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최근 과학기술의 발전이 시사하는 4차 산업혁명은 전통 산업들 간의 경계를 약화시키고 전 산업 분야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1]. 이에 우리나라는 기존에 추구하던 추격형 전략을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수 있는 독창적인 연구 방향을 설정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2]. 이미 선진국들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다양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분석하여 우리나라의 정책 수립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해외 공공 혁신 기관(innovation agency)이 수행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 동향과 이것이 가지는 파급효과를 분석한다. 공공 혁신 기관은 불확실하고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혁신성이 높은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혁신 가능성이 없는 프로젝트는 종료하는 등의 일련의 기술 예측 활동을 수행하는 국가 기관이다[3]. 대표적으로 국방 분야의 기술적 난제 및 미래 수요에 대응하는 도전적 연구·개발을 수행하는 미국 국방부 산하의 DARPA(Defense Advanced Research Program Agency)를 들 수 있다. 공공 혁신 기관은 높은 정책 및 기술 지위(status), 다양한 인적 자산과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기술 변화를 추동하는 데에 있어 큰 역할을 한다[4-6]. 따라서 해외 공공 혁신 기관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 분야를 도출한다면 우리나라의 관련 연구·개발 정책 수립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연구들은 DARPA를 비롯해 해외 공공 혁신 기관들의 특정 연구 프로그램이나 프로젝트 관리 방법에 주로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다[7-9].
본 연구는 해외 공공 혁신 기관들 중 국가 차원의 정보 우위(intelligence advantage) 제공을 목표로 하는 미국의 정보고등연구기획국(Intelligenc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ctivity: 이하 IARPA)을 분석한다. IARPA는 양자컴퓨터, 기계학습 등의 분야에서 최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특히 수집(Collection), 컴퓨팅(Computing), 분석(Analysis), 그리고 예측 정보(Anticipatory Intelligence)와 같이 데이터가 중심인 기술 분야들에서 선도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10].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핵심 동인이기 때문에[11] IARPA는 본 연구의 적합한 연구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본 연구는 IARPA 연구 프로그램들의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핵심 기술 클러스터를 특정하였다. 그리고 IARPA의 연구 프로그램들이 아시아의 주요 기술 선도 국가인 일본, 중국의 연구·개발 활동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였다. 분석 결과에서 IARPA의 핵심 기술 클러스터는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 의사결정 지원 클러스터, 사이버보안 클러스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IARPA의 핵심 기술 클러스터에 관해 중국, 일본이 많은 관심을 보이고 관련 연구·개발 활동을 국가 차원에서 수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2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공공 혁신 기관에 관한 문헌을 개괄하고 IARPA를 소개한다. 3장에서는 IARPA의 핵심 기술 클러스터를 도출하고, 4장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연구·개발 활동 중 IARPA의 연구 분야 및 기술 클러스터와 관련된 것을 살펴본다. 5장에서는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결론과 시사점을 제시한다.
Ⅱ. 연구 배경
1. 4차 산업혁명과 데이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인공지능이 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과 연결되는 등 여러 핵심 기술들의 융·복합화가 이루어져 큰 파급효과가 생길 것이다[12]. 그중에서도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는 핵심 동인으로 알려져 있다[11]. 실제로, 빅데이터 활용 수준과 국가경쟁력 순위 간에는 정의 상관관계가 있으며 특히 1인당 GDP가 2만 달러 이상인 국가들에서 보다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난다[13]. 이처럼 데이터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발전의 기반이 됨에 따라, 주요 선진국들은 중요 데이터의 확보, 산업·사회에서의 데이터 활용 확대 등을 위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11]. 미국은 미래의 빅데이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빅데이터 R&D 전략 계획을 수립하였고, EU에서는 데이터 접근·분석·활용 강화를 위해 데이터 경제 육성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신성장 전략 분야 구축, 기업 육성 등을 위해 데이터 활용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에서 발표하는 2018년 빅데이터 활용 순위에서 63개국 중 31위를 차지하였다[13]. 그리고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7년 빅데이터 시장현황 조사를 살펴보면 국내 기업들의 빅데이터 시스템 도입률은 겨우 7.5%에 불과한 실정이다[14]. 데이터가 산업 발전 및 새로운 가치 창출의 핵심 수단임을 고려했을 때 데이터를 어떻게 모니터링하고, 수집·처리할 것인지가 4차 산업혁명의 초기 발전에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것이다[10].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분석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 될 유망 기술을 발굴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연구는 4차 산업혁명의 유망 기술들 간의 연관성을 밝히고 클라우드, 자동화, 로봇 등의 기술의 핵심 요소가 IoT와 사이버-물리 시스템임을 보였다 [15]. 또 다른 연구는 인공지능 기술들이 사이버 보안이라는 분야에서 어떻게 발전하고 활용되는지를 분석하 였다[16]. 또 다른 방향의 연구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사회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최근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기업의 운영 및 공급망 관리를 위해 도입된 현황과 운영 결과를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연구들이 나타나고 있다[17]. 국내 연구들의 경우 주로 유망 기술을 포착하거나 이들의 발전 상황을 추정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연구는 인공지능 분야의 미국 특허를 분석하여 6개의 관련 유망 기술을 보였고[18] 또 다른 연구는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기기 연결 기술 중 하나인 전자 패키징 기술의 발전 상황을 논의하였다 [19].
