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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Prejudice in The Movie <12 Angry Men>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 나타난 편견에 관한 연구

  • 이강석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 교수)
  • Received : 2020.04.14
  • Accepted : 2020.04.27
  • Published : 2020.05.28

Abstract

In the movie <12 Angry Men>, the prejudiced gaze of each jury with the title of "reasonable discussion" or "positive critical rationality" based on the theory of public opinion of Habermas constantly appears. Prejudice is a concept that cannot be judged right or wrong in itself, but as a current social and historical atmosphere, it is judged to be a hindrance to communication in the process of communication and public opinion and often causes social problems. Therefore, in this paper, the concept of prejudice is ultimately investigated by projecting Habermas' theory of public sphere in the movie, looking into the prejudices, and examining the prejudice through the discussion of the jury, that is, the process of resolving the conflict. We are going to draw realistic implications through the mediator of film about how to solve problem of 'prejudice' in the real world. As a result of the study, Habermas' ideal public opinion on the 'consensus for the community' and 'universal rationality' according to the theory of public sphere in Habermas appeared in the film, but partially from the complete prejudice by the 'wall of reality' in the film. It has been found that freedom from prejudice is difficult and that prejudice is a necessary evil in terms of mutual understanding and publicity.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에 의거한, '합리적인 토론' 혹은 '긍정적인 비판적 합리성'을 명목으로 한 각 배심원들의 편견어린 시선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편견은 그 자체로는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는 개념이지만, 현 사회적 및 시대적 분위기로서 판단건대 의사소통과 공론의 과정 속에서 지양해야 할 의사소통의 방해물이며 종종 사회적 문제점을 야기하곤 한다. 이에, 본고에서는 영화 속에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투영하여 그 편견들에 대해 들여다보고, 배심원들의 토론을 통해 편견 즉,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통해 편견이 해소되는 과정을 살펴봄으로써 궁극적으로 편견이라는 개념에 대해 현실세계 속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영화라는 매개체를 통한 현실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연구 결과, 영화 속에서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에 따른 '공동체를 위한 합의'와 '보편적 이성성' 에 대한 하버마스의 이상적인 공론에 대해 나타났으나 부분적으로는 영화 속 '현실의 벽'에 의해 완전한 편견으로부터의 해방은 어렵다는 점을 도출해 냈으며 편견은 상호 이해와 공공성 확보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필요악이라는 점을 밝혀냈다.

Keywords

I. 서론

최근 페미니즘에 관련된 이슈와 코로나 바이러스 19로 인한 인종주의와 관련된 편견에 관련된 이슈들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편견은 다름에 기인하는데, 그 의미론적으로 부정적 측면에서 다른 내용에서 주로 언급이 된다. 성소수자, 매춘부, 범법자, 노숙자, 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편견은 공동체 사회가 형성된 이래로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고, 사회적 문제가 됨은 물론 많은 이들이 논하는 문제적 단어라 할 수 있다. 이런 편견을 다루는 데 있어 본고에서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 나타나는 장면에 주목하여 이를 하머바스의 공론장 이론에 비추어 해석하고, 영화 속 편견의 해결 과정을 논하며 현실 속 산재각처한 편견들에 대한 해결의 열쇠를 제시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수행하게 되었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故시드니 루멧(1924. 6. 25 ~ 2011. 4. 9)의 기념비적인 첫 영화 연출작이다. 미국의 배심원 제도를 다룬 영화로 유죄가 확실해 보이던 살인 혐의 소년을 두고서 12인의 배심원들이 토론을 통해 그 판결을 합의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한 재판 과정이 합의되어가는 과정을 면밀하게 그려내고 그 과정 속 갈등을 이겨내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이다.

