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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History Study on the Self-realization of Woman in the Abstinence Process

단주과정에 있는 여성의 자기실현에 관한 생애사 연구

  • 강선경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 ;
  • 이중교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가톨릭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
  • 차명희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 가톨릭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 Received : 2019.10.01
  • Accepted : 2019.12.03
  • Published : 2020.01.28

Abstract

This study is a life history on self-realization of woman in the abstinence of alcohol process. The purpose of the study is to explore the circumstance of female alcoholism, to expand the prospect of discussion for treatment and recovery, and to suggest social welfare intervention measures. The study involved a female alcoholic who had been recovering for more than seven years, and the text for life history analysis was divided into 'dimension of life', 'turning point' and 'adaptation' based on the life history analysis framework proposed by Mandelbaum. As a result of the data analysis, 'dimension of life' was analyzed into three areas, such as the personal level of life, the family level of life, and the social dimension. 'Turning point' is to escape from a father who drinks alcohol and uses violence, to give up his job to avoid boss's abuse, and to proceed one's own way of healing. 'Adaptation' was derived into good at studying, relieving anger by drinking alcohol, and referring to AA and self-realization. Based on these findings, this study presented the social welfare practice and policy discussion focused on self-realization.

본 연구는 단주과정에 있는 여성의 자기실현에 관한 생애사 연구이다. 연구의 목적은 여성 알코올 중독에 관한 정황들을 탐색하여 치료 및 회복을 위한 논의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사회복지적인 개입방안을 제시하는데 있다. 이를 위해 7년 이상 단주 중인 여성 알코올 중독 회복자가 참여했으며, 생애사 분석을 위한 텍스트는 Mandelbaum이 제안한 생애사 분석틀에 의거하여 '삶의 영역', '전환점', '적응'으로 나눴다. 자료분석 결과 <삶의 영역>은 '개인적인 삶의 차원', '자족차원의 삶의 차원', '사회적인 삶의 차원'의 총 3개의 영역으로 분석되었다. <전환점>은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로부터 탈출', '상사의 폭행을 피해 직장을 포기함', 'AA(단주 자조모임) 참여로 서서히 치유의 길을 걸어감'으로 드러났다. <적응>은 '공부를 잘하는 적응전략', '술을 마심으로써 분노를 삭이는 적응전략', 'AA로의 의탁과 자기실현을 생각하는 적응전략' 으로 도출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자기실현에 입각한 사회복지 실천 및 정책 차원의 논의를 제시하였다.

Keywords

I. 서 론

1951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알코올 중독을 ‘알코올중독 증후군(alcohol dependence syndrome)’이 라는 질병으로 규정하였다[1]. Jelinek역시 알코올 중독은 만성적이고 진행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내성이 증가하는 전구증상(前驅症狀)을 보이다가 급기야는 조절능력을 상실하는 질병으로 정의했다[2]. 그러나 최근 미국 정신의학협회(American Psychiatric Association, APA)의 정신장애 진단기준(DSM-V)에 의해, ‘알코올 사용 장애(alcohol use disorder)’는 지속적인 알코올 사용으로 인한 ‘정신장애’로 분류되었다 [3]. 이처럼 알코올 중독은 질병의 개념에서 벗어나 정신장애로 분류되어, 과도한 음주행동이 신체·정신·직업 및 사회적 기능에 장애가 수반되는 상태를 의미하게 되었다[4].

술을 마시는 행위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음주에 대한 시각은 도박이나 약물과 달리 상대적으로 관대하다. 이러한 시각의 차이로 우리 사회의 고위험 음주자의 비중은 매우 높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동안 1회 평균 음주량이 남자의 경우 7잔, 여자의 경우 5잔 이상으로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것을 말하는 고위험  2016년 13.8%에서 2017년에 14.2%로 증가하였다고 보고하고 있다[5].

상습적이고 습관적인 음주생활로 인해 조절능력이 상실되면 알코올 중독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개인은 물론 사회적 기능까지 손상시킨다. 개인적 문제로는 가족의 고통, 경제적 어려움, 건강악화 등을 초래한다[6]. 이 중에서 특히 알코올 중독은 당사자뿐만이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가족질환이라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알코올 중독자가 가족구성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더하여 세대 간 전이 문제를 일으키는 위험성에 관한 연구는 국내외에서 이미 검증되었다[7-11]. 또한 사회적 문제로는 성폭력, 교통사고, 강도 및 절도, 살인, 폭행, 아동학대 등이 술과 연관되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알코올 문제로 인한 개인 및 사회적 문제에 대한 인식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진단받고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사람은?1.6%에 불과하다[12]. 이는 알코올 중독자들과 회복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개입이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한 현실을 보여준다. 이러한 치료부족의 문제 외에도 여성의 알코올 중독 문제에 관심이 부족함을 들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로 여성의 음주가 증가했고, 여성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전환되었다. 기존의 남성의 문제로만 인식된 음주문제를 이제는 여성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13].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문제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 첫째, 사회적 편견과 냉소적 시각으로 남성 알코올 중독자에 비해 더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둘째, 낙인과 수치심으로 인해 치료를 회피하고 알코올 문제를 숨기려는 경향으로 중독문제의 심각성을 더 키우게 되며 [14], 셋째, 여성 알코올 중독자는 남성보다 짧은 기간의 음주에도 신체적으로 급속하게 손상을 입으며, 알코올에 훨씬 높은 민감성을 갖는다[15]. 넷째, 여성 알코올 중독자는 중독문제를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사회 구조에서 고립화되거나 만성화된 병적 음주자로 진행될 위험성이 높다[16].

여성 알코올 중독에 관한 연구는 최근에 들어 활발한 경향을 보인다.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보편적 경험의 본질을 탐색하는 다양한 질적 연구도 다수 발견되고 있다[17-24]. 이러한 연구들은 여성 알코올 중독자가 경험하는 재발경험, 중독과정, 회복경험, 타인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천덕희[20]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회복경험이 자조모임인 A.A.(Alcoholics Anonymous)를 통해 영적으로 성숙해진다는 것을 제시했으며, 신영주[18]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중독과정에 있어 어린 시절에 타인과의 물리적ㆍ심리적 교류 단절, 심리적 상처경험, 가족과의 갈등, 경제적 어려움이 있음을 들었다. 김혜자[23]는 여성 알코올 중독의 문제가 심리적 단절로 인한 아픔보다는 소외로 인한 고통을 회피하기 위해 음주를 시작한다고 하였다.