이러한 연구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에 관한 이해를 돕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연구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데이터를 기초로 핵심 기술들 간에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를 기초로 중점적으로 육성해야 하는 기술 분야를 포착하는 데에 필요한 실증적인 근거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조직들의 연구·개발 활동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 절에서는 기술 변화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공 혁신 기관을 살펴본다.
2. 공공 혁신 기관
미국의 DARPA, 싱가포르의 A*Star, 덴마크의 GTS(Godkendt Teknologisk Service), 영국의 UKRI(United Kingdom Research and Innovation) 등 많은 공공 혁신 기관들이 국가의 기술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3]. 특히, 미국에서는 다양한 공공 혁신 기관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는 인터넷에서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의 창출에 관여한 DARPA의 성과에 힘입은 것이다[5].
공공 혁신 기관이 국가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3]. 먼저, 공공 혁신 기관은 보유하고 있는 인적·기술 자산과 높은 기술적 지위를 바탕으로 자체 연구·개발 활동을 통해 혁신을 창출할 수 있다 [4-6]. 또한, 공공 혁신 기관은 다양한 연구자 혹은 조직 간의 연구 협력을 유도하여 참신한 혁신의 창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20]. 마지막으로 공공 혁신 기관은 보유 자산과 네트워크 영향력을 바탕으로 연구자들 사이의 기술 네트워크와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재구성(re-architect)할 수 있다[5]. 이렇게 함으로써 공공 혁신 기관은 유망 기술의 발전에 적합한 연구자·조직 간의 연결과 경쟁 기술들 간의 조정 등을 통해 기술 발전과 핵심 기술의 국가 내 확산을 빠르게 도모할 수 있다.
기술 발전에 있어 공공 혁신 기관의 여러 역할을 고려했을 때, 4차 산업혁명의 발전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와 관련된 공공 혁신 기관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4차 산업혁명 관련 공공 혁신 기관들에 대한 국내 연구는 주로 이들 기관을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보고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주로 이들 연구는 해외 공공 혁신 기관의 연구·개발 기획 및 수행 체계에 초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최근까지 DARPA를 벤치마킹하려는 학문적 시도가 있었다 [7-9]. 다른 연구들은 해외 공공 혁신 기관들의 유망 기술 정책을 살펴본다. 예를 들어, 한 연구는 IARPA의 FUSE 프로그램과 EU의 CUBIST(Combining and Uniting Business Intelligence with Semantic Technology) 프로그램을 살펴보는 등 해외 공공 혁신 기관들이 유망 기술을 포착하기 위해 수행하는 방법론에 관심을 두었다[8]. 이렇듯, 선행 연구들은 4차 산업 혁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공공 혁신 기관의 활동을 전반적으로 살펴보지 않고 있다. 본 연구는 데이터와 관련된 공공 혁신 기관인 IARPA의 연구·개발 활동을 살펴보고자 한다.
3. 정보고등연구기획국(IARPA)
IARPA는 DARPA를 모델로 2006년에 설립된 미국 국가정보국(Office of the Director of National Intelligence)의 산하 조직으로, 중앙정보국(CIA), 국가안보국(NSA) 등의 16개 정보기관과 관련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들을 기획·수행하고 있다. IARPA는 매우 복잡하고 다학제적인 문제를 다루며, 국가 차원의 정보 우위를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 고위험, 고수익 연구를 주로 추진한다.