이 영화 속에서는 총 12명의 배심원 중 8번 배심원이 “나도 그 애가 유죄인지 확인할 수 없고 그저 그의 유죄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했을 뿐”이라는 소년에 대한 무죄 의견을 필두로 그를 제외한 11명의 배심원들은 그 와는 반대되는, 유죄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편견에 기반한 의견을 피력하는 모습들이 드러난다. 대표적으로 2번 배심원이 “이유를 말하라고 하면 정말 어렵지만, 나는 그저 느낌으로 그가 유죄이고, 사람의 증언을 보면 이것은 아주 분명하기에 그가 무죄라는 것을 증명하는 사람이 없다”라고 언급한 부분을 시작으로 소년에 대한 판단에 있어 편견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8번 배심원에 이어 9번 배심원이 처음으로 그의 합리적 의심과 정황에 대한 설명에 동감하고, 하나 둘 의견에 대해 동조하게 되고 각자 갖고 있던 편견 속에 묻어 있던 판단들을 점차 바꾸기 시작해, 모두 무죄라는 판결을 하게 된다.

영화 속에서의 배심원들의 의견은 사실적 정황증거를 모른 채, 모두 외부의 정보에 기인한 판단으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다. 특정 사건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의견과 견해를 갖고 부정적인 평가를 동반하는 ‘편견’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영화 속 ‘상대방(유죄 추정 소년)’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정보 수집이나 정보 처리의 과정이 없이 적대감 및 혐오 등의 부정적인 정서를 동반해 상대를 한쪽으로 치우쳐 평가하고, 이를 외현적으로 드러나는(영화 속에서는 소년에 대한 평가와 대사 등으로 나타난다) 차별적인 편견[1]으로서 드러내는 것이다.

편견은 인지적·정서적 측면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편견의 대상에 대해 발현되는 행동적 측면에서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예를 들어 재판 과정에서 배심원들의 의사 결정 시 특정 민족이나 인종에 대한 피고인의 판결을 내릴 당시 이런 편견의 영향력은 상당한 파급력을 낳을 수 있으며[2] 편견을 통해 찬성 혹은 반대 입장과 그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정치적 해위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3].

본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는 두 집단 간에 한정된 자원(유죄, 무죄 결정)을 두고 벌이는 경쟁 및 갈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불가피한 결과[4]로 시작되는 편견의 형성부터 집단의 압력 하에 개인이 집단이 기대하는 바대로 생각이나 행동을 바꾸는 동조의 과정[5], 더 나아가 집단의 영향력에 굴복해 집단의 기대에 맞도록 부정적 평가와 태도에 동조[6]하기도 하고 결국은 모두 긍정적인 평가로 바꾸는, 형성부터 해결의 모든 단계가 드러나 있다.

또한, 영화라는 매체적 특성으로 인해 한 시간 남짓의 짧은 시간 속에서 ‘배심원들의 공론’을 통해 편견이라는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하기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영화 속 편견을 다룬 연구는 윤정안(2019)[7]의 영화 <장화, 홍련>의 서사 전략을 통해 영화 속 계모와 정신병에 대한 보편적 편견에 다룬 선행연구와 이명자(2006)[8]의 영화 <시실리 2km>, <축복합니다> 속 나오는 관객들의 선입견과 편견의 전복을 통한 ‘오해의 웃음’으로의 서사, <청년경찰>과 <범죄도시>속 드러나는 표면적 인식의 편견 속에서 이를 올바르게 인식함으로 전환되는 공감과 연대로의 발전양상[9] 등이 있다. 이처럼 영화 속 편견을 다루는 주제의 선행연구는 많지만 대다수가 상기 문헌처럼 계모, 북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 조선족에 대한 인식과 같은 보다 보편적 이해에 대한 기존 편견을 다루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공감, 오해’와 같은 바로잡기식의 결론을 내렸을 뿐, 편견에 대한 새로운 지평과 인식을 펼치진 못했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에 본고에서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을 통해 그 속에 나타나는 편견에 대해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투영하여 편견에 대해 해석하고 이를 풀어나갈 수 있는 현실적 갈등해결의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Ⅱ. 본론