이렇게 지금까지의 연구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특징 및 회복경험에 초점을 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으나 인간의 ‘자기실현’이라는 점에서는 다소 부족함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는 알코올 중독으로 이끈 총체적인 삶을 깊이 이해하여 단주를 포함한 자기실현에 초점을 두어 생애사 연구방법을 통해 한 여성 알코올 중독회복자의 삶을 살펴보고자 한다. 개인의 생애사가 사회의 여러 가지 맥락과 함께 해석될 때 개인의 삶뿐 만이 아니라 그를 통하여 사회구조를 재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25].

따라서 연구 목적은 여성 알코올 중독에 관한 구체적인 상황과 정황들을 탐색하여 치료 및 회복을 위한 논의의 지평을 확장시키고 사회복지적인 개입방안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이러한 목적을 도출하기 위하여 한 여성 알코올 중독회복자의 삶에서 중독의 원인을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술을 찾는 것’에서 벗어나 자기실현의 과정을 구심점으로 삼아 살펴보았다. 연구의 목적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문제는 “단주과정에 있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자기실현이란 무엇인가” 이다.

Ⅱ. 문헌고찰

1.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이해

문제음주(problem drinking)와 중독(addiction)은 그 의미부터 다르다. 알코올을 남용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중독자가 되는 것은 아니며, 알코올 문제는 경미한 수준에서 심각한 수준에 이르는 연속적 범위를 보인다 [12]. 중독에 대한 정의에 대해 세계보건기구의 알코올 중독 전문가들은 알코올 의존, 남용 및 해로운 사용을 진단하는 데 사용되는 구체적인 기준을 개발하였다.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진단 및 통계편람(DSM-IV)'에서는 알코올 의존과 알코올 남용이라는 두 진단을 DSM-Ⅴ에서는 알코올 사용장애로 통합하고, 그 심각도를 명시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또한, DSM-IV에 있는 법적 문제 기준은 제거되고 갈망기준이 추가되었다[26]. 알코올 사용장애자는 음주로 인해 부정적인 사회적 및 신체적 폐해를 겪고 있는 중일 때조차도 통제 불가능하고 강박적인 음주 갈망, 음주 추구 행동 및 음주 행동을 보인다. 이처럼 과음하고 정기적으로 음주하는 사람은 알코올 사용장애자가 된다.

알코올 중독은 지금까지는 주로 남성에게 있는 병으로 간주되어 왔으며, 남성 알코올 중독자의 수가 여성 알코올 중독자의 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을 기준으로 나온 표준화된 사정도구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를 진단하는 데에 부정확하고 적절하지 못해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개입 프로그램을 전문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하였다[18].

여성은 남성에 비해 체지방이 많고 체액이 적기 때문에 남자보다 술에 잘 취하게 되는 신체적 특성을 지닌다. 또 신체가 큰 사람에 비해 혈관 내에서 알코올이 덜 희석되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신체가 작은 여성은 알코올의 영향을 더 받게 되고, 알코올 분해효소인 탈수소효소를 남성보다 적게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같은 양의 알코올을 섭취했을 경우 여성은 남성에 비해 혈액으로 섭취되는 알코올의 양이 많다[13]. 이처럼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의 영향을 더 많이 더 빨리 받기 때문에 빈혈, 영양부족, 위경련 등을 일으키고,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리기도 하며, 알코올 남용 시 유방암 발생 비율이 높다[27].

다음으로 알코올 문제를 가진 여성의 경우, 심리적으로 남성에 비해 술을 마시는 것에 대해 죄의식을 더 많이 느끼고 우울해 한다. 이는 알코올 문제를 가진 여성은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전략으로서 술을 마시기 때문이다. 특히, 기혼여성은 결혼생활에 따른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되는데, 전업주부인 경우에는 가정에서 자신의 역할에 대한 불안감과 정체성 문제로, 직업여성인 경우에는 직장과 가정생활의 양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스트레스의 해소책으로 술을 찾게 된다[28].

사회적 특성에 있어서는, 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사회화의 결과로 술을 일찍 마시는 남성과 다르게 여성의 경우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다음에 음주문제가 발생한다 [29]. 특히, 알코올 문제는 어린 시절의 정서적 박탈감이나 사랑하는 사람의 사망, 이혼, 유기 등과 연관이 있다. 곧 여성은 생활상의 문제나 특정상황 등 그들의 인생에 있어 구체적인 외상적 사건이 있은 후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다.

우재희[30] 역시, 신체적, 성적학대의 외상경험이 있는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의 외상경험과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에 초점을 맞추어 문제 중심 대처를 습득하고,?정서 중심 대처를 조절할 수 있을 때, 재발의 고위험 상황을 다룰 수 있게 됨으로써 알코올 중독 재활에 대한 탄력성이 있음을 밝혔다. 그 외에도 알코올 중독 여성들은 근친상간이나 성적학대, 구타 등 어린 시절의 신체적 혹은 성적학대 경험에서 음주문제가 많이 발생한다는 연구도 존재한다[31].

또한 전통적으로 여성의 음주가 사회적으로 금기되어 있었던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이 사회로부터 더 심한 비판을 받는다고 보고되었다. 즉,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은 알코올 중독 자체로 인하여 겪게 되는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의 질서와 냉대로 더욱 치료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2. 자기실현(self-realization)의 이해

자기(self)란 사람전체와 성격의 중심으로 자기원형을 받아들여 실천에 옮기는 능동적인 행위를 자기실현 이라고 한다[32]. Maslow는 인간의 욕구를 다섯 단계로 제시하면서 가장 상위의 단계를 자기실현으로 보았다. 그는 자기실현을 한 사람들은 현실을 보다 정확히 지각하며 자신과 타인을 잘 수용하며 단점을 인정하지만, 지나친 죄책감을 갖거나 불안해하지 않는 특성을 갖는다고 설명한다[33]. 그렇기 때문에 자기실현이 되면 될수록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갖춘다. 이러한 자기실현은 개인자아의 결단과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며 마음의 구조에 속한 의식화가 이루어져야 비로소 그 개체는 전체의 실현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알코올 중독 상태에서는 스스로를 위로하고 긴장을 해소하며 과도한 자극에 방어하는 기능들이 결핍[34]되어 있기에 자아실현과는 거리가 멀다. 중독 상태에서의 이러한 기능의 결핍과 자기고갈을 하인즈코헛(Kohut, H, 1977)[35]은 자기의 야망과 이상을 이루지 못하는 비극적인 인간의 실존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하며 이를 조각난 자기의 병리, 고갈된 자기, 공허한 우울, 이상들이 결핍된 세계라고 설명하였다.

