주’로 회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5. 역할변화 단계에서 라푼젤의 의복 및 몸짓 표현
정체성 완성 단계에서 라푼젤의 의복 및 몸짓 표현은 더욱 강하게 정형적인 여성성 이미지를 전달한다. 골반 내밀기, 팔·다리 몸통에 붙이기, 어깨 올리기, 손목 보이기, 머리와 몸 옆으로 기울이기 등의 몸짓과 코르셋, 레이스 등의 장식이 강조된 의복 표현은 작품의 시대적/배경적 설정을 고려하더라도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성 캐릭터들과 구분되어지는 라푼젤의 캐릭터 성향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그림 6. 정체성 완성 단계에서 라푼젤의 의복 및 몸짓표현
결국 ‘라푼젤’은 다듬어지지 않은 짧은 머리카락으로 상징화한 새로운 성향의 여성 캐릭터를 표면적으로 지향하였으나, 정형적인 성 역할 행동 표현으로 라푼젤을 말괄량이 소녀가 아닌 전형적인 공주의 이미지로 회귀시킨다. 또한, 금발의 머리카락을 잘라내는 것으로 상징되는 정체성 완성이 타인(플린 라이더)에 의해 구현된다는 점에서, 문제해결에 적극적/주체적으로 대처하는 변화한 여성상 표현에 한계를 갖는다.
4. 모아나의 성 역할 행동 표현 분석
폴리네시아 문화가 배경이 되는 ‘모아나(2016)’는 마을의 전통에서 벗어나 바다로 나간 모아나가 섬의 저주를 풀고 강인한 여성 리더로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변화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구성 및 관점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러브스토리 없이 중심 캐릭터의 ‘성장’에만 초점을 두고, 인종이나 성별에 정형화되지 않은 캐릭터 역할을 표현한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작품에 나타난 성 역할 행동 표현을 보면, 자아탐색 단계에서 모아나의 몸짓 표현에는 어깨 뒤로 활짝 피기, 주먹 쥐기, 집게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양쪽으로 다리 벌려 서기 등 남성성의 이미지를 나타낼 때 사용되는 동작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이는 차기 족장으로서 모아나의 정체성과 도전적인 성격 등을 표현하는 요소로 현재 족장인 아버지의 몸짓 표현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모아나는 스토리 설정상의 문화적/지역적 배경으로 인해 모든 캐릭터가 전통적인 옷차림을 하고 있으며, 이야기 전개 단계에 따른 의상 변화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정형성을 벗어난 몸짓 표현은 성별의 구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전통적 옷차림과 대비되어 모아나 캐릭터의 특성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그림 7. 자아탐색 단계에서 모아나의 의복 및 몸짓 표현
역할변화 단계에서 모아나의 몸짓 표현은 남성적 이미지 표현과 더욱 맞닿아 있다. 이는 전통적 관습과 권위의 의미인 암초 너머 바다에 도전하고, 스스로 선택한 리더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아나의 주체성을 강조하여 보여준다. 항해를 위해 스스로 높이 묶은 머리는 캐릭터의 주체성을 더욱 강조하는 의복 표현이며, 이전까지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여성 캐릭터의 헤어스타일 변화, 특히 묶은 머리는 활동성이 아닌 정형화된 여성상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으로만 나타났던 것과 대비된다.
그림 8. 역할변화 단계에서 모아나의 의복 및 몸짓 표현
모아나의 주체적 성향 및 전통적 이미지에서 벗어난 여성상은 정체성 완성 단계에 나타나는 몸짓 표현을 통해 더욱 극대화된다. 특히, 이러한 몸짓 표현들은 모아나와 마우이의 외형적 특징과 대조되어 정형성에서 벗어난 각 캐릭터의 성향을 강조한다. 모아나의 서 있는 자세나 고개 꼿꼿이 들기, 어깨 뒤로 펴기, 주먹 쥐기, 허리에 손을 얹기 등 몸짓은 정형적인 남성성, 마우이의 팔·다리를 몸통에 붙여선 자세나 어깨 올리기, 두 손을 모아 입 근처에 대기 등 몸짓은 정형적인 여성성 표현의 요소이다. 모든 문제의 해결 후, 모아나는 부족의 새로운 리더로서 화관을 쓰고 바다에 나가는데, 이러한 의복 표현은 ‘모아나’에서 나타난 전통적 옷차림이 고정화된 성 역할 행동 표현과는 무관함을 보여준다.