1. 편견에 관한 고찰

편견이라는 단어 Prejudice는 앞선 접두사 Pre-와 같이 ‘미리’, ‘앞선’ 등의 의미를 내포하는 단어[10]로 언어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판단의 객관성을 보증하지 못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즉, 편견은 부정적인 판단만을 일컫는 개념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긍정적인 맥락으로도, 부정적인 맥락으로도[11] 작용하는데, 편견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다는 생각이 곧 편견이며 이런 편견을 극복해야 하는 점도 모순적으로 편견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12].고로 이는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단어이며 그 평가는 언어가 사용되는 사회의 맥락 안에서 구성되어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 속에서 편견의 의미는 개인적·집단적 측면에서 피하거나 벗어나야 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진 현상이다[13]. 과거와는 달리 편견이 의심받거나 제거되어야 하는 부정적인 현상으로서 이미지화되고, 이러한 사실이 해결되어야 한다는 뿌리를 내린 것은 근대의 사상적인 영향에 힘입은 사실이 크다. 또한, 국제적으로도 대다수의 편견은 퇴치해야 할 대상[14]으로서 여겨지며 유대인 배척주의나 전쟁과 폭력 등을 바라볼 때 긍정적인 측면보다는 인류적인 측면에서 볼 때 편견은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 보인다.

이런 편견은 네 가지 측면[15]으로 분류되는데, 그 내용은 [표 1]과 같다.

표 1. 편견의 네 가지 측면(출처: Nicklas et al.,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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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편견의 네 가지 측면을 설명하는 데 있어 ‘부정적’인 사실에 대한 근거로서 분류를 했고 여기서 특히 심동적 측면이 위험한데(허영식, 2015), 사람들이 늘 자신의 편견에 의해 판단하고 행위하는 것은 아니나 일정 상황 속에서 위험한 수준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본고에서 다루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도 객체인 용의자에 대해 사형을 판결할 수 있는 열 두 명의 배심원들의 주장이 곧 행위이며, 이는 그들의 심동적 측면에서 영향을 주는 요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1.1 편견과 관련된 연구의 접근방법

편견과 관련된 문제에 있어 다양한 접근방법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대표적으로 네 가지의 접근 방법으로 나누어 살펴본다.

1.1.1 권위주의적 성격의 편견

편견에 있어 그 발생과 구조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성과를 가져온 것은 Horkheimer와 Adorno(1981)의 저서 속 연구로, 현대의 전체주의적 망상, 파시즘에 따른 대중의 동원, 민족적 편견 일반에 있어 그 심리적인 전제조건을 탐구하는 연구 목표를 갖고 수행되었다. 그들은 연구 결과 편견은 인간의 사고와 떨어진 고립된 현상이 아니고 편견들끼리 상호 연관되어 하나의 증후군을 생성하며, 이런 증후군으로써 만들어진 성격구조는 대표적으로 권위로의 집착, 인습, 경직된 사고라고 알려져 있다[15][16].

1.1.2 사회적 정체성 측면의 편견

사회적 정체성이란 개인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적인 환경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의 산물이라 할 수 있는데[14] 사회적 정체성은 1) 성별과 같은 자연적인 소속과 관련된 요소와 2) 민족과 국적과 같은 타고나면서 얻게 된 소속 요소, 3) 교육과 사회집단과 같은 후천적으로 획득한 소속과 관련된 사회적 정체성으로 나뉜다. 이런 소속에 의한 사회적 정체성으로 인해 발생하는 편견은 ‘소속으로의 구속’에 의해 긍정적인 자아상을 수립하는 데 있어 방해가 될 수 있다[15].

1.1.3 집단 정체성의 딜레마 관점의 편견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개인의 행복한 삶을 위해 중요한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을 겪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사회적 유기체인 인간으로서 사회적 결부 혹은 결속을 이루어야 한다. 이런 사회적인 정체성을 상실한 사회적으로 소외되거나 고립된 사람들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슬픔이나 아픔을 겪게 되기 마련이다. 허나 특정 사회집단에 속해 있다는 감정은 긍정적이긴 하나 속해 있지 않은 타자들을 배제하는 감정이고, 곧 긍정적 사회적인 정체성(집단정체성)을 수립하는 것은 동시에 배제와 구획, 편견과 공격성을 산출하는 과정이기도 한 딜레마인 것이다 [15].