IARPA는 완전 공개경쟁을 통해 연구를 모집하고, 하일마이어 프레임워크(Heilmeier framework)에 따라 공모된 연구를 체계적으로 검토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IARPA는 명확하고 측정 가능하며 선도적 목표를 가진 연구를 지정하여 수행한다[21]. 일반적으로, 연구 프로그램은 단기간보다는 다년간(보통 3∼5년간) 진행되고 연구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련 정보기관들이 참여한다. 또한 연구 활동을 통해 창출한 결과는 관련 정보 기관들에게 이전되어 활용된다.
2018년에 IARPA는 2,200명 이상이 참석한 41개의 기술 워크숍을 실시하였고, IARPA가 지원한 기술들이 39건의 협정을 통해 정부기관들로 이전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450개 이상의 연구 출판물을 발간하였으며, 전 세계의 연구자들은 IARPA의 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다양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표 1. 하일마이어 프레임워크
IARPA에서 수행하는 주요 연구 분야는 수집, 컴퓨팅, 분석 그리고 예측 정보와 같이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수집 분야의 목적은 센서와 전송 기술, 정확한 정보를 수집하는 기술, 그리고 이전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출처로부터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 등을 개발하여 수집된 데이터의 가치를 크게 향상시키는 것이다. 컴퓨팅 분야의 목적은 정보보호, 첨단 컴퓨팅 기술과 아키텍처, 양자 정보 과학 및 기술, 위협 탐지·완화 등에 중점을 두고 있다. 분석 분야의 목적은 수집된 방대한 정보로부터 적시에 통찰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하고 동적인 데이터에서 새로운 정보를 발굴하고 분석하는 혁신적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예측 정보 분야의 목적은 전 세계의 중요한 사건을 정확하게 탐지 및 예측하여 불확실성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즉, 과학기술, 사회적·정치적·경제적 위기, 사이버보안 등 다양한 사건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림 1. IARPA의 주요 연구 분야
이처럼 IARPA는 데이터와 관련된 연구·개발 활동에 많은 자원을 투자하고 있다. 그리고 연구·개발 활동에 관한 독립적이고 명확한 평가를 하여 이들 활동의 직접적인 수혜자인 정보기관들뿐만 아니라 산업 및 학계 등 다양한 주체들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22]. 따라서 IARPA의 연구·개발 활동을 분석한다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을 포착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Ⅲ. 기술 클러스터 분석
본 연구의 목적은 IARPA의 연구 활동을 분석하여 과학기술 정책에 필요한 시사점을 도출하는 것이며, 이를 위해 IARPA 연구 프로그램들의 핵심 연구 영역(research area)을 도출하였다. 보다 자세히 설명하면, IARPA의 연구 프로그램들의 연구 영역 정보를 활용해 파악한 기술 클러스터와 클러스터 내 영향력이 높은 연구 영역을 중심으로 해당 클러스터와 관련된 기술 동향 및 IARPA의 연구 프로그램을 설명하였다.
기술 클러스터의 도출 과정은 주요 연구 영역 파악, 연구 영역들의 클러스터 분류 그리고 클러스터들 간의 구별을 위한 시각화로 이루어진다[23]. 먼저, 주요 연구 영역의 파악을 위해 본 연구는 IARPA 홈페이지에 공개된 61개 연구 프로그램의 285개 연구 영역을 활용하였다.1) IARPA에서 공개한 연구 영역은 관련 연구 프로그램의 기술적인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프로그램 참여자들 간의 합의에 의해 선택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전문가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연구 영역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타당성을 지닌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23]. 연구 영역 정보를 수집한 후 대소문자의 통일, 동일한 의미의 연구 영역 통합(예, Cyber security는 Cybersecurity로 통합), 상이한 연구 영역의 분리(예, Deep learning or hierarchical modeling을 Deep learning과 Hierarchical model로 분리) 등의 전처리 과정을 거쳐 271개의 연구 영역을 확정하였다. 이들 중 출현 빈도가 높은 상위 10개가 [표 2]에 나타나 있다.