그림 9. 정체성 완성 단계에 모아나의 의복 및 몸짓 표현
즉, ‘모아나’는 이전의 정형화된 의복 및 몸짓 표현에서 벗어나, 주체적/도전적 대상으로서 주인공 캐릭터의 이미지를 전달하는 성 역할 행동 표현이 작품 전반에 나타난다. 특히 조력자인 영웅 마우이와 모아나의 관계형성 과정이나 문제 해결 상황에서 보이는 두 캐릭터의 대조적인 모습들은 이와 같이 정형성을 탈피한 ‘모아나’의 시각적 표현들이 더욱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5. 겨울왕국2의 성 역할 행동 표현 분석
북유럽의 신화들을 차용한 ‘겨울왕국2(2019)’는 마법의 힘을 가진 여왕 엘사가 숨겨진 진실과 능력의 기원을 찾고, 나라의 위기를 구함과 동시에 진정한 자아정체성을 갖춘 리더로 변화하는 과정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전형성을 벗어난 새로운 디즈니 프린세스의 모습을 제시하며 전례 없는 대중적 성공을 거둔 ‘겨울왕국(2013)’의 속편으로 제작되었으며, 이성애를 벗어난 여성 캐릭터의 영웅적 스토리와 함께 ‘맨발’, ‘레깅스’ 등으로 상징되는 도전적, 현대적 여성상을 캐릭터에 적극 표현하여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본 연구에서는 주요 캐릭터인 엘사가 스스로 문제를 자각하고 해결하며, 숨겨진 자아정체성의 완성이 스토리 중심이 되는 점과 문제해결에 조력자 캐릭터(안나)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정령’이 상징하는 변화한 역할의 리더상이 제시된 것 등에서 ‘겨울왕국2’를 분석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겨울왕국2’는 이전 디즈니 애니메이션 작품들에 비해 시대적/문화적 배경에서 오는 의복 표현의 제약이 적은 편으로, 성 역할 행동 표현의 요소인 캐릭터의 의복 표현이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편이다. 자아탐색 단계에서 엘사의 의복 표현은 가슴 및 허리가 강조된 선형과 실루엣, 부드럽고 광택 있는 소재, 파스텔 톤 및 고채도 색상, 레이스 및 비즈 장식 등 정형적인 여성 이미지의 표현 요소가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표현은 해당 캐릭터의 독립적 성향 및 리더로서의 스토리 설정과 대조되며, 주변 남성 캐릭터 및 조력자 안나 캐릭터의 의복 표현은 정형적인 남성 및 여성이미지의 요소가 적게 나타나는 부분과 비교된다. 몸짓표현에 있어서도 땋은 머리를 통한 목선 보이기, 손을 모아 가슴 쪽으로 가져가기, 골반 내밀기 등의 몸짓이 각 장면에 반복적으로 나타나 전형적 ‘공주’ 이미지를 표현하고 있다.