1.1.4 접촉가설에 의한 편견

편견을 접촉가설에 빗대어 해석해보자면, 기존 접촉 가설이 사람들 상호 간의 접촉이 이해와 더불어서 평화로운 공동생활을 촉진한다는 것에 대한 이해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집단 간의 상호작용이 강화 및 집중될수록 판단의 왜곡과 편견이 줄어든다고 하지만[17] 이런 밀접한 접촉 혹은 가까운 인간관계는 현실 속에서 오히려 편견을 강화시키고 이에 넘어 적대감까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편견의 제거 혹은 감소에 도달하기 위해 사람들 간의 접촉에 의한 접촉가설로 설명하기엔 충분하지 않은 이론이며, 향후 더 연구가 필요한 분야라 할 수 있다.

이런 다양한 접근방법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편견은 다양한 대상에 대한 반응으로 관찰 가능하며 정체성을 안정화시킴과 동시에 이런 안정성을 토대로 편견을 강화시키거나 타인을 배제시키기도 한다. 그에, 편견이 형성되는 커뮤니티 맥락 속에서 그를 조심스레 접근할 필요성이 있으며 본고에서는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에 빗대어 이런 편견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한다.

2. 하버마스의 공론장

하버마스(Jürgen Habermas, 1929 ~) 는 독일 뒤셀 도르프 출신으로, 비판 이론의 전통을 이어받은 프랑크 푸르트학파 2세대의 대표 주자로서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철학자이자 사회학자이다. 하버마스는 그의 다양한 이론 중 ‘공론장’ 개념으로 관련 분야에 깊은 연구 실적을 남겼는데, 우선 공론장 속에서 이루어지는 ‘담론’이라는 의미적 체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의사소통의 두 형식인 의사소통행위와 담론을 구별했는데, 전자는 의사소통이 일어나는 의미연관의 타당성을 소박하게 전제하고 있는 것이며 후자는 전자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경우 다른 수단으로 행해지는 의사소통의 일종이라 규정했다[15]. 하버마스에 있어 담론이란 상기 두 가지 요건 충족을 전제하는 것으로 행동의 강요, 체험의 강요로 벗어난 의사소통의 형식으로 ‘효력주장’ 자체에만 집중하게 된다. 즉 담론을 각종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고, 의사소통행위 속에서 제기된 효력적 주장들이 명시적으로 논의되는 것이다.

하버마스는 그의 저서 “사실성과 타당성”에서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공론장은 적어도 세 가지의 전제가 필요합니다. 하나는 가치에 대한 규범적 기대이며 ... 두 번째는 자유주의적 정치문화가 보장되어야 하고 ... 마지막으로 민주적인 제반 원칙에 부응하는 갈등해소 절차를 요구한다는 것입니다 ... 공론의 장은 결국 정당한 요구를 개진하는 도전의 장입니다.”1)

곧 그가 말하는 공론장에서는 ‘갈등해소 절차’가 필연적으로 따라야 하며 이러한 갈등은 상기 편견의 네 가지 접근 방법에 기인해 볼 때, 권위주의적 성격의 편견 속에서는 경직된 사고와 전체주의적 망상, 대중의 동원 등에 해당하는 개념이고 사회적 정체성의 편견 관점에서는 공론장 속의 개개별로 다른 사람들의 선천적·후천적 요소에 기인한 개념이며 집단정체성 측면에서는 특정 사회집단과 다른 무언가의 특성 자체가 갈등이자 편견이 되는 것이며 접촉가설의 관점에서는 집단 간의 상호과정 속 발생하는 마찰이 곧 갈등이자 편견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곧, 하버마스의 공론장은 담론에 참여한 ‘배심원’들의 효력적 주장들이 필연적으로 갈등을 만들게 되어 있으며, 그 갈등은 편견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런 편견들을 해소할 수 있는 점도 공론장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하버마스가 주장하는 ‘합리적인 토론’, ‘긍정적인 비판적 합리성’인 것이다.

그는 본래 칸트의 방법론적인 전통을 따르며 그의 독백적인 도덕 체계의 구성 방법이 갖는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 다자가 수용할 수 있는 원리를 제시하는데, 조지 허버트미드(G. H. Mead)의 ‘이상적 역할 수행’이라는 개념에서 유래한 ‘보편화 원리’이다[19].