자기실현에 대한 연구를 보면, 먼저, 박은미[36]는 자신의 고유한 내적특질을 목적론적으로 실현해 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자기로 만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하며, 인간 안에는 자기를 실현하는 추동력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부영[32] 역시, 자기실현에 대하여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음”이라는 욕구가 있고, 이 욕구는 외로움과 공허감을 피하고 싶은 욕구이며 자신의 가능성의 실현이며 이는 개인의 평범한 행복을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키르케고르도 인간의 행복에 비중을 둔다. “인간은 실존해야 할 것을 과제로 갖는 존재이며 영원한 행복을 통해 참된 자신을 실현하는 실존론적 행복을 추구한다”고 주장한다[37].

자기실현에 관한 내용은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 1908-1963)의 미술에서도 찾을 수 있다[38]. 바로는 스페인의 여성 화가이다. 바로는 자유로운 삶과 사유에 대한 내적갈망과 심리적 불안감을 환상적이고 신비주의적인 성향의 예술로 승화시킨다. 자신의 고통스러운 삶을 바로는 사회와 관계하고 있는 주체적 여성으로서 이미지를 통한 진정한 자기(self)를 찾음으로써 자기를 실현한다.

이는 본고에서 서술하고자 하는 한 여성 알코올 중독자가 자기실현으로 나아가는 과정과 맥락을 같이하기 에 한 여성의 삶 안에서 자기실현 과정은 어떠한지를 살피고자 한다.

Ⅲ. 연구방법

1. Mandelbaum의 생애사 연구

인간의 발달은 환경과 개인의 상호작용에 의한 전 생애의 변화의 과정이다. 생애를 연구한다는 것은 개인 삶의 과정에서 발생한 내적역동과 생애변화의 차원을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미래의 시간을 예측하기에 유용한 방법이다[39]. 또한, 생애사는 개인이 경험한 사건을 부모, 친구, 직장 동료와 같은 중요한 타자를 포함한 맥락을 바탕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40].

이러한 생애사에 대하여 Mandelbaum(1973)은 연대기적 생애사의 연속성을 넘어 세 가지의 구조화된 분석틀인 삶의 영역, 전환점, 적응을 제시하였다. 삶의 영역에서는 한 개인의 삶 자체를 몇 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서술적 이야기로 기술하는 것이며, 가족, 직업,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정서 세계까지도 포함한다. 전환점 분석은 한 개인의 삶에 있어 전환의 구체적 내용은 물론 이것을 가능케 한 사회적 조건뿐만 아니라 개인의 조건도 분석하는 것이다. 적응분석은 삶의 영역과 전환점에 나타난 연구참여자의 생애주기별 적응전략을 구체적으로 분석하여 한 개인의 생의 전략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제시한다[19]. 생애사 연구방법론의 이러한 특징들은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회복과정을 탐색하기에 적절한 연구방법이라고 사료된다. 연구참여자의 사회진출 이면에 내재된 중독 및 회복과정은 몇 가지의 특정 변인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심리적, 환경적, 관계적 요인들의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시간적 축을 바탕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다[37]. 그렇기에 Mandelbaum 의 분석틀을 도용하여 연구참여자의 삶을 연대기 순의 사건과 중심 내용을 바탕으로 분석하여 연구참여자가 알코올 중독자로 살게 된 삶의 영역(dimensions), 삶의 변화가 일어난 전환점(turning point), 그리고 그 이후 단주를 유지하며 새로운 삶의 가치를 가지고 자기 실현을 위해 살아가는 적응(adaptations)의 과정을 이해하기에 적절하다고 하겠다.

또한 삶의 여정에서 연구참여자가 자의든 타의든 경험하며 살아내었던 체험들은 자기실현을 방해하기도 하고 자기실현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러한 체험들은 Mandelbaum의 분석법으로 연구참여자의 삶을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다. 왜냐하면 Mandelbaum의 3가지 차원, 즉, 삶의 영역과 삶의 전환 그리고 삶의 적응이라는 틀은 그 사회의 구조와 맥락적 또는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사회를 설명한다.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여 인간 존재의 실존을 가늠한 상종열·차명희의 연구[42]와 마찬가지로 인간 실존차원인 인간의 자기실현이라는 연구목적을 달성하기에 충분하리라고 본다.

2. 자료수집과 자료분석

본 연구에서는 연구하고자 하는 현상이나 주제를 모두 포함하고 있는 사례를 전형적 사례선정 방법으로 선정하였다. 알코올 회복자들의 모임에서 연구의 목적 및 취지를 알린 후, 포스터를 통한 공개모집에서 자발적으로 연구 참여의사를 밝힌 1인의 동의를 얻어 연구를 진행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조건은 알코올 중독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으며, 5년 이상의 단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알코올 중독회복자이다. 회복에 대한 개념은 서로 달라 단주 기간만으로 회복기준을 선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본 연구에서는 신체적·심리적·정서적·사회적으로 회복되는 기간을 최소 2년에서 5년 임을 근거하여 회복기준을 5년 이상으로 규정하였다 [41].

자료수집을 위해 1대1 인터뷰를 수행했다. 인터뷰는 연구참여자의 삶에 기초하여 연구참여자의 생애 여정을 총체적으로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38]. 연구기간은 2019년 3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총 다섯 차례, 각 2시간씩으로 총10시간의 인터뷰를 수행하였다. 인터뷰의 장소는 연구참여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진행하여 심리적 안정을 취해 자유로운 구술이 되게 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Mandelbaum이 제안한 자료분석 절차를 따랐다.