그림 10. 자아탐색 단계에서 엘사의 의복 및 몸짓 표현
이와 같은 의복 및 몸짓 표현의 정형성은 엘사 캐릭터의 독립성 및 주체성이 강조되는 역할변화 단계에서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숲과 바다, 날씨 등 환경과 대결적 상황 설정에도 엘사의 의복 표현은 비즈, 스팽글 등 장식성이 강조되고 파스텔 톤의 부드럽고 얇은 소재가 주를 이루며, 굽이 있는 부츠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치마가 아닌 레깅스의 등장이 전형적인 공주 의상에서 벗어난 것으로 볼 수도 있으나, 이 역시 정형화된 여성이미지를 전달하는 의복표현 요소의 아이템이다. 이러한 표현은 주변 여성 캐릭터의 의복 표현과도 비교된다. 엘사 캐릭터가 표방하는 성향 및 이미지와 대조된다. 한편, 몸짓 표현에서도 대결과 같은 격정적 움직임이 강조되지 않는 일상적 움직임의 장면에서는 팔다리 몸에 붙이기, 어깨 올리기, 골반 내밀기 등의 정형화된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림 11. 역할변화 단계에서 엘사의 의복 및 몸짓 표현
정체성 완성 단계에서 엘사의 의복 표현은 캐릭터의 영웅적 역할 및 독립적 자아정체성의 완성과 달리, 전형적인 공주 이미지로 극대화되어 나타난다. 더욱 부드럽고 얇아진 소재는 신체에 피트(fitted)된 실루엣을 잘 드러내며, 스팽글과 비즈 장식 등이 정형적 여성 이미지의 아이템들에 적용되었다. 흰색에 가까운 색상 표현도 정형적 남성 이미지의 표현 요소인 한색보다는 고명도의 파스텔 톤 색상 사용으로 볼 수 있다. 또, 이전 장면들에서 활동성을 위해 묶었던 것과 달리 길게 푼 헤어스타일의 표현 변화도 같은 맥락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또한, 이전부터 지속적/반복적으로 나타나던 정형적 여성성의 몸짓 표현들은 이와 같은 이미지 전달을 강화시킨다.
그림 12. 정체성 완성 단계에 엘사의 의복 및 몸짓 표현
따라서 ‘겨울왕국2’는 이전 ‘디즈니 프린세스’와 차별성을 갖는 현대적 여성상의 공주로서 엘사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구성을 지향하고 있으나, 시각적 표현을 통한 성 역할 행동 표현에는 기존의 정형화된 이미지가 나타난다. 이는 엘사 외 주변 캐릭터는 정형화된 남성성 및 여성성의 이미지 표현에서 벗어난 것과 대조되며, 독립적/능동적으로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여성 캐릭터 표현 및 성 역할 행동 표현에서 이전 작품들이 갖고있던 한계점을 다시 보여주는 것이다.
Ⅴ. 결론
대중적 문화 콘텐츠로서 소비 및 수용되는 애니메이션은 당대의 사회문화적 변화와 가치관을 스토리에 반영하며, 등장 캐릭터의 시각적 표현을 통해 성 역할에 대한 관점과 가치관을 나타낸다. 따라서 관객들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감상하고 캐릭터의 이미지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작품 내 다른 내용과 함께 표현된 성 역할행동을 사회적/문화적으로 통용되는 여성 및 남성의 이미지로서 학습하고 수용하게 된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애니메이션의 표현적 특성과 작품 및 캐릭터 수용에 따른 영향에 초점을 두고, 현대에 들어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구성 및 주요 캐릭터 설정에 변화가 나타난 것과 같이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성 역할행동 표현에도 시대적/사회적 흐름에 따른 변화가 있는지 분석해 보았다. 이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수용되는 대표적 문화콘텐츠이며, ‘디즈니 프린세스’로 대표되는 여성 캐릭터들을 시대에 따라 변화하여 표현해 온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분석 대상으로 선택하였다.