표 2. 상위 10위 연구 영역 분포
본 연구에서는 연구 영역들의 클러스터 분류를 위해 연구 영역들 간의 상호 연관성을 네트워크 분석하였다 [24]. 우선, 네트워크 분석에 필요한 연구 영역 행렬의 생성을 위해 KnowledgeMatrix Plus를 사용하였다. 행렬에서 나타낼 연구 영역들 간의 연결은 동일 연구 프로그램에 있는 연구 영역들 간에 있는 것으로 보았다. 이후, 하나의 연구 영역 집단 내에선 서로 간에 강한 연결을 가지지만, 다른 집단과는 약한 연결을 가지거나 전혀 연관이 없는 연구 영역들의 집합인 모듈(Module)을 Gephi를 통해 도출하여 기술 클러스터로 간주하였다. Gephi에서 사용되는 모듈성(Modularity)의 계산 알고리즘은 Louvain 방법인데, 이는 계산 속도가 빠르고 클러스터를 명확하게 도출한다는 이점을 지닌다[25]. 셋째, 클러스터 내 영향력이 큰 핵심 연구 영역을 파악하기 위해서 연구 영역들의 중심성(centrality)을 측정하였다. 중심성을 측정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26], 본 연구에서는 사이(betweenness) 중심성을 분석하였다. 사이 중심성이 높은 노드(연구 영역)는 자신이 속한 네트워크 내에서 매개자 역할을 함으로써 높은 영향력을 가진다[27]. 따라서 사이 중심성이 높은 연구 영역은 자신이 속한 기술 클러스터에서 영향력이
큰 핵심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기술 클러스터를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네트워크 도식화 알고리즘 중 하나인 ForceAtlas2를 활용하였다. ForceAtlas2는 노드들의 상대적인 위치와 이들 간의 연결 강도에 따라 노드와 연결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알고리즘으로 계산 속도가 빠르며 클러스터의 도식화에 강점이 있다[28].
[그림 2]에 IARPA의 연구 영역 네트워크를 제시하였다. 연구 영역은 하나의 원으로 표현하였으며, 원의 크기는 연구 영역의 상대적인 중심성을 의미한다. 먼저,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빅데이터(Big data)와 관련된 연구 영역이 하나의 거대한 기술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그리고 사이버보안(Cybersecurity)이 단일 핵심 연구 영역인 기술 클러스터가 있다. 마지막으로, 의사결정(Decision making)과 행동과학(Behavioral science) 영역이 하나의 큰 기술 클러스터를 형성한다. 이와 같은 3개의 기술 클러스터을 IARPA의 핵심 연구 영역들을 아우르는 주요 기술 클러스터로 간주하였으며, 각 클러스터와 관련된 기술 동향과 연구 프로그램들을 살펴볼 것이다.2)
그림 2. IARPA의 연구 영역 네트워크
먼저, [그림 3]는 기계학습, 자연어처리, 빅데이터 등과 같은 연구 영역으로 구성된 기술 클러스터를 제시하고 있다. 이들 연구 영역은 기술적인 목적에 의해 여러 클러스터로 분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연어처리와 빅데이터는 구글의 BERT[29]와 같이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한 범용 목적의 음성 처리 기술, 기계학습과 빅데이터는 대규모 데이터를 통한 다양한 사회 현상의 분석 및 예측 기술[30]를 나타낼 수 있으며 3가지 핵심 영역을 아우르는 인공지능 기술[31]도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기술 클러스터를 정확히 정의하기 위해서는 관련 연구 프로그램들을 면밀히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림 3.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
앞서 언급된 세 연구 영역 모두 포함하는 연구 프로그램은 FUSE, Aladdin Video, Finder이다. 세 연구 프로그램 모두 대규모 자료에서 기존 기술로는 포착하기 힘들었던 정보와 통찰을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여 이끌어내는 정보 인지(identification)에 초점을 맞춘다. FUSE는 영어 및 중국어로 기술된 전 세계의 과학 및 특허 문헌들에서 유망 기술들을 자동으로 포착하는 프로그램을 만든다. Aladdin Video와 Finder는 영상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통제된 환경에서 만들어진 영상과 달리 개인들이 들고 다니는 카메라나 스마트폰을 통해 만들어진 영상에서 통상적인 방법으로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기 쉽지 않았다. Aladdin Video는 이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진 영상을 빠르면서 정확하게 분석하여 중요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이 기술은 개인 카메라에 담긴 테러 영상과 같이 종전의 기술로는 분석하기 힘들었던 영상의 분석을 가능케 하여 정치·사회적 문제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32]. Finder는 지리위치 정보가 전혀 없는 영상과 사진의 촬영 위치를 파악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외에도 지정학적 사건과 중요한 사회 현상의 예측을 위한 OSI와 HFC, 특정 분야의 전문 용어와 같이 언어 자료가 희소한 텍스트에서 의미를 추출하는 MATERIAL 등 [그림 3]의 클러스터에 속한 주요 연구 프로그램들은 대규모 혹은 희소한 자료로부터 특정한 사건을 예측하거나 알 수 없었던 정보를 새로운 방식으로 추출하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그림 3]의 기술 클러스터는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 터로 명명할 수 있다.