삶의 영역에서는 개인적·가족적·사회적 차원으로 나누어 문제음주를 야기하거나 지속되는 삶의 주요 영역을 분석했으며, 전환점에서는 문제음주를 멈추거나 조절하게 하는 실존적, 가족적 및 사회적 조건과 계기를 분석했다. 적응에서는 문제음주의 재발을 억제하는 요인과 자기실현으로 나아가는 적응전략을 분석했다. 이상의 내용을 중심으로 여성 알코올 중독의 원인과 회복의 이유를 결과로 도출했고, 분석결과를 연구참여자와 공유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연구의 타당성을 확보하였다. 연구참여자의 일반적 특성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표 1. 생애사 주체의 일반적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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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연구의 윤리성과 엄격성

생애사 연구는 화자의 경험을 구술하는 형식을 취하기 때문에 화자의 망각, 착오, 삶의 미화, 왜곡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신뢰성과 객관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43]. 그러나 생애사 연구에서는 개인이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는 구성주의 시각을 강조한다. 따라서 이야기의 주체는 자신의 삶의 체험에 대한 능동적인 해석자로 이해된다. 또한 개인의 생애사 연구는 이야기 주체의 삶의 의미를 도출함으로써 보편성을 획득하고자 시도한다[39]. 이에 더하여 연구의 엄격성은 연구결과의 신뢰에 대한 문제이다. 본 연구에서는 연구의 신뢰성과 타당성을 위하여 연구참여자와 장기간 라포형성은 물론, 자료수집과 분석의 과정에서 중독 전문교수와 중독연구팀의 박사와 정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조언을 받았다. 또한 A.A.관계자들의 조언을 활용하였으며, 연구참여자의 확인을 통해서 연구의 신뢰도와 타당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했다.

본 연구에 앞서 연구자들은 질적연구에서 요구되는 윤리성 확보를 위해 다음 사항들에 주의를 기울였다. 먼저, 연구참여자에게 연구목적을 설명한 후 자발적 참여 동의서를 받았으며, 연구를 위한 녹음을 허락 받은 후 면접을 실시했다. 두번째는 연구참여자의 익명성 보장과 중도에 연구참여를 자유롭게 거절해도 된다는 사항을 설명해드렸다. 본 연구는 OO대학교 생명윤리심의위원회(IRB)의 승인을 받은 후에 진행되었다.

Ⅳ. 연구결과

1. 연구참여자의 생애사 재구성

연구참여자 Y는 현재,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후반의 여성이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아버지, 가정주부인 어머니와 오빠, 이렇게 4명의 가족은 남부러울 것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Y역시 초등학교 시절 반장을 놓치지 않을 정도로 야무지고 인기가 많았다. 그러나 가슴 안에 원망과 분노, 수치심이 담겨지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때 갑작스레 해직을 당하고 알코올 중독이 된 아버지 때문이었다. 우등생이었고 욕심이 많았던 Y 는 친구관계도 원활했으며 주말이면 빠짐없이 호스피스 봉사로 **사 총재상도 받았다. 아버지는 점점 술중독이 되어 갔으며 술주정으로 인한 부부싸움이 잦았다. 시험기간이면 아버지의 난동에도 귀를 막고 공부를 해야 했던 Y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에게는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범한 척했다. 그때부터 가슴속 아픔을 숨기는 습관이 무의식적으로 생겨났다.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버지로부터의 탈출이었다. 탈출을 위한 방법은 서울의 4년제 대학의 합격이었다. 탈출에 대한 갈망 덕분이었을까. Y는 반에서 1등의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한 뒤, 집을 당당히 나왔다.

대학생활도 평범했던 Y는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열심히 경력도 쌓아나갔다. 자취생활도 만족스러웠다. 대학동기들과 선배들과의 관계도 원만했으며, 캐나다로 연수도 다녀왔다. Y는 캐나다에서도 주말이면 성당에 가서 봉사를 했다. 방학에 집에 내려가도 집안의 상황은 변하지 않았고, 술주정과 폭행은 여전했다. 아버지는 Y에게 부끄럽고 창피한 존재였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 마다 Y의 자존감은 하락했다. 그럼에도 자신의 꿈이었던 아나운서라는 직업을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방송사의 공채에 당당하게 합격했으며 음악방송까지 진행했다. 방송 일을 하면서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겉으로는 평온했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무서운 상사로부터 수차례 폭행당하는 공포의 삶이 진행되었다. 공포를 잊고자 본격적으로 알코올에 의존한다. 생방송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간 뒤 허무함에 술을 마시고, 아침이면 공포심과 수치심에 또 술을 마시게 된다. 이때부터 꿈 많고 명랑했던 Y에게 본격적인 아픔이 시작된다. 상사가 불러내서 폭행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은 날로 커져갔다. 폭행으로 얼굴에 멍이 드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이었고, 쇠가 달려있는 모자로 폭행한 날은 머리에서 피가 많이 흐르기도 했다. 그 당시 그녀는 심리적인 패닉(panic)을 경험했고 극심한 공포상태로 누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비극이었다. 모든 일들은 그녀에게 트라우마가 되었다.

개편과 함께 방송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던 Y는 어머니에 의해 알코올 전문병원에 강제로 8개월 동안 입원을 하게 된다. 어머니와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으며 Y를 2년 정도 입원시킬 계획이라고 하자 병원을 도망 나왔다. 그로부터 무작정 6개월여를 떠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었다. 폭염주의보가 떨어지는 계절에 시작된 Y의 방황은 가을이 지나고, 눈이 많이 내리는 성탄절 전야에 본격적으로 수사를 나선 어머니와 형사들에 의해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Y는 그 길었던 여행에서 몇 가지 특별한 ‘영적체험’을 경험했다. 그후 Y는 3개월 단주를 유지했다. 하지만 다시 무너졌고, 어머니는 Y를 또다시 **에 있는 알코올 전문병원에 입원시켰다. Y는 그곳에서도 탈출을 감행했지만 곧바로 다시 입원을 당하고 6개월 만에 정상적인 퇴원을 하게 된다. 그때 영적인 모임인 A.A.를 알게 되었다. Y는 한 번의 이혼경험이 있으나, 현재 회복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 단주를 7년째 이어가고 있다. 자신의 건강한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서고 있으며, 현재는 자신의 아픔을 성숙으로 딛고 상담심리 전문가로서 다른 이들의 아픔을 달래주는 일을 하고 있다.

2. 생애사 자료분석

연구참여자 Y의 알코올 중독으로부터의 자기실현 과정을 서사한 이야기를 Mandelbaum(1973)의 생애사 연구방법으로 분석한 결과는 아래 제시한 [표 2]와 같다. 연구자들은 연구참여자의 언어 그대로의 의미를 최대한 구현하며 삶의 영역, 전환점, 적응의 세 가지 틀로 분석하였다.