공론 속에서의 특정한 규범이 그것을 따르는 모두에게 있어 타당하게 수용되려면 그 규범을 보편적인 법칙으로서 표현 가능해야 하는데, 보편성은 하버마스에 따르면 “모든 이의 이해관계를 만족을 위해서 모두가 규범을 준수할 것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것이고 결과에 따르는 부작용을 모든 이해관계자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이라 정의했다. 이런 그의 공론장 속의 공론들의 관점에서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 나타나는 편견과 그 해소 과정을 들여다보기로 한다.

3.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 나타나는 편견의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을 통한 해석학적 분석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은 12명의 배심원들이 한 소년의 살인사건에 대해 판결하는 과정을 그려냈으며, 12인 모두는 논쟁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로 구성하여 현실감을 더했다. 풋볼 코치와 은행원, 사업가, 주식 중개인과 세일즈맨 등 다양한 직업과 성격 특징을 가진 인물로 구성하여 정확한 논리로서 사안을 찬성 혹은 반대하거나, 큰 목소리로 상대방을 압도하려는 인물, 토론 자체에 별 관심이 없는 인물 등 우리 사회 속 토론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특히, 영화 속에서는 판사에게 합의를 요구받는 첫 번째 장면과 배심원들이 법원 밖의 계단을 내려가는 끝장면, 화장실에서의 담화를 나누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방 한 칸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서사 구조를 형성함에 보다 ‘메세지’에 기인한 해석이 용이한 플롯을 구성하였다.

영화 속에서는 각 배심원들의 특징에 따라 8번 배심원과 일부 배심원을 제외한 다수의 배심원들의 편견어린 모습이 보인다. 1번 배심원은 진정한 의미의 편견을 보여주진 않았으나 자신의 특별한 주장 없이 소년을 유죄라 주장한 점에서 집단정체성 관점에서의 편견을 주장했다 할 수 있고 실질적으로 4번 배심원은 철저한 이성적인 판단에 기반한 주장만 언급했을 뿐 별다른 편견의 모습을 보이진 않았다.

특히 영화 속 10번 배심원의 편견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런 애는 믿을 수 없어요. 평생 이런 애들을 봤는데 한 마디도 믿으면 안 돼요. 그런 애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하고, 술에 취하면 아무나 찔러 대요. 원래 천성이 폭력적이고, 그에게 사람 목숨은 파리 목숨과 같다.”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피고인의 증언은 신뢰하지 않지만, 증인으로 나선 여인의 증언은 사실이라고 믿는 편견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9번 배심원이 “그 애가 어떤 애인지와는 상관없는 일이니, 사실로만 판단해야 합니다.” 라는 말에 “사실은 언제든지 왜곡할 수 있는 거요.”라 하며 자기주장의 오류2)를 범하기도 한다.

또한 3번 배심원은 “요즘 애들이 다 그렇소. 빈민가 출신 애들은 다 그렇지.” 라는 모습을 비롯하여 4번 배심원은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사회악이오.” 차례로 7번 배심원은 “이 아이는 전과 5범이오.”라는 모습들을 통해 사실상 얼굴을 본 적도 없는 피고에 대한 평가를 내리며 오로지 8번 배심원만이 소년에 대한 범죄 유무의 ‘합리적 의심’ - 범행을 저지른지에 대한 유무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 -에 기인해 편견 없는 주장을 펼친다. 이처럼 8번 배심원은 소년의 죄에 대해서 더 깊고 면밀히 살펴봄으로써 생명의 존엄성을 근거로 하여 사안을 천천히 밝혀 가는 공론장 속 상호간의 이해 및 보편적인 이성을 끌어내는 인물로서 영화 속 편견에 대한 재해석을 이끌어 내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다. 이 인물은 관람자에게 ‘내가 만약 나를 제외한 11명의 반대의견과 부딪힌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합의를 이끌어나가는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편견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이해하게 만드는 핵심 주인공이라 할 수 있다.