[그림 4]는 행동 과학과 의사 결정 등을 핵심 연구 영역으로 가지는 기술 클러스터를 나타낸다. IARPA는 미국 정보기관들의 현안 해결에 노력을 기울이는데 정보기관과 같은 거대 조직이 가지고 있는 주요 문제들 중 하나는 조직 운영에 대한 의사 결정의 효과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33]. 조직 의사 결정의 효과성은 의사 결정자가 내부 상황과 외부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고 시의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것에 좌우된다. 따라서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돕기 위해서는 인간의 인지적 특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개인 인지 행위의 원천과 인지 행위들 간의 상호 작용에 대한 학문이 행동 과학[34]임을 고려할 때 의사 결정과 행동 과학이 핵심 연구 영역으로 있는 [그림 4]의 기술 클러스터는 의사 결정 지원 클러스터라고 볼 수 있다.
그림 4. 의사결정 지원 클러스터
의사 결정 지원 클러스터의 특성을 잘 드러내는 연구 프로그램은 CREATE와 TRUST이다. CREATE는 조직 구성원의 분석 추론(analytic reasoning)을 돕고 구성원 자신의 추론과 결론을 타인과 쉽게 소통하게 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프로그램이다. 한 예로, CREATE의 지원을 받고 있는 미국 멜버룬 대학의 SWARM Project는 조직의 의사 결정에 유사 민주적 과정(quasi-democratic process)을 적용하는 클라우드 기반의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TRUST는 개인의 신뢰도를 측정할 수 있으며 동시에 생태적으로 타당하고(ecologically-valid)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scientifically-credible) 도구를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정보기관이 조직 구성원의 능력을 경력 기간 동안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개개의 조직 구성원과 구성원을 둘러싼 환경을 상시적으로 그리고 은밀하게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MOSAIC 등 조직의 운영과 의사 결정 능력의 향상을 도울 수 있는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들이 의사 결정 지원 클러스터에 포함되어 있다.
[그림 5]는 사이버보안 영역이 단일 핵심 연구 영역으로 있는 사이버보안 클러스터이다. 정보통신 기술이 경제 시스템과 국가 기반 시설의 운영 및 관리에서 중요해지면서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사이버 공격은 국가적 재난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보기관들 역시 국가 안보 확립을 위해 사이버안보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IARPA의 주요 기술 클러스터로 사이버보안이 등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5. 사이버보안 클러스터
사이버보안 클러스터의 주요 연구 프로그램인 CAUSE는 빠르게 사이버공격을 예측하고 탐지하는 자동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OmniSense란 프로그램은 전 세계 인터넷에서 정보기술 인프라의 취약점을 찾거나 온라인 시스템의 암호를 파헤치려는 시도를 상시적으로 포착하고 해당 시도의 주체를 특정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35]. 이 외에도 반도체 칩에 대한 트 로이안 공격으로부터의 보호에 주안점을 두는 TIC, 사용자가 보안 걱정 없이 소프트웨어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STONESOUP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이버보안을 강화하는 연구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종합하면, IARPA는 미국 정보기관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미지의 정보 인지 및 예측, 조직 의사 결정 지원, 사이버 보안 확립과 관련된 연구에 주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 장에서는 IARPA가 연구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핵심 기술 클러스터와 관련해서 아시아의 기술 선도국인 중국과 일본의 연구 활동과 정책 방향을 조망한다.
Ⅳ. 중국과 일본의 IARPA 관련 연구 및 정책
IARPA의 핵심 기술 클러스터와 관련된 중국과 일본의 연구 활동과 정책 방향을 파악하기 위해 Google에서 이들 국가의 관련 연구 및 정책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였다. Google에서 “IARPA”를 검색한 후 기간은 2010년부터 2018년 상반기 그리고 검색 결과와 관련된 국가는 중국와 일본으로 제한하였다. 중복 검색 결과를 제외하면 중국의 경우 총 94개의 IARPA 관련 자료를 수집할 수 있었으나. 이 중에서 34개는 IARPA를 단순히 언급만 하였다. 일본의 경우 10개의 IARPA 단순 언급 문서를 제외한 48개의 자료를 이용하였다.