표 2. Y의 생애사 자료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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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삶의 영역(dimensions)분석

2.1.1. 개인적인 삶의 차원

Y는 남부러울 것 없는 어린 시절을 보낸다. 초등학교 시절 반장을 놓치지 않고 공부도 잘하는 야무진 아이로 성장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해직을 당한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집으로 돌아오면 아버지의 술주정과 어머니와의 다툼으로 시험기간에도 방에서 귀를 막고 공부를 해야만 했다. 아버지가 창피했고 마음이 아팠다. 아픔을 이겨내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아버지로부터의 탈출이었다. 그 탈출을 누구의 방해 없이 당당히 성공하기 위한 방법은 서울의 4년제 대학의 합격이었다. 그리고 그 탈출에 대한 갈망 덕분이었을까. Y는 자취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대학을 다니며 아나운서라는 꿈을 위해 착실하게 준비를 한다.

“아버지가 회사를 강제퇴사 당하기 전까지는 저희 집은 누구나 가 부러워했죠. 전 공부도 잘하고 상도 많이 받았어요. 아버지는 억울하게 회사에서 잘리고 술에 절어 살면서 돌변했죠. 매일 엄마를 못살게 굴었어요.”

“저는 아버지가 너무 창피했고 친구들에게 아픔을 감추는 습관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런 아버지로부터 빨리 도망가고자 열심히 공부했죠.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고 집을 탈출 했죠. 너무 기뻤어요.”

2.1.2. 가족차원의 삶의 영역

장마인줄 알면서도 주구장창 쏟아지는 비는 우리를 지치게 한다. Y에게 아버지는 장마와 같은 존재였다. Y 가 알코올 중독이 되면서, 아버지의 알코올 중독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지만 마음으로는 용서하기가 힘들다. 현재 아버지는 신장투석과 당뇨로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아버지를 보면 자꾸만 가슴에 멍이 든다. 우리가 자주 표현하는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는 머리와 가슴이다.’라는 말이 어쩌면 가족 간에 가장 잘 어울리지 않을까. Y는 가장 서러웠던 기억으로 Y가 공채에 합격된 날, 동료의 아버지에게서는 축하의 전화가 오는데, Y의 아버지에게서는 뜻을 알 수 없는 술주정의 전화가 걸려왔다. 점심시간에 트럭 뒤에 주저앉아 그 술주정을 들으며 펑펑 울었던 그 날의 기억을 꼽았다.

“아직도 아버지만 보면 화가 나요. 평생 가족들을 너무 힘들게 했어요. 최근에는 CCTV를 거실에 설치했어요. 참다가 결국, 가위로 자르고 아버지는 또 설치하고 제가 더 확실하게 끊고. 그런데 또 설치했고 이제는 포기하고 종이로 가려두었어요. 저희 집에서는 다른 사람들이 상상도 못하는 일들이 일어나요. 아버지를 최대한 피하고 있지만, 얼굴이 마주치면 당신은 누구죠? 라고 먼 산 보듯 하죠.”

2.1.3. 사회적인 삶의 차원

따스한 햇살이 하는 일들은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다. 인간은 물론, 식물과 동물에게 생명을 준다. 많은 사람들에게 Y도 햇살이 되어주던 시간들이 있었다. Y의 생방송에는 수많은 팬들이 함께 했으며 팬들은 Y에게 항상 고마움을 표현했다. “어떤 비법이라도 있나요?”라는 질문에 Y는 웃으면서 “공감이요.”라고 말한다. Y 의 가슴 안에 있는 슬픔, 그 무엇인가가 그 많은 공감을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것이다. Y의 공감은 아마도 청취자들의 희망이 되었을 것이다.

“천둥번개는 천둥이 먼저 존재를 알리고 번개가 치잖아요. 저에게는 그 자식(상사)의 상상하기도 싫은 욕들이 그랬어요. 그렇게 욕을 먼저 듣고 번개처럼 저를 후려쳐요. 두 세 번의 반복된 천둥번개에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것처럼 저도 벌벌 떨었어요. 언제 천둥번개의 욕이 지난 뒤 번개처럼 나를 후려칠까. 너무 무서웠어요. 더욱 무서운 건 그것을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다는 현실이었어요.”

“며칠 전, 뉴스에 기자를 봤어요. 순간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요. 그 자식과 너무 비슷해서 한동안 꼼짝도 할 수가 없었어요. 화가 나서가 아니라 너무나 무서워서요. 두렵죠. 하지만 이제는 당당하게 눈 마주치면서 물을 거예요. 왜 그랬냐고. 그리고 절대 용서 안할 거예요. 절대로.”

“알코올 중독이라는 병이 찾아오고, 외롭고 힘겨운 싸움을 했던 시기에 팬 카페를 열어보곤 했어요. 그 공간을 바라보는 것이 저를 숨 쉬게 만들어줬어요. 이렇게 우리(팬)가 여기에 변함없이 있으니 힘내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방송할 때도 그랬죠. 제가 그 분들을 위로해준 것이 아니라, 그 분들이 저를 마음으로 안아주셨어요. 그 느낌을 선명하게 기억해요. 우리는 그 어느 누구도 혼자가 아니에요. 마음이 지쳐서 그저 혼자라고 느낄 뿐이죠.”

2.2. 삶의 전환점(turning point) 분석

연구참여자 Y의 생애에서 삶의 결정적인 계기가 된 전환점은 첫째,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로부터 탈출. 둘째, 꿈에도 그리던 직업이었으나 상사의 폭행을 피해 직장을 포기. 셋째, AA에의 참여로 서서히 치유의 길을 걸어감을 들 수 있다. 구체적으로 기술하면 다음과 같다.

2.2.1. 술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로부터 탈출

평범했던 Y의 가정은 아버지의 해직으로 인해 산산조각난다. 1997년 우리나라의 경제사정은 외환위기로 인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실시되었고 실업률은 2.6%에서 7.0%로, 물가상승률도 4.4%에서 7.5%로 급등했다. 이러한 경제구조 안에서 아버지는 희생물이 되었고 행복했던 가정은 균열이 일어난다. 아버지는 부당해고의 여파로 365일 술을 마시고 폭행하는 아버지로 변했다. Y는 그 아수라장 속에서도 아버지로부터 탈출하겠다는 일념으로 귀를 막고 시험공부를 하였다. 집을 탈출하는 길은 대학에 합격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폭력이라고 하면 누군가를 때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우리 가족의 폭력은 달랐어요. 차라리 때렸으면 좋겠어요. 그냥 폭력이면 말 그대로 폭력이면 좋겠어요. 이건 때리는 폭력보다 더 심해요. 왜냐고요? 폭력은 숨이라도 쉴 수 있잖아요. 우리 가족은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끊임없이 윽박지르고, 던지고,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 죽을 수 있다는 불안감. 그 불안감이 숨을 쉴 수 없도록 만들어요.”