하버마스는 공론장 이론을 통해 이 속에서 이루어지는 공론들이 의사소통행위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하는데, 이 의사소통의 주요개념은 ‘상호이해’로 참여하는 사람들 간의 이해를 지향하며, 그 목적은 상호 간의 이해를 통한 공통성의 형성을 기반으로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20]. 상호이해는 강제되지 않은 타당한 합의를 목표로 하는 의사소통으로서[21] 누구든지 그 의사소통 속에 참여하는 사람들 모두가 이해하는 주장을 제기해야 한다는 보편적 주장을 해야 하는 것이다.

헌데 작중 3번 배심원과 10번 배심원은 이러한 편견의 끈을 영화 후반부까지 놓지 않고 이런 상호이해에 대해 끝까지 거부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에, 그들이 역설하는 장면에서 타 배심원들이 등을 돌리고 있거나 다른 곳을 쳐다보는 등의 장면이 오버랩된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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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10번 배심원을 등지는 타 배심원들

이 외에도 8번 배심원의 상호이해 및 타당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 속에서 3번 배심원의 8번 배심원을 향한 “이거 놔, 죽여 버릴 거야!”라는 모습은 영화 속 갈등의 최고조의 장면을 보여준다. 이는 편견에 사로잡힌 한 개인이 나타낼 수 있는 행동적 폭력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이를 말리는 여러 배심원들의 행동적인 모습은 비단 공론장 속 상호 이해와 합의를 이끌어나가는 모습이 ‘담론’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모습 또한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합의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합의라고는 할 수 없다. 본질적인 3번 배심원의 마음은 주변의 시각으로 인해 잠시 억눌린 단순한 표면적, 임시적 합의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에서 보건대 영화 전반부는 영화 제목처럼 모두가 성난(angry) 상태였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상호 간의 이해를 통해 공통성을 수립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또한, 이런 ‘보편적 주장’에 기인한 주장을 하지 않는 배심원들에게는 사회적 결속을 끊고 그를 혼자 남겨 두는 등 더 이상의 소통을 이어가지 않는다. 다시 말해, ‘상호 이해’, ‘보편적 주장 - 영화 속에서는 합리적 의심 (reseanable doubt)으로 발현된다 -’에 기반한 공론장에서의 의사소통 과정을 수행해 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작중에서 앞서 10번 배심원이 소년에 대한 편견적인 발언을 수차례 지속할 때, 8번 배심원이 “이럴 때 개인적 편견이 드러나기 마련이죠. 언제나 편견이 진실을 가립니다. 아무도 진실을 모르고, 아무도 모를 겁니다.”라는 상호 이해를 위한 의사소통에 대한 노력을 보여준다.

영화는 공론장 속에서 의사소통하는 12명의 배심원들의 의사소통 플롯이 지속적으로 이어지지만, 한 사람씩 무죄 투표를 점차 하게 되고, 비로소 6대 6의 상황이 나오는 시점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지게 되고 이에 전등을 켜고 창문을 닫고, 아무런 의견을 피력하지 않고 진행에만 신경을 썼던 1번 배심원이 8번 배심원 곁으로 다가가며 이야기를 건네는 시점부터 보다 편견과 갈등이 해소된 분위기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영화 속 비가 쏟아지는 장면은 3번 배심원과 10번 배심원으로 인한 갈등의 최고조를 나타냄과 동시에, 7번 배심원을 야구 경기에서 포기하고 보다 토론에 집중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이다. 이를 통해 보다 수많은 편견 속에서 진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시작하는 새로운 서막(序幕)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이자 이전까지와는 날씨의 변화처럼 토론의 변화도 이루어질 것을 암시한다.