우선 중국과 일본이 큰 관심을 보이는 IARPA의 연구 프로그램들을 파악하기 위해 수집된 자료를 내용을 토대로 IARPA의 주요 연구 분야인 수집, 컴퓨팅, 분석, 예측 정보로 분류하였다[표 3]. 흥미롭게도 중국과 일본 모두 IARPA의 컴퓨팅 분야의 연구 프로그램들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은 QCS, C3, QEO, MQCO, LogiQ, RAVEN, SuperCables, SuperTools 등을 많이 언급하고 있는데 이들 프로그램은 슈퍼컴퓨터나 양자컴퓨팅과 관련된 프로그램들이다. 혁신 제도에 있어 국가가 선진국 수준에 근접할수록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분야에 대한 투자와 적절한 과학 정책이 필요한데 [36][37] 중국은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경쟁 우위를 구축할 분야로 컴퓨팅 분야의 슈퍼컴퓨터를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국은 2013년부터 중국은 슈퍼컴퓨터 성능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38] 2016년에는 ‘국가 정보화를 위한 제13차 5개년 계획’을 발표해 슈퍼컴퓨터를 전략 육성 핵심 기술로 선정하였다[39]. 중국의 컴퓨팅 분야에 대한 관심은 2013년에 슈퍼컴퓨터 분야의 선두권에 진입한 이후 경쟁국인 미국의 관련 기술 및 정책 동향을 살펴보는 움직임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표 3. 중국과 일본에서 IARPA의 연구 분야에 대한 관심 (2010-2018)
일본의 경우, 컴퓨팅 분야의 연구 프로그램에 대한 주된 관심은 주로 양자컴퓨팅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은 1990년대에 개발한 양자어닐링 관련 기술을 혁신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IARPA의 양자어닐링 프로그램인 QEO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일본 문부 과학성은 관련 분야에 2018년부터 10년간 220억 엔을 투자할 계획이다[40]. 또한, 일본은 양자어닐링 기술 개발을 위해 다양한 산학연 연구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41]. 예를 들어, 양자어닐링 기술과 인공지능 간의 관련성에 대한 연구를 덴소와 토호쿠 대학이 실시 중이며 소프트뱅크는 와세다 대학과 연계하여 양자어닐링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으며 양자 컴퓨터 관련 사업에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다음으로 중국과 일본이 진행 중인 IARPA의 핵심 기술 클러스터와 관련된 연구 활동 및 정책을 살펴보았다. 중국의 관심을 보이는 IARPA의 핵심 기술 클러스터 중 하나는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이다. 예를 들어, FRPC(Face Recognition Challenge)는 NIST(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s and Technology)와 공동으로 IARPA가 시작한 안면 인식 기술 대회이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의 기술을 통한 사진과 영상에서 이전에는 알 수 없었던 정보의 추출은 안보 확립과 사회적 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안면 인식 기술은 공공 안전과 국가 보안에 있어 핵심 도구가 될수 있다. FRPC 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여러 보안 기업이 기존의 안면 인식 알고리즘을 정확도 측면에서 능가하는 알고리즘들을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는 중국이 빅데이터, 기계학습 등 여러 기술을 기반으로 안면 인식 분야에서 선도적인 위치를 점유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금융 및 보안 분야에서의 막대한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중국에서 관련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안면 인식 기술은 앞으로 획기적인 진전을 이룰 것으로 예측된다[42].
또한 중국은 IARPA의 의사 결정 클러스터와 관련이 있는 연구 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중국은 의사 결정 클러스터의 하위 핵심 연구 영역인 신경 과학(Neuroscience)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 연구의 목적은 인간의 두뇌에서 비교적 쉽게 처리될 수 있는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기 어려운 기존 컴퓨터의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기술의 개발이다. 이를 위해 중국은 뇌와 신경망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여 새로운 유형의 컴퓨터와 로봇을 설계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3월 전인대 CPPCC 세션에서 바이두 회장 겸 CEO인 로빈 리(Robin Li)는 신경 과학 혁신의 필요성을 제시하면서, 신경 과학 혁신은 중국의 기술 역량을 증진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중국은 IARPA의 의사 결정 클러스터의 조직 운영과 관련된 연구 프로그램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IARPA는 의사결정 관련 연구 프로그램을 통해 연구 프로젝트 관리를 위한 도구, 방법 및 통합 시스템에 대한 사례를 확산시키고 있다. 다양한 과학 분야에서 대규모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중국에게 있어 IARPA가 가지고 있는 조직 관리 도구와 사례는 중국이 국가 차원에서 연구 활동을 수행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43].