2.2.2. 상사의 폭행을 피해 직장을 포기함

꿈에도 그리던 방송국 아나운서의 일이었으나 직장 상사로부터의 폭행을 피해 도망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Y에게 직장상사는 폭행을 행하기 전에 먼저,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들을 Y에게 퍼부었다. 그리고 가만히 듣고 있는 Y를 번개처럼 후려쳤다. Y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욕설들과 폭행들을 홀로 견뎌야 했다. 한 번의 사건으로도 트라우마가 되었을 일을 홀로 감당해야만 했다.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천둥번개는 그저 자연재해라며 Y에게 더 큰 소리를 쳤다. 처벌당해야 마땅한 범죄가 그 당시에는 암묵적으로 더 많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Y도 시대적 배경의 작은 희생양이 아닐까.

2019년 1월,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공포했다. 이에 노동인권단체는 오픈 채팅 방, e메일 등으로 들어온 갑질 제보의 사례들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직장인들이 모르고 있으며 혼자서 괴로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체적인 상해보다도 더 심각하게 가슴에 멍이 들고 슬펐던 것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오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아직도 아나운서의 직업을 통해 꿈을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 지금도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희망, 그 누구보다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사랑이 자신으로 인해 무너지는 것만큼 참을 수 없기에 Y가 당했던 신체적 고통은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 하지만 묻어두면 둘수록 가슴안의 상처들은 어린 시절의 기억들과 엉켜 곪아 들어갔던 것이다.

“얼굴에 멍이 들도록 맞았어요. 아나운서라는 이미지 때문에 실수로 부딪혔다고 가족과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했어요. 언젠가는 쇠붙이가 달려있는 모자로 머리를 계속 맞아서 피가 흐름에도 불구하고 약국에서 책장에 찧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응급처치를 했어요.”

당시 수많은 20대 여성들의 꿈은 아나운서였다.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학생들은 외모부터 실력까지 오랜 기간 준비했으며 경쟁률도 하늘을 찌를 듯했다. 취재, 인터뷰, 원고작성, 편집 등의 기본기를 혹독하게 배운다. 방송국 공개채용에 합격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리고 성공이라는 가면 뒤에 숨겨진 사회폭력의 진실은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경험해야만 했다. 2019년에 실시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지위·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 업무의 적정 범위를 넘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어 그 효과성이 없다고 한다.

“공채로 당당하게 입사했는데, 술자리에 불려나가서 성희롱 섞인 대화들에도 웃어야 했어요. 회식자리에 나가지 않으면 그 자식(상사)이 다음날 더 과한 업무와 말로 난리를 쳤어요. 그러는 동안에 몸도 마음도 곪고 황폐해져 갔어요. 마음에 드는 직장이었는데 도망치듯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그 자식을 피해서...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요.”

2.2.3. AA에의 참여로 서서히 치유의 길을 걸어감

Y는 상사로부터 부당한 대우에 비참한 처지가 되어버리고 좌절과 울분을 술로 풀고 있었다. 술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살려고 Y 는 술은 마셨던 것이다. 술로써 그 억울함과 분노를 삭여야만 했던 것이다. 결국, 알코올 중독이 되고 Y의 어머니는 강제로 알코올 치료병원에 입원을 결정한다.

“중독이란 이런 거예요. 아주 먼 타국에서 외롭게 지내고 있는데, 어떤 이가 다가와요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데 그저 사람이 반가와 친해졌는데 알고 보니, 아주 고약한 사람이에요. 알코올 중독이 그래요. 제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보니 후회해도 소용이 없어요. 한번 중독자는 영원한 중독자거든요. 무섭지만 현실이에요.”

“병원은 견디기 힘들었어요. 규율이 엄격해서가 아니라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예민한 환자들과 함께 지내는 일이 너무 힘들었어요. 매일 밤 숨죽여 울었죠. 결국, 아버지로부터의 탈출을, 직상상사로부터의 탈출을, 이제는 병원에서 탈출한 거죠.”

연구참여자 Y는 병원에서 도망을 나와 전국을 떠돌아 다니는 중에 기적을 체험한다. 마음이 따뜻한 선한 이웃들을 조우하기도 하고 AA의 모임을 진정으로 필요로 하게 된다. AA는 Y에게 새로운 인생을 걷게 하는 무지개와 같은 희망을 약속한다.

“전국을 정처 없이 돌아다녔죠. 죽기에는 억울했고,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버렸으니...돌아다니다 체험을 많이 했어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내미는 돈과 숙식제공자들, 김밥 한 줄을 나눠먹자는 터미널의 할머니까지 제게는 기적이에요. 6개월간의 여행길에서 도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잊지 않고, 기도드리고 있어요.”

“AA는 언제든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한결같은 친구. 그런 존재예요. 신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어요. 서로의 과거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이해해주고 공감해주는 모임은 아마 AA.밖에 없을 거예요. 저는 모임 안에서 제가 어떻게 제 자신과 대화 하고 있는지, 때로는 얼마나 지쳐서 울고 싶은지 모든 것을 털어놓고 있어요. 감사한 마음으로요. 저는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AA에 참여로 마음의 안정을 얻고 있어요.”

2.3. 삶의 적응(adaptation)분석

연구참여자 Y의 삶의 적응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의 가정폭력을 피하는 적응전략으로는 공부를 잘하는 것이었다. 공부를 잘해 서울로 대학을 진학함으로써 집을 탈출하는 것이었다. 둘째, 직장 안에서 받았던 고통과 불의에 대한 분노에 대한 적응전략으로는 술로 푸는 것이었다. Y는 살려고 술을 마신 것이었으나 결국, 그 술은 중독과 연결되었다. 셋째, 알코올 중독자로 살아가는 삶의 여정에서 만난 AA는 자신을 받아주고 치유와 회복의 삶과 자기실현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2.3.1. 공부를 잘하는 적응전략

연구참여자 Y는 공부를 잘했다 아니 잘해야만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부부싸움을 하고 집안이 난장판이 되면 될수록 집을 탈출하겠다는 의지는 더욱 커져 갔고 노력에 노력을 더해 전국 규모의 상을 타기도 했으며 1등을 하기도 했다.