하지만 이런 극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하버마스의 공론장 이론처럼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는 그들의 이익 거래가 아닌 ‘공동체를 위한 합의[22]’에 도달했는지는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그의 희망대로 역사성에 구속되지 않고 ‘보편적 이성성’을 보여줬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8번 배심원의 타당한 합의를 위한 보편적 주장으로 하나 둘 배심원들이 합리적인 의심으로 유죄에서 점차 무죄로 그 판단을 바꾸며 편견을 불식시켰지만 7번 배심원과 12번 배심원의 태도는 공동체를 위한 합의의 목적을 이루긴 했으나 그들의 이익과 관련이 없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이다. 7번 배심원은 자신이 선호하는 야구 경기를 보기 위해 빠른 토론의 결론을 내고 싶어 자신의 의견을 바꾸었으며, 12번 배심원은 자신의 주장 없이 대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밴드왜건 효과 (Bandwagon effect)에 따라 의사결정을 해서 개인의 사회적 정체성, 집단 정체성을 이루기 위한 개인의 이익을 도모한 것이라고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3번 배심원의 심리 변화도 이와 유사한 경우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소년의 유죄판결유무에 있어서 끝까지 유죄를 고수했으나, 궁극적으로 그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말썽을 피우고 연락이 닿질 않는 자신의 아들로 인한 트라우마였고, 결국 자신을 제외한 모든 배심원들의 압력으로 인해 자신도 무죄를 마지못해 주장하게 된다.

이들 주장의 변화는 ‘이성성(rationality)'에 기반한 변화가 아닌, 단순히 군중심리 혹은 개인의 순간적 감정적인 요인에 의해 변화한 것이다. 이처럼, 영화 <12인의 성난사람들>에서는 하버마스 공론장 이론에 따른 갈등 즉 편견의 당연한 생성과 이를 상호 간 이해를 통해 해결하려는 모습, 타당한 합의를 위한 보편적 주장을 하는 배심원의 상호 이해의 시도를 무시하는 자에 대한 철저한 사회적 고립, 이에 대한 궁극적인 모두의 합의를 이끌어내나 하버마스의 바람처럼 ’공동체를 위한 합의‘, ’보편적 이성성‘까지 도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한 것이라 할 수 있다.

Ⅲ. 결론

1. 편견에 대한 새로운 시각

오늘날에 있어 편견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고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할 부정적인 대상으로서 고착화된 것은 근대적인 비판론에 기인한 것으로 전통과 권위를 포함한 모든 편견은 과학적, 철학적 오류의 원천임과 인간의 자율을 차단하는 노예화의 원천이라는 칸트의 비판은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

인간의 이성은 유한하며 상황 배경적인 제약 속에서 작용할 수밖에 없으며 비록 편견은 지식생산에 있어 장애가 될 수 있으나[13] 본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서는 이러한 편견을 필두로 시작된 영화 속 ‘갈등 해소’, ‘상호 이해’의 과정 속에서 갈등을 유발하는 편견이 모든 이의 궁극적 합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며 가다머(1900. 02. 11 - 2002. 03. 14)가 말한 ‘편견은 이해를 위한 조건이자 새로운 지식을 창출해 내는 틀’처럼 공론의 장에서 편견은 의사소통을 위한 필요악이자, 그 언어적 특징처럼 섣부른 판단이며 앞선 판단일 뿐이지 그 자체를 옳고 그름을 따질 문제에 있어서는 조심스러워야 할 문제인 것이다.

허나 이런 편견이 공론을 통해 불완전하지만 ‘공동체를 위한 합의’에 도달해야만 그 편견의 긍정적 의미가 발현된다고 할 수 있다. 현실적 제약을 받는 인간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성성에 기반한 완전한 상호간 이해는 불가능하지만, 이를 합의로서 이끌어 낸다면 비교적 다수의 긍정적 공공성(publicity)을 이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2. 연구의 한계점과 차후 연구 방향

본 연구는 영화 <12인의 성난 사람들>에 한정하여 편견의 시야를 단편적으로 분석하는 데 그친 것에 한계점이 존재한다. 편견의 모습은 다양한 매체와 현실세계에서도 이루어지지만 특정 미디어 한 편에서의 단편적인 시각은 섣부른 결말이자 이를 통한 함의를 현실에 적용하기에는 도리어 이 점이 ‘편견’으로서 작용할 소지가 있는 것이다. 고로, 차후의 연구 방향은 다양한 미디 어를 포함한 현실 세계에서의 시대성을 반영한 편견의 의미를 보다 폭 넓게 연구하고, 이에 대한 의미를 탐구하는 연구가 수행되어진다면 편견과 관련된 시각과 관점이 달라지고 이를 더 생산적인 공론의 실행 요소로서 바라볼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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