일본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기술 클러스터 역시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이다. 다만, 일본은 중국과는 관련 연구 활동의 목적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었다. 일본의 제5기 과학기술 기본계획에는 실효성 있는 과학기술 정책의 추진을 위해 객관적인 근거에 기초한 정책의 기획, 평가, 수립 등이 요구되고 있다. 이를 위해선 과거 정책 결과를 명확히 파악하고 이것과 환경 변화를 조합한 국가 미래상을 그려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참고할 수 있는 것이 바로 IARPA의 FUSE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성과들은 미래 예측과 관련된 알고리즘들이 포함되어 있기에 일본은 이 연구 프로그램을 과학기술 정책의 기획, 평가, 수립의 출발점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있는 상태이다[44]. 즉, 일본은 과학기술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정보 식별과 예측 관련 연구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일본은 차세대 인공지능 추진 전략에서 IARPA 의 MICrONS 프로그램을 언급하면서 112개 세부 분야에서 최적의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인력을 육성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45]. 특히, 일본 문부과학성은 세계 인공지능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빅데이터 분석의 기반 기술에 투자하여 “제 5의 과학영역(인공지능 구동과학)”을 개척하는 것을 국가 핵심 목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응용 기술 개발을 위해 문부과학성 및 관계 기관들의 연구 성과와 빅데이터를 개방하고 인공지능 관련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문·사회과학 분야를 지원할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의 하위 연구 영역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일본의 정책적 목표임을 고려할때 이러한 연구 활동 역시 IARPA의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종합하면, 중국과 일본은 국가 경쟁 우위 구축을 위한 국가 전략 차원의 기술 분야로 컴퓨팅을 선택하였으며, 특히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위해 IARPA의 관련 연구 프로그램들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중국은 국가 보안 확립과 연구 활동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IARPA의 연구 프로그램들을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일본은 국가의 과학기술 정책의 효과성을 예측하고 인공지능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IARPA의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와 관련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Ⅴ. 결론 및 시사점
본 연구는 지난 10여 년 동안 정보 역량을 바탕으로 첨단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하는 IARPA의 전반적인 현황을 소개하고 핵심 연구 분야에 대해 살펴보았다.
먼저, IARPA는 수집, 컴퓨팅, 분석 및 예측 정보와 같이 크게 4가지 분야의 연구 활동을 수행하였다. 수집 분야의 주요 연구 영역은 생체 인식, 바이오 마커, 센서, 화학적 탐지 및 식별, 신호처리, 기계학습 등이 있으며, 컴퓨팅 분야의 주요 연구 영역에는 고급/대안 컴퓨팅 기술, 큐비트 시스템, 양자 정보 과학, 사이버보안·정보 보호 등이 있다. 그리고 분석 분야의 주요 연구 영역은 컴퓨터 비전, 자연어처리, 이미지 처리, 기계학습, 소셜 네트워크 분석 등이 있고, 예측 정보 분야의 주요 연구 영역에는 사이버사건 등의 예측, 빅데이터, 기계학습, 역사실적 추론, 의사결정 등이 있다. IARPA는 이러한 연구 영역에 대해 다년간의 연구 프로그램을 계획·투자 함으로써 미래의 정보 역량을 제고하기 위한 혁신적인 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있었다.
또한 IARPA의 각 연구 분야의 연구 프로그램들에 대해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하여 주요 연구 영역은 정보 식별과 예측, 의사결정, 사이버보안과 같이 3개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먼저,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는 기계학습, 빅데이터, 자연어처리 등의 연구 영역으로 구성되는데, 이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원동력 중 하나인 인공지능을 구현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을 활용하여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로부터 특정한 사건을 예측하고 사회 문제의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다. 둘째, 의사결정 클러스터는 행동과학, 추론 등을 바탕으로 주요 정보기관들이 조직 운영에 있어서 의사결정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위해 외부 환경의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는 등 다양한 분석 방법 등을 개발하여 의사결정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지원한다. 셋째, 사이버보안 클러스터는 정보보호, 내부자 위협, 이례적인 사건 예측·탐지 등에 관한 연구 영역으로 구성된다. 최근에 다양한 종류의 사이버위협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비하여 사이버보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은 매우 중요할 사안일 것이다.