“제게 공부는 탈출의 방편이었어요. 우수한 성적으로 대학에 합격하고 집을 떠났죠. 대학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방송사에 들어가기 위해서요. 공부를 잘한다는 것은 제게 있어 전투와 같은 거예요.”

2.3.2. 술을 마심으로써 분노를 삭이는 적응전략

Y는 직장의 상사로부터 당하는 자신의 비참한 처지와 상황에 대한 좌절과 분노와 울분을 술로 달랜다. 어머니가 강제로 입원시킨 정신병원 역시, 입원과 탈출을 반복하며 술을 마심으로써 살아가는 적응전략을 택한다.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저는 아마 죽었을 거예요. 억울해서도 못 죽었어요. 참 바보 같아요. 상사에게 당하고만 살았으니 절대 용서하지 않을래요.”

“제가 움츠러들고 강하지 못했어요. 상사의 그러한 폭력에 어느새 떨고 있는 절 발견할 수 있었어요. 술만이 해결이었지요.”

2.3.3. AA에 의탁과 자기실현을 생각하는 적응전략

집과 직장, 그리고 병원을 탈출한 Y는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AA에 의해 서서히 고통의 긴 터널을 빠져 나오게 되었다. 터널 속에서도 이제는 무지개와 같은 빛을 볼 수 있었다. 무지개는 공기 중의 물방울에 의해 태양광선이 반사와 굴절의 의해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원의 호 모양을 띤다. 비가 개이면 태양의 반대쪽에 나타나는 무지개는 희망의 상징으로 많이 표현된다. A.A.는 Y에게 무지개와 같은 희망으로 다가왔다. 그 희망으로 이제는 박은미[36]의 연구에서처럼 자신의 삶을 자신이 만들어 가며 자기를 실현하는 노력을 하는 적응 전략을 세우고 심리상담사 자격에 도전한다.

“저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준 힘은 AA의 사람들이예요. 혼자서는 해 낼 수 없는 일도 함께 하면 가능한 일들이 많아요. 너와 내가 모여서 ‘우리’가 되는 거죠. 스스로 강해지면 중독이 들어올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이제는 두려움이 삶을 가로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즘 저는 자유로워지기, 심리적 면역 체계 높이기. 이 두 가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요. 매일요.”

“AA에 받아들임이 있어요. 제가 알코올 중독을 받아들이죠. 제가 저를 받아들이고 저의 태도 안에서 변화하려고 해요. 술에 취하지 않고 평온을 유지하려고 애써요.”

“현재의 삶에 감사해요.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이 길었지만 이제는 제 자신과 친해졌어요. 혹시나 다시 비가 온다고 해도 이제는 괜찮아요. 우산을 꺼내들고 용기 있게 걸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어요. 그리고 이제는 남도 도와줘요. 심리상담사 자격을 땄어요. 제가 남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그들의 어려움에 경청해요. 심리상담사로 일하는 것이 만족스럽고 스스로 자랑스러워요. 자기실현이란 이런 것 일거예요.”

Ⅴ. 결론 및 제언

이상으로 알코올 중독으로부터 7년 이상 단주를 유지하고 있는 한 여성 알코올 중독회복자의 생애를 살펴보았다. 생애사 연구방법을 바탕으로 살펴본 연구참여자의 삶을 사회구조라는 ‘장소성’과 시대라는 ‘시간성’을 동시에 포괄하는 개념 속에서 알코올 중독으로부터의?회복과정이라는 시간의 흐름에 초점을 두고 심층적으로 탐색하였다.

그 결과, 연구참여자의 삶의 영역에서 심리적으로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인 차원이, 집은 탈출해야 하는 장소로 인식된 가족적인 차원을 발견 할 수 있었고. ‘사회적인 삶의 차원’으로는 직장문화의 왜곡된 사회적 구조가 조망되었다. 전환점 분석에서는 ‘술을 마시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로부터 탈출’, '상사의 폭행을 피해 직장을 포기함’, ‘AA에의 참여로 서서히 치유의 길을 걸어감’으로 드러났다. 적응 분석은 '공부를 잘하는 적응전략', '술을 마심으로써 분노를 삭이는 적응전략' ‘AA에 의탁과 자기실현을 생각하는 적응전략’으로 대처해 나갔다.

연구참여자는 현실에서의 도피를 위한 수단으로 알코올을 선택했으나 그녀의 삶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코올이 아닌 다른 경험들도 동시에 현실에서의 탈출구로 작용한다. 현실에서의 탈출로부터 시작된 행동들은 점차 자기실현의 방향성을 갖게 된다. 팬들과의 소통, 이름을 모르는 누군가의 도움, A.A.에서 만난 동료들은 연구참여자가 심리상담가로 활동하며 자기실현을 이루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다. 성장과정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충족되지 못하고 결핍되었던 자아는 이러한 공감과 소통을 통해 점차 자기실현이라는 욕망에 눈을 뜬다. 삶의 의미를 상실한 실존적 공허와 그 공허에 대처하지 못하는 심연의 경험(abyss-experience)에서 서서히 치유와 회복으로 나아간다. 비로소 Maslow가 제시한 자기실현을 연구참여자는 성취하기에 이른다. 자신을 필요로 하는 곳에서 자신의 일을 하기 위해 상담사의 자격을 얻는다.

삶의 의미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견해야 하는 것이고, 만들어 진다기보다는 찾아 얻는다[34]는 말은 바 로 본 연구의 연구참여자의 삶과 일치한다. 현재, 연구 참여자는 가정불화를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연극치료 상담’을 하고, 노인복지관에서는 치매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자신처럼 새로운 도전을 하는 젊은이들에게는 주민자치센터에서 ‘이미지 만들기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여성 알코올 중독회복자를 위한 개입방안을 제언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의 사회적 지지와 공감대 형성이다. 가족과 동료, 사회로부터의 지지가 알코올 중독자의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들을 윤명숙·김남희[44]와 이봉재[45]의 연구들을 통해 볼 수 있듯이, 회복중인 알코올 중독자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사회적 지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연구참여자는 알코올 중독자였던 아버지로부터 탈출하기 위한 사회생활의 첫 걸음에서부터 사회적 지지가 아닌 사회적 고통을 견디어야 했다. 이에 사회적 관점에서의 회복을 위한 사회적 분위기와 정책적 지원을 포함하는 사회 전반적인 회복 지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이 남성 알코올 중독자들에 비해 스스로 알코올 중독자임을 시인하는 것이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처럼,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직장 내 폭력과 무언의 압력을 스스로 고백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러한 문제는 알코올 중독의 문제를 개인 차원의 문제로 치부하여 스스로 회복해야 하는 사회적 환경과 동일하다. 그러나 알코올 중독의 문제가 개인 혼자만의 문제가 아닌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공동의존 의 개념처럼, 개인의 총체적인 회복은 사회의 전체적인 변화를 통해 가능하다. 이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법’ 과 같은 법적 장치의 실효성과 구체적 범위 설정을 통해 여성들이 직장 생활의 개인적 어려움을 쉽게 토로 하고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