정형화된 여성 및 남성 이미지를 전달하는 의복 표현과 몸짓 표현 요소를 기준으로 각 작품에 나타난 주요 여성 캐릭터의 시각적 표현을 분석한 결과, ‘뮬란’은 주인공 캐릭터의 성향 및 스토리에 따라 정형화된 이미지를 벗어난 의복과 몸짓 표현을 시도하였으나, 자아정체성의 완성이 결혼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 구성으로 몸짓 표현에서도 전형적 성 역할 행동 표현이 나타나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라푼젤’은 더욱 독립적/도전적인 성향의 여성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구성에도 전형적인‘공주’ 이미지를 전달하는 의복 및 몸짓 표현이 강하게 나타나, 공주 캐릭터의 이미지 변화를 강조한 표면적내용과 대조되는 성 역할 행동 표현의 한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한편, ‘모아나’는 주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여성 캐릭터 설정과 함께 정형성을 탈피한 의복 및 몸짓 표현으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애니메이션의 스토리, 캐릭터 구성과 성 역할 행동 표현의 발전 및 변화가 나타났다. ‘겨울왕국2’는 가장 현대적 여성상과 성 역할행동에 대한 변화한 관점을 나타낸 작품으로 인식되고 있음에도, 주인공인 여성 캐릭터의 의복 및 몸짓 표현에서는 정형적 여성 이미지의 표현 요소가 더욱 극대화되어 나타났다. 이는 정형성을 탈피한 주변 캐릭터 표현 및 스토리 구성과 대조되는 부분으로, 주인공으로서 여성 캐릭터의 성역할 행동 표현에 반영된 연출적인 고정관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시대적/사회문화적 변화에 따른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설정 및 스토리 구성의 변화에 달리, 여성 캐릭터의 시각적 표현에는 여전히 전형적/편향적 성 역할 행동 표현 및 인식이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와 같은 시각적 표현들은 강한 상징적 이미지와 암시적 의미를 전달하는 연출 요소로서, 수용자가 애니메이션 전체 스토리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작품에 반영된 제작자의 성역할 고정관념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따라서 ‘라푼젤’과 ‘겨울왕국2’의 사례를 통해 애니메이션 작품이 표방하는 캐릭터 이미지와 실제적으로 나타난 의복 및 몸짓표현의 차이를 발견하고, 이러한 시각적 표현에 내포된 성 역할 행동 의미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알 수 있었다.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여성 캐릭터 중 가장 진취적인 여성상을 상징하는 ‘겨울왕국2’ 엘사 캐릭터의 의복 표현에서, 오히려 이전 여성 캐릭터보다 소재, 색상, 장식, 아이템 등 모든 요소에 정형적 여성 이미지 표현이 극대화된 점은 현대 사회에서 대중적으로 소비 및 수용되는 성 역할 행동의 고정적 이미지가 존재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성 역할에 있어 사회문화적 변화 현상을 반영함과 함께 보다 앞선 관점에서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을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콘텐츠 상품으로서 대중적 소비를 우선 목적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시대다수의 관객이 익숙하게 수용하고 공감할 수 있는 성역할 표현을 재생산하고 편향적 의미를 전달하기 쉽다. 이는 해당 콘텐츠 수용자의 성 역할 표현에 대한 자연스러운 인식 고착을 유발 및 강화할 수 있으므로, 애니메이션 리터러시의 관점에서 시각적 표현에 담긴 의미와 상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욱이 애니메이션의 주요 수용자가 어린이 및 청소년임을 고려하였을 때, 해당 수용자들은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사회적 자아상과 동일화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애니메이션 리터러시와 교육에 대한 다각적인 후속연구가 더욱 필요하다. 본 연구는 분석이 문헌과 사례에 한정하여 작품에 나타난 시각적 표현과 실제 수용자의 인식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지 않은 점을 한계점으로 갖는다. 그러나 여성캐릭터의 스토리상 주체성과 실제적 시각적 표현을 비교하여 성 역할 행동 표현을 분석한 점에서 추후 어린이 및 청소년의 애니메이션을 통한 성 역할 인식과 애니메이션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연계 연구와가 진행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 따라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성 역할 행동과 시각적 표현에 따른 수용자 집단별 반응 및 실질적 효과에 대한 분석, 교육적 영향에 초점을 맞춘 후속 연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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