IARPA의 핵심 기술 클러스터와 관련하여 중국, 일본에서도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과 일본은 모두 IARPA의 슈퍼컴퓨터, 양자컴퓨터 등에 관한 컴퓨팅 분야에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보 식별과 예측 클러스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았다. 중국의 경우 인공지능 산업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해 IARPA의 연구 활동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빅데이터, 기계학습 등과 같은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정보를 추출 및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또한 일본도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관련된 인력을 육성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으며, 빅데이터 등 객관적 근거에 기초하여 과학기술 정책의 효과를 제고하기 위한 연구 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와 같이 중국과 일본에 서는 IARPA의 연구 활동을 참고하여 정보 역량을 기반으로 미래 과학기술을 선도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추진하고 있었다.
이처럼 IARPA의 다양한 연구 프로그램들은 미국이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핵심 기술들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수집, 컴퓨팅, 분석, 예측 정보 분야 모두에서 기계학습과 관련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고, 이는 자연어처리, 이미지(영상) 처리, 키워드 분석 등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리고 개별적인 연구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분야나 문제 등에 대해 다학제적/융합 연구를 통해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 또는 접근 방법, 기술 등을 통합하여 연구가 수행되고 있었다.
우리나라도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 협소한 활용 범위를 가진 기술에 투자하기보다 범용적이고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기술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환경의 불확실성과 기술의 복잡성 등이 증대되는 시대에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를 정확하고 유용하게 통합 및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의 개발이 요구된다. 정보 역량을 바탕으로 한 정보 식별과 분석 및 예측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을 구현하기 위한 기초자료가 될 뿐만 아니라, 국가, 산업 등의 정책 및 전략을 수립하는 것과도 연관된다. 그리고 외부 환경의 변화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하여 시의적절한 판단을 지원하거나 사이버위협에 대응하는 것도 오늘날 매우 중요한 연구 주제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IARPA의 연구 프로그램들을 참고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혁신적인 기술을 선별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의 한계점은 다음과 같다. 미국 IARPA의 웹페이지에 공개된 내용만을 바탕으로 분석했기 때문에, 현재 진행 중인 모든 연구 프로그램과 연구 영역 등이 포함되지 않았을 수 있다. 또한 중국과 일본의 IARPA관련 연구 및 정책 등을 파악하기 위해 Google의 검색 결과만 활용한 한계가 있다. 향후 IARPA와 관련하여 특허와 논문 수 및 인용 수 등을 분석한다면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본 연구는 IARPA 한 기관의 연구·개발 활동만 분석하였다는 데에 한계점을 지닌다. 미국에는 IARPA 뿐만 아니라 다른 공공 혁신 기관들이 있으며 유럽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 들도 여러 공공 혁신 기관들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 활동을 수행 중이다. IARPA가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미국의 중요 공공 혁신 기관이지만, 다른 공공 혁신 기관들의 연구·개발 활동을 분석하지 않았기에 본 연구가 4차 산업혁명 관련 핵심 기술을 모두 포착한다고 보긴 힘들다. 따라서 후속 연구들은 IARPA를 제외한 여러 선진국들의 공공 혁신 기관들이 수행하는 4차 산업혁명 관련 연구·개발 활동을 분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는 IARPA의 파급 효과를 중국과 일본에 국한해서 분석했다는 한계점을 지닌다. IARPA가 4차 산업혁명의 중요 기술 발전에 관여를 하고 있다면 중국, 일본뿐만 아니라 유럽 등 다른 선진국들의 국가 연구·개발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본 연구는 이것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 연구에서 제시하는 IARPA의 해외 파급력에 대한 결론은 일반화에 있어 한계가 있다. 후속 연구들은 IARPA의 글로벌 파급력을 파악하는 데에 있어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여러 선진국들을 분석한다면 보다 의미 있는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들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의 결과는 미국 IARPA의 연구 활동을 분석하여 미래 국가 과학·기술 정책 수립 방향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을 것이다.
* 본 연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의 연구비 지원에 의해 수행되었으며, KISTI에서 발간한 “과학기술 지식정보 고도화 연구 활동 조사·분석” 보고서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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