둘째, 청소년 알코올 중독예방 및 중독문제에 조기개입과 관련된 대책마련이다. 여성 알코올 중독의 경우 남성과 달리 30-40대의 늦은 시기의 발병을 주장한 연구[29]결과에 따른 후속대책과 다르게, 최근, 강경화[4] 의 연구에서는 20대 초반에 알코올 중독의 시작에 따른 조기개입의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본 연구의 참여자도 20대에 알코올 중독이 진행되었다. 이는 과거의 연구에 비해 여성 알코올 중독의 발병 시기도 조기발병 유형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성 알코올 중독의 시작점이 가정에서부터 이루어짐을 주목하여, 청소년기의 조기음주에 관한 교육과 예방정책이 정립 되어야 한다. 특히 알코올 중독은 가족질환이라고 불릴 만큼 개인의 심리적·신체적 기능저하로만 끝나지 않는다[46].

연구참여자도 아버지의 중독문제에 대한 자신의 내적고민을 청소년기 그 누구에게도 밝힐 수 없었다. 오히려 아무 일 없는 듯 더욱 당당하게 가면을 쓴 채 친구들을 대했다. 청소년기 가정음주에 관한 교육이 이루어졌다면 그 가면을 벗어던질 수도, 사회생활에서 알코올 중독으로의 도피도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예방정책의 시급함을 더욱 일깨운다. 이에 청소년 정신건강증진센터 및 알코올 상담센터와 같은 지역 중심의 예방적 서비스 기관의 이용을 적극 권장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기관들과 학교사회사업, 혹은 지역 복지관의 사례관리 전문가들과의 좀 더 세밀한 연계도 한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알코올 중독회복자들이 지역사회에서 단주를 유지할 수 있도록 A.A. 자조모임의 활성화를 장려해야 한다. A.A.모임이 회복 및 회복유지에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회복유지란 중독자가 자신의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사용을 중단하고, 알코올 중독으로 인한 정서적·신체적·가족적·사회적·영적손상으로부터의 복구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과정이다[47]. 일반적으로 남성 알코올 중독자들보다 여성 알코올 중독자들은 가정 및 사회와 더 고립되어 오랫동안 고독한 삶을 살아올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공동체 회원들을 통한 공감과 이해, 사랑과 격려로 내면의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하였다[23]. 또한 그 속에서 허물어진 사람에 대한 상호작용과 신뢰를 배우면서 사회성을 익힐 수 있었다. 특히, 연구참여자의 A.A 영적체험 은 단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영적체험을 통한 단주사례는 보고되었지만 임상적·과학적으로 검증하여 확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분명, 연구참여자는 자신의 힘이 아닌 소위 위대한 힘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적인 힘에 의한 회복을 경험한다. 따라서 영적체험이 단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A.A.의 마지막 단계라고 할 수 있는 영적경험을 많은 알코올 중독회복자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지역사회 내 종교기관 및 사회복지 시설, 의료기관, 주민 센터는 A.A자조모임의 장소제공과 홍보에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어야 한다.

넷째, 중독회복자의 자기실현을 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지역사회에서 적극 마련해야 한다. 연구참여자는 자신이 알코올 중독자임에도 불구하고 조건 없는 받았던 사랑을 가슴속에 간직한다. 그 사랑의 기억은 알코올 중독자에서 회복자로 전환하여 매일의 평범한 일상을 적응할 수 있도록 과제를 주었다. 그것은 지역사회 내 상담 전문가로서 자신이 경험한 기억을 타인에게 전달해 주는 시간이다. 그 시간은 자신이 단주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게 해주는 동기부여를 제공하며, 알코올 중독이 더 이상 슬픈 과거에만 묶여있지 않도록 이끌어준다. 실질적인 경험에서 비롯되는 회복 자 들만의 삶의 체험은 다른 중독자들에게 모델링이 되어 그들도 회복 의 길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나침반의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49]. 그들이 더 이상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벗 어난 존재가 아닌 나침반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역사회에서 다른 중독자들을 돕는 회복 상담가나 약물예방 강사, 멘토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성장시키는 활용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연구참여자도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기 가정의 불화를 겪을 수 있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위해 글로벌청소년센터에서 연극 심리 치료를, 노인복지관에서 치매예방 활동을, 주민자치센터에서 이미지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상담가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경력단절을 이어가는 수단만이 아닌 자신의 본래 모습을 찾아가는 자기실현의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다섯째, 알코올 중독에 처한 상황들을 고려해 의료적 지원을 제안한다. 알코올 중독을 개인이 근절하기 어려운 병임을 인지하여 단주치료비의 지원을 제안한다. 알코올로 인한 제2차 범죄나 약물중독 등으로 나아가지 않도록 치유와 회복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선행연구[47]에서 제시한 바와 마찬가지로 문제들에 대처하고 조절하는 탄력성을 강조하는 치료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본 연구가 다른 연구와 차별적인 특징을 가지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젊은 여성 알코올 중독에 관해 다루었다는 점과 한 여성의 알코올 중독에서부터 자기실현을 이루는 과정을 찾는 탐색했다는 점이다. 연구참여자를 30대로 선정한 이유는 선행연구에서도 설명되었듯이 최근 알코올중독 연령이 점차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과 현재 우리 사회의 사회적 문제를 현재 진행형으로 경험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본 연구의 한계는 다양한 계층의 젊은 여성 알코올 중독회복자의 문제를 좀 더 심도 있게 탐구하지 못한 데에 있다. 이에 본 연구를 모티브로 하여 후속 연구에서는 젊은 여성 알코올 중독회복자들을 대상으로 고유한 역동과 삶을 살펴보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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