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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전통 이념과 극단 민예극장의 '전통'

A Study on Traditional Ideology and the 'Tradition' of the Theatre company Minye in 1970s

  • 김기란 (대진대학교 연극영화학부)
  • 투고 : 2020.07.17
  • 심사 : 2020.08.14
  • 발행 : 2020.08.31

초록

이 글의 목적은 70년대 국가권력에 의해 소환되었던 전통 이념이 '전통의 현대화'라는 명목 아래 당대 한국연극 현장에 수용되었던 양상과 그 함의를 밝히려는데 있다. 이는 다른 한편 70년대 전통 논의를 둘러싼 한국연극계의 자기검열의 양상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이 글에서는 민족극을 창안하는 방식으로 70년대 한국연극계의 전통 논의를 선점했던 극단 민예극장의 활동을 살펴보았다. 이제까지 70년대 극단 민예극장에 대한 평가는 전통의 계승과 변용을 내세운 허규의 연출 작업을 바탕으로 공연예술적 성취 여부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70년대 국가가 주도한 문화정치의 장(場)에서 구성된 전통 이념과 그것이 작동된 양상은 예술적 성취라는 측면에서만 평가할 수 없다. 무릇 전통을 전유하려 한 주체의 선택적 기준에 따라 전통 이념은 선별되고, 선별된 전통 이념의 선택 과정에서 특정 대상들이 배제, 폐기, 재선별, 재해석, 재인식된다. 70년대 비문화로 호명되었던 서구적인 것이나 퇴폐불온한 것과의 차이 속에서, 전통이 전유되었던 70년대의 상황도 이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 국가가 주도한 70년대의 전통 논의는 전통의 특정 이념을 안정된 가치로 합법화했는데, 그것을 작동시킨 한 방식은 국가의 문예지원이었다. 70년대 극단 민예극장은 당시 연극 위기론의 구체적 대안으로 선택되었던 전통의 현대화를 바탕으로 민족극을 지향했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전통연희의 계승과 변용이라는 방식으로 구현되었는바, 특히 극단 민예 극장의 대표 연출가 허규에게 전통은 거부할 수 없는 안정적 가치였고 그것의 계승과 변용은 의심할 바 없는 소명으로 내면화되었다. 그 결과 허규가 연출한 극단 민예극장의 공연은 일정한 성취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전통연희의 관습들로 채워진 숙련된 장인술로 귀착되었다. 70년대의 전통 이념은 80년대 들어 새로운 전유의 양상으로 전개된다. 1986년 극단 민예극장의 핵심 단원이었던 손진책, 김성녀, 윤문식 등은 민예극장을 탈퇴하여 극단 미추를 만든다. 극단 미추는 연출가 손진책을 중심으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마당놀이를 선보이며 전통의 대중화를 끌어냈다. 전통연희에 내재된 민중의 저항정신을 전통적 가치로 전유했던 대학가의 마당극처럼, 손진책의 마당놀이는 풍자와 해학을 통해 위압적인 국가권력을 비판하고 조롱함으로써 대중적 인기를 끌었다. 70년대 전통 논의의 자장 안에서, 민중의 저항정신을 전통적 가치로 전유하며 자생한 마당극이나 전통의 대중화를 성취한 극단 미추의 마당 놀이는 예술적 성취로써만 평가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전통의 계승과 변용이라는 측면에서 70년대 극단 민예극장이 성취한 것 역시 70년대 전통이 소환되었던 맥락을 제외하고 독립적으로 평가될 수 없다. 70년대 국가 주도의 전통 논의에 대응한 한국연극 평단의 시각이 예술성을 바탕으로 한 공연예술의 질적 성취에만 집중된 대목이 아쉬운 것은 그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런 맥락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70년대 극단 민예극장의 활동을 중심으로 당대 한국연극계의 전통 논의와 그 실천 양상을 살펴보았다. 결과적으로 70년대 극단 민예극장의 활동이 한 계기로 작용했을 대중적 마당놀이나 민중저항의 마당극은 70년대 극단 민예극장이 전통을 전유하는 방식, 곧 전통의 계승과 현대적 변용과의 '차이' 속에 정립되었다. 계기는 되었으나 그에 따른 유의미한 차이를 지속적으로 생산해내지 못한 점, 이것이 극단 민예극장의 '전통'이 70년대 한국연극사에서 차지하는 의미이자 한계이다.

In this article, the "modernization of the tradition" constructed on the cultural politics and the way in which it appropriated in the korean theatre in the 1970s were analyzed. It is trying to reveal its implications. It is also a work to critically review the aspects of self-censorship in the korean theatre in the 70s. To that end, we looked at the theatre company Minye Theatre, which preoccupied the traditional discussions in the 1970s by creating national dramas. Until now, the evaluation of the theatre company Minye Theatre in the 1970s has focused on the achievement on the directing of Heo Gyu, who promoted the succession and transformation of tradition. However, the traditional ideology constructed in the state-led cultural politics in the 70s and the way in which it was operated cannot be evaluated only in terms of artistic achievement. The ideology of tradition is selected according to the selective criteria of the subject to appropriate tradition. What's important is that certain objects are excluded, discarded, re-elected, re-interpreted and re-recognized in the selection process of selected traditional ideology. This is the situation in the '70s, when tradition was constantly re-recognized amid differences between the decadent and the disorder that were then designated as non-cultural, and led to a new way of appropriate. The nation-led traditional discussion of the '70s legalized the tradition with stable values, one of the its way was the national literary and artistic support. Under the banner of modernization of tradition, theatre company Minye preoccupied the discussions on the tradition and presented folk drama as a new theatre. As an alternative to the crisis of korean theatre at the time, the Minye chose the method of inheriting and transforming tradition. It is noteworthy that Heo Gyu, the representative director of the theatre company Minye, recognized the succession and transformation of traditional performance as both a calling and an experiment. For Heo Gyu, tradition was accepted as an irresistible stable value and an unquestionable calling, and as a result, his performance, filled with excessive traditional practices, became overambitious, especially when it failed to reflect the present-here reality, the repeated use of traditional expression tools resulted in skilled craftsmanship, not artistic creation. The traditional ideology of the 70s unfolds in a new aspect of appropriation in the 80s. In 1986, Son Jin-Cheok, Kim Seong-nyeo, and Yoon Mun-sik, who were key members of the theatre company Minye Theatre, left the theatre to create the theatre company Michu, and secured popularity through Madangnori(popular folk yard theatre). Son Jin-Cheok's Madangnori is overbearing through satire and humor. It gained popularity by criticizing and mocking state power. On the other hand, not only the form of traditional performance, but also the university-centered Madanggeuk movement, which appropriated on the spirit of resistance from the people to its traditional values, has rapidly grown. In the field of traditional discussions of the 70s, Madanggeuk was self-born through appropriation in which the spirit of resistance of the people is used as a traditional value. Madanggeuk as well as Michu that achieved the popularization of Madangnori cannot be discussed solely by the artistic achievement of the modernization of tradition. Critics of korean theatre in response to state-led traditional discussions in the 70s was focused only on the qualitative achievement of performing arts based on artistry. I am very sorry for that. As a result, the popular resistance of the Madanggeuk and the Madangnori were established in the 'difference' with the traditions of the theatre company Minye Theatre. Theatre company Minye Theatre was an opportunity for the modernization of tradition, but the fact that it did not continuously produce significant differences. This is the meaning and limitation of the "tradition" of the theatre company Minye Theatre in the history of korean theatre in the 197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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